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 Analysis of the Fatigue of Koreans Represented in TV Commercials in 2000-2013
This journal was supported by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Grant Funded by the Korean Government(MEST)
이 학술지는 2013년도 정부재원(교육과학기술부)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출판되었음
Background In 2000, it was evident that much of Korean society was suffering from fatigue due to extreme polarization. Individuals were struggling with performance pressure and the modes of fatigue had become more diverse than ever before. This study was conducted to examine the fatigue of Koreans in 2000- 2013 as represented in TV commercials.
Methods For the study, the selected brands were three Korean restorative drinks and medicines: Bacchus, Ursa, and Aronamin, as their TV commercials represent the ordinary lives of Koreans facing daily fatigue. Content analysis was conducted to examine the variables, which were gender, reasons of fatigue, types of fatigue, and methods of relief, for quantitative analysis. Moreover, semiotic analysis of Greimas was used to understand the context of Korean society in depth.
Results Korean society in 21c has more attention to women facing with fatigue than men, and people's perception of fatigue at home are increased than that from work pressure. Mental and psychological fatigue started to receive attention after 2005 compare to physical fatigue. Lately, it is observed that the severance of communication and lack of relief. Contrast to traditional expectation, people started to accept the image of men weak in fatigue.
Conclusion TV commercials show that Korean people need to establish more bonds of sympathy and understanding in such a fatigued society. By capturing the social needs of the audience beyond product benefits, designers could make advertisements resonating with the audience.
초록
연구배경 한국 사회는 IMF 외환위기 이후 급변한 사회, 경제적 시스템 으로 인해 피로감을 경험하고 있다. 2000년대를 사는 개인은 ‘성과주의’ 로 요약되는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과거와 다른 피로감에 놓여있다. 본 연구는 2000-2013 TV광고에 나타난 한국인의 피로감이 광고 컨셉과 표현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에 대한 분석과 연구이다.
연구방법 일상에서의 피로감 표현을 주제로 하는 TV광고로, 동아제약 박카스, 대웅제약 우루사, 일동제약 아로나민 광고들을 선정하고 이에 대해 내용분석과 기호학적 분석을 실시하였다. 내용분석의 변인으로 피로 인물과 원인, 유형, 해소방법을 두었으며, 그레마스(Greimas)의 기호 사각형을 활용한 심층적 의미생성구조를 분석하였다.
연구결과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주목하는 피로 인물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화되었으며, 사회 내 역할(직업적 역할)보다 가정 내 역할로 인한 피로감 인식이 증가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피로 인물은 육체피로보다 정신, 심리적 피로가 혼합된 복합적 피로감을 표출하였으며, 피로 해소를 위한 사적인 인간관계가 줄어들고 개인적 해소나 해소불가의 상황이 표현되기 시작하였다. 남녀에 대한 사회적 기대이미지가 변화되어, 강인한 여성과 유약한 남성에 대한 표현이 증가하였다. 또한, 과거 피로에 대해 도전과 성취를 소구하던 추세에서 이제는 위로와 격려가 필요함을 보여주었다. 나아가 광고들은 제품의 실질적 소비가치보다 이상적, 유희적 소비가치를 추구하고 있었다.
결론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가정 내 역할, 주부로서의 여성 피로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증가하고 있으며, 피로 인물들에 대하여 정서적 친밀감과 소통을 통한 실존적 가치 소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대 변화의 흐름을 파악함으로서 디자이너는 소비자의 심리적 필요를 충족시키고, 미디어 수용자의 태도를 변화시키어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기대이미지를 이끌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Keywords:
TV commercials, Content analysis, Greimas Semiotic Square, 21c Koreans, Fatigue Society, TV광고, 내용분석, 그레마스(Greimas), 21세기 한국, 피로사회1. 서론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경제와 정보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우리 사회 내에서 다양한 측면의 과잉을 일으키고 있다. 남과 다르기 위한 경쟁, 다방향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혁신과 더 나은 미래가치를 위한 질주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Han, 2012)은 후기 자본주의 사회를 ‘피로사회’로 규정하기도 하였다. 그는 21세기의 사회에 대해 ‘긍정성의 과잉으로 인한 질병’이 만연한다고 하였다. 이는 과거 이질적인 것에 대한 차이를 제거하여 자신을 방어했던 ‘면역학적 시대’와 달리, 같은 것이 지나치게 과다해짐으로 인한 ‘소진, 피로, 질식’이 나타나는 ‘신경증적 시대’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는 시스템 자체가 사람들에게 ‘할 수 있음’을 스스로 강요하도록 하는 자기착취형의 ‘성과주의’시대로 표현될 수 있다(Han, 2012).
