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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nification by Meta-linguistic Features of the Visual Paradox
: The Approach through Semiotic Analysis of Advertising Examples
시각적 패러독스의 메타언어적 특성에 의한 의미작용
: 광고 사례의 기호학적 분석을 통한 접근
  • Jin-Gon Kim : Hongik University Graduate School

A paradox is a rhetorical device which has been studied for a long time in diverse disciplines such as logic, philosophy, mathematics, physics, etc. It also has been studied by many scholars from Aristotle to Bertrand Russell. Paradox appears in various styles in the visual arts, which lead to contradiction or is opposed to intuition. In the age of media that is quantitatively saturated, advertising requires a lot of effort to capture the sympathy of audiences. As part of the means of expression for that necessity, ad creators must utilize high-level rhetorical techniques. The visual paradox is one of the highly noted rhetorical techniques due to its signification structure.

This study was conducted on the basis of these facts. This study focused on the that a visual paradox is the result of binary opposition between the image and the text by the signification structure according to the original definition of a paradox. Regarding the preceding argument, by considering previous studies, it was identified that a visual paradox creates connotations through the use of meta-language. And it determined that connotation, as a result of meta-linguistic signification, is a real intention which advertising insists on. In conclusion, use of a visual paradox is an effective method to communicate the message of advertising to audiences.

Abstract, Translated

패러독스는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버트런드 러셀에 이르기까지 많은 학자들이 논리학, 철학, 수학, 물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오랫동안 다룬 수사법이다. 모순을 발생시키거나 직관에 반하는 명제인 패러독스는 시각 예술 분야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양적 포화 상태인 미디어의 시대에서 광고는 수용자의 공감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한 표현 방법의 일환으로 광고 제작자들은 고차원적인 수사법의 활용이 필수불가결하다. 그 중 시각적 패러독스는 의미작용 구조로 인해 최근에 많이 주목 되고 있는 수사법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본 논문은 이러한 사실을 기초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시각적 패러독스는 패러독스 본래의 의미작용 구조에 의해 이미지와 텍스트의 이항대립이라는 형태로 주로 발생한다는 것에 주목하였다. 이로 인해 시각적 패러독스의 의미작용은 메타언어에 의한 부가의미를 생성한다는 것을 선행 이론의 고찰을 통해 규명하였다. 메타언어적 의미작용의 결과물인 부가의미가 광고가 원래 주장하고자 하는 진의임을 광고 사례의 기호학적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논의들을 통해 시각적 패러독스는 광고의 메시지를 수용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Keywords:
visual paradox, meta-language, signification, rhetoric, semiotics, advertising, 시각적 패러독스, 메타언어, 의미작용, 수사학, 기호학, 광고.
pISSN: 1226-8046
eISSN: 2288-2987
Publisher: Korean Society of Design Science
Received: 02 Aug, 2011
Accepted: 04 Oct, 2011
Printed: Feb, 2012
Volume: 25 Issue: 1
Page: 237 ~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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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ation: Kim, J. (2012). Signification by Meta-linguistic Features of the Visual Paradox - The Approach through Semiotic Analysis of Advertising Examples -. Archives of Design Research, 25(1), 237-246.
1. 연구 목적 및 방법

광고는 제품 판매의 촉진이나, 기업 이미지의 상승을 위해 사용된다. 광고는 수용자(audiences)를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표현으로 수용자에게 접근한다. 수용자는 광고를 보고 제품의 구매 의사를 결정하는데, 광고가 효과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용자에 대한 설득이다. 이때 광고의 메시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는 미디어가 과다하게 존재하고, 미디어를 통한 정보는 수용자의 지각에서 매우 신속하게 통과되어 버린다. 이렇게 현대의 미디어에서는 대량의 정보가 매우 빠르게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고가 수용자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수용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광고의 표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수용자가 광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호체계나 수사법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수용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로서 시각적 패러독스를 들 수 있다. 시각적 패러독스는 의도적으로 직관을 벗어난 이미지를 전달하여, 수용자로 하여금 의문점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의문점을 통해 수용자는 적극적으로 광고에 내포된 의미를 해석하려 한다.

