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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문화공연, 아리랑의 은유와 서사 - <아리랑: 시간의 강> 프로젝션매핑을 중심으로
The Metaphor and Narrative of Arirang, at the Opening Ceremony of the PyeongChang Winter Olympic Games-Based on the Projection Mapping of the Arirang: River of Time Performance
  • Jin Yo Mok : Department of Design & Art, Yonsei University, Wonju, Korea
  • 목 진요 : 연세대학교 디자인예술학부, 원주, 대한민국

연구배경 이 논문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의 문화공연 <아리랑: 시간의 강>의 프로젝션매핑 영상이 시도한 은유적 체계와 이를 통해 구성한 서사 구조의 내면에 주목하고, 이 작품이 표현해야했던 전제들과 이를 영상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함의하는 논제들에 집중한다.

연구방법 ‘우리 근 · 현대 시기 100년 역사를 재해석하고, 객관적으로 재생산하여, 대외적으로는 외교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대내로는 이를 통해 국민화합을 도모한다’는 이 공연의 대전제 하에, 네 가지 실행 전제를 먼저 소개한다. 외형적 표현 소재로 등장하는 정선아리랑과 아우라지 뗏목, 내용적 전제로서 올림픽조직위원회(IOC)가 주장하는 평화로운 역사표현과 국내 정치 및 사회상황이 요구하는 객관적 역사 표현에 대하여 설명하고, 이 내용적 전제들을 우리나라의 근 · 현대 역사에 대입했을 때 드러나는 모순을 제시한다. 상호 모순되는 전제들과 표현 대상을 ‘서사전략으로서의 은유’를 활용하여 풀어내는 과정과 결과를 상세히 서술한다. 이와 더불어 국제 행사에서 선보이는 역사 표현의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살펴본다.

연구결과 매핑영상을 통해 만들어낸 국가서사인 이 문화공연은 은유가 가진 문학적인 유희 기능과 ‘보여주는 만큼 가리는’ 회피의 기능을 동시에 활용하여 IOC의 까다로운 검열과 국내 정치적 상황에 따른 내부 규칙을 거스르지 않고, 하나의 영상에서 세계사와 한국사, 그리고 강원도 역사까지를 아우르는 서사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또한 이를 통해 자국 역사에 대한 작가의 의도와 내재적인 해석을 확인 할 수 있다.

Abstract, Translated

Background This paper focuses on the daring metaphor and narrative attempted and executed in the projection mapping image of Arirang: River of Time, an artistic performance at the opening ceremony of the 2018 Pyeongchang Winter Olympics, and concentrates on the premises that this work had to express and the issues implied by the process of releasing them as moving images.

Methods Under the grand scheme of this performance, "We will reinterpret the 100-year history of the modern era of Korea, objectively reproduce it, avoid causing diplomatic problems externally, and help promote internal national unity through this," this paper first introduces the four execution premises. The paper then explains about Jung-sun Arirang and the Auragi raft placed as the external premises, and as the internal premises about the "peaceful" expression of the history of Korea that IOC advocates and the "objective" expression about it required by domestic political and social situation, and focuses on the paradoxes and contradictions revealed when we superimpose these internal premises to the modern history of Korea.

Results This cultural performance, a national narrative created through metaphorical projection mapping, utilizes both the essential literary function and the function of 'exposing as much of what is hidden as possible, so as not to violate the IOC's strict censorship and internal rules related to the domestic political situation. This 'metaphor as narrative strategy' dramatically helped Korea show to the world an artist's individual interpretation about Korean history. At the same time, it led us to create a narrative structure that encompassed world history, Korean history, and Gangwon history in one image.

Keywords:
PyeongChang Winter Olympic Games, Projection Mapping, Jeongseon Arirang, Metaphor, Narrative, Opening Ceremony, 평창동계올림픽, 프로젝션매핑, 정선아리랑, 은유, 서사, 개회식.
pISSN: 1226-8046
eISSN: 2288-2987
Publisher: 한국디자인학회Publisher: Korean Society of Design Science
Received: 16 Jul, 2018
Revised: 24 Aug, 2018
Accepted: 06 Sep, 2018
Printed: 30, Nov, 2018
Volume: 31 Issue: 4
Page: 203 ~ 213
DOI: https://doi.org/10.15187/adr.2018.11.31.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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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ation : Mok, J. Y. (2018). The Metaphor and Narrative of Arirang, at the Opening Ceremony of the PyeongChang Winter Olympic Games-Based on the Projection Mapping of the Arirang: River of Time Performance. Archives of Design Research, 31(4), 203-213.

