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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xible Identity System Based on Public Participation
: The BMW Guggenheim Lab
대중 참여에 기초한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
: 베엠베 구겐하임 랩
  • Sung Min Choi : Visual & Industrial Design Department, University of Seoul, Seoul, Korea
  • Sulki Choi : Visual Dialog Faculty, Kaywon School of Art & Design, Euiwang, Korea

Background The BMW Guggenheim Lab is a sourceorative project by the Solomon R. Guggenheim Museum and Foundation, New York, and the BMW Corporation, Munich. As the Lab travels around the world, the goal of the project is to inspire forward-looking ideas and designs about urban life. We were asked to design the Lab's graphic identity system, which was required to be an innovative yet accessible visual language, as well as a system that would consistently represent the spirit of the Lab while allowing open-ended variations. This study describes how the challenge was met by the conception of a flexible identity system based on public participation, and how the concept was realized as a workable design.

Methods This paper adopts a descriptive method to explain the process by which we approached the problem of creating a graphic identity for the BMW Guggenheim Lab. It presents basic facts of the assignment, how we analyzed the "brief" and identified the central problems that it implied. Then it critically discusses what has been called "the flexible identity system" and the model of "participatory design," in order to introduce how we conceptually combined the two existing approaches. Then a detailed discussion follows of the decisions we made in developing the concept of a flexible identity system based on public participation into a fully functional design solution. Finally, it presents some examples of the final design.

Results It became clear that the participation-encouraging LAB logo system we had designed had a certain impact not only within design communities but also among the general public. People actively reacted to the system, leaving invaluable comments about the idea of the BMW Guggenheim Lab. Rather than merely a one-way communication device, the identity system in effect worked as a feedback mechanism for the organizers of the project.

Conclusion Both the flexible identity system and participatory design are established design methods. The case of the BMW Guggenheim Lab is significant in that it combined the two approaches into a practical design solution. This study suggests there are broader implications in the integration of the approaches, which may go beyond the particular case under discussion.

Abstract, Translated

배경 베엠베 구겐하임 랩은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과 독일 베엠베 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문화 사업으로서, 세계 여러 도시를 오가며 도시 생활에 관련된 진보적 개념과 디자인을 고취하고 토론하는 일에 목적을 둔다. 베엠베 구겐하임 랩의 그래픽 아이덴티티 디자인은 사업의 혁신성과 대중적 소통 가능성을 조화하고, 사업의 독특한 정신을 일관성 있게 표상하면서도 프로젝트의 특징인 유동성과 개방성을 반영하는 디자인 시스템을 요구했다. 본 논문은 그에 대한 해결안으로서 연구진이 대중 참여에 기초한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어떻게 구상하고 개발했는지, 그로부터 어떤 결과가 도출되었는지 서술한다.

방법 본 연구는 베엠베 구겐하임 랩의 그래픽 아이덴티티 창안이라는 문제에 연구진이 접근한 과정을 차례로 기술하는 방법을 취한다. 먼저, 논문은 과제와 연관된 기본 사실을 밝히고, 연구진이 과제 설명을 어떻게 분석했으며 그에 내포된 문제를 어떻게 밝혔는지 서술한다. 다음으로,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과 ‘참여적 디자인’이라는 두 기존 접근법을 비평적으로 논함으로써 연구진이 그 두 방법론을 어떻게 결합했는지 밝힌다. 이어서, 대중 참여에 기초한 가변적 아이덴티티 개념이 실용적 디자인 해결안으로 발전한 과정을 서술한다. 마지막으로, 최종 디자인 사례 일부를 소개하고 결과를 평가한다.

결과 연구진이 개발한 참여형 랩 로고 시스템은 디자인 전문가 집단을 넘어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일정한 파급효과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랩 아이덴티티 시스템에 참여했고, 그럼으로써 베엠베 구겐하임 랩의 개념에 관해 귀한 의견을 표출해 주었다. 그 결과, 랩의 아이덴티티 시스템은 일방적 소통 도구가 아니라 프로젝트 자체를 기획하는 일에 피드백을 제공하는 기제로 작용했다.

결론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과 참여적 디자인은 모두 일정하게 정립된 디자인 방법이다. 베엠베 구겐하임 랩의 아이덴티티 시스템은 두 방법론을 개념적으로 결합했으며, 실제로 개발해 적용했다는 사실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본 연구는 그러한 결합에 연구가 다루는 구체적 사례를 넘어 더욱 일반적인 의미가 함축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Keywords:
flexible identity system, public participation, interactive identity system, dynamic typography,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 대중 참여, 인터랙티브 아이덴티티 시스템, 동적 타이포 그래피.
pISSN: 1226-8046
eISSN: 2288-2987
Publisher: Korean Society of Design Science
Received: 21 Mar, 2013
Revised: 04 Aug, 2013
Accepted: 04 Aug, 2013
Printed: May, 2013
Volume: 26 Issue: 2
Page: 321 ~ 341
DOI: https://doi.org/10.15187/adr.2013.05.26.2.321
Corresponding Author: Sung Min Choi (sungmincho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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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ation : Choi, S., & Choi, S. (2013). Flexible Identity System Based on Public Participation: The BMW Guggenheim Lab. Archives of Design Research, 26(2), 321-341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educational and non-commercial use,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1. 연구의 목적과 배경
1.1. 연구 목적

