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타이포그래피 연구 : 문장부호를 중심으로
초록
연구배경 문장부호는 글의 내용과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시각적 기호로서, 지면에서 활자와 같은 타이포그래피적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문장부호는 낭독문화에서 활자문화로 변화하는 근대 시각문화의 특유한 지점을 드러낸다. 국문학 분야에서 용법에 대한 연구에만 치중되어 있는 문장부호에 대해 기능과 시각적 측면의 디자인적 측면에서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방법 본 연구는 근대 최초의 종합잡지 『소년』의 총 22호에서 쓰인 모든 문장부호를 추출하고 특성을 분석해 타이포그래피적 특징을 제시하였다. 『소년』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된 문장부호는 24종류로 추출되었으며, 이들은 기능과 용법을 중심으로 세 가지 범주로 귀결되었다. 또한 세 가지 범주의 각각의 특성을 제시하였다.
연구결과 최남선은 『소년』을 통해 내용뿐 아니라 시각적 레이아웃을 통하여서도 근대성을 설파하고자 하였다. 『소년』에서 드러나는 문장부호 사용의 세 가지 범주는 정보의 분류를 위한 사용, 정보의 부각을 위한 사용, 시각성의 창출로 귀결되었다. 근대적 글쓰기의 모형이라고 할 수 있는 실험적이면서 보편성을 갖는 문장부호의 사용을 통해 『소년』은 근대적 특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론 『소년』의 타이포그래피적 특성을 문장부호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그 의의를 제시하여 『소년』에서 드러난 디자인적 근대성을 제기했다. 이와 같이 실험성과 보편성을 기반으로 했던 표현을 통해 최남선을 근대 디자이너로 인식함으로써, 한국 디자인의 연구 범주를 근대로 확장하고자 한다.
Abstract
Background Punctuation marks are a visual symbol that effectively convey the content and meaning of a text, fulfilling the same typographic role as type on the printed page. Punctuation marks are a unique point in modern visual culture, which is changing from a reading culture to a print culture. This study examin punctuation marks, which have only been studied for their usage in the field of national literature, from a functional and visual design perspective.
Methods This study presented typographic features by collecting and characterizing all punctuation marks used in 22 issues of ‘So Nyun’, the first general magazine of modern periods in Korea. 24 types of punctuation marks that were continually used were collected from ‘So Nyun’, and they were grouped into three categories based on function and usage. Additionally, the characteristics of each of the three categories were presented.
Results Choi Nam-sun tried to preach modernity not only through content but also through visual layout through ‘So Nyun’. The three categories of use of punctuation marks revealed in ‘So Nyun’ resulted in use for classification of information, use for highlighting information, and creation of visuality. ‘So Nyun’ visually shows modern characteristics through the use of experimental yet universal punctuation marks, which can be said to be a model of modern writing.
Conclusions By analyzing the typographic characteristics of ‘So Nyun’ with a focus on punctuation marks and presenting their significance, the design modernity revealed in ‘So Nyun’ is raised. By recognizing Choi Nam-sun as a modern designer through the usage of Punctuation Marks based on experimentation and universality, this study aim to expand the scope of Korean design research into the modern period.
Keywords:
Choi Nam-Sun, ‘So Nyun’, Typography, Punctuation Marks, Modern, 최남선, 『소년』, 타이포그래피, 문장부호, 근대1. 잡지 『소년』과 최남선
본 논문은 최남선이 1908년에 발간한 잡지 『소년』에 사용된 문장부호의 특성을 타이포그래피의 시각에서 연구한 것이다. 최남선의 출판물과 작품, 문화 활동에 대해서는 역사학과 문학, 여타 인문학 분야에서 많은 업적이 축적되고 있으나, 디자인적 측면에서의 연구는 희박한 실정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연구 환경하에서 디자인 연구의 지평을 그 시기나 영역에서 확장하고 최남선의 정체성을 단지 문화역사학자, 출판문화인만이 아닌 근대적 디자인 의식을 지니고 실천한 인물로 조망하고자 한다.
