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uality as Popular Festival Code in Future Society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suggest a prospective alternative plan to overcome the limitations of the current cultural festival. The festival in the traditional society 'was performed' by community members with the function of ritual and social purification as a group ceremony. Modern industrialization and mechanization isolated human labor from a play(a play, in this text, signifies the counter concept to human labor) was viewed as a consuming and amusing from of recreation that was not of a creative and was not nature connected to production. The festival was distributed as a form of recreation to be enjoyed individually with a wave of personalization and urbanization as well. The festival as a form of recreation should find the clue of the alternative plan from the nature of the creative play.
This paper investigates spirituality as an alternative factor for the popular festival in future society based on the literatures about the future society code predicted by many futurologists. Firstly, the present condition and limitations of the current popular cultural festival were suggested. Secondly, particularly the concepts of spirituality and religion were reviewed by presenting the future society code suggested by futurologists. Lastly, the 'Busan Christmas Tree Cultural Festival' was analyzed in terms of the instances for spirituality as the code of the popular festival. By checking the festival’s contents, design, and social cultural results as religious spirituality and its representation presented in this festival, it is noted that spirituality becomes a real value as a future popular festival code.
초록
본 연구는 현재의 문화축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적 대안을 제안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전통사회에서 축제는 집단의 의식이자 의례로서 사회 정화와 재생산의 기능을 하며 공동체에 의해 “놀아졌다”. 근대의 산업화와 기계화가 인간의 노동에서 놀이를 소외시키면서 놀이는 창조적 본질을 잃고 소비적이고 오락적인 놀이문화로 정착하였다. 공동체의 놀이이자 제의였던 축제 또한 점차 개인적인 차원의 놀이문화로 편재되었다. 축제는 이제 그 창조적 놀이의 본질에서 대안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본 논문은 여러 미래학자들에 의해 예견되고 있는 미래사회 코드에 대한 문헌연구를 근거로 하여, ‘영성’을 미래사회의 ‘대중축제 코드’로서 제안하고 있다. 연구의 전반부에서는 현재 대중 문화축제의 현황과 한계를 제시한 후, 축제의 기능과 놀이의 의미 등의 기반 연구를 제시하였다. 이어서 미래학자들이 제시하는 미래사회 코드를 제시하면서 특히 영성과 종교성의 개념을 살펴보았다. 연구 후반에서는 전반부의 연구를 기반으로 부산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를 대중축제 코드로서 영성이 재현된 사례로 설정하여 분석하였다. 이 축제에 드러난 종교적 영성과 그 표상으로서의 축제 콘텐츠 및 디자인, 그리고 사회·문화적 성과를 살펴봄으로써, 미래 축제코드로서의 영성이 실재적, 현실적 가치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Keywords:
Festival, Code of future society, Spirituality, Spectacle, Busan Christmas Tree Festival, 축제, 미래사회 코드, 영성, 스펙타클, 부산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1. 서 론
1-1. 연구의 배경과 의의
산업혁명 이전의 전통사회는 몸의 수고를 통해 생산물을 얻는 노동의 사회이며, 몸의 숙련을 통해 결과물을 얻는 공예가 발달한 사회였다. 비교적 좁은 지역 내에서 지역 공동체의 연합과 자발적 협력이 풍성했던 전통사회에서의 노동은 놀이와 결합된 형태를 띈, 공동체 구성원의 참여의 놀이이며 생산과 연관된 창조적 놀이였다. 전통사회의 축제 또한 일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공동체의 놀이이자 제의적 집단의식이었다. 축제는 집단적 통과의례로 생산 활동의 관문 역할을 했고, 사회 정화 및 공동체 유대 강화 기능을 담당하며 전통문화로 발전되어 왔다.
이후 산업사회가 도래하자 노동 구조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노동자는 점차 세분화된 산업의 일부, 그 속에서도 분화된 생산과정의 일부만을 담당하게 되었고, 생산주체의 자리를 시스템에게 내어주고 생산과정의 일부가 되었다. 또한 대부분의 노동에서 전통사회에서 몸의 숙련을 통한 공예적 생산 활동이 첨예하게 발달된 기계들로 대치되면서, 생산물에 대한 노동자의 성취는 점점 더 줄어들게 되었다. 생산에서의 노동 소외로 인해 창조적 놀이로서의 노동 개념은 사라져 갔고, 노동-공예, 노동-놀이의 결합은 느슨해졌다.
이러한 산업 사회의 노동의 특성과 더불어 도시가 발달하고 공동체 중심의 삶이 개인화된 삶으로 변화되면서, 공동체 일원들의 참여에 의해 자발적으로 생성·계승되었던 축제는 제의와 통과의례 등의 집단적 사회·문화 기능을 잃고 점차 단순한 개별 놀이문화로 정착되었다. 노동에서 소외된 놀이는 여가시간의 증가, 여가문화의 발달과 더불어 계획된 놀이가 되었고, 소비지향적인 놀이문화를 형성했다. 현대에 이르러 놀이문화는 거대자본에 의해 대량 생산되고 개별적으로 소비되며 오락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한국의 문화축제 또한 이와 동일한 양상을 보이며 창조적 놀이의 본질을 잃은 채 사회·문화적 문제점과 한계를 드러내며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1-2. 연구의 목적과 방법
본 연구는 한국 문화축제의 미래적 대안을 제안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연구의 전반부에서는 문헌연구를 통해 한국 문화축제의 기원과 현황을 살펴보고 문화축제의 문제점을 현대 스펙타클 사회의 한계와 연관하여 규명하였다. 또한 놀이의 기능과 의미 등을 살펴봄으로써 이러한 기능이 문화축제의 창조적 놀이 본질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재조명하였다. 다음으로 미래학자들에 의해 예견되고 있는 미래사회 코드에 대한 문헌연구를 근거로 하여 ‘영성’을 미래사회의 대중축제 코드로 제안하였다. 연구 후반에서는 영성이 대중축제 코드가 된 사례로 ‘부산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를 선정하여, 이 축제에 드러난 영성과 그 표상을 살펴봄으로써, 영성의 미래사회 대중축제 코드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자 하였다.
