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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담론을 통한 추측적 디자인의 물질성에 대한 탐구
The Exploration of Speculative Design and Materiality in Humanities Discourse
  • Sung Won Park : Department of Design, Student,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Seoul, Korea
  • 박 성원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학생, 서울, 대한민국
  • Sang-kyu Kim : Department of Design, Professor,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Seoul, Korea
  • 김 상규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서울, 대한민국

연구배경 본 연구는 국내외에서 주로 이뤄지는 목적 지향적 디자인의 인류세나 기후변화와 같은 동시대 문제 대응 한계를 문제의식으로 삼고 이를 전환하기 위한 디자인 방법론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에 추측적 디자인과 최근 연구되는 물질과 객체에 관한 인문학적 담론과의 학제 간 연구가 디자인계에 어떤 이론적 출발점 및 디자인 방법론을 제공할 수 있을지 밝히고자 한다.

연구방법 연구 방법으로는 동시대 학자 중 물질성에 관한 주요 이론을 배출해 낸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 티머시 모턴(Timothy Morton), 팀 잉골드(Tim Ingold)의 이론 중 물질과 디자인 재료, 추측적 디자인에 연관될 수 있는 부분들을 문헌조사를 통해 연구했고, 최근 5년간 열린 추측적 디자인 관련 전시작들과 언론 기사, 디자이너 포트폴리오를 통해 앞서 소개한 인문학적 담론과 연결된 작업을 조사했다.

연구결과 이를 통해 알렉산드라 데이지 긴즈버그(Alexandra Daisy Ginsberg), 슈퍼플럭스(Superflux), 포르마판타즈마(Formafantasma)의 특정 프로젝트가 어떻게 인문학 담론과 연결되어 있는지 발견했고, 이러한 프로젝트를 국내에서 시도해 보기 위한 방법론으로 재료와 대화하는 디자인 방법론과 공상과학(Science Fiction) 문법의 활용을 제안했다.

결론 신기술을 활용하는 것 이외에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외부 인문학 담론들과 연결지어서 갱신해 보는 것도 동시대에 화답하는 디자인 방법론을 끌어낼 수 있다. 학제 간 연구를 통해 재료를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고 이를 능동적인 대상으로 취급할 때 동시대에 놓인 다양한 쟁점을 마주하는 디자인과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조건과 실험이 일어나기 위한 논리적 토대가 갖춰질 것으로 기대된다.

Abstract, Translated

Background Purpose-driven design, prevalent both in South Korea and globally, often faces constraints in addressing contemporary challenges such as Anthropocene and climate change. This study seeks to challenge these limitations and to explore novel design methodologies for transformation. Specifically, the study explores the intersections between speculative design and the emerging humanistic discourse on the nature of objects, with the aim of offering new theoretical and methodological perspectives to the design community.

Methods This research employed a comprehensive literature review focusing on the seminal theories of Bruno Latour, Timothy Morton, and Tim Ingold, who are at the forefront of the materiality discourse. Elements of their theories relevant to materiality, design materials, and speculative design were explored. In addition, an analysis was conducted on speculative design-related exhibitions from the past five years, media articles, and designer portfolios that resonate with the humanist narrative.

Results Through our analysis, we identified connections between the work of designers such as Alexandra Daisy Ginsberg, Superflux, and Formafantasma and the humanities discourse. We propose the incorporation of design methodologies that engage in dialogues with materials, underpinned by the lexicon of science fiction, as a prospective approach for projects in South Korea.

Conclusions Beyond the adoption of new technologies, the intertwining of design with external humanities discourses presents an opportunity for the evolution of contemporary design methodologies. It is expected that such interdisciplinary endeavors will provide a solid theoretical foundation that fosters innovative conditions and explorations. This approach empowers designers to meet today's challenges and to generate a new understanding of materials as dynamic entities.

