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Vol. 25, No. 3

Convergence Tendency in the Area of Spatial Design
공간디자인 영역의 융합 경향 연구
  • Ye Lin Ko : Ewha Womans University
  • Hyun Joong Kim : Ewha Womans University

The area of spatial design has been developed into a new form of creating new spaces and providing new experiences through convergence with other various areas. Convergence is more of a historic trend and social phenomenon, not just a new simple phenomenon. Convergence has existed in the past in various forms. However, convergence in the 21st century has been developed in a totally different sense from the past. This current form is a complementary convergence of difference areas and has become a phenomenon familiar enough to be referred to as a 'different world', whereas convergence in the past mainly focused on technology and art. Moreover, it tends to explain this kind of convergence phenomenon of the design area through the use of similar concepts such as complex, fusion, hybrid, etc. It would be very meaningful to discuss the concept of convergence in terms of its value and essence rather than just its form.

Therefore, I decided to conduct this study by exploring various questions on what exactly convergence is in the design area and what the rationales and background are for convergence in the design area, which used to be subdivided and specialized in the past. For the purpose of the study, I have studied the background of the paradigm of convergence, and examined the characteristics and trends of convergence in the spatial design area based on the ‘melting pot’ theory by Milton Gordon. In addition, I have looked at what the values as well as the results of the convergence of spatial design with other areas would be by examining various cases.

Abstract, Translated

공간 디자인 영역은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융합은 새로운 현상이라기보다 분화와 융합을 반복하는 시대적인 조류이고 사회적 현상이다. 융합은 과거부터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어왔다. 단, 과거의 융합이 기술과 예술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면 21세기의 융합은 ‘다른 세계’로 불릴 만큼 이질적인 영역들이 동등한 차원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융합하고 있다는데 그 차이가 있으며 이는 매우 익숙한 현상이 되고 있다. 또한, 복합, 퓨전, 하이브리드 등과 같은 유사한 개념들로 이러한 디자인 영역의 융합 현상을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디자인 융합 경향의 형식보다는 본질과 가치의 관점에서 융합의 개념을 논의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본 연구자는 디자인 영역에 있어서 융합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동안 전문화되고 세분화되었던 디자인 영역들이 융합하게 되는 배경에 질문을 던지며 연구의 필요성을 피력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분화에서 융합의 패러다임으로 이행된 배경과 특징을 알아보고, 융합의 개념을 밀튼 고든(Milton Gordon)의 멜팅팟(Melting Pot) 이론을 바탕으로 바라보며 공간 디자인 영역에 있어서 융합의 특징과 그 경향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공간디자인이 다양한 영역과 융합함으로서 얻게 되는 가치를 사례를 통해 조망 해 보았다.

Keywords:
Convergence with other areas, Spatial design, Melting Pot theory, 영역간 융합, 공간디자인, 멜팅팟 이론.
pISSN: 1226-8046
eISSN: 2288-2987
Publisher: Korean Society of Design Science
Received: 26 Apr, 2012
Revised: 08 Jun, 2012
Accepted: 08 Jun, 2012
Printed: Aug, 2012
Volume: 25 Issue: 3
Page: 94 ~ 103
PDF Download:

Citation: Ko, Y., & Kim, H. (2012). Convergence Tendency in the Area of Spatial Design. Archives of Design Research, 25(3), 94-103.
1. 서 론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공간의 가치는 고정된 장치에서 인간과의 상호작용 통해 지각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공간에서 이용자를 이끄는 힘은 인간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감성을 아우르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이는 곧 공간 디자인 영역이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디지털 터치 스크린(touch screen)이 도입된 공간과 같이 단순히 기술이 접목된 공간이 융합의 예로 등장하고 복합, 퓨전, 하이브리드 등과 같은 유사한 개념들로 관련 영역들이 소통하게 되는 현상을 설명하거나 정의하려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본 연구자는 디자인 영역에 있어서 융합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전문화되고 세분화되었던 디자인 영역들이 융합하게 된 배경에 질문을 던지며 연구의 필요성을 피력하고자 한다.

공간디자인 영역의 융합에 관한 선행 연구는 통합 예술적 관점에서 통합의 필요성을 피력하거나, 디지털 매체 활용을 통한 공간 구축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 들어 공간디자인 영역의 융합 유형 및 특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형태와 프로그램을 유형화하는 연구에 한정되었다. 이와 달리 본 연구는 순환하는 융합의 흐름에서 현시대의 융합의 경향과 특징을 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공간디자인이 다양한 영역과 융합함으로서 얻게 되는 특징과 가치를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사회학자 밀튼 고든(Milton Gordon, 1964)이 미국 다민족 문화의 동화 과정을 이론화 한‘3가지 도출 가능한 동화 이론(3 Possible Outcomes of Assimilation)’중 멜팅 팟(Melting Pot)이론1)을 바탕으로 융합을 바라보고자 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공간 디자인 영역에 있어서 각 영역이 융합하는 경향과 특징을 분석하여 영역 간 융합의 가치와 의미를 조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2 연구의 범위 및 방법

