Archives of Design Research
[ Article ]
Archives of Design Research - Vol. 39, No. 3, pp.387-402
ISSN: 1226-8046 (Print) 2288-298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Aug 2026
Received 30 Mar 2026 Revised 20 Jun 2026 Accepted 20 Jun 2026
DOI: https://doi.org/10.15187/adr.2026.08.39.3.387

1960~80년대 한국 무용 공연 포스터의 움직임 시각화 기법 연구

Goeun Park ; 박고은
Department of Design, Adjunct Professor, Sungkyunkwan University, Seoul, South Korea 성균관대학교 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서울, 대한민국
Movement Visualization Strategies in South Korean Dance Performance Posters of the 1960s–1980s

Correspondence to: Goeun Park goeunpark.work@gmail.com

초록

연구배경 정지된 평면 위에서 움직임을 시각화하려는 시도는 그래픽 디자인의 핵심적인 조형적 과제 중 하나이나, 한국 그래픽 디자인에서 이를 실증적으로 다룬 연구는 여전히 미비하다. 디자인 교육의 제도화와 무용계의 다양화가 함께 진행된 1960~80년대는 무용 공연 포스터에 당대의 조형적 실험이 투영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시기다. 무용 공연 포스터는 움직임이라는 찰나의 속성을 정적인 평면 위에 구현해야 하는 매체적 특성을 지녀, 이 시기 한국 시각 문화에서 움직임이 표현되는 방식을 살펴볼 수 있는 핵심적인 시각 자료로서 가치를 지닌다.

연구방법 이 연구는 한국예술디지털아카이브와 공연예술박물관에 소장된 한국 무용 공연 포스터 92점을 수집하여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로 구분한 뒤 각 시대의 움직임 표현 방식을 분석했다. 인쇄 기술, 해외 디자인 담론의 유입, 제작 주체의 전문화 등 맥락적 요인과의 연관성을 함께 검토했으며, 도출된 시각 기법들이 어떤 지각적 과정을 통해 운동감을 형성하는지를 해석하기 위해 칼 던커(Karl Duncker)의 유도된 운동(Induced Motion) 원리를 참조했다.

연구결과 한국 무용 공연 포스터의 움직임 시각화는 재현적 형상에서 추상적 구조로 이행하는 조형적 변화를 보였다. 1960년대에는 크롭과 선의 두께 변주를 통해 무용수의 신체를 구체적으로 재현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고, 1970년대에는 투명도 조절·패턴 대비·선의 중첩 등을 통해 형상의 절제와 추상화가 모색됐다. 1980년대에는 타이포그래피·기하학적 도형·여백·크기 대비 등 조형적 어휘가 확장되며 신체의 직접적 재현 없이도 움직임을 시각화하는 다양한 방식이 등장했다. 이러한 기법들은 던커의 가변성·강도·갇힘·크기 원리와 연결되며, 시대가 지날수록 네 가지 원리 전반에 걸친 표현으로 확장되는 경향을 보인다.

결론 한국 무용 공연 포스터에서 움직임의 시각화는 동작의 단순한 재현을 넘어, 인쇄 기술의 물질적 조건, 해외 디자인 담론의 유입, 디자인 전문화의 진행이라는 한국적 맥락 속에서 고유하게 전개됐다. 기술적 조건의 변화가 조형적 어휘의 확장과 맞물리는 가운데, 신체의 구체적 재현에서 추상적 구조로의 이행은 신무용에서 현대 무용으로의 변모(Chung, 1999)와 평행하며, 공연 예술과 시각 디자인이 동시대의 문화적 조건을 공유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Abstract

Background Visualizing movement on a static plane is a fundamental challenge in graphic design, yet empirical studies on this topic within South Korean (hereafter, Korean) graphic design remain scarce. The 1960s–1980s, a period marked by the institutionalization of design education and the diversification of the dance scene, provides a productive ground for examining how movement was represented in Korean dance performance posters.

Methods This study analyzed 92 Korean dance performance posters from the Korea Arts & Culture Digital Archive and the Museum of Performing Arts, categorized by decade. The research examined their movement representation strategies against the backdrop of contextual factors such as printing technology, the influx of overseas design discourse, and the professionalization of design practice. Karl Duncker’s principles of induced motion were referenced to interpret the perceptual processes underlying each visual strategy.

Results The findings reveal a shift from representational figuration to abstract structure: the 1960s favored concrete bodily depiction (cropping, line-weight variation); the 1970s pursued abstraction (transparency, pattern contrast, layering); and the 1980s utilized an expanded formal vocabulary (typography, geometric forms, negative space, scale) for non-representational movement visualization. Corresponding to Duncker’s principles of variability, intensity, enclosure, and size, these strategies demonstrate increasingly integrated expression.

Conclusions Movement visualization evolved alongside printing technologies, incoming design discourse, and professionalization, indicating that visual design and performing arts developed synchronously within their cultural context. Furthermore, this structural shift visually parallels the broader transformation from sinmuyong (Korean new dance) to contemporary dance (Chung, 1999).