선행 연구인 “시각적 패러독스에서 이미지와 텍스트의 상관관계”(김진곤·박영원, 2012)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자는 선행 연구에 대한 보완의 필요성을 느꼈으며, 더욱 발전된 결론을 이끌고자 한다. 본 논문은 시각적 패러독스의 정의와 그 구조에 대한 논의를 심화하고자 한다. 또한 기호학적 접근을 통해 시각적 패러독스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이 어떠한 형태로 의미작용을 하는지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다양한 사례를 추가 수집하여 사례 분석을 통하여 주장을 더욱 보강하고자 하며, 객관적으로 증명된 기호학 이론을 근거로 분석 모형을 설계하여 해석의 자의성을 줄이고자 한다.

2. 시각적 패러독스의 정의와 메타언어적 특성
2.1. 시각적 패러독스의 정의

논리학에서의 패러독스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패러독스는 모순(contradiction)을 이끌거나 직관에 반하는 상황을 이끄는 언표(statement)혹은 언표의 집합체이다.”1) 버트란드 러셀(Bertrand Russel)에 의하면 패러독스는 “황당할 정도로 비상식적이지만 결론에 이르기까지 겉으로 보이는 추론 과정은 매우 건전하고 합리적이어서 설득력이 충분히 있는 견해”를 말한다.(오채환, 2006, p.13)

수용자가 패러독스를 접하게 되면 ‘비상식적인 표현’으로 인해 혼란스러워 한다. 이로 인해 패러독스는 수용자의 기억에서 바로 지워지지 않고, 장시간 머무르게 된다. 마틴 가드너(Martin Gardner)에 따르면 수용자는 패러독스의 진의(real intention)를 알기 위해 사고를 반복하고 마침내 해답을 얻는다.(Gardner, 1985, p.8)해답을 얻은 후 수용자는 ‘깨달음의 기쁨’이라는 성취감을 통해 메시지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갖게 된다.

시각 예술 분야에서 패러독스는 아이디어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사용된다. 초현실주의(surrealism) 회화나 광고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패러독스의 성격상 이미지만으로는 그것이 패러독스인지 판명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시각적 패러독스는 이미지와 텍스트가 결합된 형태로 주로 나타난다.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작품, Ceci n'est pas une pipe (1928)의 경우에도 파이프 그림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내용의 텍스트가 결합하여 모순이 발생한다. 이러한 예는 마그리트의 다른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그림 1])


[그림 1] René Magritte, “Les charmes du paysage”(1928)

[그림 1]역시 텅 빈 액자 밑에 “풍경”이라는 텍스트가 결합하여 모순이 발생한다. 아무 것도 그려져 있지도 않고, 뒷면이 없이 뚫린 액자는 풍경이 될 수 없으나, 마그리트는 이것을 풍경이라 지칭하고 있다. 이러한 마그리트의 일련의 작품들은 시각적 패러독스에서 이미지와 텍스트가 서로 다른 방향을 지향하여, 명제 간의 모순이나 불합치를 유발한다. 하지만 시각적 패러독스에서 이미지와 텍스트는 항상 대립하지 않는다.


[그림 2] Magimage “Tree” 광고

[그림 2]는 실제 풍경에 거대한 손이 핀셋으로 나뭇잎을 붙이는 이미지와 “Photo retouching.”이라는 텍스트가 결합한 형태이다. 수용자는 텍스트를 통해 직관에 반하는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모호성을 보완한다. 이와 같이 광고에서 시각적 패러독스는 주로 직관에 반하는 이미지로 인해 발생하는 의문점을 텍스트가 보완해주는 형태로 주로 나타난다. 수용자는 이미지를 최초로 접했을 때의 의문점을 텍스트를 통해 보충하고자 하는 욕구가 발생하고, 텍스트는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형태는 이미지와 텍스트가 동등한 지위의 명제로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라는 명제를 텍스트가 증명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텍스트가 없이 이미지만으로도 시각적 패러독스는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지만 있을 경우 해석 과정에서 자의성(arbitrariness)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해당 이미지에 사용된 수사법이 시각적 패러독스라고 지칭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각적 패러독스는 이미지나 텍스트 둘 중 하나의 요소만으로 성립되기 보다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상호 작용을 통해 결정된다.