본 연구는 분화와 융합을 거듭하는 패러다임의 흐름에서 현재 21세기 융합 패러다임의 특징을 살펴보고, 다양한 영역이 융합하여 창조되는 공간 디자인의 사례를 통해 융합의 본질적 가치를 발견하고 재조명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크게 문헌 연구와 사례 분석으로 진행한다. 문헌 연구에서는 융합 패러다임의 구조와 내용을 파악하고,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21세기 융합 패러다임을 근대의 분화 패러다임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그 특징을 도출한다. 또한 미국의 사회학자 밀튼 고든(Milton Gordon)의 멜팅 팟(Melting Pot)이론의 관점을 적용하여 결합, 통합, 하이브리드 등과 같이 수많은 유사 개념으로 혼돈되는 융합의 개념을 재구성해본다. 사례 분석에서는 공간디자인 영역에서 나타나는 영역간의 융합 특징을 국내외 사례를 통해 분석 하여 융합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한다.

2. 디자인 융합의 개념과 경향
2-1. 융합패러다임의 도래

미래 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사회 각 분야의 경계 붕괴를 예견하며 각 영역의 융합과 사회전반의 경계 모호성에 대해서 제시했듯 융합은 시대적인 조류이고 사회적 현상이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서 현재 융합 사회의 출현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근대 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로 설명되는 근대는 이성과 감성, 정신과 육체, 합리와 비합리, 문명과 야만 등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차이 difference’에 대한 담론이 왕성한 시기였다. 이러한 ‘근대성’은 사람들이 공간을 인식하는 문제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표준화된 시계와 척도의 고안으로 시간과 공간은 단일성 및 보편성을 지니게 되었다. 르페브르(Lefebvre)가 「공간의 생산」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데카르트적 논리의 도래와 함께 공간은 절대의 영역에 들어가게 되었다. 절대적 공간 개념의 등장과 일반화는 현실 세계의 기능적 공간의 발달과 관련되어 있었다. 자본주의 시대 생산과 소비의 분리에 따라 작업장과 주거지가 분리되었다.

이러한 분화의 패러다임은 디지털 기술에 의해 융합 패러다임으로 대체되었다. 근대 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이행되면서 물질적 상품 생산 체계에서 정보 중심적 체계로 이행되었고, 생산 수단에 투여된 노동 시간이 아닌 해당 과정에 투여된 정보의 양에 따라 상품가치가 평가되는 시대로 전환하게 되었다. 즉, 물질적 상품 생산 체계에서 정보 중심적 체계로의 제도적 변화에 관심을 두고, 철학적이고 인식론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춘 사회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2) 근대 사회에 분리되었던 시·공간이 정보 사회에서는 시·공간이 압축되어 물리적 거리는 전혀 문제되지 않으며, 한 장소가 다양한 장소로서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표 1]
융합사회의 발전 동력의 작동 원리3)

근대사회의 발전 동력 융합사회의 발전 동력 유형별 핵심 특성
위계 네트워크 소통
폐쇄 개방
현실 가상 다양성
이성 감성
배제 수용 유연성
원칙 재량

이러한 융합 사회는 초기에 다양한 기능이 하나의 제품에 통합된 양상을 보이다가 90년대 중반부터 IT기기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컨버전스가 본격화 되었다. 기술발전과 함께 다른 산업분야와의 결합이 가능해지면서 산업지형도가 변하고 있는 것으로, 자동차에 배터리가 더해져 전기차가 나오고, 여기에 IT까지 더해져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동차가 나오게 된 것이다. 또한, IT에 건설, 친환경 기술이 더해져 U-시티가 등장했다. 이렇듯 근대사회 직후 20세기 중반 정보사회는 IT중심의 융합이었다. 하지만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Daniel Pink)가 "모두가 융합이라고 하면 기존 산업에 IT(정보통신기술)를 융합하는 것만 얘기하지만 산업과 산업, 개념과 개념을 통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듯 21세기 현대 융합사회는 이종 산업간 융합 현상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인지(cognition) 중심의 융합으로 볼 수 있다. 근본적으로 융합이 대두된 배경에는 미래 사회가 지혜와 감성의 융합을 요구하는 복합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융합의 흐름은 [그림 1]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그림 1] 융합의 진행도

인지를 핵심으로 융합하는 사회에서 공간은 행위자가 공간을 어떻게 인지하고, 받아들이며, 어떠한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이는 루이스 설리반(Louis Sullivan)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명제로 대표되는 근대의 폐쇄적, 기계론적, 구조적 공간에서 개방적, 유기적, 관계적 공간으로 이행되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융합 사회는 ‘발전’, ‘보존’과 같이 합치되기 힘든 개념을 ‘지속가능한 발전’과 같은 새로운 개념으로 재구성한다(각주3 참조). 또한 요소 보다 연결, 구조보다 관계, 설명보다 기술, 인과성보다 배열성, 조화적 질서보다 혼효적 질서 등이 중시 된다.4) 이때의 관건은 별개로 존재하던 사물과 관념들을 새로운 맥락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에 좌우된다.