한국 사회에서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경기침체를 회복하기 위한 구조조정들을 통해 많은 경제, 사회적 변화를 겪어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현재 한국사회도 21세기의 후기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사회로서 유사한 종류의 피로감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2000년 이후 한국사회의 피로감 양상은 TV광고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따라서, TV광고의 시각적 내용분석을 통해, 우리는 어떠한 피로감을 동반하고 있는지, 사람들은 어떠한 의미구조로 사회를 인식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광고는 기업의 경영성과를 위해 끊임없이 차별화를 추구하는 마케팅 수단임과 동시에, 사회적 인식을 관찰할 수 있는 중요한 바탕이다. 광고는 마르크스의 주장과 같이 상품이 된 생산물을 다시 ‘상징’으로 인식시켜 소비자에게 특정 ‘의미’를 전달한다(Williamson, 2007). 여기에서 ‘의미’는 시대와 사회문화가 변화하면서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생산되는 것들로, 광고는 사회적 맥락 안에서 해당 상품을 위한 상징적 의미를 생성한다(Williamson, 2007). 다시 말해, 광고는 마케팅의 차원에서는 생산물을 판매하는 기능을 할 것이나, 사회문화적인 가치로는 ‘사실적 사용가치’를 ‘기호로서의 상징성을 가지는 의미 구조’로 창조해 내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Williamson, 2007).
광고매체로서의 TV는 ‘이미지와 메시지의 가장 광범위한 원천’이라 할 수 있다(Morgan, Signorielli, & Shanahan, 2010). 모건 외 연구자들(Morgan et al., 2010)이 언급하였듯이, TV는 21세기 인터넷의 등장 이후에도 인터넷의 영향력과 공존하고 있는 매체로 인터넷의 성장은 오히려 지배적 미디어로서의 TV를 강화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TV는 사회에 영향을 주는 강력한 미디어로서, 현대사회에 널리 공유되고 있는 의미구조와 가치관의 흐름을 파악하기에 유용한 자원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TV광고의 시각적 내용분석을 통하여, 2000년 이후 한국사회가 내포한 피로사회의 양상과 의미구조를 파악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디자이너는 광고표현의 방식을 통해 사회적 가치에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소비자의 인식변화를 바탕으로 광고를 기획하고 디자인함으로서, 디자이너는 마케팅 차원을 넘어 사회적 인식과 가치관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1.2. 연구 범위 및 방법
IMF 금융위기 이후 변화된 21세기 한국사회의 피로감에 대하여 파악하고자, 연구범위는 2000년부터 현재 2013년까지의 TV광고를 중심으로 하였다. 연구의 대상으로는 이러한 후기자본주의 시대 한국사회의 피로감 표현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광고물로서 제약회사 내의 '피로회복제 TV광고'를 선정하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발표 2012년 의약품산업 분석 보고서(Lim et al., 2012)에 의하면, 매출액 순으로 파악한 국내 주요 의약품 10대 기업은 동아제약, 대웅제약, 녹십자, 유한양행, 한미약품, 제일약품, 종근당, JW중외제약, LG생명과학, 일동제약이었다. 이 중 피로회복과 관련한 브랜드는 28종으로, 지속적인 TV광고를 통해 피로감에 대한 사회상을 반영하는 브랜드로는 동아제약의 ‘박카스’, 대웅제약의 ‘우루사’, 일동제약의 ‘아로나민 골드’ 3종이 파악되었다. 이 세 가지 종류는 제품의 분류와 피로회복 성분, 복용법의 측면에서 상이하다. 분류상 박카스는 타우린 성분을 중심으로 하는 드링크로 의약외품이며, 우루사는 간 기능개선을 위한 일반의약품, 아로나민은 혼합비타민제로서 일반의약품으로 구분된다. 또한 이러한 피로회복제 자체가 실제로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를 제공하는지에 대해 제품과 성분별로 비판과 옹호의견이 존재해 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논박을 떠나, 광고를 통해 공통적으로 표출된 한국사회의 피로감을 분석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연구의 방법으로는 시각이미지를 통한 내용분석과 그레마스(Greimas)의 기호학 분석을 함께 실시하고자 한다. 여기에 적용한 내용분석은 관찰 가능한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시각적 표현들의 상대적 빈도를 일반화하는 과정이다(Bell, 2001). 그러나 그의 주장에 의하면, 내용분석은 미디어가 다루는 주제의 우선순위와 주목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유용한 방법이나, 내용 자체에 대한 충분한 방법론은 아니기에, 데이터를 넘어 심층적으로 의미를 해석하고, 중요성과 효과에 대하여 추론해야 한다(Bell, 2001).