최남선은 1890년 서울 중인 출신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1906년 일본 와세다 대학에 진학하였으나, 대학의 조선학생 처우에 항거하다 퇴학당했다. 이후 귀국하지 않고 일본에서 새로운 미디어인 잡지, 신지식의 단행본, 서구 번역물 등의 저작물을 경험하는데, 즉 “일본의 근대적 활판 인쇄술이 이룩한 대량의 지식 유통, 그리고 그것의 사회적 확산 효과를 체험”했다(Cho, 2012). 1908년 그는 남은 유학비로 최신식 인쇄기를 사들고 귀국한 후, 부친의 지원 하에 출판사를 개업했다. 이 출판사가 『소년』, 『청춘』, 『붉은저고리』등 8종의 근대 잡지와 다종다양한 단행본, 번역서 등의 근대 서적을 출판한 신문관이었다. 신문관을 통해 최남선은 당대 지식인들의 구심점으로서 “‘출판물로 구성된 문화’로서의 ‘근대’를 생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Park, 2016). 따라서 이 물질적 기반과 중인 계층의 실리적 감각 그리고 일본에서의 체험은 이후 최남선의 출판 업적과 문화운동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중 『소년』은 1908년 11월 신문관에서 창간됐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잡지로 규정되고 있다. 그 내용은 논설, 역사, 지리, 자연과학, 문학과 번역, 번안한 소설 등 새로운 지식의 생산 및 보급을 통한 계몽에 중점을 두었다. 즉 당시에 발행되던 단일 지식 위주의 학회지와는 다른 층위의 잡지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제목과 같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였으나, 그 내용상 연령과 관계없는 다양한 독자를 염두에 둔 것으로 평가된다.
『소년』의 판권장에는 편집인 겸 발행인으로 그의 형 최창선의 이름이 쓰였지만, 『소년』은 편집, 원고, 사진과 이미지 선별에서 인쇄, 판매 전략까지 모든 것을 최남선 홀로 만들고 운영한 잡지로 규정되고 있다.
2. 『소년』의 타이포그래피 특성과 근대적 시각성
『소년』은 신지식의 전파, 전통과의 결별이라는 내용 측면뿐 아니라, 사진과 삽화 등 새로운 시각 매체의 적극적인 이용과 새로운 편집 방식의 시도를 보여주고자 했다. 즉 새로운 정신을 새로운 시각적 방식으로 표출하고자 하는 근대적 시각성을 실현했다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소년』 이전의 신문, 잡지에서는 독자적인 표현방식을 통해 사진, 그림을 사용한 일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Gil, 2007). 또한 시각 편집의 측면에서 근대기의 출판물들이 전통기를 벗어나 새로운 독서 양식을 확산시키고자 일관되게 추구한 것이 “구두법”과 띄어쓰기, 가로쓰기를 통한 “가독성의 확보”(Park, 2017)였는데, 『소년』은 당시로서는 가장 일관되게 문장규범, 띄어쓰기 및 문장부호를 사용(Lim, 2009)하였다. 이처럼 내용 편집뿐만 아니라 내용의 시각 편집에 있어서도 『소년』은 고유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근대기 발간된 새로운 시각 매체 중에서도 『소년』에서 볼 수 있는 편집 디자인 요소의 근대성에 착안하였으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타이포그래피의 시각성에 주목하였다.
타이포그래피는 다양한 활자와 이미지 조판을 통해 내용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기술이자 일종의 시각적 예술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링허스트(R. Bringhurst)는 타이포그래피의 기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활자와 시각 자료들의 조판을 통해 텍스트의 취지와 의미를 분명히 하며, 둘째, 글의 구조와 순서를 명확히 하고, 셋째, 텍스트와 다른 구성요소와 연결시키며, 넷째, 흥미를 이끌어내어 독자를 이상적인 독서의 상태로 이끄는 것이다(Bringhurst, 2016). 이처럼 타이포그래피의 핵심 기능은 내용 전달, 흥미 유발, 유기적 구조의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세 가지 기능은 타이포그래피의 주요 요소인 활자, 시각자료 그리고 레이아웃의 적절한 활용에 따라 달성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중 시각자료는 명료하고 효과적인 부연 설명을 위한 사진이나 삽화 등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지칭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또한 타이포그래피의 기능이 효과적인 전달이라면, 내용 전달의 명확성을 위한 띄어쓰기나 단락 간의 구분 등을 위한 문장부호까지 시각자료로 포함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문장 부호는 활자군에 속해 있으면서, 그래픽적 형태를 띠고 있고, 문장 내의 위치나 띄어쓰기 등을 통해 지면의 레이아웃을 구성하며 그 형상이 다양하다. 특히 구술언어 중심의 청각문화에서 인쇄문화로 정착되는 과정, 즉 음성언어가 활자를 통해 시각화되는 과정에서 띄어쓰기나 문장부호는 다른 어느 시각매체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근대기의 서적에서는 현대 서적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부호와 기호 등이 등장한 것이다.