Keywords:

Movement Visualization, Dance Performance Poster, History of Korean Graphic Design, 움직임 시각화, 무용 공연 포스터, 한국 그래픽 디자인사

1. 서론

1. 1. 연구 배경

움직임, 속도,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려는 실험은 20세기 초 현대 추상미술과 디자인의 주요 탐구 대상이었으며, 미래파(Futurism)와 다이너미즘(Dynamism)은 이를 조형 언어로 체계화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한국에서도 추상미술가 한묵(1914~2016)이 1954년 다이너미즘을 “현대라는 시대감각을 대표하는 조형 언어”로 언급하며(Han, 1954), 운동감과 공간의 확장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선보였다(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n.d.). 이러한 움직임의 조형적 탐구는 순수미술에 국한되지 않았다. 같은 시기, 제도적 기반을 갖추어 가던 한국 그래픽 디자인 역시 새로운 시각 언어를 모색하고 있었다. 1960~80년대 한국 그래픽 디자인은 교육의 제도화, 서구 모더니즘의 유입, 인쇄 기술의 발달이 맞물리며 역동적으로 재편된 시기다. 1953년 서울대학교 응용미술과 개설과 1963년 홍익대학교 도안과 설립을 중심으로 디자인 교육이 본격화되며 ‘디자이너’가 전문 직업으로 부상했다(H. Kim, 2021; E. Kang et al., 2005). 1950년대에는 유영국과 존 프랭크(John Frank)가 서울대학교에서 서구의 기하학적 추상 조형 교육을 담당했고(H. J. Kang, 2011), 1960년대에는 《타임》·《라이프》 등 미국 잡지와 일본 디자인 전문지를 통해 미국과 일본의 디자인이 간접적으로 유입됐다(S. Kang, 2021). 이후 《바우하우스》(김교만 번역, 1977), 시각문화문고 시리즈(황부용, 1979~1984), 필립 B. 메그스의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번역 출판, 1985) 등 해외 전문 서적의 번역·출판을 통해 스위스 모더니즘을 비롯한 서구 디자인 이론이 본격적으로 소개됐다(H. J. Kang, 2020, 2024).

인쇄 기술의 변화도 조형 표현의 가능성을 넓혔다. 1960년대 활판 인쇄(letterpress) 중심의 환경은 1970년대 오프셋(offset) 인쇄의 보급으로 전환되며 색채 중첩과 투명도 표현을 가능하게 했고, 1980년대 사진식자(phototypesetting)의 도입은 타이포그래피의 정밀한 조형 조작을 가능하게 했다(Kong & Cho, 2021).

이러한 환경 속에서 당대 한국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작업에서도 움직임과 역동성을 시각화하려는 시도를 관찰할 수 있다. 김교만은 농악·마상재·부채춤 등 움직임이 본질인 민속 소재를 기하학적으로 단순화하여 율동감을 시각화했으며(H. J. Kang, 2020), 황부용은 88 서울올림픽 픽토그램에서 인체 동작과 역동성의 표현을 실험했고(H. J. Kang, 2024), 이상철은 현대무용가 호세 리몽(José Limón)의 1963년 대구 내한공연을 직접 촬영하며 움직임의 순간을 포착하는 데 강한 관심을 보였다(S. Kang, 2021). 그러나 이러한 작업은 개별 디자이너 연구에서 부분적으로 언급될 뿐, 움직임의 시각화를 독립적으로 다룬 연구는 찾기 어렵다. 1990년대 이전의 주요 디자인 프로젝트가 국가 정책과 맞물린 관광·기업 작업에 편중되어 있었던 까닭에(H. J. Kang, 2020, 2023; S. Kang, 2021), 공연예술 포스터는 그래픽 디자인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다.

공연예술 포스터는 그래픽 디자인사에서 일찍부터 주요한 매체로 다루어져 왔다. 요제프 뮐러-브로크만(Josef Müller-Brockmann)의 취리히 톤할레 음악회 포스터 시리즈와 아르민 호프만(Armin Hofmann)의 바젤 시립극장 포스터 시리즈는 그리드 시스템과 기하학적 구성 등 모더니즘 디자인 원리를 구현한 대표작으로, 디자인사 서술에서 거듭 분석되어 왔다(Hollis, 2006). 이는 공연예술 포스터가 서사·안무·리듬과 같은 무형의 공연 요소를 평면의 조형 언어로 번역하는 실험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60~80년대는 한국 무용계 또한 제도적 변화를 활발히 겪으며 이러한 실험이 펼쳐질 토대를 마련하고 있었다. 국립무용단 창설(1962),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개설(1963), 동아무용콩쿠르 창설(1964) 등은 한국 무용 예술에 새로운 장을 열었으며, 1970~80년대에는 개인 무용단과 실험적 창작 무용 단체들이 등장해 소극장을 중심으로 한 실험 공연이 활발히 이루어졌다(Koh, 2008). 공연 포스터는 이러한 무용 공연을 관객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 박미향(Park, 2006)에 따르면 공연예술 포스터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무대 밖 관객에게 먼저 전달하는 것이었다. 물론 출연진의 인지도나 공연 일시 등 실용적 정보 전달이 무용 포스터의 주된 목적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무용이 본질적으로 신체의 움직임을 매개로 하는 예술인만큼,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달해야 하는 무용 포스터에는 정지된 평면 위에서 움직임을 표현하려는 당대의 조형적 시도가 자연스럽게 투영됐을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시도가 실제로 관객에게 운동감으로 지각되는 과정은 조형의 문제인 동시에 지각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 무용 공연 포스터의 시각적 분석은 움직임이 형상화되는 방식과 그것이 운동감으로 지각되는 방식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20세기 한국 그래픽 디자인사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1. 2. 연구 목적 및 방법

이 연구는 1960~80년대 한국 무용 공연 포스터를 대상으로, 이들 포스터에서 움직임의 시각적 표현 양상을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무용 공연 포스터가 어떤 시각 전략을 통해 움직임을 형상화했는지를 탐구하고자 한다.

연구는 한국예술디지털아카이브와 공연예술박물관에 소장된 무용 공연 포스터 총 92점을 수집하여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사료 분석 시에는 아카이브에 기록된 제작 연도, 공연 단체 정보, 제작자를 통합적으로 검토했다. 당시 제작자를 ‘디자인’으로 명확히 명시한 사례가 드문 점을 고려하여 ‘디자인’ 혹은 ‘미술’로 표기된 두 경우를 모두 수집 범위에 포함했다.