본 사례연구는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 and Foundation)과 독일 베엠베(BMW, Bayerische Motoren Werke AG)가 합작하여 진행 중인 '베엠베 구겐하임 랩(BMW Guggenheim Lab)' 사업의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대중 참여에 기초한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 디자인 측면에서 분석한다.

본 연구는 베엠베 구겐하임 랩 아이덴티티 시스템의 디자인 배경과 과제를 소개하고, 그 해결안으로 연구진이 내놓은 디자인 개념과 제안, 개발 과정을 상술한 다음, 디자인 결과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간략히 덧붙임으로써 대중 참여에 기초한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 디자인의 가능성을 검증하려 한다.

1.2. 연구 배경

베엠베 구겐하임 랩은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구겐하임 미술관과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자동차 제조업체 베엠베가 협력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이다. 이름에서 풍기는 인상과 달리, 랩은 독립적, 영구적 법인체가 아니라 오히려 한시적 문화 사업에 가깝다.

베엠베 구겐하임 랩은 “도시 생활을 위한 진취적 생각과 디자인을 고취”(BMW Guggenheim Lab, 2010)한다는 목표에 따라, 세계 곳곳을 옮겨 다니며 해당 도시에 고유한 문제를 연구하고 논의하는 이동식 연구소이자 누구에게나 열린 공론장으로 마련되었다. 전체 사업 기간은 6년이고, 이는 3개 활동 사이클(cycle)로 나뉘며, 각 사이클은 3개 도시를 포괄한다. 즉, 6년 동안 총 9개 도시에 랩이 세워지고, 도시별 랩은 약 2개월에 걸쳐 활동을 벌이며 각종 연구와 디자인 프로젝트, 전시회, 워크숍, 강연회, 토론회 등 공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2011년 8월 3일 뉴욕에서 시작된 1차 사이클은 독일 베를린(2012년 6월 15일~7월 29일)과 인디아 뭄바이(2012년 12월 9일~2013년 1월 20일)를 거치며 주요 프로그램을 마무리한 상태이다.

베엠베 구겐하임 랩의 전체 기획은 구겐하임 미술관 큐레이터 마리아 니카노르(Maria Nicanor)와 다비트 반 데르 레이르(David van der Leer)가 담당했고, 세부 프로그램은 각 4인조로 구성된 도시별 연구팀이 기획해 진행했다. 학제적 성격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랩의 정신에 따라, 연구팀은 도시계획, 건축, 미술, 디자인, 과학, 공학, 교육학, 환경 등 여러 분야와 지역을 망라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다. 1차 사이클의 이동식 건축물 디자인은 일본의 아틀리에 바우와우(Atelier Bow-Wow)가 담당했다.

베엠베 구겐하임 랩 1차 사이클 주제는 '편안함에 맞서기(Confronting Comfort)'였다. 구체적 목표는 개인과 집단이 도시에서 경험하거나 경험할 수 있는 편안함의 개념을 탐구하고, 시급한 환경 문제와 사회적 책임 의식을 환기하는 데에 있었다.

베엠베 구겐하임 랩의 아이덴티티 디자인은 2010년 7월 28일 리처드 암스트롱(Richard Armstrong) 구겐하임 미술관 관장이 연구진에게 보낸 초대장을 통해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같은 해 8월 21일 베네치아에서 1차 디자인 제안 검토회가 열렸고, 9월 29일 뉴욕에서 열린 2차 디자인 제안 검토회에서 디자인 기본 방향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2011년 5월, 완성된 아이덴티티 시스템이 일반에 공개되었다.

2. 과제 분석

연구진은 베엠베 구겐하임 랩 1차 사이클의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포함한 그래픽 디자인 전반을 책임졌고, 웹사이트를 제외한 거의 모든 매체의 디자인을 세부적으로 개발했다. 본 사례연구의 초점을 이루는 아이덴티티 시스템과 관련해, 랩 운영진이 제시한 요구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베엠베 구겐하임 랩은 나이나 학식, 디자인에 관한 지식 여부를 불문하고 전 세계의 다양한 청중에게 호소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따라서 랩의 시각 언어는 철저히 새롭고 흥미로우면서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 각 사이클은 고유한 연구 주제와 질문을 다룰 것이며, 사이클마다 담당 그래픽 디자이너는 달라질 것이다. 베엠베 구겐하임 랩의 전체적인 시각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사이클별 주제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가할 수 있는 로고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베엠베(BMW)'와 '구겐하임(Guggenheim)'의 타이포그래피는 같은 형태를 유지하되, '랩(Lab)'의 타이포그래피는 사이클별 그래픽 디자이너가 해당 주제에 맞추어 다른 형태로 디자인하는 시스템도 가능할 것이다.(Nicanor, 2010)