2-2. 융합의 정의

사전적으로 융합은 ‘녹아서 한 가지가 됨’을 뜻한다. 하지만 복합(complex), 퓨전(fusion), 하이브리드(hybrid) 등 수많은 유사 개념으로 인해 디자인 융합에 대해 설명할 때 그 의미가 혼돈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디자인 분야에서 융합이라는 용어는 대부분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결합’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음을 발견 할 수 있는데 이는 융합의 초기 양상이 디지털 기기 중심의 통합 개념에 가까웠기 때문일 것이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여 새로운 디자인 형식을 창조하는 양상으로 변화하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과거 기술 결합 단계와 구분이 모호한 상태에서 융합을 다양하게 해석함으로써 의미 전달에 혼선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는 융합의 개념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디자인 융합의 흐름이 급격히 진행된 데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융합을 다른 유사 개념들과 구분하여 그 개념을 재구성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자는 밀튼 고든(Milton Gordon)의 '멜팅 팟(Melting Pot)'이론을 통하여 융합을 설명하고자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밀튼 고든(Milton Gordon, 1964)은 그의 저서 「Assimilation in American life」에서 미국의 다민족 문화의 동화 이론을(Assimilation) 체계화 하였다. 이는 사회학자 로버트 에즈라 박(Robert Ezra Park, 1864-1944)의 초기 동화 이론을 재정립 한 것으로써 아래 [표 2]과 같이 정리 될 수 있다. 즉, 소수 그룹이 다수 그룹으로 흡수되는 앵글로 일치화(Anglo conformity), 개개의 고유한 언어, 문화, 전통을 지키면서 공존하는 문화적 다원화(Cultural Pluralism), 그리고 각자의 고유성이 녹아 새로운 문화로 탄생하는 멜팅 팟(Melting Pot) 이론이다.

[표 2]
3가지 도출 가능한 동화 이론 (3 possible outcomes of assimilation)

Anglo Conformity 소수 그룹이 다수 그룹으로 흡수 A+B+C=A
Cultural Pluralism (Salad Bowl) 각자의 고유한 언어, 문화, 전통을 지키면서 공존 A+B+C = A+B+C
Melting Pot 총체적 동화로써 각자의 고유성은 녹아 사라지고 새로운 문화로 탄생 A+B+C=D

여기서 결합과 융합을 구분 할 수 있다.‘결합’은 각자 고유의 요소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는 문화적 다원화(Cultural Pluralism)이론으로, ‘융합’은 각각의 요소가 녹아 사라져 버리고 새로운 독립체를 창출한다는 멜팅 팟(Melting Pot)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표 3]와 같이 결합이 단순한 요소의 합(A+B+C=A+B+C)을 의미한다면, 융합은 이질적인 요소를 모아 새로운 성질의 것을 만들어내는 것(A+B+C=D)을 의미한다.

[표 3]
밀튼 고든의 이론에 근거한 결합과 융합의 차이

결 합 융 합
Cultural Pluralism (Salad Bowl) Melting Pot
A+B+C = A+B+C A+B+C = D

이와 같은 멜팅 팟(melting pot) 이론의 관점으로 융합을 바라본다면, 다수의 기능이 하나의 공간에 표현되는 기술적 과정이 진정한 융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즉 융합은 A와 B가 만나 새로운 C를 창조하는 멜팅 팟 이론과 같이 각기 다른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연결 고리를 찾고, 새로운 분야와 가치를 창조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즉, 건축, 조경, 인테리어 디자인을 비롯하여 제품 디자인, 조명 디자인, 뉴미디어, 유비쿼터스 컴퓨팅에 이르는 전문 영역들이 단순 소통 내지 결합의 차원을 넘어서 용해되어 융합됨으로서 새로운 형태의 결과를 창조해내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프라다 트랜스포머(Rem Koolhaas, 2009)와 같이 지면으로부터 고정되어 서있는 전형적 건축 공간의 스케일에서 벗어나 제품 스케일에 기반한 개체 지향적 개념 및 조형 특성을 융합하여 이동 가능한 공간을 창조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따라서 융합은‘모이고(수렴), 섞이고(혼합), 바뀌고(변형), 나뉘고(분화), 거듭나거나(재구성), 새로운 것으로 창발하는 현상‘으로 정의 될 수 있다.5)

2-3. 디자인 융합의 특징과 경향

현시대에 공간디자인은 ‘다른 세계’로 불릴 만큼 이질적이었던 영역들이 동등한 차원에서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융합하고 있다. 건축과 디지털 미디어가 융합하면서 미디어 파사드(Media Façade)라는 새로운 영역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그림 2]에서와 같이 초기에 광고와 정보 전달 등 상업적인 용도에 한정되어 있던 디지털 미디어가 건축 영역과 융합하면서 도시 공간의 조명 역할까지 하는 등 영역성이 확장 된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영역이 융합하면서 창조되는 공간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그림 2] 갤러리아 백화점, Ben Van Berkel, 2005

