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s of Design Research
[ Article ]
Archives of Design Research - Vol. 37, No. 4, pp.337-353
ISSN: 1226-8046 (Print) 2288-298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Aug 2024
Received 10 Jun 2024 Revised 16 Jun 2024 Accepted 19 Jun 2024
DOI: https://doi.org/10.15187/adr.2024.08.37.4.337

소규모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의 역할과 생존 모델의 성립: 2010~2015년을 중심으로

Hyungjae Kim김형재
Department of Design, Assistant Professor, DongYang University, Dongducheon, Korea 동양대학교 디자인학부, 조교수, 동두천, 대한민국
Establishment of the Role and Survival Model of Small Graphic Design Studios: 2010-2015

Correspondence to: Hyungjae Kim personak@gmail.com

초록

연구배경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외환위기 등의 경제 위기를 겪으며 디자인을 비롯한 한국 사회의 산업 구조가 재편되기 시작했다. 특히 그래픽 디자인의 수행 주체는 지속적으로 소형화하고 있었다. 2000년대 중반 들어 등장한 소규모 스튜디오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문화적 성취를 획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0년대에 접어들며 소규모 스튜디오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본 연구는 2010년대 소규모 스튜디오의 구성원과 문화가 성숙하며 자신의 역할과 생존모델을 구체화, 체계화하기 시작했음을 밝히고자 한다.

연구방법 본 연구는 먼저 <그래픽 디자인, 2005~2015, 서울>전에서 제기된 소규모 스튜디오의 한계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한다. 이후 디자인 분야의 잡지, 학술지, 일간지, 도서 등에 실린 기사와 인터뷰와 저술을 분석해 소규모 스튜디오의 활동 양상을 2010년대 초에서 중반까지를 중심으로 추적한다. 소규모 스튜디오가 담당하는 세부적인 분야별로 이들이 구사한 전략과 이를 통한 생존모델의 수립 과정을 자세히 살핀다.

연구결과 2010년대 들어 소규모 스튜디오는 소수의 사례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생산 주체들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첫째, 소규모 스튜디오의 구성원들은 초기부터 디자인 용역 수행에 그치지 않고 자율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이며 문화예술 분야에서 미술가들과 대등한 역량을 표출했다. 그 결과 문화예술 분야의 프로젝트에서 기획 단계부터 대등한 협업자의 위상을 획득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대부터 소규모 스튜디오는 국내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기관의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다. 둘째, 소규모 스튜디오는 당시 경제, 사회, 문화적 배경을 충실히 이해하고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문화 생산 및 소비층을 발굴해 출판 분야에서 새로운 역할 모델을 제시하였다. 문학 도서를 굿즈와 같은 기호 소비 상품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취향 공동체를 위한 콘텐츠의 상품화에 성공하였으며 이후 유사한 방법론을 채택하는 소규모 스튜디오의 움직임으로 확산되었다. 셋째,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단축하고, 소규모 스튜디오의 창의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제시했다. 이는 이익을 추구하기 힘든 소규모 스튜디오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큰 의미가 될 수 있었다.

결론 2000년대에 등장한 소규모 스튜디오는 자율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생산하며 주목받고 있었다. 2010년대로 접어들며 소규모 스튜디오는 방법론과 전략을 체계화해 문화예술과 출판, 기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새로운 역할과 생존 모델을 수립하고 있다. 이는 소규모 스튜디오가 2010년대 후반 이후 더욱 보편적이고 일반화된 역할 및 생존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했다.

Abstract

Background From the late 1990s to the early 2000s, the industrial structure of South Korean society, including design, began to be reorganized due to economic crises such as the foreign exchange crisis. In particular, the subjects performing graphic design were continuously being miniaturized. Small studios that appeared in the mid-2000s began to stand out in the field of culture and arts and achieved cultural achievements. However, in the 2010s, doubts began to arise about the sustainability of small studios. This study aims to reveal that in the 2010s, the members and culture of small studios matured and began to specify and systematize their roles and survival models.

Methods This study first analyzed the limitations and sustainability issues of small-scale studios raised in the exhibition Graphic Design, 2005-2015, Seoul from various angles. Afterwards, we analyzed articles, interviews, and writings published in magazines, academic journals, daily newspapers, and books in the design field to track the activities of small studios from the early to mid-2010s. We took a closer look at the strategy and the process of building a survival model through it.

Results In the 2010s, small studios were not limited to just a few cases, and new production entities continued to emerge. First, from the beginning, members of the small studio did not stop at performing design services but showed autonomous and experimental work, demonstrating capabilities on par with artists in the field of culture and arts. As a result, they were able to acquire the status of equal collaborators from the planning stage on projects in the field of culture and arts. Based on this, starting in the 2010s, small studios were able to win projects from cultural and artistic institutions in various fields in South Korea. Second, the small studio discovered new cultural production and consumption groups by faithfully understanding and analyzing the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background of the time and presented a new role model in the publishing field. By making literary books recognized as preferred consumption products, the small studio succeeded in commercializing content for the taste community, and later spread into a movement of small studios adopting similar methodologies. Third, they proposed a communication method that shortened the complex decision-making process in corporate communication and maximized the creativity of small studios. This could be of great significance in overcoming the limitations of small studios that find it difficult to pursue profits.

Conclusions Small studios that emerged in the 2000s were attracting attention by producing autonomous and experimental work. Entering the 2010s, small studios have established new roles and survival models by systematizing methodologies and strategies and carrying out various projects in the fields of culture and arts, publishing, and corporate communication. This has allowed small studios to become more common and a common role and survival model since the late 2010s.

Keywords:

Small Studio, 2010s, Korean History of Design, Visual Communication Design, Graphic Design, Role Model

키워드:

소규모 스튜디오, 2010년대, 한국 디자인사, 시각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역할 모델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1.1. 연구 배경 및 목적

2000년대 중반 등장한 소규모 스튜디오는 개인 혹은 수 명의 그룹으로 구성된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지칭하는 말로 흔히 문화예술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실험적인 그래픽 디자인 작업들을 선보인 흐름의 주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소규모’가 함의하는 규모 면에서의 특징만으로 이들을 규정하기 어려운 탓에 자율성이 강조된 의미로 작가주의 디자이너라는 용어가 종종 함께 사용되기도 한다(Oh, 2016).

소규모 스튜디오가 한국에서 새로운 유형의 활동 양식으로 자리잡은 배경은 다음과 같았다.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 사회의 경제 산업 체계 전반이 재편됨에 따라 기존의 대형 디자인 에이전시와는 달리 디자인을 수행하는 조직의 단위가 전반적으로 소형화하고 있었다(Kang, 2017). 또한 매체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제 활동을 즉각적으로 발표하고 이에 대한 실시간적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한편 세계적으로 디자이너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반성적 시각이 대두되며 실험적이고 자율적인 디자이너의 활동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Poynor, 2003). 이와 같은 배경 아래 소규모 스튜디오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작업이 가능한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해 가기 시작했다. 많은 매체가 이들의 등장과 활동을 주목했고, 이 현상은 업계를 넘어 디자인 교육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2010년대에 이르자, 소규모 스튜디오가 지속 가능한 모델인지에 대한 반성적 질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들의 활동이 동시대 그래픽 디자인을 둘러싼 환경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에 적용하기에 유효한 모델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는 이들이 나타난 것이다. “창의성은 여전히 이윤을 보장받지 못하는 구조 속에 있”으며 “창의성은 자율성을 보장 받는 환경에서 성장 가능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창의성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척박하기만 하며 정책이나 교육적 방안도 미비”했다(Kim, Kang, 2010). 또한 소규모 스튜디오 흐름을 주도하는 주체가 한정적이고 대부분 고학력 엘리트이며, 이들의 활동 양식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 않는 과시적,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Oh, 2016).

