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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on Modern and Innovative Haute Couture Designer Iris van Herpen
현대 오뜨 꾸띄르 혁신의 디자이너 이리스 반 헤르펜 연구
  • Se-lee Lee : EWHA Fashion Design Research Institute, Ewha Womans University, Seoul, Korea
  • 세리 이 : 이화여자대학교 패션디자인연구소, 서울, 대한민국

Background Iris van Herpen is a young haute couture designer who is globally famous for her experimental designs on the central stage of modern haute couture, which is gradually changing. This study aims to examine the features shown in van Herpen’s unique designs and works to investigate haute couture design, changes that occur in the field of fashion design, and the innovative trends that are differentiated from conventional and existing methods.

Methods In this study, an analysis is conducted of all of van Herpen’s collections, which span from 2007 to 2013, built as a haute couture archive on van Herpen’s official website. Following an analysis of van Herpen’s works and related information, van Herpen’s activities as a haute couture designer over time are described. The objects used in her works and the features of their presentation as shown in her collections are analyzed, and her innovative tendency shown in her designs and processes is identified.

Results The objects presented in Iris van Herpen’s haute couture collections are classified into three categories: human body and nature, senses and emotions, and culture and technology. Iris van Herpen uses organic shapes, repetition, gradual change, and continuation to emphasize particular shapes. She finds new unfamiliar materials, and discovers her own unique structures and shapes through the process of finding solutions for them. Iris van Herpen makes new attempts not shown in conventional haute couture collections; for example, in her use of 3D printing, she suggests new points for existing values and methods. Her innovative inclinations shown in her collections and techniques include the introduction of advanced technologies through collaboration, the combination of creative technology and materials, and the construction and realization of imagination based on technologies.

Conclusion Iris van Herpen, who intends to suggest the future of fashion through haute couture, is forging a path no one has taken. She works on the basis of discernment to see into presented objects, challenges and experimental spirit for novelty, and borderless collaboration. It is certain that her efforts will contribute to the occurrence of dynamic changes across the fashion industry.

Abstract, Translated

연구배경 이리스 반 헤르펜은 점진적 변화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현대 오뜨 꾸띄르의 무대에서 실험적 디자인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오뜨 꾸띄르의 신예이다. 본 연구에서는 반 헤르펜의 디자인과 작업과정에 나타난 차별화된 특성을 짚어봄으로써 오뜨 꾸띄르 디자인, 더 나아가 패션 디자인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이나 기존의 방식에 대하여 차이를 만들 수 있는 혁신적 동향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연구방법 본 연구는 반 헤르펜의 오피셜 홈페이지에 오뜨 꾸띄르 아카이브로 구축되어 있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의 컬렉션 작품 전체를 연구의 주요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작품분석 및 관련 정보 분석을 통해 오뜨 꾸띄르 디자이너로서 반 헤르펜의 활동을 시대적 흐름 내에서 살펴보고, 그의 컬렉션에 특징적으로 나타나 있는 작품의 표현 대상과 표현 특성을 분석하며, 마지막으로 반 헤르펜의 디자인 및 작업과정에 드러난 혁신 경향을 찾는다.

연구결과 이리스 반 헤르펜의 오뜨 꾸띄르 컬렉션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은 인체와 자연, 감각과 감정, 문명과 기술 등 세 가지로 분류가 가능하였다. 반 헤르펜은 유기적 형태와 이를 강조하기 위한 반복, 점층, 연속의 표현 방식을 지향하고 있고, 새롭고 낯선 소재들을 개척하며 어떻게 작업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서 독창적인 구조와 형태를 찾아내고 있다. 이리스 반 헤르펜은 3D 프린팅 기술의 도입 등, 전통적 오뜨 꾸띄르 컬렉션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통해 기존의 가치와 방법에 대하여 새로운 관점을 제안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행하고 있다. 그의 컬렉션 및 작업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새 시대의 혁신적 성향은 협업에 의한 첨단 기술의 도입, 창의적 기술 · 소재 조합, 기술에 기반을 둔 상상의 구축과 실현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결론 오뜨 꾸띄르를 통해 패션의 미래를 제시하고자 했던 이리스 반 헤르펜은 표현대상을 꿰뚫는 통찰, 새로움을 향한 도전과 실험 정신, 그리고 경계 없는 협업 등을 기반으로 패션디자이너로서 미답의 길을 개척하고 있으며, 이는 패션계 전반에 변화의 동력이 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Keywords:
Iris van Herpen, Haute Couture, Fashion Design, 3D Printing, 이리스 반 헤르펜, 오뜨 꾸띄르, 패션디자인, 3D 프린팅.
pISSN: 1226-8046
eISSN: 2288-2987
Publisher: Korean Society of Design Science
Received: 11 Nov, 2013
Revised: 28 Feb, 2014
Accepted: 05 Mar, 2014
Printed: Aug, 2014
Volume: 27 Issue: 3
Page: 175 ~ 195
DOI: https://doi.org/10.15187/adr.2014.08.111.3.175
Corresponding Author: Se-lee Lee (ciaose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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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journal was supported by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Grant Funded by the Korean Government(MEST)
이 학술지는 2013년도 정부재원(교육과학기술부)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출판되었음
Citation: Lee, S. L. (2014). Study on Modern and Innovative Haute Couture Designer Iris van Herpen. Archives of Design Research, 27 (3), 175-195.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educational and non-commercial use,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1. 서론

패션의 주요 이슈를 만들어내는 파리 오뜨 꾸띄르(Haute Couture) 컬렉션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네덜란드 출신의 패션디자이너 이리스 반 헤르펜(Iris van Herpen)은 상대적으로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컬렉션, 전시, 출판, 공연, 협업 활동 및 수상 등을 통해 줄곧 세계적 이목을 끌고 있다. 세계의 언론 및 많은 연구자들이 인정하고 있는 반 헤르펜의 존재감은 그가 기존의 패션 컬렉션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기만의 독창적 세계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리스 반 헤르펜의 작품은 일반적인 의상의 틀을 벗어난 독특한 형태와 기법의 응용, 그리고 스타일 창조의 사례로서 연구에 종종 등장했다. 김유경(Kim, 2010)은 디지털 시대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유기적 패션디자인 연구에서 유기적 형태의 패션 사례로 반 헤르펜의 작품을 거론하였고, 박정인(Park, 2012)은 인체 골격의 엑스레이 투사 이미지를 활용한 패션디자인 연구에서 반 헤르펜의 드레스를 예로 든 바 있다. 한편 김은경(Kim, 2013)은 테이핑 기법을 활용한 패션디자인의 대표적 사례로 반 헤르펜의 작품을 소개하였고, 양진원(Yang, 2013)은 3D 디지털 프린팅을 활용한 패션디자인 연구에서 반 헤르펜의 일부 컬렉션을 간략히 소개하기도 하였다. 이리스 반 헤르펜을 집중 조명한 연구로는 반 헤르펜의 작품을 주요 연구대상으로 삼아 스타일 형성의 개념을 연구하고자 했던 김영선(Kim, 2012)의 연구가 있다. 그는 반 헤르펜의 디자인을 분석함으로써 창작을 하는 디자이너에게 스타일이 형성되기 위한 필수 요소를 심미적 독창성, 기술적 차별성, 조형적 특이성 등 세 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관련 선행연구를 뒤잇는 이 연구는, 패션의 첨단에서 새 시대를 여는 혁신적 디자이너 이리스 반 헤르펜의 오뜨 꾸띄르 컬렉션에 대한 통합적 고찰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의 컬렉션 디자인과 작업과정을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현대 오뜨 꾸띄르 혁신의 주인공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리스 반 헤르펜의 차별화된 작품 특성을 구체적으로 짚어보고, 이를 통해 오뜨 꾸띄르 디자인, 더 나아가 패션 디자인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이나 기존의 방식에 대하여 차이를 만들 수 있는 대안적 사고의 동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의 방법에 있어서는 우선적으로 반 헤르펜의 작품 분석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된다. 현재 반 헤르펜의 온라인 오피셜 사이트(IVH Official site)에서 오뜨 꾸띄르 아카이브로 구축하고 있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총 12회의 오뜨 꾸띄르 컬렉션 작품사진과 컬렉션 소개 텍스트 전체를 연구의 주요 분석대상으로 삼아, 작품이 표현하고자 했던 대상을 추출하였고, 형태, 색채, 소재 등 디자인 요소별로 어떠한 표현 방법을 취하고 있는지 특성을 분석하였다. 이러한 분석 끝으로는 이리스 반 헤르펜의 오뜨 꾸띄르 컬렉션이 보여주는 혁신적 성향을 추출하였다. 일련의 분석 과정에서 현대 패션계, 특히 파리 오뜨 꾸띄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 헤르펜의 작품이 갖는 의미를 시대적 흐름 내에서 살펴보기 위하여 각종 언론 매체에서 보도하고 있는 반 헤르펜에 대한 기사, 인터뷰 내용, 오뜨 꾸띄르 관련 텍스트 등의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면밀히 검토하였다.