따라서 객관성을 추구하는 내용분석을 통한 데이터에 이어 수행된 기호학적 분석은, 내용분석에서 파악하지 못한 심층적 의미구조의 파악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본 연구의 내용분석을 위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1.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피로 인물들은 누구로 설명되고 있는가.
2.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피로감의 원인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3.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피로감의 유형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
4.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피로감의 해소방법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
또한 기호학적 분석을 위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1. 피로감과 관련하여 남녀 이미지에 대한 사회적 의미구조는 어떠한가.
2. 피로감 해소를 위한 인간관계, 소통에 대한 사회적 의미구조는 어떠한가.
3. 세 종류의 광고들은 피로회복제 광고기획에서 각각 어떠한 종류의 소비가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2. 이론적 고찰
2.1. 21세기 사회의 피로감
‘피로’는 육체적-정신적 노동이 생체에 지나친 부담을 주었을 때 일어나는 것으로, 행동체력과 방위체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무력감이나 지친 느낌으로 간단히 정의될 수 있다(Chi, 2004). 이러한 피로는 21세기 정보와 지식이 중심이 되는 사회, 소비중심의 후기자본주의 시대가 되면서, 근대 생산중심의 산업자본주의 시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생산중심의 시대에서의 피로감은, 산업발전과 대량생산으로부터 야기되는 직업적, 육체적 피로가 중심이 되어 왔다. 1차 2차 산업에 대한 피로감 관련 선행연구들은 업종별 특성과 업무 조건이 육체적 피로를 심화시켜 왔음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육체적 피로가 수행능력, 직무몰입의 저하 등을 일으킨다고 언급한다.
그러나 21세기 현대사회는 지식자본 중심, 소비중심의 사회로 변화하여, 지식근로자들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빠르게 변화되는 지식자본을 습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실행해야 하는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Drucker, 2009). 나아가 업무과중과 복잡한 조직 내 역할 갈등을 대면해야 하는 것으로 인한 정신적, 심리적 피로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된 것이다(Cha et al., 2008).
한병철(Han, 2012)에 의하면, 21세기의 피로감은 20세기의 상태와 뚜렷하게 다른 차원의 피로감이다. 그는 지난 20세기를 자신과 타자의 경계가 뚜렷하여 낯선 것에 대해 맹목적 공격과 방어를 일삼던 면역학적 시대로 규정한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세계는 이질성과 타자성이 소멸되고, 같은 것이 과잉되는 사회, 신경증적인 사회로 변화되고 있다(Han, 2012). 이는 “과잉 생산, 과잉 가동, 과잉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한 긍정성의 폭력”이며, 같은 것의 과다에 따른 소진, 피로, 질식의 시대라는 것이다. ‘해서는 안 된다’는 부정성의 ‘규율사회’가 ‘성과사회’로 변화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압박을 부여하고 있다(Han, 2012). 이러한 성과 극대화를 위한 개인의 자기착취는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며, 극단적 피로와 탈진을 만연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피로감은 사람들에게 정신적 이완을 가능케 하는 심심함, 사색, 멈추어 생각하는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든다(Han, 2012). 그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을 추구하는 피로가 탈진의 피로라고 한다면, ‘무언가를 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의 피로를 무위의 피로라고 규정하면서, 21세기의 피로사회를 ‘치유적 피로’로 언급한다.
2.2. 21세기 한국의 사회변화와 피로
한국은 서구의 산업자본주의 변화를 급격히 겪었을 뿐 아니라 1997년의 IMF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개혁과 세계화의 흐름도 단기간에 경험하고 있다(Shin, 2013). 우선, 정수남(Chung, 2010)의 연구에 의하면, 2000년대의 한국사회는 개인주의적인 스펙사회로 공포와 피로감이 일상이 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신자유주의적 경제시스템으로 세계화를 지향하였으나, 사회양극화, 중산층의 감소를 낳았으며(Min, 2010; Shin, 2013), 하강이동의 공포, 상승 불가능에 대한 체념 등으로 이 시대의 ‘일상성’은 공포스럽고 불안한 양상을 보인다(Chung, 2010).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 2000년대를 살아가는 개인에 대한 국가적 보호는 감소하는 측면을 보였다. 다시 말해 개인이 생존을 위해 자기관리와 개발, 자기보호를 감당하여 국가적 위험까지도 개인이 감수해야 하는 ‘신자유주의적 자유’의 사회구조가 된 것이다(Chung, 2010). 따라서 사람들은 최대한 안정적인 삶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경쟁, 기회선점을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자기 계발, 재테크 서적의 증가, 조기유학의 열풍, 공무원과 대기업 선호 등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드러낸다. 이러한 양상으로 보건대 한국 사회는 IMF 외환위기 이후 치열한 개인주의의 ‘스펙사회’로 변화되었으며, 이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정신적 피로감을 일으켜 2000년도 이후의 한국 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피로감의 변화는 공적 영역 뿐 아니라, 사적 영역인, 가정 내의 남녀 역할에서도 발견된다. 2005년을 기점으로 과거 사회적으로 중요시되지 않았던 가사노동에 대한 인식의 재평가가 시작되었다(Saenuri, 2005). 당시 오화영(Oh, 2005)은 이 시대의 주부역할이 여전히 성별분업의 원리 하에 진행되고 있으며, 가사노동 자체가 전통적 집안일을 넘어서 세분화되고 비대해졌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여성이 감당해야 할 주부로서의 역할은 ‘슈퍼 우먼급’으로, 사회는 주부에게 가정의 경영과 소비생활을 둘러싼 수많은 난제들을 해결하는 ‘프로주부’를 요구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는 소비중심의 후기자본주의 사회로서의 21세기가 도래하면서, 가정 영역에서 주부의 육체적, 정신적인 과로가 주목받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의 주부의 역할은 생산중심의 근대공업자본주의 시대에서 요구된 전통적 가사노동의 역할과 그 성격과 규모가 다르며, 따라서 변화되고 재편된 후기자본주의시대의 가사노동으로 인한 피로감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변화가 야기한 문제임을 파악할 수 있다.