Keywords:
Speculative Design, Design Material, Materiality, Object, Design Humanities, 추측적 디자인, 디자인 재료, 물질성, 객체, 디자인 인문학.
pISSN: 1226-8046
eISSN: 2288-2987
Publisher: 한국디자인학회Publisher: Korean Society of Design Science
Received: 04 Sep, 2023
Revised: 22 Sep, 2023
Accepted: 09 Oct, 2023
Printed: 30, Nov, 2023
Volume: 36 Issue: 4
Page: 437 ~ 447
DOI: https://doi.org/10.15187/adr.2023.11.36.4.437
Corresponding Author: Sang-kyu Kim (ksk2010@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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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ation: Park, S., & Kim, S. (2023). The Exploration of Speculative Design and Materiality in Humanities Discourse. Archives of Design Research, 36(4), 437-447.

Copyright :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educational and non-commercial use,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1. 서론
1. 1. 연구의 배경과 목적

필 발라그타스(Balagtas, 2022)에 따르면 1978년 팀 브라운(Tim Brown)이 창안한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은 여전히 디자인계에서 언급되고 쓰이지만, 인류세나 기후 위기와 같은 동시대 문제들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까지 국내에서 이뤄지는 디자인과 디자인교육은 ‘디자인 씽킹’과 연관된 문제해결 및 목적 지향적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전환해 보고 동시대성에 화답하는 디자인을 시도하기 위해 기존 디자인 방법론 외의 다른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위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빈번히 언급되는 디자인 중 하나는 추측적 디자인(Speculative Design)이다. 이지혜(Lee, 2022)에 의하면 추측적 디자인은 국내에서 ‘사변적 디자인’으로 번역되거나 비평적/비판적 디자인(Critical Design), 디자인 픽션(Design Fiction) 등과 함께 혼용되어서 사용되는 개념이다. 세 개념 모두 미래를 상상하는 디자인 방법론이지만 각각의 의미는 세밀하게 구분된다.

비평적 디자인은 일상에서 제품이 수행하는 역할에 비평적 도전을 건네는 디자인이다. 이는 사물을 통해 신기술의 사회적, 문화적, 윤리적 함의에 문제를 제기하고 담론을 끌어내는 디자인을 뜻한다. 한편 디자인 픽션은 브루스 스털링(Bruce Sterling)이 정의한 개념으로 서사와 스토리텔링을 핵심 도구로 사용해서 미래를 그려내는 방법론이다. 디자인 픽션은 비평적 디자인에 비해 미래를 상상하는 허구적 서사와 시나리오에 비중을 둔다는 특징이 있다(Lee, 2022).

추측적 디자인은 비평적 디자인과 디자인 픽션을 모두 포괄한 상위 개념이다. 추측적 디자인은 앞서 언급한 개념들에 비해 문제 제기 너머의 대안을 제시하고, 다양한 미래의 상상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현재의 목적지향 디자인 사고에서 벗어나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식별, 탐구 촉진, 대안적 사고 및 담론을 열어주는 디자인을 말한다(Dunne et al., 2013).

하지만 대안처럼 보였던 추측적 디자인 또한 많은 경우에 디자인 교육과 콘셉트에 국한되었기 때문에 무기력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들은 대부분 물질성이 느껴지지 않는 프로토타입이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추측적 디자인은 2010년대 초반 이후 낮은 관심과 더불어 국내 연구 및 출판도 저조했다. 하지만 최근 물질과 객체에 관한 인문학적 담론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디자인 관련 담론들까지 다른 분야 연구자들이 생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자인계가 능동적으로 관련 연구와 시도를 어떻게 해왔는지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등장하는 추측적 디자인 사례들은 더 이상 디지털 렌더링에만 머무는 디자인이 아니다. 이들은 신유물론이나 인류학, 생태학 등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학제 간 연구를 통해 전통적으로 디자인계가 가져온 물질을 다루는 방법을 전환하는 시도를 행해보고 있다. 따라서 본 논문은 추측적 디자인과 함께 최근 연구되는 물질과 객체에 관한 인문학적 담론들이 디자인계에 어떤 이론적 출발점을 제공할 수 있는지 밝히고, 동시대성을 따르는 디자인을 위한 방법론을 모색하고자 한다.