본 논문은 개인의 삶을 창조적인 과정으로 진화시키는 놀이와 축제의 본질에 대한 고찰을 기반으로 산업화 시대의 축제의 한계를 지양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하나의 사례로서 미래사회 코드인 영성과 부산지역의 축제 양상을 연결하여 분석하여 그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의 대안적 축제 모색을 위한 단초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2. 한국에서의 문화축제 현황과 한계
2-1. 문화축제의 기원과 현황
한국의 문화축제는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의 흐름에 발맞추어 지역의 축제를 세계적인 축제 브랜드로 만들어 가자는 취지를 가지고 시작되었다.1) 문화축제는 첫째, 지역 문화를 외부에 소개하고 외지인의 방문을 유도하여 관광수익을 창출하며, 관련 문화상품 및 지역특산품등의 개발에 영향을 미쳐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경제적 효과, 둘째 지역의 전통문화를 발굴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축제 문화를 창안하고, 이로써 특화된 지역정체성을 확립하여 지역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함과 동시에, 축제 참여자들에게 새로운 탈일상적 문화 체험을 제공하는 사회적·문화적 효과, 셋째,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축제 주체자로서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이를 통해 지역민을 단합시키려는 사회·심리적 효과 등을 목적2)으로, 문화관광부에 의해 육성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이후부터 문화관광부(現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행사와 민속 문화행사의 개발에 관심을 가져오다가, 1994년 ‘한국 방문의 해’를 계기로 문화축제의 관광 상품화가 절실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후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지방축제의 문화 관광 상품화를 위해 매년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축제를 문화관광축제로 선정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3) 1995년 이천 도자기축제를 시작으로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 진주 남강유등축제, 보령 머드축제 등 수많은 지역축제가 국내·외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선도적 축제를 중심으로 축제를 통한 지역 이미지 상승 및 브랜드 효과,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입증되자 수많은 지자체가 잇달아 경쟁적으로 해당 지역의 문화축제를 개발했다.4) 문화축제는 급속하게 증가하여 2006년도에 이르러서는 16개 유형으로 세분화된 축제의 수가 무려 1,176개에 달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축제 개최는 획일화와 전시화, 미비한 경제 효과, 지역민의 소외, 환경오염 등의 문제점을 발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문화관광부는 1999년부터 ‘문화관광축제 평가제도’를 도입하여 지방문화축제를 평가하여 관리함으로써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 또한 2003년부터는 ‘축제선정제도’라는 승격체제를 만들어 운영결과를 종합 평가한 후 정규축제로 승인하여 축제의 질을 높이고 내실을 기하고자 했다.5) 2005년에는 예비축제 중 발전 가능성이 큰 축제를 실적 평가하여 집중 관리 하는 ‘유망축제제도’를 신설하였고,6) 2006년부터는 이를 ‘대표축제(최우수축제, 우수축제)’, ‘유망축제’, ‘예비 축제’로, 2010년부터는 ‘대표축제’, ‘최우수축제’, ‘우수축제’, ‘유망축제’로 나누어 등급에 따라 지원금 지급, 전문가 양성, 축제 해외 홍보 마케팅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0년 12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 보고된 공식적인 축제는 총 763개이다. (표 1 참조) 문화축제는 모두 6개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이 중 지역특산물축제가 전체의 1/3정도로 가장 많다. (표 2 참조) 2011년 현재 집중 지원축제로 선정된 축제는 총 44개이며, 이중 대표축제는 강진 청자축제·진주 남강유등축제로 2개, 함평 나비축제 이외의 최우수 축제가 8개, 우수축제 10개, 유망축제가 24개이다.7)
이와 같이 지난 20여 년간 축제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 경제의 활성을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도입된 문화축제의 정량적 지표가 급격히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많은 축제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각 지역의 경제 활성과 이미지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관 주도형 사업으로 진행되어 시민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문화로 정착되기는 힘들다는 점, 또한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역이나 생태 중심의 축제가 많아 먹거리 향연 중심의 축제가 많다는 점 등이 그 뚜렷한 특징으로 지적될 수 있다.
2-2. 문화축제의 문제점과 한계
최근 3년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관광축제에 대한 종합평가8)와 부산의 지역축제에 대한 평가9) 내용을 보면 다양한 영역에서 문화축제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데 이를 영역별로 종합하면 [표 3]과 같다.
문화축제는 이같이 주체자인 지역민을 소외하고, 지역의 전통적 문화와 유리되거나, 서로 차별화 되지 않는 전시화·획일화 등의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개선방안 내용 또한 주로 지역 축제 육성을 위한 우수축제의 집중적인 지원과 부진 축제에 대한 구조 조정, 예산 집행 시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적용시킬 필요, 축제 특성화 도모, 축제의 통합, 시·구·군 간 연계로 축제 통합을 통한 특성화 및 관광 상품화를 강화할 필요성 대두 등으로 그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은 문화축제가 관광·문화 영역에서 사회·경제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어 생산-성과 지향적으로 양성되고 발전되어 온 점에 있다. 이러한 특성은 한국의 지자체 중심의 축제 문화가 지닌 지역적 현상에서 유발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의 저변에는 현대 사회의 축제가 지닌 공통적인 특성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현대사회의 스펙타클의 발현이 축제에 끼친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3. 스펙타클, 놀이, 축제
3-1. 스펙타클 사회에서의 축제
기 드보르는 현대 사회의 다양한 사회 현상을 ‘스펙타클’이라는 개념으로 통합하여 설명하고 있다.10) 그가 말하는 스펙타클의 사회는 다음의 특성을 가진다. 스펙타클이란 모든 인간적인 삶이 외양이라고 단언하는, 외양의 지배 선언이다. 산업에 의존한 사회는 근본적으로 스펙타클주의적이며, 현대 사회의 삶의 다양한 양태는 스펙타클들의 거대한 축적물로 나타나며, 전체주의적 권력의 자화상이며 지배경제의 이미지라는 것이다. 스펙터클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구경거리라고 할 수 있다. 이 구경거리는 도시화와 대량 생산, 전통 사회를 유지하던 상징의 실종에서 유래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도시의 익명성이 볼거리를 통해 타인을 판단하는 인식을 배포하였으며, 산업화에 의한 대량생산과 중세 질서의 붕괴는 물건이나 환경에서 상징성 즉 기의가 사라진 기표의 범람을 초래했다. 이런 의미에서 스펙터클 즉 볼거리는 우리의 일상을 저해하는 가장 막강한 수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그 언어는 지배적인 생산조직의 기호들로 나타나며, 사회 통일의 도구로서 사회 어디에나 존재하면서 이미지들은 현실적 존재가 된다. 또한 사람들로 하여금 다양한 전문화된 매개체(미디어)들에 의존해서 세계를 바라보게 하는 경향을 가지며, 추상화되면서 스스로를 증식한다.
스펙타클은 경제가 인간을 예속시키는 정도만큼 인간들을 자신에게 예속시킨다. 따라서 스펙타클의 의사소통은 본질적으로 일방적이다. 자동차에서 텔레비전에 이르기까지 이 체제에 의해 생산된 상품들은 모두 “고독한 군중”을 고립시키며, 고립에 근거한 경제 체제는 고립을 순환적으로 재생산한다. 여기에서 인간의 현실과 스펙타클은 상호 소외를 일으키는데, 이 상호소외가 현대사회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사회는 스스로 관조 대상이 됨과 동시에 구경꾼을 소외한다. 결국 스펙타클은 현대 사회에 수동성의 제국을 건설했고, 따라서 스펙타클이 원칙적으로 요구하는 태도는 수동적 수용이다.
그의 이러한 인식을 현대의 축제 상황과 연결하면, 현대의 축제에서 우리는 스펙터클을 지향하는 수동적 수용자와 소외된 구경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펙타클 사회의 특성을 축제와 연관지어볼 때 두 가지 특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스펙타클은 경제 발전을 본질로 하는 산업 사회의 거대한 축적물로서 종국적으로는 전체주의적 사회문화양상을 형성한다. 이는 인간 삶의 다양한 표현으로서의 문화 형성을 방해한다. 둘째, 지배 경제의 이미지로 제공되는 스펙타클 사회의 생산물-문화적 기호와 상품들은 일방적 의사소통을 그 본질로 하고 있다. 자연히 그 자신으로부터 인간을 소외시키고 인간을 경제·사회·문화의 주체가 아닌 수동적 관조자와 소비자로 전락시킨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한국의 문화축제 또한 위의 지자체 분석에서 본 바와 같이, 스펙타클 사회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한국의 문화축제는 한국만의 특성과 함께 현대 스펙터클 사회의 특성 자체에서 유래되는 한계를 함축하고 있다.
