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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기 왕실 생활공간 내 도배지의 실내디자인사적 의미와 디자인 재현 연구 : 근대기 왕실벽지를 통하여 본 실내공간의 색
Historical Meaning and Design Representation of Wall Paper in the Royal Living Space of Early Modern Korea: Focused on the Analysis of Color
  • Jiyoung Lee : Department of Industrial Design, Sungshin Women's University, Seoul, Korea
  • 이 지영 : 성신여자대학교 디자인과, 서울, 대한민국
  • Pilgu Chang : Department of Architecture, Dongyang Mirae University, Seoul, Korea
  • 장 필구 : 동양미래대학교 건축과, 서울, 대한민국
  • Hanhyoung Lee : Department of Heritage Conservation & Restoration,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Cultural Heritage, Buyeo, Korea
  • 이 한형 :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부여, 대한민국

연구배경 최근 한국의 근대디자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으나 건축적 양식 연구에 치중되어 있어, 실내공간을 구성하는 세부적인 요소들에 대한 연구는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궁궐 복원이 활발히 이루어졌던 2000년 전후로 궁궐 및 왕실 가옥에 사용된 벽지가 발견되었고, 이것을 토대로 한국의 근대시기의 실내디자인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본 연구자는 앞서 이루어진 선행연구를 통해 한국의 독자적인 실내장식 문화의 고유한 특성과 근대시기 과도기적 성취와 양식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한국의 근대벽지에 쓰인 색채의 고유성을 검증하고 디자인 활용에 참고할 수 있는 색의 범위를 제안하고자 하였다.

연구방법 분석 대상은 창덕궁 석복헌, 운현궁 노락당, 경운궁 준명당 3곳에서 발견된 벽지 원본이다. 첫째로, 한국 근대 벽지의 색이 한국의 전통적 색채관념과 미의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코자 이론연구를 시행하였다. 두 번째는 한국 근대벽지의 색채가 독자적 문화특성이라는 전제하 그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 한국과 동아시아 문화권의 전통적 색채관념(오방색)에 관한 문헌연구를 시행하였다. 세 번째는 실험분석 과정으로 육안, 현미경을 통한 색상 분석, 그리고 측색기를 통한 색데이터 수집, 화학실험에 의한 안료분석 순으로 진행되었다.

연구결과 한국의 근대 왕실벽지의 색채특성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바탕은 백색 혹은 종이 그대로의 소색이 주를 이룬다. 문양의 색으로 가장 선호되는 색은 청색이며, 두 가지 이상의 문양이 교차되는 경우 청색과 금색의 문양이 주로 함께 쓰였고, 일부 적색과 녹색이 혼용된 배색의 예도 있었으나 하나의 단위문양에는 단일한 색을 사용하여 표현을 절제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처럼 벽지에 사용된 백색, 청색, 녹색, 적색, 금색은 모두 오방색에 속하며, 특히 주로 사용된 청색과 황색은 고귀한 지위, 임금을 상징하는 의미로 쓰인 것이다. 안료분석 결과 전통단청에 쓰이는 것과 동일한 안료로 추정되며, 따라서 전통단청 색을 참조하는 것이 유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하여 한국의 근대 왕실 벽지의 색상 선택의 배경에 한국 고유의 전통색채개념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한국의 근대 생활공간이 지녔던 공간미와 색채미에 대한 보편적 기준을 정립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었음을 의미한다. 한국 왕실 벽지 디자인을 재현하는 데에는 더 많은 연구가 요구되나, 이를 통하여 근대시기 실내의장에 대한 충실한 고증이 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고, 나아가 전통의 현대디자인으로의 전래 가능성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Abstract, Translated

Background Until recently, modern historical studies on the detailed elements of Korean traditional interior space have been difficult to find. However, studies on the wallpaper used in the palaces and royal houses (Changdukgung Palace, Unhyeonggung and Gyeongunggung Palace) were found. This gave us an opportunity to study the modern interior design of South Korea (hereafter, Korea). We have been able to verify the inherent characteristics of Korea's unique interior decorating culture through previous research that analyzed these characteristics. In this study, various colorimetric analyses such as theoretical analysis for identifying the meaning of color used in wallpaper, experiment data for extracting color data, and suggesting color for use in design reproduction were conducted.

Methods The analysis process is as follows. First, we conducted a theoretical study to confirm that the color of Korean modern wallpaper is based on Korean traditional color concept and aesthetic. Second, we investigated the process of studying the characteristics of Korean modern wallpaper's color. In particular, we have studied the traditional color concept(um-yang-o-haeng) of Korean and East Asian cultures. Third, we condeucted visual observations, color analysis through a microscope, color data collection through a colorimeter, and pigment analysis by chemical experiment.

Results The color characteristics of modern Korean royal wallpaper are summarized as follows. The colors used for wallpaper are white, blue, green, red, and gold, all of which are in O-bang-colors. The background is white or paper-like discoloration, and the most preferred color of the pattern is blue. In most cases, one color was used for one-unit pattern and the expression was very simple. However, when there were two or more colors, the patterns of blue and gold are used together. Blue and gold are used to symbolize the noble status, the king. As a result of pigment analysis, the same pigments as those used in traditional dan-chung were used.

Conclusions These results show that the colors of Korean Royal Wallpaper are based on Korean traditional color ideas. Although more research is needed to express the design of Korean royal wallpapers, it is expected that the misunderstanding of Korean modern interior design will be reconsidered as a result of this study.

