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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ectionofKoreanDesignIdentityDiscourse
: Withafocusonexhibitionsheldfrom 1997to201
한국 디자인 정체성 논의의 향방
: 1997~2010년 개최된 국내 전시 사례를 중심으로
  • Ju-Mi An : Hongik University
  • Ik-Seo Choi : Hongik University

The main purpose of this paper is to define the direction of Korean design identity discourses of late and discuss their importance through an analysis of the exhibitions, with a focus on 'Korean Design' from 1997 to 2010. An analysis was performed on the following exhibitions: Everyday Life, Memory and History - Korean Art and Visual Culture after 1945, The Vernacular Mirror: Twentieth-Century Design, Design Culture in Korea 1910-1960, Design Korea: Industry, Culture and History, Seeing is Designing, Korean Design Heritage, and Seoul Design Assets. These 7 exhibitions are vestiges of the discussion on Korean design identity of Korean society as of late, which enter new aspects in the 90's. This paper's purpose is threefold: 1) to briefly examine the discussion on Korean society and Korean design identity; 2) to objectively analyze each of the exhibitions related to the discussion on Korean design identity; and 3) to contemplate the direction of the discussion on Korean design identity and its importance based on an analysis of exhibitions' critical minds, methodologies and descriptive methods and attributes.

Abstract, Translated

본 연구는 1997년에서 2010년까지 개최된 국내 전시 사례를 통해 최근 한국 디자인 정체성의 논의 향방을 고찰하고 그 중요성에 주목하고자 하였다.

<일상ㆍ기억ㆍ역사 – 해방 후 한국미술과 시각문화>, <버내큘러 미러 : 20세기 세계디자인전>, <신화 없는 탄생, 한국 디자인 1910-1960>, <한국 디자인 : 산업ㆍ문화ㆍ역사>, <한국의 시각문화와 디자인 40년>, <우리를 닮은 디자인, 코리아디자인2008>, <서울디자인자산전> 등 7개 전시는 ‘한국 디자인’에 대한 각각의 의식과 전시 기획을 통해 근래 한국 디자인 정체성 논의의 지형을 이루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우선 1990년대 초까지의 한국사회의 디자인 정체성 논의에 대하여 간략히 살피고(2장) 각 전시 사례의 기획 방향과 양상을 분석하여(3장) 그 상호 교차점 및 상관관계를 통해 최근의 한국 디자인 정체성 논의 향방을 고찰하였다(4장).

Keywords:
Korean Design, Korean Design Identity, Design Exhibition, 한국 디자인, 한국 디자인 정체성, 디자인 전시.
pISSN: 1226-8046
eISSN: 2288-2987
Publisher: Korean Society of Design Science
Received: 03 Jan, 2011
Accepted: 19 Dec, 2011
Printed: Feb, 2012
Volume: 25 Issue: 1
Page: 25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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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익대학교 BK21 메타디자인 전문인력양성 사업단

Citation: An, J., & Choi, I. (2012). Direction of Korean Design Identity Discourses With a focus on exhibitions held from 1997 to 2010. Archives of Design Research, 25(1), 25-35.

1. 서 론
1.1. 연구 배경 및 목적

오늘날 경제적 선전과 각 분야의 두드러진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다. 서울이 2010세계디자인수도(WDC)로 선정된 것을 비롯하여 2010년 5월 상해엑스포에서는 한국 국가관과 함께 엑스포에서는 처음으로 한국기업관을 선보였고 11월에는 의장국으로서 G20정상회의를 주최하기도 하였다. 비단 세계적인 행사에서 뿐 아니라 대중문화에 있어서도 한류열풍과 같은 사회적 현상을 통해 막대한 수요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집중된 높은 관심은 한국적인 것에 대한 필요와 가치를 더욱 고조시키며, 한국적 정체성을 표출할 기회이자 과제를 던지고 있어 각계각층에서 한국 정체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문화적, 경제적 차원이 교차하는 디자인 분야에서 한국 디자인 정체성의 의의를 주목하고 더불어 그 실천적 속성을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 디자인 정체성 논의의 다양한 형태 가운데에서도 근래 한국 디자인을 주제로 개최된 전시 사례를 통해 최근 한국 디자인 정체성 논의의 향방을 고찰해보고 그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1.2. 연구 방법 및 범위

