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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ular Culture's Positive Influence on High Culture as Taste by Borrowing Contents and Forms from High Culture
: With a Focus on the Thonet Chair redesigned by MUJI
취향문화로서 대중문화의 고급문화 차용(借用)이 고급문화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 MUJI의 Thonet Chair Redesign 사례 중심으로
  • Eun-A Ha : Seoul National University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apply culture theory (Herbert, J. Gans, High Culture and Popular Culture as Taste)to a product design case.

The reinterpretation case study of the Thonet No.14 Chair 1859, which was manufactured by Michael Thonet, to the MUJI chair 2009 raises an objection to the opinion of popular culture critics that popular culture"s borrowing of contents and forms from high culture has a negative impact on high culture.

Also, two aspects of the positive influence of popular culture on high culture is explored, the persistence of high culture and expansion of high culture users. In addition, it is suggested that a culture that contains the contents and values of the spirit of the age is not a fixed one but a constantly changeable and evolvable one.

Abstract, Translated

본 연구는 취향문화로서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에 관한 문화이론을 제품화된 디자인 사례로 짚어본 사례연구이다. 1859년 미하엘 토네트(Michael Thonet)에 의해 제작된 토네트 14번(Thonet No.14) 의자와 2009년 이를 재해석한 무지(MUJI)사의 무지 매뉴팩처드 바이 토네트(Muji Manufactured by Thonet)를 통해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고급문화에서 그 내용과 형식을 차용한 디자인이 원형이 되는 고급문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보았다. 결국, 원작인 고전의 제품 생명력이 연장되고, 고급문화 향유자(User)의 확대라는 두 가지 긍정적인 측면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사회의 제 가치, 시대정신과 내용을 담은 디자인과 문화는 고정되어 불변하는 존재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함께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진보한다는 사실도 함께 제시하였다.

Keywords:
Taste Culture, High Culture, Popular Culture, Thonet Chair, 취향문화, 고급문화, 대중문화, 토네트 의자.
pISSN: 1226-8046
eISSN: 2288-2987
Publisher: Korean Society of Design Science
Received: 15 Jul, 2011
Accepted: 14 Dec, 2011
Printed: Feb, 2012
Volume: 25 Issue: 1
Page: 47 ~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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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ation: Ha, E. (2012). Popular Culture's Positive Influence on High Culture as Taste by Borrowing Contents and Forms from High Culture - With a Focus on the Thonet Chair redesigned by MUJI. Archives of Design Research, 25(1), 47-56.
1. 서 론
1.1. 연구 목적

본 연구는 약 20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대중문화 비판론자들에 대한 반론이며, 대중문화 역시 고급문화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취향문화임을 강조하고, 대중문화가 결코 고급문화와 사회 전체에 해를 끼치고 있지 않는다는 Herbert, J.Gans1)에 대한 지지의 입장을 디자인 사례를 통해 밝히고자 한다.

Herbert, J.Gans는 그의 대표저서인 『대중문화와 고급문화(Popular Culture and High Culture: An Analysis and Evaluation of Taste)』에서 대표적인 대중문화 비판론자인 로웬달(Leo Lowendal), 맥도날드(Dwight Macdonald)의 대중문화 비판에 대해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유사성을 강조하고 대중문화가 사회에 해악을 주는 것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그 역시 이를 증명하기 위해 사례를 들어 반론을 제시하고 있으나 Herbert, J.Gans는 저널리스트로서 잡지나 신문, 영화, 드라마 등 각종 매체중심의 사례로 반박하는 바, 본 연구에서는 디자인의 사례를 통해 이를 입증해 보고자한다. 21세기 디자인이 문화를 투영하고 인간의 삶을 담는 매우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시점에서 제품화된 디자인의 사례를 통해 문화이론을 짚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연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1859년 미하엘 토네트(Michael Thonet)에 의해 제작된 Thonet No.14는 150년이 지난 2009년 무지(MUJI)사에 의해 무지 매뉴팩처드 바이 토네트 (Muji Manufactured by Thonet)로 리디자인 되었다. 이 사례를 중심으로 대중의 문화가 고전이라 할 수 있는 고급문화에서 그 내용과 형식을 차용하는 것이 원형인 고급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서로에게 유익이 된다는 사실을 밝히고자 한다. 또한, 그 사회의 제 가치와 시대의 정신, 내용을 담은 문화는 '대중문화' 또는 '고급문화'라고 정해진 고정불변의 존재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함께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진보한다는 사실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1.2. 연구 범위 및 방법