연구의 내용으로는 우선 이리스 반 헤르펜이 주목받고 있는 활동 무대로서 파리 오뜨 꾸띄르의 변천에 대해 살펴보고, 현재 신예로서 주목받는 이리스 반 헤르펜의 활동사항과 배경을 서술하고자 하며, 그 이후 작품 분석을 통해 찾아낸 이리스 반 헤르펜 오뜨 꾸띄르의 표현 대상, 표현 방법, 그리고 혁신적 성향 등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오뜨 꾸띄르의 변천과 혁신

패션의 역사에서 패션디자이너가 창작의 주도자로 입지를 굳히는 데에는 19세기 중엽 파리에서 오뜨 꾸뛰르의 기초를 다진 찰스 프레데릭 워스(Charles Frederick Worth)의 역할이 매우 크다. 부르주아 패션의 역사를 저술한 페로(Perrot, 1981)는 당시 워스가 고객의 요구에 순종하는 기능인으로서의 재단사 입장을 벗어나 ‘취향의 독재자’, ‘가봉에 관한 한 의식있는 지휘자’, ‘신과 같은 존재’ 등으로 불리며 착용자 개별에게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워스로부터의 유래를 이어 오늘날까지 근 150년의 역사를 가지며 권위를 누리고 있는 오뜨 꾸띄르는 사전적으로 ‘High-sewing’ 또는 ‘High-dressmaking’, ‘High-Fashion’의 의미를 갖는 명칭으로서 화려한 최고급 맞춤의상을 일컫는데, 특히 파리의상조합(The Chambre Syndicale de la Haute Couture)은 엄격한 규정으로 오뜨 꾸띄르의 회원 자격과 권리를 부여하며 세계를 이끄는 창작 집단으로서 관리를 하고 있고 세계 패션문화의 예술적 입지를 지켜오고 있다.

미첼(Mitchell, 2004)은 오뜨 꾸띄르의 역사를 그 성립의 시기에서부터 볼 때 모던 아트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보았는데, 20세기 이전에는 옷을 디자인한다는 행위가 예술적 개념보다는 장인으로서의 행위로 비춰졌으나, 그 이후로는 점차 단지 원단으로 옷을 구성하여 짓는다는 개념을 넘어서서 음악이나 회화처럼 패션디자이너가 근본적으로 재료에 대한 탐험을 하고 예술적 표현으로서의 기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있다고 하였다. 김선영과 임영자(Kim & Lim, 2001)는 오뜨 꾸띄르를 근대 패션의 시작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새로움을 만드는 절대적 실험실로 칭하였고, 강경자와 김미옥(Kang & Kim, 1990)은 오뜨 꾸띄르의 역할을 크게 예술적 역할과 상업적 역할, 두 가지로 나누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패션 아이디어의 실험실로 항상 새로운 패션을 창조하고 새로운 소재 연구 및 확고한 기술 개발에 의하여 어떠한 스타일도 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뜨 꾸띄르의 예술적인 역할을 강조하였다.

이렇듯 오뜨 꾸띄르 컬렉션이 패션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역할과 심오한 가치를 꾸준히 인정받고 있는 가운데, 세계의 관심과 더불어 논란 역시 함께 존재하기 마련이다. 1996년 1월 미국 뉴스위크(Newsweek)는 ‘Au Revoir Couture?’라는 기사를 통해 대중이 입을 수 없는 고가의 오뜨 꾸띄르의 옷을 표방하는 프랑스 패션계가 어떻게 세계 패션을 이끌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였고, 많은 언론과 연구자들은 제도적 보호에도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표절, 고객의 감소, 생산환경과 관련된 사회적 변화 등을 거론하며 자주 오뜨 꾸띄르의 위기를 우려하곤 하였다.

21세기 현대의 오뜨 꾸띄르는 많은 관심과 우려 속에 새로운 모습으로 점진적인 변화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파리의상조합에서는 제도적으로 엄격한 규율에 대한 완화를 시도하고 있고, 컬렉션 전반에서 지배적이었던 고정적 코드 붕괴도 엿보이고 있다. 김선영과 임영자(Kim & Lim, 2001)는 고급문화로서 오뜨 꾸띄르가 보여준 우아함과 세련됨이라는 코드가 붕괴되면서 나타난 혼란과 변화는 창조적 새로움의 위치 변화를 의미하게 한다고 하면서, 기존 규범에 대한 해체와 다원주의적 사고에 의해 문화의 차이나 다양성 등이 다층적인 양상을 보여 혼합되는 특징, 그리고 살롱쇼를 기본으로 정형화되어 있었던 컬렉션 형식이 점차 실험적 경향을 보이고 있는 점을 설명한 바 있다. 한편, 2011년 6월 패션비즈(Fashionbiz)는 오뜨 꾸띄르의 미래를 걱정하는 관련 업계 내부에 누적된 혁신의 갈증을 만족시키기 위해 ‘뉴 꾸띄르(New Couture)’들이 점차적으로 런칭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였다. 이와 같은 변화, 새로운 혁신의 중심에 이리스 반 헤르펜이 서 있다. 이제 오뜨 꾸띄르의 신예로서 인정받고 있는 이리스 반 헤르펜의 등장과 활동 및 작품 배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3. 이리스 반 헤르펜의 활동과 배경

어나더(AnOther) 매거진은 2012년 9월 ‘Modern Couture’라는 기사를 통해 오뜨 꾸띄르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였다고 언급하면서 2012년 F/W 오뜨 꾸띄르 의상에 대한 스타일링 동영상 화보를 함께 실어, 아뜰리에 베르사체(Atelier Versace), 지방시 오뜨 꾸띄르(Givenchy Haute Couture by Riccardo Tisci), 발렌티노 오뜨 꾸띄르(Valentino Haute Couture) 다음으로 이리스 반 헤르펜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2013년 7월 호주 파이낸셜 리뷰(Financial Review)의 기사문 ‘Twilight of the gods’도 미래 오뜨 꾸띄르 컬렉션에 대한 우려와 다소 비관적 입장을 취하는 한편 반 헤르펜의 작품에 대해서만큼은 이번 시즌 컬렉션 중에서 찾을 수 있었던 의미있는 수확이라는 평가를 표하고 있다. 한편, 2011년 11월 타임 매거진(Time Magazine)은 반 헤르펜이 2011년 1월 ‘Escapism’을 테마로 한 오뜨 꾸띄르 컬렉션에서 공개했던 한 벌의 이스케이피즘 드레스(Escapism Dress)를 ‘2011년의 50대 발명물(50 Best inventions of 2011)’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각종 매체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실험적인 작품으로 오뜨 꾸띄르와 현대 패션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디자이너 반 헤르펜은, 네덜란드 아른헴의 예술학교(Artez Institute of the Arts Arnhem)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네덜란드의 텍스타일 디자이너 클로디 용스트라(Claudy Jongstra), 그리고 세계적 패션브랜드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2007년 자신의 브랜드를 열었다.(Disegno. June, 2013) 많은 매체에서는 반 헤르펜의 이력에서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브랜드, 맥퀸에서의 실무 경험을 중요하게 거론하고 있는데, 자연 탐구 및 소재 실험으로 특징적인 클로디 용스트라의 작업을 살펴볼 때 그 역시 반 헤르펜의 작업태도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텍스타일 설치 작가 클로디 용스트라는 자연의 근본적인 아름다움과 각종 공예기법에 대한 탐험 등을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으로 두고 있으며 그의 작업팀은 작업 재료를 얻기 위해 스스로 양을 기르고 벌을 키우며 염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식물을 재배하기까지 한다.(Claudy Jongstra Official site)