Copyright :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educational and non-commercial use,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1. 연구의 배경과 목적

이 논문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의 문화공연 <아리랑: 시간의 강>의 프로젝션매핑 영상이 시도한 은유적 체계와 이를 통해 구성한 서사 구조의 내면에 주목하고, 이 작품이 표현해야 했던 전제적 요소들과 이를 영상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함의하는 논제들에 집중한다. <아리랑: 시간의 강>은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개회식 문화공연 중 가장 높은 28.5%의 시청률(KBS 기준)을 기록했다. 아리랑이라는 익숙함으로 한국인이 더 잘 알만한 은유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공연의 외형적 무대 설정은 단순하다. 정선아리랑 예능보유자 김남기 선생이 보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바닥의 원형 무대에는 다섯 아이를 태운 뗏목이 원형을 그리며 흘러가는 것이 전부인 공연이다. 이 외, 공연 전체의 맥락과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닥에 투사되는 프로젝션매핑 영상의 역할이다. 더욱이 이 영상은 ‘민감한 우리 근 · 현대 시기 100년 역사를 재해석하고, 객관적으로 재현하여, 대외적으로는 외교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대내로는 이를 통해 국민화합을 도모’하는 전제를 가진 것이었는데, 언뜻 당연하고 올바른 것으로 보일지라도 하나하나의 요소들을 표현하기에는 위험천만한 것들이다. 은유는 산고를 통해 출산된다고 하는 것처럼, 난감한 전제들은 도리어 이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은유적 영상 체계를 이끌어냈다. 은유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학적 유희 기능과 ‘보여주는 만큼 가리는’ 회피의 기능을 통해 우리 근 · 현대 역사를 서사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으며, 뿐만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 올림픽과 같은 국제 행사가 제시하는 전제들과, 그 전제들을 활용하는 과정과 그 결과를 상세히 서술하고, 이와 더불어 국제 행사에서 선보이는 자국 역사 표현의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2. 공연의 전제들
2. 1. 전제의 배경

공연에 대한 외형적, 내용적 전제가 결정되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는데, 첫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일반적인 요구사항으로 개최국가와 개최지역의 문화자산과 역사를 알려야하는 의무 사항이 반영된다. 둘째, 올림픽을 주관하는 개최국 올림픽 조직위원회(NOC)의 요구사항으로 평창올림픽의 경우, 주로 강원도와 평창군의 구체적인 요청사항이 NOC를 통해 반영된다. 이 과정은 개최지역의 특정적인 정책과도 연관될 수 있다. 또한, NOC가 정부 조직인 한, 이를 통해 국내 정치권의 요구사항도 간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셋째, 공연을 이끌어가는 예술 총감독의 의지가 반영된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의 경우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출연하는 다섯 아이는 예술 총감독의 의지에 따른 결과이다. 이와 같이 세 가지 요인이 교차하며 논의되는 긴 과정에서 공연의 전제들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이 논문에서는 세 가지 요인 중에서 보다 객관적인 요인이라 볼 수 있는 IOC와 NOC에 의해 결정된 전제들에 한해 살펴보고자 한다.

2. 2. 개폐회식장의 구조

올림픽 개폐회식의 모든 공연이 공유하는 외형적 프레임으로서 개폐회식장의 구조는 Figure 1과 같다.