2.2. 기호학에서의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사진의 메시지에 대한 저술에서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텍스트는 이미지를 공시하게끔 되어 있는, 즉 메시지에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이차적 시니피에를 <불러일으키는>, 기생적인 메시지를 구성한다. (중략) 예전에는 이미지가 텍스트를 삽화로 보여주었으나(텍스트를 보다 명확하게 해주었으나), 오늘날에는 텍스트가 이미지를 무겁게 만들며, 이미지에 문화, 도덕, 상상력을 부담 지운다. 예전에는 텍스트에서 이미지로의 축소가 있었으나, 오늘날에는 이미지에서 텍스트로의 확대가 있다.(Barthes, 1961, p.94)

과거에는 텍스트를 통해 이성적으로 접근하였다면, 현재는 이미지를 통해 감성적으로 접근한다. 과거에는 긴 문장으로 수용자를 논리적으로 설득하였지만, 현재는 간결하고 강한 메시지로 수용자를 설득한다. 현대는 미디어의 사회이고, 너무도 많은 미디어가 존재한다.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에 의하면 “미디어는 빛의 속도로 지나가고, 수용자는 생각하지 않고 감성적으로 받아들인다.”(코디 최, 2006, pp.252-253)이제는 미디어 안에서 수용자를 차분히 설득할 여유는 없기 때문에 텍스트 중심의 미디어는 이미지 중심의 미디어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미지와 텍스트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현대 광고에서 광고주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광고의 진의, 즉 ‘부가의미(connotation; 공시의미)’는 기호의 단층 속에 숨어 있다. 외시된(denoted)이미지의 기호에서 알아채지 못한 것을 텍스트를 통해 보충하지 않으면 부가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텍스트는 이미지의 시니피에(기의)들 사이에서 독자를 지도하며, 거기에서 어떤 것은 피하고 다른 어떤 것은 받아들이도록 해준다. -중략- 텍스트는 확실히 이미지를 향한 창조자의 시선의 권리이다. 정박은 감독이며, 메시지의 사용에 관한 그림들의 투사적인 힘에 직면한 책임감을 보유한다. 이미지의 시니피에들의 자유에 비해, 텍스트는 억압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Barthes, 1961, p.96)

하지만 이미지와 텍스트는 단순히 지시적으로 결합하지 않는다. 텍스트는 이미지를 거들기도 하고, 때론 부정하기도 한다.

2.3. 메타언어와 시각적 패러독스

현대 사회의 기호들은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자신의 요구를 실현한다.(신항식, 2003, p.213)패러독스 역시 논리의 다층 구조 위에서 성립한다. 패러독스는 수용자에게 1차적으로 다가오는 ‘대상언어(object language)’와 그 안에 숨어 대상언어를 지시하는 ‘메타언어(meta-language)’로 구성된다. 시각적 패러독스의 경우 이미지가 대상언어가 되고, 텍스트가 메타언어가 되어 상호 대립 혹은 보완의 관계성을 가진다. 이 때 이미지라는 대상언어만으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고 해석의 자의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텍스트라는 메타언어가 필요하다.

바르트는 기호의 의미작용 활동을 통해 또 다른 기호가 생성되는 과정을 메타언어 활동이라 하였다.(Barthes, 1957, pp.272-273) 바르트에 의하면 “하나의 메타언어가 새로운 메타언어의 대상언어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며, 메타언어는 기술의 안쪽에 자리한 실제 대상을 겨누면서, 앞서 나온 메타언어를 취한다.”(Barthes, 1964, pp.79-80)

기호가 끊임없이 기호를 낳는 과정은 알프레드 타르스키(Alfred Tarski)의 ‘언어계층설’과도 닮아 있다.“타르스키는 역설을 발생시키는 언어에서는 어떤 구조적 특징이 발견된다고 주장했다.”(Yamaoka, 2001, pp.54-55)타르스키는 기원전부터 전해져 오던 오래된 패러독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면서 “일반적으로 어떤 사실에 관해서 말하는 언어와 그 언어에 관해서 말하는 언어(가령 어떤 명제의 진위를 논하는 말)는 계층을 달리해야 한다.”2)라고 주장하였다.

언어계층설에 따르면 메타언어는 대상언어를 보충해주는 더욱 정교한 언어이다. 가드너는 타르스키의 언어계층설을 기초로 패러독스의 메타언어에 대해 사다리의 비유를 들어 설명하였다.

“사과는 붉다”또는 “사과는 파랗다”와 같은 명제들은 대상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명제들의 진리성에 대한 명제는 메타언어로 구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A: 명제 B는 거짓이다.” “B: 사과는 파랗다.”