여느 디자인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위 과제 설명에도 언뜻 보기에 상충하는 요구들이 내포되어 있었다. 첫째, 과제는 "랩의 전체적인 시각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활동 사이클에 따라 변화를 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요구했다. 둘째, 랩의 아이덴티티는 “철저히 새롭고 흥미로우”면서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태를 띠어야 했다. 이처럼 상충하는 요구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일성 VS 가변성

     혁신성 VS 대중성

결국, 연구진의 임무는 각 항 사이의 'VS'를 '&'로 전환하는 일이었다.

3. 디자인 개념

연구진은 상충하는 요소를 내포한 과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에서, 두 가지 디자인 방법을 참고했다. '통일성 VS 고유성'은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통해, '혁신성 VS 대중성'은 참여적 디자인을 통해 접근하자는 전략이었다. 궁극적 목표는 두 방법을 통합함으로써 대중 참여에 기초한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세우는 데에 있었다.

3.1.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

본 사례연구에서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flexible identity system)은 그래픽 아이덴티티를 이루는 주요 구성 요소의 속성이나 적용 방식이 체계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리킨다.(Kim, 2000) 이러한 의미에서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은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사례에 따라 '가변성'의 구체적 성질과 실제 변화 폭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단일 로고와 엄격하고 유한한 활용 규정을 특징으로 하는 고전적 아이덴티티에서 벗어나 상황과 매체, 목적에 따라 주요 요소를 유연하게 활용하는 시스템은 적어도 1980년대 중반부터 국내외 CI에 도입되어 쓰이기 시작했다. MTV 등 텔레비전 방송국은 이러한 접근법의 선구자로 꼽히곤 한다.(김민, 2000) 1995년 미국 워커 아트센터(Walker Art Center) 는 디자이너가 다양하게 변형해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서체 시스템을 통해 가변적 타이포그래피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Cullen, 1995)[Figure 1] 그러나 가장 널리 알려진 가변적 아이덴티티 디자인 사례로는, 아마 구글(Google)의 로고 운영 체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때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변모하는 모습으로 화면을 장식하는 구글 로고, 이른바 '두들(Doodle)'은, 1998년 선을 보인 이후 15년간 무수히 많은 변형을 산출하며 그 자체로 흥미로운 컬렉션을 이루게 되었다.


Figure 1 Study Model

MTV, 워커 아트센터, 구글과 같은 사례에는, 아이덴티티 시스템이 그 자체로 표현 결과에 머물거나 심지어 유연한 표현을 제약하는 족쇄로 작용하지 않고, 다양한 표현의 '도구'로 기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MTV와 구글에서, 로고는 거의 무한한 변주가 가능한 공통 '주제'가 된다. 워커 아트센터의 전용 서체는 디자이너가 다양하게 조합해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문자 그대로 '툴킷(toolkit)' 노릇을 한다.

그러나 그처럼 다양성과 역동성이 뚜렷함에도, 이들 사례에서 아이덴티티에 변화를 가할 수 있는 주체는 매체를 통제하고 메시지를 발신하는 측으로 제한된다. 디자인이 소통하는 수용자, 즉 일반 사용자 또는 대중은 그러한 '가변적' 시스템에 직접적 변화를 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그 커뮤니케이션은 여전히 일방적 속성을 띨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베엠베 구겐하임 랩의 그래픽 아이덴티티에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이 유익한 모델을 제공한다고 보았지만, 또한 그 일방성이 해결되지 않으면 누구에게나 열린 공론장으로서 랩의 정신을 온전히 반영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3.2. 참여적 디자인

넓은 의미에서 참여적 디자인(participatory design)은 디자인 개발과 결정 과정에 디자이너와 개발자, 제작자뿐 아니라 최종 사용자를 포함한 주요 이해당사자를 참여시켜 디자인 결과물의 기능과 합목적성을 높이려는 방법을 가리킨다.(Simonsen & Robertson, 2012) 이러한 의미에서 참여적 디자인은 소프트웨어 디자인, 도시계획, 건축, 조경, 제품 디자인, 환경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그러나 본 사례연구에서 '참여적 디자인'은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과 연관해, 즉 그래픽 아이덴티티의 소통 대상인 일반 대중이 아이덴티티의 가변성에 직접 영향을 끼치게 하는 접근법으로 한정해 해석하고자 한다.

일반적 의미에서 아이덴티티 시스템에 적용된 예는 아니지만,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웹사이트는 2003년부터 공동체의 참여에 기반하는 디자인을 유지해 왔다. MIT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웹사이트 홈페이지의 배경 화면을 만들어 기고할 수 있다.[Figure 2] 실제로 쓰이는 이미지는 MIT 공보처의 선별 과정을 거치지만, 그럼에도 나날이 변화하는 홈페이지는 구성원이 접근해 사용할 수 있는 공공 게시판 역할을 하며, MIT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드러내어 준다.