첫째, 융합하는 각 영역은 상호 보완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공간의 내용과 표현력을 강화 한다. 그동안 산업화의 영향으로 세분화되어 발전한 전문 분야들은 산업 내 혁신을 중심으로 진화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은 폐쇄적 특징으로 인해 한계에 다다르게 되었다. 이에 21세기 융합 패러다임에서 각 영역들은 서로 긍정적 측면은 강화하고 미약한 부분을 충족시킴으로써 자신의 영역에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표현하게 되었다. 공간디자인은 기술, 예술은 물론 IT, 제품 디자인, 뉴미디어 분야 등과 융합하면서 하나의 공간 안에서 다양한 가치의 공존이 가능하게 하였다. 예를 들어, 뉴미디어 영역과 융합한 전시공간은 뉴미디어의 쌍방향적 소통의 장점으로 인해 정보 전달이라는 전시의 기본 목적은 더욱 강화되고, 더불어 모니터 화면이 아닌 공간으로 미디어의 표현력이 확장되면서 이용자의 경험이 풍부해졌다.

둘째, 형태와 기능간의 고정적 관계가 파괴되었다. 루이스 설리반의 ‘Form Follows Function’의 명제와 같이 기능을 시각화하기 위한 디자인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능을 수용하는 비결정적 형태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건축물은 대지에 고정되어 똑바로 서있어야 한다는 건축의 본질도 변하게 되었다. 공간은 열린 시스템으로서 다양성을 수용하고, 과정으로서 존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융합을 통해 공간은 이질적 요소간의 새로운 연결을 촉진시켜 사회·문화적 변화를 일으킨다. 현재 21세기에는 문화 속에서 이용자가 장소나 공간과 어떻게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지의 사안이 공간에서 실험되고 있다. 이는 구조보다 관계가 중시되는 융합 패러다임의 특징과 연결되는 것으로서 사회·문화·이용자가 역동적인 관계망과 연속성에 존재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처럼 공간은 타 영역과 융합을 통해 결과론적 구축물이 아닌 인간과의 관계성 속에서 과정으로 파악되며 인식된다. 그리고 인지(cognition)가 핵심 요소가 되면서 행위자(이용자)의 지위가 중요해졌다. 이는 공간의 의미가 절대적 가치를 지닌 것이 아닌 그 속에서 인간의 행위와 관계를 통해 상대적으로 얻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3. 공간 디자인 영역의 융합 사례 분석
3-1. 사례선정 및 분석기준

본 연구는 실내에서부터 도시 공간에 이르는 공간 디자인 영역에 있어서 전문화되어 발전되어 온 다양한 디자인 영역, 즉 제품디자인,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 유비쿼터스 컴퓨팅 등이 융합하는 경향을 알아보고, 그 가치와 의미를 조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앞서 살펴본 영역 간 융합의 내용을 실제적인 사례를 통해 다양한 영역이 어떠한 방식과 특징을 보이며 융합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각 사례의 융합을 바라보는 관점은 앞서 살펴본 밀튼 고든(Milton Gordon)의 멜팅팟(Melting Pot)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앞서 정리한 디자인 영역에서의 융합 개념을 토대로 하여 사례의 융합 영역을 도출하였다. 그리고 융합은 그 방식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창조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정성적 분석 방법으로 융합 결과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따라서 사례 분석 방법은 각 영역의 어떠한 특성이 상호 영향을 미치며 융합하게 되었는지 분석하고, 이들 특성이 녹아들었을 때 결과적으로 나타내는 표현 특성을 연구하였다. 즉, 다양한 영역들이 융합하여 도출된 공간들이 기존 공간과 다른 점이 무엇이며, 왜 다른지를 추적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사례 선정은 결과적으로 구축된 공간이 융합공간의 특징을 보이는 공간, 즉 관계적 공간, 인간 중심의 공간, 체험의 대상으로 경험을 통해 상황적으로 파악되는 공간을 대상으로 하였다. 단, 컨셉을 제안하는 단계에서 끝난 디자인 사례는 제외하였다. 현시대의 융합 패러다임이 디지털 기술과 정보화 사회의 출현으로 촉발된 만큼 디자이너들은 보다 열린 가능성으로 공간의 개념을 재정의하며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공간을 실험하고 있다. 때문에 다양한 공간 개념의 컨셉을 제안하는 디자인이 많았는데,본 연구는 사례를 통한 실증적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구축된 공간으로 범위를 한정하고, 최종적으로 2000년대 이후에 준공된 공간을 선정하였다.