이미 졸업 작품 컬렉션 ‘Machine Jewellery’에서 추상적 컨셉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 재료와 기법에서의 발명적 독창성 등 확실한 정체성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반 헤르펜은 암스테르담과 런던에서 하이패션(High Fashion)의 의미를 갖는 오뜨 꾸띄르 작품으로 패션위크에 참여하였고, 이어 2011년부터 파리 오뜨 꾸띄르에 게스트 멤버로 입성하여 자신이 이전부터 고유하게 구축해오던 특징적 작품 세계를 여전하게 이어가고 있다.

2010년 네덜란드 디자인상(Dutch Design Award) 시상식에서 밝힌 ‘오뜨 꾸띄르는 패션의 미래다. 오로지 상업성이 지배하는 시기에, 오뜨 꾸띄르는 패션산업에 필수 불가결한 창의성을 추구해 균형을 회복시켰다’(Fashionbiz. June, 2011) 라고 하는, 반 헤르펜의 수상소감은 오뜨 꾸띄르에 대한 디자이너의 열정과 함께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디자인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그의 의지는 컬렉션을 통해 그대로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어서, 매 시즌 반 헤르펜은 옷이 갖는 한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듯 기존 패션의 역사와 전통이 형성해 놓은 테두리를 넘어서고자 하는 디자인들을 시도하고 있다. 이제 변화하는 현 시대에 반 헤르펜이 제안하는 혁신적 경향을 찾기 위해 그의 모험적인 작품들을 표현 대상별로 분류하고 탐색해보고자 한다.

4. 이리스 반 헤르펜 오뜨 꾸띄르의 표현 대상

이리스 반 헤르펜은 패션을 단순히 기능적인 것이 아니라 예술적 표현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가 현대 사회에 패션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그의 컬렉션에 드러난 표현 대상을 탐색해보면 인체와 자연, 감각과 감정, 문명과 기술 등 세 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4.1. 인체와 자연

우리의 존재를 인식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몸-인체, 그리고 우리가 존재하는 터전으로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자연 환경은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인류에게 끝이 없이 방대한 탐구 과제를 안기고 영감의 실마리를 던지는 신비한 원형으로 존재해왔다. 이리스 반 헤르펜은 연이은 컬렉션 전반에 인류 공통의 탐구 대상인 인체와 자연을 향한 흥미와 표현 의지를 지속적으로 뚜렷이 드러내고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인체와 자연 그 자체에서 드러나는 형태에 대한 모방으로부터 시작하여 그 이상의 원리적 표현과 재해석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우선 첫째로, 반 헤르펜의 컬렉션에는 동물 개체를 이루는 조직과 기관 중에서도 특히 동물의 체형을 이루고 몸을 지탱하는 골격체 형상의 의상들이 다수 존재한다. 반 헤르펜의 작품 중에서 가장 구상적으로 골격체를 드러내고 있는 작품은 2011년 ‘Capriole’ 컬렉션의 드레스가 대표적이다.(Figure 1) 이 흰색의 3D 프린팅 드레스는 실제 인체 내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골격이 마치 일반적 척추동물의 골격처럼 정확한 좌우 대칭의 균형을 이루면서 모델의 굴곡 있는 체형을 실루엣처럼 절묘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금속 물질, 반투명한 실리콘 등 다양한 소재의 의상들이 각각의 재료 특성을 강조하면서 투각형 혹은 반입체형으로 골격 형상을 드라마틱하게 드러내고 있다.(Figure 2-3) 또한 이러한 골격의 형상화는 드레스만으로 한정된 것이 아니어서 2013년 ‘Voltage’ 컬렉션에서는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동물체의 골격이 모델의 목과 어깨를 감싸는 장식 오브제로도 등장한 바 있다.(Figure 4)


Figure 1 Capriole July 2011


Figure 2 Wilderness Embodied July 2013


Figure 3 Wilderness Embodied July 2013


Figure 4 Voltage January 2013

반 헤르펜의 컬렉션에는 동물체 골격의 독창적 재해석 외에도 가시적 자연 외관에 대한 표현이 포착되기도 한다. 특히 자연의 외적 형상에 대한 조형이 단순한 모사에 그치지 않고 창의적 재해석 과정을 거침으로써 바라보는 이들에게 초자연적 울림을 일으킨다는 점이 반 헤르펜의 독특한 감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사례가 되는 Figure 5-6은 2013년 ‘Wilderness Embodied’ 컬렉션에 등장했던 작품들로서, 메탈릭한 실크에 정교한 레이저 컷팅(laser cutting)으로 표현된 기괴한 형상의 나무 드레스는 긴 가지와 잎을 거칠게 늘어뜨리고 있는 모습이 강한 에너지를 느끼게 하며 신령스럽고, 동체가 붙은 여러 마리의 새가 모델의 신체 위에서 서로 엉킨 채 쏘아보는 듯한 실리콘 깃털 드레스는 섬뜩하며 기이하다. 반 헤르펜의 상상과 실험의 작업실 안에서는 놀랍게도 인체에 내뿌려진 물조차도 순간적으로 포착되어 공기 중에 얼어버린 듯 플랙시글라스(plexiglass) 재료의 드레스로 표현되고, 맹수의 뾰족하고 날카로운 야성이 구두 굽 안으로 응축되기도 한다.(Figure 7-8)


Figure 5 Wilderness Embodied July 2013


Figure 6 Wilderness Embodied July 2013


Figure 7 Crystallization July 2010


Figure 8 Hybrid Holism July 2012

반 헤르펜의 작품에 나타난 자연에 대한 표현은 외형적 반영 외에 자연이 갖는 근본적 생명 원리, 즉 발생과 생장에 대한 개성적 묘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1년의 ‘Escapism’ 컬렉션에서 반사광을 내는 은회색 패브릭 드레스는 불규칙한 조직과 비대칭적 형태로 상체를 뒤덮은 장식이 마치 해양이나 수림 환경에서 번식하는 생물체의 생장을 유추하게 한다.(Figure 9) 3D 프린팅의 혁신적 기술로 만들어진 2013년 ‘Voltage’ 컬렉션 작품 Figure 10의 앙상블은 케이프와 스커트 표면에 불규칙한 돌기가 촘촘히 자라나는 형상을 보이며 기이한 생물체의 동체와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외 또 다른 작품 역시 3D 프린팅의 디지털 디자인 테크닉 덕분으로 각 작품마다 특정의 유기적 조형 방식을 정확하게 좌우 대칭형으로 구현하고 있다. 이는 전체의 구조가 세부의 구조 안에서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는 프랙탈 원리 같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라난 유기체의 굴곡과 주름 구조 같기도 하다.(Figure 11-12)