이와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스튜디오 형식의 활동은 2010년대 후반 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들이 담당하는 영역도 문화예술 영역을 벗어나 엔터테인먼트, 패션, 리테일, 유통, 대기업의 브랜딩에 이르기까지 점차 확장되었다. 그렇다면 소규모 스튜디오가 이윤을 쉽게 발생시키지 못하는 소수의 엘리트 디자이너 중심의 인적 구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그래픽 디자인 분야의 일상적인 활동 모델로 자리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본 연구는 위와 같은 맥락에서 소규모 스튜디오의 활동, 그 중에서도 2010년대 초에서 2010년대 중반까지를 자세히 살펴보려 한다. 특히 현대미술, 무용, 건축 등의 문화예술계를 시작으로 출판,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부문에 이르기까지 소규모 스튜디오가 사용한 방법론과 활동 양식은 2010년대에 접어들며 점차 성숙한 면모를 보이며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이후 2010년대 후반뿐만 아니라 2020년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그래픽 디자인 수행의 모델로서 참조, 활용되었다.

1.2. 연구 방법 및 범위

본 연구는 문헌 연구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래픽 디자인 분야의 소규모 스튜디오의 활동 양상을 다룬 잡지와 일간지 등의 매체와 논문, 도서,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소규모 스튜디오 모델에 던져진 질문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고 이에 대한 소규모 스튜디오의 대응 방식을 해석해 이들이 새롭게 정립한 생존 모델을 추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같은 시기 가구, 제품, 디지털미디어 분야 등에서도 소규모 스튜디오 형식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이 논고에서는 그래픽 디자인, 시각디자인 분야에 한정하여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소규모 스튜디오의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의 활동을 정리한 <그래픽 디자인, 2005~2015, 서울>의 전시가 스스로 제기한 소규모 스튜디오의 생존 전략에 대한 의구심을 구체화한다.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소규모 스튜디오의 활동 양식과 모델이 확장, 전개된 과정을 살피며 그와 같은 현상이 나타난 배경에 대해 추론했다. 이어서 2010년대 초, 중반의 소규모 스튜디오 활동을 문화예술, 출판,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세 분야로 나누어 세밀히 분석함으로써 소규모 스튜디오들이 당시 경제, 사회, 문화적 배경을 충실히 이해한 바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 생산 및 소비층을 발굴하고 있었으며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론을 개발하였음을 서술하고 논증했다.


2. 초기 소규모 스튜디오의 한계와 2010년대 후반 이후의 전개

2.1. 초기 소규모 스튜디오 모델의 한계와 지속 가능성

2016년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개최된 <그래픽 디자인, 2005~2015, 서울> 전시는 2005년부터 약 10년간의 ‘소규모 스튜디오’의 활동을 정리하고, 한편으로 이와 같은 유형의 활동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 전시의 가장 주요한 축은 기획자인 김형진과 최성민이 작성한 목록 작업 <101개의 지표>였다. <101개의 지표>는 소규모 스튜디오가 제작한 그래픽 디자인 작업물을 하나의 지표로 간주하고, 2005년부터 2015년 사이에 발표된 101개의 작품을 선별해 실었다. 이 전시는 소규모 스튜디오가 분명한 현상으로서 일간지, 잡지 등의 매체나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가시화된 바 있으나 이를 수행하는 개별적 주체들 각각과 전체 구성원을 호명하고 그들의 활동을 한데 모아 명시화한 사례가 없었던 것에 착안해, 구체적인 작품 목록을 통해 이 흐름의 실체를 규명하고 정리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전시의 나머지 부분은 <101개의 지표>를 이루는 목록을 참여 작가 12팀에 제공해 이들에게 이를 직, 간접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해 독립적인 작품을 제작할 것을 의뢰한 결과로 이루어졌다.

<101개의 지표>의 특징 중 하나는 실제 101개의 작품을 제작한 30여 개의 소규모 스튜디오의 개별 구성원의 이름, 출생연도, 학력 등을 개별 코드로 구분해 이를 보는 이가 자유롭게 조건을 설정해 검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재구성된 하위 목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이 정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옵티컬레이스의 <33>이었다. <33>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일정 수준 이상 발달한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와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동기화되어 있는 한국, 미국, 일본의 다양한 발전상을 선별해 연대기 순서대로 요약한 연표를 벽면에 설치하고, 이 연표와 <101개의 지표>의 인적 구성원, 다시 말해 소규모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개별 주체의 생년, 유학 연도 등의 세대 구분과 학력, 스튜디오 결성 등의 시기 정보를 병치해 표시하고 있었다. 요컨대 옵티컬레이스는 <33>을 통해 2005년부터 2015년 사이에 활동한 소규모 스튜디오의 인적 구성원의 세대를 세분화하고, 이들의 활동이 과연 어떤 어떤 사회, 문화적 배경과 교육 환경을 통해 소규모 스튜디오 형식으로 귀결되었는가를 아울러 살필 수 있게 했다.

Figure 1

<101 Indexes> (2016)

Figure 2

Optical Race, <33> (2016)

<33>의 설치 작업의 일부를 발췌한 Table 1을 살펴보면 2005년부터 2015년 사이 활동한 30여 팀에 소속된 43명의 디자이너들이 태어난 시기는 1970년에서 1990년으로 약 20년 사이에 분포하고 있어 대부분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에 소규모 스튜디오를 개소했다. 1970년대생 디자이너들은 다수가 대학원 이상의 서구 유학을 경험하고 30대 중반에 소규모 스튜디오를 개소했으며, 1980년대 이후 태생 디자이너들은 주로 20대 중반, 국내 디자인대학 학사 졸업 후 스튜디오를 개소한 경우가 많았다. 학력의 경우 서울 및 수도권 소재 학사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하며, 유학의 경우, 미국, 영국, 네덜란드 3개국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들이 유학한 시기의 3개국은 모두 신자유주의적 경제 체제가 강화되며 디자인 산업이 집중 육성되었거나 문화예술과 협업하는 소규모 스튜디오 활동이 두드러진 국가이기도 했다. 유학을 경험한 디자이너들 중 다수는 국내외 디자인 대학의 전임 교수직을 맡았다.

Birth year and educational background of members appearing in <101 Indexes>

두 개의 평행한 연표(한미일의 경제, 사회, 문화 연표와 소규모 스튜디오 구성원의 생애 주기)를 통해 옵티컬레이스는, 1970~1980년대의 고도 성장기의 한국(서울)에서 태어나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유학 후 돌아온 일군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닷컴 버블과 글로벌 경제위기, 그리고 모바일 환경이 촉발한 문화적 변혁 등을 겪으며 생존 양식으로서 선택한 소규모 스튜디오가 과연 어느 정도 보편적인 방법론으로서 이후 세대에 역할 모델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시대적 특수성에 천착한 일시적 흐름인지를 묻고 있었다. 이들의 활동 기반은 대부분 미술, 다원예술, 영화, 건축 등의 분야의 문화예술기관이 의뢰하는 프로모션 프로젝트나 독립출판 등 일군의 문화예술 분야에 한정되었고, 그마저도 5~10팀 남짓한 주요 스튜디오들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이미 과점화된 상황이었다. 다시 말해, 소규모 스튜디오는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 새로 진입하는 이에게 쉽게 적용하기 어려운 생존 모델이라고 볼 수 있었다. 임근준은 이에 대해 “<그래픽 디자인, 2005~2015, 서울>은 90년대생이 두각을 나타낼 차례라는 걸 아주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고, “이들에게 허락됐던 소규모 스튜디오 자리는 포화 상태”이며, 다만 “미안하게도 다음 세대를 위한 자리를 창출할 방법은 아직 모르겠어’라는 고백”에 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건축신문, 2016년 #17)

2.2. 2010년대 중반 이후 소규모 스튜디오 모델의 지속과 확장

그렇다면 소규모 스튜디오는 10여 년의 실험과 전성기를 마주한 채 영향력을 잃고 도태되었을까? 오히려 2005년부터 2015년까지의 소규모 스튜디오의 활동은 해당 활동의 규모나 실질적인 영향력 이상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디자인 전공생이나 디자인 산업에 진입하는 젊은 세대는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소모적인 역할을 하기보다 자신이 직접 생산한 결과가 가시화될 수 있는 소규모 스튜디오의 방법론과 결과를 선망하기 시작했다.