또 다른 2000년대의 특징은 정보기술이 급격히 발전함으로 인해 문화적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는 시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사이버 공간 내에서 정보가 전 지구적으로 공유되고 있으며, 각종 블로그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자기표출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개성과 자유가 강조되는 만큼, 이로 인한 정신적, 심리적 피로감은 증가하고 있다. 터클(Tukle, 2008)은 ‘Always-On/Always-On-you: The Tethered Self’라고 표현하여 정보화 시대가 개인의 심리적 피로감을 증가시킴을 주장하였으며, 김경달, 김현주, 배영(Kim, Kim, & Bae, 2013)는 SNS로 인한 정보과부하(Information overload), 프라이버시 문제(Privacy),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타인의 시선과 관련한 평판인식(Reputation recognition)이 피로감을 발생시킨다고 주장하였다. 김병선(Kim, 2013)은 소셜미디어가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의 소외를 야기하여 소통을 방해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렇듯 미디어의 발전으로 개인은 소통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지만, 정신적, 심리적 피로감과 진정한 소통의 부재를 야기하기도 한다. 요약하자면, 2000년대 이후의 한국은 IMF 외환위기를 통한 급격한 경제, 사회적 변화와 미디어의 확장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정신적, 심리적 피로감의 증대가 사회의 문제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3. 그레마스 기호사각형을 통한 사회적 의미구조 파악
본 연구에서는 광고의 내용분석을 심화하고, 광고에 내재된 사회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그레마스(Greimas)의 기호사각형을 활용하고자 한다. 그레마스의 기호사각형은 담화 내용의 심층구조를 이해하여 개념이나 가치체계를 분절할 수 있도록 하며(Park, 2003), ‘사회적 함의’를 파악할 수 있도록(Kwon & Choi, 2012) 하기 때문이다.
그레마스의 기호사각형은 프라하 학파의 음운이론과 레비스트로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완성된 모델이다. 이는 차이를 바탕으로 의미가 생성, 파악된다는 구조주의의 입장을 기반으로 하는 ‘의미의 기본구조’를 가지고 만들어졌다(Park, 2003).
박인철(2003)은 그레마스의 기호사각형은 정태적, 계열적 관계를 설명하는 형태 부문과, 통합체적, 동적 관계를 설명하는 통사 부문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하였다. 사각형의 형태는 담화 내용 안에서 서로 반대되는 이원적인 의소가 공통의 의미축 위에서 구조를 형성하고, 각각에 대한 모순관계가 다시 하위 반대관계를 형성함으로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형태에 기반을 둔 기호사각형이 가지는 다양한 의미는 분절된 관계 자체 뿐 아니라, 요소가 변형되는 과정을 통해 동적으로 파악되기도 한다. 이는 S1이 부정의 조작을 통해 모순관계인 -S1으로 이동하고, -S1을 긍정함으로서 S2로 이동하게 되어, S1이 S2로 도달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S2 또한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부정을 거쳐 -S2로, 다시 긍정을 거쳐 S1으로 이동하는 것이다(Park, 2003).