현대 사회에서 전시는 지식을 전달하고 의미를 생성하며 감정을 증폭시키는, 의미의 다감각적 전달 수단으로서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단순히 보여주는 행위가 아니라 그 인지적 결과로서의 의미의 이해와 생성, 교환을 통해 관람자의 삶을 증대시키는 재현(representation)장치라 할 수 있다. 헨리에타 릿치(Henrietta Lidchi)는 전시의 이 같은 작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전시 행위는 전시물, 텍스트, 시청각적 표현과 재구성을 통해 복잡하고 제한적인 재현 장치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전시는 그 내적 질서와 각 부분들의 작용을 통해 의미를 생성한다.”1)

1997년에서 2010년까지 국내에서 개최된 <일상·기억·역사 – 해방 후 한국미술과 시각문화>, <버내큘러 미러 : 20세기 세계디자인전>, <신화 없는 탄생, 한국디자인 1910-1960>, <한국 디자인 : 산업·문화·역사>, <한국의 시각문화와 디자인40년>, <우리를 닮은 디자인, 코리아 디자인 2008>, <서울디자인자산전> 등은 기획 의도나 배경, 과정에는 차이가 있으나 한국 디자인에 대한 의식을 전시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일련의 전시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한국 디자인 정체성 논의에 유의미한 고찰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로 한국 디자인 정체성을 한국적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재정의, 재생산하는 일종의 재현체계2)로 이해할 때 전시 행위는 그 자체로 이미 재현의 실행이라는 점에서 가장 직접적인 논의 형태로 간주될 수 있으며 전시의 다감각적, 입체적인 표현 가능성은 그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전달 할 수 있게 한다. 두 번째, 일곱 개 전시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연이어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전시들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순차적인 영향 관계 혹은 동시대적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논의 분포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표 1]
전시 사례


본 연구에서는 우선 제2장 한국 사회와 디자인 정체성 논의에서 1990년대 초까지의 한국 디자인 정체성 논의 흐름을 선행 연구를 통해 살피고 이후 제3장에서 전시 도록 및 보도자료 등을 통해 1997년 이후 이루어진 전시 사례 각각의 내용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전시 범위, 전시 구조, 전시물 구성 등을 통해 각 전시의 초점과 의식을 살펴보았다. 제4장에서는 이들간의 상관관계 및 경향을 통해 근래 한국 디자인 정체성 논의 향방과 중요성에 대하여 고찰해 보았다.

2. 한국 사회와 디자인 정체성 논의

한국적 디자인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은 1945년 해방 이래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러나 그 접근 방향과 초점은 매 시대 사회적 배경과 인식의 범위 하에 크게 변화해왔다.

경제적 회복과 자립이 최우선 과제였던 50년대에는 공예적 범주에 머물러 있던 산업 수준과 의식을 바탕으로 주로 상품화를 위한 전통의 시각적, 양식적 요소의 모사나 차용으로 한국성에 대한 모색이 시도되었다.

근대적 디자인의 개념이 제도화되기 시작한 60년대 역시 경제성장을 위한 도구적 역할이 선행되어 소재주의적 경향이 지속되었다. 이후 산업화가 궤도에 올라 경제성장이 가속화된 70년대에는 산업적 요구가 본격화되면서 모더니즘적 해석이 시도되었으나 획일적인 접근의 한계에 부딪히는 한편 이데올로기에 대한 희구와 가시화 과정에서 민족주의적 개념이 크게 대두되기도 하였다.