3-2. 놀이의 기능과 의미
본 장에서는 위의 관점을 바탕으로 현재 진행되는 축제의 한계 해소를 위한 대안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축제의 본질, 즉 내재된 놀이로서의 본질을 재조명하였다. 놀이의 개념을 문화의 개념과 통합시키려 했던 요한 하위징아는 놀이를 문화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위징아의 저서 “호모 루덴스(Homo Ludens)”11)에 따르면 놀이는 선사시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문화를 수반하여, 그 속에 침투했으며, 행동 그 자체에 가치가 있다. 놀이의 본질을 규명하는 것은 재미요소(fun)이며, 놀이는 문화의 기능을 담당하며 문화를 형성해 왔다. 하위징아는 놀이의 일반적 특징을 역사와 사회문화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발견하여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자발성’이다. 모든 놀이는 자발적 행위이며 자유 그 자체라는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몰입성‘으로 놀이는 일정한 순간에 도달하면 사람을 완전히 몰두시키는 진지함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놀이는 놀이일 뿐 놀이 이상의 진지함을 그 본질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세 번째 특징인 ‘탈진지성’을 포함한다. 넷째는 ‘탈일상성’으로, 놀이는 일상적인 혹은 실제 생활에서 벗어난 행위이다. 다섯 번째 특징으로는 ‘시·공간의 제약성’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즉 놀이는 장소와 시간에 있어 일상과 뚜렷이 구분되어 따로 떨어져 있는, 시·공간의 특정한 한계 속에서 “놀아지며(play out)” 그 나름의 방향과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놀이의 ‘비밀성’은 놀이가 비밀의 분위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로 잘 예증된다. 나름의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가진 놀이터에서 놀이를 비밀로 만듦으로써 남들은 끼지 못한다는 경계를 둘러치는 것이다. 끝으로 ‘규칙성’이다. 놀이는 고정된 규칙에 따라 일정한 방식으로 수행되며 스스로 질서를 창조하고 스스로 하나의 질서가 된다. 규칙을 깨는 것은 놀이로부터 그 ‘illusion(환상)’을 빼앗아 간다. ‘illusion’은 문자 그대로 “놀이 중(in-play)"이라는 뜻으로 라틴어 inlusio illudere, inludere 등은 모두 같은 뜻이다.12)
이런 특성을 지닌 놀이는 그 자체로서 우리의 일상에서 의미를 지니면서 일상을 보조하는 완벽한 축으로 작용을 하게 된다. 즉 놀이가 정기적으로 발생할 때 개인에게는 생활의 기능을 돕는 필수 요소가 되고, 사회적으로는 사회결속의 기능을 가진 중요한 요소가 된다. 또한 놀이가 끝난 후에도 중요한 것을 함께 나누었고 함께 있다는 느낌이 지속되며 항구적 조직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위징아에 의하면, 인간이 하는 놀이의 가장 높은 형태는 언제나 축제와 의례의 영역, 즉 신성의 영역에 위치해 왔다.13) 의례가 놀이라는 사실 또한 플라톤에 의해 이미 객관적 사실로 인정되었다.14) 놀이와 의례는 형식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유사하다.
이 같은 특성을 지닌 놀이는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서 문화현상으로서 고정된 형태를 취하게 되어, 새로 발견한 창조물, 기억에 의해 보유되는 보물로서 유지되고 물려지며 전통이 된다15)고 했다. 이런 놀이의 반복 기능과, 정상적인 일상을 일시적으로 중지시키는 행위의 실천은 놀이가 축제의 본질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결국 놀이, 의례, 축제는 본질적으로 놀이의 특징들을 공유하며 문화 형태로서 유사성을 갖는다.
3-3. 현대사회의 축제
고대로부터 축제는 축(祝)과 제(祭)의 문화현상으로서, 공동체를 기반으로 성립되는, 생산과 노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함께 벌이는 집단적 제사(의례)이자 잔치이며 놀이였다. 성사(成事), 희생, 성스러운 춤, 경기, 공연, 의례 등은 축제를 축하하는 창조적이고 자발적인 행위였다.16) 축제는 고대와 전근대 사회를 관통하며 사회질서와 사회체제를 유지하는 집단적 의식이자 행위였는데, 이는 흔한 축제 형식의 하나인 카니발에서 발견할 수 있다. 카니발은 상식에서 벗어난 생각을 유통하여 사람들의 사회적 역할을 바꾼다. 광인이 왕이 되고 왕이 광인이 되어 사람들의 조롱을 받는다. 패러디, 규칙 위반, 허용된 소란의 장인 카니발은 사회의 고정된 질서에 대한, 사회적 평화를 위협할 수도 있는 집단적 폭력과 그와 관련된 감정을 일정한 방향으로 배출하도록 유도해 정화하는 사회적 카타르시스의 기능을 한다.17) 즉 질서를 허무는 힘으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전근대 이후 인간의 이성과 합리적 사고에 기반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자본주의적 경제관념을 형성했고, 근대에 이르러 대중이라는 계급이 생겨났다. 특히 60년대 이후 서구가 소비사회로 들어서면서 대중은 정치와 경제를 좌지우지할 막강한 사회 계층으로서 비대하게 성장하며 거대 세력이 되었고, 근대 이전 소수 상위 계급만이 향유 가능했던 문화 향유의 주된 주체가 되었다. 이와 함께 농촌의 도시화·개별화가 진행되면서 집단 공동체가 해체되고, 산업의 발달과 함께 노동이 개별화, 기계화 되어감에 따라 전통사회에서 집단적 제의 및 의례로서 기능을 하던 축제는 점차 대중의 문화향유 대상으로서 놀이문화로 편재되었다. 이러한 축제의 놀이문화화, 즉 재미만을 찾는 향유 대상으로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문화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놀이문화가 놀이의 다양한 특성과 진정한 기능을 잃고 소비성과 오락성만이 점점 강조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놀이가 그 본연의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야 한다.
산업의 팽창은 노동과정의 분업을 초래했으며, 노동의 전일성은 자연히 붕괴되었다. 노동자는 노동에서 소외되었으며, 노동과정이 주는 생산성과 활력의 근원으로서의 축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히 쇠퇴하였다. 즉 소비자본주의 시대의 축제는 만들어지고 계획된 과정으로 진행되며, 일반 대중은 단지 그 과정을 소비하는 것으로 귀결되어 거대한 스펙터클과 기획되어진 프로그램 속에서 즐기는 일종의 수동적인 문화로 귀결되었다.
하지만 근래의 IT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역동적인 장을 만들어 내면서 축제가 자발적이고 공동체 지향적인 모습으로 생산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스마트 폰을 이용한 집단 행위에의 적극적 참여, 정치적 행동의 축제화, 참여자 간의 교류 등의 현상이 빈번하게 드러나면서 그간의 축제에서 보지 못했던 역동성과 자발성, 몰입성 등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창의적인 축제 역시 일회적이며 이슈 지향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대중의 분중화(分衆化)를 오히려 더욱 드러내는 결과를 보여주어 특정 이슈의 관철을 위해 축제적 성격이 단지 이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이런 축제적 행위가 일상적으로 진행되면서 노동과 일상의 재생산 과정, 중립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현상으로 한국 사회전반에 자리 잡지는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일견으로는 놀이의 사회적 창의성을 회복한 것처럼 보이며, 그 창의성이나 자발성이 사회적으로 카타르시스로서의 역할은 하지만 지속적이며 일상적인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에는 힘들다고 보여 진다. 이와는 달리 영성성은 특정한 한 사회의 사회성이나 역사성을 떠나 인간의 존재성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 인간의 또 하나의 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 공유, 관계, 돌봄 등의 가치를 지향한다는 면에서 자본주의의 축제가 지닌 한계를 지속적이며 일상적으로 보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4. 미래사회 축제 코드로서의 영성
미래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시간)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음’이라는 불확정성의 미래에도 인간의 존재 방식은 고스란히 포함될 것이기에, 사회·문화적 영역에서 미래의 대안을 모색하려 한다면 미래사회의 양태와 인간의 존재 방식에 대한 예측은 필요하다. 하지만 미래라고 하는 개념이 현재가 아닌 ‘다음의 순간’부터 시작되는 어떤 것이라고 할 때 어떤 특성이나 개념들은 현재의 일 속에서 선행되기도 하고, 그것이 확산되어 진행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미래코드란 단지 미지의 것이 아니라, 현실구조 속에서 발아되고 있는 진행형 사건의 일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장에서는 여러 미래 학자들에 의해 제시된 미래사회 코드를 분석함으로서 미래 인간의 존재방식 및 미래사회 코드로서의 영성 대두 근거를 밝혀보기로 한다.
