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s of Design Research
[ Article ]
Archives of Design Research - Vol. 26, No. 3, pp.73-95
ISSN: 1226-8046 (Print) 2288-298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Aug 2013
Received 16 Jul 2013 Revised 24 Jul 2013 Accepted 26 Jul 2013
DOI: https://doi.org/10.15187/adr.2013.08.26.3.73

Creative Thinking Tools and Their Application to UX Design

ParkJisoo
Department of Emotion Engineering, Sangmyung University, Seoul, Korea
창의적 생각도구를 활용한 UX 디자인

Correspondence to: Jisoo Park ppirong@paran.com

Background Root-Bernstein & Root-Bernstein (2007) summarized the 13 thinking tools of the world's most creative people in science and art as follows: observing, imaging, abstracting, recognizing patterns, forming patterns, analogizing, body thinking, empathizing, dimensional thinking, modeling, playing, transforming and synthesizing.

Methods This researcher selected playing, abstracting, and analogizing among the 13 thinking tools, which can be directly related with the methods for UX design, and applied them to a UX design project titled ‘The inconvenient truth of smartphones’.

Results Playing is a thinking tool which helps us derive creative ideas in the process of playing with a problem. Bodystorming is a method for UX design which is related with playing. This researcher applied bodystorming to the project and explained how the bodystorming was planned so that the participants could play with and experience the real problems. Abstracting is a thinking tool which uncovers the invisible core, which is set apart from the visible elements. Card sorting is a method for UX design which is related with abstracting. This article explained the process of uncovering the invisible core hidden beneath the surface by showing the process of sorting approximately 600 cards obtained from the bodystorming. Analogizing is a thinking tool which helps us find the functional similarity between two things which are quite different from each other. Metaphor is a method for UX design which is related with analogizing. This article explained how the reasons for the problems the users experienced while they were using a smartphone were found by using the metaphor of the relationship between a pair of lovers.

Conclusion Playing, abstracting, and analogizing are thinking tools which help UX designers because it will be helpful for them to know how scientists or artists developed creative ideas. For further research it will be necessary to study how the remaining 10 thinking tools can be applied to UX design.

초록

연구배경 루트번스타인과 루트번스타인(Root-Bernstein & Root-Bernstein, 2007)은 과학과 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성을 발휘한 사람들이 사용한 13가지 생각도구를 정리하였다. 생각도구에는 관찰, 형상화, 추상,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이 있다.

연구방법 본 논문은 13가지 생각도구 중에서 UX 디자인 방법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생각도구로 놀이, 추상화, 유추를 선택하고 이 생각도구를 '스마트폰의 불편한 진실‘ 프로젝트에 적용한 사례를 소개하였다.

연구결과 놀이는 문제를 가지고 즐겁게 노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생각도구이다. 놀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UX 디자인 방법론은 바디스토밍(Bodystorming)이다. 본 연구는 바디스토밍을 ‘스마트폰의 불편한 진실’ 프로젝트에 적용하여 참가자들이 즐겁게 놀면서 문제를 체험하도록 바디스토밍을 어떻게 기획하였는지 설명하였다. 추상화는 눈에 보이는 실재로부터 출발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드러내는 생각도구이다. 추상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UX 디자인 방법론은 카드 소팅(CardSorting)이다. ‘스마트폰의 불편한 진실’ 바디스토밍에서 얻은 600여 장의 카드를 그룹핑하는 과정에서 표면적인 것 배후에 숨어있는 놀라운 속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설명하였다. 유추는 닮지 않은 두 사물 간의 기능적 유사성을 발견하는 생각도구이다. 유추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UX 디자인 방법론은 메타포(Metaphor)이다. 연인 사이의 관계를 메타포로 사용해서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경험하는 문제의 원인을 어떻게 찾는지를 설명하였다.

결론 놀이, 추상화, 유추는 UX 디자인에 도움을 주는 생각도구이다.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할 때 어떤 생각도구를 활용하는지를 아는 것은 창의적인 UX 디자인을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생각의 탄생’에 소개된 나머지 10가지 생각도구를 UX 디자인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후속 연구가 진행된다면 창의적인 UX 디자인에 도움을 줄 것이다.

Keywords:

Playing, Abstracting, Analogizing, Bodystorming, Card Sorting, Metaphor, UX design, 놀이, 추상화, 유추, 바디스토밍, 카드 소팅, 메타포, UX 디자인

1. 연구배경 및 목적

2007년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미셀 루트번스타인이 쓴 ‘생각의 탄생’은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리처드 파인먼(Richard Feynman),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제인 구달(Jane Goodall),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마사 그레이엄(Martha Graham) 등 역사 속에서 뛰어난 창의성을 발휘한 사람들이 과학, 수학, 의학, 문학, 미술, 음악, 무용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한 13가지 생각도구를 정리한 책이다. 13가지 생각도구에는 관찰, 형상화, 추상,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이 있다. 저자들은 이 생각도구를 활용한다면 누구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 많은 방법들이 제안되었다(Choo, 2007; Hong, 2013).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브레인라이팅(Brainwriting), 마인드맵(Mindmap), 시네틱스(Synetics), 체크리스트(Checklist), 희망열거(Hope List), 결점열거(Fault List), 스캠퍼(SCAMPER), 생각하는 여섯 가지 색깔모자 기법(6 Thinking Hats), 스토리보드(Storyboard)등이 있다. 이 방법들은 일반적인 문제 해결 과정에 사용되는 방법으로서 UX 디자인 과정에 사용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본 논문은 ‘생각의 탄생’에 정리된 13가지 생각도구 중에서 UX 디자인 과정에 사용되는 방법론의 적용에 도움이 되는 생각도구 3개를 선별하여 UX 디자인에 활용한 사례를 소개하였다. 2012년 7월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가 주관한 ‘UX 디자인 스쿨’에서 수행한 ‘스마트폰의 불편한 진실’ 프로젝트를 사례 연구로 사용해서 3가지 생각도구를 어떻게 활용하였는지 설명하였다. 2장에서는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이 놀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살펴보고(Root-Bernstein & Root-Bernstein, 2007, 생각도구 11 놀이), 디자인에 놀이를 적용한 방법론인 바디스토밍(Bodystorming)을 프로젝트에 응용한 사례를 소개하였다. 3장에서는 추상화에 대해 살펴보고(Root-Bernstein & Root-Bernstein, 2007, 생각도구 3 추상화), 카드소팅(Card Sorting)을 할 때 추상화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하였다. 4장에서는 유추에 대해 살펴보고(Root-Bernstein & Root-Bernstein, 2007, 생각도구 6 유추), UX 디자인에 메타포를 도입할 때 유추가 어떤 도움을 주는지를 설명하였다.