3. 피로감 표현에 대한 내용 분석
TV광고에서 표현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피로감에 대한 시각적 내용 분석을 실시하고자 한국광고협회 광고정보센터 (Advertising Information Center) 데이터베이스와 각 브랜드의 홍보사이트를 활용하였다. 2000-2013년의 동아제약 박카스, 대웅제약 우루사, 일동제약 아로나민의 TV광고는 각각 59편, 29편, 24편으로 파악되었으며, 이들 중, 피로감의 표현과 관련되지 않아 변인에 대한 해석이 불분명한 광고들이나 중복으로 간주되는 것들을 제외하였다. 최종적으로 본 연구를 위한 광고물로서 각 46편, 20편, 21편 총 87편이 분석의 대상으로 파악되었다.
3.1. 변인
연구문제의 파악을 위한 내용분석의 변인은 네 가지로, 피로자의 성별, 피로감의 원인, 피로 유형, 피로감의 해소방식이다.
광고 내 피로 인물로 묘사된 등장인물은 남성, 여성으로 성별의 분류를 하였다.
광고 내 피로의 원인은 피로 인물의 역할에 의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따라서 이는 직업과 관련한 ‘사회 내 역할’과, 부모, 부부, 주부로 감당하는 ‘가정 내 역할’로 구분하였다. 그 외 역할이 유추되지 못하는 경우, 기타로 구분하였다.
광고 내 피로감의 시각표현은 육체적 피로감, 정신적·심리적 피로감, 그리고 복합적 피로감으로 구분하였다. 육체와 정신, 심리는 상호작용할 수 있으나, 광고의 시각적 표현을 기준으로 구분하였다. 육체적 피로감 표현으로는 땀, 힘을 쓰는 얼굴, 쓰러짐, 장기적 직무 상태로 인한 졸음, 잠 등의 육체적 반응을 보았으며, 정신적·심리적 피로 표현으로는 정신노동으로 인한 압박, 스트레스, 무기력, 어려운 관계로 인한 눈치, 억지 표정, 민망하거나 창피한 표정 등을 정신적·심리적 피로 행동 표현으로 파악하였다.
광고 내 피로감 해소방법 분류는 사적이고 친밀한 관계에서 해소되는 경우, 직장 내 공적인 관계에서 해소되는 경우, 스스로 해소하는 경우와, 피로감이 해소 되지 못한 고립된 상황으로 나누었다. 기타는 해소의 방법이 내러티브 내에 있지 않고 제품소개에 의해 형성되는 경우를 분류하였다.
3.2. 분석 및 결과
피로회복제 3종에 대하여 시대별 TV광고의 내용분석을 실시하였다.
정의된 네 가지의 변인이 시대에 따라 변화되는 추이를 관찰하고자 2000년부터 현재까지를 2000년대 초반 (2000-2004년), 2000년대 후반 (2005-2009년), 2010년대 초반 (2010-2013년) 세 시기로 구분하였다.
기업 간 피로감 표현의 주제흐름을 살펴보자면, '도시 내 일상'을 주제로 다룬다는 전체적 맥락에서는 유사한 방향성을 보였다. 표현방법에서도, 과거에는 힘과 에너지, 활력이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방향을 보이다가, 점차 유머와 감동을 통해 정서적 소구를 지향한다는 점 또한 유사하였다. 그러나 세 브랜드의 광고제작사는 중복되지 않았으며, 각 브랜드는 독자적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 구축을 위해 제품 특성과 선별된 소비자 감성에 기반을 둔 주제들로 차별화해 나가는 흐름을 가지고 있었다.
분석을 위해 파악한 전체 광고의 이미지 흐름은 다음과 같다. 전체 광고들은 대표 이미지와 함께 네 가지의 변인 (피로자의 성별, 피로감의 원인, 피로유형, 해소방법)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각각 코딩되었다. 이후 변인이 드러나지 않는 광고를 제외한 총 87편이 최종 조사 대상이 되었다.
변인 1과 2에 대한 내용분석을 실시한 결과 다음과 같은 시대별 변화양상이 분석되었다. 한 편의 광고 내 다양하게 표현된 변인에 대해서는 중복 응답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사회적 역할로서의 피로감이 86.4%를 차지했던 2000년대 초반에 비해 2010년에 들어와서는 가정 내 역할에서의 피로감이 3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이 증가의 원인은 여성이 주부, 어머니로서 가정에서 받는 피로감에 대한 광고 표현이 급격히 증가하였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남녀 성별을 기준으로 변화를 구체적으로 관찰하자면, 2000년대 초반까지는 남성의 피로감 표현이 77%이상을 보이나, 2000년대 후반에 광고편수의 증가와 함께 여성의 피로감 표현이 50%를 차지할 만큼 증가하였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여성이 사회적 역할을 감당할 때의 피로감 표현(31%)이 가정 내에서의 피로감표현(19%)보다 다소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2010년대 초반으로 오면서 역전되었는데, 여성이 사회적 역할로서 받는 피로감(13.6%)보다 가정 내의 역할에서 오는 피로감(22.7%)이 1.6배 더 많이 표현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사회적 역할에서 오는 피로감만을 주목하던 시대에서 변화되어 가정 내 부모로서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특히 가정 내 어머니, 주부로서 여성이 가지는 피로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됨을 나타낸다.