대상언어로 표현된 B문장의 진릿값을 다루는 A문장이 메타언어로 적혀 있기 때문에 여기에는 아무런 패러독스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메타언어의 진리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더 정교한 메타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끝없는 사다리에서 각각의 단은 그 밑의 단에 대해서는 메타언어가 되고, 그 위의 단에 대해서는 대상언어가 된다. (중략) 참이니 거짓이니 하는 단어는 이 대상언어에 나타나지 않는다. 명제의 참 거짓에 대해 말하려면 사다리의 다음 단, 즉 메타언어를 이용해야 한다. 메타언어는 대상언어 전체를 포함하지만, 그 대상언어의 참 거짓을 판단해야 하므로 대상언어보다 훨씬 길고 상세해야 한다.(Gardner, 1985, pp.35-36)

바르트의 이론과 타르스키의 언어계층설을 종합해보면 시각적 패러독스에서 텍스트는 이미지라는 대상언어를 지시하는 메타언어가 된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보면 시각적 패러독스는 [그림 3]과 같이 도식화할 수 있다.


[그림 3] 시각적 패러독스의 구조
3. 패러독스의 유형 분류
3.1. 자기언급

자기언급(self reference)은 패러독스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널리 알려진 에피메니데스의 “모든 크레타 사람은 거짓말쟁이”이다. 흔히 '거짓말쟁이 패러독스(liar paradox)'라고도 불리는 자기언급은 "자신을 포함하는 집합"(Yamaoka, 2001, p.280)으로서, 이는 근대 집합 이론에서 금지되어 있다. 명제가 자신이 속한 집합을 부정할 경우에 논리적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3.2. 모순 및 무한역행

모순(contradiction)의 기본적인 형태는 “A도 맞고, B도 맞다.”이다. 그러나 두 가지 명제 A와 B는 서로 부정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동시에 존재하거나 성립할 수 없다. 때로는 복수의 명제가 존재하지 않아도 모순이 성립 가능하다.(Hughes; Brecht, 1975, p.2)

무한역행(infinite regress)역시 두 개의 명제가 동시에 제시된다. 두 명제는 개별적으로는 참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부정함으로써 패러독스가 된다.(Gardner, 1985, p.22) 모순과 무한역행은 자기언급의 여부로 구분된다. 모순의 두 명제는 서로를 배제한 자기언급의 형태이지만, 무한역행은 자기언급을 배제하고 상대 명제에 대해 언급하는 형태이다.

3.3. 진실의 패러독스와 허위의 패러독스

'진실의 패러독스(veridical paradox)'와 '허위의 패러독스(falsidical paradox)'는 윌라드 콰인(Willard V. O. Quine)이 주장한 패러독스의 유형이다.(Quine, 1966, p.5) 진실의 패러독스는 외형적으로는 모순되거나 직관에 반하지만, 논증을 통해 참으로 증명되는 명제이다. 반대로 허위의 패러독스는 외형적으로는 참으로 보이지만, 논증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여 모순된 결과가 도출되는 명제이다.(Quine, 1966, p.3)

3.4. 이율배반(antinomy)

'그렐링과 넬슨의 패러독스'에 의하면 모든 형용사는 '자기서술(autological)의 형용사'와 '비자기서술(heterological)의 형용사'로 나뉜다. 그러나 '비자기서술'이라는 단어는 자신이 지시하는 의미에 부합하므로 자기서술의 형용사가 된다. '비자기서술'이라는 단어는 자신이 지시하는 의미의 집합에 포함되지 못하게 된다.(Grelling; Nelson, 1908)콰인은 이와 같이 자가당착(self-contradictory)에 빠지는 패러독스를 '이율배반'이라 하였다.(Quine, 1966, p.5)

4. 광고에 나타난 시각적 패러독스 분석
4.1. 분석 모형 설계

바르트에 의하면 메타언어적 의미작용 체계는 “1단계의 기호가 2단계의 의미작용 체계의 기의이며, 새로운 기표와 연결됨으로써 의미작용을 하는 체계”이다.(박정순, 1995, p.272, [그림 4])


[그림 4] 메타언어의 의미작용 구조

대부분의 경우 메시지의 의미작용은 1단계 의미작용뿐만 아니라 부가의미3)나 상위언어4)와 같은 2단계 수준의 의미작용이 복합적으로 섞여 일어난다. (중략)보도사진이나 패션사진을 설명하는 언어는 지시의미5)적 수준에서 상위언어로서 작용한다. 그러나 이 상위언어는 다시 부가의미적 의미작용과 연결된다.(박정순, 1995, p.273)

시각적 패러독스의 이미지라는 대상언어는 [그림 5](Barthes, 1964, p.93)의 실재계(real system)의 기호에 해당한다.