연구의 범위는 대중문화 비판론자들의 비판 내용 중 대중문화가 그 내용과 형식을 주로 고급문화에서 차용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원형인 고급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주장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말하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개념은 이분법적으로 이루어진 상반된 개념이 아니라 좀 더 세분화된 취향문화의 개념을 말하는 것으로 [표1]의 다섯 가지 취향문화(Taste Culture)2)중 각각 상급문화와 중상급문화의 두 가지 문화개념을 의미한다. 이 취향문화라는 개념은 Herbert, J.Gans가 제시한 것으로 비슷한 취향을 선택을 하는 집단의 구성원을 파악한 결과 그들이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즉, 경제력과 교육수준이 비슷한 취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의미이다. 경제력과 교육수준은 각각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의 형태로 세습되는 경향이 높아 같은 취향문화임에도 불구하고 계급의 개념처럼 상급, 중상급, 중하급 등의 문화로 설명하고 있다.

[표 1]
취향문화(Taste Culture)의 5가지


연구 방법으로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본 연구가 사례연구이기 때문에 먼저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디자인 사례를 선정한 후 논리를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고급문화의 대표사례로는 1859년 미하엘 토네트(Michael Thonet)에 의해 제작되어 세계 100대 명품 중 하나로 꼽히고 있고, 의자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ThonetNo.14를 선정하였고, 2009년 이 의자를 무지(MUJI)에서 재해석한 Muji Manufactured by Thonet를 중상급문화의 대표 즉,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사례로 정하였다. [그림1]

중상급문화를 대중문화의 대표로 선정한 이유는 대중문화 비판론자들의 대상이 바로 중상급 취향문화의 공중(Taste Public)들이기 때문이다. 대중문화 비판론자들은 중상급 취향문화의 공중들이 수준과 질이 우수한 고급문화가 이미 존재하는데도 이를 향유하려 하지 않고, 고급문화에서 내용과 형식을 차용한 그들만의 대중문화를 따로 만들어 사용한다는 이유로 이 집단에 적대적이다.

대중문화의 대표사례로 선정된 Muji Manufactured by Thonet는 궁극적 합리주의, 개성보다는 조화를 철학으로 삼고 있는 무지(MUJI)사의 이념과 이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는 주된 사용자(User)의 취향을 고려해 볼 때 중상급문화의 대표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여 선택하게 되었다.


[그림1] 사례로 선정된 Thonet No.14와 Muji-Thonet Chair

그러나 미하엘 토네트(Michael Thonet)에 의해 최초 제작된 1859년 당시 Thonet No.14는 결코 상류층을 대상으로 제작된 고급문화가 아니었으며 오히려 당시의 대중문화의 전형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Thonet No.14가 고급문화화 되어 가는 과정도 연구 내용에 포함시켰다. 즉, 생성된 문화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를 거쳐 진화하는 순환적 과정을 더불어 살펴보았다.

전체적인 연구의 틀을 다시 살펴보면 첫째, 대중문화 비판론자들의 비판의 내용 중 대중문화가 고급문화에서 내용과 형식을 빌려옴으로써 발생하는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면밀히 살펴본 후 둘째,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두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반박하였다. 1) 고급문화의 생명력 연장, 2) 고급문화 향유자(User)영역의 확대라는 긍정적 영향에 대해 논하였고, 마지막으로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진보적 순환이라는 나선형 모델(Spiral Model)을 제시 하였다.

[표 2]
연구의 틀


2. 대중문화 비판론의 이론적 배경

대중문화 비판론자들은 대중문화의 상업적 특성, 고급문화에 가하는 위협, 수용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 사회에 미치는 해독 등의 이유로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가진다.