피로감의 유형은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아래와 같은 양상을 나타내었다.
2000년대 초반 피로감의 유형은 64% 이상이 육체적 피로감에 대한 표현이었다. 이는 2000년대 후반에 정신적·심리적 피로감 표현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29.7%) 육체적 피로감의 표현은 감소하는(46%) 양상을 보였다.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피로감은 좀 더 복합적으로 변화하였으며 (36.7%), 육체적 피로감의 표현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사실상 피로회복제는 육체피로에 대한 해소가 제품의 실질적 혜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지식자본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서 창조성과 혁신 등을 포함한 정신적 노동을 더욱 필요로 한다. 또한 온오프라인 상에서 개인이 가지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다변화 되어 심리적 피로가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광고 내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육체적 피로감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당면하는 정신적, 심리적 피로감을 표현하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다양한 피로감을 복합적으로 느끼고 있음이 분석되었다.
피로감의 해소 방식은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아래와 같은 양상을 나타내었다.
피로감 해소의 변화 분석은 피로감 원인에 대한 분석과 관련하여 파악할 수 있다. 사회적 역할(직장 내 역할)이 86.4%로 대부분을 차지했던 2000년대 초반의 피로감은 가족을 포함한 사적 관계 안에서(59.1%) 해소됨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시대가 지남에 따라 피로감 해소의 방향이 다변화되어, 피로감의 원인인 직장 내 공적 관계 안에서도 피로감 해소가 가능한 것이 파악되었다. 이는 개인이 피로로 유약해지는 모습에 대해서 사회적으로도 이해와 공감대가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가정 내의 역할로 인한 피로감이 상대적으로 주목받는 양상에서도 입증되듯, 가정 내에서 피로감의 해소표현은 감소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실제로 가정 내에서의 조화와 소통에 문제가 증가함으로 파악할 수도 있겠지만, 시대적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피로감에 대한 해소 방법이 가정에만 국한되지 않음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피로해소의 다른 방법으로, 200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서 독립적 해소의 방법이 증가했음(22.5%)이 파악되었다. 이는 피로 해소를 인간관계 내에서 소통하고 완화하는 방법보다 몰입하거나 혼자 상상 속으로 탈출하는 독자적 방식에 대한 표현이었다. 나아가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피로감은 어떤 방식으로도 해소되지 못한 상태로 표현되는 경우가 급격히 등장(15.8%)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광고에서는 모든 이들에게 피로감이 피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일상이 되었음을 자조적으로 암시하는 내용들이거나, 심지어 특정 이들에게는 해소를 위한 소통이나, 탈출을 위한 방법이 현실적으로 단절되어 왔었음을 폭로하고 있다.
4. 피로감 표현의 기호학적 의미 분석
정량적 내용분석을 통해 살펴본 2000년대 이후의 한국사회의 변화양상 속에 내재된 피로인물들의 이미지 소통에 대한 사회적 의미구조를 알아보고자, 그레마스(Greimas)의 기호 사각형을 통한 의미 분석을 실시하였다.
4.1. 시대흐름에 따른 여성 이미지의 의미생성구조
시대가 지남에 따라 여성이 주부나 어머니로서 겪는 ‘가정 내 피로감’이 증가하는 것이 광고 내에서 발견되었다. 이러한 흐름을 기호학적으로 살펴보면, 여성의 이미지와 사회적 인식도 달라지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의 경우, 아직 여성은 광고에서 아름답고 상냥한, 의존적 모습을 보이며, 힘들거나 지친 모습도 아름답게 표현되고 있었다(의미소: 미, 의존적). 그러나 2010년대 초반이 되면서 이러한 여성에 대한 고정적 이미지가 변화함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다움을 유지해야 할 아내는 사실상 육아와 살림으로 미가 소멸되고, 거칠고 강한 이미지, 남성적 모습이 함의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의미소: 추, 독립적). 그러나 여성의 이러한 지친 모습은 가정을 위한 헌신적 역할로 이해받게 되며, 이 또한 아름다운 여성 이미지가 함의된 것으로 해석되는 순환괴정을 거친다.
따라서 광고를 통해 파악한 2000년대 이후의 한국 사회는 현실의 피로함과 모순되도록 항상 아름답고 의존적인 모습을 요구받던 여성이 2010년대에 점차로 이러한 모순적 사회인식을 벗고, 현실 그대로의 모습과 가치를 드러내며 인정받기 시작함을 보여준다.