1. 2. 연구 대상과 방법

최근 물질과 객체에 관한 주요 이론을 배출하는 다양한 연구자가 있다. 먼저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 이하 ANT)의 미셸 칼롱(Michel Callon), 존 로(John Law), 알베나 야네바(Albena Yaneva) 등과 ‘객체-지향-존재론(Object-Oriented Ontology, 이하 OOO)’ 계열 학자로 그레이엄 하먼(Graham Harman), 스티븐 샤비로(Steven Shaviro), 제인 베넷(Jane Bennett) 등이 있다. 연구 대상 선정에는 물질과 객체에 관한 주요 이론인 ANT와 OOO 연구자 중 이론적 대표성이 있는 학자를 선별하기 보단, 물질 중에서도 디자인과 연관된 저술을 다수 남겼으며 디자이너와 큐레이터에게 활발하게 인용된 인물을 선별하고자 했다. 따라서 ANT 학자에서는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와, OOO 진영 인물 중에는 영문학자이자 생태이론가인 티머시 모턴(Timothy Morton)을 선별했다. 또한 위 두 개의 진영에 속하지 않는 연구자 중 최근 디자인계에도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인류학자 팀 잉골드(Tim Ingold)를 연구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이론 분석에 일정한 균형을 맞추고자 했다. 본 연구는 선정한 학자들의 주요 이론 중 물질과 관련 지을 수 있는 부분을 문헌조사로 연구하고, 이들이 어떻게 추측적 디자인과 함께 생각할 수 있는지 해외 디자인 사례와 함께 분석했다.

디자인 사례조사 대상으로는 앤소니 던(Anthony Dunne)과 피오나 라비(Fiona Raby)가 <모든 것을 사변하라(Speculative Everything: Design, Fiction and Social Dreaming)>를 출간한 2013년 이후 약 10년간의 추측적 디자인 결과물 중 위 언급된 학자들의 이론이 적극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최근 5년을 연구 범위로 삼았다. 그중 추측적 디자인 관련 전시작(<Table 1>)들과 디자인 언론, 디자이너 개인 포트폴리오 등을 수집하고 분석함으로써 물질을 다루는 방식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몇몇 사례들을 선별했다. 이렇게 선별한 사례들이 최근 인문학 담론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입증하고자 한다. 또한 최종적으로 국내 상황에서는 어떤 시도가 가능할지 밝히고자 한다.

Table 1
Major Exhibitions related to Speculative Design within 5 years

Title Museum or Institution Date
The Future Starts Here V&A South Kensington 18. 5. 12~18. 11. 4.
Broken Nature XXII Triennale di Milano 19. 3. 1.~19. 9. 1.
Design for Different Futures Philadelphia Museum of Art, Walker Art Center 19. 10. 22~20. 3. 8, 20. 9. 12~21. 4. 11.
Waste Age: What can design do? The Design Museum 21. 10. 23~22. 2. 20.
Garden Futures: Designing with Nature Vitra Design Museum 23. 3. 25.~23. 10. 3.

2. 물질을 다루는 방식과 관련된 인문학 담론
2. 1.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은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연관성을 추적하고, 사회 세계 요소들을 각각 개별의 영역이 아닌 이질적인 행위자들의 집합으로 바라본다. 또한 이질적인 행위자들이 어떻게 네트워크에 모여 집단적 효과를 창출하는지 추적하는 관계 방법론이다. ANT는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문화, 과학과 사회를 구분하는 이원론적 이해를 초월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이들을 동일한 대칭적 선상에 놓고 연구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ANT는 행위자와 행위자 간의 논쟁과 불확실성, 물질을 포함한 비인간 요소의 역할에 관심이 많다. 라투르는 사물, 기술, 물질 등과 같은 비인간 요소들이 수동적인 매개체가 아닌 사회에 참여하는 행위자로서 주체성을 부여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Latour, 2007).

ANT의 관점에 따르면 물질은 더 이상 사회에 원인을 제공하는 매개체가 아닌 직접 활동하는 매개체이다. 라투르(Latour, 2007)는 물질이 사회적 관계의 확장과 안정에 관여하며, 고정된 실체가 아닌 관계적 실체라고 말한다. 또한 물질은 관계를 통해 의미를 부여받으며 수동적 매개체가 아닌 능동적 매개체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시각을 바탕으로 알베나 야네바(Yaneva, 2022)는 공간을 추상적 컨테이너가 아닌 몸짓과 물질의 변형을 통해 생성되는 것으로 바라보며, 사물 또한 행위, 경쟁, 조립 등과 과정을 통해 고정된 것이 아닌 관계를 통해 지속해 변화하는 존재로 여긴다.