Figure 9 Escapism January 2011


Figure 10 Voltage January 2013


Figure 11 Hybrid Holism July 2012


Figure 12 Escapism January 2011

마지막으로, 반 헤르펜이 자연 속에서 찾아낸 또 한 가지의 표현 대상은 가시 범위 외의 자연 세계, 즉 자연 환경 내에 실재하지만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세계이다. 2012년 ‘Micro’ 컬렉션에서 반 헤르펜은 우리의 시야로는 확인이 어려운 마이크로 세계 즉, 동식물의 방호기관, 촉수, 세포구조, 혈장, 각종 기생해충류 등을 암시하는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스캐닝 전자 현미경으로 과학사진을 찍는 스티브 그시메스너(Steve Gschmeissner)의 사진에 영감을 받아 살아있는 유기 조직에 대한 흥미로운 표현을 시도한 반 헤르펜은 플랙시글라스, 구리, 투명 아크릴 등의 특수 재료들을 이용하여 의상으로서는 결코 친근하지 않은 표면감과 굴곡을 보이면서 살아있는 느낌이 충만한 의상을 만들어냈다.(Figure 13-15) 그런가 하면 2013년 ‘Voltage’ 컬렉션에서는 인체에 흐르는 생체전류를 표현 대상으로 디자인을 선보여, 전략적으로 컷팅된 유연성 아크릴의 입체 아플리케들이 미세한 털처럼 모델의 워킹에 따라 흔들리는 떨림을 보여주기도 하였다.(Figure 16)


Figure 13 Micro January 2012


Figure 14 Micro January 2012


Figure 15 Micro January 2012


Figure 16 Voltage January 2013

4.2. 감각과 감정

이리스 반 헤르펜의 컬렉션에서는 인체의 물리적 구조에 대한 접근뿐만 아니라 인간의 신경이나 심리적 내면을 대상으로 한 형상화를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인체가 감지할 수 있는 감각의 복잡한 현상, 혹은 긴장감이나 행복감 등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상황을 통해 느끼는 감각과 감정의 시각화 등이 해당된다. 사전적 의미에서 감각이란 우리의 신체 각 기관을 통하여 수용되는 환경의 어떤 자극을 알아차리는 것을 말하고, 감정은 어떤 현상이나 사건을 접했을 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기분을 말한다. 인간의 감각과 감정에 대한 고찰은 고대 철학에서부터 이미 시작되어 현대의 다양한 학문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리스 반 헤르펜은 특히 쉽게 설명하거나 단정 짓기 어려운 인간의 이 복잡한 내면 심리를 의상으로 표현하는데 있어 평범하지 않은 특수 질감과 낯선 형태, 기대하지 못했던 각종 효과들을 활용하고 있다.

2011년 ‘도약’이나 ‘뛰기’ 등의 의미를 갖는 테마의 ‘Capriole’ 컬렉션은 자유낙하라고 하는 특수한 상황을 가정하고 이 때 경험할 수 있는 극도의 감정을 반영한 것이다. 특수 가죽이 이루는 불안정적인 선형 배치, 날카로운 삼각 플레이트의 돌출 반복, 블랙의 아크릴이 구불구불 휘감긴 형태 등은 뛰어내릴 때의 여러 순간과 관련된 심리상태를 상상할 수 있게 한다.(Figure 17-19) 특히 그로테스크하게 꿈틀거리는 유기체를 보는 듯한 Figure 19의 블랙 아크릴 드레스에 대해서 반 헤르펜은 ‘나의 모든 에너지는 내 머리 속에 있다. 그리고 내 정신이 수없이 꿈틀거려 엉키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한 바 있다.(IVH Official site) 2011년 ‘Escapism’ 컬렉션에서 블랙 아크릴의 둥근 입체형이 가슴과 골반 위치에서 회오리치듯 거대하게 융기하는 형태도 일상적 현실로부터의 도피 순간에 느껴지는 공허감이나 행복감 등 극단의 감정 등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Figure 20)


Figure 17 Capriole July 2011


Figure 18 Capriole July 2011


Figure 19 Capriole July 2011


Figure 20 Escapism January 2011

4.3. 문명과 기술

조물주의 창조 질서를 향한 이리스 반 헤르펜의 환상적 아이디어 실험은 인류가 일궈낸 문명이나 현대 사회로도 향하고 있다. 반 헤르펜은 인류 문명의 위대함, 정신문화적 배경 위에 축적된 기술 결과물, 산업화와 정보화를 거친 오늘날의 시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재해석 등에 몰두하여 실험적이고 조형적인 디자인을 시도하였다.

우선 위대한 종적을 남긴 과거 인류 문명에 대한 관찰과 재해석으로서 이집트 문명과 관련한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반 헤르펜은 고대 이집트 미라 작업술의 섬뜩한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2009년 ‘Mummification’이라는 컬렉션을 발표하였는데, 이를 통해 과학과 신앙이 복합된 신념의 무게와 기하학적이며 그래픽적인 패턴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냈다. 그리하여 수백 개의 가죽 끈과 작은 금속 아일렛으로 형상화된 의상들은 섬세한 선형 유닛이 굴곡 있는 신체를 빼곡하게 채워가기도 하고 인체의 굴곡을 넘어 더 큰 입체감을 형성하기도 하면서 죽은 자를 위해 새로운 현실을 구축해내고자 하는 고대 이집트인의 실천을 설명한다.(Figure 21) 한편 2012년 ‘Micro’ 컬렉션에서의 까떼드랄 드레스(Cathedral dress) 역시 과거의 눈부신 문명에 대한 흥미와 탐구의 결과물로 보인다. 21세기의 기술혁명으로 불리는 최첨단 신기술, 3D 프린팅이 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마치 지극히 오래된 과거의 나무 조각 세공과 같은 느낌으로 완성된 이 걸작의 드레스는 보는 이에게 쉽게 이뤄내기 어려운 장인정신의 기품과 유럽 중세 대성당의 건축이 풍길 수 있는 엄중한 위용을 느끼게 한다.(Figure 22) 산업화와 정보화를 거친 현대의 문명에 대한 고찰 역시 포착이 되는데, 2008년 ‘Refinery Smoke’ 컬렉션에서는 유독한 성질을 지닌 공장에서 내뿜는 산업 매연의 여러 가지 면을 특별하게 조직된 금속 거즈를 통해 해석해내고자 했던 작품들이 보인다.(IVH Official site) 산업 매연 그 자체는 유해한 성분의 물질이지만 인류의 근대사 속에서 그 근본을 단순하게 유해하고 더러운 것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복잡함을 표현하는 데에는 금속사를 부드럽고 유연한 소재로 완전하게 탈바꿈시키는 기술이 필요했다.(Figure 23) 2009년 ‘Radiation Invasion’ 컬렉션은 우리에게 일상적인 과량의 전자파와 디지털 정보의 흐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하는 반 헤르펜의 질문을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다.(IVH Official site) 특히 Figure 24에서는 모델이 요동치는 것처럼 도발적으로 일렁이는 광파에 둘러싸여 있는 듯한 의상을 보여주고 있다.


Figure 21 Mummification January 2009


Figure 22 Micro January 2012


Figure 23 Refinery Smoke July 2008


Figure 24 Radiation Invasion September 2009

5. 이리스 반 헤르펜 오뜨 꾸띄르의 표현 특성

인간, 자연, 문명, 현대 사회 등 고유하게 자신의 표현 세계를 구축해온 이리스 반 헤르펜의 오뜨 꾸띄르 컬렉션은 어떠한 표현 방식으로 고유의 주제를 표현하고 있는지 형태, 색채, 소재 등 디자인 요소별로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5.1. 형태

공간을 채워 형성되는 형태의 특질은 이리스 반 헤르펜의 컬렉션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차별화를 이루는 핵심이 된다. 그는 오피셜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작업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슬로건에 반하고 있다고 명시하면서, 형태와 구조가 그 무엇을 뒤따르는 부차적 요소가 아니라 고유의 감각적 세계를 표현하는 데 가장 우선되는 것이라 밝히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 나타난 형태상의 특징을 대표적인 컬렉션 사진들(Figure 25-28)과 함께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반 헤르펜의 컬렉션 의상은 정형화된 의복구성의 패턴을 벗어나 있으며 유기적 형태의 특징을 갖는다. 그의 컬렉션 전반에 나타나는 유기적 형태는 앞서 컬렉션의 표현 대상에서 밝힌 자연 지향의 탐구 태도와 연관이 깊다. 반 헤르펜은 기술의 진보가 진행될수록 놀라운 기술의 가능성으로 재현된 자연으로의 회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언급하였고, 그는 디자이너로서 인류의 유한함 속에 그저 이 세계의 모든 것이 실험하고 경험할 대상임을 인정하고 있다.(Magazine Dontpanic. January, 2013) 이리스 반 헤르펜은 자연의 속성에서 기본 원리를 이끌어오되 적극적인 재구축을 통해서 시각적으로 보다 강렬한 유기적 형상화를 의도하곤 하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반 헤르펜 오뜨 꾸띄르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인하게 된다.

