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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ssues and Risks of Design Talent Donation
디자인 재능기부의 문제점과 위험요소
  • YuJin Yang : College of Art and Design, Konkuk University, Seoul, Korea
  • 유진 양 : 건국대학교 디자인학과, 서울, 대한민국
  • ChangSup Oh : College of Art and Design, Konkuk University, Seoul, Korea
  • 창섭 오 : 건국대학교 디자인학과, 서울, 대한민국

Background Talent donation has emerged as a new paradigm of donation culture since the 2000s and is proliferating day by day without ascertaining any of the inherent risks. The explosion of design talent donation is no exception in this donation culture. Most of all, various understandings of design talent donation coexist without a clear discernment of concept or criteria. In this situation, there is a risk that the proliferation of design talent donation can cause additional problems. This study aims to present the problems and risks of design talent donation and to help create proper understanding based on a critical perspective of design talent donation.

Methods In this study, relevant cases obtained from newspapers and magazines were found to clarify the issues behind the design talent donation fantasy. Furthermore, these cases were analyzed by the critical descriptive method. There are five results from the analysis.

Results Five risk factors shape design talent donation: First, design talent donation is characterized as good or evil, where it can be misused as a means of ethic-mediated discrimination. Second, design talent donations can enforce time and labor and become a means of exploitation. Third, design talent donation has the potential to be seen as an investment for future transactions because it takes place in the design market structure. Fourth, design talent donation can cause a degradation of the design results by obscuring assessment criteria. Finally design talent donation, which presupposes design ability, has the potential to be exploited as a means of hiding people’s talents.

Conclusions These issues and risk factors were presented as they relate to design talent donation. And these risks can ultimately depreciate design practice and have a negative effect on the design market. Therefore, it would be necessary to prevent the uncritical proliferation of design talent donation and examine it with a balanced view.

Abstract, Translated

연구배경 2000년대 이후 기부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재능기부는 그것이 가질 수 있는 위험요소들에 대한 아무런 점검도 없이 나날이 확산되어 가고 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디자인 재능기부 역시 이러한 움직임에서 예외가 아니다. 무엇보다 디자인 재능기부는 아직 명확한 개념 규정이나 기준이 없이 다양한 이해가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자인 재능기부의 확산은 다른 문제들을 만들어 낼 위험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디자인 재능기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바탕으로, 디자인 재능기부에 대한 문제점과 위험요소를 밝히고 올바른 이해를 돕는 데 목적이 있다.

연구방법 본 연구에서는 디자인 재능기부의 환상 이면의 문제를 밝히기 위해 신문 기사나 잡지 속 관련 사례들을 찾았다. 그리고 그러한 사례들을 비평적 서술의 방법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분석의 내용을 5가지 결과로 정리하였다.

연구결과 디자인 재능기부에는 다음 5가지의 위험 요소가 존재했다. 먼저 디자인 재능기부는 존재를 선과 악으로 구분하며 윤리를 매개로 한 차별화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둘째, 디자인 재능기부는 디자이너의 시간과 노동력을 보상, 혹은 정당한 대가 없이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노동착취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셋째, 디자인 재능기부는 디자인 시장구조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미래의 거래를 위한 투자적 성격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넷째, 디자인 재능기부는 평가 기준을 모호하게 만들어 디자인 결과물의 질 저하를 야기 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재능을 전제로 하는 디자인 재능기부는 능력 포장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결론 디자인 재능기부에는 이러한 문제점과 위험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위험 요소들은 궁극적으로 디자인 행위의 가치 저하와 디자인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디자인 재능기부의 무비판적 확산을 경계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디자인 재능기부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Keywords:
Design, Talent Donation, Design Talent Donation, 디자인, 재능기부, 디자인 재능기부.
pISSN: 1226-8046
eISSN: 2288-2987
Publisher: Korean Society of Design Science
Received: 03 Mar, 2016
Revised: 19 Apr, 2016
Accepted: 29 Apr, 2016
Printed: Aug, 2016
Volume: 29 Issue: 3
Page: 115 ~ 125
DOI: https://doi.org/10.15187/adr.2016.08.29.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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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ation : Yang, Y., & Oh, C. (2016). The Issues and Risks of Design Talent Donation. Archives of Design Research, 29(3), 115-125.