3-2. 사례 분석
(1) Crown Fountain

미국의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내에 위치한 크라운 분수(Crown Fountain)는 조각가 하우메 플랜사(Jaume Plensa)가 주축이 되어 진행한 프로젝트로서 조각, 건축, 디지털 미디어 영역이 융합하여 창조된 새로운 형식의 분수이다. 시카고 시민의 영상을 통해 다양한 나이와 인종, 문화가 공존하는 시카고의 특성을 표현하는 동시에 이용자가 공간과 쌍방향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표 4]
크라운 분수

개요 프로젝트명 Crown Fountain
참여자 Architect : Krueck and Sexton
Sculptor : Jaume Plensa
Video Artist : The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위치 및 연도 Chicago Millenium Park, USA, 2004
융합 영역 Architecture + Sculpture + Digital Media Design
영역별 특성 Architecture 영역성, 스케일, 구조
Sculpture 물질성
Digital Media Design 시간성, 역동성, 다양성, 재현성
표현 특성 - 실재(물)와 비실재(이미지)의 병치
결과 - 공간과 이용자의 상호소통
- 변화하는 공간 이미지 창출

크라운 분수는 조각가를 주축으로 계획되었지만 조각의 특성만으로는 도출이 불가능한 표현 특성을 지닌다. 이 분수는 15m 높이의 육면체 기둥 2개가 마주보고 있는 형태로 각 기둥의 앞면에는 발광 소(LED) 스크린이 설치되어 1,000여 명의 시카고 시민의 표정 애니메이션과 자연 경치가 번갈아 나온다. 특히, 화면 속 인물의 입에서 물이 나오는 형식은 [그림 3]과 같이 중세시대 건축물의 가고일과 같은 상상 속 동물의 부리에서 물이 나오는 분수의 형태를 시카고라는 장소적 맥락에서 재해석 한 것이다. 가고일 형태의 분수와 같은 전통적 분수의 형태를 이처럼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데에는 디지털 미디어 영역이 융합하였기 때문이다. 3차원의 물리적 실체라는 조각의 기본 특성에 디지털 미디어가 지니고 있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역동적 특성이 녹아들면서 물리적으로 형태를 깎고 다듬지 않았지만 표현력은 더욱 풍부해지는 효과를 도출했다. 이로써 이용자는 디지털 이미지와 감성적으로 교류하며 시카고라는 장소를 지각하게 된다. 또한, 크라운 분수는 875.4m2의 화강암 광장에 높이 15m(약 5층)의 건축적 스케일로 구축됨으로써 경관의 측면에서 주변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고 이용자로 하여금 이를 건축 공간으로 인지하게 한다. 그리고 분수의 영역과 이용자의 영역이 분리되었던 전통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두 개의 분수 타워가 마주보며 물이 담기는 영역을 도시적 스케일로 확장하여 이용자를 그 안으로 끌어들여 참여를 유도하는 능동적 공간이 창조되었다.


[그림 3] 가고일 형태의 분수(좌) 크라운분수(우)


[그림 4] 주변 환경과 조화

크라운 분수는 조각이라는 하나의 개체에 건축과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이 상호 보완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녹아들면서 분수라는 기능을 지닌 개체를 넘어 이용자와 상호 소통하는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2) Prada Transformer

프라다 트랜스포머는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와 그의 동료인 쿤레 애드예미(Kunle Adeyemi)와 크리스 반 도이즌(Chris van Duijn), 알렉산더 레이처트(Alexander Reichert)가 공동으로 지휘한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의 컨셉은 하나의 파빌리온에 4가지의 서로 다른 이벤트를 주최하는 것으로 필요에 따라 새로운 공간 형태를 형성한다.

[표 5]
프라다 트랜스포머

개요 프로젝트명 Prada Transformer
참여자 Rem Koolhaas(OMA) & AMO
위치 및 연도 서울 경희궁, 2009
융합 영역 Architecture + Product Design
영역별 특성 Architecture 스케일, 구조, 장소성
Product Design 오브젝트 개념, 유동성
표현 특성 - 시간 흐름에 따라 파사드 변화
- 일시적 이벤트로의 공간 표현
결과 - 경험으로 인지되는 공간
- 건축의 고정적 정체성 거부

필요에 따라 새로운 유형을 도출하는 프라다 트랜스포머는 제품의 오브젝트(Object) 개념, 생산방식 등과 같은 특징이 건축적 스케일, 구조, 기능에 녹아들면서 도출 가능한 형식이다. 프로젝트명을 프라다 트랜스포머로 정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장난감이 다른 여러 형태로 변형하는 일본 장난감 중 트랜스포머(Transformer)’를 언급한 인터뷰 내용6)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제품의 개념이 공간을 계획하는데 작용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대지에 파일을 박고 똑바로 서있는 기존 건축물과 달리 대지 위에 하나의 오브젝트를 올려놓은 듯한 프라다 트랜스포머는 도형-배경의 법칙에 의해 건축물은 오브제로 인지된다. 또한, 프라다 트랜스포머는 [그림 5]와 같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건축물을 돌려가며 새로운 형태를 도출함으로써 바닥-벽-천정의 고정적인 관계를 파괴한다. 바닥이 벽이 되고, 천정이 되면서 공간 구조의 경계면을 초월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용자는 공간을 물리적 실재에서 상황적으로 파악되는 것으로 재정의 하면서 경험을 통해 공간을 인지하게 된다.


