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s of Design Research
[ Article ]
Archives of Design Research - Vol. 39, No. 3, pp.327-341
ISSN: 1226-8046 (Print) 2288-298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Aug 2026
Received 20 Apr 2026 Revised 30 Jun 2026 Accepted 23 Jul 2026
DOI: https://doi.org/10.15187/adr.2026.08.39.3.327

작업 정체에서 조형 판단으로: 기초 디자인 교육에서 사고 개념의 감각적 구체성

Hayoun Won ; 원하연
Department of Industrial Design, Professor, Konkuk University, Seoul, Korea 건국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서울, 대한민국
From Impasse to Form Judgment: Sensory Concreteness as a Condition for Scaffolding in Foundational Design Education

Correspondence to: Hayoun Won hayounwon@konkuk.ac.kr

초록

연구배경 기초 디자인 교육은 학생이 작업 중에 멈추는 것을 오랫동안 기능이 미숙하다는 신호로 여겨 왔다. 그러나 모든 멈춤이 같은 것은 아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멈추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여러 형태 대안 가운데 어느 쪽이 나은지 고르느라 멈추는 학생도 있다. 앞의 멈춤이 학습의 공백이라면, 뒤의 멈춤은 조형 판단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본 연구는 작업 정체를 제거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조형 판단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지점으로 보고, 어떤 교육적 조건에서 멈춤의 성격이 수행 불능에서 판단의 갈림으로 바뀌는지를 탐색하였다.

연구방법 서울 소재 한 대학의 기초 산업디자인 스튜디오를 세 학기에 걸쳐 운영하고 비교 사례로 분석하였다(N=85). 세 학기 모두 학습 목표와 과제, 평가 기준, 교수자, 디지털 도구는 동일하게 유지하였고, 달라진 것은 사고 개념을 도입하는 방식뿐이었다. 매주 크리틱에서 나온 학생 발화와 수업 관찰 기록, 작업 중 산출물을 반복 코딩하여 작업 정체의 유형을 도출하고, 이 유형을 축으로 세 수업 구성을 비교하였다. 과제 완수율과 학습 만족도 같은 정량 결과는 동일한 자료에 기반한 별도의 논문에서 상세히 보고하며, 본 연구에서는 질적 해석을 뒷받침하는 보조 근거로만 활용하였다.

연구결과 작업 정체는 세 유형으로 나타났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멈추는 수행 불능형, 이미 만든 형태를 개념에 맞추어 다시 해석해야 하는 재해석 부담형, 여러 대안 가운데 더 나은 쪽을 고르는 판단 갈림형이다. 유형을 가른 것은 사고 개념의 유무가 아니라, 그 개념이 작업 중에 판단의 기준으로 쓰였는가였다. 눈으로 확인하며 작업 내내 참조할 수 있는 개념은 멈춤을 여러 대안을 견주는 조형 판단의 과정으로 바꾸어 놓았다. 반면 추상도 높은 개념은 이미 만든 형태를 나중에 설명하는 말에 머물렀을 뿐, 작업 중의 판단을 이끌지 못하였다. 즉, 사고 개념을 주는 것과 조형 판단의 비계를 주는 것은 같지 않았다.

결론 본 연구는 조형 판단이라는 영역에서 비계가 작동하기 위한 조건으로 감각적 구체성(sensory concreteness)을 제안한다. 감각적 구체성이란 학습자가 작업하는 내내 개념을 지각하고 거듭 참조할 수 있는 성질을 뜻하며, 지각적 확인 가능성, 형태 참조 가능성, 다해석성의 세 요건으로 구성된다. 연구 결과는 초보 학습자에게 부족한 것이 판단 능력이 아니라 판단이 기댈 기준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기초 디자인 교육의 과제는 작업 정체를 없애는 데 있지 않고, 조형 판단이 형성될 수 있는 조건을 설계하는 데 있다.

Abstract

Background Foundational design education has long treated work impasses as signs of insufficient technical skill. Yet not all impasses are alike. A pause caused by not knowing the next move differs fundamentally from a pause in which a learner weighs alternative forms before making a judgment. This study reconceptualizes the work impasse as the point at which form judgment begins to emerge and asks under what educational conditions an impasse of incapacity becomes one of judgment.

Methods Three consecutive semesters of a foundational industrial design studio at a university in Seoul were analyzed as comparative cases (N = 85). Learning objectives, assignments, evaluation rubrics, the instructor, and digital tools remained constant, while the manner of introducing thinking concepts differed across instructional configurations. Weekly critique utterances, classroom observation records, and in-progress artifacts were iteratively coded to construct a typology of work impasses. Quantitative results, such as task completion rates and learning satisfaction, are reported in full in a separate companion paper by the same author and were used here only as supporting evidence for the qualitative interpretation.

Results Work impasses appeared in three forms: execution failure, reinterpretation burden, and judgment choice. The transition toward the judgment-choice form was determined not by the mere presence of thinking concepts but by how those concepts functioned during form-making. Concepts that could be repeatedly perceived and referenced throughout the design process became criteria for judgment at moments of impasse. By contrast, abstract concepts introduced after forms had already taken shape functioned only as retrospective explanations of completed work. Therefore, providing a thinking concept did not necessarily provide a scaffold for form judgment.

Conclusions This study proposes sensory concreteness as a domain-specific condition under which scaffolding supports form judgment. Sensory concreteness refers to the property of a concept that allows learners to repeatedly perceive and reference it throughout the design process, comprising three conditions: perceptual verifiability, formal referenceability, and interpretive openness. The findings suggest that what novice designers lack is not the capacity to judge but criteria on which judgment can stand. Accordingly, the role of foundational design education shifts from eliminating work impasses to designing the conditions under which productive, judgment-oriented impasses can emerge.

Keywords:

Form Judgment, Work Impasse, Sensory Concreteness, Scaffolding, Foundational Design Education, 조형 판단, 작업 정체, 감각적 구체성, 스캐폴딩, 기초 디자인 교육

1. 서론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학생이 작업을 멈추는 순간은 교육자에게 익숙한 장면이다. 그런데 그 멈춤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두 학생이 있다. 한 학생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손을 놓고 있고, 다른 학생은 두 형태 대안을 앞에 두고 어느 쪽이 더 적절한지 저울질하느라 멈추어 있다. 손이 멈춘 것은 같지만 앞의 멈춤은 학습의 공백이고, 뒤의 멈춤은 디자인 판단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본 연구에서 조형 판단(form judgment)이란 정답이 없는 형태적 문제 상황에서 학습자가 여러 대안을 특정 기준에 따라 비교하고, 그 판단의 근거를 개념의 언어로 설명하는 행위를 의미한다(Cross, 2011; Lawson, 2006). 이러한 판단은 결과물을 완성한 뒤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형성된다(Schön, 1983). 따라서 학생이 작업 도중 멈추어 서는 순간은 단순한 중단이 아니라, 조형 판단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전환의 지점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조건에서 작업의 멈춤은 단순한 정체를 넘어 조형 판단의 시작으로 바뀌는가. 선행 연구는 기초 디자인 스튜디오가 디자인의 기본 원리가 처음 형성되는 단계라는 점에 주목해 왔다(Ntzani, 2021; Tandon, 2023). 그러나 그 안에서 일어나는 작업 정체는 대부분 제거해야 할 장애로 여겨졌다. 초보 학습자의 반복적 고착을 보고한 연구(Jia et al., 2023)도 고착이 왜 생기고 어떻게 교정되는가에 초점을 두었을 뿐, 정체의 성격이 저마다 다를 수 있고 교육적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탐색하지 않았다.