2015년 『월간 디자인』 기사에 따르면, 국내 디자인대학 전공생이 가장 입사하길 바라는 직장은 해외 기업으로 구글이, 국내 기업으로는 NHN이 꼽혔으며 가장 좋아하는 국내 디자이너로는 슬기와 민, 워크룸프레스 등이 언급되었다(월간 디자인, 2015년 3월). 디자인 직종 지망생들은 높은 수준의 급여와 복리후생, 직업적 안정성이 뛰어난 IT 글로벌 대기업의 정규직을 대체로 선호하지만 한편으로는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배출하는 주체적인 디자인 형식과 활동의 자율성을 선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2021년 기준으로 평균 급여에서 약 2~3배 이상 차이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측되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소규모 스튜디오의 영향력이 일반적인 경제적 규모를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0년대 후반 이후 소규모 스튜디오의 활동은 문화예술 분야를 넘어 사회 여러 분야로 확장되기 시작했고, 이후 이 모델의 유효성을 감지한 기업들이 소규모 스튜디오에게 대형 에이전시 등의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프로젝트를 의뢰하는 사례들로 이어졌다. 2021년 안마노, 김형재, 김기창, 정사록 등이 기획하고 2021년 한국디자인사학회가 주관한 전시 <Not Only But Also>는 소규모 스튜디오의 생태계가 확장해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자 한 프로젝트였다. <그래픽 디자인 2005~2015, 서울>에서 <101개의 지표>의 방법론을 받아들인 그들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디자인 신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그래픽 디자인 작업들을 수집해 연대기순으로 전시했다. 이 전시의 기획진은 이 시기에 일어난 변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 2016년 이전까지는 기존 소규모 스튜디오의 주역으로 알려진 스튜디오의 작업들이 주로 수집되었으나 2018년부터 2019년 사이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2) 소규모 스튜디오의 그래픽 문법과 활동 양상을 제 방법론으로 삼은 젊은 디자이너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생산, 발표 및 공유된 작업의 양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3) 생산 주체의 정체성 또한 급격히 변화했다. 기업이나 스튜디오의 도제식 견습을 거치지 않은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연령층이 적극적으로 SNS를 통해 작업을 발표하고, 이를 자체적으로 공유, 소비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세대, 젠더, 페미니즘 등을 기반으로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활동도 두드러졌다. 4) 2020년대 들어 급속도로 성장한 스마트업과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중심으로 소규모 스튜디오의 그래픽 문법을 받아들이는 기업도 크게 늘어났다(Kim et al., 2023).

소규모 스튜디오가 특정 세대의 인원이 한정된 시기에 수행한 활동이자 일시적 현상이라고 풀이되기도 했지만, <Not Only But Also> 기획진의 연구 결과를 통해 살핀 바와 같이 소규모 스튜디오는 실질적으로 2010년대 후반 들어 여러 디자이너에게 직업적 모델이자 디자인 수행 방법론의 하나로서 자리잡은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어떤 배경을 통해 이루어진 것일까? 2010년대 후반 새로 등장한 소규모 스튜디오 형식의 폭발적 활동 양상은 이전 세대의 활동과는 단절적인 별개의 현상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본 연구자는 이후의 서술을 통해 2000년대 처음 등장한 소규모 스튜디오가 2010년대에 접어들며 성숙해 나가는 과정에서 점점 정교하게 제 방법론을 발전시켜 나갔으며 그들이 특수하고 일회적이기보다 참조와 적용이 가능한 보편적인 방법론과 생존 모델들을 정립시켰는지, 또한 이에 이후 세대들에게 소규모 스튜디오라는 형식이 표준적인 역할 및 생존 모델의 하나로 자리잡은 것인지 확인하고자 한다.


3. 2010년대 소규모 스튜디오의 역할과 생존 모델의 성립

3.1. 소규모 스튜디오의 등장 배경

소규모 스튜디오의 생존 모델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이들이 등장한 배경이 무엇인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소규모 스튜디오의 흐름은 “전혀 의식적인 움직임이 아니었”으며 “작고 느슨한 형태의 조직과 자율성에 대한 희망 정도”였기 때문이다(Kim, 2020).

1980년대부터 연이어 올림픽, 엑스포 등의 국제 행사들이 개최된 것은 한국의 경제 성장에 기여함과 동시에 시각적 취향을 개방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에 맞춰 그래픽 디자인 산업도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1990년대 초, 중반은 디자인 스튜디오의 양과 질이 동시에 성장한 시기였다. 1970년대에 만들어진 교수 중심의 연구팀과 1980년대 디자인 전문회사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스튜디오를 만들었고 사회적으로는 CI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대기업은 사내 디자인실이나 휘하의 광고대행사를 육성했다. 그러나 1997년 1월 한보사태를 시작으로 이어진 기업들의 부도는 국내 30대 대기업 중 절반 가까이에 영향을 미쳤다. 많은 기업들이 광고 홍보 예산을 축소하고, 관련 부서를 없애거나 구조조정하며, 신규채용을 진행하지 않았다. 광고대행사와 디자인 전문회사에는 이 여파가 그대로 전해졌다. 프로젝트 수가 줄어들고 개발비는 낮아지는 상황에서 규모가 큰 디자인 전문회사들은 인원을 감축할 수밖에 없었고 디자이너들은 독립해서 더 작은 규모의 회사를 만들게 된다. 같은 시기 국내 미디어환경도 크게 바뀌며 웹, 멀티미디어 산업이 CI를 대신해 디자인 스튜디오들의 주요 업무로 자리잡기도 했다. 포털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디자인 분야가 활발하게 전개되었지만 닷컴 버블이 붕괴하면서 2003년 이후 디자인 산업 전체에는 상업적 활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불황이 지속되자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스튜디오가 독특한 아이디어를 무기삼아 새로운 디자인 작업을 선보이거나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례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해외 여행과 유학이 자유화됨에 따라 이전 세대보다 외국생활의 경험이 많은 세대가 등장하였고 디자인의 퀄리티 역시 자연스럽게 전지구적 스케일에 맞추어 상향평준화되었다(Kang, 2017).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제조업과 디자인 산업, 그리고 매체와 대중문화 등 사회 전반에 지각변동이 시작되었다. 특히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의 등장은 스마트폰 사용자 개개인을 실시간으로 정보를 유통하고 소비하는 주체로 만들었다. 실시간 양방향 소통, 빠르고 강력한 파급력, 전지구적 동시성 획득 등으로 대표되는 SNS의 특성은 소규모 스튜디오에게는 최적의 환경 조건으로 작용했다. 소규모 스튜디오들은 이전 시대와 비교해 규모는 작지만 자유롭고 실험적인 작업들을 SNS를 통해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이에 대해 반응하는 대중과 연대해 자신들만의 취향의 공동체를 형성해갔다. 소규모 스튜디오의 흐름은 이와 같은 상황 아래에서 시작되었다.

3.2.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소규모 스튜디오의 역할 성립: 실험적 디자인 생산을 통한 미술 분야와의 대등한 협업 관계 형성

초기 소규모 스튜디오의 활동은 미술을 비롯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소규모 스튜디오의 역할 모델을 최초로 정립한 것은 최슬기와 최성민이 결성한 슬기와 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2000년대 초 예일대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네덜란드로 이주, 얀 판 에이크 아카데미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유럽에서 소규모 스튜디오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개념미술 등 미술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론을 차용하며 그래픽 디자인에 있어서의 탈현대주의적 태도를 견지했으며 이는 종종 미술과 디자인의 경계선 상에서 해석되었다.