둘째, 유기적 구조를 갖는 반 헤르펜의 컬렉션에는 특히 반복, 점층, 연속의 형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예시된 Figure 25-27에서 볼 수 있듯이 반복, 점층, 연속의 형태는 반 헤르펜의 컬렉션에서 모든 테마에 지속적으로 재료와 기법에 구애 없이 적용되는 형태이다. 끈을 이용한 기법, 가죽을 가늘게 쪼갠 슬래쉬(slash) 기법, 그리고 첨단 3D 프린팅을 이용한 기법 등 전통의 기본적 수공예 방식에서부터 첨단 미래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에서 반 헤르펜은 이러한 형태를 구사하고 있고, 반복, 점층, 연속의 구조는 결과적으로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양감을 가진 의상으로 완성되곤 한다.

마지막으로, 반 헤르펜의 컬렉션 의상은 움직임을 지향하는 실루엣으로서 존재한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이리스 반 헤르펜은 인체를 ‘모션을 통해서 놀라움을 표출하는 형태’로 보고 있다. 그는 낮동안 빛의 변화에 따라 마술처럼 흐르는 물결, 큰 배의 움직임 등 암스텔담의 오래된 항구 근처에 위치한 스튜디오 창밖의 사소한 사물과 환경을 예로 들면서 움직이는 모든 대상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현한 바 있다.(Magazine Dontpanic. January, 2013) 움직임에 대한 천착으로, 그의 의상은 인체와 더불어 하나가 되면서 유기체처럼 살아있는 새로운 동체로서 컬렉션 무대에 등장하곤 한다.(Figure 28)


Figure 25 Mummification January 2009


Figure 26 Synesthesia February 2010


Figure 27 Crystallization July 2010


Figure 28 Escapism January 2011

5.2. 색채

이리스 반 헤르펜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컬렉션 구현에 있어 집중하는 것은 오직 구조, 형태, 기법, 재료뿐이며, 색채를 선택할 때에는 구조와 형태를 산만하게 하지 않고 그것을 돋보이게 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범위 내에서 결정한다고 말한 바 있다.(Magazine Dontpanic. January, 2013) 패션과 건축, 패션과 조각 그 경계를 넘나드는 듯 특별한 형태를 지향하는 이리스 반 헤르펜의 컬렉션에서 색채의 표현은 유난히 단조로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그는 구체적으로 색의 특성이 도드라지게 드러나 디자인을 지배하는 경우를 지양하고 있다. 실제로 반 헤르펜은 자신의 컬렉션 색채로 네온이나 원색 사용을 꺼린다며, 피하고자 하는 특정의 색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하였다.(Magazine Dontpanic. January, 2013) 구조와 형태를 돋보이게 하는 색채로서 이리스 반 헤르펜은 어떤 색채를 사용해왔는지 그의 오뜨 꾸띄르 컬렉션 작품에 나타난 전반적 색채의 경향을 대표적인 컬렉션 사진들(Figure 29-32)과 함께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컬렉션 전반에 무채색의 비율이 높으며 특히 검은색의 사용 빈도가 높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검은색은 흰색과 함께 모든 색 중 가장 중요한 색이며, 다른 색들은 모두 이 두 가지 색에서 파생되었다고 하였다.(Birren, 1961) 송명희(Song, 1997)는 색채보다 형태를 우선하는 디자이너의 경우 현란한 색채를 배제하며, 형태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색으로서 검은색을 선택한다고 하였다. 특히 20세기 중반의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Christubal Balenciaga), 크리스챤 디올(Christian Dior) 등의 예를 들면서 검은색이 가지고 있는 명료성으로 인해 조형적으로 명확한 윤곽을 가진 새로운 실루엣을 발표할 때 그들은 모두 검은색을 선택했다고 증명하고 있다. 이리스 반 헤르펜은 특별한 표면감으로 펼쳐지는 소재를 사용할 때나, 선형의 가죽 소재 및 광택이 강한 아크릴을 반복적으로 배치하면서 기이한 형태를 만들어낼 때 등 많은 사례에서 검은색을 활용한 것을 볼 수 있다.

둘째, 인체의 피부색에 근접한 누드 컬러의 사용도 잦다. 의상의 색으로 피부색에 가까운 색을 사용하는 것은 인체와 의상을 분리되지 않은 상태로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며, 살아있는 느낌이 충만한 유기체 형의 작품인 경우 인체와의 거리감을 더욱 좁힐 수 있다. 한편, 반 헤르펜의 컬렉션에는 투명색이나 반투명색의 사용이 잦아 이 또한 피부색을 드러나게 한다. 매거진 디진(Dezeen)에서 공개한 사진 Figure 32를 통해 최근 컬렉션에 나타난 반투명색의 대표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셋째, 반 헤르펜의 컬렉션에서는 특수 재료 및 기법에 의해 조성된 메탈릭 컬러 사용이 자주 포착된다. 금속성의 색채는 특수한 광택질감을 통해 시각적으로 강한 자극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나아가 혁신의 이미지, 미래적인 느낌을 강하게 표출한다.

마지막으로, 이리스 반 헤르펜의 컬렉션 전반에는 색상의 다양함보다는 저채도 색을 중심으로 색조의 다양함이 강조되며, 표면의 겉모양이나 색상에 영향을 주는 표면 속성으로서의 질감이 특히 중요하게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검정을 포함한 무채색, 누드 컬러, 그리고 메탈릭 컬러 모두와 연관되는 속성이기도 하다.


Figure 29 Micro January 2012


Figure 30 Micro January 2012


Figure 31 Wilderness Embodied July 2013


Figure 32 Wilderness Embodied July 2013

5.3. 소재

이리스 반 헤르펜은 패션에 사용할 수 있는 재료에 대해 한계를 두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진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Magazine Dontpanic. January, 2013) 새로운 재료를 향한 탐구와 실험이야말로 이리스 반 헤르펜의 컬렉션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된다. 그는 새로운 소재를 개척하며 어떻게 작업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구조와 형태를 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Magazine Dontpanic. January, 2013) 또한 오뜨 꾸띄르는 기성복의 세계에서 실행하기 어려운 실험을 통해 기법과 재료의 극적인 진보와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며 이 차이를 통해 패션 안에서 스토리를 원하고 있는 현대인의 심리에 부응할 수 있다고 하였다.(Disegno. June, 2013) 이리스 반 헤르펜의 오뜨 꾸띄르 컬렉션 작품에 나타난 소재의 경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통소재로서 반 헤르펜의 컬렉션에는 가죽, 메탈실크 등의 사용이 빈번한데, 특수 기법에 의한 정교하고 눈부신 가공이 눈에 띈다. 특히 가죽의 경우 네덜란드인들이 '황금 세기(Gouden Seuw)'라 부르는 경제·문화의 번영기, 17세기에 네덜란드에서 생산되었던 전통적 공예 기법 중 한 가지인 골드레더(Gold leather), 즉 금속박편을 입힌 가죽에 대한 애착이 상당해 보인다.(Figure 33)