Keywords:
Korean Interior Design, Korean Modern Design, Korean Wallpaper, Korean Traditional Color, 한국 실내 디자인, 한국 근대 왕실 벽지, 한국 전통 색채.
pISSN: 1226-8046
eISSN: 2288-2987
Publisher: 한국디자인학회Publisher: Korean Society of Design Science
Received: 10 Aug, 2018
Revised: 07 Sep, 2018
Accepted: 09 Oct, 2018
Printed: 30, Nov, 2018
Volume: 31 Issue: 4
Page: 171 ~ 187
DOI: https://doi.org/10.15187/adr.2018.11.31.4.171
Corresponding Author: Jiyoung Lee (aplicot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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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ation : Lee, J., Chang, P., & Lee, H. (2018). Historical Meaning and Design Representation of Wall Paper in the Royal Living Space of Early Modern Korea: Focused on the Analysis of Color. Archives of Design Research, 31(4), 171-187.

Copyright :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educational and non-commercial use,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1. 서론
1.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최근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근대문화유산을 유물이 아닌 생활문화사적 산물로 접근하는 미시사적 연구가 늘고 있다. 그러나 생활문화의 산물로써 근대공간과 인간, 그리고 이를 행위로써 매개하는 근대디자인에 대한 연구가 종합적인 시각에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특히 실내공간을 구성하는 세부적인 요소들에 대한 근대사적 연구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근대기에 건립된 궁궐 전각 및 왕실소유 가옥들의 보수공사 및 실측을 위한 해체과정에서 도배지가 잇따라 발견되어 근대시기의 실내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고, 선행연구를 통해 한국의 독자적인 실내장식 문화의 고유한 특성 및 외래문화를 우리의 고유성 안에서 접목시켜 낸 과도기적 성취와 그 양식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문명화를 표방하는 근대화의 흐름이 상류계층으로부터 시작하여 시간 경과를 통해 하류계층으로 확산되는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이는 당대 근대화의 시류를 살펴보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사료로써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분석 사료의 양적 부족으로 인하여 실내장식의 기조를 결정짓는 색채에 대한 분석이 뒷받침 되지 못하였던바, 유물을 토대로 한 다양한 분석적 접근을 통하여 색에 관한 데이터를 추출하고, 근대벽지에 쓰인 색의 의미 규명 및 재현 가능한 색 영역의 범위를 제안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한국 전통실내공간에 대한 지배적인 인상은 흰색 벽으로 마감된 소박하고 꾸밈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연구를 통하여 색과 문양을 활용한 적극적인 의장기술과 양식이 존재하였음을 확인하고, 왜곡되었던 공간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한국의 근대 생활공간이 지녔던 공간미와 색채미에 대한 보편적 기준을 정립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1. 2. 연구의 범위 및 대상

한국 근대 벽지의 분석 대상은 창덕궁 석복헌, 운현궁 노락당, 경운궁 준명당 3곳의 보수 및 복원을 위한 해체과정에서 발견된 벽지의 원본을 입수하여 이루어졌다. 이 전각들은 대략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황실가족들의 주거공간으로 활용되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며, 수집된 벽지 또한 해당시기에 도배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연구의 시간적 범위는 근대화의 여명기라 할 수 있는 1900년 전후를 중심으로 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을 위해 입수된 벽지는 총 37점 19종이다. 이는 최초 발견 당시 여러 겹의 벽지가 겹겹이 붙어 있었던 것을 분리한 후 보존 상태가 양호한 벽지를 간추린 것이다. 본 연구는 이지영의 연구<근대기 실내장식요소로서 벽지에 대한 인식과 디자인 전개에 관한 동서양 비교 연구>(Lee, 2017)의 후속연구로 선행연구를 통해 이 중 6종에 대한 1차적인 분석이 이루어졌던 바, 본 연구에서는 이를 포함하여 분석사료를 추가하여 이루어졌다. 37점 중 종류가 같은 것을 제외한 19종의 사료 중 보존 상태에 따라 문양과 패턴색상구분이 모두 가능한 수준의 사료만을 선별하여 총 12종이 선택되었다. 분석에 사용된 각 사료들의 구체적인 보존 상태는 <Table 1>과 같다.

Table 1
Korean royal wallpaper list and preservation status (○: good, △: little damaged, ×: serious damaged)

구분 보존상태 비고 사용연도 추정
문양/패턴
K-창(석)-01 1848년 건립당시 첫 도배지로 추정
K-창(석)-02 1910년 경 사용 추정
K-창(석)-03 K-창(석)-02동일패턴이나 색이 다름 1910-1920년 사이 사용 주청
K-창(석)-04
K-창(석)-05 ×
K-창(석)-06
K-창(석)-07
K-창(석)-08 K-창(석)-03과 동일
K-창(석)-09 × 1919-1921년 순종거처 시 사용 추정
K-창(석)-10 × 1928년 순종 비 처소 이전 시 사용 추정
K-창(석)-11 1928년 이후-해방 이전
K-운(노)-01 × 노락당 첫 도배지
1860년대 후반으로 추정
K-운(노)-02 × 1860년대 후반-한일합방 이전으로 추정
K-운(노)-03
K-운(노)-04
K-운(노)-05
K-운(노)-06
K-운(노)-07 일제강점기 사용 추정
K-운(노)-08 K-창(석)-04와 동일
K-경(준)-01 동일함 1909년 건립당시 첫 도배지
(영건의궤 기록)
K-경(준)-02
K-경(준)-03
K-경(준)-04
K-경(준)-05 × 일제강점기 사용 추정
K-경(준)-06 ×
K-경(준)-07 × 1930년대 공원화 시기 사용 추정
K-경(준)-08

분석사료마다 K-00으로 식별코드를 부여하였으며, 장소에 따라 K-경(준)-00 (경(준)은 경운궁 준명당, 운(노)는 운현궁 노락당, 창(석)은 창덕궁 석복헌)으로 구분하였고, 측색 및 시료 분석이 가능한 수준을 양호, 육안식별로 색상구분이 가능한 수준을 미흡, 식별이 어려운 수준을 식별불가로 구분하였다. 분리된 각 벽지가 사용된 시기에 대한 추정은 각 건물의 중건시기 및 초배지로 활용된 신문지의 발행 연도를 그 단서로 하여 발행 연도를 추적,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1. 3. 연구 방법