Figure 1 Major structure of the Olympic stadium for the ceremonies

평창동계올림픽 스타디움은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개폐회식을 치르기 위한 용도로 건축되었다. 바닥의 메인무대는 지름 72미터의 원형이고 면적은 4,096m이다. 프로토콜 무대는 [Figure 1]의 메인무대 상단에 삼각형형태의 보조무대를 활용하였다. 정선아리랑 예능보유자 김남기 선생이 이 자리에서 정선아리랑을 부른다. 커다란 원형의 메인무대에 실제 크기와 유사한 뗏목이 유영하듯 무대를 돌아 흐르는 것 이외에 다른 물리적인 장치는 없다. 관람석은 오각형 형태로 중앙의 원형무대를 바라보게 되어있다. 관람객이 중앙 무대에 집중하기 매우 좋은 환경이다. 이는 무대의 앞뒤가 분명히 존재했던 이전 대부분의 올림픽 개폐회식장의 사각형 기반의 구조와는 다른 점이다. 실제 경기까지 치러야했던 소치, 베이징, 리우 등 이전의 올림픽 개폐회식장의 최소 10,000m²을 넘는 무대 규모와 비교하면 채 절반도 안 되는 크기였지만 4,096m²의 원형무대에 3만 안시(Ansi)의 레이져 프로젝터 60대가 투사되어 300룩스(Lux)를 크게 상회하는 올림픽 사상 가장 뛰어난 영상 투사 환경을 가지고 있다. 프로젝션매핑이 퍼포머와 무대장치의 배경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적인 맥락을 끌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2. 3. 정선아리랑, 민족 미학의 보고(寶庫)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개폐회식의 문화공연을 통해 개최국가와 개최지역의 문화자산과 역사를 세계에 소개하도록 권고한다. 그러므로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 정선아리랑은 이 공연의 이견 없는 첫 번째 소재이다. 정선아리랑은 개최지의 대표적 문화자산이고, 우리나라의 굴곡진 역사와 민중의 삶을 함축하고 있는 민족 미학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시인 송경동(Song, K, 2003)은 “정선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내력과 소리 문화의 원형을 고스란히 담는 한민족의 상징적 가락이다. 구술과 암송, 지어 부르기에 의한 전승 이외에도, 민족사의 구비전승물이라는 차원에서 민족 미학의 건강한 보고”라고 설명하며 “아리랑은 자연스레 애국가 대신 불리운 노래, 감추어진 애국가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강원도에서는 아리랑을 아라리라 부른다. 강원도 전 지역에서 불렸던 아라리는 전승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 지역에 전파된 이후 전국적 확산의 과정을 거쳐 한민족의 다양한 아리랑 계통의 모체가 된(Lee, Y, 2017)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후렴)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공연이 시작되며 김남기 선생이 부른 노랫말이다. 정선아리랑 중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대표적인 곡이며, 또한 우리 역사의 질곡을 가장 잘 나타내는 노랫말을 갖고 있다. 정선아리랑의 유래는 아직 확증되지 않았지만, 고려 말 조선 창업에 반대한 고려 유신 일곱 명이 세파를 멀리하고 정선에 들어와 멀리 개경 쪽 하늘을 바라보고 개경의 만수산에 드리운 먹구름을 근심하면서 생겨났다는 설과, 아우라지 강을 사이에 둔 두 마을 처녀와 총각이 서로 사랑을 하였는데, 장마로 물을 못 건너가게 되자 처녀가 이를 원망하여 부른 데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등이 있다. 이러한 유래를 보아 알 수 있듯이, 정선아리랑은 우리 민족이 겪어온 굵직한 시대상과 당대의 시대정신 뿐 아니라, 남녀 간의 사랑, 그리움과 원망, 산골의 궁핍한 삶, 뗏목 타는 일의 고단함 등 민중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Lee, H, 2004)으로 우리의 근 · 현대 시기 100년을 표현하기에 손색없는 귀중한 문화자산이다.

2. 4. 아우라지 뗏목

두 번째 소재인 뗏목은 김남기 명창이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한 직후 중앙 무대 위에 나타나서 우리나라의 역사와 민족 정서를 관통하듯 무대 위를 선회하는 물리적 매개체로 사용되었다. 개회식의 뗏목은 정선아리랑이 발원한 아우라지의 강 위에서 거목을 실어 나르던 뗏목이 원형이다. 아우라지는 두 줄기의 강이 어우러진다는 의미이다. 오대산과 태백산에서 각각 발원한 송지천과 골지천이 정선군 여랑면에서 만나는 데 이 강이 아우라지강이다. 이 강의 뗏목에는 오대산, 금강산, 태백산 자락에서 벌목한 금강목이라 하여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았던 소나무가 실려 강을 따라 흘렀고, 아우라지 강에서 만나 다시 한강으로 흘렀다. ‘떼돈을 번다’라는 말이 이 시절의 떼꾼이 얼마나 흥했는가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정선아라리를 널리 보급한 것도 태조 이성계가 한양 천도 후 경복궁을 짓기 위해 필요했던 원목들을 실어 날랐던 떼꾼들 이었다. 이들은 길게 이어진 통나무 선단을 이끌고 한양으로 가는 내내 아라리를 불렀으며 그들의 떼돈을 따라 모여든 강변의 주막에서도 아라리가 퍼져 나갔다.