4.2. 시대흐름에 따른 남성 이미지의 의미생성구조
시대가 지남에 따라 광고 내에 반영되는 남성의 피로감 표현 또한 변화되고 있었다. 이로 인해 남성에게 기대하는 이미지와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파악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의 경우, 남성은 직장과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성공하여 보람을 느끼는 자신감 있는 모습을 전제로 한다(의미소: 성취).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는 힘들고 피로한 현실에 대해 무력하도록 지치거나, 회피를 시작하며(의미소: 성취욕의 부재, 회피),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피로감이나 현실을 이기지 못하고 실패, 좌절하는 이미지로 등장한다(의미소: 실패, 좌절). 이렇게 위로와 이해, 공감이 필요한 남성은, 좌절을 넘어 피로한 사회현실을 그대로 관조하는 수용적 자세를 보인다(의미소: 수용).
따라서 광고를 통해 파악한 2000년대 이후의 한국 사회는 성취욕이 강한 직장인과 자신감 있는 아버지, 남편을 기대해 오다가, 현실적 한계들로 인해 실패하고 자신감을 잃게 되는 남성에 대해 사회적 위로와 공감, 격려가 필요함을 충분히 제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공적, 사적 책임감으로 인해 회피와 좌절이 용납되지 않아 피로 해소와 소통이 부재함을 보여주는 광고는, 현재 여전히 성공과 성취라는 기대이미지를 받고 있는 남성에 정서적 지지와 격려가 필요한 시대임을 반영한다.
4.3. 피로 해소를 위한 소통관계의 사회적 의미생성구조
시대가 지남에 따라 광고 내에서 표현되는 소통의 방식은 다양하게 변화되고 있었다. 이러한 피로감 해소의 방식은 사회가 피로를 용납하는 방식이자, 사람들이 기대하는 관계의 이미지이다. 2000년대의 경우, 광고는 사람들이 사적, 공적 관계 안에서 피로감에 대해 위로받고 소통함을 표현하고 있다(의미소: 관계적 해소). 그러나 이러한 인간관계가 줄어들고, 개인이 피로감을 독립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찾게 되었다(의미소: 독립적 해소). 그러나 이러한 피로감 해소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미루어진 상태가 2010년대 이후의 광고 텍스트에서 발견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광고를 통해 파악한 2000년대 이후의 한국 사회는 관계와 소통이 단절되고 점차 고립되고, 개인화됨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광고를 통해 특히 가정 내에서의 친밀한 이해와 위로가 증가해야 함을 소구하는 것이라 분석할 수 있다.
4.4. 소비가치 체계가 내포하는 의미구조
기호학자 장-마리 플로슈(Jean-Marie Floch)는 소비의 가치 체계를 그레마스의 기호사각형을 통해 정립한 바 있다(Park, 2003). 이를 본 연구의 피로회복제 광고의 맥락으로 해석하여 적용하자면 다음과 같이 나타날 수 있다.
박카스, 우루사, 아로나민의 TV광고들은 각 상품 소구를 위해 다양한 소비가치를 표출하고 있었다. 3종의 피로회복제 광고의 소비 체계를 그레마스의 기호사각형으로 분석한 결과, 위와 같은 네 가지의 유형으로 구분되었다. 실리적 가치, 효용가치를 추구하는 광고 유형에서는 육체 피로 해소의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성분과 효능을 강조하였으며, 실존적 가치, 기저가치를 추구하는 광고 유형에서는 피로감을 넘어 마음의 위로와 공감을 통한 정신적, 심리적 해소를 강조하였다. 실용적 가치와 모순되는 유희적 가치를 추구하는 광고에서는 젊음, 안티에이징 등과 같은 다소 비실리적 메시지, 유희적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반면 이상적 가치와 모순되는 비판적 가치를 추구하는 광고에서는 바쁜 일상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피로를 관리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광고가 전개되었다.
3종의 피로회복제 광고에서는 이러한 네 가지의 유형이 다른 흐름으로 분포되어 있었다. 통사적 관점으로 파악해 보자면, 박카스 광고의 경우, 실용적-유희적-이상적 소비가치를 추구하는 흐름이며, 우루사의 경우 실용적-비판적-이상적-유희적-이상적 소비가치가 등장하는 흐름이다. 아로나민의 경우, 실용적-이상적-유희적 소비가치 부여를 추구하는 광고의 흐름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5. 종합: 피로감 분석 결과와 한국 사회에 대한 해석
대표적으로 현대사회의 피로감을 표현하고 있는 피로회복제 3종의 TV광고를 통해 2000년대 이후 한국의 피로사회에 대하여 연구한 결과 다음을 도출하였다.