연구는 이론고찰, 사료분석, 함의도출의 총 3단계로 진행되었다. 각 단계의 분석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한국 근대 벽지의 색이 한국의 전통적 색채관념과 미의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코자 선행연구 및 문헌분석을 시행하였다. 이를 통하여 한국의 근대벽지가 고유한 조형적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이것이 전통적 미의식과 상관되어 있음을 추론해 볼 수 있었다. 두 번째 단계는 이론 고찰의 단계로 한국 근대벽지의 색채가 독자적 문화특성이라는 전제하 그 특성을 살펴보기 위하여 한국과 동아시아 문화권의 오랜 색채개념인 오방색에 관하여 고찰하였다. 세 번째 단계인 사료 분석은 육안식별을 통한 색상과 배색 분석, 그리고 측색기를 통한 색도분석, 안료분석 순으로 진행되었다.

육안식별을 통한 색상분석은 현 시료의 상태 그대로 보이는 색을 먼셀표색계(Munsell HUE)의 기본색상인 적색(Red), 황색(Yellow), 녹색(Green), 청색(Blue), 자색(Purple) 그리고 무채색인 백과 흑(White/Black)으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먼셀 표색계의 기본색상은 각 색상 사이마다 이의 혼색인 YG, GY, BG, PB, RP를 두어 총 10색상을 기본으로 하나 지류와 안료의 산화로 인해 변색이 진행된 사례가 많아 섬세한 분류가 불가하다고 판단, 5가지 기본색상과 무채색으로만 구분한 것이다. 육안식별이 불가한 경우 문화재 분석용 LED 광원을 사용하는 광학현미경 (Hi-Scope, HS/300U)을 통해 안료입자를 확대하여 관찰된 색으로 식별하였다.


Figure 1 Korean royal wallpaper's sample

Figure 2 Close-up image of wallpaper through a microscope

육안 색상판독 결과 확인된 주요 색상에 대하여 디자인 재현 시 적용가능 한 구체적인 색범위를 추정할 수 있도록 시료를 일부 채취하여 색도측정을 시행하였다. 색도 측정에는 분광측색계(Colormate, Sinco, Korea)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는 지류와 안료의 산화로 인한 변화가 반영된 값이므로 이를 보완하고자 안료의 원소성상 분석을 추가로 진행하였다. 원소성상분석은 시료를 채취하여 EDS Spectrum을 통한 원소조성 분석과 라만분석을 시행하였다. 광학현미경 분석과 EDS 스펙트럼 분석은 국민대학교 문화재보존학과 김형진 교수 연구팀에 의뢰하였으며, 색도분석과 라만분석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컨테크 연구소에 의뢰하여 시행하였음을 밝힌다.

최종적으로 사료분석을 통해 도출된 데이터가 문헌분석과 이론고찰을 통해 수립된 가설을 뒷받침 하는지 그 상관성을 밝혀 의미를 도출하였다.

2. 이론적 고찰
2. 1. 한국 근대 벽지 디자인의 고유성

근대초기 유럽과 한국은 벽지를 주요한 장식재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지영(Lee, 2017)의 연구를 통하여 벽지를 활용한 장식기법이 각 문화권에서 독자적인 발전의 과정을 거친 결과임을 알 수 있었다. 유럽의 경우 초기벽지는 전통적 실내장식물의 값싼 대체제로 여겨졌으나 점차 실내장식의 주체로써의 지위를 지니게 되었고, 근대초기 유럽 사회에서 주요 계층으로 떠오른 중산층의 취향을 반영한 디자인으로 대중화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흙으로 이루어진 실내 면을 마감하기 위한 기능의 목적으로 인하여 도배문화가 정착되었으며, 실내공간을 장식하기 위한 목적의 벽지는 왕실과 상류층의 전유물에 그쳤던 것으로 보인다.


Figure 3 William morris, Acanthus(1875)

출처: http://collections.vam.ac.uk/



Figure 4 Art Nouveau style wallpaper(1895)

출처: http://www.moda.mdx.ac.uk


이러한 배경에 따라 영국의 벽지디자인은 주로 식물을 모티브로 하여 식물의 구조적 특징을 살린 유기적 형태와 구성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 결과 기본단위가 되는 중심 문양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패턴들이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패턴의 전개 방식 역시 단순반복이 아닌 대칭과 반복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반면 한국의 근대 장식벽지는 대중의 취향 보다는 사용자의 신분, 지위를 고려한 상징성의 표현을 중시하며, 그에 따라 용, 봉황, 문자 등 의미 중심의 모티브들이 선택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선택된 모티브들은 추상화를 통해 원형, 마름모 등 기하학적 패턴으로 단순화 되었다. 패턴의 전개 측면에서도 유럽의 것과 구별되는 특징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단위 문양의 경계가 명확하고 단순반복에 의한 패턴이 전개되며, 특히 사선방향의 반복패턴이 다수를 이루었다. 이러한 왕실 생활공간의 도배지는 한국의 전통적 공간감과 더불어 서구로부터 적극 수용된 화려한 유럽의 가구 및 장식물을 매개하며 실내분위기를 조화롭게 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Figure 5 Korean royal wallpaper from Changdukgung Palace

Figure 6 Korean royal wallpaper from Unhyeonggung Palace

이와 같이 한국의 근대벽지가 문양의 주제와 패턴전개에 있어 고유성을 지닌 것으로 보아, 시지각적 감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색의 선택과 표현에 있어서도 한국 고유의 전통적 색채관과 미의식이 반영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다음 절에서는 한국의 전통적인 색채관념에 관하여 고찰하고자 한다.