개회식에 출연한 뗏목은, 1)정선아라리와 떼어낼 수 없는 동시대의 역사적 유물로서의 역할, 2)각박한 육지 위를 멀리 바라보며 물길 따라 흐르던 당대의 방관자(떼꾼)로서의 역할, 3)아라리와 떼돈, 강원도의 소식과 연정까지 실어 나르며 당대를 종횡했던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원형으로 삼고 있다. 4)이는 동시에, 오랫동안 준비하고 고대해 온 올림픽처럼, 첩첩산중 강원도의 오래전 호황기에 대한 향수와 기대를 품고 있기도 하다.

2. 5. 평화올림픽과 우리 근 · 현대사

세 번째 전제는 이 공연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우리나라의 근 · 현대사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강조하는 ‘평화올림픽’이 내용적으로 상충하는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의 문화공연은 총 6개로 구성되어있다(Table 1) . 모든 올림픽 개회식의 문화공연이 그러하듯이, 개최 국가의 전통과 정통성, 역사, 문화자산, 미래의지 등 국가의 포부를 드러낸다. 여기에 자국의 근대화 역사가 빠질 수 없는데, <아리랑: 시간의 강>은 우리나라의 근 · 현대 역사와 산업화, 민주화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른 과정을 그려내는 장이다.

Table 1
Summary of the artistic performances of the opening ceremony

구분 제목 키워드 표현시대 표현 주제
문화공연 1 평화의 땅 신화 고대 고대신화캐릭터, 천상열차분야지도. 한국신화
문화공연 2 태극:우주의조화 정체성 n/a 태극, 조화의 힘
문화공연 3 아리랑:시간의 강 역사 근현대 고난을 극복한 대한민국
문화공연 4 모두를 위한 미래 연결 현대/미래 ICT, 미래 한국
문화공연 5 행동하는 평화 평화 n/a 촛불, 비둘기, 오륜과 평화
문화공연 6 소망의 불꽃 열정 n/a 도깨비불, 화합

국제행사 개최국들은 개막식을 통해 자국의 문화적 정체성과 정신을 담고 있으며, 자국의 입장에서 가장 내세우고 싶은 특별한 문화를 선보이고자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국내외적 갈등에 대한 입장과 다양한 사회적 요구와 분열에 대한 대응, 글로벌 맥락 하에서의 국가 정체성에 대한 담론 등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더욱이 우리의 근 · 현대 역사를 살펴보면, 일제 침략, 광복 전후 이념의 대립, 한국전쟁, 분단, 4.19, 5.16, 산업화, 군부독재, 민주화 항쟁 등 아직도 곳곳에 상처가 남아있는 민감한 문제들로 가득한 시기이다. 그러나 IOC는 개회식 문화공연이 국내외의 분쟁적 이슈를 표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IOC는 정치적 영역으로부터의 올림픽의 분리와 정치적 순수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IOC는 정치적 영역에서 오는 모든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고 1923년 IOC 위원장인 에드스트롬(Edstrom)이 지적한 바 있으며, 1955년에는 올림픽 헌장에 “개최국 올림픽 조직위원회(NOC)는 정치나 종교 및 상업적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완전히 독립적이고 자율적이어야 한다”는 구절을 포함한 개최국 NOC의 의무와 책임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기도 하였다(Ryu, J, 2000). 세계 1, 2차 전쟁과 냉전시대를 겪으며 여러 차례 정치적 순수성을 의심받아온 올림픽 IOC는 사실 거의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평화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에 기여하고 국제적인 우호와 친선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평등하고 차별이 없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정치적 개입은 일체 거부”하고자 한다. 또한, 올림픽 헌장에는 “IOC는 비기술적인 모든 문제를 결정한다”라고 명기, 경기 이외의 문제가 발생하면 IOC가 최고 지위에서 판정하게 되어있다. 이러한 이유로 개막식의 역사적 서사를 표현하는 장면에 IOC는 숨어있는 개최국 고유의 문화적 코드까지를 살펴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국에는 특히 예민하게 대응하여 일체의 정치색과 이념적인 문제까지도 간여하였는데, 예를 들어 백두산은 애국가에도 등장하는 우리 민족의 영산이지만 북한의 영토이고 중국과의 외교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백두산과 관련된 이미지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독도나 일제 식민지를 나타내는 이미지도 같은 이유로 사용할 수 없다는 식이다. IOC의 세세한 금기 사항들을 이해할 수 있으나, 그렇다면 분쟁적 요소를 가진 모든 정치적 서사와 이미지를 뺀 우리나라의 근 · 현대 역사 표현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일제의 침탈과 한국전쟁을 어떻게 평화롭고 우호적이며 차별 없이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자국 역사에 대한 자국 예술가의 예술적 재해석이 표현되는 공연 영상의 내밀한 해석까지 평화적일 수는 없다. 이처럼 국제행사의 개막식 영상으로 재현하는 문화에는 국가적 정체성이 내재되게 되어 있다. 재현은 ‘보이지 않은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보여주는 자의 입장에서 숨겨졌던 보물을 꺼내듯, 자국의 문화 재현은 자국이 지닌 문화적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Kim, D, 2015).