2. 놀이: 디자인을 가지고 놀아라

항생물질 페니실린을 개발한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Alexaner Fleming)은 무엇을 하든 규칙을 깨면서 즐겁게 노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게임을 어렵게 하는 것에서 기쁨을 찾았고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서 더 큰 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골프를 칠 때도 거리에 상관없이 클럽 하나로만 한 라운드를 다칠 때도 있었고 퍼팅을 할 때 클럽을 당구채처럼 잡고 칠 때도 있었다고 한다.플레밍은 연구에서 놀이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나는 미생물을 가지고 논다네. [중략] 어느 정도 이 놀이에 익숙해지고 나서 그 규칙을 깨뜨려보면 다른 사람들은 생각조차 못한 새로운 것을 알아낼 수 있지.(Root-Bernstein & Root-Bernstein, 2007, p. 325)"

플레밍은 박테리아를 염색한 후에 배양액을 뒤죽박죽 섞어서 박테리아를 가지고 노는 과정에서 푸른빛이 도는 녹색 곰팡이 페니실리움 노타툼을 발견했다. 이 녹색 곰팡이로부터 플레밍은 항생물질 페니실린을 분리하게 되었다. 플레밍의 이러한 놀이는 오늘날 많은 예술가들이 박테리아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마이크로바이얼 아트(Microbial Art)의 시초가 되었다(Figure 1).

Figure 1

Examples of microbial arts (www.microbialart.com)

필로볼러스(Pilobolus) 현대무용단이 ‘데이 투 (Day Two)’ 작품(Figure 2)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안무가 가능했던 것도 바로 놀이로부터 시작되었다. 1981년 어느 후덥지근한 여름 날 그들은 푹푹 찌는 헛간 같은 연습장 에서 몇 시간 동안 새 무용 작품을 창작하려고 애썼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날씨가 돌변했다. 처음엔 비가 왔다가 다시 해가 나타나면서 몸과 마음이 풀어졌다. 무용수들은 돌연 안무 작업을 멈추고 놀기 시작했다. 그들은 진흙탕 속을 철벅거리며 걷기도 하고 지붕에 올라가 구르고 뛰었다. 그들은 부지불식간에 태양과 진흙과 비와 천둥의 동작의 이미지를 가지고 놀았던 것이다. 그들은 그런 행동을 어린애 같은 짓이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 경험에서 떠오른 영감을 이용했다. 그 다음 그들은 열다섯 시간에 걸쳐 새로운 안무를 창작해냈다. 이것이 ‘데이 투’라는 대표작이 탄생한 스토리이다.

Figure 2

Day Two (Pilobolus Dance Company, 1981)

UX 디자인 방법론 중에서 디자인 과정에 놀이를 응용한 방법이 바디스토밍 (Bodystorming)이다. 바디스토밍은 실제 공간에서 롤 플레잉(Roleplaying)을 통해서 프로토타입(Prototype)이나 실제 제품을 사용하면서 아이디어를 탐구하는 방법이다(Schleicher, Jones, & Kachur, 2010). 바디스토밍을 수행하면서 순간에 존재하여(Being in the moment) 사용자가 처한 상황에서 사용자의 경험을 깊이 이해하고, 몸을 사용해서(Physicalization) 해당 역할에 동화되어 아이디어를 탐색한다(Oulasvirta, Kurvinen, & Kankainen, 2003).

‘스마트폰의 불편한 진실’ 프로젝트에서 바디스토밍을 어떻게 기획했는지 살펴보자.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많은 불편을 경험한다. 스마트폰을 분실 하거나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공장초기화를 하는 경우 스마트폰에 저장된 소중한 자료를 잃어버릴 수 있다. 거리를 걸어 다닐 때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면서 걷기 때문에 넘어지거나 자동차에 부딪힐 위험이 크다. 손에 많은 짐을 들고 걸어갈 때나 심하게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있을 때 문자를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는 것은 매우 힘들다. 바디스토밍은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문제 들을 참가자들이 세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먼저 모든 참가 학생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있는 데이터를 컴퓨터에 최대한 백업을 한 뒤에 공장초기화를 실행하고 복원했을 때 어떤 데이터가 복구되지 않는지를 확인하였다. 다음 날 아침 용산 아이파크몰에 30명의 참가 학생이 모여서 ‘X맨을 찾아라’ 바디스토밍을 실시하였다. 총 네 팀이 두 팀씩 짝을 지어서 상대방 팀에 있는 X맨을 찾는 게임을 진행하였다. X맨을 찾을 수 있는 힌트를 얻기 위해서는 제시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문제를 푸는 방식은 팀원들이 한 공간에 모여서 회의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팀원들과 그룹채팅으로 협의를 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Figure 3