2005년 국제현대무용제 ‘모다페’의 디자인 작업을 시작으로 한국에서의 디자인 활동을 시작했으며, 같은 해 디자인 연구자 강현주, 박해천 등과 함께 2005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특별전 <한국의 디자인 산업, 문화, 역사>에 참여하고, D.T. 동인으로서 부정기 간행물 『D.T.1』을 발간하는데 동참했다. 이듬해 갤러리 팩토리에서 <슬기와 민 팩토리 060421~060513>을 열며 유럽에서의 활동을 전시의 형식으로 정리하고, 광주비엔날레 <열풍변주곡>의 도록(2006), 제 2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2007)의 아이덴티티, 다원예술축제 <스프링 웨이브>(2007)를 거쳐 페스티벌 봄(2008-2013), <백남준 아트센터 개관전>(2008), 플랫폼 페스티벌(2008) 등의 디자인을 맡으며 문화예술 분야에서 소규모 스튜디오가 활동하는 거점을 확보했다.

이처럼 슬기와 민이 현대미술과 무용, 다원예술 등의 분야의 디자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편 유사한 활동 양식을 선보이는 디자이너가 계속해서 출현하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김형진, 박활성, 이경수가 워크룸을, 이재민이 스튜디오 fnt를 설립했고, 2009년 정진열 등이 스튜디오 TEXT를, 같은 해 강진 등이 결성한 오디너리 피플이 활동을 시작했다. “기업의 디자인 부서에 취업하거나 전문회사에 입사하기보다 자신과 취향이 맞는 사람들이 작은 그룹을 이루는 경향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문화계 클라이언트들이 이들 소규모 스튜디오들을 인식한 결과 예술가, 갤러리, 문화 행사의 주요 프로젝트가 소규모 스튜디오에 의해 수행되고 규모가 있는 디자인 회사 작업과 뚜렷하게 구별되면서 이런 움직임에 가속이 붙었다.”(계간 그래픽, 2010, #14)

이러한 활동이 가능했던 데에는 문화예술 분야의 경제적인 조건과 소규모 스튜디오가 가진 공통적인 태도가 큰 역할을 했다. 문화 영역의 클라이언트들은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규모가 작은 탓에 의사소통 과정이 훨씬 단축될 수 있었고, 보다 자유로운 디자인이 가능했다. “디자인을 산업이 아닌 문화나 예술로 보는, 따라서 경제적 보상보다 작업의 자유나 창의성 같은 무형적 보상”이 제공되는 결과를 목격한 디자이너들이 문화예술 영역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게 된 것이다(월간 디자인, 2016년 5월). 소규모 스튜디오가 생산한 작업들이 “디자인이 천편일률적이었던 미술관이나 박물관 도록 디자인에” 있어 크게 차별화되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한겨레, 2013년 3월 14일).

2000년대 후반까지 이 모델이 적용되는 사례는 양적으로 판단할 때 그리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 2010년 이전까지 주요 국공립 문화예술기관의 프로젝트를 맡아 수행한 주체는 슬기와 민과 워크룸 등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소규모 스튜디오 유형에 속하는 디자이너들의 활동은 대부분 독립출판 등 취향의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그야말로 ‘소규모’ 프로젝트에 그치고 있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이와 같은 상황은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주요 문화예술기관의 프로젝트를 소규모 스튜디오가 수주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Table 2는 <그래픽 디자인, 2005~2015, 서울>의 <101개의 지표>에서 소규모 스튜디오로 분류된 디자이너들이 국공립 문화예술기관과 협업한 사례를 연도에 따라 정리한 것이다. 이 표에 따르면, 2010년 이전까지 주요 국공립 문화예술기관의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슬기와 민, 워크룸, TEXT 등에 지나지 않았으나, 2010년대에 접어들며 앞의 세 팀을 포함해 신신, 스튜디오 fnt, 신덕호, 김영나, 홍은주 김형재, 헤이조, 기조측면, 강이룬, 이푸로니, 오디너리피플 등 13개 팀으로 늘어나게 된다. 프로젝트 수의 경우 2006년 4개, 2007년 11개의 프로젝트만이 소규모 스튜디오에 의해 수행되었으나 2009년 22개로 늘어나기 시작해 2014년이 되면 50개에 이르며 2000년 중반과 비교해 약 10배 가까이 늘어난다.

Number of projects of Korea’s major cultural and arts institutions carried out by small studios

이들이 업무를 수행한 국공립 문화예술기관의 다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2000년대에는 국립현대미술관, 한국디자인문화재단, 국립중앙박물관, 국가인권위원회, 국립중앙박물관, 광주비엔날레, 안양공공예술 프로젝트, 경기창작센터, 아르코미술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백남준아트센터 등이었던 소규모 스튜디오의 국공립 문화예술기관 클라이언트는 2010년대에 접어들며 앞의 기관들을 포함해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현대무용단, 국립극단, 국립극장, 베니스건축비엔날레, 서울역사박물관,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등으로 현대미술, 현대무용, 다원예술, 연극, 공공예술, 영화, 건축 분야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문화예술 분야를 망라하게 된다.

이처럼 2010년대 중반이 되면 한국 대부분의 국공립 문화예술기관 프로젝트는 소규모 스튜디오가 담당하는 것이 당연시될 정도로 변모하였다. 삼성미술관 리움, 국제갤러리, 일민미술관, 금호미술관, 성곡미술관 등 대형 갤러리, 미술관 등까지 포함하면 소규모 스튜디오가 담당하는 범위는 더욱 넓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문화예술 분야의 그래픽 디자인 프로젝트를 소규모 스튜디오가 독점적으로 수행하게 된 것은 오직 ‘디자인의 차별화’ 때문이었을까? 협업이 활발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문화예술계의 소규모 스튜디오에 대한 인식의 변화 역시 주요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의 소규모 스튜디오가 단순한 용역 수행 주체로 인식되는 일은 드물었다. 이들은 일종의 대등한 “협업자”로서, 해당 프로젝트를 의뢰하는 문화예술기관의 프로젝트 수행 주체들(미술관의 큐레이터 등)과 기획 단계에서부터 주요한 파트너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클라이언트와의 관계에서 우리(디자이너)의 역할이 협업자이길 희망”한다고 해서 그 역할이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기존의 디자인 수행에 있어 “마치 변호사나 의사처럼 문제를 해결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문성을 강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월간 디자인, 2017년 5월), 당시 소규모 스튜디오들은 클라이언트가 존재하지 않는 자율적인 예술-디자인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역할과 역량이 그들이 주로 맡는 문화예술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예술가들의 그것과 유사함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미술 잡지 『아트인컬처』의 편집장을 역임한 김재석은 이 흐름에 대해 “그들은 더는 작가의 훌륭한 조력자에 머물지 않는다. 전시 기획부터 도록 완성까지, 모든 영역에 깊숙이 개입하며 제3의 창작 집단으로 거듭나는 중”이라며, 이들이 “디자이너라면 응당 이래야 한다는 한국 문화예술계의 선입견을 부수는 급진적 태도와 발언”뿐만 아니라 “작가? 창작자? 작가-디자이너? 디자이너-작가? 디자인-미술-창작자? 그들의 직업을 무엇이라 부르든, 디자이너가 제 역할을(기획자로든, 작가로든) 확대, 갱신하며 작품 활동을 펼치는 것은 사실 그리 낯설지 않”다고 서술했다(Noblesse, 2016년 2월).