80년대 한국 사회의 양적 확대와 고도산업사회로의 도약은 대중사회의 도래, 상업문화의 발달 등 막대한 사회 변화를 가져왔다. 이 시기의 정체성 탐색의 특성을 두고 선행 연구에서는 “전통의 키치적 소비”혹은 “전통문화의 저속화와 상업화”가 유행하였다고 보았다. 당시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 등 국제적 행사를 주최하게 되면서 효과 위주의 질적 발전을 단기간에 이루려한 결과 피상적이고 왜곡된 해석이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시기 한국에 주목된 세계적 관심과 더불어 민주화운동 등의 사건들은 “이전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신의 정체성 찾기에 주력”3)하게하고 삶에 대한 관심을 심화시키는4) 등 변화를 이끌어내었다. 80년대를 거치며 주체적인 의식과 내부적인 가치에 주목하는 정체성 탐색의 노력이 점차 고조되고 디자이너들과 협회 활동 또한 활발히 이루어져 ‘한국의 미’, ‘한국의 이미지’와 같은 전시가 개최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90년대 초까지의 한국 디자인 정체성을 모색하기 위한 활동들은 대게 아직 전통에서 출발한 관념적, 이념적 이해의 한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9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디자인을 문화적인 맥락으로 이해”5)하는 인식의 등장과 함께 마침내 산업 영역에 한정된 디자인 이해에 대한 반성적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특히 1997년 개최된 <일상·기억·역사-해방 후 한국미술과 시각문화>전은 “그 이전과 다른 관점 및 다른 맥락에서 한국의 디자인을 돌아보게 만든 주요한 계기6)”라고 이야기되는 등 이전 시대의 논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흐름의 초기적 시도로 평가되었다.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21세기 초입의 십여년간 많은 전시들이 활발히 이루어 졌다. <일상·기억·역사 -해방 후 한국미술과 시각문화>와 그 이후의 전시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디자인에 대한 근래의 관점이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지 제3장의 분석을 통해 살펴보았다.

3. 1997~2010년 개최된 ‘한국디자인’전시

본 장에서는 각 전시의 범위, 구조 등의 개요를 통해 각 전시의 의식과 접근방식을 파악하고자 했다.

3.1. <일상·기억·역사-해방 후 한국미술과 시각문화>

<일상·기억·역사-해방 후 한국미술과 시각문화>전은 1997년 ‘97‘광주비엔날레’특별전으로 광주 시립미술관 본관에서 개최되었다. 1945년 해방이라는 역사적, 상징적 기점을 ‘새로운 현재의 시작’으로 하여 현재(전시 시점인 1997년)까지 한국 근현대기를 포스터, 사진, 광고, 만화 등 시각문화 자료를 통해 전개하였다. 당시 보도 자료에서는 이를 ‘해방 이후 시각문화의 파노라마’7)라고 표현하였다. 전시는 크게 ‘시대’와 ‘분야’두 개의 측면에서 구성되었다. 해당 시기의 모습을 매체 환경의 변화를 통해 연대기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미술, 광고, 사진, 영화, 만화, 건축, 키치화, 패션 등 여덟 개 분야가 사회사적 사건들과 맞물려 변천해온 상세한 상황을 통해 당시의 일상을 재현하였다. 전시가 전달한 현실적 구체성에 대해 “최초의 본격적 대규모 다큐멘터리 전시8)”라고 평가되기도 하였다.

전시의 기획자 김진송은 ‘일상성’을 “역사, 예술, 정치, 경제, 사회 등 서로 분할된 인식론적 구분들을 작동시키고 통합하는 원리”라 설명하며 이를 이용하여 거대한 역사를 ‘삶의 조건’으로, 낯선 예술을 기억속에 익숙한 ‘문화적 조건’으로 확대시켰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일상을 중심으로 역사와 예술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장치로서 구성되었다. 연구자 강현주는 이 같은 시도를 “전통적인 의미의 미술이 아니라 시각문화의 형태로 확장된 형태로서의 미술을 보는 새로운 시각은 곧 일상생활을 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디자인과 바로 맞닿아 있는 것이며 이것은 곧 사회사적 관점에서 디자인을 바라보는 것9)”(2004. p.238)일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표 2]
<일상·기억·역사-해방 후 한국미술과 시각문화>


