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안적 아카이브 실천으로서 ‘역-아카이브’ 출판물
초록
연구배경 본 연구는 오늘날 범람하고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가 대부분 아날로그 매체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에 치중된 데 반해 디지털 매체의 산물은 아카이브 실천이 다루는 대상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주목했다. 이에 본 연구는 디지털 아카이브의 특성과 한계를 밝힌 후, 디지털 콘텐츠를 기록하기 위한 대안적 아카이브 실천으로서 ‘역-아카이브’ 개념과 내용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연구방법 시간적으로는 디지털 아카이브에 대한 논의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0년대부터 현재까지, 내용적으로는 아카이브의 내용과 흐름, 그리고 디지털 콘텐츠를 아날로그 매체로 기록한 사례를 범위로 설정하고 있다. 역-아카이브를 정의하는 과정에서 관련 문헌의 담론 분석을 수행했다.
연구결과 웹 데이터의 증가, 급속하게 이루어지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하드웨어 저장 매체 환경의 변화는 디지털 아카이브의 한계점을 드러냈다. 이러한 상황은 역-아카이브의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역-아카이브란 디지털 매체의 산물을 아날로그 매체에 기록하는 실천이자 그 결과물로, 대안적 아카이브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 연구에서는 「아이웨이웨이 블로그: 에세이, 인터뷰, 디지털 외침들」, 「R.I.P. FLASH」, 「더 스팸 북」을 역-아카이브의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결론 역-아카이브는 기존 아카이브의 문제를 보완하는 대안적 아카이브로서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고, 최근 등장한 관련 아카이브 북 출판 사례들을 통해 그 구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Abstract
Background This study addresses the issue of digital archives, which primarily focus on recording and preserving analogue media, while digital media are relatively marginalised as archival objects. The aim of this study is to analyse the characteristics and limitations of existing digital archives and to coin the term 'Reverse-Archive' as an alternative approach to recording digital content, supported by case study analysis in publication.
Methods The timeframe was defined as spanning from the 2010s to the present, as interest in digital archives began to emerge in South Korea around 2010. The focus is on the progression of existing digital archives, and instances of recording digital content onto analogue media. In developing the term of ‘Reverse-Archive’, an analysis of the discourse within relevant literature was conducted.
Results The growth of web data, rapid software updates, and frequent changes in hardware storage have been identified as limitations of digital archives. This situation highlights the need for the ‘Reverse-Archive’. The term ‘Reverse-Archive’ denotes the practice and outcome of recording digital content onto analogue media as an alternative archival method. The following case studies, AI Weiwei’s Blog, R.I.P. FLASH, and The Spam Book, are presented to support and confirm the concept.
Conclusions The ‘Reverse-Archive’ has the capability to provide an alternative archival methodology that addresses the limitations of traditional archival approaches. The examples of the archival practice in publication associated with the concept of the ‘Reverse-Archive’ demonstrate the feasibility of this approach.
Keywords:
Reverse-Archive, Archival practice, Design Archive, Alternative Archive키워드:
역-아카이브, 아카이브 실천, 디자인 아카이브, 대안적 아카이브1. 서론
1. 1. 연구 배경 및 목적
오늘날 범람하는 디지털 아카이브의 이면에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 기록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 기록하려는 의지와 열망 등이 자리한다. 아카이브 행위는 무엇을 기록할지를 선택하고 결정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권력 행사다. 디지털 아카이브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언제 어디서든지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접근성이 디지털 아카이브의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디지털 아카이브 실천에 있어 디지털로 생성된(born-digital) 매체가 아날로그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거나 소외되고 배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매체 환경의 변화는 디지털 아카이브에 보존된 기록물의 판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1989년 CERN 소속 과학자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가 전 세계를 ‘월드 와이드 웹(www)’으로 연결하는 웹사이트를 발명한 지 30년이 훌쩍 넘었다. 그 사이 웹 환경과 저장 매체가 수차례 업그레이드되면서 이전에 생성된 디지털 데이터들은 보존에 있어 심각한 위기에 처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2012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팩맨’, ‘테트리스’, ‘심시티2000’ 등 14종의 디지털 게임을 수집한 큐레이터(Antonelli & Galloway, 2022)들은 게임의 오리지널 소프트웨어 형식의 사본(카트리지, 디스크)은 물론, 하드웨어(콘솔, 컴퓨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원천 기술이 퇴화한 후에도 게임을 언제든지 플레이할 수 있는 상태로 보존하려면 소스 코드를 확보하는 것,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작성한 기술 문서와 코드에 대한 주석이 달린 리포트를 요청하는 것, 디자이너들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언급한 사례는 미술관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보존할 때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이를 구동할 수 있는 하드웨어 장비와 여러 관련 요소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디지털 수집품은 기술의 발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온·습도 등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아날로그 수집품 못지않게 보존이 까다로운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디지털 매체를 장기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논의가 기록학계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주로 기술적 측면을 논의하는 데 그치는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디지털 콘텐츠를 아카이브 북이라는 특수한 출판 형식에 기록하는 현상을 추적하고 이를 ‘역-아카이브(Reverse-Archive)’ 실천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기존 아카이브의 대안으로서 ‘역-아카이브’의 개념과 특징, 사례를 제시하는 것은 기존 아카이브 담론에서 소외된 활동을 포착하는 동시에, 빠른 속도로 유실되고 있는 디지털 콘텐츠가 시급하게 기록되어야 할 대상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오늘날 디지털 아카이브의 특성과 한계를 밝힌 후 대안적 아카이브 실천으로서 ‘역-아카이브’의 개념과 내용을 제시하고, 그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목적이 있다.