2. 6. 객관적 역사표현

네 번째 전제는 객관적 역사표현이다. 올림픽과 같은 국제 행사에서 국가의 역사를 표현할 때 상당량의 고증과 연구에 의존한다. 여러 차례의 관련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얻어진 최소한의 확정적 교집합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표현하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표현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IOC가 요구하는 ‘평화적 표현’에 합당하여 외교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내부적으로도 역사표현은, 특히 우리나라 근 · 현대의 경우에는, 더더욱 조심스럽다.

역사의 사실은 역사 연구로써 현존한다(Song, S, 2007)고 한다. 역사는 기억의 정치학이라고도, 또한 집합기억이라고도, 대중적 기억(Lee, K, 2010)이라고도 불린다. 해답처럼 보이는 이 용어들은 한편으로는 역사의 객관성에 대한 질문들이기도 한데, 역사 연구의 진실 문제는 따지고 보면 역사의 사실이 흔적으로 남긴 사료가 아니라 그 사료를 다루는 인식의 질과 관련된 것, 즉 철학적인 문제(Song, S, 2007)라는 해석이 타당해 보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는 역사 교과서 논쟁도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집합기억은 집단 외부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반면, 내부에서는 지속성, 연속성, 동질성을 낳고, 구성원의 기억은 그 틀 안으로 통합되는(Jeon, J, 2015)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정한 권력 작용을 수행하고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와는 다르게, 대중이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이 지배 권력의 입장 혹은 이를 기반으로 하는 기억과 충돌하는 양상을 보일 때, 대중적인 기억으로 정의되기도 한다(Jeon, J, 2012). 대중적인 기억들 중에 정치적인 이유로 침묵 내지는 주변화 되었던 기억들이 다시 정치적인 이유로 집합기억으로 부상되는 경우도 있다. 근 · 현대 시기에 대한 우리의 두 기억 형태도 격변과 전환기를 겪고 있지만 누구의 기억이 더 옳은지, 어떤 기억 형태가 더 많은지, 혹은 다수의 올바른 기억이라는 게 가능하기는 한 명제인지,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역사 인식에서 ‘객관성’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 객관성이란 ‘주관에 좌우되지 않고 언제 누가 보아도 그러하다고 인정되는 성질(Encyclopedia of Standard Korean, 2005)’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면 객관성이란 주관을 배제하고 정확하게 대상을 모사(模寫)하는 것이 된다. 이러한 정의는 역사적 객관성에 대하여 여러 첨예한 질문들을 불러오게 되는데, 역사 인식에서 이러한 모사로서의 객관성이 가능한 것인가(Lee, S, 1994)?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역사 인식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 역사 인식의 객관성은 도리어 역사가의 주관을 전제로 이루어지지 않는가(Kim, B, 2010)? 등이다. 이러한 모든 논쟁적 의제들을 걸러내어 올림픽 개회식에 소개할 우리의 근 · 현대사는 최종적으로 네 개의 ‘가장 객관적인’ 항목만을 남기게 되었다. 일제침탈,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가 그것이다. 어찌 보면 매우 상식적인 이 결과를 두고 그동안 논의할 이유가 무엇이었나 하는 회의도 가질만한 일이나, 그마저도 어렵게 선정되었다는 것은, 실은 각 항목 하의 내용이 그만큼 뜨겁다는 뜻이다.