기초 디자인 교육에는 두 접근이 있다. 도구 학습을 우선하는 접근은 도구에 익숙해질수록 탐색적 사고가 풍부해진다고 전제한다(Goldschmidt, 2014; Oxman, 2008). 사고 개념을 병행하는 접근은 기술적 숙련 이전이라도 판단의 비계(scaffold)가 주어지면 의미 있는 사고가 가능하다고 전제한다(Wood et al., 1976). 그러나 두 입장은 모두 어느 전략이 더 효과적인가를 비교하는 데 초점을 둘 뿐, 어떤 조건에서 작업의 정체가 수행의 막힘에서 판단의 갈림으로 바뀌는지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본 연구는 두 전략의 우열을 가리려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적 조건을 분석한다(Cross, 2011; Schön, 1983). 이에 다음과 같은 연구 질문을 설정한다.

  • - 초보 학습자의 작업 중 정체는 어떤 유형으로 나타나며, 각 유형은 판단의 출현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
  • - 정체가 수행 불능의 막힘에서 판단의 갈림 지점으로 바뀌려면 사고 개념은 어떤 성격을 갖추어야 하는가?

본 연구는 연구자가 직접 운영한 기초 디자인 스튜디오 수업을 비교 사례로 삼았다. 대상은 개념 제시 방식이 서로 다른 세 수업이며, 각 사례에서 학생들이 보인 작업 과정과 판단 언어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해석에는 스캐폴딩 이론을 주된 틀로 적용하되, 인지 부하 이론을 경쟁 가설로 함께 검토하였다. 세 사례를 비교하여 개념 제시 방식이 작업 정체와 조형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초 디자인 교육에서 조형 판단을 지원하는 교육적 조건을 탐색하였다.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2장에서는 조형 판단의 인식론적 전제와 연구의 이론적 틀을 정리하고, 3장에서는 연구 설계와 분석 방법을 설명한다. 4장에서는 세 가지 수업 구성을 소개하고, 5장에서는 작업 정체 유형과 판단 언어의 출현을 중심으로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작업 정체의 재해석과 스캐폴딩의 조건을 논의하고, 교육적·이론적 함의와 연구의 한계를 서술한다.

본 연구의 기여는 세 가지다. 첫째, 기초 디자인 교육에서 나타나는 작업 정체를 조형 판단이 형성되는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하였다. 둘째, 개념 제시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작업 정체를 수행 불능형, 재해석 부담형, 판단 갈림형으로 유형화하였다. 셋째, 조형 판단에서 스캐폴딩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교육적 조건으로 감각적 구체성(sensory concreteness)을 제안하였다. 이로써 작업 정체와 조형 판단의 관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해석 틀을 제시하였다.


2. 이론적 배경

2. 1. 디자인적 사고 방식과 반성적 실천

Cross(2011)는 디자인이 과학이나 인문학과 구별되는 고유한 앎의 방식, 곧 디자인적 사고 방식(designerly ways of knowing)을 갖는다고 보았다. 주어진 기준을 적용해 정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재료와 형태를 다루는 과정 안에서 기준 자체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Schön(1983)이 말한 행위 중 반성(reflection-in-action)도 같은 맥락에 있다. 숙련된 전문가는 재료가 예상치 못하게 반응할 때 멈추지 않고, 오히려 그 순간을 새로운 판단의 기회로 삼는다는 것이다. 다만 Schön의 이론은 숙련된 전문가를 관찰하며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숙련되지 않은 학습자에게도 이러한 판단이 가능한가. 이 물음을 두고 두 관점이 갈린다. Dreyfus와 Dreyfus(1980)의 단계 모형은 상황적 판단이 충분한 숙련 이후에야 출현한다고 본다. 반면 Casakin과 Goldschmidt(1999)는 초보 학습자라도 외부에서 지각적 참조가 주어지면 설계 문제 해결의 질이 높아진다고 보고하였다. 본 연구는 이 긴장에서 출발한다. 사고 개념을 단순한 교수 전략이 아니라, 정체가 판단의 계기로 바뀌는 조건으로 읽는 것이다. 이 전환을 관찰하기 위해 학습자가 형태 결정의 이유를 개념적 기준으로 처음 진술하는 시점을 판단 출현 지표(Judgment Onset Index, 이하 JOI)로 조작화하였으며, 구체적인 정의와 코딩 절차는 3.3절에서 상술한다. 다만 판단이 언어로 나타나기 전에도, 형태를 다시 보느라 멈춘 눈이나 수정을 망설이는 손은 이미 판단의 흔적일 수 있다. 이렇게 언어화 이전에 작동하는 체화적 판단은 JOI가 포착하지 못하므로, 판단의 출현이 실제보다 늦게 측정될 위험이 있다. 본 연구는 수업 관찰 기록과 산출물 분석을 함께 살피는 삼각검증으로 이를 보완하였다.

2. 2. 도구 우선 교수법의 인식론적 논리

도구를 먼저 익혀야 판단이 풍부해진다는 논리는 디자인적 사고 방식의 특수성에 근거를 둔다. Goldschmidt(2014)는 모델링 도구에 익숙해질수록 형태 탐색이 풍부해진다고 보고하며, Oxman(2008)은 디지털 도구의 조작 자체가 새로운 형태적 가능성을 열어 준다고 논의한다. 이 관점에서 도구 훈련은 판단의 시작을 늦추는 과정이 아니라, 판단이 작동할 표현의 기반을 먼저 마련하는 과정이다. 수업 구성 A는 이 전제 위에 서 있다. 다만 도구가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판단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 본 연구의 관심은 그 공백이 학습 과정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에 있다.