[그림 5] 다이어그램

이처럼 건축의 기본 특성에 제품의 개념이 융합함으로써 건축의 고정적 정체성, 즉 중력, 정지 상태, 고정된 방향과 위치 등 건축의 기본적인 원리는 거부되고, 동적인 유기체로서 이용자에게 새로운 인지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

(3) Blur Building

블러 빌딩(Blur Building)은 2002년 Swiss Expo에 임시로 세워졌던 미디어 빌딩으로 트러스 구조물 주변으로 31,500개의 고압 노즐에서 뿌려진 안개가 건물의 외형을 이룬다.

[표 6]
블러 빌딩

개요 프로젝트명 Blur Building
참여자 Architect : Diller and Scofidio
Media Collaborator : Ben Rubin, EAR Studio
위치 및 연도 Swiss Expo, 2002
융합 영역 Architecture + Ubiquitous Computing(IT) + New Media
영역별 특성 Architecture 구축성, 구조 기술
Ubiquitous Computing 시스템 제어, 내재성
New Media 상호소통, 네트워킹
표현 특성 - 시각정보 차단
- ‘물’을 주재료로 변화하는 외형
결과 - 사람, 공간, 환경의 상호작용
-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
- 고정된 형체 탈피

블러 빌딩은 건축의 구조 기술을 바탕으로 건조환경을 보다 정교하게 조작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영역과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의 특성을 지니는 뉴미디어 영역이 융합함으로서 도출된 공간 형태이다. 이는 고전적으로 건축물이 지니는 벽과 지붕 없이 [그림 6]와 같이 Tensegrity 구조7)의 프레임(metal space frame)과 램프(ramp)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 구조물은 유비쿼터스 컴퓨팅에 의해 생성된 인공 안개로 둘러싸이면서 이용자는 피막이 덮인 공간처럼 인지하게 된다. 일정한 형태의 안개구름을 유지하기 위해 컴퓨터는 대기의 습도, 온도, 풍향, 풍속 등 환경의 컨디션에 따라 노즐 스프레이 강도를 조절한다. 이렇게 생성된 안개로 인해 이용자의 시각정보는 차단되고 촉각, 후각 등의 감각을 통해 공간을 경험한다. 이는 2장에서 디자인 융합의 특징에 대해 말한 바와 같이 이용자가 공간과 상호소통하면서 상대적으로 지각되는 공간이 창조되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블러 빌딩은 이용자의 감각적 체험을 강화하기 위해 개인 정보를 네트워킹 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뉴미디어 영역의 특성이 융합되었다. 특수 제작된 우비(plastic rain coat)를 착용한 이용자들은 우비를 통해 근접 거리에 있는 상대방의 정보를 빛의 형태로 제공받음으로써 상호작용 한다. 이로써 이 공간은 주변 환경과 이용자에 반응하면서 변화하는, 고정된 물리적 공간이 아닌 과정으로 존재하고 형체가 없는 비물질의 특성을 지니게 된다. 이용자는 환경뿐만 아니라 다른 이용자와 상호소통하면서 공간을 지각하고 기억하게 된다.


[그림 6] Tensegrity구조(좌), 블러빌딩 구조(우)

(4) Memorial to the Murdered Jews of Europe

베를린의 이 메모리얼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희생된 유대인 추모 공원으로써 독일 베를린 중심가에 있다. 19,000 m2면적의 부지에 2,711개의 콘크리트 슬라브(Concrete Slabs)가 세워져 있으며, 가로 0.95m, 세로 2.38m 넓이에 높이는 0.2m 에서 4.8m까지 다양하다. 지하에는 930 m2규모의 전시관이 있다.

[표 7]
베를린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개요 프로젝트명 Memorial to the Murdered Jews of Europe
참여자 architect : Peter Eisenman
sculptor : Richard Serra
위치 및 연도 Berlin, 2005
융합 영역 Landscape Design + Architecture + Sculpture
영역별 특성 Landscape Design 장소성
Architecture 구축성, 기능성
Sculpture 상징성, 은유, 소통
표현 특성 - 재현이 아닌 은유를 통한 표현
- 미니멀 형태의 조각 반복을 통한 질서와 안정
- 개방적 구조를 통한 도시와 연속성 유지
결과 - 경험을 통한 공간 지각
- 이용자 개인의 기억에 공간 의미 형성

이 프로젝트는 과거에 대한 속죄가 아닌 과거를 기억하게 하는 기념물이 되어야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었다. 때문에 기존 메모리얼이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역사적 건조물을 세움으로서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과 달라야 했다. 이를 위해 건축가 피터아이젠만은 기념물의 틀에 박힌 재현적 이미지나 상징을 거부했다. 대신 추모라는 문맥에서 떨어뜨려(decontextualize) 열린 공간에 메시지를 비워둠으로써 이용자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명상하는 공간 도출했다. 이러한 공간은 [그림 7]과 같이 시간과 공간이라는 요소와의 관계에 따라 작품에 대한 경험과 인식에 직면하도록 하는 조각가 리차드 세라(Richard Serra)의 작품 특성이 반영되면서 가능해졌다. 공간은 예술작품의 개입에 의해 새로운 의미가 형성되었고, 이용자는 공간을 체험하면서 조각의 분산된 부분들을 종합하여 인지하게 된다. 또한, 높이가 각기 다른 수 천개의 콘크리트 슬라브가 규칙적으로 반복되어 공간을 덮고, 도시와 연결되는 가장자리는 [그림 8]과 같이 높이를 낮게 하여 지면과의 차이를 줄임으로서 랜드스케이프(Landscape)와도 자연스럽게 통합된다. 메모리얼 주위에는 담장이 없이 도시를 향해 열려 있어 주변 환경과 연결된 형태를 보이며 이용자들의 일상 공간과 연속성을 함축한다.