둘째, 반 헤르펜의 컬렉션에는 신소재로서 금속, 플랙시글라스, 실리콘, 아크릴 등의 다양한 재료들이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Figure 34) 앞서 많은 사례 등을 통해 확인했듯이 반 헤르펜은 의상의 재료로 예상되기 어려운 많은 소재들을 실험을 통해 발굴해 가고 있으며, 특히 다양한 협업 관계 속에서 재료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건축가 필립 비즐리(Philip Beesley)와의 협업은 레이저 컷팅의 아크릴과 실리콘 같은 혁신적 재료를 이용하였는데, 컬렉션 현장에 선보인 의상은 울림이 있는 유기적 조형물로 인정받기에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였다.(Figure 35) 네덜란드 아티스트 욜란 반 데 비엘(Jólan van der Wiel)과의 협업으로 만들어낸 마그네틱 드레스(magnetic dress) 시리즈도 신소재 사용의 눈부신 사례가 된다. 쇳가루와 합성수지를 드레스에 입히되 자기장의 원리를 이용해 몸을 감싸며 유기체처럼 자라는 듯한 형상으로 완성한 이 드라마틱한 표면의 드레스는 자연 그 자체가 갖는 힘이 인간의 작은 조작과 더불어 어떻게 재구축될 수 있는지 흥미로운 재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Figure 36)


Figure 33 Hybrid Holism July 2012


Figure 34 Chemical Crows January 2008


Figure 35 Voltage January 2013


Figure 36 Wilderness Embodied July 2013

마지막으로, 이리스 반 헤르펜의 컬렉션에는 첨단기술소재로서 3D 프린팅을 위한 에폭시(epoxy) 및 폴리아미드(polyamide) 파우더가 재료로서 사용된다는 점이 또한 흥미롭다. 3D 프린팅이란 디자인 파일 소스에 의거하여 가루로 분쇄되어 있거나 녹아있는 액체 형태의 소재를 일정한 패턴을 따라 평면에 쌓고 단단하게 응고시키는 형식의 첨단기술이다.(Lipson & Kurman, 2013) 립슨과 컬만의 설명에 의하면, 3D 프린터에서 첫 번째 레이어가 굳은 후 프린트 헤드는 원위치로 돌아와 레이어 위에 또 하나의 얇은 층을 형성시키게 되는데, 궁극적으로 이와 같은 얇은 레이어들이 쌓여 3차원의 물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며, 이 기술은 이전에 우리가 결코 만들어낼 수 없었던 모양의 물체들까지도 만들어내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하였다.

이리스 반 헤르펜은 2010년 컬렉션부터 3D 프린팅의 기술적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의상을 개발하였고, 최근까지 매 시즌마다 3D 프린팅 기술의 진보를 단계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가장 초기 3D 프린팅 작품으로는 2010년, 2011년에 런던 기반의 건축가 다니엘 위드릭(Daniel Widrig)과의 협업으로 개발한 섬세한 유기체형 의상을 확인할 수 있다.(Figure 37) 이는 이후 2013년 건축가 줄리아 코너(Julia Koerner)와의 협업 및 MGX사의 기술을 기반으로 특수 레이스 조직물로 보일만큼 섬세함과 유연성에 진화를 보이는 기하학적 드레스(Figure 38) 및 MIT 네리 옥스만(Neri Oxman) 교수와의 협업으로 만들어낸 3D 프린팅 앙상블로 이어진다. 패각류와 같은 것이 촘촘히 자란 듯한 질감의 앙상블 소재는 스트라타시스(Stratasys)의 오브젯 코넥스 다중재 프린팅 기술(Objet Connex multi-material printing technology)로 만들어진 것으로서 딱딱한 부분과 부드러운 부분이 함께 존재하도록 서로 다른 속성을 담아 함께 출력한 것이다.(Figure 39) 가장 최근 2013년 ‘Wilderness Embodied’ 컬렉션에서는 슈즈 브랜드 유나이트 누드(United nude)와의 협업을 통해 야생의 힘을 드러내는 듯 나무뿌리와 같은 형상을 보이는 조각 같은 슈즈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다.(Figure 40)


Figure 37 Escapism January 2011


Figure 38 Voltage January 2013


Figure 39 Voltage January 2013 (Figure 12 detail)


Figure 40 Wilderness Embodied July 2013

이렇듯 지난 몇 년 간 반 헤르펜의 컬렉션에 등장해온 3D 프린팅 의상 작품은 컬렉션의 회를 거듭할수록 점차 실험적 단계를 벗어나고 있다. 기본적인 유연성 확보는 물론이며 무릎이나 어깨와 같은 특정의 부분에서는 필요한 수치만큼의 폭에 유연성의 강도를 원하는 만큼 적용할 수 있게 되었고, 디지털 파일 안에서의 컬러링을 통해 프린팅 이후에 색을 추가로 입히지 않아도 되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소재는 세탁기를 통한 세탁이 가능할 만큼 내구성까지 갖추게 되었다. 이리스 반 헤르펜의 지난 몇 년간의 오뜨 꾸띄르 컬렉션은 에폭시나 폴리아미드 파우더 재료가 의상 소재로서 정착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패션계에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6. 이리스 반 헤르펜 오뜨 꾸띄르의 혁신적 성향

이리스 반 헤르펜이 전개하고 있는 오뜨 꾸띄르 컬렉션은 전통적 오뜨 꾸띄르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아이디어의 발상과 작업과정에서 보이는 차이점은 그가 속한 주요 무대를 넘어 디자인 전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이나 대안적 사고와 연결될 만하다. 반 헤르펜의 오뜨 꾸띄르가 보이는 혁신적 성향을 탐색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포착할 수 있다.

6.1. 협업에 의한 첨단 기술의 도입

이리스 반 헤르펜은 그의 오피셜 사이트는 물론이며 거의 모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타 분야와의 협업의 가치와 중요성, 협업 과정에서의 즐거움을 강조하고 있다. 반 헤르펜에게 있어 협업은 타 분야에 대한 개인적 흥미의 실천을 넘어 현대의 디자이너에게 필수적인 사명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패션 분야에 많은 것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보다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패션을 벗어나있는 타 분야 사람들과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하였고,(Disegno. June, 2013) 타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또 다른 관점에서 관찰하고 생각하는 방식을 배우고 있으며 창의적 힘을 가진 사람들을 둘러싼 에너지를 충전 받곤 한다고 하였다.(Magazine Dontpanic. January, 2013) 또한 신진디자이너를 향한 조언에도 무엇보다 앞서 협업을 강조한 바 있다.(Showstudio. April, 2013)

이리스 반 헤르펜의 협업은 타 분야의 디자이너, 건축가, 과학자, 아티스트, 팝스타, 첨단기술소재 회사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반 헤르펜이 컬렉션을 통해 보여준 이 모든 전환적 시각과 방법의 제안은 디자인, 예술, 과학, 산업체 등의 구분된 범위를 넘어서 창조적 사고를 공유했던 협업의 과정을 통해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디어 발상에서 제작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있어, 그는 타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과 활발하게 관계를 맺으면서 보다 새로운 의상의 재료, 기법, 구조, 형태 등을 발굴해 내고 있다.

분야를 넘어선 소통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고자 했던 이리스 반 헤르펜의 의지는 특히 협업의 과정을 통해 3D 프린팅이라고 하는 첨단 기술을 도입한 점에서 단연 혁신성이 돋보인다 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13년 떠오르는 10대 기술’의 두 번째로 3D 프린팅 기술을 꼽고 있듯이(World Economic Forum blog. Feb, 2013) 패션분야에서 역시 3D 프린팅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큰 가운데, 반 헤르펜은 적극적인 협업을 통하여 첨단의 3D 프린팅 기술을 과감하고 발 빠르게 앞서 시도하였다.