4-1. 미래사회 코드
미국의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논리적·선형적 사고와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 기능을 요구하는 현재의 정보화시대는 서서히 창조와 공감의 능력,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하이컨셉과 하이테크의 시대’로 넘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18) 그가 제시한 미래사회를 주도할 인간이 갖추어야 할 여섯 가지 필수 요소는 [표 4]와 같다.
각 제시어의 내용을 보면 놀이와 창조성의 개념이 미래사회 코드들과 전반적으로 연관되어 논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미래가 요구하는 창조성이 과거에서처럼 현상이나 결과물의 생산을 위한 과정으로서 존재하는 ‘아이디어’의 개념을 넘어 서는 것임을 보여준다. 또한 인간의 정신적·영적 영역에 속하는 공감, 의미 영역을 미래사회 코드로 언급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능력이란 육체적·지적 능력을 넘어 초월적 가치를 추구하는 영적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가와 사상가 50인의 회원제 조직으로, 상호협력을 통해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공유하는 GBN(Global Business Network)의 연구19)를 보면 미래는 미래적 사고를 가진 인재를 요구하는데, 이는 결국 하이컨셉의 능력과 일맥상통한다. 이들이 제시한 미래사회 코드 중 영성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항목은 [표 5]와 같다.
이 GBN의 미래 코드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다양한 영성의식의 출현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이윤창출이라는 실재적 목적을 가진 기업가가 다수 참여한 이들이 가치 및 신념체계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며, 영성이 구체적인 미래사회 코드로서 실질적이고도 면밀하게 논의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미래에는 신흥 종교가 우후죽순 생겨날 것이며, 전통 종교는 신흥종교와 과학의 진보에 대한 반발로 근본주의로 진행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는데 이는 미래사회 코드를 제시한 여러 미래학자들에게서 동일하게 발견되는 주장이다. 전통 종교로의 회귀와 전통 종교의 근본주의 현상, 새로운 종교의 탄생, 널리 공유되는 일련의 통찰력이라는 3단계 시스템은 전 세계로 확산되며 새로운 형식의 종교나 영성이 출현하고 있다.20)
미래학자인 마티아스 호르크스는 여덟 가지 영역에서 미래를 조망했는데, 이중 영성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항목을 정리하면 [표 6]과 같다.21)
그는 영적 지성을 언급하고 있으며, 정화된 체험 의식으로서 종교가 의례가 사라진 사회에서의 의식의 원천이 될 것임을 설명했다. 그는 정신과 의식, 인간 두뇌의 기능과 그 확대 가능성이 21세기의 거대한 테마가 될 것임을, 의식의 재발견으로서 영성의 발견이 미래사회의 새로운 기적이 될 것임을 예견하고 있다.
세계의 문화 간 연구를 진행하는 폴란드의 혁신적인 컨설팅회사 ‘직관연구소’의 설립자 졸랑타 바크22)는 근대성의 붕괴 이후 새로운 가치에 근거한 사회가 출현하는데, 이를 즉각성의 사회, 몸과 관능성의 사회, 개인 간 조직망을 형성하는 사회의 출현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 같은 ‘하이퍼모더니티 시대’를 복잡한 구조를 지닌 모자이크 같은 사회, 즉 여러 실체와 관념이 병치·조합되는 혼성사회로 보며, 그 속에서 인간은 새로운 존재방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몸과 마법, 윤리가치와 사랑 등의 코드를 주장하는데 이는 육체와 정신의 영역이 아닌 영성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다. 축제가 집단 의례에서 사적인 의례, 사적인 놀이로 넘어가는 양상을 지적한 그의 예측은 축제의 본질에 대한 재고와 미래 축제에 대한 대안 필요에 대한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조지 오초아와 멜린다 코리23)는 미래의 100가지 트랜드를 10개 영역에서 제시하는데, 여기서도 종교와 영성은 미래의 삶을 구성하는 실질적 요소이자 구체적 행위로서 논의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미래사회 코드 중 영성과 관련된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7 참조)
위와 같은 많은 석학들의 연구에서 살펴본 바, 물화(物化)의 생산과 그 결과물의 축적을 토대로 발전한 근·현대에서 관념적 개념으로 여겨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영적 영역의 개념들인 공감, 조화, 의미, 가치, 영성, 종교, 마법 등이 매우 중요한 미래사회 코드임이 밝혀졌다. ‘영성’은 이제 미래사회의 실제적 가치로 부상하였고, 경제·사회·문화의 영역에서 더욱 구체화된 실천과 행위로 드러날 것이다.
4-2. 영성(spirituality)의 개념
영성은 인간 내면의 본능을 따라 흐르며 자연의 힘에 자신을 일치시키려는 욕망이기도 하다. 명상과 수련으로 득도하여 스스로 부처가 되고자 하는 불교의 수련 방법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영성을 개발하는 대표적인 종교이다. 이렇게 인간은 정신을 고양시키는 방법으로 종교를 선택하거나 탄생시키고 있다. 웨이크 필드(G.S. Wakefield)는 영성을 인간 삶의 활기 또는 생기를 돋우고, 초지각적 실체들을 향해 뻗어나가게 하는 태도, 믿음, 실천으로 정의했고, 핸슨은 개인이나 공동체가 인간 삶의 본질과 목표에 대한 확신에 따르는 삶의 양식이라고 정의했다.24) 영성(靈性, spirituality)이라는 단어는 한국어 사전에서는 ‘신령한 품성이나 성질’로, 영어 사전에서는 ‘정신성, 영성’으로 정의되는데, 영성이라는 기표에 일대일 상응하는 분명한 기의로서의 의미가 존재한다.
미래사회의 영성에 관한 논의는 마치 반대의 세계처럼 보이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앞서 살펴본 미래사회 코드의 과학과 기술 영역들을 총괄하여 보면, 생명공학(Bio-Technology)과 극미세 가공기술(Nano-Technology), 생체공학(Bionics, 생체 조직의 기능을 전자 공학적으로 응용하는 기술)과 정보기술(Information-Technology)들이 빠른 속도로 진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공 장기, 식량 산출을 위한 유전자 조작, 시험관 아기 등은 이미 일상적인 일이 되었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개체의 체세포 복제는 오래 전에 이루어 졌다. 이제 늙지 않는 피부와 근육, 바이오닉 장기, 인공 자궁, 배아세포로부터 생성되는 모든 신체 생산이나 맞춤 아기 주문 생산이 예고되기에 이르렀다.25) 이와 더불어 감각기관을 통하지 않고도 실재보다 더 생생한 인지 체험의 세계를 실현해 주는 컴퓨터의 발달과, 인간 수준의 고차원 인공지능 로봇의 발달은 기계와 인간과의 경계를 허물어가고 있다. 미래의 인간은 모태조직과 인공조직 사이에 있는 ‘사이보그’로 영원히 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제 윤리와 영혼의 문제를 제외한다면 이 모든 일들은 시간이 필요한 점 이외에는 기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과학과 기술의 첨예한 발달이 무서우리만치 빠른 속도로 인간을 자연발생적인 단일 존재에서 인공적·기계적 혼종의 존재로 바꾸어가자 인간의 몸을 정신과 영혼의 그릇이라 생각했던 과거의 인간은 혼란스러워졌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몸에 다른 사람의 머리가 이식되었다26)면, 영혼은 과연 몸의 어디에 있는가? 머리? 가슴? 아니면 신체의 여러 다른 부위에 있는가에 대한. 이와 같이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인간의 정체성 찾기와 더불어 정신, 종교, 영성에 대한 관심이 강한 시대가 오고 있다.