1. 2. 연구 범위 및 방법
2000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기록학은 국내에서 전문 영역으로서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Sohn & Nam, 2016, 86). 이후 디지털 기반의 전자기록물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2007년 ‘전자기록물 관리 조항’이 추가되면서 법적인 기반이 마련되자 정부 기관과 박물관·미술관, 문화·예술 기관에서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움직임이 2010년 전후로 본격화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국내에서 ‘아카이브’라는 용어와 실천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한 201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시간적 범위로 설정하고 있다.
내용상으로는 우선 전자기록물의 보존과 아카이브 방법 및 담론을 주제로 한 선행 논문을 검토했다. 그리고 국내 여러 미술관과 기관에서 열린 아카이브 관련 포럼, 세미나, 강연의 자료집 분석을 통해 관련 내용과 흐름을 파악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역-아카이브’의 개념과 내용을 도출한 후, 그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담론 분석의 방법을 통해 고찰했다.
2. 디지털 아카이브
2. 1. 국내 디지털 아카이브의 현상
일반적으로 아카이브는 문서와 기록물 등을 보존하는 특정한 공간을 지칭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에릭 케틀라르(Ketelaar, 2021. 184)에 따르면, 아카이브라는 용어는 기록보관소라는 의미에 한정해서 유통되지 않았다. 18세기 이후로 발행된 수백 개의 저널과 오늘날 여러 웹사이트의 제목에서 아카이브라는 용어가 은유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짚은 케틀라르는 역사적으로 아카이브는 ‘지식의 저장소’라는 보다 넓은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료의 수집과 저장, 공유와 열람을 목적으로 하는 아카이브의 특성을 가진 물리적 공간(기록보관소)은 물론 출판물(저널), 디지털 공간(웹사이트)에 아카이브라는 용어가 포괄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에릭 케틀라르(Ketelaar, 2021, 195~196)는 과거 아키비스트들의 권력 아래 있었던 아카이브 사원(Archival Temple)이 오늘날 인터넷 액세스가 가능한 ‘가상의 기억 공간’으로 대체되었다고 분석하며, 이러한 시대적 현상에 따른 변화를 아카이브 2.0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아카이브 2.0의 중심축을 이루는 디지털 아카이브에 대해 박현영과 남태우(Park & Nam, 2004, 71~72)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저장된 온라인 정보자원을 보존하는 저장 장소”이자 “미래의 접근을 위해 다양한 유형의 디지털 정보를 장기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정의한다.
디지털 아카이브라는 용어는 2010년대 전후로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09년부터 온라인 열람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속 아카이브 시스템’을 개발했다. 2014년 개발된 ‘서울역사박물관 디지털 아카이브’에 이어, 2016년부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도 ‘현대사 디지털아카이브’ 운영을 시작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15년부터 ‘원로작가 디지털 아카이빙’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립극단은 2020년부터 ‘국립극단 디지털 아카이브’에 수집한 공연, 인물, 기록, 등장인물, 학술, 장소, 사건 기록 등을 공개하고 있다. 김상규(Kim, 2018, 99)는 디지털 아카이브의 특성으로 물리적 아카이브와 달리 중심이 되는 디지털 기록물과 주변 기록물이 하이퍼링크를 통해 연계된다는 점을 꼽았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 아카이브는 인터넷이 만든 성취라고 할 수 있다.