Figure 2 Examples of the homepage of the MIT website

한편, 링크드 바이 에어(Linked by Air)가 디자인한 미국 예일 대학교(Yale University) 미술대학원 웹사이트는 그러한 참여적 디자인 접근법을 한층 적극 활용한 예에 해당한다.[Figure 3] 위키(wiki) 모델에 기반을 둔 해당 웹사이트는, 정해진 요소가 아니라 웹사이트 전체 내용을 학교 구성원이 자유로이 편집하고 추가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처럼 무한한 참여를 보장하는 가변적 웹사이트는 공동체의 성장과 함께 자라고 진화하며, 공동체 자체의 변화하는 생리와 관심, 현황과 역사를 드러낼 수 있다.


Figure 3 Yale University School of Art website

MIT와 예일의 사례는 넓은 의미에서 기관의 브랜딩(branding)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연구진에게 더욱 흥미로운 점은, 두 사례 모두 인터넷과 위키로 대표되는 새로운 정보 공유 모델을 디자인 접근법에 통합시켰다는 사실이었다. 베엠베 구겐하임 랩의 그래픽 아이덴티티 역시 인쇄물보다는 온라인 매체를 통해 노출되는 비중이 더욱 크리라는 전망에 비추어(2010년 8월 3일 온라인 대화로 열린 과제 설명회에서, 랩 운영진은 인쇄물 제작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쇄물 제작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인터넷을 통한 참여적 디자인은 연구진의 디자인 과제에 뜻깊은 단서를 제시해주었다.

3.3. 참여에 기초한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

베엠베 구겐하임 랩 아이덴티티 시스템의 기본 개념은 위에서 간략히 서술한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과 참여적 디자인을 결합하는 데에 있었다. 전술한 대로, 두 접근법은 모두 풍부한 전례를 통해 확립된 방법이다.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실현한 사례는 상당히 많고, 참여적 접근법을 통해 실현된 디자인 사례 역시, 아이덴티티 시스템 밖으로 시야를 넓히면, 다수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베엠베 구겐하임 랩과 비견할 만한 사업은 물론 연구진이 아는 일반적 디자인 사례의 범위에서도, 두 접근법을 하나의 아이덴티티 시스템으로 통합한 예는 없었다. (물론, 가설적 제안이나 연구는 있었다. 예를 들어 손근민[Son, 2006] 참조.) 그렇기에, 대중 참여를 통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실현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과제가 요구하는 혁신성을 담보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또한, 그러한 시스템은 폭넓은 청중과의 소통을 전제할 것이므로, 대중성을 확보하는 문제 역시 얼마간 해결해 주리라는 계산도 있었다.

4. 디자인 제안

4.1. 불변 요소와 가변 요소

대중 참여에 기초한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정립하기에 앞서, 연구진은 먼저 시스템 핵심 요소를 불변 요소와 가변 요소로 분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와 유사한 구분은 과제 설명서가 이미 제안한 상태였다. “‘BMW'와 'Guggenheim'의 타이포그래피는 같은 형태를 유지하되, 'Lab'의 타이포그래피는 각 사이클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해당 주제에 맞추어 달라지는 시스템”(Nicanor, 2010)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하나의 로고타이프 안에 불변 요소와 가변 요소를 병치하는 방안에는 다소 미묘한 이론적, 현실적 문제가 있었다.

전술한 대로, 연구진이 맡은 과제는 랩의 1차 사이클에 국한되었고, 그 이후 랩의 그래픽 디자인은 매번 새로운 디자이너에게 의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연구진은 1차 사이클에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개발함과 동시에, 앞으로 6년간 랩의 3개 활동 사이클에 걸쳐 두루 적용될 로고 시스템도 개발해야 했다. 원칙적으로, 후자는 미래의 어떠한 변화라도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요구했다. 예컨대 구겐하임 측 제안대로 로고 일부가 장차 다른 디자이너에 의해 변형될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그 일부('Lab')가 어떤 형태를 띠더라도 무난히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모태('BMW'와 'Guggenheim')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첫 변형 역시 담당한 연구진으로서는, 그처럼 앞으로 일어날 변형에 관해 '무지의 베일'을 가정하고 공평무사한 시스템을 개발하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비유하자면, 이는 마치 게임 참여자 중 한 사람이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연구진이 어떠한 중립적 시스템을 고안하건 간에, 그 시스템의 구체적 형태는 연구진이 첫 사이클에 적용하기를 원하는 형태에서 영향을 받을 것이고, 2차와 3차 사이클 디자이너는 연구진의 1차 사이클 아이덴티티에서 불필요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이유에서, 연구진은 하나의 로고에 불변 요소와 가변 요소를 결합하기보다, 고정된 형태로 유지되는 로고와 제약 없이 변형 가능한 로고가 병존하는 이중 체계를 제안했다. 전자는 '베엠베 구겐하임 랩'의 전체 이름을 표기한 '워드마크(Wordmark)'로 설정하고, 후자는 '랩'만을 강조한 '랩 로고(Lab Logo)'로 설정하자는 제안이었다. 워드마크는 랩의 전체 활동 기간에 걸쳐 변화 없이 쓰이면서 랩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표상하게 하고, 랩 로고는 사이클별로 새로이 디자인해 고유한 주제를 반영하게 한다면, 2, 3차 사이클 디자이너는 아무 제약 없이 해당 사이클의 주제에만 집중해 새로운 랩 로고를 창안할 수 있을 것이고, 워드마크는 변치 않는 요소로서 모든 사이클에 걸쳐 일관된 시각 요소로 기능해줄 것이다.