Copyright :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educational and non-commercial use,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1. 서론

2000년대 이후, 기부 문화가 활발히 전개되며 ‘기부’라는 단어는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것이 되었다. 기업과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확장된 기부 문화는 다양한 유형과 방법들을 생성해내며 우리 생활에 녹아들었다. ‘재능기부’는 이러한 기부문화의 확산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기부의 패러다임이다. 기존의 기부와는 달리 무형의 재능을 기부한다는 점에서 재능기부는 기부의 영역과 범위를 넓히고, 기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 또한 증가시켰다.

그런데 이 ‘기부’라는 단어는 악의를 상상할 수 없는 ‘절대 선(善)’의 이미지를 포함하고 있다. ‘재능기부’ 역시 그러한 이미지를 배경으로 다양한 영역에 확장되어가고 있으며, 각종 미디어와 책, 학술지 등에서도 재능기부의 긍정적 담론들을 생성해내고 있다.

디자인 재능기부 역시 이러한 움직임들 속에서 등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디자인 재능기부의 명확한 개념이나 기준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재능기부는 날로 확산되어가고 있다. 특히 재능기부에 우호적인 박원순 서울 시장의 취임은 디자인 재능기부의 확산에 불씨를 지폈다. 최근 10년간 5대 일간지의 ‘디자인 재능기부’ 키워드 검색을 보면, 2009년까지 불과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디자인 재능기부 관련 기사의 개수가 박원순 서울 시장의 취임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Table 1 참조)

Table 1
Keyword search results of top five newspapers' "Design Talent Donation"

년도 디자인 재능기부 (개수) 서울시장
2006년 1 오세훈
(2006.07.01~)
2007년 1
2008년 0
2009년 8
2010년 12
2011년 26 박원순
(2011.10.27~)
2012년 43
2013년 66
2014년 78
2015년 157
총계 392

Table 1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디자인 재능기부는 ‘절대 선(善)’의 이미지를 등에 업고 점점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관심과 더불어 디자인 재능기부 관련 연구 또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하 RISS)의 ‘디자인 재능기부’ 키워드 검색 결과 디자인 재능기부를 주제로 이루어진 연구들은 다음과 같다. (Table 2 참조)

Table 2
Keyword search results of RISS' "Design Talent Donation"

저자(년도) 논문 제목 서울시장
천정임 외(2011)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의 현황과 디자인 재능기부 방향 디자인지식저널, Vol.20
박근혜(2013) 디자인재능기부로서의 헌혈캠페인 디자인 개발 연구 : 한마음혈액원 청계광장 전시 사례를 중심으로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채혜성 외(2013) 농촌마을 농특산물 포장디자인 개선을 위한 샤렛 개발 및 효과- 재능기부디자이너들의 의식변화를 중심으로 농촌계획, Vol.19 No.2
홍승완(2013) 재능 기부를 통한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 사례 분석 및 활성화 방안 조형미디어학, Vol.16 No.4
박찬주 외(2014) 디자인 재능기부 유형분석과 활성화 방안 연구 Journal of Digital Interaction Design, Vol.13 No.2
정현원 외(2014) 베트남 ‘포스코 빌리지' 디자인 재능기부 사례 한국실내디자인학회 학술대회논문집, Vol.2014 No.11

그런데 Table 2를 보면, 지금껏 등장한 디자인 재능기부 관련 연구들은 대부분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디자인 재능기부에 대한 이해가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치우쳐져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연구자는 디자인 재능기부가 이처럼 무비판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가능한 문제점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재능기부에 대한 긍정적 담론이 팽배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디자인 재능기부를 비판적 시각으로 고찰함으로써 디자인 재능기부의 문제점과 위험 요소들을 살펴보고, 디자인 재능기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 데 그 목적이 있다.