분석은 시기별 맥락 분석과 시각 기법 분석을 통합적으로 수행했다. 92점의 포스터를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로 구분하여 각 시대의 움직임 표현 방식의 변화를 관찰하고, 각 시기별로 두드러지는 시각 기법들을 도출하여 심층 분석했다. 당시의 디자인 교육, 국제 디자인 흐름, 인쇄 기술과의 연관성이 발견되는 부분에서는 이에 대해 함께 서술했다. 나아가, 도출된 시각 기법들이 어떠한 지각적 과정을 통해 운동감을 형성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칼 던커(Karl Duncker)의 유도된 운동 원리(Induced Motion Principles)를 참조하였다.


2. 정지된 평면 위에서 움직임의 시각적 표현

2. 1. 미래파와 다이너미즘

미술사에서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는 20세기 초 이탈리아 미래파(Futurism)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래파는 기계, 속도, 힘에 경도되어 대상의 움직이는 각 순간을 동일 화면에 그려내고자 했으며, 이는 서양 미술 최초로 운동을 조형 언어로 구현하려 한 시도였다. 미래파는 속도가 가져오는 소음, 힘, 운동, 충돌 등 다이너미즘을 지향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았으며, 이러한 운동의 미학은 이후 키네틱 아트(Kinetic Art)에서는 실제 작품을 움직이는 방향으로, 옵아트(Op Art)에서는 회화를 움직이는 것처럼 제작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Roh, 2011). 1913년 움베르토 보치오니(Umberto Boccioni)1)의 ‘회화적 다이너미즘’에서 ‘조형적 다이너미즘’으로의 이행은 회화를 넘어 다른 장르 전반에 변혁을 불러일으켰고, 미래파의 다이너미즘은 그래픽 디자인의 조형 언어에도 영향을 미쳤다. 안상수(Ahn, 1996)의 연구에 따르면 마리네티(Marinetti)의 『쟁 툼 툼(Zang Tumb Tumb, 1914)』은 지면 위에 어지럽게 흩어진 문자들을 통해 역동적인 리듬과 의성(擬聲)의 가능성을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하고자 한 대표적 사례로, 전통적인 수평 배열과 대칭 구성을 거부하고 문자를 비대칭적으로 배치하거나 파편화하는 실험이었다. 얀 치홀트(Jan Tschichold)는 1928년 『새로운 타이포그래피(Die neue Typographie)』에서 이러한 미래주의적 실험들을 현대적 편집 원칙으로 체계화하였으며(Tschichold, 1928/1995), 엘 리시츠키(El Lissitzky), 헤르베르트 바이어(Herbert Bayer) 등 이후의 디자이너들 역시 사진, 타이포그래피, 그래픽 요소를 결합하여 운동의 이념을 시각 언어로 확장하였다(Clifford, 2013). 이처럼 정지된 평면에서 운동감과 시간성을 구현하려는 시각적 원리는 미래파의 선언적 실험에서 출발하여 현대 그래픽 디자인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쳐왔다. 한편 심리학 분야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정지된 이미지가 어떻게 움직임을 지각하게 하는지를 설명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으며, 1929년 칼 던커(Karl Duncker)의 유도된 운동 원리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2. 2. 유도된 운동(Induced Motion) 원리

칼 던커(Karl Duncker)는 게슈탈트 심리학의 대표적 학자로, 유도된 운동(Induced Motion)에 관한 실험과 연구를 수행했다. 유도된 운동이란 어떤 대상의 운동 지각이 그 대상 자체의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주변 시각 요소와의 관계 구조에 의해 결정됨을 설명하는 원리이다. 그는 시각 요소 간의 위계적 의존 관계(hierarchic relation of dependence)가 어떤 요소를 ‘움직이는 것’으로 지각하게 하는 핵심 기제임을 밝혔으며, 루돌프 아른하임(Rudolf Arnheim)은 이러한 의존 관계를 만들어내는 주요 요인으로 갇힘(enclosure)·가변성(variability)·크기(size)·강도(intensity)를 들었다(Arnheim, 1974).

Figure 1

Diagram showing Karl Duncker’s Principles of Induced Motion: Variability, Intensity, Enclosure, and Size

가변성(Variability)은 고정된 배경에 비해 형태나 위치가 변화하는 요소에 운동성이 투영되는 원리다. 시각 시스템은 구조 안에서 이탈되거나 변형된 요소를 움직이는 주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며, 프레임을 넘나드는 구성, 패턴 또는 도형의 변화 등에서 관찰될 수 있다.

강도(Intensity)는 요소의 선명함과 흐릿함의 대비가 역동성을 결정하는 원리다. 흐릿한 요소는 움직임의 잔상이나 시간적 궤적으로 해석되며, 선의 중첩이나 명암의 단계적 차이는 에너지의 흐름과 속도감으로 지각된다. 투명도의 활용, 선의 중첩, 질감의 밀도 차이 등에서 관찰될 수 있다.

갇힘(Enclosure)은 정적인 배경과 그 내부 요소 간의 대비를 다룬다. 안정적인 배경 안에 놓인 작은 요소는 자유로운 운동 에너지를 갖는 것으로 인식되며, 이 공간적 긴장감이 운동감을 유발한다. 넓은 여백이나 정적인 배경 안에 비교적 작은 형상을 배치하는 방식에서 관찰될 수 있다.

크기(Size)원리는 요소 간의 상대적 크기 차이가 방향성과 속도감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작은 요소는 큰 요소에 비해 높은 기동성을 가진 것으로 지각되며, 크기의 점진적 변화는 원근법적 깊이감을 형성하여 공간 내 이동 궤적을 체감하게 만든다.