반 헤르펜은 2010년부터 꾸준히 다니엘 위드릭, 줄리아 코너, 네리 옥스만, 이사이 블로흐(Isaie Bloch) 등의 건축 및 과학계 전문가 및 스트라타시스 등 선도적 3D 프린팅 개발 업체와 관계 맺으며 패션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3D 프린팅 의상을 개발 적용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그의 오뜨 꾸띄르 컬렉션 무대에는 매 컬렉션마다 빠짐없이 3D 프린팅을 통해 정교하게 구현해낸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이 예상치 못할 아우라를 풍기며 등장하였고, 이 작품들은 언제나 세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2013년 4월 디자인전문 매거진 디진이 최근 3D 프린팅의 막강한 영향력을 소개하기 위하여 특별 편성 출판한 매거진 ‘프린트 쉬프트(Print Shift)’는 대표적으로 건축 및 디자인계는 물론이며 그 외 의료, 무기, 고고학, 약품, 식품 등의 상당히 넓은 범위까지 영향을 미치는 3D 프린팅의 등장과 활용을 소개하였는데, 특히 이리스 반 헤르펜에 대하여 선도적으로 3D 프린팅 기술을 옷과 액세서리에 적용한 디자이너로 소개하면서 미래를 만들어가는 우리 사회의 개척자 중 한 명으로 지칭하고 있다.

디진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3D 프린팅 기술을 손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것을 구현할 수 있고 또한 완벽한 조형을 해낼 수 있는 도구라고 소개했던 반 헤르펜은 가장 최근 2013년 ‘Wilderness Embodied’ 컬렉션에서 슈즈 브랜드 유나이트 누드와의 협업을 통해 실로 조각같은 슈즈 디자인을 발표하였다. 유나이트 누드 측은 디자인 과정에서 최적의 기능과 형태를 위해 컨셉을 수정해 갈 때 3D 프린팅의 작업 특성상 매우 빠른 시험이 가능하므로 12벌의 완벽한 디자인의 슈즈를 만들어내기까지 1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발표하여 3D 프린팅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조형적 유용성 외에 또 다른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하였다.(Dezeen. July, 2013)

이리스 반 헤르펜의 디자인에 있어서 3D 프린팅은 새로운 영감과 가능성을 제시하며 디자이너의 창작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3D 프린팅을 통해 디자이너는 기존 제조 방식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신이 상상하는 모든 것을 제작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술은 전통적인 의류 재단과 제작 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되면서 미래 패션산업에 새로운 지형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한편 3D 프린팅 기술은 신체 스캐닝을 통해 자신의 신체에 꼭 맞는 맞춤복을 입을 수 있는 기회를 대중을 향해 대폭 열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는데, 제조방식의 신속성 및 맞춤복의 대중화 등의 기대효과는 기존의 오뜨 꾸띄르가 유지했던 특성에 배치되는 것들이므로 3D 프린팅의 도입이 오뜨 꾸띄르 컬렉션을 통해 시작되고 있는 점 자체가 미래 패션산업의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6.2. 창의적 기술 · 소재 조합

미술사 속에서 오뜨 꾸띄르를 연구한 후카이 아키코(Fukai, 2009)가 ‘Reading Fashion from Pictures’에서 19세기 중후반의 오뜨 꾸띄르 의상을 묘사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최고급 견직물, 문직물 등 단단한 비단을 드레이프, 주름,플리츠 등에 넉넉히 사용한 디자인은 한층 더 당당하게 빛난다. 그 위에는 레이스, 리본, 비즈, 파스망트리, 조화, 깃 같은 정교하면서 화려한 장식이 달려있다. 스테판 말라르메나 프루스트 같은 문학가들이 이러한 교묘하고 복잡한 질감을 글로 표현하려 할 때 아무리 정교하고 예리한 펜을 휘두른다 해도 뜻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다.”

최고급 원단, 레이스, 자수, 리본, 비즈, 파스망트리, 조화, 깃털 등의 화려한 재료들, 고도로 숙련된 장인의 손길과 문화와 전통을 잇는 정신 등은 19세기부터 21세기를 지나는 오늘날까지 오뜨 꾸띄르 디자인 세계에서 세기를 넘어 축적되어온 특징으로 대표된다. 이리스 반 헤르펜의 작업장에서 역시 전통 기반의 수공예, 고도로 전문화된 제작 과정, 특수 재료들이 포착된다. 반 헤르펜은 지극히 원초적인 기법 즉 뚫기, 자르기, 엮기, 꿰매기 등과 같은 극단적인 전통기법의 눈부신 나열을 보여주었고, 각종 재료에 대한 정교한 수작업의 가치를 지켜오고 있다. 한편 반 헤르펜은 아뜰리에 장인들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이에 더 나아가 소재와 기법 과정에 대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며 탐구와 실험을 거듭함으로써 새 시대에 걸맞은 혁신적 공예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이리스 반 헤르펜은 오피셜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작품이 전통의 장인정신과 혁신적 소재, 기술 그 관계 속에 성립되는 것이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학제적 연구 및 협업을 통해 섬세한 수공예 기술과 미래적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결합함으로써 오뜨 꾸띄르에 대한 현대적 시각을 창조하고자 한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반 헤르펜이 밝힌 대로 장인정신과 혁신적 신재료의 상호작용으로부터 디자인의 원천을 얻고자 한 작업 중에는 네덜란드 아티스트 바르트 헤쓰(Bart Hess)와의 협업으로 얻은 결과물들이 눈에 띈다. 바르트 헤쓰와 함께 개발한 소재들은 그 표면감이 생경하면서도 무언가 특별한 생물체를 연상하게도 하는 특별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 평범하지 않은 특수 신소재를 이용한 엄청난 양의 수공예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Figure 41-42, Bart Hess Official site)

또한 반 헤르펜의 작업에서는 진보된 디지털 방식에 의해 제작된 재료 및 오브제들을 다시 수작업을 통한 장인기술로서 재가공하여 완성하는 등 장인기술과 신기술의 혼합이 눈에 띄는데, 특히 2013년 ‘Wilderness Embodied’ 컬렉션에서 자연과 인간 내면에 살아있는 야성을 표현하고자 했던 여러 작품들은 최첨단 신기술과 전통적 장인정신의 조화로 이루어진 대표적 사례들로 손꼽힐 만하다. 레이저 컷팅과 피어싱(piercing)이 어우러져 있는 Figure 43의 사진을 들여다보면 오래된 전통의 기법과 신기술의 공존이 눈에 띈다. 한편 건축가 이사이 블로흐, 그리고 3D 프린트 전문기업 MGX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하이브리드 드레스(Hybrid dress)는 광조형법(Stereolithography)으로 제작된 3D 프린팅 조각을 합치고 여기에 수공예 기법을 더하여 최종적인 모습을 드러낸 작품이다. 디진 매거진이 제공한 사진을 통해, 정교한 뼈와 같은 모양을 컴퓨터상에서 디지털 시스템으로 디자인하고 이를 광조형법 출력기기로 프린팅한 후, 수 주간의 수작업을 통해 드레스 전체를 실리콘으로 덮어 극적인 표면을 만들어내는 이 독특한 조형 작업의 실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Figure 44)


Figure 41 Micro January 2012


Figure 42 Radiation Invasion September 2009


Figure 43 Wilderness Embodied July 2013


Figure 44 Wilderness Embodied July 2013

이리스 반 헤르펜은 새로운 기술이 모든 것의 답이 되지는 않지만, 그것이 오래된 옛 지식이나 기술과 만나게 되면 과거의 활기 및 미래의 가능성에 의해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것을 창조해낼 수 있다고 하였다.(Magazine Dontpanic. January, 2013) 그는 전통기법의 가죽에서부터 메탈 실크, 금속, 플랙시글라스, 실리콘, 아크릴, 3D 프린팅을 위한 에폭시 및 폴리아미드 파우더 등에 이르기까지 특정의 범위에 한계를 두지 않은 채로 다양하게 대안적 재료를 시도하고 있으며, 자수와 바느질 등의 섬세한 수공예의 자리 곳곳에 디지털 코드를 삽입함으로써 전통적 오뜨 꾸띄르를 시대 변화에 따라 재해석해내고 있다. 반 헤르펜이 보여준 전통 기법과 현대적 소재, 작업과정의 창의적 조합 발상은 결과적으로 인체의 개성적 해석을 낳았으며 예술, 건축, 과학 등 다양한 분야와의 소통을 통해 패션디자인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6.3. 기술에 기반한 상상의 구축과 실현