김재석이 말하는 디자이너의 “작품 활동”은 2000년대 중반부터 소규모 스튜디오가 제 방법론의 주무기 중의 하나로 활용해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시작을 연 것은 슬기와 민이었다. 해외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슬기와 민이 갤러리 팩토리에서 개최한 <슬기와 민-팩토리 060421~060513>전은 같은 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예술상 미술 부문을 수상했다. 개인전 외에도 2010년부터 작가 박미나, Sasa[44]와 함께 SMSM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광주비엔날레 등의 여러 전시에 참여하기도 했다. 2014년 슬기와 민은 그래픽 디자이너로서는 사상 최초로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 네덜란드의 베르크플라츠 티포흐라피에서 수학하고 귀국해 2011년 갤러리팩토리에서 개인전 <FOUND ABSTRACTS>를 열고 본격적인 국내 활동을 시작한 김영나도 활동 초기부터 미술과 디자인의 경계선 상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디자이너 중 하나였다. 2013년 디자이너로서는 최초로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한 그는 2015년 뉴욕 두산 레지던시에 입주 작가로 선정되어 같은 해 두산갤러리 뉴욕에서 개인전 <SET>를 열었다. 2013년부터 프로젝트 그룹 옵티컬레이스를 결성해 도시와 인프라, 부동산 등을 조사 연구해 시각화하는 작업을 선보인 김형재도 미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옵티컬레이스는 2013년 일민시각문화총서 시리즈 <공원, 한강, 이득영>을 시작으로 2014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 <세 도시 이야기>로 전시에 참여하고 동명의 책을 출간했다.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즐거운 나의 집>전에 출품한 <확률가족>은 언론 매체, SNS를 중심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옵티컬레이스는 2016년 한국 신진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삼성미술관 리움이 개최하는 <아트스펙트럼>의 참여 작가로 선정된 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르코미술관 등에서 열린 다수의 현대미술, 건축 분야의 전시에 참여했다.

Figure 3

Sulki and Min, <Technical Drawing> (2014)

Figure 4

Na Kim, <SET> (2015)

Figure 5

Optical Race, <Chance Family> (2015)

이처럼 디자이너로서뿐만 아니라 미술계의 일원인 동등한 미술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으며 미술과 디자인 양쪽 모두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소규모 스튜디오 구성원들의 활동은, 예술가나 큐레이터 등에게 용역 업체가 아닌 동등한 파트너의 위상으로 인식하고 대등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들은 당시 미술계의 젊은 세대 작가들과 기획자들이 연합해 만들어낸 ‘신생공간’의 흐름에서도 일정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신생공간은 2000년대 후반부터 “종로, 을지로, 창신동 등 구도심과 구 산업지역 혹은 미술대학이나 작가들의 스튜디오가 밀집해 있는 합정, 성산 등의 지역”에 자리잡고 “개별적인, 또는 느슨한 공동체 작업을 수행”한 젊은 예술 생산자 공간과 네트워크를 일컫는다(Shin, 2016). 신생공간은 2010년대 들어 기회감소 시대와 극심한 세대 내 불균형을 경험하고 있던 미술계에 젊은 세대들의 제도권 미술에 진입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젊은 작가들을 위한 전시 디자인 작업은 소규모 스튜디오의 실험성을 보여주는 무대가 되었고 김영나와 김형재 등은 커먼센터와 시청각 등 주요 신생공간을 직접 열고 운영하거나 디자인 파트너로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규모 스튜디오의 구성원들은 국공립 문화예술기관으로부터 젊은 예술가들의 신생공간 흐름에 이르기까지 미술과 디자인 영역에서 끊임없이 경계를 교란하며 새로운 디자이너의 역할을 확립하는 데 기여하고 있었다.

3.3. 출판 분야에서의 소규모 스튜디오 역할 변화: 독립출판에서 인문예술 전문 출판사로의 전환

소규모 스튜디오의 초기 활동은 많은 부분 독립출판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2000년대 전세계적으로 소규모 스튜디오 형식이 발흥한 배경은 독립출판에도 고스란히 적용되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경제위기와 함께 진행된 디자인 산업의 재편은 줄어든 취업 시장으로 찾아왔고, 1990년대부터 꾸준히 학과 개설이 가속화된 결과 전체 정원이 증가한 디자인학과의 졸업생들은 절박한 상황에 내몰렸다. 같은 시기 슬기와 민, 성재혁 등의 디자이너들이 귀국한 후 활동을 시작하면서 이들을 통해 해외 소규모 스튜디오의 활동 양상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에 자극을 받은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의 활동 욕구는 독립출판이라는 양태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2005년 국내외 당대 미술(contemporary art)의 주요 작가와 디자이너들이 연합해 발간한 무크지 형식의 『D.T.1』은 미술, 디자인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이후 세대에 많은 영향력을 발휘했다. 2007년부터 디자이너인 홍은주와 김형재가 젊은 디자이너, 작가들과 함께 제작한 『가짜잡지』와 미술 분야의 젊은 작가들이 만든 『칠진』이 주목받기도 했다(한국일보, 2008년 7월 28일). 또한 독립출판 혹은 독립잡지를 소개하는 판매전, 북페어 형식의 행사가 지속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2008년 <작지만 말 많은 가게>(다원예술매개공간), 2009년 <플랫플랜 진심>(아트선재센터), <더 북 소사이어티>(D+ 갤러리 등)의 행사가 열렸고, 같은 해 한국의 대표적인 북페어로 자리잡은 <언리미티드 에디션>의 첫 번째 행사가 개최되었다. 한편 이 흐름에 발맞추어 국내외 문화예술 도서 및 독립출판물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독립서점의 형태가 자리잡았다. 2008년 아트선재 더북스, 2009년 더 북 소사이어티, 유어마인드 등이 연달아 문을 열었다. 이처럼 독립출판, 소규모 스튜디오, 독립서점의 세 주체는 서로를 양분삼아 순환하는 관계에 가까웠다. 김형진은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독립출판/서점의 존재를 뺴놓고 소규모 스튜디오를 이야기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 소규모 스튜디오가 주도한 디자인적 태도나 관점에 대해 문화예술계가 반응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이 만들어 낸 출판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커졌다. (...) 초기 소규모 스튜디오와 독립출판은 서로를 부추기며 성장했다.”(Kim, 2020) 그러나 어디까지나 독립출판은 출판 또는 디자인계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 상업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소수의 디자이너들이 자기표현이나 자율적인 실험을 자체적 생태계 안에서 공유하는 것에 가까웠다.

이에 반해 워크룸은 다른 소규모 스튜디오와 다르게 전문 출판에 깊게 관여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펼쳐 나갔다. 워크룸은 2006년 안그라픽스에 함께 재직 중이던 디자이너 김형진, 이경수 그리고 편집자 박활성이 모여 결성한 소규모 스튜디오다. 다른 소규모 스튜디오의 경우처럼, 이들이 맡은 주요 프로젝트도 미술관 등이 의뢰한 전시 프로모션과 연계 인쇄물 등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소규모 스튜디오의 열악한 재정 상황에도 처음부터 편집자 박활성이 공동 대표로서 함께 활동했는데, 이는 “처음부터 출판을 염두에 둔” 인적 구성이라고 할 수 있었다(문학과지성사, 2015).

워크룸에게 특기할 만한 사항은 역시 편집과 디자인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이었다. 이 시기 그들의 가장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워크룸의 박활성이 편집장을 맡아 콘텐츠 기획을 총괄한 격월간지 『D+[ ]』이었다. 『D+[ ]』는 2009년부터 총 5회 발행된 후 모체인 한국디자인문화재단이 해체되자 발간이 중지되기는 했지만, 콘텐츠 기획과 편집, 디자인과 제작, 출판 및 유통까지 하나의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모든 프로세스를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당시 많은 이들이 워크룸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디자인정글, 2009). 미술 작가 이정민은 워크룸에 대해 “저예산으로 제작되던 미술계의 출판물에서는 눈씻고 찾아보기 힘들던 ‘편집이 가능한 스튜디오’였기에 너무나 인상적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한국일보, 2014년 8월 7일).