1차 제안 검토회에서, 랩 운영진은 위와 같은 연구진의 제안을 수용했다. 그로써 과제는 불변 요소로서 워드마크와 가변 요소로서 1차 사이클 랩 로고를 실제로 디자인하는 일로 구체화되었다.

4.2. 워드마크

연구진이 제안한 베엠베 구겐하임 랩 워드마크는, 랩이 '베엠베'와 '구겐하임'이라는 두 브랜드의 합작이라는 사실에 착안했다. 공교롭게도 두 기업 모두 간결한 산세리프체 타이포그래피 로고를 기본 아이덴티티 요소로 사용했기에, 연구진은 두 기존 로고를 단순히 결합함으로써 랩의 태생적 특징을 표현할 수 있었다.[Figure 4]


Figure 4 Wordmark: "A" elements are from the BMW logotype, and "B" from the Guggenheim logotype

워드마크는 모든 사이클에 걸쳐 다양한 스타일과 결합해 쓰일 예정이었으므로, 그 자체로 강렬한 인상을 발하기보다는 얼마간 중립적인 형태를 띠는 편이 유리했다. 'BMW'에는 베엠베의 공식 로고타이프를, 'GUGGENHEIM'에는 구겐하임의 공식 로고타이프를 쓰고, 'LAB'에서는 두 서체가 만나게 함으로써 두 브랜드의 협업이라는 사실을 표상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리라는 것이 연구진의 판단이었다. 랩이 표방하는 혁신성과 진취성 등의 가치는 가변 요소인 랩 로고를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터였다.

4.3. 1차 사이클 랩 로고

1차 사이클 랩 로고는 연구진이 정립한 기본 개념, 즉 대중 참여에 기초한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시도할 기회였다. 연구진은 랩이 단순한 전시 공간(presentation space)이 아니라 논쟁이 벌어지는 담론 공간(discursive space)으로 기획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러므로 랩의 가변적 아이덴티티에서 '가변성' 역시 단순히 형상이 아니라 내용에서,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대화로서 실현된다면 이상적이리라는 것이 연구진의 상상이었다. 공론장으로서 랩을 대표하는 로고 자체가 작은 공론장이 된다면? 로고가 단순한 상징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대화를 자극하고 담아내는 포럼이 된다면 어떨까? 이러한 상상을 바탕으로, 연구진은 베엠베 구겐하임 랩의 웹사이트를 플랫폼으로 운영되는 로고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로 기술할 수 있다.[Figure 5]


Figure 5 LAB Logo program scenario

1.웹사이트를 방문하면, 랩의 주제와 관련된 화제가 제시된다.

2.방문자는 제시된 화두에 대해 자기 생각을 댓글로 입력한다.

3.다수의 댓글이 모여 특정한 형상, 즉 'LAB'이라는 문자 형상을 이루고, 그 형상이 바로 그 순간의 ‘랩 로고'가 된다.

4.새로운 생각들이 더해짐에 따라, 랩 로고는 계속 변화한다.

바꾸어 말해, 이 개념은 인터넷에 이미 융성하는 댓글 문화를 활용하되, 댓글을 특정한 형상으로 표출함으로써 로고로 이용하자는 것이었다. 이 발상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과제에 부응하는 듯했다.

1.'이미 쓰인' 로고가 아니라 '계속 고쳐쓸 수 있는' 로고를 구현함으로써, 베엠베 구겐하임 랩의 유연성과 개방성을 암시한다.

2.대중 참여를 자극하고, 궁극적으로 랩에 관한 관심을 환기한다.

3.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담론장으로서 랩의 속성을 함축할 뿐만 아니라, 그 기능을 온라인 매체로 확장한다.

4.랩의 활동과 주제에 관한 대중의 생각을 피드백으로 제공함으로써, 랩 프로그램 기획에 이바지한다.

2차 제안 검토회에서, 랩 운영진은 연구진의 주장에 동의했고, 그로써 베엠베 구겐하임 랩 아이덴티티 시스템의 골자가 확정되었다.