공공의 영역뿐만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서도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중이다. 조사라(Cho, 2022, 584)는 과거의 기억을 단순히 박제된 사료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미술의 영역 안으로 불러들여 현재화하는 아카이브 방법론이 전시 기획자와 동시대 작가들에게 일종의 제작 문법으로서 차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 디자이너 김민주의 ‘1998년 이후 한국 디자인 행동주의 아카이브’ 웹사이트(http://koreadesignactivism.kr/), 산업 디자이너 송봉규의 ‘시팅 서울’ 웹사이트(http://seatingseoul.com/archive/), 출판사 프로파간다와 서체 디자이너 장우석이 국립현대미술관 〈모던 데자인: 생활, 산업, 외교하는 미술로〉전(2022~2023) 커미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한 ‘로고아카이브 50~60s, 기업 로고의 탄생과 성장’ 웹사이트(https://logoarchive.kr/) 등은 디자이너들이 디지털 아카이브의 형식을 빌린 프로젝트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2. 2. 디지털 아카이브의 한계
김주관(Kim, 2008, 39~40)은 디지털 아카이브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먼저 기록된 자료들이 동질한 전자적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매체별로 특화된 보존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며, 보존을 위한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이라는 점, 온라인상에서 디지털 자료의 공유가 가능하기에 전통적인 아카이브와 달리 ‘장벽 없는(경계 없는)’ 아카이브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완벽해보이는 디지털 아카이브에는 여러 한계점이 존재한다.
먼저 디지털 아카이브에 등록된 각종 전자기록물이 인터넷 공간에 누적되고 있는 데에 비해 이를 관리하거나 처리·폐기를 위한 정책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 더해 대용량 파일 공유 서비스, 사물인터넷(IoT), 생성형 AI 등의 이용률이 활발해지면서 데이터양은 매년 폭증하는 추세다. 세계 데이터양의 90%가 지난 10년 동안 생성되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130여 년 뒤에는 디지털 정보 생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 현재 지구에서 생산되는 전체 전력량만큼을 필요로 한다는 연구도 발표됐다(The Science Times, 2020). 문제는 이 데이터를 보관하는 기반 시설인 데이터센터가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서버 운영과 냉각 시스템을 위해 소비되는 엄청난 양의 물과 전력으로 인해 데이터센터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디지털 아카이브에 등록된 디지털 파일의 접근성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계속해서 업데이트되는 데 비해 그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되는 디지털 파일에 관한 이슈다. 소위 컴퓨터가 읽을 수 없는 파일인 것이다. 김주관(Kim, 2008, 43)은 디지털 파일을 생산한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을 시 판독이 불가능한 경우가 빈번하다면서 “어떠한 파일 형식을 취할 것인가는 부분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작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연결되는 것으로 추후 파일의 변환과 연관 지어 표준화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기록물 관리의 표준화는 2009년을 기점으로 기록학 연구자들이 꾸준히 관심을 가지는 주제로 떠올랐다(Sohn & Nam, 2016, 101~102).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자기록물의 보존 포맷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한희정, 오효정, 양동민(Han, Oh & Yang, 2020, 72)은 보존 포맷 선정을 위한 평가 방식을 제안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하지만 동일한 내용을 여러 파일 형식으로 저장해 보관하는 방식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기업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정책에 대한 대응책으로 적합한지 의문을 가져볼 수 있다.
소프트웨어의 문제도 있지만 하드웨어, 즉 디지털 저장 매체의 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앞서 서론에서 언급한 뉴욕현대미술관의 게임 수집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전자기록물은 종이 기록물과 달리 컴퓨터나 태블릿 PC 등 디지털 판독 매체를 통해서만 읽을 수 있다. 조민지(Jo, 2020, 186~188)는 역사적으로 인류가 동굴 벽화, 그림문자 등의 기록 매체를 활용해 기억을 ‘외주화’시켰기에 고대부터 지식이 전수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오늘날은 디지털 기술에 의존해 기억을 외주화하는 시대지만 저장 매체는 노화와 우발적인 삭제에 취약하고 미래 기술 또한 예측하기 어렵다. 지금은 흔적을 찾을 수 없는 플로피디스크, 한때 차세대 정보매체라고 불리던 CD 롬은 불과 수십 년 사이에 무용지물이 되었다. 오늘날에는 하드디스크, SSD 등의 장치가 웹 데이터를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지만 미래에도 여전히 동일한 매체를 사용할지는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기억의 외주화는 완벽한 대응책이 아니다.
3. 대안으로서 역-아카이브
3. 1. 역-아카이브의 개념
아카이브에 기록되는 대상은 크게 아날로그 자료와 디지털 자료로 구분할 수 있다. 전통적 아카이브 방식은 아날로그 자료를 아카이브 센터에 보존하는 것이었으나, 인터넷이 발명되고 디지털 아카이브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10년 전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아날로그 자료가 디지털화 과정을 거쳐 웹상에 디지털 아카이브 되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동으로 디지털 자료가 아날로그 물성을 가진 종이책인 아카이브 북에 기록되는 움직임이 등장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 콘텐츠가 아날로그 매체에 기록되는 현상에 주목하고, 기존의 디지털 아카이브와 구분하기 위해 이를 ‘역-아카이브(Reverse-Archive)’라고 정의했다.