3.2. <버내큘러 미러 : 20세기 세계디자인전>

<버내큘러 미러 : 20세기 세계디자인전>은 2001년 세계산업디자인대회(ICSID 2001 SEOUL)의 전시 행사로 개최되었다. 1900년에서 2000년까지, 20세기 세계 디자인 중 각 지역의 문화적 특성이 강하게 반영된 디자인 총 150여점을 선정하여 전시하였다. 전시도록 서문에서 기획자 은병수는 기존의 기능과 조형 위주의 ‘굿디자인’적 가치기준을 따르는 일관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식에서 그 초점을 지역 고유의 문화에 두고자 했다고 밝혔다. 굿디자인과 서구 모더니즘의 가치가 각 지역이 품어온 문화적 특수성을 대변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굿디자인으로 대표되는 20세기 디자인을 “(기능과 조형의 일반적인 디자인 평가기준을 충족하는 가운데)생활 문화적 속성과 관련된 가치기준”으로 새롭게 바라보고자 한 것이다. 이는 과거 한국 사회에 맥락 없이 수입되어 추종되어온 ‘굿디자인’에 대한 재고와 더불어 그에 가려져 있던 근현대기 한국 디자인이 세계 디자인의 범주에서 새로운 기준으로 평가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선정된 한국의 디자인 중 인터넷 냉장고, 김치 냉장고, 삼성TV세트, 삼성 노트북 컴퓨터 등 90년대 이후 등장한 디자인의 경우에서 오늘날 한국의 일상생활문화를 한국적 정체성에 반영하고 있는 관점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또한 <버내큘러 미러 :20세기 세계디자인전>은 직업적 위상과 디자이너로서의 자의식을 기준으로 ‘버내큘러 오브제‘와 ’버내큘러 디자인‘의 개념을 구분함으로써 전문영역으로서의 디자인의 인식에도 문제의식을 던졌다. 이 전시의 기획자 중 한명인 강현주는 이를 토착 산업 생산물과 디자이너의 산업 생산물의 구분이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현대 사회를 특징짓는 일종의 문화적인 현상10)”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하였다. 전문, 비전문의 모호한 경계를 드러냄으로써 문화적 현상으로서의 디자인의 개념을 강조하였다.

[표 3]
<버내큘러 미러 : 20세기 세계디자인전>


3.3. <신화 없는 탄생, 한국 디자인 1910-1960>

한가람 디자인미술관 기획전으로 2004년 예술의 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개최된 <신화 없는 탄생, 한국 디자인 1910-1960>전은 한국 사회에 디자인이 제도적인 전문영역으로 성립되기 이전인 1910~1960년을 다섯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조명한 전시이다. 기획을 맡은 큐레이터 김상규는 “한국 디자인에 대한 접근방식을 초기화”하고자 한 시도로서 지어낸 역사를 지양하고 사실을 근거로 진실에 접근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11) 가공되지 않은 사료를 바탕으로 집, 소비, 거대기계, 커뮤니케이션, 산업미술가 등 일상 속에 디자인 문화가 자리 잡게 되는 과정에서 두드러진 몇 개의 지점들을 중심으로 생산자와 수용자들의 반응이 그려졌다. 의식적인 역사 서술을 의도적으로 거부한 전시의 내용에 대하여 디자인 평론가 최범은 “사료의 나열을 넘어선 어떤 디자인사적 구성물(전시 내러티브나 담론)을 보여주지 못했다. ”12)고 비평하며 디자인사에 문화사적 접근을 적용할 경우 특수사로서의 디자인사 고유의 경계가 불분명해 질 수 있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신화 없는 탄생, 한국 디자인 1910-1960>전은 매끄럽게 가공된 익숙한 이야기가 자칫 배제할 수 있는 또 다른 단면들을 그대로 드러내고자 한 그 자체로 유의미한 시도였다고 생각된다. 특히 일반적으로 주목하는 산업화 이후의 제도적 디자인 부흥기가 아니라 그 이전의 ‘탄생’의 시점에 주목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며, 그간 이 시기의 한국 디자인의 모습이 정당성이나 주체성의 부재를 들어 외면당해왔음에 비해 ‘또 하나의 신화를 가공하는 것13)’을 거부하면서 동시에 한국 디자인이 처한 ‘신화 없음’의 현실을 담담하게 성찰하였다.