마샬 맥루한(M. Mcluhan)이 말한 것처럼, 시각은 인쇄술의 발명을 통해 강력한 특권을 갖게 되었으며 근대성이라는 새로운 시대 의식과 동일시됐다. 근대적 인쇄, 타이포그래피를 통한 근대성 발현의 측면은 얀 치홀트가 신 타이포그래피를 주창하며 “시대의 속도에 순응”하는 신식 기술과 함께 처음으로 “외적인 형식을 텍스트에 기초”하고자 한 것이나(Jan, 1998), 스탠리 모리슨이 타이포그래피와 인쇄를 본질적으로 “사회적 목적에 부합하도록 활용”(Stanley, 2020)하고자 한 시대성과 동일하다. 이렇게 근대기 서구 출판물이 지향했던 근대성의 발현처럼 뚜렷하고 실증적인 그 실험의 자료들이 포진하고 있는 『소년』 역시 인쇄 편집실험의 과정을 거쳐 근대적 시대정신을 내포한 근대적 타이포그래피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소년』을 통해 드러난 최남선의 근대성은 새로운 사상의 도입과 소개, 양서 번역 등의 내용적 측면뿐 아니라, 형식적 측면인 인쇄 그리고 타이포그래피 행위에서까지 드러난다. 디자이너를 원저자의 의도를 통해 형태를 구성하고 변화를 해석해 주는 사람(Wagner, 2018)으로 본다면, 최남선은 근대기의 시대 의식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하여 표현하고 전달하고자 한 디자이너이자 편집자로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소년』에서 타이포그래피 요소인 문장부호를 분석함으로써 근대 시각디자인의 지형을 살피고자 한다.
3. 문장부호의 의미와 역사
사전적 정의의 문장부호란 묵독과 음독의 올바른 읽기와 이해를 위해서 사용되었으며, 필사나 인쇄된 글의 이해를 돕는 띄어쓰기, 전통적인 부호들, 특정한 타이포그래피 방식을 의미한다. 문장부호(punctuation)는 ‘점(punctus)’이라는 라틴어에서 파생된 단어로서, 현대적 체계는 17세기쯤 완성됐다고 할 수 있다(Britanica). 현대와 유사한 문장부호의 용법은 라틴어를 필사하기 위해 중세 초기에 개발되었지만, 그 방식과 형태는 동시에 탄생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기에 개발, 개선되었다.
예를 들어, 마침표, 쉼표, 쌍점의 기원은 기원전 3세기에 성조를 나타내는 음독의 방식으로 시작되었지만 성경 필사를 위해 4세기에 부활하고 수정을 거쳐, 묵독을 위한 방식으로서 7세기에 대중화되었다. 띄어쓰기는 외국어인 라틴어 텍스트를 쉽게 이해하기 위한 번역 방식으로 8세기에 이르러서야 사용됐다(Keith, 2013). 이러한 모습은 5세기경 그리스어로 쓰인 구약성경 알렉산드리아 사본(Codex Alexandrinus)을 통해 살펴 볼 수 있다(Figure 1). 이 성경필사는 단어를 띄어 쓰지 않았고, 문장부호와 유사한 역할의 작은 점들을 사용했지만 잘못 찍힌 경우가 많았으며, 한 필사본 안에서 마침표나 쉼표로서의 규칙성이 떨어져 문장부호로서 그 역할이 불분명했다(Smith, 2014).
이와 같이 중세의 문장부호는 임의적으로 사용하여 정확한 해석이 어렵고 일관성이 부족했지만, 이후 인쇄술의 발명으로 이뤄진 대량생산을 통해 대체로 표준 유형이 만들어졌다(Lupton, 1988). 즉 책의 보급을 통한 읽기의 보편화와 독자의 탄생을 통해 문장부호의 표준화가 이루어져갔다고 할 수 있다.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 문장부호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다. 우리나라 문장부호의 시초는 한문 점찍기에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전면적으로 사용된 것은 개화기에 서양의 문장부호 체계에서 영향을 받은 일본을 통해 전해지면서 부터이다(Jang, 1983).
한글 문장부호가 정립되기 시작한 것은 한글학회의 1933년 <한글 마춤법 통일안>부터이다. 이후 1940년의 안에서는 1933년의 17항을 포함해 총 39항의 문장부호와 이 밖에 다양한 목적에 따라 사용가능한 문장부호(Figure 2)를 함께 제시했다. 이후 개정안에서 별다른 개정 없이 유지되다가 1988년 문교부의 <한글 맞춤법> 7항의 24개 문장부호로 정리되고, 2015년에 21개의 문장부호로 최종 개정되어 사용되고 있다. 1988년 문장부호 개정의 근거는 이전 규정에서 수학 기호 등의 전문 기호들을 제외하고 “주로 일상의 글에서 사용되는 부호들 가운데 문장의 구조를 드러내거나 글쓴이의 의도를 전달하는 데 사용되는 부호들로 그 범위를 한정”(NIKL, 2014)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변천에 기반할 때, 현행 문장부호 규범과 과거 규범 간의 분별 목적은 문장부호를 통해 글의 의도를 명확하게 구분하게 할 수 있는지에 있다. 그러나 과거 규범의 부호나 기호 중에서도 글쓴이의 의도를 전달하는 부호들은 존재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거의 대표적인 문장부호 중 하나는 권표(○)로, 15세기부터 개화기까지 문장의 시작에서 화제를 시작할 때 또는 구문의 구분을 위해 쓰였다(Min, 1999; Lee, 2002). 띄어 쓰거나 문단을 나누지 않았음에도 글을 이해하는 능력을 학식 능력으로 평가하는 한자문화권(Min, 1999)에서 권표는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넘어 의도 전달의 목적이 명확한 문장 부호라고 볼 수 있다. 권표의 목적과 활용은 1940년 문장부호 규범의 각설표(§, ○)로 이어졌으나(Lee, 1996), 1988년 이후에는 이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러므로 “문장의 의미 첨가와 독해의 보조 장치”로서 보편적 기호인 현대의 수학기호나 화살표 방향기호 등이 문장 부호의 범위에 속해야 한다는 지적(Shin, 2009)처럼, 명문화된 문장부호들과 그 외 부호 간의 선정 및 구분 기준은 모호하다고 볼 수 있다(Lee, 2012; Shin, 2015).