첫째로, 피로 인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초점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둘째로, 피로감의 원인의 초점은 남녀 모두 사회 내 역할(직업적 역할)에서 점차 가정 내 역할(부모, 부부 역할)로 변화되었다. 이는 사회적 역할에서의 피로감이 감소되었다기보다, 가정 내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전체적 변화양상으로 파악하자면, 남성 직장인의 피로감에 대해 주목하던 한국사회가 이제 주부, 어머니로서의 여성이 가지는 피로감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함을 볼 수 있다. 전업주부는 실제적으로 워킹맘보다 자녀양육에 대한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Lim, 2013). 이는 사회에 진출한 여성에 대해서는 가사와 양육을 분담할 수 있으나, 전업주부는 양육 부담을 분담할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Lim, 2013).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를 사회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시작된 것은 2005년부터이나(Saenuri, 2005), 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배려는 2010년 이후가 되어 부각되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로, 피로감의 유형은 육체적 피로감에서 점차 정신·심리적 피로감을 동반하는 혼합적 피로감으로 확대 증가한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20세기의 산업자본주의가 점차 정보기술의 발달, 지식근로자의 증가, 다변화되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상징되는 21세기의 후기산업사회로 변화됨을 반영한다.
넷째로, 피로감 해소를 위한 돈독한 사적, 공적 인간관계는 과거에 비해 축소되어, 사람들은 점차 개인화되고, 이해와 소통의 단절이 증가되는 양상이 파악되었다. 필립스(Philips)에서 23개국 성인 남녀 3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0 건강과 웰빙(Wellbeing)에 대한 인덱스’ 조사(Hartley, 2010)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사적 관계(Personal relationship), 특히 가족, 친구간의 관계가 웰빙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는 사회이다. 이러한 특성에 비추어 볼 때, 한국 사회에서의 사적인 유대감은 경제적 원인이나 건강보다 행복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친구 및 가족관계 내 만족도 측면에서 한국은 62%의 만족을 보여, 전체 23개국 평균인 70%에 비해 이러한 사적 친밀감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는 광고에서도 소통의 부재로 인한 피로해소의 지연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기호학적 의미 분석을 통해 도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사회 변화의 심층구조에는 한국 사회 내에서 남녀에 대한 기대이미지가 변화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여성은 의존적이고 남성은 성공 지향적이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여성의 독립적이고, 남성의 유약한 모습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둘째로, 기호학자 장-마리 플로슈(Jean-Marie Floch)의 소비가치 체계를 기반으로 세 개 브랜드의 광고가 설득하는 흐름을 파악한 결과, 광고의 소비가치 유형의 흐름은 실제적, 경제적 가치 소구에서 이상적, 유희적 가치소구로 변하는 공통된 방향성을 보였다. 이는 현대인의 피로를 위해 실리적 가치로서 육체피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사랑, 위로, 공감으로 실존적 가치를 소구하는 것이 시대적으로 더 필요함을 말해준다.
6.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2000년대 이후 TV광고에 나타난 한국사회의 피로감에 대해 시각적 표현을 기반으로 정량, 정성적 분석과정을 거쳐, TV광고가 사회에 어떠한 메시지와 가치를 전달하는지 파악하고자 하였다. 광고는 제품의 마케팅 목적에 그 제작의도가 있으나, 소비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브랜드 인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광고 제작의 기획과 컨셉 설정의 단계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측면을 반영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어떠한 감성적 필요가 있는지, 또한 사회적으로 촉구해야 할 가치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시청자와의 공감대 형성 측면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필요한 의미와 가치관을 선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2000-2013년 제작, 방송된 동아제약 박카스 46편, 대웅제약 우루사 20편, 일동제약 아로나민 21편 총 87편의 TV광고 시리즈물에 대해 시각 이미지의 내용분석과 기호학적 분석을 실시한 결과, 한국 사회에서 변화되고 있는 남성, 여성의 기대이미지와 이들에게 부족한 사회적 인식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제품이 주는 육체적 피로해소를 넘어, 소비자의 심리적, 정신적 피로감을 광고 컨셉에 추가하여 제품의 소비가치를 다변화함을 볼 수 있었다. 제품은 실용적 가치를 넘어 이상적 가치를 제공함으로서, ‘피로회복’이라는 주제를 다룸에 있어서 개인화가 심화되는 21세기에 ‘소통과 친밀감’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가정적으로 필요함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 변화의 흐름을 파악함으로서 디자이너는 향후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광고의 기획단계에 충분히 인지하고 반영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광고를 통해 디자이너는 마케팅 차원에서의 효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소비자의 심리적 필요를 충족시키고, 미디어 수용자의 태도를 변화시키어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기대이미지를 이끌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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