-. 대중문화 창조의 부정적 측면 : 대중문화는 영리추구에만 마음을 두고 있는 기업인에 의해 대량 생산되므로 고급문화와는 달리 바람직하지 못하다.

-. 고급문화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 대중문화는 고급문화를 차용하여 만든 것이며 이로 인해 대중문화는 고급문화를 저속화 시킨다. 또한 고급문화를 창조할 재능 있는 사람을 빼내어 감으로써 고급문화의 인력자원을 고갈시킨다.

-. 고급문화 수용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 대중문화의 향유는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하더라도 피상적인 만족을 가져다주는 정도며 가장 좋지 않을 때는 수용자의 정서에 유해한 결과마저 일으킨다.

-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 대중문화가 사회전체에 파급되면, 수용자에게 피동성(被動性)을 조장하여 전체주의에 이르게 될 위험성을 가중시킨다.3)

이러한 주장에 대해 Gans는 대중문화 자체의 부정적 부분에 대해서는 고급문화도 대중문화와 마찬가지로 유사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였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취향문화론을 내세웠다. 단지 취향에 따른 선택에 불과하듯 대중문화 또한 고급문화와 마찬가지로 여러 계층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택한 문화의 하나이며 고급문화와 다를 것이 없다고 반박하였다. 결국, 대중문화는 결코 고급문화와 이를 향유하는 사람들과 사회 전체에 해를 끼치고 있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2.1. 대중문화가 고급문화에 주는 위협

대중문화 비판론자들의 대중문화에 대한 부정적 입장은 첫째, 대중문화는 그 내용과 형식을 고급문화로부터 차용함으로써 고급문화를 저속화(低俗化)시키고 둘째, 대중문화는 그 경제적인 흡인력(吸引力)으로 고급문화 창조자들을 유혹해 냄으로써 고급문화의 재능 있는 자원을 고갈시켜 고급문화의 질을 떨어뜨리게 되고, 결국 고급문화의 생명력이 단축된다는 비판이다.

이러한 고급문화 저속화 과정에 대해 반덴 하아그(Van den Haag)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대중문화로 인해 과거의 고급문화가 타락하게 되는 것은 직접적으로 대중문화와 뒤섞여 혼탁화 되는 것으로 시작해서 여러 가지 형태를 취함으로써 나타나고 있다. (중략)...대중문화에 의해 고급문화의 작품은 삭제되고, 요약되며, 단순화되고, 개작(改作)되는데, 이렇게 되면 원작 속의 내용과는 전혀 다르게 되며 원작이 주는 미적체험은 사라지게 된다.4)

2.2. 고급문화 차용의 부정적 견해에 대한 반박

대중문화가 고급문화에 주는 위협에 대한 Herbert, J.Gans의 반박은 첫째, 고급문화도 그 문화의 내용을 대중문화에서 차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고급 문화적 연극작품의 내용을 민속과 신화로부터 빌려오는 경우라든지, 고급문화의 건축이 민간이나 원시의 건축양식을 원용하는 경우가 그 예이다. 이처럼 문화의 차용이 반드시 저속화를 가져오게 된다든가 그 생명력을 감소시킨다든가 하는데 대한 증거가 없다고 반박하였다. 둘째, 대중문화가 고급문화 창조인구를 고갈시킨다는 것도 타당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대중문화에서 수입을 올린 일부 작가들이 그 명성으로 고급문화로 유인(誘引)받을 수 있으며, 고급예술가가 대중문화 수입으로 영위한다고 해서 반드시 고급문화에서의 그들의 창조성이 저하된다고 볼 수도 없으며, 오히려 고급문화의 창조에 기여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많다고 반박하였다.

즉, 문화 상호간에 서로 그 내용을 차용하는 것이 서로에게 부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상호간에 유익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하고 내용과 형식을 차용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비판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하였다.

3. 대중문화의 고급문화 차용에 대한 긍정적 영향

앞장에서 대중문화 비판론자들의 의견과 이에 대한 Herbert, J.Gans의 입장을 살펴보았고, 본 장에서는 이에 근거하여 대중문화 비판론자들의 시각에 대해 두 가지 항목 1) 고급문화의 생명력 연장, 2) 고급문화 향유자(User)영역의 확대라는 측면으로 나누어 반박하고자 한다.