근대적 구분을 넘어서는 라투르의 세계관은 물질뿐만 아니라 추측적 디자인에도 넓은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는 주체와 대상의 범주 사이에 존재하며 어느 한쪽으로도 쉽게 환원되지 않는 존재를 하이브리드(hybrid)라 명명하는데, 사람, 사물, 환경 간의 하이브리드 연결망 구축 제안은 추측적 디자인에 영감을 준다. 또한, 공동의 세계를 구상하는 세계시민주의 디자인(cosmopolitical design)의 개념도 미래의 전 지구적 공동체의 삶을 상상하는 데 있어 유효하다(Yaneva, 2022). 덧붙여 기술 발전에 있어서 기술 결정론과 사회 결정론의 이원론적 이해를 뛰어넘는 라투르의 주장은 신기술 등장에 민감한 디자이너들에게 폭넓은 사고를 유발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과학자나 엔지니어의 연구 뒤에는 과학, 기술, 사회와 더불어 어떠한 사실, 이론, 기계, 인간이 상호 더불어 얽힌 공동생산의 과정이 지속된다고 말한다.

2. 2. 티머시 모턴의 ‘하이퍼오브젝트’

‘초객체’라고 번역되기도 하는 하이퍼오브젝트(Hyperobject)는 인간보다 시간과 공간에 광범위하게 분포된 객체로서 지구 온난화, 생물권(biosphere), 방사능 물질(radioactive materials) 등을 말하는 개념이다. 이는 자연과 세계,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 현존(presence)에 대한 모더니즘 관념을 해체함으로써 세상의 종말과 생태학적인 생각을 촉진한다. 하이퍼오브젝트는 모든 객체가 연결되어 있다는 상호객체성(interobjectivity)을 드러내며,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거나 혹은 목적이라는 생각을 저지한다. 모턴(Morton, 2013)은 하이퍼오브젝트의 주요 특징으로 점성(viscosity), 비장소성(nonlocality), 위상성(phasing)을 꼽는다. 이는 하이퍼오브젝트가 영향을 받는 대상에 붙는 특징이 있으며, 해당 객체의 위치를 특정할 수 없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분적으로만 모습을 드러내는 고차원적 위상(high-dimensional) 을 점유한다는 것을 뜻한다. 라투르의 ANT 이론과 마찬가지로 하이퍼오브젝트는 존재론적 구분을 무너뜨리고 모든 객체 간의 왕성한 물질적 연결을 강조한다. 이는 라투르의 의미에서 행위자(actor) 그 자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라투르가 정의하는 행위자는 관계를 통해 존재하지만, 하이퍼오브젝트는 인간의 지각이나 과학적 탐구와는 별개로 작동하는 독립적 객체이다. 따라서 ANT 이론은 관계를 행위자보다 선행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데 비해, 하이퍼오브젝트는 관계보다 존재론적으로 선행하는 객체를 강조한다.

위와 같은 개념을 토대로 철학적 사고를 촉진하는 하이퍼오브젝트는 디자이너가 마주하는 재료를 불활성 물질 덩어리가 아닌 다양한 규모의 물질들이 상호 연결된 존재론적으로 가변적인(ontologically variable) 객체로 바라보게 한다. 모턴은 하이퍼오브젝트의 점성이 건축과 예술 분야가 회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적응해야 하는 물질적 속성이라 언급하면서, 물질을 자원이나 날것의 데이터로 취급하기보다 생동하는 객체 지향적 관점에서 재료를 바라보게 한다. 모턴에 따르면 재료는 생동하며, 감각이 있는 낯선 이방인이다(Morton, 2013). 하이퍼오브젝트가 제기하는 철학적 도전은 디자인을 통해 사고방식의 전환을 시도하는 추측적 디자인의 목적과도 일치한다. 예컨대, 모턴은 쌓인 먼지를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는 건물처럼, 공해로 여겨지는 하이퍼오브젝트를 피하거나 대체하기보다는 내부에 있는 것을 투영하는 사물이나 공간을 디자인할 것을 제안한다. 그는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설득하는 친환경 디자인이 아닌 하이퍼오브젝트의 오묘한 친밀감과 이질감 사이를 탐구하도록 제안한다. 하이퍼오브젝트는 존재론, 시간, 공간, 상호 연결에 관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하며, ANT와 더불어 추측적 디자인을 수행하는 디자이너에게 또 다른 관점을 열어줄 수 있는 이론이다.