이와 같이 문장부호란 소리 내어 읽는 공동체적 음독이 소리 없이 눈으로만 읽는 개인적 묵독으로, 그리고 글을 전유한 소수의 독서에서 다수의 독자를 고려한 대중적 편집으로 변화하는 긴 시기 동안 정립됐다. 따라서 문장부호의 개발은 문해 방식의 변화와 일치하는 것으로, 이 변화는 다양한 역사적 상황의 독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요구(Parkes, 1993)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문장부호는 내용의 효과적 전달뿐 아니라, 기록 매체 자체의 생성과 변천을 품고 있는 다층적인 시각 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행규범을 넘어선 문장부호 용례 분석은 단순히 조판상의 시각적 흥미유발 여부가 아닌, 당대 글이 지향하는 가치와 개념 내포를 유추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1) 또한 새로운 시대로의 변혁기에서 정확한 의미 전달이 목적인 문장부호는 결국 내용이 지시하는 가치의 실현과 재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능동적인 독자, 즉 독자의 탄생을 염원하는 일종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4. 잡지 『소년』의 문장부호 사용의 세 가지 특성
최남선은 근대적 시각성의 발현을 근대 이전의 전통과 결별을 고하는 새로운 의도와 다양한 시도를 통해 달성하고자 했다. 따라서 그에게 『소년』이란 형식, 내용, 방법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근대 의식 표출의 실험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그가 총괄 기획·편집한 『소년』은 타이포그래피에서도 근대적 의식을 드러냈으며, 그 세부요소인 문장부호에서도 확장되고 강화된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의 기초자료는 『소년』 1권 1호부터 4권 2호까지로, 정간된 4권 1호를 제외한 총 22호이다. 이는 재단법인 현담문고에서 디지털화해 공개한 원본의 스캔 자료이다. 총 22호의 자료에서 문장부호가 사용된 글을 모두 채록한 후 특성으로 분류하여 기술했다. 연구대상은 『소년』의 표지와 광고를 제외하고 본문의 내지로 한정했다. 본 연구의 과정에서 사용된 문장부호 명칭과 표기는 2015년 국립국어원에서 고시된 현행 <문장 부호 해설>을 따랐고, 명칭이 없는 경우 국가기술표준원의 국가표준인 <정보 교환용 부호계(한글 및 한자)>를 참고했다. 분석을 위해 『소년』에 게재된 기사를 인용할 경우 내용 또는 제목의 한자를 한글로 바꾸어 적었으며, 문장부호는 최초 언급에만 부호를 병기했다.
4. 1. 정보의 분류를 위한 사용
『소년』에 사용된 문장부호의 특성 중 가장 많이 드러나는 것은 정보를 정렬하기 위해 분류한 것이다. 이런 목적의 문장부호는 주로 문장의 가장 앞에 사용됐는데, 앞서 말했듯이 문장의 시작에서 사용하던 권표와 그 목적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문장의 시작이라는 공통점 외에 『소년』에서의 분류는 내용 구분 외에도 내용의 하위주제나 병렬적인 관계를 구분하여 장이나 제목, 절이나 소제목, 항, 목 등의 구성요소의 위계를 드러냈다. 이러한 위계는 시각적인 차별성을 통해 제시되면서 일정한 분류상을 형성한다. 또한 독자는 문장부호를 보는 것만으로도 내용을 분류된 구성으로 이해하고 독서를 하게 되며, 동시에 시각적으로는 위계를 갖춘 반복적, 규칙적 사용을 통해 시각적인 정렬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분류의 체계가 가장 확연히 드러난 예시는 목차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제목과 소제목 그리고 세부 항목에 대한 총체적인 분류가 명확하기 때문이다(Figure 3). 또한 목차는 전 권에서 그 형식이 유사하다. 『소년』의 목차는 각각의 제목들과 해당되는 쪽 수를 지면의 양끝에 정렬했으며, 양 끝에 있는 이 두 정보를 올바르게 연결하기 위해 줄임표(···)를 길게 사용해 세로 글줄의 시각적 정렬을 조성했다. 또한 이 같은 제목 옆에 쪽 수가 병기되지 않은 문장들은 소제목이라고 볼 수 있는데, 들여쓰기와 함께 흰 삼각형표(△)나 동그라미표(○)로 분류하고 있다. 또한 소제목 내에서도 분류를 명확히 했다.