3.1. 고급문화의 생명력 연장

[그림2] Thonet Chair No.14, Michael Thonet, 1859.

1859년 미하엘 토네트(Michael Thonet)5)는 당시 비엔나의 상류층 고객들을 겨냥해 새로우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의자를 만들기로 기획하고 Thonet No.14를 제작하였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No.14 이외에도 앞서 여러 의자를 제작하였으나 Thonet No.14만이 역사적으로 150년이 넘도록 꾸준히 제작되었다. 유행과 전쟁, 혁명 속에서도 살아남은 토네트의 대표 아이콘이며 명실공히 토네트를 키운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의자는 1900년대 초까지 무려 5천만 개 이상이 팔렸으며, 1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214'라는 모델로 생산 중에 있다. 20세기 초까지 이 의자의 모델만 300여 개에 이르며 품질이 매우 뛰어나 세대를 거듭하며 사용이 가능하다고 전해진다. 현재 사용되는 ‘214’제품들 가운데 상당수가 19세기에 생산된 제품이기도 하다.

Thonet No.14가 폭넓은 소비자층의 사랑을 받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당대 유행했던 로코코 스타일의 우아한 형식을 취하면서도 당시로서는 혁신이라고 할 수 있는 곡목(曲木; Bentwood)이라는 선진 기술력을 적용하여 단순하면서도 친근한 디자인을 추구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거기에 일일이 장인의 조각을 통해 수공예 생산방식으로 제작하던 의자를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조립과 해체가 용이하고 선적의 부피를 줄일 수 있어 세계 곳곳으로 수출이 가능했으며 물류비용을 대폭 낮춰 가격을 합리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찾을 수 있다.


[그림3] Six components and a handful of screws

부품 최소화 : 1 입방 미터의 상자 안에 36개의 의자를 만들 수 있는 부품이 쌓여서 들어가는데, 완성된 의자를 같은 크기의 상자에 넣는다면 2개도 들어가기 힘들다. 이로써 물류비용 대폭 낮출 수 있었다.


Thonet No.14는 오랫동안 유럽에서는 '커피하우스 체어(Coffee-house Chair)'로 미국에서는 '비스트로 체어(Bistro Chair)'라는 별칭을 가지고 널리 알려져 있었고, 세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산업디자인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Thonet No.14는 19세기와 20세기를 지나 21세기가 되면서 디자인계의 유행 주기가 점차 단축되자 제품 수명의 피로도가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결국 2006년, 당시 No.14의 생산을 담당했던 이탈리아 가구업체 '폴트로나 프라우(Poltrona Frau)'법인은 명성과 품질은 뛰어나지만 오래전의 전통가구라서 이미 수지가 맞지 않는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며 생산 중단 이유를 밝힌바 있다. 150여년을 지내온 No.14의 생산 중단 소식에 많은 지식인들은 물론 오스트리아 국민들도 아쉬워하였다.


[그림4] Muji Manufactured by Thonet', James Irvine, 2009

그러나 2007년 토네트 회사는 무지(MUJI)와 협업을 통해 무지(MUJI)디자인, 토네트 생산이라는 'Muji Manufactured by Thonet'을 기획하고, 2년 후인 2009년 마침내 고전을 재해석한 새로운 의자를 출시하게 된다.

새로운 Muji-Thonet 의자의 디자인은 제임스 어바인(James Irvine)이 맡았고, 의뢰 받은 후 역사적인 고전 작품에 손을 대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다윈의 진화론을 생각하며 과감한 변형을 시도했다고 전하며, 마침내 ‘MUJI'스타일의 새로운 No.14가 탄생하였다. 이것은 Thonet No.14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으로 재료는 원형과 같은 너도밤나무(Beech Wood)를 그대로 사용했고 다만, 등판의 곡선을 직선으로 바꾸어 좀 더 편안하게 기댈 수 있도록 하였다. 등판을 가로지르는 이 직선은 세트 개념인 테이블의 상판과 일치하게 함으로써 무지(MUJI)의 개성보다는 조화를 중시하는 철학을 잘 담았다고 할 수 있다. 고전 명품의 Thonet No.14보다 더 젊어지고, 단순해지고, 더 실용적이게 (Rejuvenated & Simplified & Pragmatic)해석해 내었다고 할 수 있다. 원형의 No.14에 바치는 오마주(hommage)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제품을 통해 무지(MUJI)는 '훌륭한 고전들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양질의 가구로 새롭게 소생시키고자한다'는 제작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그림5] 원작과 같은 너도밤나무(beech wood)로 제작.