GBN의 연구 중 과학과 기술 부분에서도 환경과 변화에 따른 인간 정체성의 진화를 다루고 있다. 상당수의 기업가가 포함된 이들의 가치 및 신념체계에 관한 논의는 다차원적 실제로서 존재하는 직관·계시·텔레파시·초능력 등 초자연적이고 잠재적인 인간의 영적 능력에 관한 것들이다. 이것은 GBN의 일원으로서 교육자이자 인간 잠재력 및 변환 실무 분야의 선구자인 에살렌 연구소(Esalen Institute)의 설립자 마이클 머피가 지적한 것처럼 19세기 신비주의 사상이나 뉴에이지 등의 실천적 깊이가 없는 관념과는 거리가 먼, 과학과 기술에 대한 실재적인 예견과 동일한 과학적 탐구로서의 영성27)이라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과학적 탐구로서의 영성에 대한 통찰은 철학자 켄 윌버의 연구에서도 드러난다.28) 경험으로서의 과학과 영성으로서의 종교의 통합을 모색한 그의 연구에 따르면, 과학·예술·종교는 ‘근대의 차별성’을 토양으로 삼고 각 영역에서 눈부신 발전을 했다. 하지만 현 세계에서의 과학과 종교는 서로 어떠한 타당성도 부인하며 서로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려했다. 실재의 세계를 오직 물질과 에너지로 보는 과학적 유물론이 지배했던 근대에서 과학, 영성, 예술, 도덕들 사이에서 상호 조화를 이루려는 인간의 노력은 낭만주의, 관념론,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나타났지만 결국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29)는 것이다.
그는 순수한 영성이 단지 신화적이거나 상상적이거나 신화학적이거나 신화시대의 서사적인 것일 수만은 없으며, 과학적 경험으로 체험 가능해야 함을 주장했다. 즉, 순수한 영성은 감각적·이지적 체험이 아닌 초감각적·초이지적 초월의식으로서, 신비적, 초월적, 명상적, 관조적 직접 체험30)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영성은 단지 육안·심안이 아니라 영안(관조의 눈)으로만 보여 지는 체험적 자료이다. 영성은 경험 과학의 요소인 모든 타당한 지식의 요건에 엄격하게 근거해야 하고, 직접적인 영적 체험인 명상, 정관 등에 바탕을 두어야 하며 이럴 때 영성은 위대하고 지속적인 정신적 체험의 과학이 된다고 주장했다.31)
미래사회는 모자이크와 같은 망으로 형성된 하이퍼모더니티의 사회이며 미래사회의 인간은 현재 우리가 페이스 북의 세계에서 확인하듯이, 소유적 존재에서 공유적 존재로 변화된 인간이다. 영성은 정신의 영역에 속한 초월의식이며 동시에 검증 가능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신비 체험이다. 영성은 더 이상 실존 세계와 동떨어진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과학의 한계를 확장시켜나가면서 발견되어 가는 또 다른 차원의 정신영역이라고 해석할 수 있으며, 자연히 영성은 미래 존재의 한 방식이다. 따라서 문화 영역, 특히 그 중에서도 집단 축제에서의 영성은 미래에 대한 대안적 가치를 갖는 코드로 제시될 수 있다.
그러나 켄 윌버의 말처럼 순수한 영성의 체험이 모든 타당한 지식의 요건에 엄격하게 근거한 신비하고 관조적인 명상, 신비 등에 바탕을 두어야 가능하다면, 대중적 축제에서 순수한 영성 체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대안적 답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영성학자 루이 라벨은 감각적 체험은 영적 체험과 구별되어야 하나 감각적 체험을 통해 영적 체험이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촉진됨을 주장하고 있다.32) 즉 시각과 청각 등의 감각 기관을 통해 영적인 부분의 감지 능력이 발현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성가나 종교적 아이콘이 갖는 영향력도 결국은 감각을 통해 인지되는 것이나, 이 감각이 단순히 역사적, 문화적으로 형성된 지적 체험과 무관하지 않기에 물질적 정신적 차원을 넘어 또 다른 층위의 관념으로 개개의 인간에게 작동하는 것이다. 둘째 현실적인 테마를 내세운 축제와 종교적 표상과 영성을 표방하는 축제의 재현은 그 주제 자체가 관람객에게 다른 층위의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진흙은 마당에 있을 때는 오염이 아니나, 실내에서는 오염이다라고 하는 구조주의적 사고방식에 의하면 모든 존재는 맥락 속에 위치하는 것이지 하나의 완벽한 개체로 받아들여 지지 않음을 생각할 때 종교적 기호는 여전히 인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강력한 무의식적, 존재론적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양떼목장의 양과 크리스마스 축제 시에 사용되는 양은 그 콘텍스트에 의해 텍스트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즉 대중문화에서 종교가 수단으로 이용되고 무차별하게 사용된다 하더라도 그 종교적 표상이 집단적으로 제시되면서 한 사회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다른 차원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자본주의와 물신이 힘을 발위하고 있다하더라도 인간은 항상 현재와는 다른 차원의 대안을 찾고 있으며, 그에 대한 증거로 공유의 자본주의, 자본주의 4.0, 따뜻한 자본주의 등의 공동선을 지향하는 개념을 창출하면서 물신 사상과 자본주의 사상 역시 변화의 흐름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영성은 그간 자본주의나 소비사회가 배척한 상징성과 가치를 지닌 고유한 분야이며 역사적인 분야라는 면에서, 미래사회 코드로서의 가능성을 지닌 하나의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형식은 차용 하더라도 그 지향하는 내용과 메시지 소비문화 코드와는 다르다는 면에서 이러한 코드는 단순한 대중적 소비문화 코드로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영성 코드는 축제의 대상들에게 완전한 영성의 체험을 준다기보다는 그 대안적 가치의 모색을 보여주고, 인간 존재의 가장 본질적이며 상징적인 가치 추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불교의 연등행사가 불자들의 행사가 되면서 일반인에게도 종교적인 영감을 주듯이, 기독교 영성을 이용한 문화 행사 역시 횟수의 반복에 따라 기독교인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종교적인 영감을 부여할 것이다.
4-3. 영성과 종교성
본장에서는 기독교 표상의 사례 연구를 위해 종교성과 영성의 대비를 통해 그 개념적 범주를 뚜렷이 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영성에 대한 정의는 뚜렷하고 그 연구가 과학의 발전과 함께 활발하다. 하지만 종교의 유구한 발전에 비해 ‘종교성(宗敎性)’이란 단어의 개념적 정의는 조금 모호하다. 한국어 사전에서 종교성을 찾으면 “인간의 종교적 성정, 종교가 가지는 독특한 성질”이라고 비교적 명확히 정의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영어사전과 불어사전에서는 ‘종교성’에 일대일로 대응하는 직접적 표상으로서의 단어는 찾을 수 없다. 영어에서 종교성은 다만 종교(religion: 종교성, 신앙성, 종교주의)라는 단어의 의미 내부에 포함되어 쓰이고 있을 뿐 의미에 일대일로 대응하는 기표로서의 단어는 찾을 수 없다. 불어에서도 일대일 대응 단어는 없고, 다만 영어보다는 조금 더 친절하고 해석적인 의미로써 ‘caractère religieux‘라는 표현을 찾을 수 있는데, 이는 “종교적인 특징”이라는 뜻으로 영어에서보다는 훨씬 더 명확하게 종교성의 본질을 제시해준다. 결론적으로 종교성은 ‘종교적 영성’에 대한 언어적 표지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영성과 종교적 영성에 대한 견해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Richard & Bergin는 영성은 우주적, 통합적, 내적인 경험으로서 표현되며 종교성은 영성과 중복되는 개념이지만 종파적이고 외적으로 드러나는 사회적이고 공적인 종교행동과 예배·미사와 같은 의식적(ritualistic) 경험으로 표현된다33)고 한다. 둘째, Burke, Hackney, Hudson, Watts는 영성은 종교성과 유사한 의미로 혼용되어 왔는데 이는 종교가 영성을 표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34). 라고 제안한다. 셋째 Stanard, Sandhu, & Painter는 영성과 종교는 모두 신성을 연루시키는 의미라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영성은 더 주관적이고 우주적인 경험인 반면에 종교는 믿음, 신조, 교리와 함께 제도화 된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35)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학문적 정의를 종합해보면 종교성이란 영성의 구체화되고 의식화된 외적 표현, 즉 영성의 종교적 표상임을 알 수 있다. 특정 종교와 관련된 신념과 공적인 활동의 정도로서의 종교성은 종교가 외적으로 드러나는 공적인 행동과 의식적 경험으로 표현된다.