3. 매핑영상의 은유와 서사
3. 1. 서사전략으로서의 은유를 위한 구조

다수의 영상 제작 소프트웨어에서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파티클 효과처럼 보이는 메밀꽃은 실제로 들여다보면(Figure 2) 각각의 메밀대와 꽃을 3D로 정교하게 제작하여 꽃이 피고, 지고, 바람에 눕고, 다시 일어서는 동작을 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이들은 실제 메밀꽃과 모양과 크기뿐만 아니라 생태까지도 흡사한 구조를 가진 수백만 개의 라이브 오브젝트(Live Object)이다. 이 3D 오브젝트는 컴퓨터 상의 물리 엔진을 이용해서 가상의 바람을 불면 바람에 나부끼듯 움직이게 되어있다(Figure 3). 4,096m2의 원형 무대 위에 봉평의 메밀밭을 그대로 옮겨 심은 듯한 이 거대하고 육중한 3D 메밀꽃밭은 역경을 딛고 일어선 우리 민족 한 사람, 한 사람을 대신하는 객체로서 기능한다. 민초(民草)를 염두에 두고 일일이 그려낸 이 객체들은 우리나라의 험난한 근 · 현대사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서사 전략으로서의 은유(Jeong, D, 2016)’를 위한 기초적이면서도 절대적인 장치이다.


Figure 2 Partial magnification image of buckwheat flowers

Figure 3 Virtual wind experiment
3. 2. 메밀꽃밭의 폭풍과 장맛비

영상의 처음(Figure 4), 뗏목이 등장하고 정선아리랑 노래가 들리는 순간부터 펼쳐지는 메밀꽃밭은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이효석 생가가 있는 평창군 봉평면의 메밀밭이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그 소설에 썼듯이, 봉평의 메밀밭은 평창의 아름다운 자산이다. 정선아리랑이 강원도의 대표적인 무형자산이라면, 메밀밭은 평창의 대표적인 유형자산이다. 개최지 강원도 평창의 자랑거리를 세계에 선보여야 하는 입장이 잘 드러난다.


Figure 4 First appearance of buckwheat flowers

메밀꽃에 주목한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그것의 은유를 통해서 한민족의 굴곡진 역사를 서사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유는 상황에 따라서는 단어 바꾸기를 넘어서 담론, 혹은 범위를 확장해 나가며 서사와 접점을 이룬다. 서사는 스토리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의미 생산 과정이 관건인데, 은유 또한 해석자의 체험과 인지를 활용하여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소통의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소통과 전달의 회로로서 은유는 서사와 맥을 같이(Jeong, D, 2016)할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더 다채롭게 만든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노랫말이 나오면서 폭풍이 불어오고 메밀대가 짓밟히듯 어지러이 눕는다(Figure 5). 아리랑의 배경음에 천둥치는 소리를 추가하여 비바람이 몰아치는 환경이 재현된다. 어떤 형태나 색채가 사실적인 모습을 지니긴 했지만 설명적인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구체적이든 추상적이든 간에, 이러한 요소들은 메시지를 보다 풍요롭게 하는 또 다른 사건이나 의미를 지니고 있을 수 있다(John, B, 2003). 또한 은유적인 형태 기호는 은유적으로 부여된 기호를 풀어가는 데서 발생하는 문학적이면서도 유희적인 즐거움을 줄 수도 있는데, 은유에는 한 문화권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개념장치 혹은 소통에 관여된 약호로서 문화적 기능, 소통의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Jang, I, 2015). 천둥소리와 함께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으로 보이는 이 장면은 폭탄이 떨어져 전쟁이 시작된 것 같은 이미지가 어렵지 않게 겹쳐 떠올라서 은유적 기호를 풀어 볼 필요도 없이 거의 즉각적으로 이해된다. 일제 침탈과 한국 전쟁의 구체적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고 우리가 겪었던 고난을 서사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 쉽게 해독되는 이 은유는 뒤이은 영상에도 숨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복선이기도 하다. 사실 메밀꽃밭에 불어온 폭풍과 장맛비는 은유적 사고로 보았을 때에 비로소 올림픽 개회식에서 공연될 개연성과 타당성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평창의 메밀밭 평범한 자연의 일을 목적 없이 드러낼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은유적 발상을 통해 작가와 시청자간의 소통의 지점이 마련되는 것이고, 시청자에게는 새로운 이야기로 재구성 되는 것이다. 메밀꽃은 이제 감정이입을 유발한다.