Hints given for finding 'X Man' among the members of the other team

전날 밤 각 팀은 자기 팀 내에 X맨을 한 명 정하고 그 사람을 맞출 수 있는 힌트 여섯 개를 만들었다. 여섯 개 힌트는 뒤로 갈수록 X맨을 찾기 쉽도록 구성해서 여섯 번째 힌트를 보면 X맨을 바로 맞출 수 있다. 예를 들어 X맨의 귀, 눈썹, 손바닥, 눈, 키의 범위, 그리고 포토샵으로 흐릿하게 만든 흑백 사진을 순차적으로 보여줘서 X맨을 짐작할 수 있게 하였다(Figure 3).

X맨을 맞힐 수 있는 힌트를 보기 위해서는 여섯 개 문제를 순차적으로 풀어야 한다. 각 문제는 용산 아이파크몰에 있는 매장을 찾는 문제인데 힌트를 보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답을 찾아낸다. 예를 들어 ‘내 손 위의 달의 움직임, 1881’을 문제로 제시하면 상대팀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이 문제가 암시하는 매장을 찾아야 한다. 정답은 세이코 시계 매장이다. 세이코 문페이즈(Moon Phases) 시계는 달의 모양을 보여주는 시계이므로 ‘내 손 위의 달의 움직임’으로부터 세이코 문페이즈 시계를 연상할 수 있다. 그리고 1881은 세이코 시계가 창립된 해이다. 이 문제처럼 너무 어려워서 30분 동안 답을 맞히지 못하면 벌칙(예: 팀 원 전체가 공개된 장소에서 소녀시대 춤추기)을 수행하게 한 뒤에 답을 알려준다.

Figure 4

Handicaps applied to participants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경험하는 불편을 바디스토밍을 하는 세 시간 동안 가혹하게 체험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핸디캡을 적용하였다. 손톱이 긴 여성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어떤 불편을 경험하는지 알기 위해서 참가 학생들의 열 손가락 모두에 인공 손톱을 붙였다(Figure 4의 a). 손에 여러 가지 물건을 든 채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어떤 불편을 경험하는지 알기 위해서 책을 왼쪽 옆구리에 낀 상태에서 1회용 컵에 물을 2/3 정도 담아 왼손으로 들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오른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미션을 수행하였다(Figure 4의 b). 애플이 개발한 시리를 사용할 때 어떤 불편을 경험하는지 알기 위해서 한 사람 은 시리의 역할을, 다른 사람은 인간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인간이 음성으로 검색할 내용을 지시하면 인간 시리는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Figure 4의 c). 인간은 절대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없고, 인간 시리는 인간이 지시한 명령 외에 다른 것은 수행할 수 없도록 하였다. 친구들과 대화할 때 도착하는 문자 메시지가 대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기 위해서 두 참가자는 끊임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미션을 수행하도록 하였다(Figure 4의 d).

바디스토밍이 진행되는 세 시간 동안 참가 학생들은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경험하는 실제 불편함보다 더 힘든 체험을 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경험한 불편을 음성으로 스마트폰에 녹음한 뒤에 텍스트 파일로 옮기고, 카드에 내용을 요약해서 총 600여 장의 카드를 도출할 수 있었다.

바디스토밍의 성패는 현장에서 참가자들이 즐겁게 노는 과정에서 디자인 문제를 몸으로 체험하도록 기획하는 것에 달려있다. 집단 역할 게임 방식으로 미션을 부여하고, 참가자들이 게임에서 이겨야겠다는 승부욕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팀원들과 협력해서 아이디어를 도출하도록 바디스토밍을 기획해야 한다.


3. 추상화: 표면적인 것 배후에 숨어 있는 놀라운 속성을 찾아라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는 추상화를 그린 대표적인 화가이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사실화보다는 눈에 보이는 부분을 없애고 오브제가 표방하는 이념만을 남기는 추상화를 주로 그렸다. Figure 5는 피카소의 ‘화가와 모델(Painter and knitting Model)’이라는 작품이다. 피카소 자신이 연인 마리 테레즈 발터(Marie Therese Walter)를 그리는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그림에 있는 피카소는 무엇을 그리는 것일까? 그는 뜨개질을 하는 마리 테레즈의 손의 움직임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중이다. 2차원 평면인 캔버스 위에 시간을 표현한 이 작품은 대상의 전체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덜 띄는 한두 가지의 특성만 나타내는 추상화를 통해서 사물의 놀라운 본질을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피카소는 추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항상 구체적인 실재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뭔가 실체가 있는 것에서 출발해야만 나중에 실재의 흔적들을 제거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런다 해도 큰 위험은 없다. 왜냐하면 그 오브제가 표방하는 이념은 아무리 지운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 표시를 남길 테니까.(Root-Bernstein & Root-Bernstein, 2007, p. 122)”

Figure 5

Painter and knitting Model (Picasso, 1927)