3. 1960~80년대 한국 무용 공연 포스터의 움직임 시각화 기법

3. 1. 시대별 자료 구성 및 현황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 무용 공연 포스터에 나타난 움직임의 시각적 표현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수집된 사료 총 92점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본격적인 사례 분석에 앞서 수집된 전체 데이터의 시대별 분포와 제작 주체를 정리하면 <Table 1>과 같다.

Chronological Distribution of Dance Posters

분석 대상인 포스터는 1960년대 3점, 1970년대 31점, 1980년대 58점으로 시대가 지날수록 급격한 양적 증가를 보인다. 이러한 수치의 차이는 아카이브 보존의 시차적 한계와 디자인 산업의 팽창을 동시에 반영한다. 1960년대와 70년대 초반 사료의 경우 기록물 보존 체계의 미비로 유실 가능성이 높은 반면, 1980년대는 인쇄 기술과 공연 문화의 발달로 제작 편수가 늘어남과 동시에 아카이브가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구축된 결과로 해석된다. 1960년대에는 국립 단체의 비중이 66.7%로 현저히 높았으나, 1980년대에 이르러 민간 단체의 비중이 87.9%로 크게 확대되었다. 이러한 공연단체의 다양화는 자유롭고 실험적인 무용의 등장을 시사한다.

또한 해외 무용단의 초청 공연이 적은 수지만 시대별로 꾸준히 등장했다. 1960년대에 <런던로열페스티벌 발레>, 1970년대에 <마아더 그레이엄 한국초청공연>, <카롤린 칼송 현대무용단 내한공연>, 1980년대에 <매오로시 발레 정기공연>, <한·일 무용제>, <isle-홍신자의 래핑스톤 무용단> 등 영국, 미국, 일본 무용단이 한국 공연을 가졌다. 이들 해외 무용단의 포스터는 인쇄 기술이나 디자인 방식에서 동시대 국내 포스터보다 앞서 있었고, 해외에서 쓰이던 디자인에 한글 공연 정보만 더한 형태로 보인다. 이들의 국내 소개는 한국 공연예술 포스터가 동시대 국제 디자인과 만나는 통로가 되었을 것이다.

이 시기 무용 공연 포스터에는 제작자의 정보가 구체적으로 기록된 사례가 드물었다. 이는 포스터 디자인이 무대미술이나 전체 공연 제작 과정의 일환으로 병행되었음을 암시한다. 아카이브 센터의 기록을 살펴보아도 조명, 의상, 미술, 장치 등의 담당자는 명시되어 있으나, 포스터 디자인은 제작자 리스트에서 제외된 경우가 많았고, 공연 리플릿에서 디자이너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용 공연 포스터에서 디자인이라는 명칭은 1970년대 중반에 등장했고, 1980년대에 ‘포스타 디자인’, ‘편집디자인’이라는 명칭으로 구체화된다. 흥미로운 점은 포스터 디자이너가 전문 제작자 크레딧이 아닌 ‘도와주신 분’ 항목 안에 표기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 포스터 디자인이 공연예술의 필수 전문 영역으로 온전히 인식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제작 환경과 맥락 속에서 각 시대의 포스터가 어떠한 시각적 전략으로 움직임을 표현했는지를 시대별로 살펴본다.

3. 2. 1960년대: 신체의 구체적 재현

1960년대 포스터 제작은 활판 인쇄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석판·오프셋 인쇄가 점진적으로 도입되던 과도기적 기술 환경 속에서 이루어졌다(Kong & Cho, 2021; Stein, 2016). 제작 여건상 사진이나 인쇄를 쉽게 이용하기 어려워 이 시기에 디자이너들은 주로 손으로 직접 포스터를 그렸다(H. J. Kang, 2023). 또한 당시 국내 무용 공연은 국립극장과 국립무용단이라는 국가 주도 기관이 제작 주체였다. 이 시기 포스터들은 무용수의 신체를 구체적인 선과 면으로 시각화하여 역동성을 표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Figure 2

Posters showing concrete bodily depiction and cropping in the 1960s

1960년대 무용 포스터에서 나타난 주요한 조형적 특징은 크롭(crop) 기법을 활용하여 무용수의 신체를 화면의 물리적 경계 너머로 배치한 점이다. 포스터의 규격화된 프레임을 고정된 경계로 전제하고, 내부의 그래픽 요소가 그 틀을 벗어나도록 유도함으로써 인물이 프레임 외부로 확장되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국립무용단 제7회 정기공연>(1966) 포스터는 무용수 신체의 일부를 프레임 바깥으로 돌출시켜 포스터 밖의 움직임을 상상하게 만든다. 상단의 무용수 윤곽은 굵고 짙은 선으로 부각한 반면, 하단의 군무 장면은 얇고 섬세한 선으로 묘사하여 시각적 위계와 공간의 깊이를 동시에 확보했다. <모란의 정, 봉선화>(1969) 포스터 역시 동일한 구성 구조를 취하나, 선의 형태적 변형이 심화되고 세부 묘사가 제거되는 등 시각적 단순화가 진행된 양상을 띤다.

한편 해외 초청공연이었던 <런던로열페스티벌발레>(1969) 포스터는 붓 드로잉과 수작업에 의존했던 동시대 한국 포스터와 달리, 단색 처리와 명도 조절을 통해 무용수 신체를 실루엣으로 단순화하고 사진 이미지의 중첩과 크기 대비를 활용한다. 이러한 시각 기법은 1970년대 국립발레단 포스터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이 시기 무용 포스터의 시각 기법을 던커의 지각적 원리로 해석하면, 고정된 프레임에 대비되는 신체 이탈을 통해 운동성을 만들어내는 크롭 기법은 가변성의 원리에, 선의 두께와 밀도의 조절을 통해 에너지의 흐름을 표현하는 기법은 강도의 원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3. 3. 1970년대: 형상의 절제와 추상화의 모색

1970년대는 민간 무용 단체 주도 공연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고, 그와 동시에 다양한 시각적 실험을 한 무용 공연 포스터들도 등장한다. 또한 포스터 제작과 관련된 크레딧의 표기가 빈번해졌으며, 기존의 포괄적인 ‘미술’에서 ‘디자인’으로 구체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당시 인쇄기술은 오프셋 인쇄의 보편화로 색채 중첩, 투명도, 그러데이션 표현이 가능해진 전환기였다. 이러한 기술적 조건의 변화 속에서 1970년대 무용 공연 포스터는 형상 묘사의 절제와 시각적 장치의 다각화가 병행되는 양상을 띤다.