5. 디자인 개발

실제로 작동하는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개발하기까지는 약 7개월이 소요되었다. 연구진은 랩 로고의 구체적인 작동 시나리오와 표출 형상을 디자인했고, 실제 시스템 프로그래밍은 랩의 웹사이트 디자인과 개발을 맡은 뷰로 포 비주얼 어페어스(Bureau for Visual Affairs, 영국)에서 진행했다. 시스템의 기술적 측면에 관한 논의는 본 사례연구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여기에서는 개발 과정에서 연구진이 부딪히고 해결해야 했던 세부 문제 중 시각적 표현이나 사용자 경험과 직접 관계가 있는 부분만 기술하려 한다.

5.1. 랩 로고 구조

랩 로고는 이론상 글자 부분 형태를 띤 텍스트 상자 다섯 개가 연결될 형태로 구성되었다.[Figure 6] 일반적인 그래픽, 편집 소프트웨어에서 특정 형태의 텍스트 상자를 만드는 일은 매우 간단하지만, 웹 문서에서 그것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더욱이, 접근성을 극대화한다는 취지에 따라, 랩 로고 프로그램 구동에서 플래시 등 외부 플러그인이나 HTML5 등 최신 표준에 의존하는 일은 피해야 했다.


Figure 6 Theoretical construction of the LAB Logo

따라서 랩 로고는 사선이나 곡선을 포함하는 도형이 아니라, 전통적 웹 문서에서 구현 가능한 직사각형 텍스트 상자들이 벽돌처럼 결합한 형식으로 설계해야 했다.[Figure 7] 상자들을 연결해 텍스트가 그 사이로 '흐르게' 하는 일은 프로그래밍으로 해결했다.


Figure 7 The final construction diagram of the LAB Logo. The height of each text frame is set to 12 pixels, considering the minimal type size for complex characters, such as Chinese

랩 로고는 전통적 활자체 디자인과 직접 관련이 없는 매체였지만, 그럼에도 활자체 디자인의 일부 원리는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운 랩 로고를 구축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예를 들어 'L'과 'B'의 세로 획, 'A'의 왼쪽 사선 획을 이루는 텍스트 상자는 모두 너비가 72픽셀이지만, 'A'의 오른쪽 사선 획을 이루는 상자들은 너비가 76픽셀로서 조금 넓고, 'B'에서 두 곡선이 만나는 부분에서는 그 너비가 좁아진다. 이는 일반적으로 로마자 활자체 'A'에서 오른쪽 사선 획이 왼쪽 사선획보다 굵다는 점, 곡선이 만나는 부분에서는 획 굵기가 가늘어진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었다. 물론, 활자체 디자인에서 그러한 미세 조정법은 착시 현상을 해결하려는 목적에서 개발된 것이다. 랩 로고처럼 착시 현상의 우려가 없는 매체에 같은 원리를 그대로 적용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연구진은 그러한 섬세한 시각적 조정이 조금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 랩 로고를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B'에서 아래쪽 볼(bowl)이 위쪽 볼보다 오른쪽으로 4픽셀 돌출하게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5.2. 텍스트 서체

랩 로고를 이루는 텍스트에 적용할 서체를 결정하면서, 연구진은 두 가지 측면을 고려했다. 첫째는 가독성이었다. 물론, 텍스트 가독성이 랩 로고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가독성을 희생하면서까지 복잡하거나 특이한 서체를 사용할 이유는 없었다. 둘째로, 기술적, 개념적 이유에서 모두 랩 로고는 JPG나 GIF 등 '이미지'가 아니라 '텍스트'로 표시할 필요가 있었다. 기술적 측면에서, 텍스트를 이미지로 변환하는 데에 걸리는 처리 시간이나 알고리즘은 불필요한 부담이었다. 개념적으로, 랩 로고는 '텍스트'의 군집이라는 사실이 웹 페이지에서 분명히 드러나야 했다. 바꾸어 말해, 이는 랩 로고 텍스트를 선택하거나 복사하는 일이 가능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는 선택 가능한 서체의 범위를 크게 좁혀 주었다.

요컨대, 연구진은 모든 시스템에 기본으로 장착되는 서체를 선택해야 했고, 가독성를 고려할 때 형태가 상대적으로 복잡한 세리프체는 피해야 했다. 로마자로 국한하면, 이는 에어리얼(Arial)과 버다나(Verdana)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연구진은 베엠베 구겐하임 랩의 일반적 서체로 헬베티카(Helvetica)를 사용하던 상태였으므로, 랩 로고에는 헬베티카와 형태가 유사한 에어리얼이 적절해 보였다.