2. 디자인 재능기부의 이해

박유선(Park, 2011)에 따르면, 최근 디자인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 환경 속에서 단순한 제품 조형과 그것의 미적 창조를 추구하기보다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사회적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자인 재능기부는 디자인이 사회와 관계 맺는 하나의 모델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확산되고 있는 디자인 재능기부는 어떻게 정의되고 있을까? 위키백과는 재능기부를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개인의 이익이나 기술개발에만 몰두하지 않고 이를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기부형태. 즉 개인이 가진 재능을 사회단체 또는 공공기관 등에 기부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맥락에서 디자인 재능기부가 이루어지고 있고, 관련 연구들이 등장하고 있다.

박근혜(Park, 2012)는 디자인 재능기부를 ‘디자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기업이 이를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고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는 행위’라고 정의했고, 박찬주(Park, 2014)는 ‘디자이너가 보유한 디자인 능력이나 지식지원 또는 그를 통해 2차 생산된 자원을 활용하여 기부하는 방법’으로 정의했다.

아직 디자인 재능기부에 관한 선행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나, 현재까지의 연구들을 통해 볼 때 디자인 재능기부는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디자인 능력에 대한 기부’ 활동으로 이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디자인의 영역은 매우 다양하고, ‘디자인 재능’ 혹은 ‘디자인 능력’이라는 것 또한 불명확하기 때문에 디자인 재능기부는 여전히 불명확한 개념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재능기부가 이야기되고 실천되는 것은 그 용어가 가지는 긍정적 의미와 환상 때문일 것이다. 과연 이 용어가 가지는 의미만큼 현실에서의 재능기부가 이루어지고 있을까?

그것은 자본의 논리가 지배적인 이 세계에서 순수한 기부활동으로 자리하고 있을까? 최근 서울시의 새로운 브랜드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기부라는 환상에 기대어 보다 중요한 부분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따라서 재능기부가 활발하게 논의되는 작금의 상황은 디자인 재능기부에 대한 관성적 이해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연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함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3. 디자인 재능기부 비판
3. 1. 윤리를 매개로 한 차별화의 수단

‘기부’라는 단어에 절대 선(善)의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자발성’과 ‘무(無)대가성’이라는 기부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자발적으로 대가 없이 시간과 노동력을 제공하는 재능기부자에게도 이러한 긍정적 이미지는 자연적으로 형성된다. 그들의 행위는 절대 선(善)의 이미지 속에서 행위 이상의 아우라를 형성하기도 하는데, Table 3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Table 3의 각 기사는 제목에서 디자인 재능기부자를 ‘천사’로, 디자인 재능기부 행위를 ‘착한’이라는 형용사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디자인 재능기부자에 대한 긍정적 아우라를 더욱 극대화 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디자인 재능기부의 중요한 문제점이 생겨날 수 있다.

Table 3
"Design talents donation, a means of discrimination" related article

날짜 기사제목 출처
2011.12.09 [행복을 나누는 천사들]⑨ ‘디자인 기부’ 이승열 일러스트 작가 이투데이
2011.12.16 [행복을 나누는 천사들]⑬ ‘디자인 재능기부’ 변상원 씨 이투데이
2011.12.20 [행복을 나누는 천사들]⑮‘디자인 기부’ 윤하나 씨 이투데이
2014.04.08 “착한 재능기부 통해 中企 디자인 경쟁력 높인다” 머니투데이
2015.04.29 경기도, 디자인 재능 기부 천사 29명 탄생 이뉴스투데이
2015.10.11 착한 아이템이 만드는 기적, 기부 패션 아이템 캠퍼스잡앤조이
2015.12.01 영세기업 살리는 착한 디자인,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 성과 전시회’ 디자인정글
2015.12.18 기업들의 착한 재능 기부 ‘프로보노’ 증가 전기신문