역-아카이브는 기존의 제도 중심 아카이브를 거부하는 ‘안티 아카이브(Anti-Archive)’, 혹은 ‘카운터 아카이브(Counter-Archive)’와는 구분된다. ‘역(reverse)’이라는 접두사는 ‘순행(forward)’과 반대로 움직이는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 영역에는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이라는 용어가 존재한다. 이는 데이터 측정장비를 사용해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는 물체에 대한 3차원 형상 정보를 만드는 과정이자 기술 그 자체를 뜻한다.
한경민, 조훈희, 손창백(Han, Cho, & Son, 2020, 215~216)은 리버스 엔지니어링 기술이 대지분석, 측량, 시공현황 파악, 리모델링 등 건설 산업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파악했다. 도면이 없는 상태의 건물을 장비로 측정해 CAD 파일과 같은 도면을 만들어내는 과정 또한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다. ‘스캐닝(장비를 이용한 실측)-포인트 프로세싱(데이터 가공)-적용(3D 형상 모델 획득)’의 단계를 거치면서 실체가 있는 형상물은 3차원 디지털 모델로 변환된다. 이는 도면을 설계하고 이를 기반으로 건물을 짓는 일반적인 건축 프로세스와 반대되는 특성을 가진다.
김성준(Kim, 2015. 23)은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역공학, 역설계로도 불리며, 디자인과 공학 영역에서 기존 제품이 가진 특성과 장단점을 분석하는 방법론으로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일반적인 순공학(Forward Engineering)이 신제품이나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하는 개념이라면, 그와 반대되는 개념인 역공학은 이미 존재하는 대상을 분석해 개념을 얻어내는 과정이다. 그는 제품 디자인에도 리버스 엔지니어링 방법론을 적용해 다양한 리디자인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김주현, 이아영, 정순둘(Kim, Lee, & Chung, 2021, 458)은 오늘날 기업에서 1999년 당시 제너럴 일렉트로닉의 CEO 잭 윌치(Jack Welch)가 개발한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을 도입하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이들에 따르면, 인적자원개발(Human Resource Development) 차원에서 기존 임직원이 신임 직원으로부터 멘토링을 받는 것을 의미하는 리버스 멘토링이 기업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처럼 여러 연구를 살펴봤을 때 ‘리버스’라는 용어는 기존에 존재하는 제품, 시스템, 건축, 제도 등을 역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사고의 흐름을 설명하는 용어로 유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역(reverse)’이라는 접두사를 사용한 ‘역-아카이브’라는 개념은 디지털 아카이브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도구로서 유용하다. Figure 1을 보면, 왼쪽에 위치한 디지털 아카이브는 아날로그 콘텐츠의 ‘수집(Collecting)-디지털화(Digitising)-웹사이트 등록(Uploading)’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반대로 역-아카이브는 디지털 콘텐츠의 ‘수집(Collecting)-인쇄(Printing)-출판(Publishing)’이라는 단계로 진행된다. ‘역-아카이브’의 사례로 제시되는 아카이브 북은 디지털상에서 벌어진 사건을 단순히 엮은 출판물과 차이가 있다. 책을 기획한 이가 현재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디지털 자료를 순수하게 기록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3. 2. 역-아카이브의 특징
역-아카이브는 내용적, 형식적 측면에서 디지털 아카이브와 구분되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진다. 우선 첫째로 역-아카이브의 주체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디지털 공동체의 일원으로,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기억을 기록 및 증언하는 데 초점을 둔다. ‘기억’이라는 키워드에 방점을 두었을 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디지털 콘텐츠가 기록의 대상으로 주목된다는 사실이다.