테이블과 함께 세트개념으로 의자의 등판을 가로지르는 선이 테이블과 수평한 특징이 있다.


토네트 사의 무지(MUJI)와의 협업 기획이 고전 No.14의 생산 중단위기를 타계하기 위해서였는지 혹은 무지와의 협업의 성공으로 No.14의자가 중단위기를 극복하고 제품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었는지에 대한 전후관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2009년 'Muji Manufactured by Thonet'의 성공적인 재해석으로 말미암아 원형인 Thonet No.14가 또 다시 관심을 받게 되어 생산 중단 위기를 극복하고 현재까지 출시 중이다. 2009년 토네트사는 150주년 기념 '214한정판(214 Limited Edition)'을 새롭게 선보이기도 하였다.

4가지 버전의 한정판이 있으며 214K(Knot)는 오른쪽 앞쪽 다리에 매듭을 더한 버전으로 곡목의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유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자 바닥에 패드가 있는 214P와 팔걸이가 부착된 214F 등이 제작되었다.


[그림6] 214 (오리지날명 No.14) Limited Edition

결국, 대중문화인 'Muji Manufactured by Thonet'의자가 고급문화인 Thonet No.14의 내용과 형식을 차용함으로써 원형인 고급문화도 재조명 받게 되고, 대중문화인 Muji-Thonet 에서 발생한 이윤이 다시 고급문화인 Thonet No.14의 생산에 기여함으로써 제품의 생명 중단 위기를 극복하게 되었다.

3.2. 고급문화 향유자(User)영역의 확대
3.2.1. 역사성

토네트 No.14를 디자인사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이 의자가 만들어졌던 1859년은 18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대량생산된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한 이후 조악한 품질 탓에 미술공예운동이 일어나려 하던 시기와 연결된다.


[그림7] 토네트 No.14의 디자인사적 위치

Thonet No.14가 곡목의 아름다움으로 우아함을 극대화시키고 조립식이라 언제든 해체하여 다시 만들 수 있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뒷받침된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 최초 대량생산방식을 적용한 성공적인 산업생산품이며, 수공업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여 당시 품질저하라는 한계를 극복했다는 디자인사적 의미는 무엇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대량생산체제라는 것은 합리적인 가격과도 직결되는 것으로 실제 1859년 출시 이후 1900년대 초까지 약 50년간 Thonet No.14의 가격은 생산 초기의 가격을 고수하였고, 그 덕분에 ‘3굴덴(Gulden)6)의자’라는 별칭도 얻었다.

이 의자가 생산되던 초창기에 Thonet No.14는 결코 상류계층을 위한 문화가 아니었으며 일반 대중들도 마음먹으면 큰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대중적인 제품, 즉, 대중문화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당시 대중문화라고 할 수 있었던 Thonet No.14의자가 어떻게 고급문화가 되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대중문화와 고급문화를 나누는 1차적 기준은 누가 그 문화를 향유하는가 하는 대상의 문제이다. 당시에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었던 대중문화였던 제품을 고급문화 창조자들과 창조자 지향의 향유자(User)들이 애용하였고, 여기에 150여년 이라는 시간 즉, 역사성이 덧붙여지면서 점차 고급문화화 되어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고급 취향문화의 공중들(Taste Public)중에서도 문화를 생산해내는 창조자(Creator)인지, 혹은 단순히 고급문화를 즐기는 향유자(User)인지에 따라서 다시 나뉘는데 Thonet No.14는 고급취향문화의 공중들 중에서도 문화의 창조자들인 크리에이터들의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된다.