Figure 3

Posters showing transparency and layering in the 1970s

1970년대에는 사진 이미지의 투명도 조절과 형상의 중첩을 통해 움직임의 시간적 흔적을 화면에 남기는 방식이 등장한다. <국립발레단 전주특별공연>(1972) 포스터는 높은 명도를 활용해 세부 묘사를 흐리게 처리하고 무용수들의 실루엣을 강조한다. 배경과 무용수 사이의 명도 대비를 극대화함으로써 무용수의 신체가 배경으로부터 부유하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내며, 희미한 형상과 선명한 형상의 중첩이 공간감과 역동성을 동시에 구현한다. 이러한 명도 대비와 실루엣 중첩은 앞서 살펴본 <런던로열페스티벌발레>(1969) 포스터와 닮아 있다.

<김세일라 창작무용발표회>(1977) 포스터는 회색 단색 바탕 위에 사진 이미지를 낮은 채도로 처리하여 인물과 배경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린 구성을 취한다. 두 무용수가 긴 천을 좌우로 펼치는 장면은 화면 하단에 배치되고 상단의 넓은 여백이 확보됨으로써, 신체의 구체적 묘사보다 공간감과 정적인 긴장감을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권미자 무용작품전>(1978) 포스터는 사진의 투명도를 조정해 움직임의 시간적 잔상을 표현하며, 점진적인 투명도 조절을 통해 그레이디언트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 포스터에서는 제작자 표기에 처음으로 ‘디자인(이묘춘2))’이라는 명칭이 사용된다. 이묘춘은 당시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현대미술가로, 이는 당시 포스터가 여전히 추상미술가에 의해 제작되고 있었으며 ‘디자인’과 ‘미술’이라는 명칭이 혼용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Figure 4

Posters showing pattern contrast and optical vibration in the 1970s

1970년대 포스터에서는 규칙적 패턴과 이질적 요소의 충돌을 통해 착시적 운동감을 만들어내는 시도도 나타난다. 고정된 격자나 반복적인 선형 패턴은 정적인 배경 역할을 수행하며, 그 위에 삽입된 비정형적 곡선이나 불규칙한 요소는 시각적 무게를 분산시켜 특정 지점이 움직이는 듯한 지각적 떨림을 유도한다.

<박금자무용발표회>(1976)는 수평 줄무늬 패턴으로 채워진 무용수 실루엣을 붉은 배경 위에 배치하며, 규칙적인 수평선과 불규칙한 신체 윤곽의 대비가 시각적 진동을 만들어낸다. 신체 형상은 단순화되었으나 여전히 식별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된다. <심청의 노래 外>(1977)는 신체 형상을 완전히 배제하고 격자 패턴으로 채운 화면 중앙에 원형 구조를 배치하여 패턴의 흐름을 교란함으로써 진동 효과를 구현한다.

<제4회전라남도무용협회무용발표회>(1978)는 비정형적 곡선 형태와 흑백 굵은 줄무늬 패턴을 화면 전체에 배치하여 형상과 배경 모두가 착시적 진동에 참여하는 구조를 이룬다. 이러한 기법은 카메쿠라 유사쿠(Kamekura, 1970)의 <엑스포 ‘70(Expo ‘70)> 포스터에 나타난 다방향적 선형 패턴, 그리고 1960년대 이후 국제적으로 확산된 옵아트(Op Art)의 시각적 어휘와 유사성을 보인다.

Figure 5

Posters visualizing movement traces and afterimages through line repetition in the 1970s

한편 동작의 궤적과 잔상을 선을 활용해 화면에 새기는 방식으로 움직임을 표현하는 시도도 나타난다. <수퍼스타 예수그리스도>(1973)와 <부산무용단 공연>(1977)은 공통적으로 얇은 선의 반복적 겹침을 통해 형상을 구성한다. 선의 축적과 밀도 차이를 통해 명암과 입체감을 형성하며, 중심부로 갈수록 조밀해지는 선의 집중이 시각적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인물의 윤곽선을 반복적으로 중첩시켜 형상의 경계를 흐릿하게 번지게 함으로써 형상이 진동하거나 움직이는 듯한 잔상 효과를 구현한다.

Figure 6

Typography-centered composition in an overseas performance poster (1974)

해외 포스터인 <마아더 그레이엄 한국공연>(1974)에서는 당시 국내 포스터에서 보기 드문 타이포그래피 중심의 구성이 돋보인다. 포스터를 가득 채운 영문 글자꼴은 가는 선으로 그린 듯한 길고 기하학적인 형태로, 문자 자체가 화면의 주된 조형 요소가 된다. 글자들이 위아래로 쌓이고 겹치며 화면에 율동을 만들어낸다. 신체를 거의 그리지 않고 문자의 조형만으로 움직임의 인상을 이끈다는 점이 특징적인데, 이러한 표현 기법은 국내 포스터에서 1980년대가 되어서 중점적으로 등장한다.