2. 3. 팀 잉골드의 ‘내부에서 알기’

팀 잉골드는 인류학과 고고학, 예술과 건축 사이의 접점에 관한 일련의 주제로 연구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선사시대 인류의 손도끼를 소개하며 손도끼의 형태가 어떻게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디자인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에 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저자는 손도끼 제작자들은 특정 형태를 강요한 것이 아니라 돌의 성향을 따라가며 재료(material)의 잠재력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일했다고 주장한다(Ingold, 2013). 잉골드(Ingold, 2022)는 이러한 방법론을 ‘내부에서 알기(Knowing from Inside)’라고 명명하는데, 그는 제작자가 재료와 함께 수평적으로 일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디자이너 혹은 제작자가 재료를 마주할 때 재료보다 우위에서 다스리는 것이 아닌 낮고 겸손한 태도로 재료를 마주하는 것이 내부에서 알기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잉골드는 물질을 수동적이고 형태가 없는 물질로 취급하는 것을 거부하고, 재료를 제작의 능동적인 참여자로 취급한다. 또한 어떠한 물질이든 사물이 아닌 재료로 취급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물질에는 고유한 속성과 잠재력이 내재하여 있으며, 재료 앞에 투항(surrendering)한 채 재료가 과정을 이끌어가도록 하는 것이 제작자에게 요구되는 자세다. 재료는 정적이지 않고 실천을 통해 지속해 변주되는 물질이며, 이에 핵심적인 속성은 재료 안에 포진된 역사성이다. 그의 물질 이론에 따른 디자인 과정은 재료를 가져와서 특정한 형식을 부여하는 것이 아닌 재료에서 출발해 특정 재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무언가를 결합하거나 방향을 전환(redirect)함으로 출발한다.

잉골드가 재료를 바로 보는 관점은 추측적 디자인과 큰 연관성을 보인다. 먼저 잉골드의 선입견을 의도적으로 배재한 열린 탐구 과정으로서의 만들기(making)는 ‘만약’ 이라는 질문을 기반으로 한 추측적 디자인의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재료를 수동적인 대상이 아닌 능동적 참여자로 바라보는 관점은 추측적 디자인의 접근 방식을 확장한다. 문제해결 디자인과 완벽하게 작동하는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불확실하고 모호한 시나리오를 선호하는 잉골드의 생각은 추측적 디자인 사고의 실천과 함께 공명한다.

앞서 언급한 학자들은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처럼 물질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공통으로 물질을 생동하는 능동적 주체로 바라보아야 하며, 물질의 가변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통적으로 디자이너들은 만들고 싶은 대상을 계획하고 이에 알맞은 재료를 찾는 방식으로 일해 왔다. 이러한 과정은 재료를 수동적으로 다스려야 하는 대상으로 여겼다면, 위 학자들의 방식은 상반된 접근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이론에 서로 다른 관점도 존재한다. 라투르는 관계 안에서의 물질을 강조한다. 물질의 고유한 성질보다는 행위자에 따른 물질의 영향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재료를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아닌 의미를 변형시키는 매개체로 취급한다. 반면 모턴은 라투르가 말하는 관계보다 존재론적으로 선행하는 물질 자체를 강조한다. 하이퍼오브젝트는 관계 및 재료의 내적인 속성보다는 이에 따른 정서적 영향에 관심이 크다. 마지막으로 잉골드는 재료를 취급함을 통해서 드러나는 내적인 특징에 관심이 많다. 잉골드는 재료에 고착된 속성보다 내재한 가변성과 역사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차이점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각 이론이 지닌 핵심 키워드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Table 2>). 제시된 키워드를 중심으로 디자인 사례들을 바라볼 때 자칫 혼동될 수 있는 인문학적 담론의 영향을 보다 분명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하나의 이론이 물질을 다루는 데 유리하거나 절대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등장한 이론들과 디자인 사례들을 함께 놓고 분석할 때 어떤 부분을 디자인계에서 이미 시도했으며, 아직 시도해보지 못한 가능성의 영역은 어떤 부분이 있을지 발견할 수 있다.