디자인 재능기부는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디자이너들을 기부자와 비기부자로 구분해버린다. 그리고 동시에 디자인 재능 기부자에게 선의 이미지를 부여한다. 그 결과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재능기부라는 제도가 만들어낸 ‘선함’과 ‘선하지 않음’이라는 구획 속에 배치된다. 그러한 구획은 비기부자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파생시키고, 그렇게 파생된 이미지는 디자이너들에게 재능기부가 만들어낸 기준 속 선함에 부합하도록 행동 지침을 강요한다. 기부라는 것은 개인의 자유 의지에 의한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재능기부를 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파생하는 2차적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렇게 생성된 인식은 기부자와 비기부자에 대한 서열을 만들어내고, 이러한 서열화는 모든 디자이너의 재능기부를 암묵적으로 강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것은 ‘자발성’이라는 기부의 핵심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 재능기부의 첫 번째 위험 요소이다.

3. 2. 노동착취의 수단

최근 노동자의 열정을 빌미로 노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 움직임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열정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위키백과가 설명하는 열정페이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열정페이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돈을 적게 줘도 된다는 관념으로, 기업이나 기관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경험되니 적은 월급(혹은 무급)을 받아도 불만 가지지 마라,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다"라는 태도를 보일 때 이를 비꼬는 말이다. 이 말에는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구조로 치달은 사회 분위기에 대한 냉소가 담겼다.”

취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은 경력을 쌓기 위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열정페이를 감수한다. 올해 1월은 이상봉 디자이너의 디자인실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청년 유니온은 이상봉 디자인실이 디자이너들에게 정당한 급여를 취하지 않고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사실을 ‘2014년 청년 착취 대상’이라는 형식을 통해 고발하였다. 이상봉 디자이너의 사과로 이 사태는 일단락되었으나, 열정페이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온갖 긍정적 환상으로 포장되어 있는 재능기부는 이 열정페이 행태를 몹시 닮아있다. 물론 재능기부는 기부자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보상 없이, 혹은 정당한 대가 없이 디자이너의 특별한 능력과 노동력, 시간을 이용한다는 측면에서는 재능기부와 열정페이의 구별점을 찾기 힘들다. 그것은 외형적으로는 강제 없는 자발성의 모습을 취하고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강제적 성격을 지니는 것이다.

디자인 재능기부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 더 이상 ‘재능기부’라는 용어는 낯설지 않은 것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재능기부에 대한 요구는 공적인 영역을 벗어난 우리 생활 속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각종 친목 단체에서 디자인 비용이 부담스러운 일을 재능기부를 통해 해결하려는 사례들은 흔히 접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무상 노동이 재능기부라는 이름하에 당연한 것처럼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재능기부는 무형의 것을 기부한다는 특성으로 인해 기부의 기준을 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물질적인 기부는 수혜자에게 비교적 즉각적인 혜택이 돌아가지만, 재능기부는 특성상 기부자의 재능과 시간이 투자되는 만큼 기부의 결과물을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 때문에 기부자와 수혜자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으며, 그것은 곧 기부자로 하여금 더 많은 시간과 노동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행위의 지속은 디자인 과정을 쉽게 이해하도록 만들거나 비전문적 활동으로 간주하게 만들 가능성을 내재한다. 이처럼 디자인 재능기부는 기부자의 노동을 착취하고 나아가 디자인 노동의 가치를 저하시킬 위험이 있다.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위험요소인 것이다.

3. 3. 기부 아닌 기부

디자인 재능기부를 하는 주체는 영원한 기부자로 남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기부자에서 디자인을 파는 판매자로 그 성격이 변할 수 있다. 아니 자본주의 시장구조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경제주체로 디자이너는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디자인 재능기부는 바로 이러한 디자인 시장구조 속에서 이루어진다.

때문에 디자인 재능 기부자와 수혜자 사이에 바람직하지 않은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만일 재능기부의 수혜자가 이후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기관이라면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즉 디자인 재능기부가 기부가 목적이 아닌, 미래의 또 다른 이득을 보장받기 위한 투자적 성격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현대카드는 디자인 기부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2014년 8월 12일 자 비즈니스 포스트 기사는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의 디자인 기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제주 삼다수 디자인을 무상으로 해주기로 했다. 정 사장은 이런 디자인 재능기부를 통해 현대카드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잠재고객을 끌어들이려 한다.