2. 3. 스캐폴딩과 판단의 출현

비계(scaffold)는 혼자서는 오를 수 없는 곳에 임시로 발판을 놓아주는 것이다. 이 개념을 교육에 들여온 것은 Wood et al.(1976)이며, 그 이론적 뿌리는 Vygotsky(1978)의 근접발달영역(ZPD)이다. 혼자서는 수행하지 못하지만 적절한 도움이 있으면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 ZPD이고, 비계는 그 영역을 열어 주는 외부 지원이다. 본 연구에서 JOI가 포착하는 판단의 언어화 시점은, 사고 개념이라는 비계가 학생의 ZPD를 연 순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디자인 교육에서 비계는 정답이나 절차가 아니라, 학습자가 스스로 판단하도록 돕는 인지적 참조점으로 기능한다(Belland, 2014; Casakin & Goldschmidt, 1999). 그런데 개념을 제시한다고 해서 곧바로 비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개념이 과제의 주제로 주어지면 학생은 그것을 결과물에 어떻게 담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결과물의 내용을 정해 주는 주제의 작용일 뿐, 판단하는 행위 자체를 떠받치는 비계는 아니다. 개념이 비계로 기능했는가는 학생이 막힌 순간에 그 개념을 선택의 기준으로 끌어와 참조했는가에서 드러난다. Tandon(2023)은 판단 기준 없이 작업하는 초보 학습자에게 반복적 고착(design fixation)이 발생한다고 보고하였다. 본 연구는 이를 교육 설계의 문제로 확장한다. 고착이 일어난 뒤에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의 출발 조건 자체를 수업 초기에 만들어 줄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Yildirim et al., 2023).

2. 4. 경쟁 가설로서의 인지 부하 이론

사고 개념을 도구 학습과 병행하는 접근에는 자연스러운 반론이 따른다. 아직 도구도 낯선 학생에게 개념까지 얹으면 오히려 부담이 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인지 부하 이론(Sweller, 1988)은 이 반론을 이론적으로 정식화한다. 학습자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인지 자원에는 한계가 있다. 도구 조작이라는 낯선 과제에 이미 많은 자원을 쓰는 상황에서 개념 처리가 더해지면, 과부하가 일어나 학습이 오히려 저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본 연구가 과제 완수율을 지표에 포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념 병행이 실제로 과부하를 일으킨다면, 수업 구성 C의 완수율은 다른 두 구성보다 낮게 나타나야 한다.

2. 5. 분석을 위한 통합 이론틀

이상의 네 관점은 본 연구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맡는다. 디자인적 사고 방식과 반성적 실천은 조형 판단을 이해하는 인식론적 바탕이자, JOI가 놓치는 체화적 판단을 해석하는 근거가 된다. 도구 우선의 논리는 비교 대상인 수업 구성 A와 B가 어떤 교육적 전제 위에 서 있는지를 설명한다. 스캐폴딩 이론은 정체의 성격과 판단의 시작 조건을 설명하는 중심 틀이며, 인지 부하 이론은 그 틀에 맞서는 경쟁 가설이다. 각 관점의 역할과 예측, 한계는 Table 1에 정리하였다.

Theoretical Perspectives in the Analytical Framework: Explanations, Roles, Predictions, and Limitations


3. 연구 설계 및 방법

3. 1. 연구 설계

본 연구의 자료는 연구자가 직접 가르친 수업에서 준실험적 반복 설계로 수집하였다. 산업디자인 교과과정의 기초 전공 스튜디오 한 과목을 세 학기에 걸쳐 서로 다르게 운영한 것이다. 교과목과 학습 목표, 과제 구조, 평가 기준, 교수자, 디지털 도구는 동일하게 유지하였고, 달라진 것은 사고 개념을 도입하는 방식뿐이었다. 각 학기는 16주 단위로 A→B→C 순서에 따라 진행하였다. 수업 구성 A에서 디지털 모델링 학습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별도의 도구 교과가 병행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도구 학습 자체가 이 스튜디오 교과의 초기 구성 요소이기 때문이다.

다만 본 연구는 이 자료로 세 구성의 우열을 검증하지 않는다. 수업 구성 C의 개념 선택에는 이전 두 학기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어(4.3절), 세 구성을 동등한 실험 조건으로 놓고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자료는 서로 다른 개념적 조건이 학생의 정체 경험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관찰할 수 있는 비교의 장이 된다. 본 연구가 세 수업 구성을 실험 집단이 아니라 비교 사례로 다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Figure 1

Research Design and Instructional Conditions

이 설계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동일 교수자가 세 번째 학기에 수업 구성 C를 운영할 시점에는 이전 두 학기의 경험이 이미 쌓여 있었다. 수업 구성 자체의 효과와 교수자 역량의 성장을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러한 교수자 학습 효과는 두 경로로 작용할 수 있다. 하나는 개념 도입 방식이 학기를 거치며 정교해져 수업 구성 C의 효과가 실제보다 크게 나타났을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피드백의 질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어 구성 C가 구성 자체와 무관한 이득을 보았을 가능성이다. 두 경로 모두 C의 결과를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올리므로, 본 연구에서 관찰된 구성 간 차이는 상한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 한계를 줄이기 위해 세 학기 모두 동일한 과제 구조와 평가 루브릭을 유지하였고, 독립 평가자가 코딩을 수행하였으며, 외부 전문가의 블라인드 검토를 거쳤다. 그럼에도 교수자 학습 효과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므로, 복수 교수자와 교차 설계를 통한 분리는 후속 과제로 남는다. 학기별 집단이 서로 비슷한 조건에서 출발했는지는 입학 성적과 사전 디자인 경험, 디지털 도구 사용 이력을 설문으로 확인하였다(F(2,82)=0.74, p=.48). 수업 시간 배분과 과제 구조, 피드백 방식도 세 집단에 동일하게 적용하였다.

3. 2. 연구 대상

연구 대상은 디자인과 학생 85명이다. 수업 구성 A와 B는 각 30명, C는 25명으로, C 집단이 작은 것은 해당 학기의 수강 인원 때문이지 선별의 결과가 아니다. 세 집단 모두 동일한 수업 환경에서 동일한 디지털 모델링 도구를 사용하였다.

3. 3. 측정 도구

3. 3. 1. 작업 단계의 구분

16주 수업은 작업의 흐름에 따라 세 단계로 나누었다. 초기(1~5주차)는 최초의 형태 탐색과 스케치, 중반(6~11주차)은 형태의 발전과 수정, 후반(12~16주차)은 결과물 완성과 발표 준비의 시기다. 이 구분은 기초 디자인 스튜디오의 과제 구조에 관한 선행 연구(Tandon, 2023)를 참조하여 설정하였다. 본 표본에 포함되지 않은 학생 10명을 대상으로 한 파일럿 코딩에서, 평가자들이 국면의 경계를 안정적으로 판별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κ=.84).