결국 추상화는 구체적인 실재에서 출발해서 눈에 보이는 불필요한 부분을 도려내어 눈에 보이지 않는 사물의 놀라운 본질을 드러내는 과정인 것이다. 유사한 것들로 묶음을 형성하는 방법의 중요성은 『천자문』에 대한 글을 보면 잘 알수 있다. 다산 정약용은 「천자문에 대한 평」에서 『천자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른바 주흥사의 천자문을 얻어 어린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러나 천자문은 자학(字學)에 관한 책이 아니다. 천지(天地)란 두글자를 배워 놓고, 일월(日月)·성신(星辰)·산천(山川)·구릉(丘陵) 같은 연결되는 글자를 다 배우지 않았는데 갑자기 내버려두고, “잠시 네가 배우던 것을 그만 두고 오색을 배워라.”고 한다. 그래서 현황(玄黃)이란 글자를 배운다. 그러면 청적(靑赤)·흑백(黑白)·홍자(紅紫)·치록(緇綠)의 차이를 구별하기도 전에 느닷없이 그치게 하고, “잠시 네가 배우던 것을 놓아두고 우주(宇宙)를 배워라.”고 한다. 도대체 이것이 무슨 방법이란 말인가? ‘운등치우(雲騰致雨)’라 하여 ‘운우(雲雨)’의 사이에 ‘등치(騰致)’ 를 끼워 넣으니, 그 종류를 능히 다할 수 있겠는가? ‘노결위상(露結爲霜)’ 이라 하여 ‘노상(露霜)’의 사이에 ‘결위(結爲)’를 집어넣으니, 그 차이를 능히 구별할 수 있겠는가?(Jung, 2006, p. 37-38)“

다산 정약용은 계통도 없고 체계도 없는 천자문 구성의 잘못을 지적하며 유사한 글자를 함께 배우도록 글자를 새롭게 배열한 천자문을 제시하였다. ‘천지(天地)’라는 두 글자를 배웠으면 ‘일월(日月)·성신(星辰)·산천(山川)·구릉(丘陵)’ 같은 연결되는 글자를 함께 배워야 하고, ‘현황(玄黃)’이라는 두 글자를 배운 다음에는 ‘청적(靑赤)·흑백(黑白)·홍자(紅紫)·치록(緇綠)’ 같은 글자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산 정약용의 가르침을 정민(Jung, 2006)은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갈래를 나누고 종류별로 구분하라. 그렇게 해야 무질서 속에 질서가 드러난다.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라. 그저 그러려니 해서는 안 된다. 보이지 않는 질서를 찾아내야 한다. 계통을 확립해야 한다. 산만해서는 안 되고 집중해야 한다. 흩어져서는 안 되고 집약해야 한다.(Jung, 2006, p. 47)"

다산은 18년간의 강진 유배 생활 동안 수백 권의 저술을 남겼다. 그는 경전의 미묘한 뜻을 파헤친 경학자였고, 예론을 분석한 예학자였고, 목민관의 행동 지침을 정리한 행정학자였으며, 아동 교육의 대안을 제시한 교육학자였다. 뿐만 아니라 지나간 역사를 꿰고 있는 사학자였고, 화성의 축성을 설계하고 기중기와 배다리를 제작한 기계공학자였으며, 의서를 펴낸 의학자였고, 법률의 체계와 그 적용을 정리한 법학자였고, 속담과 방언을 정리한 국어학자였다. 어떻게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을까? 정민(Jung, 2006) 은 다산의 저술 방식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먼저 필요에 기초하여 목표를 세운다. 관련 있는 자료를 취합한다. 명확 하게 판단해서 효과적으로 분류한다. 분류된 자료를 통합된 체계 속에 재배열한다. 작업은 여럿이 분담하여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다. 어떤 헝클어진 자료도 그의 솜씨를 한 번 거치면 일목요연해졌다. 아무리 복잡한 문제도 그의 머리를 돌아 나오면 명약관화해졌다.(Jung, 2006, p. 15)"

피카소의 그림과 다산 정약의 분류 방법이 도움이 되는 UX 디자인 방법론은 카드소팅(Card Sorting)이다. 카드 소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의 구조를 드러낼 때 사용되는 유용한 도구이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카드에 요약해서 쓴 뒤에 비슷한 카드를 한 그룹으로 묶고 그 그룹을 대표하는 제목을 결정한다. 그다음에 그룹의 제목들을 다시 카드로 만들고 유사성에 의해 그룹핑하여 상위 레벨의 그룹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그룹핑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여 드러나는 계층적 구조가 바로 문제의 구조인 것이다.

실제로 카드 소팅은 참가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특정 주제와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카드에 기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때 참가자들이 카드를 작성하는 방식은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카드를 만든다는 점에서 즉흥적이고 체계적이지 않다. 그러나 그룹핑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계층적 구조는 참가자들이 만들어낸 카드들이 어떤 체계로부터 생성되었는지 설명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 이용자의 목적을 카드소팅을 사용해서 도출해보자. 대형마트 이용자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오는지를 참가자들은 생각나는 대로 노란색 카드에 쓴다. 노란색 카드를 비슷한 것끼리 묶은 결과가 Figure 6이다. ‘쿠폰을 이용해서 가격 할인 받기’, ‘전단지에 실린 특가 상품 구매하기’, ‘묶음 상품 구매하기’, ‘구입 금액에 따른 사은품 받기’가 노란색 카드를 묶어서 도출된 파란색 카드이다.

Figure 6

Blue cards derived from grouping yellow cards

Figure 7

A discount condition of 'Time' derived from bottom-up grouping

다음 단계는 파란색 카드를 비슷한 것끼리 다시 묶는다. 예를 들어, ‘쿠폰을 이용해서 가격 할인 받기’와 ‘전단지에 실린 특가 상품 구매하기’를 다시 묶으면 ‘할인 조건에 시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시간에 따라 할인을 받는 다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마감세일 상품을 구입하기’, ‘타임세일 상품을 구입하기’, ‘할인율이 큰 시즌 상품을 구입하기’ 등을 추가로 도출할 수 있다 (Figure 7). 이렇게 도출된 목적들은 카드 소팅 참가자들이 노란색 카드를 쓸 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목적들로서 하향식 생성 과정을 통해서 발견된다. 이것이 바로 정민(Jung, 2006, p. 47)이 이야기한 ‘갈래를 나누고 종류별로 구분 하라. 그렇게 해야 무질서 속에 질서가 드러난다.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라.’는 방법의 예이다.