Table 2
Keywords from theories regarding perspectives on materiality

Name Theory Keyword
브뤼노 라투르
(Bruno Latour)
행위자-네트워크 이론
(Actor-Network Theory)
관계
(Network)
티머시 모턴
(Timothy Morton)
하이퍼오브젝트
(Hyperobject)
독립성(Independent)
자율성(Autonomy)
팀 잉골드
(Tim Ingold)
내부에서 알기
(Knowing from Inside)
가변성(Variablity)
역사성(Historicality)

3. 인문학적 배경과 관련된 추측적 디자인 사례
3. 1. 알렉산드라 데이지 긴즈버그(Alexandra Daisy Ginsberg)―「수분 매개자 패스메이커(Pollinator Pathmaker)」

Figure 1 The Pollinator Pathmaker website tool(pollinator.art)

학제적 예술가 알렉산드라 데이지 긴즈버그가 만든 「수분 매개자 패스메이커(Pollinator Pathmaker)」는 꽃가루 매개자를 위한 예술작품이다. 이는 인간이 만든 생태계 파괴에 대응하는 실험이자 추측적 디자인 작업이다. 꿀벌, 말벌, 나비, 나방, 딱정벌레 등과 같은 곤충 수분 매개체는 식물이 번식하고 생태계가 유지되는 데 필수적인 존재들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 살충제, 외래 침입종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이에 긴즈버그는 원예학자, 수분 매개자 전문가, AI 과학자와 협력하여 인간이 원하는 정원이 아닌 수분 매개 곤충이 원하는 바에 맞게 식물을 배열하는 정원 디자인 알고리즘 도구를 설계했다(Kries & Stappmanns, 2023). 물론 알고리즘 도구는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편견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수분 매개자 패스메이커」는 인간의 시선을 최대한 완화하고 비인간 행위자 주체적으로 정원이라는 공간을 구축하는 데 목적을 둔다. 비인간 행위자들의 이동과 행위를 통해서 지속해 유지되고 변형되는 정원은 더 이상 고립된 공간이 아닌 비인간 행위자들의 네트워크로 구성된다. 이러한 시도는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ANT와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

「수분 매개자 패스메이커」는 온라인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구축되어 있으며, 땅의 면적과, 토양의 상태, 일조량과 같은 장소에 관한 질문들과 심고자 하는 식물 종의 양들을 손쉽게 컨트롤해서 생성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실제로 이 알고리즘 모델을 기반으로 긴즈버그는 영국 콘월(Cornwall)과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에 정원을 설치했고, 2023년 6월 개장한 독일 베를린의 LAS 예술 재단 외무 정원에도 80종 7,000여 그루 식물들로 구성된 수분 매개자를 위한 정원을 조성했다.

3. 2. 슈퍼플럭스(Superflux)―「충격 완화(Mitigation of Shock)」

「충격 완화(Mitigation of Shock)」는 아나브 자인(Anab Jain)과 존 아던(Jon Ardern)이 설립한 슈퍼플럭스(Superflux)가 기후변화로 인해 혼란스러운 미래의 상황에 놓인 아파트 주거지를 상상하는 추측적 디자인 프로젝트다. 이들은 티머시 모튼(Timothy Morton)의 하이퍼오브젝트를 직접적으로 인용하면서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같은 하이퍼오브젝트가 어떻게 장소와 무관하게 인간의 생활권에 접착되고, 고차원적 위상을 점유하는지 사변적으로 그려낸 프로젝트다(Superflux, n.d.).