예를 들어, 1권 2호의 목차의 흰 삼각형표로 시작하는 「페터대제」의 단락별 주제들을 흰 사각형표(□)로 분류한 것이나, 3권 4호와 같이 「신행의본」이라는 주제 아래의 목차를 동그라미표로 분류한 것은 분류를 위한 문장부호의 목적이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본문에서도 겹 동그라미표(◎), 알 동그라미표(◉), 동그라미표, 흰 삼각형표, 흰 사각형표를 사용해 글의 위계를 드러냈으며, 가독성의 향상을 위해 문장의 가장 앞에 사용되었다. 대체로 겹 동그라미표, 알 동그라미표는 제목, 동그라미표와 흰 삼각형표는 절이나 항, 흰 사각형표는 세부 목으로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각상의 변화 및 강약의 정도 역시 구술 텍스트의 면면을 활자 텍스트로 옮겨 시각적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소년』은 특정 위계의 단어나 문장을 단일 문장부호로 엄격하게 대치하지 않았으나, 동일한 글에서는 항목별로 같은 문장부호를 사용해 전 권에서 규칙성 있는 위계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분류된 문장부호의 정렬상을 통한 가독성과 판독성의 확보는 다른 글 간의 관계나 다양한 내용에 대한 복합적인 사용에서도 고려됐다. 즉 페이지 간의 구분이나 정보의 분류에 해당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어지는 쪽과의 구분을 고려해 각각 다른 문장부호로 구분하거나, 문장부호에 대한 범례를 따로 두는 등의 정보 분류를 통해 독자의 편의를 고려하기도 했다(Figure 4).
Figure 4의 좌측의 「소년훈」과 「소년논어」는 격언을 싣고 각각 격언이 개별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유사한 구조지만, 각각의 격언을 흰 삼각형표와 동그라미표를 사용해 구분했다. 구조적 유사성으로 인해 같은 문장부호를 사용할 수 있음에도, 번역만 한 「소년훈」과 달리 각주에 해석을 달았던 「소년논어」와 의도를 분간하고, 두 지면의 혼동을 피하기 위하여 다른 문장부호를 썼다고 볼 수 있다.
또한 1권 1호부터 수록된 「소년훈」과 2권 7호부터 수록된 「소년논어」는 모두 2권 10호까지 주기적으로 수록됐는데, 두 주제에서 문장부호는 「소년훈」의 1권 1호를 제외하고 각각 항상 흰 삼각형표와 동그라미표를 사용하여 문장을 구분했다. 이 같은 지속성은 문장부호의 잦은 변화로 인한 내용과 글의 구조에 대한 독자의 혼동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2권 1호의 「기왕이유사」의 경우 하단의 동그라미표, 흰 삼각형표, 흰 사각형표의 범례를 제시했으며, 이는 서양, 동양, 우리나라라는 지역적인 구분 역할을 했다. 더불어 범례에 해당하는 문장 외에 시대에 해당하는 문장 앞에 검정 동그라미표(●)를 삽입했다.
이 같은 위계의 일관성은 가독성뿐 아니라 책을 단계적으로 구성하여 책 전체의 흐름과 글의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문장부호의 일관성은 페이지 레이아웃에서 띄어쓰기와 들여쓰기의 사용과 함께 시각적인 흐름을 형성해 조형적인 완성도를 더했다.
4. 2. 정보의 부각을 위한 사용
부각은 문장부호가 단어, 문장, 제목 등의 정보를 각각 구별하는 역할과 동시에 정보를 강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지칭한다. 또한 부각의 궁극적인 목적 역시 정보의 효과적인 전달이다. 이와 같은 범주의 문장부호가 부각성을 수행하는 내용 구별과 강조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구별은 같은 크기의 본문 글자체로 인해 구분하기 어려운 본문과 제목, 내용과 저자 등 페이지 안에서 서로 차이가 나는 내용을 구별하기 위해 사용됐다. 이러한 경우 문장부호의 부각성은 글자체와 다른 형태 그 자체로 시인성을 형성해 독해를 돕는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문장부호는 제목, 저자 등을 드러내는 문장 앞이나 양 끝 또는 문장과 문장의 사이에 단독으로 사용됐다. 언뜻 보면 ‘분류’의 구분과 그 목적이 유사하지만 ‘분류’의 구분이 기준에 따라 내용을 정렬하고 분류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면, ‘부각’의 구별은 하나의 대주제 아래 소주제 간의 명확한 차이를 드러내기 위한 목적이거나, 소제목과 내용 등 다른 성질을 가진 글의 구성요소를 구별하는 목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부각을 위한 문장부호가 ‘분류’와 비교해 같은 위계에도 다양한 문장부호를 사용한 점에서도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Figure 5).