Figure 5 Metaphorical expression on Korean war

외세 침탈과 전쟁을 겪은 이후 우리가 겪었던 30년 독재시기를 표현한 것은 아리랑 노랫말에도 있는 억수장마와 결을 맞추어 먹구름이 낀 듯, 어두운 화면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장면으로 이어진다(Figure 6). 메밀꽃밭이 외풍에 짓밟혀 꺾이지는 않았으나 어둡고 긴 장마로 마치 늪지가 된듯하다. 이 긴 어두움은 무대의 중앙부로부터 따듯한 햇살이 들어 천천히 전체로 퍼져나가며 황금빛 들녘을 떠올리게 변화하는데, 억수장마의 끝에 햇볕이 드는 배경 사운드로 대중의 함성소리를 배치하였다. 우리나라가 혹독한 과정을 거쳐 민주화된 국가라는 것을 세계에 알리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일이다. 지난겨울 우리 현대사를 바꿨던 촛불은 이제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코드가 되어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음습한 어둠을 헤치고 퍼져 나오는 바삭한 햇살은 그래서 광장의 촛불이 번져가는 모습을 닮았으며 이는 우리나라의 성숙한 민주주의와 시민의식을 말한다.


Figure 6 Metaphorical expression on dictatorship and democracy movement

‘일제침탈,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의 파고를 거쳐 오늘날 번영을 이루게 된 우리의 근 · 현대사’를 표현하는 이 공연을 산업화 중심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산업화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맥락으로 보인다. 고난을 극복한 번영을 시각적으로 귀결 지으려면 물질적으로 파괴되거나 혹은 번영한 증거물을 재현하는 것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민주화는 무엇을 재현하여 설명할 것이며, 무엇으로부터의 민주화를 말하는가?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따로 떨어져 해석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산업화는 1960년대 이후, 강력한 지도자와 정부가 주도하는 압축적 근대화가 시작되고 한국사회 전반에서 ‘성장지상주의’ 이데올로기가 내면화되는(Yoon, S, 2016) 시기를 말한다. 이 시기를 통해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고 80년대에 이르러 고도 성장기를 맞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30년의 기적 같은 시기가 고스란히 민주화의 대척점이 되는 군사독재 기간이다. 이러한 이유로 산업화와 민주화는 이념적인 문제로 확대되어 사회 곳곳에서 대치하였다. 우리나라의 근 · 현대사를 물질적 토대 위에서 인식하지 않고 의식적 토대로 읽어보고 표현하려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대적인 수순도 엄밀하게는 산업화 시기가 먼저 등장했어야 맞으나 민주화를 먼저 표현함으로써 그 의도를 더 명확하게 드러낸 셈이다. 민주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독재를 바라보는 시선만큼 선명한 이념적 갈래가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모든 서사를 은유적 방법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은유는 근본적으로 유희적이며 드러내는 만큼 감춘다. 또한 그러므로 억압과 검열을 회피하는 기능이 있다(Lee, D, 2004). 국가의 입장과 의도를 나타내는 개막식 영상에서 작가의 역사관이 읽힌다는 비판은 감수할지라도, 새로 돋은 살처럼 여전히 따가운 우리 근 · 현대사는 이렇듯 ‘은유적 서사’가 아니면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객관성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3. 3. 노을, 반딧불, 도시의 야경