처음부터 랩 로고는 유니코드(Unicode)로 표현 가능한 모든 문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사실상 이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언어와 문자를 의미했다. 그러나 비로마자(non-latin script)와 관련해, 연구진은 '산세리프체'라는 일반적 서체 범주를 지정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전 세계 모든 문자에 일일이 서체를 지정하거나, 나아가 지정 서체를 강제하려고 그 모든 폰트 파일을 웹 문서에 임베딩(embedding)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차피 텍스트 서체의 차이는 랩 로고 전체의 시각적 인상을 크게 좌우하지 않을 것이므로, 산세리프체 범위에서 부분적 차이는 용인해도 상관없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에어리얼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자(로마자와 키릴 문자) 외에는 각 문자에 고유한(사용자 각자가 브라우저에서 기본 서체로 설정한) 서체로 텍스트가 표출되도록 했다.

5.3. 텍스트 색상

초기에 연구진은 사용자 스스로 댓글 색상도 선택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랩 운영진은 그것이 댓글 등록에 필요한 절차를 늘리고, 시각적으로도 지나치게 이질적인 랩 로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의를 제기했다. 그에 따라, 연구진은 제한된 색 팔레트를 설정하고 개별 댓글에는 무작위로 색을 적용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베엠베 구겐하임 랩의 다양성을 반영하려는 뜻에서, 연구진은 무지개의 일곱 색에서 가독성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노랑을 제외한 6색 팔레트를 제시했다.[Figure 9] 이후 이 색상 팔레트는 랩 로고뿐만 아니라 다른 매체에도 널리 적용되는 베엠베 구겐하임 랩 전용 색상 팔레트로 활용되었다.


Figure 9 Color pallette of the LAB Logo
5.4. 내용 필터링

1차 사이클 랩 로고에서 가장 우려되었던 것은 오남용 가능성이었다. 표현의 자유를 악용해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발언을 랩 로고에 등록하거나, 상품 광고로 랩 로고를 도배하는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오남용을 막으려는 목적에서, 다양한 필터링 기제가 고려되었다. 유의어 목록을 사전 설정해 필터로 이용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랩 로고에 쓰이는 언어에 제약이 없다는 점에서 전 세계 모든 언어의 유의어 목록을 작성하는 일은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모든 댓글을 사람이 일일이 검수해 등록 여부를 결정하는 것 역시 비현실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랩 로고 프로그램이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일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보였다.

결국, 조금 더 미묘한 필터링 방식이 고안되었다. 랩 로고에 댓글을 다는 과정을 웹사이트 회원 등록 과정과 결합, 댓글을 등록하려면 자신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 거주 국가를 입력하게 하는 방안이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방문객은 조금이나마 더 책임감을 갖고 댓글을 적게 될 터였다. 물론, 거기에는 접근성과 자발성을 약화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제한 없는 접근성이 초래할지 모르는 문제나 갈등을 고려할 때, 이는 감수할 만한 부담이었다. 또한, 랩 로고가 웹사이트 회원 가입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부가적 이점으로 고려되었다.

5.5. 인쇄 매체 적용

초기에 연구진은 랩 로고를 EPS 등 인쇄 가능한 형식으로 자동 출력(export)해 주는 시스템을 제안했다. 그러나 베엠베 구겐하임 랩에서 인쇄 매체가 매우 제한적으로만 쓰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러한 출력 시스템 개발에 비용을 투여하는 것은 비경제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욱이, 랩 운영진은 인쇄 매체에 쓰이는 랩 로고의 텍스트 내용을 제어하고 싶어했다. 동적으로 변화하는 온라인 매체와 달리, 한번 인쇄되면 영원히 고정될 수밖에 없는 매체에는 어떤 내용을 싣느냐가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이유에서, 인쇄용 랩 로고는 필요할 때마다 편집해 제작하는 방안이 마련되었다. 랩 운영진은 로고에 수집된 댓글 가운데 일부를 선택해 인쇄용 랩 로고 텍스트로 활용했다. 텍스트 선택에는 댓글의 내용뿐 아니라 언어의 다양성도 고려되었다. 예컨대 뭄바이 랩 개막 초대장에 쓰인 랩 로고에는 영어, 아랍어, 중국어와 한국어 등 21개 국어가 포함되었다.

6. 디자인 결과
6.1. 아이덴티티 시스템 적용

완성된 베엠베 구겐하임 랩 아이덴티티 시스템은 2011년 5월 6일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인터랙티브 랩 로고는 랩의 공식 웹사이트에 적용되었고, 그곳을 기반으로 운영되었다.[Figure 9] 랩의 디지털 사이니지(signage)는 변화하는 랩 로고를 실시간으로 표출했다.[Figure 10]


Figure 9 Identity system applied to the website

Figure10 Identity system applied to the digital signage

인쇄용으로 편집된 랩 로고는 워드마크와 더불어 베엠베 구겐하임 랩 아이덴티티 시스템의 핵심 요소를 이루며 제한된 인쇄 매체와 기념품 등에 적용되었다.[Figure 11] 2012년 12월에 개막한 뭄바이 랩에서는 아날로그 사이니지에도 랩 로고가 널리 활용되었다.[Figure 12]


Figure 11 Identity system applied to the printed invitation

Figure 12 Identity system applied to the Mumbai signage
6.2. 디자인 평가

2013년 1월 31일 기준으로, 랩 로고에는 총 7,712건의 텍스트가 등록되었다. 텍스트의 출처에 관해 정확한 통계 자료는 정리된 바 없지만, 랩 로고에 등록된 글을 관찰해 보면 영어 등 유럽어 외에도 아랍어, 중국어, 힌두어, 한국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가 눈에 띈다.