Figure 8

A discount condition of 'Quantity' derived from bottom-up grouping

같은 방법으로 ‘묶음 상품 구매하기’와 ‘구입 금액에 따른 사은품 받기’를 묶어서 ‘할인 조건에 양이 있다는 파란색 카드를 도출하고, 구입하는 양에 따라 할인을 받는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포인트 적립을 통해 할인 받기’와 ‘공동 구매를 통한 가격 할인 받기’를 새롭게 도출할 수 있다(Figure 8).

할인 조건에 시간과 양이 있음을 카드 소팅을 통해서 알게 되면, ‘할인을 받는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 하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할인 조건에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정 신용카드 소지자에게 제공하는 할인율을 이용해서 할인 받기’, ‘VIP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할인율을 이용해서 할인 받기’가 여기에 해당한다(Figure 9). 또한 ‘할인 조건에 품질이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알 수 있다. 전시된 상품이나 유통 과정에서 생채기 난 과일이나 유효 기간이 다 된 상품은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Figure 10). 결국 할인 조건에 시간, 양, 자격, 품질이 있음을 알 수 있고, 이 네 가지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Figure 9

A discount condition of 'Qualification' derived from top-down generation

Figure 10

A discount condition of 'Quality' derived from top-down generation

카드 소팅을 통해서 시간, 양, 자격, 품질이라는 할인 조건을 도출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목적 구조를 드러내는 키워드를 도출한 작업이었다. 이러한 하향식 분석을 통해서 참가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카드들을 생성하여 중요한 목적이 빠지지 않도록 분석의 ‘완전성’을 달성시키는 게 카드 소팅의 힘이다.

카드 소팅이 처음 제안되었을 때는 인터페이스의 메뉴 구조를 결정하는 데 주로 사용되었다. 기능들을 카드에 적은 뒤 의미가 비슷한 카드들을 그룹핑하고, 각 그룹의 제목을 다시 의미가 유사한 그룹으로 그룹핑하여 기능의 계층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제 카드 소팅은 세계적 수준의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아이데오(IDEO), 인컨텍스트(InContext), 탠저린(Tangerine) 등이 사용자 인터뷰를 통해서 숨은 니즈를 도출할 때 사용하는 어피니티 다이어그램(Affinity Diagram)으로 발전되었다. 사용자를 인터뷰하여 말한 내용을 녹음하고, 녹음된 인터뷰를 텍스트 파일로 옮겨 기록하고, 인터뷰 내용에서 사용자들이 이야기한 것들을 요약해서 카드를 만들고, 카드들을 유사성에 의해 그룹핑하여 문제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반적인 구조보다는 우리의 눈을 크게 뜨게 하는 통찰력 있는 구조일수록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를 도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스마트폰의 불편한 진실’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 카드소팅 과정에서 추상화의 역할을 살펴보자. 바디스토밍을 실시한 후에 참가자들은 자신이 경험한 불편 을 카드에 정리하였다. 이렇게 해서 모은 600여 장의 카드를 가지고 카드소팅 을 실시하였다. 카드소팅의 목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불편의 배후에 숨어 있는 원인을 찾는 것이다. 카드소팅 결과 한 팀은 ‘스마트폰의 불편한 진실’을 에이브러햄 매슬로우(Abraham Maslow)의 인간욕구 5단계로 설명하였다. 매슬로우(Maslow, 1943)는 인간의 욕구를 생리적 욕구, 안전에 대한 욕구, 소속감, 존경, 자아실현의 다섯 단계로 나누고, 하위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상위 단계의 욕구가 생긴다고 주장하였다. 이 팀은 스마트폰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불만을 인간 욕구 5단계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생리적 욕구에는 정신적 피로와 신체적 피로가 있다(Figure 11). 정신적 피로에는 기다림으로 인한 피로, 번거로움에서 오는 피로, 자극으로 인한 피로, 부정확함에서 오는 피로가 있다. 신체적 피로에는 청각적 피로, 신체와 정신의 연계로 인한 피로, 손으로 조작하는 불편함, 시각적 피로, 장치 연결 과정의 피로가 있다. 안전에 대한 욕구는 금전적 안전, 신체적 안전, 정신적 안전, 데이터의 안전이 있다 (Figure 11). 소속감에 대한 욕구는 소속 내에서의 소통, 사회규범의 존중, SNS를 통한 소속감이 있고, 애정에 대한 욕구에는 스마트폰에 대한 애정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다(Figure 12). 자아실현의 욕구에는 정보의 폐쇄성에서 오는 획일화, 자기개발에 대한 욕구, 자신의 개성 표현에 대한 욕구가 있다(Figure 12).

다른 한 팀은 ‘스마트폰의 불편한 진실’을 교란으로 설명하였다. 스마트폰은 정보를 교란하고, 관계를 교란하고, 사물을 교란하고, 정서를 교란한다고 설명 하였다. 누구나 쉽게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인터넷 공간에 정보를 올릴 수 있게 됨에 따라 정보의 출처가 불분명하고 허위 정보가 많아 정보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정보를 교란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회의를 하거나 가족끼리 식사할 때 혼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교란한다. 이동 중에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문자를 보내는 것은 겨울철에 손을 따뜻하게 해 주는 장갑과 비를 맞지 않게 해 주는 우산 본래의 기능을 교란한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함을 느끼고, 어린아이들의 지능 발달을 저하시켜서 우리의 감성을 교란한다.