Figure 7 Glow of fireflies and Nightscape of Korea prosperity

황금 들녘 같은 햇살이 비추는 장면을 지나 노을이 진다. 만개한 메밀꽃들이 모두 노을빛을 반사하며 붉게 물든다. 이제 어두워질 것을 예고한다. 메밀꽃밭에 해가 들고 지는 자연 현상을 닮아서 더 자연스럽게 보이는 이 장면의 노을은 전쟁과 가난과 핍박을 겪어내며 대한민국의 오늘에 이바지한 우리 선배들의 황혼녘을 그리고 있다. 사실 정확히 해독되기 어려운 이 장면은 이들의 오랜 노고를 축복하고 경배하고 있는데, 이 구간을 의도적으로 길게 늘여 공감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뒤이어 등장하는 수많은 반딧불은 많은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국난의 각고를 겪은 할아버지 할머님의 넋과, 밤잠 없이 근면하게 일해 온 아버님 어머님의 땀과, 민주화를 위해 투쟁해온 형님과 누나의 희생이 다 함께 어우러져 밤하늘에 빛난다. 어찌 보면 상투적인 이 장면은 세대를 이은 넋과 땀과 희생이 함께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들었다는 의미로 세대 간, 이념 간, 계층 간의 간극을 극복하는 화합을 상징한다. 이 화합의 장면은 다소간 전형적인 클리쉐(cliché)로서, 반딧불이 모여 떠오르는 장면을 AR로 재현하기도 했는데, 뗏목 위의 다섯 어린이가 이를 보고 즐거워하는 장면을 연출하였다. 마지막 장면은 뗏목이 무대 위를 빠져나가며 형성되는데, 화합의 반딧불이 모두 움직여 큰 한 덩어리로 모였다가 거대한 불꽃놀이가 축복하듯 퍼져나가며 오늘날 번영한 한국의 도시 야경이 온 무대를 감싸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무대를 감싸 안은 도시는 정적으로 보이지만 세부적으로는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

4. 결론

문화공연 <아리랑: 시간의 강>의 프로젝션매핑 영상에 주어진 전제들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1)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인 정선아리랑을 널리 알린다.
  • 2) 정선아리랑과 동시대 강원도 유물인 아우라지 뗏목을 소개한다.
  • 3) 근현대기 약 100년을 표현하는데, 평화올림픽에 부합하고, 정치로부터 독립적일 것이며, 외교적 마찰이 생기지 않게 한다.
  • 4) 한국의 근 · 현대기를 객관적으로 표현하며, 일제침탈,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의 과정을 거쳐 번영을 이루어내는 국가 서사를 감동적인 영상으로 극화하고, 이를 통해 국민화합을 이끌어 낸다.

네 가지 전제들은 평균 2억 명 이상의 세계인이 주목하고 연 천만 명 이상의 내국인이 시청하는 올림픽 개막식(Kim, K, 2008)에 특수하게 적용되는 일종의 내부 규칙과 같은 것이다. <아리랑: 시간의 강>의 프로젝션매핑 영상은 이 전제들을 포용하기 위해 ‘서사 전략으로서의 은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보다 치밀한 은유 체계를 위하여, 평창의 대표적 유형문화자산인 메밀꽃밭을 정교한 3D로 만들어 바람이 불면 넘어지고 꺾이며, 꽃을 피우고 지게 하는 기능적 객체기반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밀꽃밭은 민초를 떠올리게 하는 은유를 위한 영상장치로, 여기에 불어오는 폭풍과 짓밟혀 꺾이는 메밀꽃의 모습을 통해 일제 침탈과 한국 전쟁을 나타낸다. 장맛비가 내리는 장면으로 군사독재시기를 재현한 뒤, 다시 햇빛이 들며 민주화의 함성소리가 겹친다. 이어 붉은 노을이 지며 어두워지면 수많은 반딧불이 등장한다. 이 반딧불은 세대를 거치며 전쟁과 가난과 핍박을 견뎌내 온 우리 민족의 넋이요 땀이요 희생이다. 이 반딧불이 환하게 한데 모여 화합을 이루고 드디어 오늘의 번영한 대한민국을 그린다.

은유적 매핑 영상을 통해 만들어낸 국가 서사인 이 문화공연은 은유가 가진 문학적인 유희 기능과 보여주는 만큼 가리는 회피의 기능을 동시에 활용하여 IOC의 까다로운 검열과 정치적 상황에 따른 내부 규칙을 거스르지 않고 세계에 선보일 수 있었다. 동시에 한 영상에서 세계사와 한국사, 그리고 강원도 역사까지를 아우르는 서사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가림’으로서 검열을 통과하는 차원으로 만족할 일은 아니다. 메가 이벤트라 불리는 국제 행사가 국사 서사를 위해 예술가의 표현을 일정한 틀 안에 옭아매는 방식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모든 장면의 모든 요소가 다 의미하는 바를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세 살부터 여든 살까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작품이어야 하는 것인지, 그것이 진정 더 많은 사람을 위한 것이지는 따로 논의해 볼 문제이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2017년도 동양대학교 학술연구비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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