영성이 미래사회의 축제 코드로 제시되려면 개인 적인 측면의 체험이나 종교적 경험이 아닌 집단적, 사회적 의미를 획득해야 할 것이다. 일견 종교는 완전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해석되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다. 하지만 한 사회가 형성되고 지속되는 동안 이러한 개인성은 사회적 언어로 공유되지 않는 이상소멸 되고 말기에 일정한 형식을 갖추고, 그 형식이 사회 속에서 문화와 관습으로 자리 잡으면서 하나의 공유된 코드로 자리 잡는 것이다. 영성의 체험은 개인적이지만, 이 체험이 관계 속에서 공유되고 확산되면서 그것은 사회성을 지닌 언어가 되고, 공동체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5. 부산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에 드러난 기독교 영성의 표상
본 장에서는 인류가 긴 시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믿어온 종교인 기독교의 영성을 대중축제 코드로 발현한 사례로서 부산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를 제시하고, 이 축제에 드러난 기독교 영성의 표상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사례로 제시하는 부산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는 개인의 순수한 영성 체험의 교시에 대한 예가 아니라, 기독교의 영성이 축제 디자인 및 축제 컨셉트에서 어떻게 감각적으로 표상되었는가에 대한 사례이다. 이는 앞서 루이 라벨의 주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축제를 통해 제시된 단순한 영성의 표상들을 통한 감각적 체험일지라도 대중의 영성적 삶의 위계적 근간을 형성하며 대중의 영적 삶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에 그 가치를 둘 수 있다.
기독교 영성(Christian Spirituality)에 대해 마이클 다우니는 하나의 체험된 경험으로서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의 임재와 능력을 가지고 하나님을 위해 사는 삶의 방식이라 하였다.36) 김희영은 기독교 영성을 그들의 구세주인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 성령(Holy spirit) 안에서 하나님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그리스도와 연합하고 다른 사람들과 교제를 나누는 삶으로 보고, 이는 초월자와의 관계 안에서의 경험, 영적인 성장 과정, 구세주와의 합일, 성령의 역사를 포함한다고 정의한다.37) 기독교 영성의 핵심은 성경에 기록된 구세주의 성육신(成肉身)-십자가 죽음-부활을 통한 인간의 구원이라는 구속사(救贖史)적 이야기에 의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데, 그 중에서도 구세주 예수의 성탄 사건에서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다. 물론 이외에 부활절이나 대 강림절 등의 기독교 영성이 발현되는 사건은 많으나, 예수의 탄생 자체가 기독교 교리의 신비와 종교성, 영성의 기본이 된다는 점에서 성탄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의 기독교인들에게 상징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5-1. 부산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의 콘셉트와 디자인에 드러난 기독교 영성
부산 크리스마스트리 문화축제(Busan Christmas Tree Festival, 이하 BCTF)는 불교의 연등축제와 같은 종교성 축제이며, 기독교 영성을 대중 문화축제 콘텐츠로 형성하고 발현한 국내 최초의 기독교 대중 문화축제이다. 제1회 BCTF는 “온누리에 사랑의 빛을”이라는 주제로 2009년 11월 30일 개막점등식을 시작으로 총 기간 40일에 걸쳐 부산 광복동 문화의 거리에서 개최 되었다. 제1회 BCTF는 선례 없음, 6개월가량의 짧은 준비기간, 미분화된 조직, 정부·교계·상인의 연합 추진이라는 여러 난점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성과를 거둠으로써, 기독교 종교성 축제의 대중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38) (표 8 참조)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제1회 축제는 기독교 영성을 구체적으로 시각화 하는 데에는 미흡한 점이 많았으므로, 본 연구에서는 이를 집중적으로 구현한 제2회 축제를 중심으로 기독교 영성의 발현이 어떠한가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제2회 축제는 늘어난 시·구비 지원을 바탕으로, 상가지역 노천 거리에서 열리는 겨울 ‘빛 축제’라는 입지적·시기적·기술적 한계를 창조적으로 극복하고, 기독교 영성의 대중축제 콘셉트화·콘텐츠화에 내실을 기하는 것에 비전을 두고 전문성을 강화했다.39)
“Happy 부산, Chrstmas 부산”을 주제로 한 제2회 BCTF는 국내 겨울 대표 빛 축제로서의 브랜드 구축, 낙후된 부산 원도심의 활성화, 행복도시 부산 만들기의 목적을 가지고 실행되었다. E.I.(Event Identity) 및 디자인 차별화 전략은 [표 9]와 같다.
이 축제는 또한 미래에 대한 ‘3대 비전’을 표명하고 이에 따라 기독교의 종교적 영성을 구체적이고 체험적인 방법으로 시각화 했다. (표 10 참조)
5-2. 축제 콘텐츠에 담긴 기독교 영성
제2회 축제기간은 49일이며 크리스마스 시즌과 구정을 포함했다. 축제기간을 7주로 나누어 주별 축제 주제를 정하고 이에 맞는 축제 콘텐츠를 운영했다. 주별 주제는 기독교 영성의 실천적 행위를 표지화 한 것으로서, 성탄의 이야기를 포함한 성경적 텍스트를 콘텐츠로 실현하였다. (표 11 참조) 이러한 프로그램은 정신적 체험의 과학으로서의 영성에 대한 개념 규정과 영성의 종교적 표상으로서의 종교성 개념에서 살펴보았듯이, 기독교적 종교성을 개인적으로 체화된 영성의 형식으로 느끼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된 것이었다. 즉 각각의 행사는 그냥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직접 행사에 참가해서 실행해야 하는 참가형·실천형 축제 콘텐츠로 형성되었다. 이 축제 콘텐츠에 참여하면서 참가자는 기독교의 진리인 나눔, 사랑, 등의 과정을 재현하며 기독교 영성을 체험하는 것이다.
5-3. 기독교 영성의 표상으로서의 ‘일루미네이션' 디자인
제2회 BCTF의 콘텐츠는 크게 두 영역으로 구성되었다. 첫째는 메인트리를 비롯한 축제거리 전체의 시각구조물 및 체험형 포토존을 형성하는 ‘일루미네이션’ 영역, 둘째는 연극·공연·콘서트·행사 등의 퍼포먼스로 이루어진 ‘문화공연’ 영역이다. 모든 축제 콘텐츠들은 그 표현 형식에 따라 이 두 영역 안에서 배분되었다. 일루미네이션 영역은 구속사를 형상화한 ‘로드존(Road Zone)’과, 성경 텍스트에서 뽑은 기독교 핵심 키워드를 체험형 빛 구조물로 제작한 ‘포토존(Photo Zone)’, 그리고 축제지역 내 상가들이 주체가 되어 상가 전면 벽이나 상점 앞의 도로를 장식하는 ‘월존(Wall Zone)’으로 구분되었다.