Figure 2 Mitigation of Shock(London) - installation view

「충격완화」는 2017~19년에 걸쳐 런던 아파트를 배경으로 진행되었고, 이후 2019년에는 싱가포르 아파트라는 장소를 특정하여 제작된 바 있다. 작업은 각각 2050년과 2068년이라는 시간대로 설정되었고, 아파트 곳곳에는 버섯 재배, 밀웜 및 귀뚜라미 사육, 채소재배기와 같은 식생활과 관련 기기 등으로 채워졌다. 이 프로젝트는 기후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붕괴 같은 여파가 향후 도시인들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어떤 생활 방식으로 적응해 나가는지에 관한 서사를 보여준다. 「충격완화」는 얼핏 보면 미래를 비관하는 프로젝트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슈퍼플럭스는 「충격완화」가 근본적으로 낙관적인 미래를 그려낸 작업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사람들이 변화된 공간에서 낯선 친숙함을 미리 경험해 봄으로써 희망을 키우고, 행동 변화 및 대안적 사고를 열어주는 작업이라 말한다.

3. 3. 포르마판타즈마(Formafantasma)―「광석의 흐름(Ore Streams)」

디자인 듀오 포르마판타즈마의 「광석의 흐름」은 전자폐기물에 관한 리서치 및 디자인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사물, 영상,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미래에 다가올 전자폐기물 처리 문제에 관한 담론을 촉진하는 추측적 디자인 프로젝트다. 이들은 2080년이면 금속 매장지가 포화상태에 도달한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전자제품의 탄생부터 재활용까지의 제품 생태학을 연구했다. 특히 광산업의 역사를 바탕으로 식민지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광물의 유통경로를 추적했고, 많은 소비자가 사용하는 전자제품이 생산되는 데 어떠한 힘이 작용하는지를 다뤘다. 또한 전자제품 폐기물들을 수집해 폐기물들을 조합하고 변형해 의자, 테이블, 수납장 등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물질에 대한 역사성 조사와 디자인 방법론은 팀 잉골드(Tim Ingold)의 내부에서 알기와 밀접하게 닿아있다. 이들은 전시 인터페이스를 통해 물질의 내부 속성, 역사, 잠재력을 밝혀내고 쓰레기로 전락할 법한 가전 폐기물을 바탕으로 재료에 이끌린 사물을 만들어 냈다.


Figure 3 Ore Streams(Melbourne) - installation view
4. 국내 적용 가능성과 기대효과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이 배출하는 폐기물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이나 캠페인을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국내 기업도 자신들이 배출하는 쓰레기를 활용해서 건축 자재로 사용하는 사례들을 종종 접한다. 자동차 회사는 폐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조각들을, 정보통신 회사는 전자 기기 부품을 활용해서 테라초 타일을 제작해서 사용하곤 한다. 이는 쓰레기로 전락할 만한 재료들을 사용하는 긍정적인 시도이지만 여전히 브랜딩이라는 목적 지향적 우산 안에 머물러 있기에 특별한 메시지나 생각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와 자원 고갈, 에너지, 환경문제에 더불어 변화하는 정치, 사회, 환경 가운데에서 국내 디자인계도 단순히 외피의 변화만을 노력하는 것이 아닌 방법론과 문법에서의 변화를 꾀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제 간 연결을 통해 디자인 실천에서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작업에는 심도 있는 리서치가 기반되어야 한다. 물론 전통적인 방법론에서도 리서치는 중요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이전에는 사용자나 제조자 중심의 리서치가 주를 이룬 반면, 앞서 소개한 인문학 담론은 물질을 능동적 주체로 여기는 만큼 이에 부합하는 리서치 방향이 요구된다. 이에 따른 디자이너가 시도해볼 만한 방법론과 문법을 간략히 제시하고자 한다.