[표 4]
<신화 없는 탄생, 한국디자인 1910-1960>


3.4. <한국 디자인 : 산업·문화·역사>

<한국 디자인 : 산업·문화·역사>전은 2005년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특별전으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었다. 전시의 기획자인 김상규는 전시의 개념이 ‘정당화가 아닌 정확한 진단을 위한 노출이며 노력’이라고 이야기하였다. 앞서 같은 기획자의 <신화 없는 탄생, 한국 디자인 1910-1960>전이 1910년에서 1960년까지, 한국 사회에 근대적 디자인이 도입되기 이전의 ‘탄생’기에 초점을 둔 것에 이어 이 전시에서는 1950년에서 2005년까지 일상 속에 디자인 문화가 새로운 질서이자 소비와 생산의 대상으로 자리잡아가는 이후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전시 도록의 기획문에는 전시의 내용을 두고 “디자인이 주변과 맺어온 관계, 즉 시민, 디자이너, 기업이 디자인과 어떤 관계를 형성해 왔는지를 아파트와 시각문화, 기업의 디자인의 범주로 정리14)”한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신화 없는 탄생>전과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짐작할 수 있다. <신화 없는 탄생, 한국 디자인 1910-1960>전에서 주목했던 다섯 가지 상황들은 세 가지 키워드인 아파트 : ‘일상의 모더니티’, ‘디자인 시각문화’, ‘기업의 디자인’으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도는 시민, 디자이너, 기업의 관계로 심화되어 전개되었다.

[표 5]
<한국의 디자인 : 산업·문화·역사>


3.5. <한국의 시각문화와 디자인 40년>

한국디자인문화재단과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한국의 시각문화와 디자인 40년>전은 2008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미술관에서 전시되었다. 1960년대 본격적인 산업사회로 도입한 시기를 기점으로 오늘날까지, 시각문화의 주요한 사건들을 디자인 결과물들을 통해 풀어내었다. 전시의 구조는 크게 세 개의 주제를 담은 존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존인 ‘신문으로 본 시각문화와 디자인 40년’에서는 신문 매체를 통해 시각문화의 흐름을 통시적으로 정리하였다. 두 번째 존인 ‘한국 시각문화 40년을 보는 9가지 시선’에서는 ‘타인의 시선’, ‘판타지 스케이프’, ‘유행과 문화를 드러내는 모나드적 풍경’ 등 한국의 시각문화에 있었던 사건, 현상들에서 발견된 의미들과 이에 대한 해석을 풀어놓았으며 마지막 ‘작품으로 본 한국 시각디자인 40년’존에서는 지난 40년간 창작된 광고, 일러스트레이션, 타이포그래피 CI 등 시각디자인 각 분야의 디자인 작품을 전시하였다.

[표 6]
<한국의 시각문화와 디자인 40년>


3.6 <우리를 닮은 디자인, 코리아 디자인 2008>

2008년 한국디자인문화재단에서는 “한국의 디자인 문화유산을 조사발굴하고 목록화 하여 한국 디자인문화 저력을 국내뿐만이 아니라 해외에 널리 알리고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1차 52개의 코리아 디자인 2008을 선정하고 이를 2009년의 <우리를 닮은 디자인, 코리아 디자인 2008>전을 통해 공개하였다. 전시도록에 서술된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한국적 아이덴티티를 갖고 지난 반 세기동안 한국인의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형성하거나 변화시키는데 구체적인 영향을 미친 사물과 풍경, 매체와 이미지, 사건과 행위 등을 포괄하고자 했으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대상들을 골라 선정하였다.