[그림 5] 의미작용의 상호관계

대상언어는 실재계에서의 의미작용 단계를 거친 후에 새로운 기표, 즉 텍스트라는 메타언어적 기표와 결합하여 새로운 기의를 발생시킨다. 이 때 시각적 패러독스는 1단계 의미작용만으로는 충분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다. 기표가 비일상적이고 직관에 반하므로 기의가 해석되어도 진의를 알 수 없다. 그러므로 필연적으로 메타언어적 기표인 텍스트를 필요로 하고, 이로써 추출되는 기의를 해석해야만 진의인 부가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의미작용 과정에서 대상언어와 메타언어가 논리적으로 어떠한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패러독스의 유형이 결정된다.

이에 본 논문은 [그림 5]의 의미작용 체계를 기초로 광고 사례 분석을 위한 모형을 다음 [표 1]과 같이 제시한다.

[표 1]
광고 사례 분석 모형


4.2. 구글 “Did you mean?”광고 분석

[그림 6] 광고 이미지
[표 2]
광고 사례 분석 내용


[그림 6]의 광고는 달 표면에 있는 땅콩과 전쟁터에 있는 양이라는 이미지를 제시한다. 이미지에 나타난 대상은 각각의 배경에 어울리지 않는 물체이다. 상식을 벗어난 이미지의 기표인 [표 2]의 ①은 해석 과정을 통해 ②와 같은 기의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미지의 기의가 해석이 되어도 여전히 기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의로 인해 이미지는 더욱 논리성이 결핍된다. ③의 텍스트가 결합되어야만 기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의미인 ④가 파악된다.

이러한 의미작용 과정을 거쳐야 광고의 진의, 즉 부가의미인 ⑥이 비로소 수용자에게 인식된다. ④와 ⑥이 드러나야만 이 광고가 왜 이런 표현을 하였는지, 직관에 반하는 ①의 기표에 당위성이 부여된다. 따라서 이 광고는 외형적으로는 모순되는 지시 대상을 표현하고 있으나, 해석 과정에 의해 논리적으로 성립되는 진실의 패러독스로 분류될 수 있다.

4.3. 구글 “Know before you go”광고 분석

[그림 7] 광고 이미지
[표 3]
광고 사례 분석 내용


[그림 7]의 경우는 [그림 6]과 반대의 형태이다. [그림 7]의 기표 [표 3]의 ①에 나타난 환경은 희소성은 있을지 모르나,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다. ②의 기의까지 해석이 되어도 이와 같은 이유로 논리적인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지 기호에 모순된 텍스트 기호 ③이 제시되는 순간, 이미지의 논리성은 붕괴되어 버린다. 이후 ④와 ⑥의 과정을 거치면서 대상언어의 논리적 모순점은 계속 드러나게 된다.

의미작용 분석 결과 이 광고는 외형적으로는 논리적이지만 논증에 의해 오류가 발생하는 허위의 패러독스로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텍스트가 이미지라는 명제의 증명이 아닌, 이미지와 텍스트가 동등한 명제라는 관점에 의해 모순으로 분류될 수 있다.

4.4. KIA 스포티지 광고 분석

[그림 8] 광고 이미지

KIA Motors, Sportage: Drive-in


[표 4]
광고 사례 분석 모형


[그림 8]은 앞의 [그림 6]과 동일한 형태의 의미작용 구조를 가진 광고이다. 이미지가 텍스트를 통해 보완되어 최초에 발생된 논리적 허점이 상쇄되는 경우이다. 이 광고 역시 논리적 모순이 검증에 의해 논리성을 갖게 되는 진실의 패러독스이다.

수용자는 이미지의 기표 ①을 보고 어색함을 느낀다. ②의 이미지의 기의에서 자동차 극장에서 스크린을 등지고 있는 차를 한 대 발견하고, 일상적이지 않은 광경에 더욱 의문을 느낀다. 그러나 ③에 언급된 후방 카메라(rearview camera)라는 텍스트를 통해 광고 속 인물들의 행동의 이유 ④를 알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상황의 묘사를 통해 광고는 제품의 특성 ⑥을 역설적으로 강조할 수 있다.