… (중략) … 정 사장은 디자인을 무상으로 해주지만 현대카드는 디자인 경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이익을 얻는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돈을 받고 디자인을 팔지 않지만 각각의 프로젝트마다 유무형의 이익이 있다”며 “주방용품이나 생수 등 전혀 예상치 못한 분야에서 현대카드다운 모습을 전달할 수 있고 M포인트 사용처를 개척하는 등 기존에 쉽게 접할 수 없는 부문에서 학습기회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공공영역에서도 현대카드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잠재고객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을 펼친다.

… (중략) … 브랜드마케팅 전문가는 “한 회사가 소비자들에게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대카드의 동영상이나 이미지 광고를 보면 누구나 ‘아, 현대카드 광고구나’하는데 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

기사는 현대카드가 비록 무상으로 디자인을 하지만, 그 외적으로 많은 기업의 이익을 얻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전략’이라 표현하고 있다. 기부가 전략이 되는 순간 기부의 순수성은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변질되어버린다. 이는 ‘대가 없이’ 행해지는 기부의 속성과는 모순되는 것이며, 이러한 모순적 행위의 지속은 재능기부의 순수성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 재능기부의 세 번째 위험 요소인 것이다.

3. 4. 평가 및 관리의 어려움

재능기부는 봉사활동의 범주 안에 포함되므로 다양한 단체나 기관에서 요구할 수 있다. 그들의 요구는 다양할 수 있고, 디자인 역시 속성상 매우 폭넓은 영역을 아우르기 때문에 무분별하고 산발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재능기부를 요구하는 기관과 재능기부자 사이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2015년 11월 서울의 새로운 브랜드가 결정되었다. 기존의 ‘Hi Seoul’을 뛰어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서울시의 목표였고, 브랜드를 만드는 전 과정은 시민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다. (Figure 1 참조) 서울시는 이번 브랜드 공모에 가장 많은 작품이 응모되었음을 강조하며 이러한 시민 주도형 브랜드 사업을 긍정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브랜드는 그리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유지원은 월간 책 12월 호에서 새로운 서울시 브랜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하고 있다.


Figure 1 The development of Seoul brand consisting of citizen’s talent donation (Seoul Daily)

“… 단 하나의 잘 만든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필요한 때에 총 16,147건 후보라는 숫자가 대체 무엇에 쓸모가 있다는 것인가. 심사비와 공모비만 소모되는 것이 아닌가? … (중략) … 도시나 국가의 인상을 대변하는 공공 디자인은 당연히 최고의 대표급 디자이너에게 맡겨야 한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대우, 절차, 기간을 제공해야 한다. 이걸 시민 공모로 해결하겠다는 건, 가령 환자를 전문의에게 맡기지 않고 심지어 의대생이나 인턴도 아닌데다 의료의 꿈만 가진 무허가 인사들의 기발한 치료법에 시험 삼아 맡겨본다는 발상처럼 위험천만하게 들린다.… ”

‘시민들의 재능기부’를 통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 서울시의 취지는, 빈약한 결과물로 인해 빈축만 사게 되었다. 이는 재능기부가 긍정적으로만 이용될 수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필요한 노동을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재능기부의 특징은 기부받는 기관이나 주체로 하여금 기부자의 전문성을 적절하게 판단할 수 없게 한다. 서울시 브랜드 논란 또한 이러한 지점에서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재능기부의 무상이라는 특성은 디자인 재능기부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했을 때 새로운 요구를 할 수 있는 당위성을 빼앗아 버린다. 이는 곧 기부 결과물의 질 저하를 야기하고,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 재능기부의 네 번째 위험요소인 것이다.

3. 5. 능력 포장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

재능기부는 봉사활동과 혼동되기도 한다.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시간과 노동력을 희생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럼에도 재능기부가 단순한 봉사활동과 구별되는 것은 재능기부에는 기부할 ‘재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재능기부는 기존 봉사활동과는 달리 필요한 재능을 가진 전문인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데, 김수진(2012)은 이를 ‘전문 봉사활동’이라 칭하기도 했다. 따라서 재능기부자에게는 자원봉사자와는 달리 특정 능력에 대한 전문인의 자질을 가졌다는 의미를 만들어내게 된다.