2. 2. 한국의 전통적 색채관념과 색선호

한국인의 색채관에는 그 바탕에 의미론적 색채관이 자리 잡고 있다. 본격적인 근대화 이전 한국인의 의식을 지배한 것은 음양오행 사상에 바탕을 둔 세계관이었다. 전통색 역시 이의 영향에 따라 모두 의미론적 색채관에서 출발하였다. 음양오행사상은 동양의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에서 비롯된 사유체계로 동아시아에서는 고래로부터 오행 원리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자연에 순응하는 조화된 삶을 지향하여왔다. 세상만물을 이루는 근본조건을 오기(五氣 : 수(水), 금(金), 화(火), 목(木), 토(土))로 보고, 이 오기(五氣)가 운행됨을 오행(五行)이라 하며, 빛과 온도, 그리고 이들의 작용으로 가능한 자연의 현상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방법에 있어 ‘색’을 중심에 두고 오행의 각 기(氣)에 해당하는 ‘기운 색’을 정하고 있는데, 이를 오방색이라 한다. 오방색은 동아시아의 전통에서 주로 사용되는 다섯 가지의 색상인 청(靑), 백(白), 적(赤), 황(黃), 흑(黑)이며, 청은 동방, 적은 남방, 황은 중앙, 백은 서방, 흑은 북방으로 대변된다.

이에 한국의 사회문화, 토착문화 등이 반영되어 한층 더 고유한 의미가 더해졌으며, 각 색이 지닌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청색은 동쪽 방향을 상징하며, 귀한 색이다. 따라서 높은 신분 계층의 의복이나 중요한 장소에 주로 사용된 색이 청색이다. 한국 청색의 특징적인 내용은 청색(blue)이 녹색(green)의 의미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이 둘을 모두 청색이라 통칭하며, 벽색(碧色) 계열과 녹색(綠色) 계열로 다시 나뉜다. 백색은 서쪽 방향을 상징하며, 우주만물의 생성과정에서 이해되어 온 양(陽)의 에너지(energy, 氣)이자 만물의 시작이 되는 바탕의 색을 의미한다. 예로부터 한민족은 흰 빛을 신성하게 여겨왔으나 조선시대 금채색(禁彩色) 제도에 따라 일반백성들의 다양한 색의 사용이 제한되었고, 오히려 백색은 한민족에게 가장 친근한 색이 되었다. 오방색에서 네 방향의 중심에 위치하는 황색은 금색의 기운을 띤 황색, 영문으로는 Golden Yellow를 일컬으며, 인간, 즉 왕을 뜻하는 동시에 황토의 비옥함을 나타내는 색이다. 적색은 남쪽 방향을 상징하며, 불과 태양을 상징한다. 따뜻한 기운이 왕성할 때 복이 온다고 믿었던 우리 조상들은 적색 기운이 차가운 기운을 막는다고 생각했다. 차가운 기운을 귀신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적색은 귀신을 물리치는 색, 벽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 흑색은 북쪽 방향을 상징하며, 물을 상징한다. 불을 이기는 성질을 지니며, 재앙을 막아준다는 주술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관념적 색채관이 한국의 전통적 색채선호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으며, 인간과 환경 사이의 기운을 보완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하기 위하여 생활공간, 의복, 사물 등 곳곳에 색이 적용되었다. 궁궐이나 사찰의 단청, 어린아이의 색동저고리나 전통장신구인 오방낭자 등이 오방색이 사용된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문은배(Mun, 2012)는 전통색 연구시에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색과 배색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라 하였다.

2. 3. 유럽 근대 벽지의 색채 특성

본 절에서는 한국 근대 왕실벽지의 색이 고유한 색채의식에 기반을 두고 독창적으로 발전하였을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한 비교 대상으로 동시대 유럽 벽지들이 지닌 색을 살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근대 유럽의 실내장식에서 선호되었던 색은 녹색계열(G)로 알려져 있다. 녹색 안료 성분이 지닌 살충효과가 알려지며 실내공간에 녹색의 안료를 칠하는 것이 유행하였으며, 벽지의 경우 주로 식물을 모티브로 한 패턴이 선호되었던 것과 더불어 녹색이 광범위하게 쓰인 것으로 보인다.


Figure 7 Victoria & Albert Museum‘s Collection 검색결과(일부)

본 연구에서는 실증적 색채특성을 알아보기 위하여 동시대 보편적 벽지 양식이었던, 아르누보 양식의 벽지들이 지닌 색의 경향을 살펴보았다. 분석 대상은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의 벽지 콜렉션 중 1850년-1930년 기간에 제작된 벽지 중 풍경벽지, 장식 띠벽지를 제외한 패턴벽지 315종이며, 각 벽지사료의 디지털 이미지를 육안으로 식별하여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색을 주조색으로 정의하고 분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전체 사례 중 약 44%의 비율로 녹색계열(G)이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하였으며, 청색(B)과 적색(R)이 약 15%, 황색(Y)이 약 11%의 비율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백색(W)과 분홍(P) 등이 있었다. 이를 연대별로 다시 분류한 결과 다음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1850년대부터 188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는 주로 녹색(G) 혹은 흰색(W) 바탕에 채도를 달리 한 녹색(G)이나 짙은 청색(B), 적색(R)이 어우러진 문양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Figure 10>과 같은 윌리엄모리스의 초기작들에서 이러한 경향을 볼 수 있다. 이후 1890년대부터 1900년 이전까지는 옅은 녹색(G)의 비중이 높은 가운데, 청색(B)계열 바탕이 증가하며 여기에 백색(W), 황색(Y), 하늘색(BG), 분홍색(P) 등 저채도의 색이 쓰이며 다채롭고 화사해지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Figure 11>과 같은 윌리엄모리스의 중기작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1900년대 들어서며 녹색(G) 보다는 청색(B) 계열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채도를 달리한 청색(B)과 녹색(G)이 보조적으로 배색된 사례가 많았다. 이전 시기에 비하여 채도가 다소 탁해지는 경향도 살펴볼 수 있다. <Figure 12>에서 이러한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Figure 8 William morris, trellis(1865)