Figure 11

Physiological needs and safety needs

동일한 600여 장의 카드로부터 출발했지만, 최종적으로 얻어진 두 팀의 계층적 구조는 다르다. 중요한 점은 눈에 보이는 600여 장의 카드 이면에 숨어 있는 문제의 근원을 찾아내는 것이다. 피카소는 “당신들은 보고 있어도 보고 있지 않다. 그저 보지만 말고 생각하라. 표면적인 것 배후에 숨어 있는 놀라운 속성을 찾으라”고 이야기한다(Root-Bernstein & Root-Bernstein, 2007, 생각도구 3 추상화). 600여 장의 카드를 그저 보지만 말고 카드들 이면에 숨어 있는 문제의 근원을 찾아야 한다.

Figure 12

Social needs and self-actualization needs

카드 소팅을 통해 문제의 근원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이미 만든 계층적 구조 를 버리고 새로운 구조를 반복해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구조를 만들다 보면 점점 문제의 근원으로 다가갈 수 있다.


4. 유추: 닮지 않은 두 사물 간의 기능적 유사성을 발견하라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Niels Bohr)는 원자의 표준모델로서 태양의 주위 를 도는 행성들처럼 전자들이 핵 주위를 도는 모습을 제시했다. 그러나 왜 전자들이 특정량의 에너지를 가지고 특정한 길로만 다니는지, 그 전자들이 어떻게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건너뛰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못했다.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음악적 유추작업을 통해서 얻고자 하였다. 그는 전자의 궤도를 마치 진동하는 현이라도 되는 것처럼 다루었다. 그러나 전자가 정말로 진동하는 현이라고 말할 의도는 그에게 없었다. 그저 복잡한 문제를 쉽게 풀기 위해서 진동하는 현과 원자 사이의 닮음을 유추했을 뿐이었다. 이런 와중에 그는 현이 진동할 때 모든 진동 에너지가 그 파절들 사이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말하자면 양자화(Quantizaed)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그의 유명한 양자론의 기원이 되었고, 이러한 통찰의 결과로 플랑크는 1918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프랑스의 물리학자이자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루이 드 브롤리(Louisde Broglie)는 원자를 실제 작은 현악기로 보고 원자에도 배음(harmonics) 현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피아노의 아무 건반이나 눌러 A음을 내면, 몇 옥타브 위나 아래의 다른 A 현들도 진동하기 시작하는데, 이 음들이 배음이다. 배음은 처음 현의 진동이 다른 현의 진동과 정확히 조응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드 브롤리는 이 배음이 원자에도 존재할 것이라고 유추하고, 수백 년간 사용된 표준적인 수학 기법을 써서 실제 현의 배음을 설명했고, 실제 원자만 한 악기가 있다면 이것이 어떻게 소리 낼지를 계산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드 브롤리의 상상을 비웃으며 대단히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그 당시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전자는 입자다. 그것은 진동하지 않으며 파장도 없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1927년 미국의 물리학자 G. 데이비슨(G. Davisson)과 L. H.거머(L. H. Germer)가 드 브롤리의 원자 배음을 듣는 데 필요한 도구를 개발하여 마침내 그 배음을 찾아냈다. 이 도구는 에너지를 방사하는 원자핵이 배음을 만든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기여했고, 이 발견은 핵 자기공명 분광학으로 이어져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라고 부르는 자기공명영상기법을 탄생시켰다. MRI는 현재 대표적인 의학진단기법으로서 원자핵이 공명할 때 내는 특정한 양의 에너지나 주파수를 통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의 소리를 시각적 영상으로 전환하는 장치이다.

유추(Analogy)란 둘 혹은 그 이상의 현상들 사이에 기능적 유사성이나 내적 관련성을 알아내는 것을 말한다. 전자를 진동하는 현으로 보고 원자에도 배음이 존재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게 바로 유추의 힘이다. 물론 원자의 세계는 너무 작아서 눈으로 볼 수 없다. 그렇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사물과의 유사성을 알아내는 것, 이것이 바로 유추이다.

접근할 수 없는 세계를 비추는 유추의 힘을 가장 잘 증명한 사람이 헬렌 켈러(Helen Keller)이다. 헬렌 켈러는 태어난 지 1년 8개월 만에 뇌막염을 앓아 시력과 청력을 잃었다. 그녀는 보고 들을 수 없었던 것과 맛, 냄새, 느낌으로 알았던 것들 사이에서 수많은 연상과 유사성을 이끌어내어 자신이 보고 들을 수 없는 세계를 이해하고자 노력하였다.

"세계의 안과 밖 사이에는 영원히 마르지 않는, 닮은 것들로 가득 찬 바다가 있지 않은가……. 내가 손에 들고 있는 꽃의 신선함은 내가 맛본 갓 딴 사과의 신선함과 닮았다. 나는 이러한 유사성을 이용해서 색에 대한 개념을 확장한다. 내가 표면과 떨림과 맛과 냄새들의 특질에서 이끌어낸 유사성은 보고 듣고 만져서 찾아낸 유사성과 같은 것이다.(Root-Bernstein & Root-Bernstein, 2007, p. 196)"

헬렌 켈러가 그녀의 자서전에서 말했듯이, 그녀의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는 유추였다. 우리는 종종 헬렌 켈러 같은 장애인이 될 때가 있다. 전자의 궤도를 보고 원자를 연구할 때, 다른 별에서 오는 빛을 조사해서 블랙홀의 위치를 우주에서 찾아내려고 할 때, 시인이나 소설가의 작품을 읽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때, 불완전한 세속의 증거를 참고하여 신을 인정하려 할 때 우리는 모두 장애인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의 오감을 통해 지각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다.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감각이 아니라 유추를 통해 미지의 것들을 조명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다.