3. 3. 2. 코딩 기준

JOI는 16주 학기 가운데 학습자가 형태 결정의 명시적 근거로 개념적 판단 언어를 처음 사용하는 시점을 가리킨다. 여기서 개념적 판단 언어란 개념어 또는 그 환언을 특정 형태 결정이나 수정의 이유로 제시하는 발화를 의미하며, 개념이 지나가듯 언급되거나 형태의 속성을 서술하는 데 그친 발화는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코딩의 관건은 형태 결정의 이유가 개념을 기준으로 진술되는가에 있다. “이쪽이 수직과 수평의 대비가 더 강하게 읽힌다”와 같이 개념을 근거로 형태 결정을 설명하는 진술은 판단 언어로 분류하였고, “기능적으로 안정적이어서”와 같이 수행의 결과를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 진술은 제외하였다. 이러한 분류 기준은 Schön(1983)의 행위 중 반성 개념과 이론적으로 부합한다. 각 학생에 대해서는 적격 발화가 처음 나타난 크리틱 회차를 해당 학생의 JOI 주차로 기록하고, 이를 3.3.1절에서 구분한 초기·중반·후반의 세 단계 가운데 하나에 배정하였다. 수업 구성별로는 가장 많은 학생이 속한 단계를 그 구성의 대표 단계로 보고하였다. JOI 코딩은 두 디자인 과제를 구분하지 않고 통합하여 수행하였다. 두 과제 모두 동일한 교수자·개념·평가 루브릭 아래 운영되었으므로, 함께 코딩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과제 유형별로 JOI 패턴을 나누어 살피는 일은 후속 연구의 과제로 남긴다.

3. 3. 3. 측정 맥락과 편향 통제

판단의 언어화는 두 맥락에서 포착하였다. 1차 코딩 자료는 주 1회, 총 16회 진행한 크리틱 세션에서 학생이 형태 결정의 이유를 설명한 발화다. 2차 보완 자료는 수업 관찰 기록에 담긴 작업 중의 자발적 발화와 수정 행동에 동반된 말이다. 다만 크리틱 세션은 평가 상황이므로, 학생이 평가자를 의식해 전략적으로 개념 언어를 쓰는 편향이 생길 수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크리틱 발화와 비크리틱 상황의 JOI 판정을 대조하였으며, 두 맥락의 일치도는 약 89%였다.

3. 3. 4. 삼각검증과 만족도 측정

언어화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세 자료원을 함께 살피는 삼각검증(triangulation)을 실시하였다. 세 자료원은 각기 다른 층위의 정보를 제공한다. JOI는 판단이 언어로 나타난 시점을, 수업 관찰 기록은 수정 행동의 빈도와 형태 재검토의 패턴을, 중간 산출물 분석은 개념이 형태에 반영된 구조적 흔적을 보여준다. 자료원 간 일치도는 약 92%였으며, 판정이 엇갈린 항목은 두 평가자가 재검토하여 다수 자료원이 지지하는 해석을 채택하였다. 코딩은 약 20년 경력의 디자이너를 포함한 두 명의 평가자가 구조화된 루브릭에 따라 서로 독립적으로 수행하였고, 평가자 간 일치도는 Cohen’s κ = .81이었다(Landis & Koch, 1977). 학습 만족도는 5점 리커트 척도 8문항으로 16주차 최종 제출 직후에 측정하였다(Cronbach’s α = .83). 다만 학기 말 한 시점의 측정만으로는 만족도 차이가 수업 구성 자체의 효과인지, 이른 성취 경험이 쌓인 결과인지 가려낼 수 없다. 이 점은 연구의 한계로 명시해 둔다.

3. 4. 분석 방법

정성적 자료는 반복 코딩으로 분석하여 정체의 유형과 판단이 개입하는 양상을 분류하였다. 본 연구에서 작업 중 정체란 단순히 손이 멈춘 상태가 아니라, 학생이 다음 행동을 스스로 정하지 못해 작업의 진행이 끊긴 상태를 가리킨다. 정체 여부는 크리틱 세션에서 학생이 진행의 어려움을 말한 발화와, 수업 관찰 기록에 나타난 진행 중단의 양상을 함께 코딩하여 판별하였다. 수업 관찰 기록은 교수자가 수업 중과 직후에 작성해 매주 쌓아 온 현장 메모다. 다만 교수자가 관찰자를 겸하는 만큼 편향이 개입할 수 있으므로, 관찰 기록은 단독 근거로 쓰지 않고 삼각검증 안에서만 활용하였다.

정체의 유형은 미리 정해 둔 분류 틀을 자료에 적용한 결과가 아니다. 발화와 관찰 기록을 반복해서 코딩하는 과정에서 도출하고 정련한 범주이다. 구분의 기준은 정체 상태에서 학생이 내놓는 발화의 내용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진술은 수행 불능형으로, 이미 만든 형태를 어디까지 고쳐야 하는가라는 진술은 재해석 부담형으로, 여러 대안 가운데 무엇이 더 나은가를 묻는 진술은 판단 갈림형으로 분류하였다. 판정이 엇갈린 항목은 합의 코딩으로 처리하였다. 목적이 발화 빈도의 통계적 추정이 아니라 유형의 판별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정량 지표인 과제 완수율과 학습 만족도의 통계적 검정 절차와 분석 전체는 동일한 수업 자료에 기반한 저자의 별도 영문 논문(이하 동반 논문)에서 상세히 다룬다. 동반 논문은 수업 구성별 과제 완수율의 집단 간 비교(카이제곱 검정), 학습 만족도의 집단 간 비교(Welch t 검정, 효과 크기와 95% 신뢰구간), 교수자 학습 효과에 대한 민감도 분석, JOI 국면 분포의 구성 간 비교를 정량적으로 보고한다. 본 논문에 제시한 수치는 집단 동질성 검정·평가자 간 일치도·척도 신뢰도 등 방법론적 정보에 한정하여, 두 논문의 보고 범위가 겹치지 않도록 구분하였다. 본 연구에서 정량 결과는 새로운 경험적 발견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 정체의 질적 유형화와 감각적 구체성의 이론화를 뒷받침하는 보조 근거로만 활용하였다.


4. 수업 구성 및 적용 조건

4. 1. 수업 구성 A: 도구 수행 중심 구조

수업 구성 A의 우선 목표는 기초 표현 역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었다. 디지털 모델링 도구를 충분히 익힌 뒤라야 개념적 사고도 풍부하게 작동한다는 논리, 곧 표현의 자유가 반성적 자유에 앞선다는 전제를 구현한 구성이다. 이에 따라 Rhino와 SketchUp을 활용한 모델링 훈련과 렌더링 표현을 수업의 중심에 두었고, 사고 개념은 학기 내내 제시하지 않았다. 피드백도 모델링의 정확성, 비례의 적절성, 재질 표현, 렌더링 완성도에 초점을 맞추었다.