기획자는 한국인의 일상문화를 만들어온 문화적 산물로서 ‘역사적 특수성을 반영하거나 이를 독특한 방식으로 표상한 경우, 일반인들의 일상적 경험에 미친 영향’ 등에 중점을 두고 한국 디자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1950년대에서 2008년(논의 시점의 현재)까지 디자인된 칠성사이다, 이태리 타월, 바나나맛 우유, 가든식 갈비집, 아기공룡 둘리, 궁전식 예식장, 뽀로로, 촛불소녀 캐릭터, 철가방 등 동시대 한국인에게 낯익은 대상들이 대표로 선정되었으며 풍경, 사건, 행위와 같은 일반적으로 디자인의 범주로 생각되지 않는 비물질적 대상은 물론 그 유래가 불분명한 수입품, 일상 속의 평범한 사물들까지도 다양하게 포함되었다. 이 같은 전시물들을 통해 대표성에는 상품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인식을 깨고 동시대 한국인의 공감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선보였으며 디자인의 개념을 보다 가깝고 열린 범주로 전달하였다. 기획자인 강현주가 전시도록에서 “한국디자인을 목록화 하여 그 대상을 선정하는 일은 곧 한국의 디자인을 정의하는 일이며 그 특성을 밝혀내는 과정이기도 하다15)”라고 설명했듯이 <우리를 닮은 디자인, 코리아디자인 2008>전은 전시물 선정과 전시를 통하여 한국디자인과 그 정체성을 정의하고자 했다.

[표 7]
<우리를 닮은 디자인, 코리아디자인 2008>


3.7. <서울디자인자산전>

<서울디자인자산전>16)은 2010년 서울디자인재단과 (재)서울디자인센터의 주관으로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되었다. 2009년 진행된 ‘서울디자인자산 심화연구’사업의 결과로서 서울성을 대표하는 디자인을 서울디자인자산으로 목록화하여 전시하였다. 그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서울디자인자산은 서울이 간직하고 있는 우수한 문화, 역사, 도시 환경으로부터 현재와 미래의 가치로 계승할 만한 것들을 디자인 관점에서 재발견, 재해석한 것으로 서울시가 최종 선정한 바 있다.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 서울의 해를 맞이하여 서울이 가지고 있는 디자인의 정체성과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리고 서울시민에게는 우리 디자인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자 본 전시회를 기획하게 되었다.

서울디자인자산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유물이 아니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미래가치가 풍성한 자산임을, 다양한 계층의 관람객이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17)

훈민정음, 궁중매듭, 한양민화, 관복흉배, 독립문, 홍대앞, 인사동, 경복궁, 서울역사, 한강, 2002월드컵 경기장, 해치 등을 비롯하여 의복, 공예적 사물, 회화, 공간, 자연환경에 이르는 51개의 대상이 서울디자인 자산으로 선정되어 ‘디자인 자산 :서울의 어울림’, ‘삶의 이미지 :서울생활’, ‘공간의 변화 :서울성’, 미래를 위한 자산 :서울 유산‘ 등 4개의 범주로 나뉘어 전시되었다. 한국 디자인으로서 대표성을 지닌 디자인 결과물을 선정하여 목록화 했다는 점에서 앞의 <우리를 닮은 디자인, 코리아디자인 2008>전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으나 선정된 목록을 살펴보면 공통사항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는 두 전시가 방법적인 측면을 제외하고 지향하는 가치와 내용에 있어서는 상당히 다른 방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디자인자산전>의 경우 선정 목록 대부분이 주로 조선시대에 분포하고 있는 등 조선 혹은 민족적 기원을 전제로 하고 있어 근대시기의 디자인은 드물게 포함하고 있다. 또한 선정 기준에 명시된 바와 같이 대표성 및 가치의 기준을 어떠한 우수성 혹은 활용 가능성 등에 두고 있는 점에서 가치의 평가나 상업성을 지양한 <우리를 닮은 디자인, 코리아디자인 2008>과는 근본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다.