1970년대 무용 포스터의 시각 기법들을 던커의 지각적 원리로 해석하면, 규칙적 패턴 위에 배치된 이질적 요소가 운동하는 주체로 지각되는 가변성 원리, 그리고 투명도 조절과 두께가 다른 선의 중첩을 통해 잔상과 시간적 궤적을 만들어내는 강도 원리와 주로 연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 4. 1980년대: 움직임의 추상화와 조형 언어의 확장

1980년대는 사진 식자 기술 도입으로 타이포그래피의 정밀한 조형 조작이 가능해진 시기이다. 이 시기 포스터 제작 표기에는 미술과 디자인이라는 크레딧이 혼용되고 있었으나, 디자인의 세부적인 역할이 명시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1980년대 포스터는 타이포그래피의 독립적 활용과 기하학적 조형의 도입, 그리고 신체의 과감한 생략을 통해 역동성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Figure 7

Posters expressing movement independently through typography in the 1980s

1980년대에는 타이포그래피가 움직임과 시간, 리듬, 공간을 독립적으로 표현하는 포스터들이 등장한다. <서울현대무용그룹>(1980) 포스터는 글자의 높이를 의도적으로 어긋나게 배치하여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솟아오르는 듯한 시각적 리듬을 만들어내며, 타이포그래피 자체가 무용수의 도약과 움직임의 궤적을 표현하는 매체로 기능한다. 포스터에 명기된 ‘포스타 디자인(김훈3)-서울대 응미과)’ 표기는 전문 디자인 교육을 받은 디자이너가 제작에 참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디자인이 독립된 전문 영역으로 자리잡아 가는 당시의 변화를 반영한다.

<가림다 현대무용>(1984)은 상단으로 갈수록 글자의 크기를 점차 줄여 화면에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연출한다. 투명도 조절이 아닌 타이포그래피의 크기 변주만으로 그레이디언트와 유사한 효과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조형적 시도로 볼 수 있다.

<무용한국 창간20주년 기념대공연>(1987)에서는 크게 배치된 “20”의 “0”이 베이스라인을 이탈하여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움직임을 만들고, 이와 함께 주변에 산포된 작은 조형 요소들 역시 낙하하는 색종이 조각처럼 화면 위에 흩날리며, 타이포그래피 자체가 시간과 생동감을 담는 조형적 언어로 기능한다.

<바람꽃 한길회 창작무용>(1988)은 원형 곡선을 따라 점진적으로 커지는 텍스트를 배열하여 회전과 순환의 리듬을 시각화하며, 크기의 점진적 변주를 통해 공간 내 이동 궤적을 표현한다.

Figure 8

Posters visualizing movement through geometric abstraction in the 1980s

기하학적 형상화는 신체의 구체적 재현을 배제하고 동작의 궤적을 추상적 기호로 재구성한다. <한국현대무용단 공연>(1988)은 팔의 곡선을 반원으로 단순화하여 크기 차이와 배치를 통해 동작의 방향성과 리듬감을 시각화한다.

<바탕골 현대무용 실험 예술무대>(1988)는 선의 두께가 가늘고 촘촘히 배치될수록 시각적 속도감이 부각되는 효과를 만드는데, 이는 무용의 속도와 시간의 변화를 조형 언어로 치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1980년대 후반에 여러 번 등장하는 이러한 선형 구조의 활용은 요제프 뮐러-브로크만의 <Stravinsky, Berg, Fortner - Tonhalle>(Müller-Brockmann, 1955) 기하학적 포스터와 유사하다. 이는 당시 국내 디자이너들이 스위스 모더니즘과 유사한 조형적 탐구를 수행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세레나데 제자리잡기>(1989)는 포스터 외곽에서 안쪽으로 갈수록 형상의 크기가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구성을 통해 유기적 형상이 화면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듯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해당 포스터의 크레딧에는 정식 스태프 항목 안에 ‘녹색문화(편집디자인)’가 명기되어 있으며, ‘편집디자인’이라는 세분화된 용어의 등장은 디자인 산업의 체계적 분화를 보여준다.

Figure 9

Posters emphasizing movement by omitting bodily forms and applying blur in the 1980s

1970년대 포스터가 신체를 흐릿하게 처리하는 방식에 머물렀다면, 1980년대에는 신체의 일부를 완전히 제거하여 동작이 일어나는 부분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방식이 등장한다. <아침 비>(1980)는 무용수의 몸통을 생략하고 팔·다리·얼굴만을 화면에 남긴다. 이로써 생략된 신체 부위는 움직임을 상상하게 하는 여백으로 작용하며, 움직임이 집중되는 신체 부위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유도한다.

<대한민국무용제>는 무용수의 팔과 신체 하단의 투명도를 높여 형태를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신체가 공간 속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찰나를 포착한 듯한 시각적 잔상을 형성하며 역동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기법은 강한 흑백 대비 속에서 신체를 부분적으로 흐리게 처리한 아르민 호프만의 <지젤(Giselle)>(Hofmann, 1959), 그리고 투명도 조절을 통해 다각도의 형상을 결합한 얀 치홀트의 포토몽타주(Photomontage)작업과 유사한 시각적 표현이다.

Figure 10

Posters visualizing dynamic energy through expressive brushstroke textures in the 1980s

질감의 표현은 시각적 강도를 조절하여 무용의 동적인 에너지를 표현한다. <최은희 춤>(1982)은 굵은 흰색 붓 터치가 X자 형태로 교차하며 화면 중앙을 채우는 구성으로, 추상적 붓질이면서 동시에 팔을 벌린 무용수의 신체를 연상시키는 이중적 형상을 만들어낸다.

<조은미 현대무용>(1985)은 손으로 쓴 듯한 붉은 붓글씨 레터링으로 화면을 채우는 구성으로, 글자의 필압 변화와 자유로운 필체가 경쾌하고 가벼운 움직임을 표현한다.