4. 2. 수업 구성 B: 도구 학습 이후 사고 개념 도입

수업 구성 B는 도구 학습을 먼저 안정시킨 뒤 개념적 사고를 도입하려는 시도였다. 첫 6주는 디지털 모델링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였고, 7주차에 추상도 높은 두 사고 개념을 도입하였다. 개념은 그 의미를 글로 풀어 쓴 한 장 분량의 문서로 강의 중에 배포하였으며, 이후의 과제 수행 조건으로 명시하였다. 이 시점의 학생들은 이미 완성 단계에 접어든 형태를 개념의 눈으로 다시 해석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다만 이 구성에서는 개념이 제시된 시점과 개념의 추상도가 함께 달라졌기 때문에, 관찰된 차이가 어느 쪽에서 비롯되었는지를 가려낼 수 없다. 이에 본 연구는 A와 C의 양극단 비교를 주 분석으로 삼고, B에 관한 결과는 탐색적 보조 분석으로만 다룬다.

4. 3. 수업 구성 C: 도구 학습과 사고 개념의 병행

수업 구성 C는 앞선 두 학기의 경험을 반영한 구성으로, 학생이 직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조형 개념을 도구 학습과 나란히 배치하였다.

Figure 2

Integrated Instructional Structure of Condition C

이 개념들은 결과물이 갖추어야 할 규칙이 아니라, 형태를 관찰하고 수정하는 내내 되돌아와 참조하는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1주차 수업(3시간)은 세 부분으로 운영하였다. 1부는 관찰 과제였다. 개념의 정의를 미리 알려 주지 않은 채, 주변 사물 열 가지에서 해당 특징을 찾아 스케치로 기록하게 하였다. 2부는 Rhino 기초 조작을 다루되, 실습 과제의 조건에 “제시된 개념이 드러나는 형태 만들기”를 명시하였다. 개념 관찰과 도구 실습이 별도의 시간이 아니라 하나의 과제 안에서 함께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다. 3부는 2인 1조로 서로의 형태에서 어디에 개념이 읽히는지를 말로 설명하는 짧은 크리틱으로 마무리하였다.


5. 분석 결과

5. 1. 작업 정체의 유형: 수행 불능, 재해석 부담, 판단 갈림

작업 정체는 세 수업 구성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수업 구성 A의 학생들은 무엇을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방향이 바뀌지 않는 수정을 반복하였다. 중간 산출물에서도 개념의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수업 구성 B에서는 7주차에 개념이 도입된 뒤 정체가 오히려 늘었다. 학생들은 이미 만든 형태를 어디까지 고쳐야 하느냐고 거듭 물었다. 수업 구성 C의 학생들도 작업 중에 멈추었지만, 그 멈춤의 내용이 달랐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라, 어느 선택이 개념을 더 잘 구현하는지를 두고 대안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관찰 기록에서도 개념을 기준으로 형태를 재검토하는 행동이 확인되었다. 본 연구는 이 세 양상을 각각 수행 불능형, 재해석 부담형, 판단 갈림형으로 명명하였다. 구성에 따라 달라진 것은 정체의 유무나 빈도가 아니라, 정체의 성격이었다.

5. 2. 조형 판단의 출현 시점

정체 유형의 차이는 판단 언어가 언제 나타나는가와 짝을 이루었다. 수업 구성 A에서 판단 언어는 후반(12~16주차)에야 제한적으로 등장하였다. 그 전까지 학생들은 형태 결정의 이유를 수행 중심의 언어로 설명하였다. 반면 수업 구성 C에서는 초기(1~5주차)부터 제시된 개념어가 거듭 참조되며 판단의 기준으로 작동하였다. 수업 구성 B에서는 7주차에 개념이 도입된 뒤 판단 언어가 일부 나타났으나, 개념은 주로 이미 완성된 형태를 사후적으로 설명하는 데 쓰였다. 다만 B의 이러한 결과가 개념이 제시된 시점 때문인지 개념의 추상도 때문인지는 본 설계로 가려낼 수 없으므로, 탐색적 보조 분석으로만 다룬다. 요컨대 수행 불능형이 우세한 구성에서는 판단 언어가 늦게 나타났고, 판단 갈림형이 두드러진 구성에서는 일찍 나타났다.

5. 3. 작업 정체의 구조적 전환

앞의 두 결과는 흩어진 관찰이 아니라 하나의 일관된 대비를 이룬다. 갈림의 기준은 결국 하나다. 개념이 작업 과정 안에서 판단의 기준으로 참조되었는가, 아니면 완성된 결과를 설명하는 데 사후적으로 동원되었는가.

정체의 유형과 판단 언어의 출현 시점은 이 차이를 따라 함께 움직였다. Table 2는 이 대비를 정체 상태의 발화, 관찰된 행동, 산출물의 흔적, 판단 언어의 출현 시점, 개념의 기능이라는 축으로 정리한 것이다.

Typology of Work Impasses and Conditions for Transition

이 대비를 두 번의 분기로 정리하면 Figure 3과 같다. 첫 번째 분기는 사고 개념이 주어졌는가이고, 두 번째 분기는 그 개념이 본 연구가 제안하는 감각적 구체성의 세 요건을 갖추었는가이다(6.2절). 세 요건을 갖춘 개념은 비계로 기능하여 정체를 판단의 갈림으로 이끈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개념은 비계가 아니라 주제로 기능하며, 이때의 정체는 판단의 갈림이 아니라 재해석의 부담으로 남는다.

Figure 3

Conceptual Branching Model of Work Impasses

5. 4. 학생 인터뷰 및 전문가 검토

5. 4. 1. 학생 인터뷰

수업 구성 A. 이 집단의 학생들은 작업 과정을 주로 도구 사용의 절차로 설명하였다. “처음에는 프로그램 기능을 익히는 것이 더 중요했고, 형태를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나중에 생각하게 되었다”는 진술이 이 경향을 보여준다.

수업 구성 B. 이 집단의 인터뷰에서는 “기존에 만든 형태를 다시 생각해야 해서 혼란스러웠다”, “어디까지 바꿔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응답이 반복되었다. 이는 개념적 판단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이미 자리 잡은 작업 위에 새 기준을 얹어야 하는 부담을 드러낸 것이다. 시간 순서로 보면 부담의 궤적이 뚜렷하다. 7주차에 개념이 도입되자 학생들은 “제가 만든 디자인이 개념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라며 혼란을 표현하였다. 8~11주차 크리틱에서는 개념을 결과물에 소급해 적용하려는 시도가 나타났지만, 형태의 큰 결정은 이미 굳어진 뒤였다. 결국 최종 발표의 캡션에 등장한 개념은 그 이전의 어떤 작업 결정과도 연결되지 않았다.