[표 8]
<서울디자인자산전>


4. 최근 한국 디자인 정체성 논의의 향방과 중요성

최근의 한국 디자인에 기울이고 있는 관심들을 가깝게는 단행본이나 전시회 또는 포럼이나 정책 사업 등 다양한 형태로 접할 수 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직간접적으로 한국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 하는 전시가 꾸준히 개최된 바 있다. 인접한 시기에 이루어진 일곱 개의 전시들은 각각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진 관점들을 가지고 이전의 시대와는 또 다른 맥락에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먼저 근현대기 한국인들의 삶, 일상을 통해 문화의 영역에서 한국 디자인을 성찰하고 이를 파노라마적으로 전개했던 시도들이 있었다. 우선 1997년 전시된 <일상·기억·역사 - 해방 후 한국미술과 시각문화>전은 ‘기존의 미술과 시각문화’, 미술의 미학적 범주와 역사의 사회사적 범주, 그 점이지대에 존재하는 문화로서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이야기 하고 이러한 관점을 통해 수구적 전통에서 벗어나 근현대기 한국의 현대성을 있는 그대로 성찰하고자 했다.

<신화 없는 탄생, 한국 디자인 1910-1960>은 일반적으로 한국 디자인의 제도적 성립시기로 조명되는 1960년대가 아닌 그 이전 시기를 대상으로 한국인의 일상 속에서 근대적 디자인이 수입되고, 디자인 문화가 자리잡아가는 변화의 과정을 그려 한국 디자인의 범위를 확장하였다. 또한 연대기적 순서나 분야에 따른 구분보다 주제 중심으로 전개함으로써 보다 입체적인 접근을 시도하였다. 같은 기획자에 의해 기획된 <한국 디자인 :산업·문화·역사>에서는 본격적인 디자인 산업화, 제도화 시대를 대상으로 키워드나 관계들에 대한 한층 분석적인 시선이 표출되었다. 2008년 <한국의 시각문화와 디자인 40년>에서는 한국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시도가 더욱 두드러져 의미의 층위를 한층 직접적으로 드러내었다.

또한 다양한 범위에서 한국 디자인의 대표성을 판단할 새로운 가치기준을 세우고 이를 목록화하여 아카이브의 방식으로 표현한 시도들이 있었다. 2001년의 <버내큘러 미러 :20세기 세계디자인전>은 세계 디자인을 지역성, 문화적 정체성이라는 가치로 돌아봄으로써 세계 속의 한 지역으로서의 한국, 한국 디자인에 생활 문화적 속성을 새로운 가치기준으로 제시하였다. 2009년 <우리를 닮은 디자인, 코리아디자인 2008>, 2010년 <서울디자인자산전>의 경우 각각의 가치기준과 본격적인 아카이브 구축을 통해 한국 디자인 정체성을 대변하고자 했다. <우리를 닮은 디자인, 코리아디자인 2008>은 동시대 한국인의 공감을 기준으로 사물, 풍경, 매체, 사건과 행위 등을 장르 구속없이 자유롭게 선정하여 한국 디자인 정체성을 보다 현재적인 것, 제한되지 않은 것으로 논의 경계를 크게 확장시켰다. 한편 <서울디자인자산전>은 한국 디자인을 민족공동체의 범주로 되돌려 전통에 기인하는 정당성 및 생산과정의 주체성, 역사적 특수성을 기준으로 미래적 활용가치에 많은 비중을 둔 ‘우수성’을 통해 한국적 정체성을 모색하였다. <우리를 닮은 디자인, 코리아디자인 2008>과 <서울디자인자산전>이 표방하는 가치의 차이는 각 전시 도록에 표현된 ‘유산’과 ‘자산’이라는 표현에서 명확히 확인 된다.