4.5. BMW “Barely driven” 광고 분석

[그림 9] 광고 이미지
[표 5]
광고 사례 분석 내용


[그림 9]는 기표 상태에서 의문점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의문점을 발생시키는 요소의 크기가 작아서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지에서 벌레나 돌을 발견하여 기의 ②가 도출되어도 여전히 의문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그림 9]의 광고는 허위의 패러독스가 된다. “간신히 운전하셨군요.”라는 이미지와 불합치 하는 텍스트 ③으로 인해 이미지의 논리성이 깨지기 때문이다. 또한 텍스트가 이미지 속의 상황을 부정하고 있으며, 텍스트의 상황과 반대되는 이미지가 제시되었기 때문에, 이 광고는 무한역행의 패러독스로 설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광고에 사용되는 텍스트는 주로 이미지를 보완하지만, 이와 같이 이미지와 텍스트가 대립하는 형태도 존재한다. 패러독스는 ‘양비론적 사실(non-dual truth)로 표현된 명백한 모순’으로 정의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4.6. 국제사면위원회 “Manywomen” 광고 분석

[그림 10] 광고 이미지
[표 6]
광고 사례 분석 내용


[그림 10]의 광고에 표현된 문이나 사다리는 여성들의 남편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광고에서 문이나 사다리는 여성들이 당하는 가정 폭력의 수단이라고 텍스트는 설명하고 있다. 남편을 폭력의 도구 자체로 표현한 부분은 자기언급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또한 비일상적인 상황이 주는 직관에 반하는 의문점은 텍스트로 인해 해소된다. 그러므로 [그림 10]의 광고는 진실의 패러독스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징적인 표현과 그를 보완하는 텍스트로 인해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모순점에 대한 이유가 밝혀지고, 이를 통해 광고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이해하기 쉽고, 강렬하게 수용자에게 인식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5. 결 론

시각적 패러독스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메타언어적 의미작용을 통해 표출된다. 사례 분석에서 알 수 있듯이 광고의 시각적 패러독스는 이미지의 불합리성과 모호성을 텍스트가 보완해주는 형태로 나타난다. 시각적 패러독스는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표현에서 즉각적으로 진의를 파악할 수 없다.

고정되지 않은 의미는 광고의 기호들 사이의 상호 보완을 거쳐 의미가 확정되는 복잡한 의미작용 구조를 생성한다. 이러한 의미작용 구조는 수용자에게 의문점의 해소를 위한 기호의 해석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 수용자는 적극적인 해석을 통해 각각의 기호가 갖는 진의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수용자가 진의에 접근하는 과정은 메타언어적 의미작용에 의한 것이며, 이러한 의미작용은 [그림 11]과 같은 구조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림 11] 시각적 패러독스의 의미작용 구조

[그림 11]과 같은 의미작용의 과정에서 광고 속에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이미지와 텍스트는 유기적인 관계성을 갖게 된다. 이로 인해 각각의 기호들이 제한적으로 전달하는 의미들은 상호 결합을 통해 의미가 구체화된다. 조합된 의미의 파편들은 커다란 의미작용의 형태를 도출하며, 이는 전적으로 수용자의 적극적인 해석의 결과이다.

광고 해석에 대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는 수용자로 하여금 메시지에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또한 제품에 대한 관심과 호감을 상승시킨다. 이러한 의미작용의 과정을 통해 광고주는 제품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광고가 수용자의 지각에 자리 잡게 되면 제품의 구매 욕구나 기업에 대한 호감도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각적 패러독스는 메시지 전달의 기대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수사 기법이다.

그러나 시각적 패러독스에도 한계점은 존재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표면적으로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해석의 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현재처럼 미디어 과잉의 시대에서 광고는 원하지 않는 정보의 전달이다. 수용자는 광고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하려고 하기 때문에, 패러독스는 원래의 의도와는 반대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해석의 과정을 필요로 하고, 의미작용에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최초로 노출되는 기호, 즉 이미지의 표현이 강렬해야 한다. 극히 짧은 시간에 수용자의 의식에 기억될 수 있는 자극적인 이미지의 사용이 불가결하다.

본 연구는 사례 분석을 통한 시각적 패러독스의 메타언어적 의미작용을 논의하였다. 이를 토대로 광고의 수사법의 하나로서 시각적 패러독스의 의의를 제시하였다. 다만, 국내 광고에서 시각적 패러독스 사례가 발견되지 않아 해외 광고 분석에만 그친 점, 패러독스의 모든 유형이 발견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계점은 존재하지만 시각적 패러독스가 메시지 전달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 본 연구의 결론이다. 이러한 논증을 바탕으로 향후 시각적 패러독스에 관한 수용자의 반응 등에 대한 실증적 연구 등이 시도된다면, 본 연구는 이에 대한 이론적 참고가 되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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