2권 4호의 「동물계의 수륙양왕」에서는 생경한 동물인 고래(鯨)나 코끼리(象)를 설명할 때 각자 흰 삼각형표와 검정 삼각형표(▲)를 사용하여 지시하는 대상이 다른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즉 고래와 코끼리가 둘 다 포유류과의 신기한 동물임을 이야기하되, 엄연히 다른 동물임을 부각했다. 즉 동일성과 차별성을 동시에 보이고자 같은 삼각형이되 색으로 구별하여 부호를 사용한 예시라고 볼 수 있으며, 내용을 고려한 편집이라고 볼 수 있다. 또, 2권 5호의 꽃에 대한 지식을 설명하는 「화학교실」에는 세계 각지의 문명이나 문화에 대한 설명과 사진(畵)을 싣는 「세계화설(世界畵設)」이 한 펼침면 안에서 번갈아 실렸다. 목차상 대주제인 「화학교실」은 그 내용이 앞의 페이지와 이어지는 내용이나, 「세계화설」은 각각 다른 내용을 서술했다. 이와 같이 교차 편집된 구조 속에서 「세계화설」은 지속적으로 제목을 쓰되 제목의 문장부호를 각각 달리하여 「화학교실」과 다른 내용임을 상기시켰으며, 동시에 생소한 외국의 풍경 사진이 사진마다 다른 나라임을 구별할 수 있도록 했다. 단, 부호를 중복 사용하는 경우, 부호의 방향을 바꾸거나 붉은색과 녹색의 색을 사용해 구분했다. 이러한 제한적 변주는 자체 개발이 어려워 일본의 문물을 그대로 들여오는 등 당대의 기술적 한계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따라서 문장부호의 다양함과 그 사용 예시를 볼 때 신지식의 생경함에 걸맞은 차별적 부호를 최대한 활용하여 시각적 효율성을 추구한 근대적 편집 디자인의 일면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정보의 구별을 위해서 다양한 문장부호의 사용 외에도 한 종류만의 문장부호를 사용하기도 했다(Figure 6). 1권 1호의 「해상대한사」와 같이 본문 속에서 같은 글자 크기의 소제목과 내용의 구별을 위해 소제목에 흰 삼각형표를 사용했다. 즉 “왜 우리는 해상모험심을 감튜어 두었나”, “미리 통긔”와 같이 축약된 소제목에 문장부호를 이용해 소제목임을 암시했다. 「해상대한사」의 용례와 같이 흰 삼각형표는 『소년』의 전반에서 소제목과 내용을 구별하는 목적으로 사용됐으며, 두 개 또는 세 개로 붙여진 형태로 글줄의 구별을 위해 사용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요소간의 구별은 1권 1호의 「러시아는 읏더한 나라인가」와 1권 2호의 「육식초」에서는 다른 문장부호와 방식으로 드러났다. 이 경우 삽화로 인한 글줄의 분리를 보완하기 위해 검정 별표(★)를 사용해 끊어지고 이어지는 부분에 제시하여 글줄을 구별했다.
둘째, 강조는 내용이나 문장을 강조하기 위해 쓰였다. 이는 현행 문장부호의 드러냄표(˙)와 그 기능이 유사하나, 현재와 달리 『소년』에서는 다양한 부호가 드러냄표와 같은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강조의 역할을 하는 문장부호는 본문체와 비교해 작게 문장의 오른편에 사용되었는데, 문장의 부분 또는 전체에 사용되었다(Figure 7). 또한 의성어에만 사용된 경우도 빈번했다. 이는 Figure 7과 같이 “부글부글”, “타앙탕탕”, “튜르룽” 등 한자에서는 표현하기 어려웠던 한글 의성어를 옆의 시각 기호를 통해 운율과 음성의 현장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장부호를 통한 의성어의 강조는 최남선이 『소년』에서 기존의 율격을 탈피하는 등 근대적 시의 실험을 통해 "눈으로 읽는 시의 형식을 모색"한 것(Park, 2010)처럼, 음독에서 묵독으로의 이행기에 눈으로 읽는 글이라는, 새로운 감각의 독서를 시도한 흔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4. 3. 시각성의 창출