수업 구성 C. 이 집단의 학생들은 개념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한 학생의 학기 전체 궤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 학생은 1주차에 대비를 처음 접한 직후부터 주변을 보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하였다. “사물을 보면서 높이와 폭의 대비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3주차 크리틱에서는 두 형태 옵션을 놓고 “이쪽이 수직과 수평의 대비가 더 강하게 읽혀요”라고 선택의 이유를 설명하였다. 6주차에 작업이 막혔을 때는 개념이 충분히 읽히는지를 기준으로 스스로 형태를 재검토하며 방향을 잡았다.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어느 방향이 더 옳은가를 고르는 느낌이었어요.”

다만 수업 구성 C의 모든 학생이 같은 경험을 한 것은 아니다. 일부 학생은 학기 초에 개념이 오히려 형태 탐색을 제약한다고 진술하였다. 같은 개념이 어떤 학생에게는 비계로, 다른 학생에게는 울타리로 작동한 것이다. 비계의 효과가 학습자의 어떤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지는 본 연구에서 규명하지 못하였다.

5. 4. 2. 전문가 검토

디자인 교육 분야의 전문가 5인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패널은 표적 표집(purposive sampling)으로 선정하였으며, 본 연구와 이해관계가 없는 타 대학 교수 3인과 산업디자인 실무 교육자 2인으로 구성하였다. 검토는 한 차례로 끝내지 않고, 회차마다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피드백 순환을 거쳐 진행하였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도구 학습을 우선할 것인가, 사고 개념을 병행할 것인가를 두고 나뉘었다. 다섯 명 가운데 네 명은 사고 개념 쪽에 무게를 두었다. 전문가 A는 도구 습득만을 목표로 삼기보다, 문화나 자연 같은 주제를 함께 제시하여 기초적인 형태 탐색과 사용자 관점을 동시에 경험하게 해야 한다고 보았다. 전문가 C는 기초 단계에서는 물리적 원리보다 추상화와 개념 형성이 먼저이며, 단순한 개념 제시만으로도 학생의 사고를 확장할 수 있다고 보았다. 전문가 D는 사고와 표현이 기초 디자인 교육의 두 축인 만큼, 도구 교육에 지나치게 치우친 구성은 학생이 창의적 판단을 드러낼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전문가 E도 표현 기술보다 사고 과정을 우선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제공되는 개념은 복잡한 이론이 아니라 학생이 곧바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전문가 B는 도구 학습의 가치를 강조하였다. 기초 과정에서는 프로그램 습득과 도구 조작 자체의 난이도가 높으므로, 초기에는 도구를 충분히 익혀 자신감과 표현 능력을 확보하게 하는 교육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였다. 결국 전문가들의 의견은 도구 우선 전략과 사고 병행 전략 가운데 어느 쪽을 강조할 것인가에서 갈렸으며, 이는 본 연구가 비교한 세 수업 구성의 교육적 논점과 그대로 겹친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한 가지 점에서 공통된 인식을 보였다. 사고 개념을 교육에 도입한다면, 개념을 단순히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개념은 학생이 형태를 탐색하는 내내 되돌아와 참조하고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기준으로 기능해야 한다.


6. 논의 및 시사점

6. 1. 작업 정체의 재의미화

본 연구의 결과는 기초 디자인 교육에서 작업 정체를 보는 관점을 수정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작업 정체는 주로 기능 숙련의 부족, 곧 수행의 실패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사고 개념의 도입은 정체를 없애지 않았다. 정체의 성격을 바꾸어 놓았다. 수업 구성 C의 학생들도 작업 중에 멈추었지만, 그 멈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손을 놓는 수행 불능이 아니었다. 여러 형태 대안 가운데 어느 선택이 개념을 더 적절하게 구현하는지를 비교하고 숙고하는, 조형 판단의 과정이었다.

Figure 4는 이러한 결과를 하나의 개념적 모형으로 종합한 것이다. 이 모형은 작업 정체가 교육적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유형으로 나뉘며, 감각적 구체성을 갖춘 사고 개념이 작업 과정에서 판단 기준으로 기능할 때 수행 불능형 정체가 판단 갈림형 정체로 전환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두 가지를 분명히 해 둔다. 첫째, 이 모형은 본 연구의 결과를 요약한 도식이 아니라, 작업 정체와 조형 판단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제안하는 개념적 모형(conceptual model)이다. 둘째, 여기서 판단 갈림은 언어로 나타난 초기적 판단일 뿐, 숙련 전문가의 반성적 실천(Schön, 1983)과 같은 것이 아니다.

Figure 4

Conceptual Model of Work Impasse Transition

그렇다면 초보 학습자의 판단 갈림과 전문가의 반성적 실천은 어떤 관계인가. Schön(1983)은 숙련된 설계자가 재료와 상호작용하다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만나면, 이를 새로운 판단의 계기로 전환한다고 설명한다. 본 연구에서 관찰된 판단 갈림형 정체도 학생이 형태와 상호작용하며 자신의 선택을 비교하고 수정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이와 닮아 있다. 이 점에서 작업 정체에 대한 본 연구의 재해석은 반성적 실천의 이해를 초보 디자이너의 학습 과정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열어 준다. 다만 Dreyfus와 Dreyfus(1980)가 지적하듯 숙련성은 오랜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따라서 본 연구가 확인한 것은 완성된 반성적 실천이 아니라, 이후의 전문적 판단으로 발전할 수 있는 초기적이며 구조적으로 유사한 형태의 반성적 판단(emergent reflective judgment)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6. 2. 감각적 구체성: 조형 판단에서 비계가 작동하는 조건

정체가 판단의 갈림으로 전환되는 핵심 조건은 개념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개념이 조형 판단에서 수행하는 기능이었다. 판단 갈림형 정체가 나타난 것은, 학생이 눈으로 확인하고 형태 작업 내내 되돌아와 참조할 수 있는 감각적으로 구체적인 개념이 도구 학습과 함께 주어진 조건에서였다. 반대로 추상도 높은 개념이 형태 작업이 진행된 뒤에 주어진 조건에서, 학생들은 이미 만든 형태를 새로 해석해야 하는 부담을 겪으며 재해석 부담형 정체를 보였다.