기록에 의하면 브람스(Johannes Brahms)는 그의 피아노 앞에서 이 의자에 앉아 작곡을 했고, 구 소련의 혁명가인 레닌(Lenin)은 사치스러운 것에 대항해 공리의 상징으로써 이 의자를 사용했으며, 르 코르뷔제(Le Corbusier)는 이 의자가 ‘고결함’을 갖고 있다 느껴 그의 거실에 두고 애용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이보다 더 아이디어가 우수하고 우아하며, 정확하고 사용하기 편한 모델은 없었다."

고급취향문화 공중들 중에서 문화 창조자들인 르누아르, 로트레크, 피카소, 존 슬론 등 당시 화가들은 이 의자의 사용을 넘어 본인들의 작품 소재로 이 의자를 자주 등장시켰다. [그림9]

19세기 문화 창조자인 화가들의 회화 속에 등장했던 Thonet No.14는 두 세기가 지나 21세기에는 예술의 형태가 달라진 조각 작품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출신 유명 조각가 파블로 레이노소(Pablo Reinoso)는 조각 작품 제작을 위해 Thonet No.14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림8] 르누아르(Renoir), 로트레크(Lautrec)등 화가들의 작품 속에 등장한 토네트 14번 의자. 19세기~20세기.

[그림9] Pablo Reinoso's Number-14-inspired work. 2009

한 시대의 대중들이 즐기던 Thonet No.14는 고급 취향문화를 가진 문화 창조자들, 즉, 예술가, 과학자, 음악가 등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당시 시대정신을 담고 있으며, 누적된 시간이 더해져 점차 고급문화화 되어가는 과정을 찾아 볼 수 있다.

2009년 Thonet No.14의 150주년을 맞아 No.14의 모습이 담긴 토네트 사진 콘테스트가 개최되었는데 수상작들 대부분이 150년 이라는 시간, 역사성이 강조된 감성을 담은 사진들이 선정 되었다.

고급문화는 일부 계층의 사람들만이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역사성이 더해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향유자들의 영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림10] 토네트 150주년 기념. 사진 콘테스트 수상작들. 사진 속에서 세월의 흐름, 역사성이 잘 드러남. 2009.
3.2.2. 문화의 진보적 순환

대중문화가 점차 고급문화화 되어가는 과정과 같은 맥락에서 특정 시기에 정해진 한 문화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고 순환하며 진보한다는 사실을 밝히고자 한다.

Thonet No.14는 현재 세계 100대 명품 중 하나이며 세계 굴지의 미술관에 소장되어있는 등 고급문화임이 틀림없지만, 1859년 이 의자는 대중문화의 전형이었다. 게다가 이 의자는 태생부터 당시 비엔나의 고급문화였던 로코코 스타일을 차용하고자 했다.

로코코 양식은 1840년대 비엔나에서 가장 유행하던 고급문화로 Thonet No.14는 이 고급문화 스타일을 차용하고 대량생산방식이라는 당시의 변화하는 혁신적인 신기술을 접목시켜 토네트 No.1, 2, 4, 8등을 제작하였다. 여기서 다시 정제되어 디자인으로 탄생한 것이 Thonet No.14의자이다. Thonet No.14가 로코코 양식을 부활시킨 고전적 모더니즘의 원형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고급문화였던 로코코 양식의 의자 스타일에서 내용과 형식을 차용하여 디자인된 Thonet No.14는 시간의 축적이라는 역사성이 더해지면서 점차 고급문화가 되어갔다.

이제 21세기 고전이 되어버린 Thonet No.14는 다시 또 다른 현재 대중문화의 차용의 대상이 되었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생산된 대중문화인 'Muji Manufactured by Thonet'는 성공적인 출시를 맞았다.

이러한 순환적 과정은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1859년 3굴덴(Gulden)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시작되었지만, 150년이 지난 2009년 모델명을 바꾼 214는 약 85만원 정도의 가격이 되었다. 물가상승률을 훨씬 뛰어넘어 의자의 가치를 넘어서는 높은 가격이 된 것이다. 214를 차용하여 디자인된 'Muji Manufactured by Thonet'의 가격은 평균 30만원 정도이며, 2009년 214한정판의 모델은 110만원으로 의자가 가지는 문화적 가치와 가격이 맥락을 같이한다.