5. 결 론

본 연구는 1997년에서 2010년까지 개최된 일곱 개의 전시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 디자인 정체성 논의의 향방을 고찰하였다. 전시를 통해 파악한 동시대 한국 디자인 정체성 논의에서 크게 두 가지 특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한국인의 일상을 통해 한국 디자인을 성찰하고 이를 문화적 정체성으로 논하는 관점들이 있었으며 또한 한국의 대표 디자인을 선정하는 목록화를 통해 한국 디자인 대표성에 대한 가치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한국 디자인 정체성을 구성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등장한 한국인의 일상 문화, 동시대적 공감, 한국 디자인의 미래적 활용 등 다채로운 화두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 사례로 살펴본 전시회와 같은 시도들은 기존에 이야기 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으며 또한 각각의 초점과 방향을 띈 논의들로 다양한 지점에서 서로 다른 맥락을 이끌어 냄으로써 한국 디자인 정체성 의식의 지형을 풍성하게 이루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 디자인 정체성 논의 사례를 전시회로 한정한 만큼 단행본, 포럼 등 보다 광범위한 매체를 통해 한국 디자인 정체성 논의를 다루지 못한 한계가 있으며 전시 사례를 분석함에 있어서도 기획자, 주최단체의 의도 등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여 고려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또한 현재에도 활발히 진행 중에 있는 관련 사례들에 대한 계속적인 고찰이 향후의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Notes

1) Stuart Hall, <Representation : Cultural Representations and Signifying Practices>, Sage Publications Ltd, 1997, p.168

2) [라라프로젝트 01 우리디자인의 제다움 찾기]와 [문화연구사전]의 정체성, 문화의 정체성, 국가정체성 등의 정의를 토대로 정리

3)안그라픽스. 편집부, <삶을 비추는 디자인-광주디자인비엔날레 가이드북>, 안그라픽스, 2005, p71

4)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97광주비엔날레 특별전 : 일상·기억·역사-해방후 한국미술과 시각문화>, 1997, pp70-72

5) 서민경, <1970년대 이후 한국디자인담론의 변천과정에 관한 연구 : 디자인 단행본을 중심으로>, 2010, p64

6) 이철순, 김상규, <신화 없는 탄생, 한국 디자인 1910-1960>, 예술의 전당, 2004, p8

7) 노형석. <한겨례신문 : 광주비엔날레 해방이후 시각문화의 파노라마>, 한겨례, 1997.9.5

8) 박찬경(2010). <다큐멘터리와 예술, 무의미한 기호 채우기> 월간미술(2001, 04), 2001

9) 강현주, <사회사적 디자인사 연구를 위한 방법론 모색>,디자인학연구(2005, 02), 2005, p238

10) 민경우, 은병수, <버내큘러 미러>, (주)212, 2001, pp.10-23

11) 이철순, 김상규, <신화 없는 탄생, 한국 디자인 1910-1960>, 예술의 전당, 2004, p9

12) 최범, <한국디자인을 보는 눈>, 안그라픽스, 2006. p122

13) 김상규, <매거진정글 포커스&리뷰 : 신화 없는 탄생! 한국 디자인 1910~1960>, 매거진정글, 2004, http://magazine.jungle.co.kr/junglespecial/focus_review/content.asp?idx=78&table=focusnreview&page=1

14) 김상규, <한국의 디자인>, 시지락, 2005, p6

15) 강현주, <우리를 닮은 디자인>, KDF, 2009, p10

16) <서울디자인자산전>은 전시의 대상을 ‘서울’로 규정하고 있으나 ‘서울=한국의 대표성’의 범주에서 해석하고 있음을 근거로 그 주제가 한국디자인정체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사례로 대상하였다.

17) (재)서울디자인센터 외, <서울디자인자산전 팜플렛>, 서울 특별시. 2010,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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