축제거리 전역에 매달거나(hanging) 세우는 형식의 조명구조물로 이루어진 로드존은 구조물의 중첩효과와 통일감 있는 E.I. 컬러 적용으로 시각 정체성을 획득하고, 성탄의 기쁨과 하나님 사랑의 임재라는 기독교 영성의 핵심을 담았다. 로드존은 축제거리를 다음과 같이 A·B·C로 나누어 구조물을 달거나 세웠는데, 구속사의 스토리를 시간 순서대로 적용하고자 했다.
로드존에 해당하는 각 구조물의 기독교 영성의 의미와 그 표상은 다음과 같다. (표 12 참조)
이처럼 일루미네이션 영역은 기독교 영성의 시각적 표상으로서 기독교 영성의 핵심인 구속사(救贖史)40)의 스토리텔링을 시각화된 조명구조물로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성경에서의 성탄에 대한 천사들의 예고와 성탄의 밤과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에 대한 묘사, 그리고 기독교 신자들의 사랑과 구제의 실천의 삶을 빛 구조물로 시각화함으로써 기독교의 진리인 나눔, 사랑 등의 과정을 재현한 것이다.
또한 이 축제의 구조물은 대부분 빛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의 시각적 유인물로써 전기를 이용한 빛은 근대 기술의 대표적 산물이며 현재 도시에서 빛을 이용한 디자인이 발전되어 가는 상황이다. 본 행사의 빛은 이러한 차원을 넘어 일단 기독교의 본질인 변화, 즉 예수가 빛으로 변환되는 지점이 성경에 제시된 점, 하나님의 임재가 항상 빛으로 왔다는 점 등에 착상을 하여 제시된 것이며, 이것은 기독교의 기본적인 영성을 드러내는 일차적인 지시물이라고 할 수 있다.
포토존은 성경 텍스트에서 뽑은 기독교 영성의 키워드 및 스토리를 총 10개의 다양한 형태의 체험형 구조물로 표현하였으며, 각 구조물은 그 의미가 전달되도록 사인형 표지를 달아 제시되었다. 스토리 포토존 구조물의 디자인과 각각에 담긴 기독교 영성 및 텍스트적 표상에 해당하는 성경 구절은 다음과 같다.
본 포토존은 성경의 구절을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기독교 신자나 비신자 모두가 하나의 이야기로써 인류의 구속을 실현하는 절대자의 약속을 체험하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경이 제시되고, 그 성경이 의미하는 바를 체험하면서 특정 종교를 넘어 인간과 절대자 간의 교류를 시도하고,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정신영역에의 심화를 꾀한다는 기독교 영성의 기본 원리가 있는 것이다.
월존은 축제거리의 상인들을 축제에 참여하게 해 장기적인 축제 주체자로 세우고 주체자로서의 자긍심을 갖도록 하기 위하여 마련되었다. 각 업체가 출자하여 가게 벽면 또는 가게 앞거리에 장식 구조물을 설치하되, 위원회가 전체 디자인 시안을 제시하고 업체가 이를 선택하여 축제의 시각적 통일감 및 디자인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그림 2 참조)
서로 다른 질감과 오브제의 캔버스가 건물 벽면을 따라 연속으로 이어지도록 디자인되었는데 이는 ‘합심하여 선을 이룸’이라는 기독교 영성의 연합과 동역(同域)으로서 하나됨의 실천이자 표상적 실현이다.41) 즉 월 존에서 표현된 것은 결국 인간의 최고 지향점으로서의 영적 공동체에 대한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의 교리를 바탕으로 조화와 협력, 사랑, 선의 실현으로 구현되는 공동체로서, 이를 이룰 때 공동체의 사랑을 바탕으로 신의 구속이 이루어진다는 기독교 영성의 공동체적 차원에서의 실천을, 상인들 간의 협력과 시각적 조화로움을 통해 제시한 것이다.
6. 결 론
본 연구는 영성을 미래사회의 대중축제 코드로서 제안하고, 영성이 대중축제 코드가 된 사례로 ‘부산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를 들고 여기에 드러난 기독교 영성과 그 표상들을 살펴보았다.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대표적인 종교적 축제로는 사월초파일 행사를 들 수 있다. 초파일의 연등행사는 한국의 전통사회가 지녔던 종교 행사를 문화적 전수물로 계승하여 궁정적인 것으로 발전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행사에서는 거리로 나온 종교 행사를 불신도가 아닌 대중이라도 그 종교적 기원을 공유하고, 연등행사의 시각적 장관을 경험하면서 뷸교가 제시하는 교리를 순간적으로나마 경험한다는 면에서 영성을 표방하는 하나의 행사로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자연히 이 축제는 참가자 스스로의 대응과 심리적 반응의 층위로 인해 단순히 상업적이며 특정 종교의 페쇄된 행사로 그치지 않는 다는 미덕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기독교는 120여 년 전에 서구에서 들어와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종교적 체험을 기독교인들에게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불교가 한국만의 독특성을 통해 그 영성을 확대하고. 전 세계 불교와 차별화 되는 문화적 아우라를 갖추어 나가듯이 한국의 기독교 역시 타 국가의 기독교와는 차별되는 문화적 아우라를 갖추어 대중들에게 영성을 부여하는 역할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부산 크리스마스 축제는 기독교 행사로만 되어 있던 것을 시와 시민이 같이 누리는 축제로 자리 잡아 나가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부산 크리스마스트리 축제는 성육신(成肉身)한 예수의 성탄과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일차적 지시물로서의 빛 구조물이 주를 이루는 이 축제의 콘텐츠들은 사랑, 공동체 관계의 회복, 기독교 정신세계에 대한 지향이라는 기독교 영성의 주된 내용을 구현하고 있다. 로드존의 일루미네이션 영역, 즉 게이트와 매다는(hanging) 구조물, 메인트리, 천공 등에서는 기독교 정신세계의 핵심인 구속사(救贖史)의 스토리텔링을 시각화한 빛 구조물을 시간 순으로 배열함으로서 이를 구현하였고, 10개의 체험형 스토리 포토존과 월존은 각각의 표상된 성경적 내용을 참가자가 직접 재현함으로 사랑과 나눔, 공동체 관계의 회복이라는 기독교 영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부산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는 개최 2년 만인 2011년에 언론과 각종 매체의 관심을 받으며 경찰 추산 축제참가인원 4백만 명, 참가자 지출액 200억 원, 경제효과 1,694억 원을 기록하며 우리나라와 부산을 대표하는 겨울축제로 자리매김하였다.42) 또한 2011년 9월 중국 다이렌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도시관광진흥기구(TPO)43) 총회에서 지역경제 발전은 물론 관광산업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축제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는 영성이 미래의 대중축제 코드로 성공할 수 있음을 실재적으로 증명한 사례이며, 기독교 영성을 표상화한 종교성 축제가 불교를 비롯한 기독교 외의 타종교 문화가 우세한 아시아 태평양 도시에서도 대중축제로서 가치 있음을 입증한 것으로, 영성의 미래사회 대중축제코드로서의 대안적 제시에 대한 중요한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BCTF는 대중축제이며 또한 거리 축제로서 현대 축제가 갖는 스펙타클적 한계를 여전히 포함하고 있으며, 축제를 통해 종교적 영성의 순수하고 개인적 체험을 하는 것에도 그 한계가 있다 하겠다.
영성은 최고 절대자의 어떤 영역에 인간이 동역하고 체험하여 자신을 확장시키는 정신적인 영역에서의 발전을 의미하는 영역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갈망은 소비사회의 포화, 상징이 고갈되어 단자화된 상태로 살아가는 현대인이 필연적으로 바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존재조건이기도 하다. 이러한 대중적 지향은 이미 많은 징후를 보이면서 공유 자본주의, 접속의 문화 등의 개념 하에서 수많은 양상을 보이며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사회의 축제는 현재의 생산-성과 지향적 한계와 소비 지향적 한계를 뛰어 넘어, 지역 문화를 꽃피우고 대중이 이를 향유하는 새로운 문화 코드를 형성하여 다음 세대로 유전되는, 유기적이고 창조적인 대중의 놀이문화로 진보해야 한다.