출판과 소규모 스튜디오 활동을 연계한 독자적 생존 모델은 2011년 워크룸이 두 개의 독립적인 단위로 분사하면서 실질적으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기존 3인의 멤버 중 이경수가 기존의 워크룸을 맡고, 김형진과 박활성은 워크룸프레스로 분리해 새로운 법인을 설립했다. 2000년대의 워크룸이 초창기부터 출판을 염두에 두기는 했으나 여전히 소규모 스튜디오의 전형적 활동 범주에 속하는 활동을 보였다면 워크룸프레스의 분리는 출판에 완전히 집중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었다. 워크룸프레스는 2011년 20세기 초 타이포그래피 분야의 거장 파울 레너의 평전 『파울 레너: 타이포그래피 예술』을, 2012년 『옥인 콜렉티브』와 『News From Nowhere』 등 미술 분야의 작가의 작품집 등을 펴내며 초기에는 미술, 디자인 분야의 출판에 집중했다. 특히 2012년과 2013년에는 『당신이 읽는 동안』, 『디자인과 미술: 1945년 이후의 관계와 실천』, 『트랜스포머: 아이소타이프 도표를 만드는 원리』, 『능동적 도서: 얀 치홀트와 새로운 타이포그래피』 등을 연이어 펴내며 디자인 이론 분야의 주요 저작들을 활발하게 소개했다.

워크룸프레스의 2014년은 가장 주목할 만한 해였다. 2014년 워크룸프레스는 문학 총서인 『제안들』 1~7호를 한 해 안에 발간하며 출판을 겸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인식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본격화한다. 2011년 워크룸프레스를 분사, 독립하면서 “교보문고에서 파는 책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으나 미술, 디자인 분야 출판 시장의 협소한 저변에 좌절한 이들이 열린책들에서 유럽문학을 담당하던 편집자 김뉘연을 영입하고 본격적으로 문학 분야의 출판을 시작한 것이었다(한국일보, 2014년 8월 7일).

그런데 일견 『제안들』은 출판 시장에서의 경쟁력 측면에서는 의아한 시도이기도 했다. 출판 중에서도 문학, 인문학 시장은 오랜 불황에 시달리는 분야였다. 워크룸이 문학 시장에 뛰어든 2010년대 중반은 2000년대 이후 계속되어 온 출판 시장의 불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특히 평균 초도 배본 물량이 2002년 5,500부에서 2012년 2,700부로 줄어드는 등 종이책 시장은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KPIPA, 2013). 이런 시장 상황에서 2010년대 중반에 소규모 출판사가(종이책) 문학 출판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레드오션에 자청해서 뛰어든 형상이었다. 이들은 그렇다면 어떤 복안으로 문학 시장에 진입한 것일까? 워크룸프레스의 전략을 간접적으로나마 추측해보기 위해서는 2009년 처음 개최되기 시작해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독립출판 관련 행사로 자리잡은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국내외에서 생산된 독립출판물을 주로 유통하는 서점 유어마인드가 기획하고 개최하는 독립출판, 아트북 페어로, 심사를 통해 선정된 수십~수백 팀의 생산자가 자신들이 제작한 잡지, 도서, 음반 등의 매체뿐만 아니라 스티커, 책갈피, 포스터 등 주로 ‘굿즈’라고 통칭되는 소규모 제작물들을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초기 900여 명 남짓 참석하던 행사는 2015년 13,000명이, 2022년 23,000명이 관람하는 등 규모 면에서 크게 성장했다(뉴시스, 2022년 11월 2일).

이처럼 전통적인 종이책, 출판 시장은 만성적인 불황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20~30대가 주도하는 독립출판물, 아트북을 선보이고 유통하는 독립 서점과 <언리미티드 에디션>과 같은 공동체 지향의 소비 공간은 매해 성장하고 있었다. 기존 문학 주요 소비층으로 대변되는 20~30대가 탈권위적이고 비주류적인 콘텐츠와 자유분방한 표현과 생산 양식, 그리고 직접적인 일대일 방식의 소통을 기치로 내건 독립출판과 <언리미티드 에디션>과 같은 새로운 콘텐츠 생산, 소비 형식과 유통 방식에 매료된 결과였다. 결국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디자인계의 작은 움직임 중 하나이던 독립출판을 보다 광범위하고 대중적인 창작, 유통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플랫폼의 형태로 탈바꿈시켰다.

한편 불황 일변도의 문학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세계문학 작품을 발굴해 출판하는 시리즈를 표방한 『제안들』은 발간 직후부터 SNS와 언론 매체를 통해 큰 주목을 받았다. 주목의 대상은 주로 책의 외형에 관해서였다. 김형진은 “사진을 찍으면 그림 같은 소품이 되는 비주얼 덕에 인스타그램에 수천 건 이상 업로드됐다”며 “이를 두고 인스타그램용 책이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월간 디자인, 2014년 12월). “책 표지에서 자주 볼 수 있던 누군가의 유화나 초상화, 형이상학적 이미지 대신 단색의 색지를 사용한 하드커버, 하프재킷의 띠지와 한글 타이포그래피(SM 견출명조)를 대담하게 사용한 표지 디자인, 그것이 전부였다.”(디자인프레스, 2017) 마치 문구점의 판매대에 놓여 있을 듯한 ‘노트’와 같은 생김새와 디자인은 일반적인 출판 시장의 책의 형태라기보다 기호적 소비의 대상인 ‘굿즈’의 형태에 더욱 가까웠고, “단색 색지 커버에 타이포그래피만을 부각시킨 작가명과 작품명이 박힌 북 디자인은 ‘읽고 싶은 책’보다 ‘사고 싶은 책’의 개념을 환기시키며 출판 시장과 디자인 시장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다.”(월간 디자인, 2014년 12월) 워크룸프레스는 인터뷰를 통해 『제안들』의 디자인이 굿즈의 형태를 닮았다기보다 ‘굿즈’로 인식되기를 의도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조선일보, 2020년 4월 13일). 결과적으로 『제안들』은 베스트셀러에 선정되며 높은 판매고를 올렸을 뿐만 아니라 2014년 코리아디자인어워드 그래픽 부문 대상에 선정되면서 “오브제로서의 책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창섭(Oh, 2016)이 <언리미티드 에디션>이 활성화된 배경으로 밝힌 것은 다음의 세 가지 요인이었다.

첫 번째, 2000년대 말 스마트폰이 도입되면서 SNS를 통해 동기화된 실시간 쌍방향 소통을 매개로 취향의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두 번째, 2000년대 두 번의 외환위기를 거치며 한국 사회가 (특히 젊은 세대에게) 기대 감소 시대로 접어들었고, 이에 따라 그래픽 디자인 신에도 기존의 상업적 질서 아래서의 디자이너와는 다른 역할 모델인 작가주의 디자이너가 출현했다. 마지막으로 기호로서의 사물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자아 정체성을 확인하고 이를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연대감을 느끼는 세대의 등장이었다. 다시 말해 매체와 경제 상황의 변화를 바탕으로 새롭게 등장한 생산과 소비 주체들을 공동체적 형태로 매개함으로써 <언리미티드 에디션>이 스스로 순환 가능한 생태계의 한 축이 될 수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워크룸프레스의 『제안들』을 필두로 한 ‘굿즈’로서의 세계문학 도서 시리즈 발간은 <언리미티드 에디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매체 환경과 이를 통한 생산, 소비, 공유 체계에 대한 철저한 분석,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독자군(혹은 ‘굿즈’ 소비층)을 상상해 기존 시장과 접목시키는 방식으로 자사의 콘텐츠를 물질화해 유통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워크룸프레스는 『제안들』의 성공적인 시작 이후, 유사한 방식으로 일련의 세계문학 시리즈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제안들』, 『사드 총서』, 『베케트 선집』, 『입장들』 시리즈는 각각 발간될 때마다 많은 매체를 통해 주목받았으며 결국 2019년 워크룸프레스는 누적 출간 권수 “100권 돌파”하고 현재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시장을 스스로 개척한 “강소출판사”로 평가받기에 이른다(한국일보, 2019년 11월 28일).