4. 1. 재료와 대화하는 디자인 방법론

디자인 브랜딩의 위상이 강화되고, 컴퓨터 소프트웨어들이 발전하면서 디자이너가 과거의 방식으로 그리고 만들며, 실제 재료와 마주하며 제작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회는 축소되고 있다. 하지만 재료를 이해하기 위해선 디자이너가 재료와 직접 마주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많은 경우 디자이너는 제작은 위탁하고 도면과 재료 선택까지만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재료의 속성을 이해하기 위해선 재료를 직접 다뤄보는 것이 중요하다. 젠테스와 마르코키아(Gentes & Marcocchia, 2023)는 이들의 논문 <The Forgotten Legacy of Schön: From Materials to “Mediums” in the Design Activity>에서 미국의 철학자 도널드 쇤(Donald Schön)의 이론을 인용하면서 디자인 과정에서 재료와 대화하는 모델을 제안했다. 여기서 대화는 초기 스케치부터 직접 모델을 제작하고, 재료의 고유한 속성을 경험하는 과정을 뜻한다. 앞서 언급한 학자 중 팀 잉골드 또한 재료를 직접 만져보고 경험해 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재료와의 기초적인 대화의 과정과 디지털 기술의 병행이 방법론에 반영될 때 재료의 가변성에 디자이너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4. 2. 공상과학(Science Fiction) 문법의 활용

공상과학(Science Fiction, 이하 SF)의 역사는 절대 짧지 않다. 20세기 초반부터의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SF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디자인 결과물이 실제 사용에는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디자인계에서는 비주류의 개별적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추측적 디자인은 문제해결이나 실제 사용보다 발설되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기존 SF 디자인의 문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수 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생태학과 같은 현대의 많은 주제는 SF 문법을 활용해서 가시화할 수 있다. 한편 미디어 문학자인 셰릴 빈트(Vint, 2021)는 SF에서도 실제 물질로 구현해 보는 것의 필요성에 관해서 언급한다. SF계에서도 더 이상 이들의 존재 목적이 깨끗하고 이상적 미래를 상상하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SF계에서도 물질에 관한 필요성이 언급되는 만큼 디자이너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서 이들의 문법을 전유해 활용해 볼 때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5. 결론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보편화된 사용자 중심 디자인(user-centered design)도 역사적으로 오래된 접근은 아니지만, 기술, 사회, 지식의 변화와 함께 사물, 물질, 재료에 관한 인식도 변화한 만큼 이들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디자인 방법론도 지속적인 갱신이 필요하다. 물론 인공지능이나 제너레이티브 디자인(generative design)과 같은 신기술과 함께 방법론을 만드는 것도 길을 개척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외부 인문학적 담론들과 연결 짓는 학제 간 연구를 통해서도 동시대에 화답하는 방법론을 끌어낼 수 있다. 이러한 예시가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 객체지향 존재론(Object-Oriented Ontology) 등으로 대표되는 신유물론 진영의 학자들과 팀 잉골드와 같은 인류학 등으로의 학제 간 연결이다. 연결 작업을 통해 디자이너와 디자인 연구자는 재료를 마주하는 시야를 확장하고 동시대 문제를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작업이나 연구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 분석한 디자인 사례들은 모두 물질을 능동적 주체로 취급하며 물질의 가변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사고에 기반 한 작업들이다. 이들은 디자인 재료를 디자이너의 상상이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동등한 객체로서 여기며 이를 통한 조형, 인터페이스 혹은 맥락 등을 창출해 냈다. 이러한 관점에 따른 동시대 디자인 실천에서 과거 굿 디자인 가치들에 비해 부각되어야 하는 가치는 투영성이다. 디자인 이론가 프리드리히 폰 보리스(Borries, 2020)에 따르면 투영적 디자인(projective design)은 조건화된 선택지를 제공하는 디자인이 아닌 행동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용인된 디자인을 말한다. 여기서 보리스는 투영적 디자인을 사용자의 영역에서의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의 확장을 이야기하지만, 본 연구는 투영적 디자인을 사람과 사용자에만 국한시키는 것이 아닌 물질과 재료의 영역까지 확장시켜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학제 간 연구를 통해 물질과 재료를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고, 인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위치까지 고양해 볼 때 현재 놓인 다양한 쟁점을 마주하는 시각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국내 디자인계가 신기술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담론들과도 연결된 연구를 시도할 때 새로운 조건과 실험이 일어나기 위한 논리적 토대가 갖춰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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