한편 <김기인·박숙자 2인 춤판>(1989)은 굵고 거친 검은 붓 터치가 화면을 압도하는 가운데 무용수의 실루엣이 그 사이에 배치되는 구성을 취한다. 붓의 궤적과 흔적 자체가 에너지의 방출을 시각화하는 주된 조형 요소로 기능하며, 텍스처의 밀도와 필압의 차이는 분출과 떨림이라는 대조적인 무용 리듬을 평면 위에 투영하는 수단이 된다.

Figure 11

Posters converting the static plane into dynamic movement space through negative space in the 1980s

1980년대에는 과감한 여백의 활용이 두드러지며, 정적인 지면을 가변적인 운동 공간으로 전환하는 조형 전략이 나타난다. <한국현대무용협회 정기총회>(1984) 포스터는 화면 중심을 비워두고 무용수의 실루엣을 배치하여 빈 공간을 움직임이 발생하는 장소로 인식하게 유도한다. <5세대 춤꾼 페스티벌>(1989)은 작은 문자나 기호를 점처럼 흩뿌려 공중에 날리는 잔상 효과를 만들어내며 가변적인 리듬을 부여한다. <isle홍신자의 래핑스톤 무용단 초청공연>(1989)은 넓게 비운 화면에 ‘isle’ 타이포그래피와 작은 원을 비대칭으로 배치해, 빈 공간 속에서 화면의 균형을 흔들며 역동성을 만든다.

Figure 12

Posters forming perspectival movement and spatial depth through scale contrast in the 1980s

운동 공간을 형성하는 방식은 크기 대비와 점진적 크기 변화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국립발레단 제45회 정기공연>(1986)과 <매오로시 발레 정기공연>(1986)은 화면의 한 축을 점유하는 거대한 무용수의 형상을 기준점으로 삼아 주변의 작은 형상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잔상으로 지각되도록 유도한다. <한·일 무용제>(1984) 포스터는 무용수의 실루엣을 점진적으로 크게 배치하는 방식으로 대상이 멀어지거나 다가오는 듯한 원근적 운동감을 형성한다.

1980년대의 시각 기법들은 던커의 가변성, 강도, 갇힘, 크기의 네 가지 원리 모두에 걸쳐 고르게 분포하는 것으로 보이며, 1960~70년대에 주로 나타났던 가변성과 강도 원리 중심의 표현에서 갇힘 원리와 크기 원리로 조형적 언어가 확장되는 경향을 보여준다.


4. 결론

이 연구는 1960~80년대 한국 무용 공연 포스터 92점을 대상으로 움직임의 시각적 표현 양상과 변천 과정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 시기 한국 무용 포스터의 움직임 시각화는 재현적 형상에서 추상적 구조로 이행하는 조형적 변화를 보였으며, 이러한 변화는 인쇄 기술의 발전, 해외 디자인 담론의 유입, 제작 주체의 전문화라는 세 축이 함께 작용하는 가운데 전개됐다.

인쇄 기술의 조건은 움직임의 시각적 표현 범위에 밀접하게 관여했다. 1960년대 활판 인쇄 중심의 환경에서는 손으로 그린 일러스트레이션과 서예적 타이포그래피가 주를 이루었고, 굵은 윤곽선과 신체의 동세가 역동성의 핵심 장치였으며 급진적 크롭과 신체 확장을 통한 운동감의 시각화가 주된 기법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 오프셋 인쇄의 보편화로 투명도와 명도 조절이 가능해지면서 시각 기법이 점진적으로 확장됐다. 사진 이미지의 투명도 조절과 형상의 중첩은 움직임의 시간적 흔적을 화면에 남기는 방식으로 발전했고, 선의 반복적 겹침은 동작의 궤적을 화면에 새겼다. 규칙적 패턴 위에 비정형적 패턴을 배치하는 방식은 착시적 진동을 가능하게 했으며 신체 재현 없이도 운동감을 구현하는 가능성을 열었다. 1980년대 사진 식자 기술의 도입으로 타이포그래피의 정밀한 조형 조작이 가능해지면서 기법이 한층 다양화되었다. 타이포그래피는 글자의 배치와 크기 변주를 통해 움직임의 시간·리듬·공간을 독립적으로 표현하는 매체로 기능했으며, 기하학적 도형은 신체의 구체적 재현을 배제하고 동작의 궤적과 리듬을 추상적 기호로 재구성하는 수단이 됐다. 신체의 일부를 과감히 생략하거나 투명도를 높여 잔상을 표현하는 방식은 움직임의 찰나를 포착했고, 질감의 밀도와 필압의 차이는 무용의 에너지를 평면 위에 구현했다. 여백은 정적 공간을 가변적 에너지장으로 전환하는 조형적 전략으로, 크기 대비와 점진적 크기 변화는 공간의 깊이감과 시선의 흐름을 조절하는 수단으로 기능했다. 이는 기술적 조건의 변화가 움직임을 표현하는 조형적 어휘의 확장과 맞물려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기법들을 던커의 유도된 운동 원리에 비추어 보면, 크롭·패턴 대비·기하학적 도형은 가변성 원리에, 투명도 조절·선의 중첩·신체 생략·질감 표현은 강도 원리에, 여백 활용은 갇힘 원리에, 크기 대비는 크기 원리와 연결된다. 1960년대에는 가변성과 강도 원리 중심의 표현이 나타났고, 1970년대에는 두 원리가 새로운 시각 기법으로 변주되었으며, 1980년대에는 갇힘과 크기 원리가 더해지면서 조형 원리의 폭이 점차 넓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당시 디자이너들이 지각심리학적 원리를 의식적으로 적용했다기보다, 움직임을 시각화하려는 실천적 탐구 속에서 직관적으로 선택한 조형 언어가 결과적으로 보편적인 시지각 원리와 맞닿아 있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 소개된 해외 초청 공연 포스터들은 동시대 한국 무용 포스터와 다수의 조형적 특징을 공유한다. <런던로열페스티벌발레>(1969)의 투명도 조절과 사진 중첩, <마아더 그레이엄 한국공연>(1974)의 기하학적 타이포그래피는 각각 1970년대와 1980년대 국내 포스터에서도 비슷하게 관찰되는 기법이다. 나아가 요제프 뮐러-브로크만, 아르민 호프만, 얀 치홀트, 카메쿠라 유사쿠의 조형 언어와 유사한 특징이 1970~80년대 한국 포스터에서도 나타난다. 이를 통해 당시 국내 무용 포스터 디자인이 국제적 디자인 흐름 안에 놓여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제작 크레딧의 변화는 디자인이 공연예술 분야에서 독립적 전문 영역으로 자리 잡아 가는 과정을 반영한다. 1960~70년대 초반의 크레딧 부재에서 1978년 ‘디자인(이묘춘)’, 1980년 ‘포스타 디자인(김훈)’, 1989년 ‘녹색문화(편집디자인)’로 이어지는 변화는 개인 미술가에서 전문 디자이너, 나아가 전문 회사로의 이행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연구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 무용 공연 포스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움직임의 시각적 표현 방식이 인쇄 기술의 물질적 조건, 해외 디자인 담론의 유입, 제작 주체의 전문화라는 한국적 맥락 속에서 고유하게 전개됐음을 확인했다. 다만 1960년대 포스터 사례가 3점에 불과하다는 점, 제작자 정보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개별 디자이너의 작업 의도를 직접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 국제적 디자인 언어와의 유사성이 직접적 영향에 의한 것인지 독자적 수렴에 의한 것인지를 규명하지 못했다는 점이 한계로 남는다. 향후 연구에서는 개별 디자이너의 작업 궤적 추적과 당시 유통된 해외 자료 발굴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 1990년대 이후 디지털 전환기의 변화상 고찰, 음악·연극 등 타 공연예술 장르와의 비교 연구를 통해 한국 공연예술 그래픽 디자인의 정체성을 보다 입체적으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