구글의 검색엔진도 레리 페이지(Larry Page)의 유추에서 탄생했다(Carr, 2011). 1995년 스탠포드대학교의 컴퓨터 공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던 래리 페이지는 웹 사이트의 링크가 학술 논문의 인용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술 논문이 다른 사람의 논문에 많이 인용될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는 것처럼 웹 사이트도 다른 사람의 사이트에 많이 링크될수록 그 중요성은 커지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인용이 많이 된 논문에 인용된 논문들이 인용이 적게 된 논문에 인용된 논문들보다 중요성이 큰 것처럼, 중요한 웹 사이트가 걸어 놓은 링크는 덜 중요한 웹 사이트가 걸어 놓은 링크보다 더 가치 있다는 것이었다. 래리 페이지는 이러한 유추를 통해서, 어떤 웹 사이트의 상대적 가치를 그 웹 사이트로 이동 가능하게 하는 링크의 개수와 이들 링크를 담고 있는 다른 웹 사이트의 권위를 근거로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었다. 마침내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검색 엔진을 개발할 수 있었다.

Figure 13

Metaphors related with e-book

UX 디자인에서 메타포(Metaphor)를 도입할 때 필요한 생각도구가 유추이다. 메타포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물리적 사물들을 UX 디자인에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Figure 13 (a)는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한 이북(e-Book) 목록을 책장 메타포를 도입해서 디자인한 것을 보여준다. Figure 13 (b)는 실제 책장을 넘기듯이 이북을 디자인한 것을 보여준다. Figure 13 (c)는 책장을 넘기다가 한 페이지에 왼손을 올려놓은 상태로 오른손으로 페이지를 계속 넘기다가 왼손으로 책장을 넘기면 이전 페이지로 돌아가는 메타포를 보여준다.

메타포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닮지 않은 두 사물 간의 기능적 유사성을 발견 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의 불편한 진실’ 프로젝트 사례를 가지고 메타포를 도입할 때 유추의 역할을 설명해 보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불편의 배후에 숨어 있는 원인을 찾기 위해 연인 사이의 관계를 메타포로 사용하였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경험하는 불편이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과 같다고 본 것이다. 이 메타포를 도입했을 때 드러나는 문제의 원인은 신뢰 부족, 이상형의 차이, 공감의 부재, 소통의 부족, 지나친 관심이다.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첫 번째 원인은 신뢰 부족이다. 남자와 여자는 상대방이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고 자기만을 사랑하기를 원하지만, 상대방이 다른 사람을 몰래 만나는 것을 알게 되면 신뢰가 깨지게 된다. 이것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에 대해 가지는 신뢰가 깨지는 경우와 같다. 사용자는 전화번호, 문자 메시지, 메모, 사진 같은 자료를 스마트폰이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보호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분실하거나,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 하다가 에러가 나거나, 새로운 스마트폰으로 바꾼 경우, 스마트폰은 사용자의 소중한 자료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많이 하는 사용자는 게임을 오랜 시간 동안 하면서 얻은 아이템이 안전하게 보호되기를 기대하고, 스마트폰으로 은행 업무를 많이 하는 사용자는 저장된 공인 인증서나 이체비밀번호 등이 안전하게 보호되기를 기대하지만, 스마트폰을 분실하게 되면 이 모든 것들을 잃어버리게 된다.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두 번째 원인은 서로 기대하는 이상형이 다르다는 것이다. 예컨대 남자와 여자는 얼굴도 잘 생기고, 똑똑하고, 성격도 좋고, 경제력도 좋은 상대를 기대한다. 그러나 서로 기대하는 이상형과 다른 사람 을 만나게 되었을 때 실망하게 된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이 똑똑하게 알아서 내가 원하는 바대로 해주기를 원하지만 스마트폰은 전혀 똑똑하지 않다. 예를 들어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버스 정류소에서 버스를 타는 경우 사용자는 스마트폰이 알아서 그 시간이 되면 내가 타는 버스의 도착 시간을 알려주기를 기대하지만 스마트폰은 그 정도로 똑똑하지 않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이 충격에도 강하고 튼튼하기를 기대하지만, 스마트폰 액정은 충격에 약하다. 반대로 스마트폰은 사용자가 기본적인 스마트폰의 사용법을 알기를 기대하지만, 주부나 나이 많은 사용자들은 기본적인 사용법조차도 어려워한다. 스마트폰은 사용자가 주기적으로 중요한 자료를 백업하기를 기대하지만, 사용자는 백업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안다고 해도 백업하는 것을 잊는다.