일찍이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을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ies)’로 바라봤다. 근대 국가 형성에 있어 중요한 것은 그러한 상상의 단위체였다. 오늘날의 공동체는 국가 또는 민족 단위로 단순하게 묶이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김재인(Kim, 2023, 10~21)은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새롭게 출몰하는 ‘디지털 부족’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신문이나 라디오 같은 대중매체가 ‘우리’로 묶이는 공동체 개념을 만들어낸 근대사회를 지나 이제는 소셜 미디어가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어서 개인은 무수한 ‘가분자’로 쪼개지고 있으며, 가분자의 아이디(ID)로 구성된 공동체 각각이 디지털 부족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부족들은 자신이 가입한 플랫폼의 서비스가 종료될 때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 2000년 전후 닷컴버블(Dot-com Bubble)이 가라앉고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장 구조가 재편되면서 메신저 ‘버디버디’와 네이트온 톡, 포털 서비스 파란과 드림위즈, 블로그 기반의 ‘이글루스’ 등 수많은 플랫폼이 사라졌다. 1세대 커뮤니티 ‘프리챌’이 서비스를 종료했을 당시 〈지디넷 코리아〉는 사용자 데이터 보존 문제를 지적하며 “인터넷에 남긴 글, 사진 등이 개인의 ‘디지털 자산’이라는 인식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열과 성을 쏟았던 디지털 저작물이 말 그대로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이용자들의 상실감은 상당히 크다”라고 보도했다(ZDNET, 2013). 소셜 네트워크 커뮤니티 ‘싸이월드’가 갑작스럽게 서비스를 중단한 사건이 발생할 2019년 무렵에는 ‘디지털 수몰민’이라는 신조어가 떠올랐다. 사전 고지 없이 미니홈피가 삭제되자 회원들은 그곳에 업로드된 사진과 동영상 등을 백업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Financial Economy, 2023). 오늘날 수많은 사건과 사고가 온라인상에서 등장하고 재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볼 때, 디지털 콘텐츠는 언제든 소멸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공동체의 기억이자 사회적 증거물이라는 점에서 역-아카이브의 대상으로 소환된다.
역-아카이브가 가진 두 번째 특성은 물질성을 가진 아카이브 북이라는 매체의 형식을 활용해 기억의 외주화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매체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있어 내용보다 형식의 중요성을 주목한 이론가 마셜 매클루언(McLuhan, 2011, 117)에 따르면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개인이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을 바꿀 뿐만 아니라, 기존 매체와도 새롭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관계를 형성한다. 그의 매체 이론은 전자책과 종이책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에도 적절하다.
오늘날 전자책은 종이책을 위협하는 매체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종이책은 쉽게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종이책을 가장 오래된 휴대용 데이터 저장·배포 수단으로 바라봤던 애머런스 보서크(Borsuk, 2019, 15, 274)는 인쇄술 혁명이 일어났던 구텐베르크 시대에도 필사본은 명맥을 이어갔다는 점을 들어 “디지털 기기에서 읽기라는 행위가 사라지지는 않”을 뿐더러 “한 기술이 다른 기술을 대체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알레산드로 루도비코(Ludovico, 2017, 38)는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종이의 죽음’이라는 용어가 공공연하게 등장하고 있지만, 이는 전보나 라디오, 텔레비전이 발명되었던 과거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하며 “사실 종이와 픽셀은 서로 상보적인 것처럼 보이는데, 인쇄는 점점 더 웹의 ‘정수’를 보존하기 위한 선택적 매체가 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디지털이 가져다주는 환상에 기반해 모든 것을 디지털 아카이브에 보존하고자 하는 열망의 반대편에서 아카이브 북이라는 출판의 형식은 여전히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기술의 불안정성에 대한 염려 없이 미래 세대에게 지식을 안전하게 전수하는 방식으로 종이에 인쇄된 책이 유효하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이기도 하다. 모든 경험이 빠르게 디지털로 재편되는 시대에 아날로그 매체의 가치는 날로 하락하고 있지만 출판물이 가진 장점은 명확하다. 추후 시스템 업데이트나 데이터 유실 등의 문제가 발생해 파일 접근이 불가능해지더라도 종이책은 별도의 판독 매체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공동체의 기억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전달하는 매체로 기능한다.
4. 역-아카이브의 사례
4. 1. 소셜 미디어의 역-아카이브, 아이웨이웨이 블로그
「아이웨이웨이 블로그: 에세이, 인터뷰, 디지털 외침들」(2014)은 중국 출신의 예술가이자 건축가 아이웨이웨이(Ai Weiwei)가 자신의 블로그와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선별해 에세이로 엮은 아카이브 북이다. 아이웨이웨이의 블로그(blog.sina.com.cn/aiweiwei)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운영되다가 중국 정부에 의해 삭제되었다. 2008년 쓰촨성 원촨 지역 대지진 이후 정부의 미온한 대처를 비판하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블로그에 드러낸 것이 그 이유다. 이후 아이웨이웨이는 X로 옮겨 사회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웨이웨이의 글을 엮은 편집자이자 영문판 번역자 리 앰브로지(Lee Ambrozy)의 설명에 따르면(Ai, 2014, 32~37), 중국 언론은 정부의 검열과 통제 아래 있기 때문에 블로그는 비판적, 대안적 관점을 내보일 수 있는 유일한 배출구로서 대중들의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그런 면에서 앰브로지는 아이웨이웨이가 블로그에 남긴 글을 2000년대 후반 중국에서 일어났던 각종 사건의 증언이자, 은폐를 시도하는 국가 권력에 저항하는 예술가의 태도로서 기록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터넷은 기억 상실증의 경험이 너무 많은 한 나라의 집단 기억을 보존하기 위한 소중한 도구”라고 주장하는 앰브로지의 관점에서 그의 블로그 글이 아카이브 북으로 출판되어야 할 당위성이 드러난다.