다시 말해 전문인의 자질을 필수로 하는 재능기부는 단순한 봉사활동과는 달리 그 자체로 기부자를 ‘재능을 가진 전문인’으로 호명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재능기부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재능을 가진 자로 이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모든 재능기부자가 ‘재능을 가진 전문인’으로 이해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는 재능기부가 기부자의 능력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재능기부를 통해 재능기부자가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포장할 여지를 만들어 낸다. 이처럼 재능기부가 기부자의 능력 포장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기부활동이 아니라 기부를 악용한 이익추구활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다섯 번째 디자인 재능기부의 위험요소라 할 수 있다.

4. 결론

본 연구는 디자인 재능기부를 비판적 시각으로 고찰함으로써 디자인 재능기부에 대한 몇 가지 위험 요소들에 대해 언급했다.

‘기부’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배경으로 등장한 디자인 재능기부는 아직 명확한 기준과 정의가 없는 상태다. 따라서 디자인 재능기부는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고, 그에 따라 문제와 위험 요소들을 은폐한 채 악용될 수 있다.

연구결과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도출하였다. 첫째, 디자인 재능기부는 윤리를 매개로 한 차별화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재능기부자의 선한 이미지는 디자인 재능을 가진 대상들을 재능기부 여부에 따라 선함과 악함의 구도 속에 배치한다. 따라서 비기부자들의 강제적 기부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로 디자인 재능기부는 아무런 보상 없이 디자이너의 시간과 노동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노동착취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디자인 재능기부가 디자인 행위의 가치를 저하시킬 위험을 내포한다. 세 번째로 디자인 시장구조 안에서 이루어지는 디자인 재능기부는 기부자와 수혜자 간의 관계가 도치될 수 있는 상황을 예고한다. 따라서 디자인 재능기부가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변질될 수 있으며 바람직하지 못한 거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네 번째로 무상으로 이루어지는 디자인 재능기부는 그것에 대한 평가 기준을 모호하게 만든다. 이는 디자인 결과물에 대한 질 저하를 야기 시킨다. 마지막으로 재능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디자인 재능기부는 그러한 특성 때문에 역으로 기부자의 능력 포장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재능기부가 기부를 악용한 이익추구활동으로 변질될 수 있다. (Table 4 참조)

Table 4
The Issues and Risks of Design Talent Donation

날짜 기사제목 출처
1 윤리를 매개로 한 차별화의 수단 디자인 재능기부자의 선한 이미지가 디자인 재능을 가진 대상들을 재능 기부 여부에 따라 선함과 악함의 구도 속에 배치하여 비기부자들의 강제적 기부를 유발할 수 있음
2 노동착취의 수단 아무런 보상 없이 디자이너의 시간과 노동력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디자인 행위의 가치를 저하시킬 위험이 있음
3 기부 아닌 기부 디자인 재능기부가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변질될 수 있고, 바람직하지 못한 거래로 이어질 수 있음
4 평가 및 관리의 어려움 무상이라는 디자인 재능기부의 속성상 평가나 관리 기준을 모호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디자인 결과물에 대한 질 저하를 야기할 수 있음
5 능력 포장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 재능기부가 능력을 포장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이를 악용한 이익추구 활동으로 변질될 수 있음

본 논문에서 도출한 디자인 재능기부의 위험요소들은 궁극적으로 디자인 노동 행위에 대한 가치를 저하시킨다. 또한, 윤리를 매개로 하는 재능기부의 속성상 디자이너들의 정당한 경제 활동에 악영향을 끼쳐 디자인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즉,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 모색을 위해 등장한 디자인 재능기부가 디자인 시장과 디자이너들에게 긍정적인 제도로만 작용하고 있지는 않는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 재능기부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현재, 이처럼 무비판적 확산을 성찰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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