베엠베 구겐하임 랩의 아이덴티티 시스템은 여러 디자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예를 들어, 웹진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에 실린 기사는 랩 로고가 도시 생활을 향상하려는 “대중의 노력을 표상”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모으는 기능을 함으로써 “그러한 노력이 벌어지는 장소” 자체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Moreno, 2011) 실제로, 랩의 큐레이터 마리아 니카노르는 랩 로고를 “사람들이 도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려주는 체온계”에 비유하면서, “사람들은 도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우리에게 그러한 정보는 매우 값지다”(quoted in Moreno, 2011)라고 밝힌 바 있다.

베엠베 구겐하임 랩의 인터랙티브 아이덴티티 시스템은, 지난 10여년 사이 세계 그래픽 디자인의 주요 성과를 정리하려는 취지로 2011년 10월부터 2012년 9월까지 미니어폴리스 워커 아트센터, 뉴욕 쿠퍼휴잇 국립 디자인 뮤지엄(Cooper-Hewitt National Deseign Museum), 로스앤젤레스 해머 뮤지엄(Hammer Museum)에서 열린 전시회 ‘그래픽 디자인: 이제 제작 중(Graphic Deseign: Now in Production)’에 새로운 브랜딩 디자인의 사례로 전시되었다. 전시 큐레이터 앤드루 블라우벨트는 랩의 아이덴티티를 두고, “이 간단하지만 독창적인 해결책은 문장, 단어, 글자 형태의 관계를 흥미롭게 탐구하면서 랩 프로젝트의 참여적 측면을 뚜렷이 반영한다”(Blauvelt, 2011)라고 평가했다. 또한, 랩 로고는 세계의 우수 미술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브랜딩 전략을 심사하는 2012년 IDCA 어워드에서 ‘베스트 로고’로 선정되기도 했다.(http://agendacom.com/en/idca_awards/idca_2012/2012_winners/)

7. 결론

본 연구는 베엠베 구겐하임 랩이라는 특정 사례의 아이덴티티 시스템 개발 배경과 과정, 결과를 구체적으로 밝히려 했다. 연구진은 '대중 참여에 기초한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 개념을 도출한 배경을 설명했고, 그 개념을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부딪힌 세부 문제와 해결 방안을 기술했으며, 그 결과를 간략하게 제시했다.

베엠베 구겐하임 랩은 목적과 성격이 매우 특유한 사례로서, 그 아이덴티티 시스템에 적용한 개념이나 방법을 그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혁신을 기본 정신으로 삼은 랩의 운영진은, 새롭고 모험적인 아이디어를 적극 권장하고 수용했다. 또한, 랩의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적용하는 매체가 매우 제한되고 예측 가능했다는 점 역시, 위에서 기술한 특정 디자인 접근법과 그 구체적 결과를 정당화해 주었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본 사례에 더욱 일반적인 시사점이 있다고 믿는다. 베엠베 구겐하임 랩의 아이덴티티 시스템이 입증한 대로,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은 인터넷을 매개로 대중 참여와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 랩의 아이덴티티에서 그 형태는 주로 랩 로고의 '내용'을 중심으로 실현되었지만, 또한 아이덴티티 기본 요소의 '형태'에 관해서도 그와 유사한 참여적 접근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으며, 이제는 실현할 수도 있다.

물론, 참여적 아이덴티티의 의미를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로고'의 형태나 내용에 참여한다는 것이 곧 그 로고가 대표하는 실체의 활동에 직접 참여해 영향을 끼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 역시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변성이 약속하는 무한한 변형 가능성은 단순히 유행에 편승한 구호에 머물 수 있고, 설사 그 약속이 실현된다 해도, 그 결과는 또렷한 메시지나 관점 없이 표류하는 무형성(formlessness)으로 퇴행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잠재적 비판과 무관하게, 참여에 기초한 가변적 아이덴티티 시스템의 가능성은 실존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가능성을 어떤 목적에서, 어떻게 실현하느냐일 것이다. 연구진은, 최소한 베엠베 구겐하임 랩에서 그 가능성이 작은 담론장 창출이라는 본래 목적에 맞게 실현되고 사용되었기를 바란다.

Acknowledgments

This work was done by 2011 University of Seoul Research Fund.

이 논문은 2011년 서울시립대학교 교내학술지원 에 의해 연구되었음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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