책의 각 장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연도별로 나뉘어서 구성했다.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 형식의 블로그 글을 책이라는 공간에 그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블로그 형식과 동일하게 제목과 날짜를 위에, 본문을 아래에 배치했다. 이처럼 제목과 날짜, 본문을 편집자의 별도 해석 없이 원문 그대로 살려서 날짜별로 수록하는 편집 방식은 전형적인 아카이브 북에서도 종종 드러나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블로그와 책의 다른 점은 Table 1에서처럼 사진 도판을 수록하는 방식이다. 본문 텍스트 중간에 이미지가 불쑥 끼어드는 블로그 형식과 달리 책에서는 사진을 왼쪽 페이지에만 한정해서 실었다. 이는 스크롤을 내려서 텍스트와 이미지를 확인하는 블로그의 읽기 방식과 다른,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면서 읽는 책이라는 물성을 살린 편집 디자인 방식으로 이해된다. 매체별 읽기 방식에 따라 이미지를 배치하는 방식도 달라지는 점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4. 2. 플래시 제작 콘텐츠의 역-아카이브, R.I.P. FLASH
「R.I.P. FLASH」(2021)는 2020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지원이 중단된 ‘플래시(Flash)’를 추모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간된 아카이브 북이다. 플래시는 어도비시스템즈(Adobe Systems)의 인터랙티브 벡터 기반 웹사이트 제작 도구이자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말한다. 프로젝트 기획자인 권태현과 박이선은 ‘기술의 죽음’이라는 관념을 돌아보고자 했다(Kwon et al., 2021, 53~56). 1990~2000년대 초에 태어난 플래시 게이머 세대는 플래시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대한 추억을 공유한 디지털 부족이라 할 수 있다. 「R.I.P. 플래시」는 사라진 플래시 콘텐츠를 아카이브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플래시의 제작자(디자이너, 개발자 등)와 수용자 집단의 목소리를 인터뷰와 에세이, 대담의 형식으로 실음으로써 플래시를 둘러싼 집단적 기억을 기록하고자 했다.
종이책 「R.I.P. FLASH」를 2021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을 통해 출간하면서 동명의 웹사이트(https://ripflash.net/)도 개설했다.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R.I.P. FLASH」 프로젝트는 루도비코(Ludovico, 2017, 202~203)가 언급한 “한정판 사물로서 책, 네트워크를 통한 크라우드 펀딩, 컴퓨터로 처리되는 정보, 인쇄와 디지털의 혼성적 요소”가 모두 담긴 일종의 “혼성적 출판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책 본문에 삽입된 수십 개의 QR코드들은 아카이브를 목적으로 한 이 책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낸다.
편집 디자인 측면에서 봤을 때 이 책에는 플래시로 제작된 웹사이트와 게임의 캡처 이미지를 전혀 삽입하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대신 해당 웹사이트와 게임을 언급하는 구절에 QR코드 이미지를 넣고 「R.I.P. FLASH」 웹사이트를 연동해 스마트폰으로 확인해볼 수 있도록 했다. 플래시 서비스 종료로 인해 직접 플래시 웹사이트를 클릭해보거나 플래시 게임을 플레이할 수는 없다는 한계를 역이용한 것이다. 기존 유저들이 올려놓은 유튜브 영상이나 블로그 리뷰 링크를 모아놓은 「R.I.P. FLASH」 웹사이트에서 간접 체험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현재 이 프로젝트 웹사이트 또한 도메인이 만료된 상태다.
4. 3. 스팸 메일의 역-아카이브, 더 스팸 북
「더 스팸 북」(2023)은 저자인 노구사가 982일 동안 받은 스팸 메일 108통을 모은 아카이브 북이다. 저자인 노구사(Nogusa, 2023, 9)는 통념과는 달리 스팸 메일을 “위험하고 우습지만 어딘가 슬픈 사이버 유해들”로 이해한다. 그는 책이라는 매체가 “감옥도 되고, 박물관도 되는 장소. 그러면서도 그들이 더 이상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없는 장소”이기에 스팸 메일을 아카이브 하는 장소로 선택했다고 말한다. “아날로그 인쇄물인 책은 디지털에서만 유효한 그들의 공격성을 차단하기에 최적의 형태”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스팸 메일 주소를 수집해 공개하는 기존의 웹 아카이브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종이책에 스팸 메일을 아카이브 했다고 밝히고 있다.