『소년』에서 문장부호가 창출해 내는 시각성은 문자 구성과의 조합을 통한 것으로 특히나 시각적인 효과를 강조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는 문장부호와 공간의 조화, 내용과 부호의 의미, 조형성 등을 고려한 배치를 통하여 정렬과 부각의 기능이 복합적으로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실험은 최남선이 창안한 형식인 신체시에서 두드러진다. 신체시는 시를 통해 전통적인 낭송 대신 “눈으로 읽는 시의 형식을 모색”하고 인쇄된 문자로 소리의 감각을 전달하고자 하는 “‘문자’의 형상성에 집중”(Park, 2010)했기 때문에, 결국 글과 문장부호라는 문자의 시각성이 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강세, 호흡, 몸짓 등 구어의 특징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신체시의 대표적인 실험은 1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Figure 8). Figure 8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대표적인 신체시 중 하나이다. 바다를 소재로 계몽성을 표현한 이 시는 줄임표를 사용해 파도가 부딪히는 긴 소리를 늘여 표현했다고 볼 수 있으며, 그 형태로 하여금 파도가 부딪히고 따라가는 포말이나 모래알이 흩어지는 해안선과 같은 형상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이 시각성은 “시의 내용과 형식이 통합적”(Jung, 2019)인 관계를 표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어 1권 1호 「성신」은 첫 문단에서 각 문장 가장 위 검정 별표를 통해 구의 시작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좌측으로 내려가는 사선의 문단과 함께 마치 혜성의 떨어지는 움직임을 상상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세 번째 행은 물결표(~)와 함께 문장 구를 채워 행을 정렬했는데, 이렇게 글줄 정렬을 통해 레이아웃의 조형적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이 물결표는 검정 별표 아래에서 ‘반땩’이라는 의성어와 함께 마치 밤하늘 아래 나타났다 사라지는 별빛, 즉 성신을 묘사하여 이 시의 시상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Figure 8의 1권 2호에 수록된 「우리의 운동장」은 사선의 행에 그치지 않고 위로 다시 한 글자씩 올라가는 행을 사용했다. 줄임표를 길게 이어 다음 문단의 운율과 길이를 맞춘 행은 시의 시각적 형상이 문단으로 나눠지지 않게 만든다. 또한 문단 글줄의 자유로운 모양은 마치 운동장에서 오락가락 달리는 움직임을 연상시키며, 공간적으로도 넓은 하단 여백에서는 말 그대로 “넓은 벌판”을 연상할 수 있다. 아울러 한 단락 안에서 “펴게 하여라!”, “넓은 벌판에!!” 등 느낌표의 점진적 중복사용은 각 문단 마지막 “우······리······로!!!”의 줄임표 사용과 함께 마치 격렬한 움직임 후 숨이 차올라 호흡과 감정이 폭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즉 효과적인 시의 전달과 표현을 위해 적절한 단어의 사용이나 행과 연의 분배뿐 아니라, 문장부호가 사용되어 시상을 증폭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시각성의 표현을 위한 문장부호는 앞선 부각이나 분류를 위한 지속적 사용과 달리, 실험적인 시도로서 예시와 같은 초기 몇 편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시각성을 드러낸 문장부호 역시 검정 별표, 줄임표 그리고 물결표만이 해당된다는 것은 이 같은 방식이 상용화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같은 실험적인 문자의 형상성은 여전히 유지되던 당대 음독문화 속에서 특유의 방법을 찾으려 했던 문자문화로서, 빈도가 아닌 그 시도 자체에 의해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최남선이 『소년』에서 사용한 문장부호 전체를 연구하고 종합한 결과 문장부호가 사용목적에 따라 구분되며, 그 목적이 크게 분류, 부각, 시각성이라는 세 가지로 나뉜다는 귀납적 결론에 도달했다. 이상의 세 가지 목적을 용법을 표로 정리해 각각의 문장부호를 명칭, 목적, 용법 그리고 특징으로 분류했다(Table 1). 이 과정 중 『소년』에서 현행 문장부호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모든 문장부호를 문장과 구문 등 글의 구조를 구분한다는 의미로 ‘구두점’으로 함께 분류했다. Table 1의 부호는 문장부호의 지속성이라는 특징을 고려해 2호 이상에서 사용된 문장부호만을 선별했으며, 순서는 『소년』에서 사용된 목적의 다양성과 빈도에 근거하여 나열했다.