[그림 7] The Matter of Time, Richard Serra, 2005


[그림 8] 콘크리트 슬라브의 다양한 높이

이로써 베를린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은 융합된 각 영역의 분리가 불가능하며, 기능성이 강한 건축의 분야를 체험의 공간으로, 그리고 시지각적으로 더욱 풍부한 공간이 되었다. 모더니즘 시대의 랜드스케이프(landscape)가 건물의 배경이나 자연 그 자체를 추구한데 비해 랜드스케이프와 건축의 형상과 배경, 내부와 외부, 대지와 건물이라는 전통적 이분법을 거부한다. 나아가 환경과의 관계성, 대중과의 소통, 과정성의 특징을 지니는 조각 분야와 융합함으로써 공간은 들뢰즈의 ‘주름’개념과 같이 하나의 주름잡힌 표면으로 통합되었다.

(5) UK Pavilion

UK Pavilion은 헤더윅 스튜디오(Heatherwick Studio)가 설계한 상하이엑스포의 영국관이다. 이 파빌리온은 성게 혹은 민들레 씨앗처럼 보이는 건물로, 6만 개의 막대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다양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이 파빌리온은 엑스포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을 수용하였으며, 2010 RIBA 루베트킨상(RIBA Lubetkin Prize)을 수상했다.

[표 8]
UK Pavilion

개요 프로젝트명 UK Pavilion
참여자 Architect : Heatherwick Studio
위치 및 연도 Shanghai Expo, 2010
융합 영역 Architecture + Product Design
영역별 특성 Architecture 구축성, 구조
Product Design 오브제 개념
표현 특성 - 스케일이 확대된 ‘물체’와 같은 형태
- 소재를 통해 내·외부 연결
결과 - 소재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경량적인 오브젝트로 지각

UK Pavilion은 15x15x10m의 큐브 형태이다. 이 단순한 형태의 구조물은 출입구를 제외하고는 창문과 같은 개구부가 없다. 또한 건물이 놓인 광장은 [그림 9]와 같이 마치 종이로 감쌌다가 펼친 듯한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용자는 이 구조물을 도형-배경(Figure-Ground)의 법칙에 따라 하나의 오브제로 지각한다. 건물이 오브제로 지각되는 현상은 재료의 표현 방식으로 인해 더욱 강화된다. 일반적인 건축물이 외장재와 내장재를 구분하는 것과 달리 하나의 소재가 내·외부에 동시적으로 적용되며 건축물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즉, 7.5m 길이의 투명 광섬유 6만개가 내·외부를 관통하여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소재는 외부에서 바람에 유연하게 움직임으로써 경량적인 오브젝트로 받아들여진다.


[그림 9] 조감도(좌), 오브제로 지각되는 건물(우)

UK Pavilion은 건축의 구축성 및 구조 기술에 제품디자인의 오브제 개념이 융합되면서 도출 가능한 표현 형태이다. 이로써 공간은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근대의 폐쇄적 공간이 아닌 개방적, 유기적 공간이 된다. 단, 이는 실제적 연결이라기보다 감각적, 추상적, 인지적 성격의 연결로서 이용자 측면에서 보다 유연하게 공간을 지각하도록 한다.

3-3. 종합 분석

사례 분석을 통해 본 연구자는 각기 다른 영역이 융합하여 창조된 공간의 형태는 하나의 특정 양식으로 정리되기보다 주변 환경과 상황에 따라 일시적, 비물질적, 역동적으로 변화함을 알 수 있었다. 즉, 공간은 구성 요소들 사이의 관계성에 주목하면서 유동적 상황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크라운 분수(Crown Fountain)와 같이 단순한 매스(mass)에 변화하는 ‘미디어 이미지’와 ‘물’의 요소가 더해지면서 단순성과 역동성이 함께 표현되는 공간, 블러 빌딩(Blur Building)과 같이 고정된 물리적 요소는 가려지고 안개와 같이 비물질적이고 일시적 상황으로의 공간, 그리고 홀로코스트 메모리얼(Memorial to the Murdered Jews of Europe)과 같이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가 반복되면서 대지와 일체화되는 공간에 이르기까지 융합 공간의 형태는 하나로 유형화 할 수 없음을 발견하였다.