앞서 역-아카이브의 사례로 언급한 아이웨이웨이의 블로그는 그것이 정부의 핍박을 받은 유명 예술가의 소유였다는 점에서, 플래시는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은 소프트웨어였다는 점에서 아카이브 대상으로서 당위성을 획득했다. 하지만 사기 범죄에 연루된 디지털 폐기물로 여겨지는 스팸 메일을 수집할 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으로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이에 저자인 노구사는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저술가 히토 슈타이얼(Steyerl, 2021, 119)이 ‘디지털 잔해(digital debris)’의 사례로 스팸 메일을 주목하면서 “…스팸은 또한 현실과 강하게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스팸은 활동적이고 확장적인 물질”이라고 강조했던 것처럼 거기에는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담겨 있으며 문화적 기록물로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즉, 수신자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동시대 기술과 도구들, 이를테면 전자문서 편집술과 번역 기술의 특성”이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Nogusa, 2023, 281)의 주장이다.
한편 이 책은 스팸 메일의 내용을 ‘복사 & 붙여넣기’ 기술이 아닌 이미지 캡처 기술을 사용해서 지면에 수록하는 편집 디자인 방식을 택했다. 이는 마치 유물 발굴 현장에서 고고학자가 장갑을 낀 채 조심스럽게 유물을 들어 올리듯이 스팸 메일을 어떠한 변형이나 왜곡 없이 보여주고자 하는 디자인적 의도로 해석된다. 스팸 메일은 발신인이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는 특수한 콘텐츠라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이미지 캡처 기술을 사용해 스팸 메일에서 드러나는 전자문서 편집 기법과 표현, 서체 등을 그대로 수록한 「더 스팸 북」은 흥미로운 역-아카이브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5. 결론
2010년을 기점으로 국내에 유행처럼 번진 디지털 아카이브는 유의미한 시대적 기록을 수집하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이상적 장소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웹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에 비해 이를 처리 및 폐기하기 위한 정책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점,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 혹은 서비스 종료에 따라 보존 매체가 인식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점,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기존 하드웨어 저장 매체가 구식이 되면 보존 매체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은 디지털 아카이브가 가진 한계를 보여준다.
디지털 매체가 등장함에 따라 아날로그 매체는 사라지는 것이 아닌 새로운 의미망 속에서 재배치된다. 디지털 공동체의 기억 유산으로서 기록될 가치가 있지만 쉽게 소멸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디지털 콘텐츠는 아카이브 북을 통해 지속성을 얻을 수 있다. 아카이브 북은 판독 매체의 도움 없이 열람 및 공유 가능한 물성을 가진 출판물로 장기적인 측면에서 기록을 보존하고 전파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디지털 콘텐츠를 아날로그 매체인 아카이브 북에 기록하는 활동을 ‘역-아카이브’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아이웨이웨이 블로그」, 「R.I.P. FLASH」, 「더 스팸 북」은 소셜 미디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스펨메일이라는 디지털 콘텐츠를 다룬 출판물이다. 이 세 권의 출판물은 내용적 측면에서 디지털 공동체의 집단적 기억이 담긴 디지털 콘텐츠를 주목했고 형식적 측면에서는 책을 디지털 콘텐츠의 아카이브 매체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아카이브 내용과 특징을 드러낸다. 디지털 아카이브에 대한 대안으로 본 논문에서 제시한 역-아카이브 개념은 아카이브 북이라는 출판물의 범주를 벗어나 다양한 매체에서 적용될 수 있다. 이를 발굴하고 제시하는 것은 후속 연구의 몫이다.
Notes
Copyright :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educational and non-commercial use,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ferences
- Ai, W. (2014). 아이웨이웨이 블로그: 에세이, 인터뷰, 디지털 외침들 [AI Weiwei's Blog: Writings, Interviews, and Digital Rants, 2006-2009]. Seoul:Mimesis. (Oh, S. E. Trans.).
- Antonelli, P., & Galloway, P. (2022, November 3). When Video Games Came to the Museum. The Museum of Modern Art, Retrieved from https://www.moma.org/magazine/articles/798.
- Borsuk, A. (2019). 책-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The Book-The book as object, content, idea, and interface]. Seoul:Mati Book. (Noh, S. Y. Trans.).