워크룸프레스의 출판 분야에서의 성취는 디자이너가 의뢰를 통해 정해진 업무 범위의 디자인 수행을 제공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모델이 가능함을 인식시키기 시작했다. 이런 맥락에서 퀴어 문화를 서점, 리테일의 영역에 접목한 햇빛스튜디오의 ‘햇빛서점’, 과자 등의 기호 식품을 굿즈로 설정하고 이를 페어 형식의 소비 문화로 결집시킨 워크스의 ‘과자전’, 그리고 유럽 등지에서 공예적, 대안적 형태의 인쇄 도구로 사용되기 시작한 리소 프린터를 활용해 굿즈 형식의 인쇄물을 제작하는 독립 인쇄소의 형태로 자리잡은 ‘코우너스’ 등의 다음 세대 젊은 디자이너들의 활동에 직접적인 모델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Figure 6

『The Propositions』 Series published by Workroom Press (2014-)

Figure 7

Studio fnt, JTBC Brand Renewal Project (2015)

3.4. 기업의 아이덴티티 디자인에 있어 소규모 스튜디오의 역할 정립: 의사소통 과정 단축을 통한 디자이너의 자율성 확보

2000년대 중반부터 펼쳐진 초기 소규모 스튜디오의 활동은 2010년대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문화예술 분야에 한정되어 있었다. 반면 2010년대 후반에서 2020년대 초에 접어들면서 일반 대기업을 비롯한 물류 유통, 리테일, 방송 연예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소규모 스튜디오의 협업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고 흔하게 일상적으로 수행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는 2000년대 소규모 스튜디오의 초기 주체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사실에 가까웠다. 소규모 스튜디오가 성숙기에 접어든 2010년대에 들어서자 소규모 스튜디오가 미적 판단이 자율적이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문화예술 분야의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상업성이 짙고 보수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한다고 알려진 대기업에 상당하는 의뢰처에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스튜디오 fnt는 이재민이 2006년 설립했다. 2000년대 대형 웹 에이전시인 뉴틸리티(디스트릭트의 전신) 소속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이어서 SK 커뮤니케이션스에 입사했으나 닷컴 버블이 꺼지는 것을 목격하며 디지털 디자인 분야에 회의감을 느꼈고, 퇴사 후 1인 스튜디오를 개설하기에 이르렀다. (Handsome EQL Original Series, 2021). 2009년 직원이 7명으로 늘어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으나 이 시기까지의 스튜디오 fnt는 자율적인 태도로 실험적인 작업을 주로 선보이는 소규모 스튜디오나 작가주의 디자이너의 규범에 들기보다 일반 디자인 전문회사로 분류되는 쪽에 가까웠다. 이재민은 다시 회사를 정리하고 2011년 디자이너 길우경, 김희선과 3인 체제로 재편했다.

이 시기부터 스튜디오 fnt는 소규모 스튜디오로서 유의미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하게 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소금꽃이 핀다>의 전시 아이덴티티는 이들이 문화예술기관을 위해 수행한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 이와 함께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명동예술극장의 모든 그래픽 프로젝트를,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시리즈를 도맡아 진행했는데, 이 작업들은 모두 SNS상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여타 소규모 스튜디오와 유사한 위상을 획득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스튜디오 fnt가 독자적인 모델을 구체화한 프로젝트는 2013년에 진행한 ‘JTBC 브랜드 아이덴티티 크리에이티브 및 아트디렉션 프로젝트’일 것이다. 2011년 개국한 JTBC는 “대기업과 신문 재벌이 언론 장악을 위해 만든 미디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가운데 가장 힘을 쏟은 부분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였다(월간 디자인, 2014년 7월). 2011년 개국과 함께 이미 토탈 임팩트 사가 디자인한 로고를 선보인 상황이었지만 그보다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2013년 발표된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애플리케이션 시스템이었다. 기존 로고의 무지갯빛 그라데이션으로부터 발전시킨 형태와 컬러를 모듈화, 요소화하고 이를 방송 그리드 시스템과 혼합해 장르, 채널에 맞춰 철저하게 체계화하는 방식이었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전용 서체도 개발했다. 2013년 국내 방송 부문으로는 최초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의 커뮤니케이션 부문 본상을 수상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디자인 프로젝트는 외부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이 필요할 경우 대부분 회사 내부의 디자인팀이 외부 스튜디오와 발주와 시안 작업 등을 거친 후, 상위 부서를 차례로 거쳐 경영진의 보고 및 결제까지 단계적으로 상하향식으로 조정 과정을 거친다. 『월간 디자인』에서는 “갑을 관계 아래서 일방적으로 설정한 목표에 매진하는 대신 양방향 합의가 전제된 협업으로 함께 목표를 규정하며 최대한의 크리에이티브를 끌어내는 방식”이 소규모 스튜디오가 그들의 클라이언트와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강점이라고 평가했지만(월간 디자인, 2016년 5월), 대기업의 의사 결정과 조직 구성을 감안한다면 소규모 스튜디오의 인적 구성과 규모로는 이와 같은 크리에이티브가 발휘되기 어려웠다.

그런데 JTBC 브랜드 아이덴티티 리뉴얼 프로젝트의 경우 처음부터 스튜디오 fnt와 JTBC의 최고경영진이 직접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재민은 “브랜딩 프로젝트는 의사 결정권자와의 생각을 들어보는 사전 인터뷰와, 의사 결정권자와 직접 대면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는데, 이는 JTBC 프로젝트의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프로젝트 총 책임자 역할이었던 남궁유 당시 JTBC 디자인센터장은 “웹사이트를 통해 스튜디오 fnt의 포트폴리오”를 확인하던 중 “영상을 전혀 해본 적이 없을 것 같은 느낌”에 기존의 방송 영역의 디자인과 다른 결과를 보여줄 것 같아 선택했다고 밝혔다. “3명이 운영하는 소규모 스튜디오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조직이 큰 스튜디오는 대표가 실무를 책임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남궁유는 프로젝트 시작 전에 스튜디오 fnt를 당시 홍정도 JTBC 대표와 직접 만나도록 했다. 소규모 스튜디오의 강점이 대표가 실무를 담당하기 때문이라면 아예 그들에게 의사 결정권자의 의향을 듣도록 하는 것이 빠를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기에 적합한 의사결정 체계를 지닌 소규모 스튜디오와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 가능하나 의사결정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한 대기업 사이를 매개함으로써 대등한 협업이 가능해졌다. 이와 같은 일련의 시도를 통해 대기업과의 프로젝트에서 필요한 업무 처리 단계를 최소화하여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 점이 JTBC 브랜드 아이덴티티 프로젝트가 남긴 긍정적인 모델이었다.