김용선(Kim, 1991)은 상상력을 자연의 이면을 보려는 끝없는 우리의 의식의 결과로 설명하였다. 진정한 상상가는 자연이 우리에게 겉으로 보여주는 형태에 쉽게 안주하여 그것을 표현하고자 하지 않으며,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서 자연의 모순성을 파헤치고 그 이면의 역동성을 표현하려 한다고 하였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1605년 저서 ‘The Advancement of Learning’에서 상상력은 내용이나 물질의 법칙에 매여 있지 않으므로, 마음대로 자연이 분리하고 있는 것을 결합시키기도 하고, 자연이 결합시켜 놓은 것을 분리할 수도 있으며 사물을 부당하게 결합시키고 이반(離反)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이리스 반 헤르펜은 표현하고자 하는 주요대상으로서 자연을 관찰하고 그로부터 유추된 디자인을 추구함에 있어, 자연의 속성을 꿰뚫고 자연의 결합을 파악하여 그것을 자유롭게 조작하고자 하는 흥미로운 도전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 모든 자유로운 상상의 구축과 실현이 다양한 기술과 과학지식에 힘입어 이루어진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사실이 될 것이다.

이리스 반 헤르펜에게 있어 기술에 기반을 둔 환상적인 상상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것을 컬렉션으로 구체화하는 작업 방식은 컬렉션의 회를 거듭할수록 고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2013년 ‘Wilderness Embodied’ 컬렉션에서 반 헤르펜이 계획한 것은 단순히 자연에 대한 1차원적 외현의 닮음을 뛰어넘어 경이로운 자연에 대한 야성의 감각적 체험을 유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계획과 결과는 3D 프린팅의 혁신적 기술, 자기장 원리를 이용한 마그네틱 제조술, 건축학적 지식 등이 직접적인 필수 전제가 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리스 반 헤르펜의 디자인에 있어서 다양한 분야에 걸친 새로운 기술은 영감을 일으키고 가능성을 확대시켜 디자이너의 창작을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반 헤르펜은 신기술을 통해 각종 제약에서 벗어나 자신이 상상하는 모든 것을 시도하며 새로운 관점으로 또 다른 상상의 가능성을 던지기도 하였다. 이리스 반 헤르펜의 작품 중에서 도전의 아이콘으로 손꼽힐 만한 2010년 ‘Crystallization’ 컬렉션의 크리스탈 워터 드레스(Crystal water dress)는 패션디자이너로서의 작업 범위를 넘어 새로운 개념으로 의상을 구체화한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투명 플랙시글라스를 열선총으로 녹여 물이 액체로부터 결정화(結晶化)되는 변형의 순간을 표현한 이 드레스는 이후 2013년 패션사진작가 닉 나이트(Nick Knight)와의 협업 프로젝트 'New crystallization dress'로 이어졌는데, 실제 물을 끼얹어 순간적인 드레스 모양을 초고속 카메라에 담은 닉 나이트와의 협업 영상작품은 디자인 행위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발산적 질문을 던지게 한다.

오뜨 꾸띄르는 본디부터 아이디어의 실험실이며 패션의 판타지를 실현하는 세계로 존재해 왔지만 이리스 반 헤르펜의 오뜨 꾸띄르는 디자이너의 표현 의지를 실험하고 실현하는 그 접근 과정에서 기존의 오뜨 꾸띄르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현실세계 대중에 미치는 울림 역시 다르게 보인다. 이리스 반 헤르펜은 기존의 예술가와 과학자가 갖는 일반적 입장 차이를 넘어서서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를 자유롭게 구축하고 있다. 기술적 원리를 기반으로 풍요로운 상상의 터를 구축하고 이를 환상적인 컬렉션으로 체화하고 있는 그의 작업 과정과 결과물은 기존의 보수적 오뜨 꾸띄르 세계는 물론 패션 디자인계 전반에 혁신이라고 하는 키워드를 제안하고 있다.

7. 결론

패션의 판타지이자, 실험실이며, 견인차로 일컬어지는 오뜨 꾸띄르 세계에서 오뜨 꾸띄르 전통으로 내려온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서도 혁신적 시각으로 패션의 미래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리스 반 헤르펜의 컬렉션을 통합적으로 고찰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패션을 예술적 표현으로 바라보고 있는 디자이너로서 이리스 반 헤르펜이 현대 사회에 패션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그의 컬렉션에 드러난 표현 대상을 통해 탐색한 결과, 인체와 자연, 감각과 감정, 문명과 기술 등 세 가지로 분류가 가능하였다. 특히 반 헤르펜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표현 대상으로서 인체와 자연은 외적 모방을 넘어선 적극적인 재해석이 눈에 띈다.

둘째, 이리스 반 헤르펜의 오뜨 꾸띄르 컬렉션에 나타난 형태상 특징은 무엇보다도 유기적 형태 표현에 있으며, 유기적 구조를 표현함에 있어 특히 반복, 점층, 연속의 방식이 두드러진다. 또한 이 유기체적 특징의 컬렉션 의상들은 기본적으로 움직임을 지향하는 실루엣으로서 존재한다.

셋째, 이리스 반 헤르펜의 오뜨 꾸띄르 컬렉션에서는 유난히 단조로운 색채 표현 경향이 엿보인다. 그는 형태와 구조를 돋보이게 하는 도구로서 색채를 사용하여, 색상보다는 색조의 다양함을 지향하고 표면의 겉모양이나 색상에 영향을 주는 표면 속성으로서의 질감을 특히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넷째, 이리스 반 헤르펜 오뜨 꾸띄르 컬렉션에는 전통소재, 신소재, 첨단기술소재 등 제약 없는 재료의 사용이 큰 특징으로 포착된다. 그는 낯선 소재를 개척하며 어떻게 작업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서 독창적인 구조와 형태를 찾아내고 있다.

다섯째, 이리스 반 헤르펜은 전통적 오뜨 꾸띄르 컬렉션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통해 기존의 가치와 방법에 대하여 새로운 관점을 제안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행하고 있다. 그의 컬렉션 및 작업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새 시대의 혁신적 성향은 협업에 의한 첨단 기술의 도입, 창의적 기술 · 소재 조합, 기술에 기반을 둔 상상의 구축과 실현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즉 이리스 반 헤르펜은 적극적 협업을 통해 새 시대의 혁명적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3D 프린팅을 패션에 선도적으로 도입하여 새로운 영감의 표현 및 산업지형의 변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오뜨 꾸띄르 장인들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혁신적 소재와 디지털 테크닉의 창의적인 조화를 도모하여 새로운 공예정신을 이루어 가고 있다. 또한 패션의 판타지로 일컬어지는 오뜨 꾸띄르에서 그가 현재 펼치고 있는 상상과 이미지는 기술이라는 든든한 기반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리스 반 헤르펜의 오뜨 꾸띄르 컬렉션은 작품의 외형적 특성에서 찾을 수 있는 디자이너의 새로운 관점과 차별화된 가치는 물론이며, 작업과정이 보여주는 도전의 가치 역시 주목할 만한 대상이 된다.

오뜨 꾸띄르를 통해 패션의 미래를 제시하고자 했던 이리스 반 헤르펜은 패션디자이너로서 표현대상을 꿰뚫는 통찰과 새로움을 향한 도전정신 등을 발휘함으로써 아직 누구도 밟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있다. 반 헤르펜의 혁신적 행보와 눈에 띈 기량은 오뜨 꾸띄르는 물론 패션계 전반에 변화의 동력이 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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