이 결과는 스캐폴딩 이론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기존 이론은 효과적인 비계의 조건을 학습자의 근접발달영역(ZPD) 안에 있어야 한다는 일반 원리로 설명해 왔다(Vygotsky, 1978; Wood et al., 1976). 그러나 그 원리는 비계가 무엇을 도와야 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구현될 수밖에 없다. 조형 판단은 명제적 지식을 익히는 일이 아니라 지각과 형태 조작을 통해 형성되는 영역이다. 따라서 이 영역의 비계는 학습자가 작업 중에 지속적으로 되돌아와 형태를 비교하고 선택하는 판단의 기준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본 연구는 개념의 이러한 속성을 감각적 구체성(sensory concreteness)이라 명명한다. 감각적 구체성은 개념이 단순하다거나 쉽다는 뜻이 아니다. 학습자가 작업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지각하고 참조할 수 있다는 뜻이며, 지각적 확인 가능성(perceptual verifiability), 형태적 참조 가능성(formal referenceability), 다해석성(interpretive openness)의 세 속성으로 구체화된다.

6. 3. 초보 디자이너의 판단 형성과 기준의 역할

지금까지 초보 학습자는 판단 이전 단계의 존재로 이해되어 왔다. 판단은 충분한 기능과 경험이 쌓인 뒤에야 가능해지며, 초기 교육의 역할은 그 축적을 돕는 데 있다는 전제가 널리 받아들여져 온 것이다. Dreyfus와 Dreyfus(1980)의 기술 습득 모형도 이러한 이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감각적으로 구체적인 개념이 주어진 수업 구성 C에서 학생들은 도구가 익숙해지기 전인 학기 초부터 형태 선택의 이유를 개념의 언어로 설명하였고, 작업이 막혔을 때도 그 개념을 기준으로 자신의 선택을 다시 비교하고 수정하였다. 조형 판단은 숙련이 끝난 뒤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숙련의 과정 속에서 이미 형성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초보 학습자에게 부족한 것은 판단 능력 자체가 아니라, 판단이 기대어 설 기준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수업 구성 A의 수행 중심 언어도 판단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판단을 언어로 조직할 기준이 없는 상태를 반영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교육의 과제도 달라진다. 학생이 충분히 숙련될 때까지 판단을 미뤄 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조형 판단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준을 먼저 제공하고, 나아가 그 기준을 학생이 점차 자신의 기준으로 내면화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6. 4. 인지 부하 이론

인지 부하 이론은 사고 개념과 도구 학습의 병행이 초보 학습자에게 과부하를 일으켜 수행을 저해하리라고 예측한다(2.4절). 그러나 본 연구에서 관찰된 결과는 이 예측과 달랐다. 수업 구성 C의 학생들은 학기 초부터 개념과 도구를 함께 다루었지만, 이들의 정체는 수행의 붕괴가 아니라 판단의 갈림으로 나타났다(5.1절). C의 과제 완수율 역시 다른 두 구성보다 낮지 않았다(통계적 검정은 동반 논문에 보고하였다). 감각적으로 구체적인 개념은 추가로 처리해야 할 부담이 아니라, 판단을 떠받치는 지지 구조로 작동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인지 부하를 직접 측정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 결과는 경쟁 가설의 기각이 아니라 약화로 해석해야 하며, NASA-TLX 같은 표준화된 도구를 활용한 직접 측정은 후속 연구의 과제로 남는다.

6. 5. 기초 디자인 교육의 재구성

본 연구는 기초 디자인 교육에서 사고 개념을 도구 숙련이 끝난 뒤 별도의 이론으로 제시하기보다, 형태를 만들고 탐색하는 과정과 함께 경험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 제안은 사고 개념을 단순히 일찍 제시하자는 뜻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개념이 학생의 작업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참조되는 판단의 기준(reference)으로 기능하도록 설계되었는가이다. 수업 구성 C에서 개념은 강의식 정의로 먼저 주어지지 않았다. 학생들은 관찰 과제를 통해 개념을 감각적으로 먼저 경험하였고, 그 개념은 도구 실습의 과제 조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4.3절). 이러한 구성 덕분에 학생들은 개념을 결과를 설명하는 언어가 아니라, 형태를 선택하고 수정하는 동안 기대는 판단의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디자인 지식이 명시적 설명보다 실천과 경험 속에서 먼저 형성된다는 Cross(2011)의 논의와도 맥락을 같이하는 지점이다.

판단의 기준을 설계하는 이 과제는 생성형 AI 기반 디자인 환경에서 한층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AI는 사용자가 명시적인 판단 기준을 세우지 않아도 다양한 형태 대안을 빠르게 만들어 낸다(Yildirim et al., 2023). 형태를 만들어 내는 일이 이만큼 쉬워진 환경에서는, 생성된 대안을 비교하고 선택하며 그 이유를 설명하는 판단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의 기초 디자인 교육은 도구 활용 자체보다, 학생이 자신의 조형 판단을 형성하고 언어화할 수 있는 기준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6. 6. 연구의 한계 및 향후 연구 방향

본 연구에는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다. 첫째, 단일 교수자가 운영한 반복 사례 연구이므로 일반화에 제약이 있다. 특히 고교 과정에 디자인 특성화 교육이 있어 입학 전에 유사한 경험을 한 학생이 표본에 섞였을 수 있으나, 이를 통제하지는 못하였다. 기초 스튜디오를 도구와 사고 개념이 처음 만나는 지점으로 전제한 서술은 이 한계 안에서 읽혀야 한다. 둘째, A→B→C의 운영 순서에 따른 교수자 학습 효과가 통제되지 않았으므로, 구성 간 차이는 상한으로 해석해야 한다(3.1절). 셋째, JOI는 언어로 표현된 판단만을 포착하므로, 말로 나타나기 전의 체화적 판단은 측정 범위 밖에 있다(2.1절). 넷째, 수업 구성 B에서는 개념이 제시된 시점과 그 추상도가 함께 달라져, B의 결과는 탐색적 보조 자료로만 해석해야 한다. 다섯째, 인지 부하를 직접 측정하지 않았으므로 관련 해석은 간접 추론에 머문다. 여섯째, 수업 구성 C의 표본(n=25)이 작아 구성 간 차이를 해석할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한계는 곧 향후 연구의 과제로 이어진다. 복수 기관·복수 교수자를 아우르는 비교와 교차 설계는 교수자 학습 효과를 분리해 줄 것이고, 개념 추상도를 독립 변인으로 둔 설계는 B에서 혼재된 두 요인을 가려낼 것이며, 표준화된 도구를 활용한 인지 부하의 직접 측정은 6.4절의 해석을 검증할 것이다.