세 번째 원인은 서로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여자 친구가 회사에서 상사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고 기분 나빠서 상사를 비난하는 이야기를 할 때, 여자가 원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기분이 안 좋으니 나를 위로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자는 여자가 잘못했다고 이야기를 한다. 사용자가 기분이 우울한 날 음악을 들을 때 스마트폰이 우울한 기분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음악을 알아서 들려주면 좋을 것이다. 음악이 순서대로 재생되지 않고 무작위로 재생되는 상태일 때 이 기능은 더 효과적일 것이다. 한 사람이 급한 일로 계속해서 전화를 하지만 무음 상태로 설정되어 있어서 사용자가 전화가 온 것을 모르는 경우, 스마트폰이 무음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사람으로부터 계속 전화가 온다는 것을 사용자에게 알려준다면 사용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네 번째 원인은 소통의 부족이다. 남자와 여자가 자주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관계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남자와 여자가 커피숍에서 만나거나 가족이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는 경우, 서로 대화하는 시간 보다 각자의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문자를 보내거나 정보를 검색하거나 게임을 하는 시간이 길다면, 스마트폰이 사람 사이의 관계를 멀어지게 한다. 스마트폰으로 SNS (Social Network Service)를 이용해서 많은 사람들과 손쉽게 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지만, 직접 대면해서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다섯 번째 원인은 서로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서로를 구속한다는 것이다. 문자를 보냈는데 바로 답장을 보내지 않으면 왜 문자를 읽었는데도 답장을 보내지 않느냐고 화를 내고,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 하는 것은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서로의 사생활을 침해하게 된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 사용하고, 전화, 문자, 이메일이 온 것이 있는지 계속해서 확인하고, 길에서 걸어가면서 게임을 하거나 문자를 보내느라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것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에 중독되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메타포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을 이용해서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생각도구이다. 연인들이 경험하는 문제들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 경험을 이용해서 사용자와 스마트폰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5. 결론

알렉산더 플레밍은 박테리아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항생물질 페니실린을 발견하였고, 필로볼러스 발레단은 비가 온 뒤 진흙탕 속에서 태양과 비와 천둥의 이미지를 가지고 노는 과정에서 ‘데이 투’ 무용의 안무를 창작하였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그 문제를 가지고 재미있게 놀 때 우리를 찾아온다. 바디스토밍은 디자인 과정에서 재미있게 놀면서 순간에 존재하여 몸으로 동화되어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방법이다. 2장에서 바디스토밍을 응용한 사례로 '스마트폰의 불편한 진실'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참가자들이 즐겁게 놀면서 문제를 체험하도록 어떻게 바디스토밍을 기획했는지 설명하였다.

추상화는 구체적인 실재로부터 출발해서 눈에 보이는 불필요한 부분을 도려내어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다산 정약용이 18년간의 유배 생활 동안 수백 권의 저술을 남길 수 있었던 비결은 갈래를 나누고 종류별로 구분하고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카드소팅에서 상향식으로 비슷한 카드를 묶어서 상위 수준의 카드를 만들고, 다시 하향식으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카드를 찾아내는 과정에 필요한 원리이다. 3장에서 ‘스마트폰의 불편한 진실’ 프로젝트의 사례를 가지고 우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불편함의 근본 원인을 카드 소팅을 통해서 찾아내는 과정을 소개하고, 표면적인 것 배후에 숨어 있는 놀라운 속성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였다.

유추는 닮지 않은 두 사물간의 기능적 유사성을 발견하는 생각도구이다. 물리학자들이 눈으로 볼 수 없는 원자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현의 특성을 이용하고, 태어난 지 1년 8개월 만에 시력과 청력을 잃은 헬렌 켈러가 보고 들을 수 없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맛과 냄새를 이용하고, 래리 페이지가 웹 사이트 검색 엔진을 개발하는 데 학술 논문의 인용지수를 이용한 것이 유추를 응용한 사례들이다. UX 디자인에서 메타포(Metaphor)를 도입해서 인터랙션을 디자인할 때 필요한 생각도구가 유추이다. 4장에서 ‘스마트폰의 불편한 진실’ 프로젝트의 사례를 가지고 닮지 않은 두 사물 간의 유사성을 발견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였다.

UX 디자인 방법론을 활용해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방법론을 적용한 많은 사례를 보는 것과 함께 방법론에 대해 깊게 이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방법론을 적용한 결과만 보면 방법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디자이너가 고민한 많은 문제들을 볼 수 없다. 본 논문이 주장하는 바는 방법론에 대한 깊은 이해는 방법론만 바라보기 보다는 오히려 방법론과 관련 없어 보이는 인문학 지식으로부터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본 논문에서 인용된 ‘생각의 탄생’,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 생각도구를 활용한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소개하기 때문에 UX 디자이너가 방법론에 대한 깊은 이해에 도달하는 데 도움을 준다. 본 논문을 시작으로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 지식이 UX 디자인 방법론과 연결된다면 우리나라 UX 디자인 수준이 한 단계 더 높아 질 수 있을 것이다.

Notes

Citation: Park, J.(2013). Creative Thinking Tools and Their Application to UX Design: Archives of Design Research, 26(3),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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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Figure 1
Examples of microbial arts (www.microbialart.com)

Figure 2

Figure 2
Day Two (Pilobolus Dance Company, 1981)

Figure 3

Figure 3
Hints given for finding 'X Man' among the members of the other team

Figure 4

Figure 4
Handicaps applied to participants

Figure 5

Figure 5
Painter and knitting Model (Picasso, 1927)

Figure 6

Figure 6
Blue cards derived from grouping yellow cards

Figure 7

Figure 7
A discount condition of 'Time' derived from bottom-up grouping

Figure 8

Figure 8
A discount condition of 'Quantity' derived from bottom-up grouping

Figure 9

Figure 9
A discount condition of 'Qualification' derived from top-down generation

Figure 10

Figure 10
A discount condition of 'Quality' derived from top-down generation

Figure 11

Figure 11
Physiological needs and safety needs

Figure 12

Figure 12
Social needs and self-actualization needs

Figure 13

Figure 13
Metaphors related with 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