무용 공연 포스터는 움직임이라는 순간예술을 정지된 평면 위에 구현해야 하는 본질적 과제를 안고 있었으며, 이는 디자이너들에게 움직임의 시각화를 탐구하는 실험적 장을 제공했다. 정리라(Chung, 1999)에 따르면 한국의 무용은 1960년대 재현적 신무용에서 1980년대 추상적 현대 무용으로 변모했는데, 움직임의 시각적 표현 역시 신체의 구체적 재현에서 추상적 구조로 이행하는 과정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공연 예술과 시각 디자인이 동시대의 문화적 조건과 미학적 담론을 공유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며, 두 영역을 함께 살펴보는 연구가 필요함을 말해 준다. 이 연구가 한국 그래픽 디자인사의 공백을 메우고, 움직임의 시각화라는 조형적 탐구가 한국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전개됐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Glossary

1) 미래주의를 대표하는 이론가이자 화가, 조각가인 보치오니(Umberto Boccioni, 1882-1916)가 소개한 '조형적 다이너미즘(Plastic Dynamism)'은 보치오니가 레제(Léger)에게 보낸 편지에서 미래파 기법의 새로운 단계를 정의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로, 1913년 8월 라세르바(Lacerba)지에 발표되었다(Ahn, 1996).

2) 이묘춘(1942~1997)은 1965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대구MBC 문화방송국 미술부장으로 근무하며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한 현대미술가로, 제1회 대구현대미술제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J. Kim, 2020).

3) 김훈(1955~2008)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였다. 1979년 세종문화회관 개관기념 디자인을 담당하였으며,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를 역임하였다. 1988 서울올림픽 공식보고서(1989) 아트디렉터, 2002년 한일월드컵 디자인전문위원이었다(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Fine Arts Alumni Association, n.d.).

Notes

Citation: Park, G. (2026). Movement Visualization Strategies in South Korean Dance Performance Posters of the 1960s–1980s. Archives of Design Research, 39(3), 387-402.

Copyright :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educational and non-commercial use,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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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Figure 1
Diagram showing Karl Duncker’s Principles of Induced Motion: Variability, Intensity, Enclosure, and Size

Figure 2

Figure 2
Posters showing concrete bodily depiction and cropping in the 1960s

Figure 3

Figure 3
Posters showing transparency and layering in the 1970s

Figure 4

Figure 4
Posters showing pattern contrast and optical vibration in the 1970s

Figure 5

Figure 5
Posters visualizing movement traces and afterimages through line repetition in the 1970s

Figure 6

Figure 6
Typography-centered composition in an overseas performance poster (1974)

Figure 7

Figure 7
Posters expressing movement independently through typography in the 1980s

Figure 8

Figure 8
Posters visualizing movement through geometric abstraction in the 1980s

Figure 9

Figure 9
Posters emphasizing movement by omitting bodily forms and applying blur in the 1980s

Figure 10

Figure 10
Posters visualizing dynamic energy through expressive brushstroke textures in the 1980s

Figure 11

Figure 11
Posters converting the static plane into dynamic movement space through negative space in the 1980s

Figure 12

Figure 12
Posters forming perspectival movement and spatial depth through scale contrast in the 1980s

Table 1

Chronological Distribution of Dance Posters

시기 무용 공연 포스터 수 공연 단체 디자이너 명시 (미술, 디자인)
1960년대 3점 국립(66.7%) 해외 초청(33.3%) 1건 (아트디렉터 1건-해외)
1970년대 31점 국립(35.4%), 민간(58.1%), 해외 초청(6.5%) 12건 (미술 10건, 디자인 1건)
1980년대 58점 국립(6.9%), 민간(87.9%), 해외 초청(5.2%) 20건 (미술 18건, 포스타 디자인 1건, 편집디자인 1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