Glossary
1) 윤홍열. (2007). 지역문화축제 브랜드디자인의 상징 표현이 미치는 영향성과 가치평가에 관한 연구. p1. 한양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 선행연구의 내용을 연구자가 종합 정리한 것임. (김진영, 2001;64~69, 배영주, 2008;8~11, 윤홍열, 2007;40)
3) 배영주. (2008). 지역문화축제의 활성화를 위한 디자인 개선방안 연구. p17. 서울산업대학교 산업대학원 석사학위논문.
4) 문화관광부·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06). 한국 지역축제 조사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
5) 현재 축제는 ‘축제프로그램 완성도, 축제운영의 적절성, 축제발전성, 축제의 성과’ 항목으로 나누어 각 지표에 따라 평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2010.12.29) 문화관광축제 종합평가 보도자료. http://www.mcst.go.kr)
6) 총 45개의 축제를 유망관광축제로 선정하였다. (문화관광부. (2005). 관광동향에 관한 연차보고서. pp145-147)
7) 문화체육관광부. (2010.12.). 보도자료. http://www.mcst.go.kr
8) 본 연구 부분에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임. (문화체육관광부. (2008, 2009, 2010). 문화관광축제 종합평가 보고서)
9) 부산광역시·(사)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2010.12). 2010년도 부산지역축제 평가보고서. pp14-16
10) 이경숙. (1996). 기 드보르; 스펙타클의 사회. 현실문화연구
11) ‘Homo Ludens’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이종인. (2010). 요한 하위징아; 호모 루덴스. 연암서가)
12) 이상의 놀이의 특성은 위의 책에서 본 연구 부분에 필요한 것을 압축하여 발췌한 것임. (요한 하위징아. 앞의 책. pp41-75)
13) 요한 하위징아. 위의 책. p44
14) 요한 하위징아. 위의 책. 플라톤 <법률>(ⅶ, 803) 재인용.
15) 요한 하위징아. 위의 책. p45
16) 요한 하위징아. 위의 책. p66
17) 김모세. (2008). 졸랑타 바크; 미래사회 코드. p200. 디플Biz.
18) 다니엘 핑크. (2006). 새로운 미래가 온다. 한국경제신문
19) 이주형. (2005). GBN 회원들; What's Next? 2015. 청년정신
20) GBN. 앞의 책. p610
21) 백종유. (2004). 마티아스 호르크스; 미래를 읽는 8가지 조건. 청림출판
22) 김모세. (2008). 졸랑타 바크; .미래사회 코드. 디플Biz
23) 안진환. (2005). 조지 오초아, 멜린다 코리; 당신의 미래를 바꾸는 NEXT TREND. 한국경제신문
24) 김희영. (2010). 개신교 영성에 대한 기독교 교육적 고찰. p5. 재인용.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원 석사논문
25)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 (1999). 맞춤인간이 오고 있다. 궁리
26) 실제로 포유류의 머리이식실험은 1970년 로버트 화이트 교수에 의해 이미 성공했다. 성공한 이 붉은털원숭이는 의식을 완전히 회복한 상태로 공격성, 먹는 능력, 안구 능력을 보이며 8일 동안 살아있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 위의 책. p51)
27) GBN. 앞의 책. pp573-575
28) 조효남. (2003). 켄 윌버; 감각과 영혼의 만남. 범양사
29) 낭만주의는 전합리적인것과 초합리적인 것을 혼동하는 전·초오류에 사로잡혀서 순수한 통합 대신에 자기중심적·자아도취적인 전근대로의 퇴행 일으켰고, 칸트에서 시작하여 19세기를 통과하며 절대정신의 화려한 기발을 휘날리며 근대를 승승장구했던 관념론은 정신적 직관을 다른 사람에게 재생하기 위한 초인격적인 정신적인 교시가 결여됨으로 인해 겨우 “단순한 형이상학” 혹은 실질적 증거가 없는 사상으로 퇴화했으며, 세상을 해석으로 본 포스트모더니즘은 진리의 어떤 개념에도 제대로 닻을 내리지 못한 채, 자기 도취주의나 허무주의 같이 제멋대로 하는 기질 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켄 윌버. 앞의 책. pp153-230)
30) 켄 윌버. 위의 책. p289
31) 앎의 타당한 세 요건이란 도구적 교시(exemplar), 직접적 이해, 전문가 집단의 승인이다. (켄 윌버. 위의 책. p260)
32) 루이 라벨. (2005). 영성과 종교의 본질. pp34-37. 누멘.
33) 박민아. (2008). 영성과 종교성의 심리적 적응과의 관계. pp4-10 재인용. 부산대학교 석사학위논문
34) 박민아. 위의 책. p4. 재인용
35) 강에스더. (2006). 종교성 및 종교정향이 문제책임 귀인양식에 미치는 영향. pp26-28. 재인용. 이화여자대학원 박사논문
36) 마이클 다우니. (2001). 오늘의 기독교 이해. pp64-66. 도서출판은성
37) 김희영. (2010). 개신교 영성에 대한 기독교 교육적 고찰.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원. p9
38) 부산광역시 (사)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2010.12). 2009년도 부산지역축제 평가보고서. pp155-156 /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위원회. (2010). 제1회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 결과보고 및 평가보고서
39) 이에 상가 번영회장을 실행위원장으로, 목사를 사무국장으로, 디자인 전공 교수를 디자인 감독으로 선임한 기획단을 구성하여 축제를 기획하고 디자인했다. 본 연구 주저자는 1회 축제의 기획전문위원으로, 2회에는 디자인 감독으로 선임되었다.
40) 하나님의 구속(redemption)사역의 역사. 하나님께서 그의 뜻을 따라 모든 것을 계획했으며 그것을 온전히 성취하시며 특히,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구원하실 것을 제시하시고 섭리하시고 간섭하신다는 신학적인 입장이다.(신지훈. (2007). 구속사적 인물설교에 관한 연구. p4.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41)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로마서 8:28. (대한성서공회. www.bskorea.or.kr 개역개정 성경)
42) 2010년도 부산지역 축제평가 점수 79점으로 유망축제에 해당하는 성과를 보임. 참가인원 및 경제효과는 설문조사에 근거한 산출자료임. “민간 중심의 축제 운영으로...우리나라와 부산을 대표하는 겨울축제로 자리매김하였음” (부산광역시 (사)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2010.12). 2010년도 부산지역축제 평가보고서. pp13,180-184)
43) TPO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13개국 68개 도시와 32개 관광 관련업체가 회원으로 가입한 국제 관광기구이다.
Acknowledgments
* 본 논문은 2011년도 동서대학교 연구지원에 의한 것임.
Notes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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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 드보르. (1996). 스펙타클의 사회. 현실문화연구.
- • 다니엘 핑크. (2006). 새로운 미래가 온다. 한국경제신문.
- • 루이 라벨. (2005). 영성과 종교의 본질. 누멘.
- • 마이클 다우니. (2001). 오늘의 기독교 영성 이해. 도서출판은성.
- • 마티아스 호르크스. (2004). 미래를 읽는 8가지 조건. 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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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한 하위징아. (2010). 호모 루덴스. 연암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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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영. 축제의 일상성 해석을 통한 환경디자인 방안에 관한 연구. (2001). 성균관대학교 디자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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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체육관광부. 2010.12.29. 보도자료. www.mcst.go.kr.
- • 개역개정 성경. 대한성서공회. www.bskore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