출처: http://collections.vam.ac.uk/



Figure 9 William morris, St James's wallpaper(1881)

출처: http://collections.vam.ac.uk/



Figure 10 Silver Studio(1900)

출처: http://www.moda.mdx.ac.uk/


2. 4. 소결

근대 왕실 벽지에 관한 선행연구를 통하여 모티브와 조형의 고유성이 확인된 바, 벽지에 사용된 색 역시 한국만의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벽지에 선택된 색상과 배색의 기준에 한국의 전통색채 관념인 오방색이 근간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동시대 유럽벽지의 색상 및 배색의 특징을 살펴본바 녹색을 기조로 다채로운 배색으로 발전하였음을 확인하였다. 3장에서 이루어질 사료분석의 내용을 이와 비교분석하는 과정을 통하여 한국 근대 왕실벽지의 색이 고유한 색채의식에 기반하여 독창적으로 발전하였을 것이라는 가설을 증명하고자 한다.

3. 한국 근대 왕실벽지 사료분석

전통색 연구에 있어 유물과 관련 기록을 통해 유물에 적용된 색의 의미를 유추하는 것은 비교적 용이하나 색의 물질적 속성을 추적하는 과정은 매우 까다롭다. 특히 왕실 근대벽지의 경우 훼손과 변색의 정도가 심하고 그 제작 과정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존재하지 않아 고증에 입각한 정확한 색의 재현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유물을 토대로 다양한 분석적 접근을 통하여 색에 관한 데이터를 최대한 수집, 이를 바탕으로 활용 가능한 색 영역의 범위를 제안하고자 한다.

3. 1. 색상분석
1)분석방법

각 사료들은 상당부분 변색이 진행되어 1차적으로 종이의 표면 상태를 통해 색 변화의 정도가 가장 적다고 판단되는 지점을 중심으로 육안으로 보이는 바탕과 문양의 색을 판독하는 과정이 선행되었다. 지류와 안료의 산화로 인해 섬세한 분류가 불가하다고 판단, 눈에 보이는 현상색채를 먼셀표색계(Munsell HUE)의 5가지 기본색상과 무채색으로만 구분하였으며, 육안식별이 불가한 경우 문화재 분석용 LED 광원을 사용하는 광학현미경 (Hi-Scope, HS/300U)을 통해 안료입자를 확대하여 색을 식별하였다. 또한 바탕색의 경우 대부분의 사료에서 황색 내지는 황갈색을 띠고 있으나 세밀하게 시료를 검토한 결과 일부는 바탕면에서 백색안료가 확인이 됨에 따라 바탕색의 경우 육안 식별이 아닌 안료의 유무에 따라 백색 또는 황색으로 구분하였다. 현미경을 통한 분석과정에서 벽지 시료의 섬유 특성은 대부분이 장섬유의 특성을 보였고, 부분적으로 닥 섬유의 인피특성이 관찰되었다. 이로써 목질계의 펄프 원료가 아니라 닥 펄프를 이용하여 초지한 것으로 추정 된다. 당시의 제지기술로 제작된 도배지 용도의 종이는 황색을 띠고 있었으며, 흰 바탕을 얻기 위해서 전체적으로 백색안료로 채색하였을 것으로 보이며, 전통적으로 이처럼 분을 발라 희게 만든 종이를 분백지(紛白紙)라 한다.

2)분석결과

분석결과 육안으로 색상구분이 가능한 11종의 사례 중 5종의 바탕에서 백색 안료가 확인되었고, 그 외 5종은 채색되지 않은 종이상태 그대로였으며 1종은 적갈색 안료가 확인되었다. 문양의 색은 총 9종의 사료에서 청색이 확인되었으며, 4종의 사료에서 금박이 사용되었고, 기타 녹색과 적색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배색은 흰색 바탕에 청색과 금박 문양이 함께 적용된 경우가 3종이었고, 흰색 바탕에 단일한 청색 문양이 적용된 경우가 1종, 녹색 문양이 적용된 경우가 각 1종이었다. 황색 바탕의 경우 청색과 백색의 문양이 적용된 경우가 2종, 단일한 청색 문양이 적용된 경우가 1종, 적색과 백색, 적색과 녹색 배색의 문양이 적용된 경우가 각 1종이었으며, 갈색 바탕의 사례는 청색과 백색 문양이 적용되어 있었다. 즉 한국의 근대 왕실벽지의 바탕은 백색(W) 혹은 황색(Y)이 주를 이루었으며, 문양의 색으로는 청색(B) 혹은 청색(B)과 금색(Y), 청색(B)과 흰색(W)의 배색조합이 가장 많았다. 그리고 기타 적색(R)이 백색(W) 또는 녹색(G)과 배색된 사례가 있었다.