-
Cho, S. R. (2022). 역사의 기억과 기록 장치로서 아카이브 미술 연구 [Research on Archive Art as a Memory and Recording Device of History]. Journal of Basic Design & Art, 23(2), 581-592.
[https://doi.org/10.47294/KSBDA.23.2.40]
-
Han, H., Oh, H., & Yang, D. (2020). 전자기록물의 장기보존을 위한 보존포맷 선정 방안에 관한 연구 [A Study on the Selection of Preservation Format for Long-Term Preservation of Electronic Records]. Journal of Korean Society of Archives and Records Management, 20(1), 69-87.
[https://doi.org/10.14404/JKSARM.2020.20.1.069]
-
Han, K., Cho, H., & Son, C. (2020). 건설산업의 리버스 엔지니어링 활용실태 분석 및 개선방안 [An Analysis on the Utilization Status of Reverse Engineering in the Construction Industry and Its Improvement Measures]. Journal of the Architectural Institute of Korea, 36(10), 215-222.
[https://doi.org/10.5659/JAIK.2020.36.10.215]
-
Jo, M. J. (2020). 디지털 기억 시대의 기록과 정보서비스 [Archives and Information Services on the Digital Memory Era]. The Korean Journal of Archival, Information and Cultural Studies, (10), 181-215.
[https://doi.org/10.23035/kaics.2020.1.10.181]
-
Ketelaar, E. (2021). 디지털 큐레이션과 공동체: 인간과 아카이브의 상호 구성 [Communities and Duality of Digital Curation]. The Korean Journal of Archival, Information and Cultural Studies, (13), 175-203.
[https://doi.org/10.23035/KAICS.2021.1.13.175]
- Kim, J. K. (2008). 민속자료와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Building folk materials and digital archives]. Folklore Institute, 17, 33-52.
- Kim, J. Y. (2023). 분열의 공동체와 디지털 부족 [Divided Communities and Digital Tribes]. Cross-Cultural Studies, 68, 1-29.
- Kim, S. (2015). 제품디자인 적용을 위한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방법론 연구 [A Study on Reverse Engineering Methodology for Product Design Application]. A Treatise on The Plastic Media, 18(3), 21-28.
-
Kim, S. K. (2018). 동시대적 디자인 아카이빙의 개념 연구 [Study on Contemporary Concept of Design Archiving]. Archives of Design Research, 31(4), 97-109.
[https://doi.org/10.15187/adr.2018.11.31.4.97]
- Kwon, T. H. et al. (2021). R.I.P. FLASH. CO·OP:Seoul.
- Ludovico, A. (2017). 포스트디지털 프린트: 1894년 이후 출판의 변화 [Post-Digital Print: The Mutation of Publishing Since 1894]. Seoul:Mediabus. (Lim, K. Y. Trans.).
- McLuhan, M. (2011). 미디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 [Understan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 Seoul:CommunicationBooks. (Kim, S. H. Trans.).
- Nogusa. (2023). 더 스팸 북 [The Spam Book]. Seoul:Sandwich Press.
- Park, H. & Nam, T. (2004). 디지털 아카이빙 정책에 관한 연구 [A Study on Digital Archiving Policy]. Proceeding of the 11th Conference of Korean Society for Information Management, 69-76.
-
Sohn, H. I. & Nam Y. J. (2016). 기록관리학 분야 국내 학술지의 연구동향에 관한 연구 [A Study on the Research Trends of Archives Management in Korea].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for Information Management, 33(1), 85-110.
[https://doi.org/10.3743/KOSIM.2016.33.1.085]
- Steyerl, H. (2021). 면세 미술: 지구 내전 시대의 미술 [Duty Free Art: Art in the Age of Planetary Civil War]. Seoul:Workroom Press. (Moon, H. J. & Kim, H. K. Trans.).
- 사라지는 내 인터넷 저작물, 어떻게 하나요? [My Internet Works Disappearing, What Do I Do?']. (2013, February 14). ZDNET Korea. Retrieved from: https://zdnet.co.kr/view/?no=20130214080527.
- 싸이월드, 다시 한번 '싸이월드 열풍'을 위한 3.0 리뉴얼 준비 돌입 [Cyworld, Preparations are underway for the 3.0 renewal, ready for another round of 'Cyworld fever'], (2023, July 31). Financial Economy. Retrieved from: https://fnewstv.com/news/newsview.php?ncode=1065580038173518.
- '정보 재앙'이 다가온다? ['Information Disaster' looming?], (2020, August 12). The Science Times. Retrived from: https://www.sciencetimes.co.kr/nscvrg/view/menu/248?searchCategory=220&nscvrgSn=2096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