[그림11] 토네트 14번 의자의 고급문화화 과정과 진보적 순환

[그림12] 토네트 14번의 가격의 변화
4. 결 론

본 연구는 대중문화를 창조하는데 있어 고급문화에서 내용과 형식을 빌려오는 것에 대한 비판론자들의 견해에 대하여 19세기의 Thonet No.14와 새롭게 재해석된 MUJI-Thonet 사례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반박하였다.


[그림13] 문화의 나선형 순환 모델.

토네트 No.14가 150년 후에 재해석 되었을 때 똑같은 자리로 순환하는 것이 아닌 시간의 개념(역사성)에 변화된 사회와 시대정신을 담아 진보된 자리로 돌아오는 나선형의 모델(Spiral Model)이다.


첫째, 대중문화가 고급문화의 내용과 형식을 차용하더라도 고급문화인 원형의 질적인 저하와 제품의 생명력 단축은 발생하지 않으며, 오히려 리디자인된 제품을 계기로 고전 제품의 수명이 연장되고 다양화된 제품군들이 재생산되는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둘째,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라는 문화의 개념은 한시대에서 결정된 고정불변이 아니라 변화, 이동할 수 있는 개념으로 그 사회의 제 가치, 시대의 정신과 내용을 담아 순환하고 진보한다는 개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대중문화가 고급문화가 될 수 있고, 고급문화가 되고나면 또 다른 대중문화의 차용 대상이 되는 일련의 나선형의 순환 프로세스를 거치게 된다. 이러한 문화 이동, 진화의 과정을 겪으면서 고급문화 혜택을 받는 사용자(User)의 영역도 넓어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것은 문화이동(Cultural mobility)정책 즉, 모든 사람에게 고급문화를 선택 할 수 있는 경제적, 교육적 토대를 마련하고 취향문화를 성장시킬 수 있는 Hebert, J.Gans의 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내용에 근거하여 대중문화의 고급문화 차용이 고급문화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은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상호간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였다.

Notes

1)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 사회학자이자 언론학자, 미디어 이론가로서 '토크빌 이후 가장 뛰어난 미국 사회의 관찰자'로 평가 받고 있다. 전) 美콜럼비아대 교수.

2) 취향문화는 사회 집단 간 문화소비의 분화와 그 패턴이 형성되는 방식을 지칭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허버트 갠스가 1960년대에 발전시킨 이 개념은 부르디외의 문화자본과 뒤섞여 사용되기도 한다. 비슷한 선택을 하는 집단에서 취향문화는 형성되며, 이러한 선택은 비슷한 배경과 관련된다. 여기서 배경이라는 뜻은 계급과 교육을 말하며 이것은 취향문화에서 구성원의 자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 한다.

3) 대중문화와 고급문화. 허버트 갠스. 1996. p.36

4) 대중문화와 고급문화. 허버트 갠스. 1996. p.49

5) Michael Thonet(1796~ 1871). 오스트리아 출신의 가구 제작자. 곡목(曲木, Bentwood)의자의 선구자.

6) Gulden(굴덴): 네덜란드, 오스트리아에서 사용하던 화폐단위. 유럽의 단일통화(유로)이전까지 사용.

References
  1. 허버트 J. 갠스, (1990)대중문화와 고급문화, 삼영사.
  2. 부르디외, (1995)구별짓기 :문화와 취향의 사회학, 새물결.
  3. 정시화, (1998)산업 디자인 150년, 미진사.
  4. GertSelle, (1996)산업 디자인사, 도서출판 미크로.
  5. Design Museum (London, England), (2010)세상을 바꾼 50가지 의자, 홍 디자인.
  6. 김재훈, (2010)디자인 캐리커처 :유쾌한 20세기 디자인 여행, 디자인하우스.
  7. 콘텐츠 비즈니스 연구회 편저, (2010)하루키, 키티, MUJI를 통해 본 일본의 문화 아이콘,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8. 하라 켄야, (2007)디자인의 디자인, 안 그라픽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