3)함의

왕실 근대 벽지에서 사용된 청색, 백색, 금색(황색), 적색은 모두 오방색의 오방정색에 해당하는 색이다. 또한 유럽의 사례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금색이 빈번히 사용된 점이 특징적인데, 오방색의 황색은 왕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이들 색채가 의미론에 기반을 둔 한국의 전통적 색채관념의 소산임을 알 수 있다.(K-운(노)-03, 04, 05 참조) 색의 배색관계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례에서 주제문양이 단일한 색인 가운데 K-창(석)-10의 경우 적색과 녹색이 함께 배색되어 꽃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적색과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청색이었으며 이 둘은 오방색 관점에서 목생화(木生火)로 생기를 돋우는 상생의 관계이며 가장 조화로운 배색으로 여겨지는 배색이다. 일례로 궁궐 혹은 관아, 사찰 건물의 기둥을 석간주로 채색하고, 창방, 평방, 도리, 대들보 등 수평부재에 청색계열인 뇌록색(磊綠色)을 배색한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흰색과 더불어 바탕색으로 많이 쓰인 황색은 의도적인 황색이 아닌 채색되지 않은 종이 그대로의 색이며, 자연에서 얻은 재료 상태를 존중하여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려는 태도에서 기인한 것으로 여겨진다. 바닥의 장판지로 색을 입히지 않은 누런 빛깔의 종이를 사용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채색되지 않은 종이의 색은 자연재인 흙과 나무로 지어진 한옥에 가장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색이자 문양의 색을 자연스럽게 흡수하여 소박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준다. 분석 사료들의 발견 장소 중 창덕궁 석복헌은 후궁의 처소로 활용되었던 곳으로 이곳에서 발견된 벽지들이 채색하지 않은 바탕에 청색의 문양을 넣어 담백하고 소박한 맛이 느껴지는 사례가 많았다. 반면 사료들 중 금색문양을 포함하며 화려함이 돋보이는 것들은 흥선대원군의 부인 부대부인 민 씨의 거처이자 고종과 명성황후의 가례공간으로 사용되었던 운현궁(노락당)에서 발견된 것이 대부분이다.(K-운(노)-03, K-운(노)-04, K-운(노)-05 참조)

Table 2
Color and color scheme analysis of Korean royal wallpaper

사례이미지 바탕색 문양색 사례이미지 바탕색 문양색
K-창(석)-01 백색 청색 K-창(석)-11 황색 청색
K-창(석)-02/08 황색 적색
백색
K-운(노)-03 백색 청색
금박
K-창(석)-03 황색 청색
백색
K-운(노)-04 백색 청색
금박
K-창(석)-04/
K-운(노)-08
황색 청색
백색
K-운(노)-05 백색 청색
금박
K-창(석)-07 황색 청색 K-운(노)-07 적갈색 청색
백색
K-창(석)-10 황색 적색
녹색
K-경(준)-01~6 녹색

3. 2. 색도분석
1)분석방법

본 연구에 활용된 사료들은 상당부분 변형과 손상이 진행되어 본래의 미감을 느끼기가 어렵다. 따라서 당대 실내공간의 감성을 재발견, 재평가하기 위해서는 의미론적 색채 분석에서 더 나아가 실증적인 색 정보에 기초한 재현의 과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본 절에서는 현재 사료가 지닌 색 값에 대한 분석을 시행하였다. 측정 대상은 육안 색상판독 결과 구분된 청색, 백색, 적색, 녹색, 바탕색에 대하여 이루어졌으며, 청색과 주로 배색되었던 황금색의 경우 색도측정 시 물질 고유의 특성이 왜곡되므로 색도측정을 시행하지 않고 안료분석만을 시행하였다.


Figure 11 Red part of Korean royal wallpaper

Figure 12 Red pigment from Korean royal wallpaper

분석대상 시료에서 관찰되는 채색부위는 전체 시료의 양적 부족과 박락으로 인한 훼손, 색상분포의 불균일함 등의 문제로 인해 색도측정이 가능한 균일한 측정면적을 여러 부위에서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다. 따라서 색상보존 상태가 양호한 여러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하여 측색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연구 분석 대상 사료 중 6종(K-창(석)-01, K-창(석)-02/08, K-창(석)-07, K-운(노)-03, K-운(노)-07, K-경(준)-01~6)에 대한 일부 색상만을 분석할 수 있었고, 색도의 측정치 역시 오차가 포함되어 있음을 밝혀둔다. 측정 시 광원은 D65를 이용하였으며, 관찰각 10°, 측정면적 6mm, 측정횟수 10회의 조건으로 측정하여 평균과 표준편차를 산출하였다. 색상정보는 CIE L*a*b*값을 기준으로 기록하였으며, 색도 값을 색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색변환 소프트웨어(Munsell Conversion - Version 4.01)를 이용, 먼셀 표색계(Munsell color system)로 변환하여 나타내었다. CIE L*a*b* 색체계에서 L* 값은 명도를 나타내는 척도로서 0-100의 범위를 가지며, 0에 가까울수록 어두운 것을, 100에 가까울수록 밝은 것을 의미한다. a*와 b*는 색상을 나타내는 척도로서 a* 값이 +방향으로 커질수록 적색도가 높아지고, -방향으로 커질수록 녹색도가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b* 값은 +방향으로 커질수록 황색도가 높아지고, -방향으로 커질수록 청색도가 높아짐을 의미한다.

2)분석결과

각색상의 시료에 대한 측색결과는 <Table 3> 과 같다. 총 6종의 사료에서 청색 4종, 적색, 녹색 각 1종에 대한 색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 채색되지 않은 바탕을 지닌 사료들의 종이부분의 색도측정도 시행하였다. 바탕종이의 부분은 산화되어 황변이 많이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으나 보존상태가 양호한 지점을 중심으로 총 4종의 사료에서 채색되지 않은 면의 시료를 채취하였고, 이에 대한 평균값을 산출하여 보았다.(<Table 4> 참조)