형태적 다양성은 기존 건축의 바닥-벽-천정 혹은 내-외부와 같은 고정적인 구조 경계면의 초월을 통해 이루어짐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융합 사회가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촉발되었듯 공간 구조는 고도의 기술력과 신소재 등으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하이테크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이용자와 관계를 맺고 상호소통하면서 감성적으로 지각되는 특징을 보였다. 이용자의 움직임에 의해 변화하는 시각적 구조, 그리고 이에 따라 각자 다르게 경험하고 해석이 가능한 공간은 이용자의 의식 속에 반응하는 공간을 추구함을 알 수 있었다.

4. 결론

시대는 융합과 분화를 거듭하며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고 있다. 21C는 디지털의 발달로 인해 시공간 제약 없이 이곳저곳 자유로이 넘나들게 되었으며, 인간과 사물, 체계와 환경이 혼종된 융합적 관계형성을 촉구한다. 즉, 관계와 연결이 중요시되면서 독립적 체계조차 경계가 모호해지고 하나의 결합체를 구성하면서 의미 있는 관계 맺기를 통해 새로운 관계 양식을 도모한다. 현대 융합패러다임의 공간은 산업혁명 이후 분화되고 전문화된 기존 공간디자인의 한계성을 보완하고, 다양한 영역이 융합함으로써 사람, 환경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21세기 융합 사회의 출현 배경과 특징을 근대와 비교하여 살펴보고, 모호한 융합의 개념을 멜팅팟(melting pot, A+B+C=D)이론을 통해 명확히 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사례분석을 함으로써 표현 양상에 대한 특징을 추출해 내는데 주력하였다. 이제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인 스타일은 규정되지 않으며, 어떠한 영역들이 어떻게 융합하는가에 따라 창조되는 공간은 다양해진다. 구조는 더욱 정교해지고 고도의 기술력으로 경계를 초월하면서 여러 방향으로 변화가 가능한 열린 공간을 이루고,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서 이용자의 체험에 의해 발생되는 공간으로 존재하게 된다. 과거에 주로 예술영역과 융합하던 공간은 이제 조각과 같이 예술은 물론 제품 디자인, 뉴미디어, 유비쿼터스 컴퓨팅 등 보다 확대된 영역들과 융합하면서 전혀 다른 새로운 형식의 공간을 창조하게 된다. 이러한 공간디자인 영역에서 융합은 그동안 전문화를 바탕으로 각 분야가 기술의 벽을 쌓으면서 진행되었던 각 분야의 한계를 보완하고, 상상으로 존재하던 공간을 현실화하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 어떠한 영역이 어떻게 융합하는가에 따라 공간의 잠재적 가능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Notes

1) Milton Gordon이 미국 다민족 문화에 대해 제시한‘3 possible outcomes of assimilation’에는 Anglo Conformity, Cultural Pluralism, Melting Pot이 있음. 그 중 Melting Pot이론은 각각의 요소가 녹아 사라져 버리고 새로운 객체를 창출하는 것(A+B+C=D)을 말함.

2) 근대적 공간의 한계, 최병두, 2002

3) 사회문화적 융합의 동역학, 디지털 컨버전스 기반 미래 연구(Ⅱ) 시리즈 10-19, 2010, p.29

4) 융합문명의 도전과 응전, 디지털 컨버전스 기반 미래 연구(Ⅱ) 시리즈 10-17, 2010, p.12

5) 융합문명의 도전과 응전, 김문조, 디지털 컨버전스 기반 미래 연구(Ⅱ) 시리즈 10-17, 2010, p.11

6) http://yatzer.com/A-Deeper-view-inside-PRADA-Transformer-in-Seoul

7) 텐서그리티(Tensegrity) 구조는 구조물의 하나의 부품에서 인장력이 작용하면 구조 전체로 인장력을 전달하면서 전체가 균형을 이루게 되는 구조이다. 때문에 가장 적은 양의 재료로 가장 강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References
  1. 김문조 외. (2010). 융합 문명의 도전과 응전. 디지털 컨버전스 기반 미래연구 시리즈 10-17. 정보통신 정책연구원.
  2. 마뉴엘 카스텔. 김묵한,박행웅,오은주 옮김 (2003).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 한울 아카데미.
  3. 이정모. (2010). 인지과학 : 학문간 융합과 미래. 한국인지과학회 2010년 춘계학술대회 포럼.
  4. 임승빈. (2007). 환경심리와 인간행태. 보문당.
  5. 장용석외. (2010). 사회문화적 융합의 동역학. 디지털 컨버전스 기반 미래연구(Ⅱ) 시리즈 10-19. 정보통신정책연구원.
  6. 황주성 외. (2009). 디지털 컨버전스 기반 미래연구(Ⅰ)총괄보고서. 디지털 건버전스 기반 미래연구(Ⅰ)시 리즈 09-01. 정보통신정책연구원.
  7. 최병두. (2002). 근대적 공간의 한계. 삼인.
  8. Baume, Nicholas. (2006). Super vision :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Boston. Cambridge, Mass. : MIT Press.
  9. James J. Gibson. (1986). The Ecological Approach To Visual Perception.
  10. Milton Myrom Gordon. (1964). Assimilation in American life : the role of race, religion, and national origins. Oxford University Press.
  11. Philip Jodidio. (2005). Architecture : art. Munich ; New York : Prest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