또 다른 소규모 스튜디오와 대기업의 협업 사례로 2015년 현대백화점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리뉴얼도 살펴볼 가치가 있다. 국내 백화점 매출 순위에서 여타 경쟁 업체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후발주자에 가까웠던 현대백화점은 브랜드 재구축이 강하게 요구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글로벌 디자인 에이전시인 베이스 디자인 NY에게 콘셉트 개발 및 컬러와 로고 도출 등 전반적인 브랜딩을, 스튜디오 fnt로 하여금 새로운 B.I.의 적용 전략을 맡겼다. 이미 네이밍과 로고, 메인 컬러 시스템이 도출된 상황에서 스튜디오 fnt는 다시금 ‘듀얼 H’라는 그래픽 모티브를 설정해 이를 다양한 매체 환경과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백화점이라는 용어를 아예 삭제하는 네이밍 전략으로 업계의 관습적 이미지로부터 탈피하고, 로고 이외의 그래픽 모티브로 그래픽을 유연하게 사용하는 것과 같은 현대적인 디자인 콘셉트와 전략은 보수적인 유통, 리테일 업계로서는 드문 것이었다. 이러한 과감한 시도에는 같은 시기 현대백화점의 브랜드 아트디렉션을 담당한, 소규모 스튜디오인 헤르츠 출신으로 2014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한 박이랑과 같은 인물의 역할이 주요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박이랑은 자신 이전에 브랜드 디자인을 디렉션하는 역할이 사내에 명시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했던 디자인 대부분은 문화, 예술 분야에 관한 것”이라며 현대백화점의 브랜드 리뉴얼을 “내(소규모 스튜디오)가 가진 미감, 나의 정체성을 반영한 디자인이 백화점을 이용하고 접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통하는지 실험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시험대”라고 표현했다(디자인프레스, 2021). 이처럼 기업 내부에서도 소규모 스튜디오의 방법론과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확산되는 등, 소규모 스튜디오의 디자인 문법은 점차 대상과 범위를 확장해가며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이와 같은 스튜디오 fnt의 활동은 2010년대 후반부터 대기업이 소규모 스튜디오와의 협업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경향을 이끌어냈다. 방송계의 변화도 확연했다. 2018년 지상파 방송 MBC의 브랜드 리뉴얼 아이덴티티는 소규모 스튜디오인 오디너리 피플이 담당했으며, KBS 또한 2023년부터 소규모 스튜디오, 서체 디자이너들의 컨소시엄과 아이덴티티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대기업 커뮤니케이션과 소규모 스튜디오의 협업에서 스튜디오 fnt의 뒤를 이어 괄목할 만한 활동을 보인 것은 디자이너 전채리가 2013년 혼자 설립한 CFC이다. CFC는 2018년 SM 엔터테인먼트 사의 기업 아이덴티티를 리뉴얼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9년 방탄소년단의 앨범 아이덴티티와 패키지 디자인을 맡았으며 이후 2020년대 초 스타필드, 마켓컬리, 투썸플레이스, 런드리고 등의 대기업 및 유명 스타트업의 아이덴티티 리뉴얼을 연이어 맡으며 독보적인 활동을 보였다. 2010년대를 거치며 대형 에이전시나 전문회사, 기업의 인하우스 디자이너의 전유물이었던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또한 기업과 소규모 스튜디오 양쪽 모두 규모와 조직 구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차례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면서 협업의 노하우를 점차 축적해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4. 결론

경제성장과 함께한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전성기를 지나 2000년대에 접어들며 한국의 그래픽 디자인 분야는 외환위기와 닷컴버블 등을 경험하며 시장과 업계의 규모가 현격히 축소되었다. 이에 따라 디자인 생산 주체인 스튜디오의 규모도 점차 소형화되는 한편 인터넷을 중심으로 달라진 매체 환경과 유학의 활성화와 더불어 전세계적으로 디자인 문화는 동기화되었다. 2000년대 중반 나타난 소규모 스튜디오는 주로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한편 이와 같은 소규모 스튜디오가 시기적 특수성에 천착한 일부 디자이너들의 극소수의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는 구성원의 인적 한계와 보편적 적용이 가능한 모델로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뒤따랐다. 그러나 2010년대에 접어들며 한층 성숙해진 소규모 스튜디오들은 다음과 같은 대표적인 역할 모델을 선보이며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 보편적 생존 모델로 자리잡아 왔다.

첫째, 소규모 스튜디오는 자율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을 통해 대부분의 문화예술 영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2000년대에는 극소수의 소규모 스튜디오만이 국공립 문화예술기관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었으나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소규모 스튜디오는 한국의 거의 모든 국공립 문화예술기관과 대형 갤러리, 미술관의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 이처럼 문화예술기관에서 소규모 스튜디오의 영향력이 커진 배경에는 소규모 스튜디오로 활동하는 디자이너가 미술 분야에서 자율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이며 독립적인 작가- 디자이너로서 활동하거나 당시 미술 발전에 기여한 신생공간의 활동에 깊이 관여한 사실이 주요한 원인으로서 작용했다. 이를 통해 소규모 스튜디오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종속적인 디자인 수행 용역 주체에서 문화예술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대등한 파트너로서 협업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둘째, 소규모 스튜디오는 스마트폰 등의 출현과 함께 사회 전체에 불어닥친 사회문화적 변혁과 더불어 기존의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는 출판계에 새로운 출판 기획, 유통의 유형을 제시하며, 독립출판이나 디자인 관련 분야 출판으로 그치지 않고 인문 문화예술 출판사로 거듭나는 모델을 선보였다. 이들은 스마트폰이 매개한 취향 공동체를 통해 한국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기호 소비 공동체로서의 독자군을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발간한 문학 도서 시리즈가 일반 출판 시장에서도 ‘굿즈’로서 인식, 소비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들이 처음 선보인 출판 형식은 일반 출판 시장에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현재는 대형 출판사들도 일상적으로 소규모 스튜디오의 방법론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셋째, 소규모 스튜디오는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분야에 있어서 규모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을 제시하며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들은 대기업 특유의 다층적 의사결정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최종 의사결정권자와 소규모 스튜디오의 디자이너가 프로젝트 초기부터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규모가 작지만 자유롭고 창의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쉬운 소규모 스튜디오의 강점이 잘 드러났고, 양측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졌다. 기업 내부의 디자이너가 소규모 스튜디오와 대기업의 의사결정과정에 개입해 둘 사이를 매개함으로써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된 사례도 나타났다. 소규모 스튜디오의 디자인 방법론은 이렇게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적용 가능한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었고, 이후 많은 유사 사례가 뒤따르게 된다.

위에서 밝힌 것처럼 새롭게 정립된 소규모 스튜디오의 역할 모델들은 이후 등장한 세대들에 의해 참조 재생산되었고 결과적으로 2010년대 후반 소규모 스튜디오의 폭발적 증가와 더불어 더욱 많은 분야에서 소규모 스튜디오가 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었다. 이처럼 점차 구체적이고 체계화된 방법론을 선보이며 소규모 스튜디오는 2010년대 후반 이후 보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활동 양식으로서 다음 세대에게 선택 가능한 모델로 자리잡았다.

본 연구는 문헌에 기반한 연구로 해당 시기 그래픽 분야 전체와 소규모 스튜디오의 모든 사례에 적용되기에는 분명한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 연구를 통해 제시된 가설, 그 중에서도 소규모 스튜디오가 2010년대 초 중반에 걸쳐 선보인 역할 및 생존 모델들이 구체적으로 다음 세대에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일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이후 새로 등장한 세대의 소규모 스튜디오들의 사례를 보다 심도 있고 정교하게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리라 판단한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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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 :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educational and non-commercial use,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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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Figure 1
<101 Indexes> (2016)

Figure 2

Figure 2
Optical Race, <33> (2016)

Figure 3

Figure 3
Sulki and Min, <Technical Drawing> (2014)

Figure 4

Figure 4
Na Kim, <SET> (2015)

Figure 5

Figure 5
Optical Race, <Chance Family> (2015)

Figure 6

Figure 6
『The Propositions』 Series published by Workroom Press (2014-)

Figure 7

Figure 7
Studio fnt, JTBC Brand Renewal Project (2015)

Table 1

Birth year and educational background of members appearing in <101 Indexes>

Table 2

Number of projects of Korea’s major cultural and arts institutions carried out by small stud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