7. 결론

기초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학생이 작업을 멈추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멈추기도 하고, 여러 대안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나은지 고르느라 멈추기도 한다. 본 연구는 이 차이에 주목하여, 세 학기의 스튜디오 수업을 비교하면서 작업 정체가 수행의 막힘에서 판단의 갈림으로 바뀌는 교육적 조건을 탐색하였다. 결과는 하나의 명제로 요약된다. 정체의 성격을 가른 것은 개념의 유무가 아니었다. 그 개념이 학생의 작업 안에서 실제로 판단의 기준이 되었는가였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개념을 도구 학습과 나란히 건넨 수업에서, 학생들은 막히는 순간마다 그 개념에 기대어 대안을 견주었다. 반면 추상도 높은 개념을 작업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 건넨 수업에서, 그 개념은 이미 만든 형태를 설명하는 말에 머물렀다. 개념을 건네는 일과 판단의 기준을 건네는 일은 같지 않았다. 본 연구는 개념이 판단의 기준으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성질을 감각적 구체성(sensory concreteness)이라 명명하였다. 곧, 학생이 작업하는 내내 지각하고 거듭 참조할 수 있는 성질이다. 기존 스캐폴딩 연구가 효과적인 비계의 조건을 근접발달영역이라는 일반 원리로 설명해 왔다면, 본 연구는 비계가 조형 판단의 영역에서 갖추어야 할 구체적 조건을 밝힌 셈이다. 아울러 비계가 잘 작동한 사례만이 아니라 개념이 주어지고도 기준이 되지 못한 사례를 함께 분석함으로써, 비계가 언제 실패하는지도 보여 주었다.

이 결과는 초보 학습자를 보는 오랜 통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학생이 판단하지 못한 것은 판단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엇이 더 나은지를 가늠할 기준이 없어서였다. 그렇다면 기초 디자인 교육이 할 일은 분명해진다. 학생이 충분히 숙련될 때까지 판단을 미루게 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이 시작될 수 있는 발판을 놓아 주는 것이다. 교육은 학생이 멈추지 않게 하는 일이 아니다. 어떤 멈춤이 일어나게 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일이다. 작업이 막히는 그 순간이, 학생이 형태를 놓고 자신의 판단을 세우기 시작하는 순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초 디자인 교육의 과제는 기능을 더 빨리 익히게 하는 데 있지 않다. 학생이 자신의 첫 번째 조형 판단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기초 디자인 교육이 궁극적으로 설계해야 할 대상이다.

Acknowledgments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Konkuk University under Grant No. 2023-A019-0302.

Notes

Citation: Won, H. (2026). From Impasse to Form Judgment: Sensory Concreteness as a Condition for Scaffolding in Foundational Design Education. Archives of Design Research, 39(3), 327-341.

Copyright :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educational and non-commercial use,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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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Figure 1
Research Design and Instructional Conditions

Figure 2

Figure 2
Integrated Instructional Structure of Condition C

Figure 3

Figure 3
Conceptual Branching Model of Work Impasses

Figure 4

Figure 4
Conceptual Model of Work Impasse Transition

Table 1

Theoretical Perspectives in the Analytical Framework: Explanations, Roles, Predictions, and Limitations

관점 이론적 설명 검증 가능한 예측
(검토 지점)
이론적 한계
주. JOI = 판단 출현 지표(Judgment Onset Index). 이 표의 ‘이론적 한계’는 각 이론의 적용 범위에 관한 것이며, 연구 설계상의 한계는 6.6절에서 별도로 논의함.
디자인적 사고 방식과 반성적 실천
(Cross, 2011; Schön, 1983)
조형 판단은 언어화 이전에 이미 형태와의 대화 속에서 체화되어 작동함. 이 관점에서 판단은 사후 평가가 아닌 행위 중 인식 과정임. 판단이 형태 조작 과정 중에 형성된다면, 판단 언어의 출현은 중간 산출물의 수정 행동과 시간적으로 동반되어 나타날 것임. (5.3절, 6.1절) 숙련된 전문가 관찰에 기반한 이론임. 초보 학습자 적용시 이론적 확장이 필요함. Dreyfus와 Dreyfus(1980)의 단계 모형은 상황적 판단이 숙련 이후에 출현한다고 보므로, 지지 근거가 아니라 검토 대상으로 다룸. (6.3절)
도구 우선 교수법
(Goldschmidt, 2014; Oxman, 2008)
도구에 익숙해질수록 형태 탐색의 폭이 넓어지므로, 도구 훈련은 판단을 지연시키는 과정이 아니라 판단이 작동할 표현의 기반을 먼저 마련하는 과정임. 도구 숙련이 축적된 이후에 판단이 가능해진다면, 판단 언어의 출현은 수업 후반 구간에 집중될 것임. (5.2절) 도구 숙련과 판단 형성의 인과 방향을 직접 검증한 이론이 아니며, 숙련 이전 구간에 발생하는 판단의 공백은 설명하지 못함.
스캐폴딩 이론
(Vygotsky, 1978; Wood et al., 1976)
학습자가 아직 스스로 수행하기 어려운 과제를 외부의 임시적 지원 구조가 가능하게 함. 개념은 판단을 위한 비계로 기능하며 ZPD를 활성화함. 감각적으로 구체적인 개념이 병행 제시되면 판단 언어의 출현이 초기 구간으로 이동하고, 수행 불능형 정체가 판단 갈림형 정체로 전환되는 비율이 증가할 것임. (5.2절, 5.3절, 6.2절) 비계 철수(fading) 이후 개념이 내면화되는 과정은 본 연구의 관찰 범위를 벗어남.
인지 부하 이론
(Sweller, 1988)
학습자의 인지 자원은 유한하므로, 낯선 도구 학습에 개념 처리가 더해지면 과부하가 발생하여 학습이 저해되리라고 예측함. 개념과 도구 학습의 병행이 과부하를 일으킨다면, 수업 구성 C의 과제 완수율이 다른 두 구성보다 낮게 나타날 것임. (6.4절) 인지 부하를 직접 측정하지 않았으므로 가설이 기각되었다기보다 약화된 것으로 해석함. 표준화된 도구를 활용한 직접 측정은 후속 과제임.

Table 2

Typology of Work Impasses and Conditions for Transition

구분 수행 불능형 재해석 부담형 판단 갈림형
정체 상태의 발화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디까지 수정해야 하는가 어떤 선택이 개념을 더 잘 구현하는가
관찰된 행동 방향 변화 없는 반복 수정 완성된 형태의 부분적 재구조화 대안 간 비교와 기준 재확인
중간 산출물의 흔적 개념적 흔적 없음 개념이 결과 캡션에만 등장 형태 결정 전반에 개념 내재
판단 언어 출현(JOI) 후반 12~16주차 중반~후반 7주차 이후, 부분적 초반 1~5주차
개념의 기능 부재 주제: 결과의 사후 정당화 비계: 선택의 기준
감각적 구체성 해당 없음 미충족 세 요건 충족
대응 수업 구성 A 도구 중심 사례 개념 없음 B 후기 개념도입 사례 C 개념 병행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