앞서 살펴본 『소년』에서 사용된 문장부호의 특성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한 문장부호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사용했다. 이러한 다양성은 음독에서 묵독으로의 이행기에 신체가 행했던 다양한 음성적 차이, 의태적 차이 등을 시각화한 것이다. 망막을 통해 들어오는 내용이 지닌 중요성, 리듬감, 운율, 띄어 읽기 등의 다양성에 대해 최남선은 최대한 다양한 문장부호를 사용하면서 묵독 텍스트의 생동감과 조형성을 동시에 추구한 것이다. 둘째, 다채로운 사용 방식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문장부호는 특정한 규칙에 따라 지속적이고 일정하게 사용되었다. 이는 명확한 의도 전달이라는 현대 문장부호의 용법과 일치한다. 즉 일정한 시각원리와 디자인적 의도를 지닌 시각조형 활동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셋째, 문장부호를 독해의 보조적인 역할뿐 아니라, 의미 그 자체를 드러내는 역할로 사용했다. 즉 문장부호의 의미 전달이라는 목적과 동시에 내용의 함축적 감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따라서 최남선은 타이포그래피의 한 부분인 문장부호를 통해 의미와 형상성을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했으며, 『소년』의 다른 선진적인 부분과 마찬가지로 문장부호 사용의 의의는 근대성을 지닌 시대정신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6. 결론
새 시대 정신을 담는 틀로서 근대잡지 『소년』에는 편집디자인, 인쇄, 타이포그래피 등 모든 책 구성의 요소 전반에서 전통기를 넘어서는 과도기적 시도가 가득 차 있다. 그러한 시도들은 실험적인 것들이자, 근대성을 향한 열망과 새로움에 대한 동경을 담은 것들이었다. 이 실험적인 시도를 한 최남선은 근대 계몽기획, 신지식의 재구성이라는 내용적 측면과 함께 형식적으로 타이포그래피로서의 근대적 시각편집과 독해를 위한 보편성과 지속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근대적 종합잡지라고 하는 지위를 보여주는 잡지 『소년』의 근대적 시각성에 대한 연구는 희귀한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본 연구는 문장부호의 용법과 용례를 통한 『소년』의 근대성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를 통한 『소년』의 문장부호 사용 목적은 분류, 부각, 시각성의 특성으로 드러났으며, 이러한 문장부호는 지속적,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었다. 또한 기하학적 도형과 추상적 도형들로 구성된 다양한 문장부호들은 명조체의 한글과 대조되는 시각성을 형성하면서, 독자들에게 근대적 감각을 부여하는 역할을 담당한 새로운 매개체였다. 자연히 전통기에서 근대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인쇄매체에서 근대적 실험을 보여 준 최남선은, 비록 디자인논리로서 그 원리를 주장하지 못한 한계가 있어도, 근대 디자인의 실험자로 규정될 수 있다.
최남선에 의해 쓰인 이 같은 문장부호에 대한 실험성과 달리 현재 한글 문장부호는 대체로 한글 조판에서 기피되는 대상이다. 대표적 이유로는 국립국어원에서 제시하는 문장부호 규범이 있음에도 문장부호 사용규정에 대해 편집을 주관하는 기관이나 책마다 일러두기를 따로 둘 정도로 혼재하는 문장부호의 인식을 들 수 있다. 더불어 알파벳 26자와 비교해 약 2천여 자 이상을 만들어야 하는 한글 조판의 특성상 문장부호까지 제작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디자이너들은 글의 명료함을 위한 해석자이자 전달자로서 문장부호의 시각성과 연관되어 있다. 결국 문장부호의 곤궁한 처지는, 우리 문장부호 체계에 대한 재고가 국어학적인 해석뿐 아니라, 디자인학적인 분석이라는 관점의 다양성의 견지에서 고찰될 필요를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 디자인의 기원에 대해서는 뚜렷한 기준 없이 해방 이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게다가 한국문화에서 근대라는 지점은 친일, 표절, 단순 모방과 같이 잘 알려진 문제들로 인해 근대 디자인 연구에 대한 진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기의 디자인은 기술과 문화의 급격한 도입과 더불어, 그를 받아들이는 주체들의 인식, 당대 식민지적 상황 등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이다. 즉 근대기 조선의 문화적 상황은 현대 디자인의 시발점을 제공한 유럽의 문화 현실과는 전면적으로 다른 지형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억압과 사회적 불안정성, 문화적 핍박 등이 중첩된 당대 식민지 상황에서 발생한 디자인적 실험이나 조형성을 서구의 디자인 역사를 보는 눈으로만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의식하에서 한국의 근대 디자인에 대한 논점은 새롭게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연구 시각 재설정의 필요성은 옛 것의 찬란한 부분만을 부각시키는 민족주의 고취나 국수주의적 태도를 목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실증적인 공시적 분석은 탈(post-)개념의 시대에 기왕의 연구를 넘어 여태 보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근대적 디자이너로서 최남선이 구성한 『소년』의 문장부호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통해 한국 디자인사의 한 측면을 드러냄으로서, 한국 디자인의 근대(modern)의 범주를 확장하고자 한다.
Notes
1) 단, 위와 같은 논의의 확장에 대해서는 기왕의 연구자들이 문장부호의 규정을 지적하듯, 함의와 지시를 내포하는 수많은 기호들을 모두 문장부호라고 볼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 예를 들어 부호나 숫자 따위의 문자집합을 통한 표현인 이모티콘, 그림문자인 이모지 그리고 픽토그램 등을 문장부호로 편입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이다. 이는 문장부호와 언어의 표현범주가 시대마다 변화해 왔다는 점에서 후속연구의 가능성을 연 채로 줄이고자 한다.
Acknowledgments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2020S1A5A2A01046655)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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