Table 3
The color of the pattern parts and it's measure

사례이미지 분석색상 평균/표준편차
K-창(석)-01
청색 색도
(L*a*b*)
L* 44.75 0.52
a* -8.91 1.17
b* -4.22 1.78
색상
(Munsell)
Hue (eg.5.6R) 9.22BG
Value (1-9) 4.34
Chroma (0-28+) 2.12
K-창(석)-02/08
적색 색도
(L*a*b*)
L* 37.19 0.40
a* 39.74 0.88
b* 2.92 3.45
색상
(Munsell)
Hue (eg.5.6R) 8.83RP
Value (1-9) 3.61
Chroma (0-28+) 8.70
K-창(석)-07
청색 색도
(L*a*b*)
L* 55.85 0.29
a* -1.47 1.08
b* 0.43 0.94
색상
(Munsell)
Hue (eg.5.6R) 6.46G
Value (1-9) 5.42
Chroma (0-28+) 0.26
K-운(노)-03
청색 색도
(L*a*b*)
L* 47.90 0.40
a* -1.12 0.81
b* -8.80 0.92
색상
(Munsell)
Hue (eg.5.6R) 2.72PB
Value (1-9) 4.64
Chroma (0-28+) 2.21
K-운(노)-07
청색 색도
(L*a*b*)
L* 39.31 0.51
a* -3.81 1.37
b* -12.66 1.31
색상
(Munsell)
Hue (eg.5.6R) 0.36PB
Value (1-9) 3.82
Chroma (0-28+) 3.09
K-경(준)-01~6
녹색 색도
(L*a*b*)
L* 55.24 0.34
a* -3.26 0.97
b* 22.68 1.19
색상
(Munsell)
Hue (eg.5.6R) 6.68Y
Value (1-9) 5.36
Chroma (0-28+) 3.12

Table 4
Uncolored parts of natural color and it's measure

색도
(CIE L*a*b*)
L* 62.82
a* 7.01
b* 25.36
색상
(Munsell)
Hue (eg.5.6R) 8.77YR
Value (1-9) 6.11
Chroma (0-28+) 4.23

3)함의

색도측정결과 육안으로 유사하게 관찰되었던 청색들 간 색도의 차이가 확인되었다. 이로부터 시료마다 적용된 청색이 동일한 색이 아닐 가능성이 시사된다. 또한 적색과 녹색으로 보이는 색상 역시 육안상의 색상과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육안 상 시료와 대조하였을 때, 모든 색상에서 황색기가 도는 회색이 가미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애초 사료의 채색상태가 균일하지 않고 시료채취를 위한 과정에서 채색부분이 소량 박락되는 등의 문제로 황색의 바탕종이의 색상이 함께 측정되어 나타난 왜곡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측정된 색 값에서 이에 대한 보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색의 보존상태가 양호한 사료로부터 도출된 색채 데이터의 양적 증대가 더욱 요구된다. 현재로써는 추가적인 사료가 없으므로 원본과의 편차를 줄일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이들 색상에 대한 안료분석을 추가로 시행하였다.

3. 3. 안료분석
1)분석방법

안료분석은 육안식별과 색도측정 간 편차가 큰 청색과 적색, 녹색 시료 일부와 색도측정이 불가하였던 백색, 금색 시료에 대하여 이루어졌다. 일차적으로 각색상 시료별로 EDS Spectrum에 의한 원소성상 분석을 시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원소성상이 다른 것으로 구별되는 2종 중 안료추정이 어려운 청색 사료 K-창(석)-01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라만분석을 시행하였다. 라만분석은 공초점라만분광광도계(LabRam ARAMIS, Horiba Jobin-Yvon, France)를 이용하였으며, 분석 시 광원은 파장 633nm의 헬륨-네온 레이저(He-Ne)를 사용하였다. 분광기로 회절발(300g/㎜)을 이용하였으며, 공초점홀 500㎛, 슬릿폭 200㎛, 측정시간 20초, 측정횟수 20회의 조건으로 측정하였다.

2)분석결과

분석한 결과 모든 시료에서 C, O 원소의 비중이 높은 분포를 보였는데, 이는 사료가 오랜 시간을 거치며 산화됨에 따른 영향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를 제외하고 안료의 색상 조성에 따라 각기 다른 무기원소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안료를 추정해보았다.

분석결과 청색에는 합성안료인 울트라마린과 프러시안블루가 각각 사용된 것으로 판단된다. 울트라마린은 한국 전통색명으로는 군청이라 하며, 군청은 예로부터 천연의 남동광(藍銅鑛)으로부터 추출되었다. 과거 궁궐의 단청에는 남동광 중에서도 석청이라 불리는 고순도의 원석이 사용되었는데, 이것이 근대에 들어 서양에서 유입된 합성안료인 울트라마린으로 대체된 것이다.


Figure 13 EDS Spectrum of Blue pigment from K-운(노)-03

Figure 14 Raman Spectrum of Blue pigment from K-창(석)-01

프러시안블루는 군청보다 더 짙은 색조를 띠는 청색으로 1704년에 개발되어 1724년부터 회화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1800년대 중반 양청(洋靑)이라는 서양의 청색 안료가 유입되던 시기 이후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녹색안료의 분석결과 이는 에메랄드그린으로 판단된다. 에메랄드그린은 우리나라에 대략 19세기 후반에 들어왔으며, 한국 전통색명으로 양록(洋綠)이라 한다. 서정호(Seo, 2008)에 의하면, 양록은 일제강점기 동안 본격적으로 단청안료로서 사용되었으며, 단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안료이지만 오늘날은 생산 중단으로 인하여 한시적으로 다른 색을 혼합 조제하여 사용하고 있다.

Table 5
Elemental analysis result of 5 color's pigments

시료이미지 추정근거 추정안료(색명/화학식)
K-창(석)-01 라만분석 결과 273, 538, 947, 2094, 2155, 2427cm-1에서 라만산란선이 관찰 프러시안블루
(Fe4[Fe(CN)6]3・xH2O)
K-운(노)-03 EDS Spectrum 분석결과 Ca, Si, Al 성분이 상대적으로 높게 검출 울트라마린
(3NaAl·SiO4·Na2S2)
K-창(석)-02/08 EDS Spectrum 분석결과Ca, Ba, Si 성분이 상대적으로 높게 검출 일반적인 적색 무기안료는 Pb와 Fe를 포함하나 이의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합성유기안료일 것으로 추정
K-경(준)-01 EDS Spectrum 분석결과 Cu성분이 상대적으로 높게 검출 에메랄드그린
(Cu(C2H3O2)2·3Cu(AsO2)3)
K-운(노)-03 EDS Spectrum 분석결과Cu, Ca 성분이 다소 높게 검출 금의 원소성상인 Au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천연금박은 아니며, 합성유기안료로 추정

백색 안료의 분석결과 이는 고령토를 주성분으로 하는 백토로 추정된다. 서정호(Seo, 2008)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경남 하동(河東)지방에서 질이 좋은 백토가 많이 생산되었고, 순백색이며 약간 회색을 나타내는 것도 있지만, 높은 온도에서 구워내면 흰색이 된다. 적색과 금색안료의 경우 분석결과 일반적인 적색과 금박을 이루는 무기안료의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즉 무기안료가 아닌 합성유기안료가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각각의 유기안료의 성분에 대하여는 더 추가적인 실험분석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3)함의

추정된 각 안료는 대부분 단청에 쓰였던 전통안료 혹은 이를 대체하여 사용되어 온 안료이다. 과거에는 전통 천연안료로 채색되었던 것이 서구의 안료가 유입된 이후 양청, 양록 등으로 대체된 것이다. 각 안료는 채색과정에서 다양한 농도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러나 단청의 경우 안료의 변화에도 전통 단청 고유의 색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여러 선행연구를 통해 각색상에 대한 표준 색 값이 제안되어 왔다. 이는 해당안료를 채색한 상태, 즉 표현된 색채에 대한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3. 4. 소결

왕실 근대 벽지에는 사용된 청색, 녹색, 백색, 금색(황색), 적색이 사용되었으며, 이는 모두 오방색의 오방정색에 해당하는 색이다. 당대 유럽 벽지의 색상과 비교한 결과 유럽의 벽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던 녹색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으며, 유럽의 사례들이 3가지 이상의 색상조합을 통하여 다채로움을 표현하고, 분홍색, 연두색, 노랑 등 저채도의 색을 활용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의 사례들은 짙은 청색을 기본으로 백색 혹은 금색을 배색하는 등 색의 표현을 절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벽지의 문양과 마찬가지로 색의 선호 또한 동서양 간의 문화교차의 현상이 아닌 각자의 문화권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왕실 근대 벽지에는 사용된 청색, 녹색, 백색, 금색(황색), 적색에 대한 색도측정과 안료분석 결과 청색은 울트라마린과 프러시안블루, 녹색은 에메랄드 그린, 백색은 백토로 추정되며, 각 안료는 대부분 단청에 쓰였던 전통안료 혹은 서구의 안료가 유입된 이후부터 전통안료를 대체하였던 무기안료이다. 따라서 각색상마다 측정된 색도값을 보정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전통단청의 색을 참고하는 것이 유의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전통단청에서는 양록, 군청, 장단, 황이 기본색으로 많이 쓰였으며, 이들 색채에 백분, 먹, 혹은 다른 색을 배합하여 삼청, 다자, 육색, 하엽 등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한국의 근대 왕실벽지에 채색된 색상의 종류와 안료의 성분을 고려할 때, 단청의 색 중 양록, 군청, 양청, 장단, 백분의 색값이 유의미하게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측색 결과와 단청색의 중간 값에서 디자인 재현을 위한 색이 선택되는 것을 제안한다. 본 연구에서는 김용훈(1998)의 연구결과를 참조하였다.

Table 6
Color measure of Korean royal wallpaper

색명 L* a* b*
녹색 55.24 -3.26 22.68
청색 44.75 -8.91 -4.22
청색 47.90 -1.12 -8.80
적색 37.19 39.74 2.97
백색 - - - -
바탕 62.82 7.01 25.36

Table 7
Color measure of Dan-Chung

색명 L* a* b*
양록 65.68 -47.98 15.23
양청 20.54 -0.30 -21.97
군청 26.63 39.84 -55.52
장단 51.57 48.95 36.11
백분 88.15 -1.88 7.68
- - - - -

4. 결론 및 제언

한국의 근대 왕실벽지의 색채특성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바탕은 백색 혹은 종이 그대로의 소색이 주를 이룬다. 문양의 색으로 가장 선호되는 색은 청색이며, 두 가지 이상의 문양이 교차되는 경우 청색과 금색의 문양이 주로 함께 쓰였고, 일부 적색과 녹색이 혼용된 배색의 예도 있었으나 하나의 단위문양에는 단일한 색을 사용하여 표현을 절제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처럼 벽지에 사용된 백색, 청색, 녹색, 적색, 금색은 모두 오방색에 속하며, 특히 주로 사용된 청색과 황색은 고귀한 지위, 임금을 상징하는 의미로 쓰인 것이다. 또한 적색과 녹색이 혼용된 배색은 상생의 관계를 의미하는 바, 이들 색상 선택의 배경에 한국 고유의 전통색채개념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Table 8
Color scheme of Korean traditional interior space

바탕색 문양색 배색팔레트
백색 청색+황(금색)
청색
녹색
소색 청색
청색+흰색
적색+녹색

그리고 현재까지 발견된 왕실 벽지의 양과 보존 상태를 미루어 측색만으로는 각 색상의 유의미한 값을 얻을 수 없었으나, 안료분석 결과 동일안료로 채색된 전통단청의 색을 참조하는 것이 유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즉 왕실 근대 벽지의 색에 근간한 실내공간의 색 이미지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본 연구를 통하여 이루어진 색도측정결과와 동일안료로 발색된 단청의 색값 범위 내에서 색의 선택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당시 벽지에 표현된 색에 더욱 접근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료의 발굴과 제지성분에 대한 추가적 분석, 벽지 제작과정의 고증 등을 통한 복원 관점에서의 재현과정이 요구된다 할 수 있다. 이를 통하여 그간 의복과 생활도구, 건축외관을 중심으로 연구되어 온 한국 전통색채 연구의 지평을 실내디자인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Acknowledgments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2016S1A5B5A07918612)

이 논문은 2016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6S1A5B5A0791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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