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s of Design Research
[ Article ]
Archives of Design Research - Vol. 35, No. 3, pp.95-111
ISSN: 1226-8046 (Print) 2288-298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Aug 2022
Received 16 Mar 2022 Revised 28 Jul 2022 Accepted 28 Jul 2022
DOI: https://doi.org/10.15187/adr.2022.08.35.3.95

촉각 자극을 통한 감정 조절 중재 효과를 가지는 조형예술 작품

JooHyun Lee이주현
Culture & Design Management, Underwood International College, Lecturer Yonsei University, Seoul, Korea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국제학부, 문화디자인경영학과, 전임강사, 서울, 대한민국
Artwork with Intervention Effect on Emotion Regulation through Tactile Stimulation

Correspondence to: JooHyun Lee joohyunlee01@yonsei.ac.kr

초록

연구배경 COVID-19으로 야기된 코로나 블루와 스트레스가 현대사회의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촉각이 다양한 예술계와 산업계를 비롯한 디자인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시대이다. 최근까지 심리 치료 효과가 있는 예술 작품을 디자인하려는 시도가 줄곧 있었다. 본 연구의 목적은 코로나 블루와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는, 연구자가 직접 디자인ㆍ제작한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다.

연구방법 이 논문은 먼저 언어적인 예시와 학문적인 검토를 통하여 촉감이라는 감각을 검토했다. 이를 통해 촉각이 감각을 통합할 수 있다는 점과, 그 통합 감각으로서의 촉감이 치유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양한 분야의 사례들을 통하여 보여주었다. 문헌 연구 방법과 사례 연구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다음으로 작품 전시회를 통해 감정 조절, 스트레스 완화 등의 중재 효과를 확인한 본인의 작품들을 나타내었다.

연구결과 부피가 작고, 가벼우며, 자폐증 환자가 불편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심리 안정에 도움을 주는, 그리고 일반인에게는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될 포옹 기계의 대안으로서의 작품 1 <Voluntary Touch>, 작품 2 <Emotive Anchors II>, 작품 3 <Body Infill, 3m 10s>을 디자인하였다.

결론 지금까지 시각 위주의 미술이 관심을 덜 기울였던 촉감에 집중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더 깊은 소통과 치유를 경험하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디자인과 미술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치유적 감각으로서의 촉각이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Abstract

Background The corona blues and stress from COVID-19 have emerged as new problems in contemporary society. It is an era in which the tactile sense has become an important topic in various industries as well as art and design. There have been artists attempts in their practice to closely associate with psychotherapy.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introduce artworks designed by myself that can relieve the corona blues and stress.

Methods This article first examined the tactile sense through linguistic examples and academic review. Through this, I showed through examples in various fields that the tactile sense integrates all existing senses and has a healing effect. The literature study method and case study method were used. Next, the author’s own artworks that provide intervention effects on the emotion regulation and stress relief were introduced; through tactile stimulation to the users.

Results As an alternative to the large and heavy hug machine that helps the autistic patients to ease their emotional tension, the author suggests the following artworks: Artwork 1 (Voluntary Touch), Artwork 2 (Emotive Anchors II), and Artwork 3 (Body Infill, 3m 10s). Artworks 1-3 serve their purpose as intervention devices to relieve stress for the general public.

Conclusions By focusing on the tactile sense, which has been neglected in visual art field, the artworks introduced offer the users to experience intimate healing effect. This leads to the conclusion that the tactile sense holds its possibility to be used as a powerful tool in various fields.

Keywords:

Autism, The Corona Blues, Depression, Hug Machine, Sensory Integration, Tactile Sense, 감각의 통합, 우울증, 자폐증, 촉감, 코로나 블루, 포옹 기계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촉각은 인간의 근원적 감각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환경정보를 파악하는 데 사용하는 기본 감각이다. 촉각의 수용체는 피부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감각 중에서도 가장 넓은 수용 영역을 가지고 있다. 영어, “touch”, “feeling”, and “sensibility”는 같은 단어로 감각적, 감정적인 측면을 둘 다 표현한다. 흔히 촉각 이미지만을 유추하였던 이 단어들에는, 사실 시각과의 관련성이 있었다. 애초에 “feeling”이라는 단어는 17세기가 되어서야 몸의 촉감과 연결지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표면(surface)’과 ‘느낌(feeling)’이라는 두 개의 개념을 같이 사용하던 것에서 벗어나, 18세기에 이르러서는 아예 시각과 촉각을 완전히 구분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를 언어의 사용이 좀 더 구체화될 수 있었다는 부분에서만 평가할 수는 없다. 피부로 느끼는 감각 역시 우리 몸에서 시각 못지않은 신뢰와 가치를 부여받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우리말의 경우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닿아 느껴짐을 뜻하는 ‘감(感)’이라는 개념이다. 우리는 대상을 순수하게 이해하게 되었을 때, ‘공감(共感)’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하는데, 이는 촉감의 개념과 연동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촉감은 단순히 일방적이고 우연한 것이 아니다. 만진다, 느낀다는 것은, 우리의 감각(感覺)이 감정(感情)과 공감하여 감동(感動)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접촉, 만짐, 닿음으로서의 촉감은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움직이게 하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작게나마 언어의 경우에서만 살펴보더라도, 촉각 혹은 촉감에 대한 인식의 발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루어져 온 듯하다. 학계 역시 인간의 본질적 인지 과정을 촉감에 천착하여 연구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Bays, Flanagan, & Wolpert, 2006; Kim, 2012; Pan, 2006).

본래 대부분의 미술 이론들은 시각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20세기가 시각의 세기였다고 명명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만큼, 과거의 미술에서 촉각이 설 자리는 없었다. 20세기 말 뉴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살아난 터치 개념은,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스크린은 물론, 진동과 저항이라는 촉감을 통해 실제 스포츠 게임과 가까운 체험을 가능케 하는 비디오 게임을 선보이게 된다. 이른바 “시각을 능가하는 햅틱(haptic)의 시대”로서의 21세기가 도래한 것이다(Jeon, 2009).

본 논문에서는 먼저 통합감각으로서의 촉감에서 기인한 치유적 효과의 실례들을 다양한 계통에서 찾아보았다. 조형예술에서 가장 중요시되어 온 시각이라는 감각이 촉각으로 대체되었을 때, 조형예술 작품이 정신적 정서적 중재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근골격계 통증을 느끼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촉각 자극은 통증을 감소시키고(Best et al., 2008; Oh & Lee, 2016), 발달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한 촉각 자극은 대상 아동들의 인지능력, 주의집중, 일상생활활동에서 향상을 보였다는 연구(Kim, 2012)가 있다. 이처럼 조형예술 작품이 예술성과 작품성을 넘어서 정신적 정서적으로 중재 효과를 보일 수 있으므로, 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본 연구에서는 촉각을 활용한 중재 효과를 가지는 세 가지 작품을 제작하고, 이를 체험 가능한 전시회를 통하여 관람자들과 교감을 가진 후, 추후 후속 실증연구를 앞두고 이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논문에서는 자폐증 환자 혹은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거나 스트레스 완화를 원하는 일반인을 위하여, 탬플 그랜딘(Temple Grandin)이 고안한 포옹 기계(Grandin, 1992)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과 선사시대 주먹도끼와 부두족의 주술적 기구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작품을 소개한다. 본 저자는 대영박물관의 주먹도끼를 실제로 만질 기회가 있었는데, 선사시대에 돌로 돌을 쳐서 떼어내면서 만들어진 이 도구는 사용하면서 점점 더 손에 잘 맞도록 맨들맨들하게 연마되었다. 그 시대 사람들의 에너지가 손에 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본 논문에서는 이들 작품을 통하여 촉감이 사람의 내면에서 복합적인 인지와 사고 과정을 유발하는 감각임을 제시하고, 앞으로 예술가가 예술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촉각이라는 감각을 의미 있게 사용하게 되기를 제안하고자 한다.


2. 촉감에 대한 비교분석적 고찰

2. 1. 오감의 연결성과 촉감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는 "나의 반성적인 영역을 벗어나 있는 듣고 보고 만지는 데서 성립되는 의식은, 개인적인 삶에 앞서 있으면서, 내가 아닌 것들로 머물러 있는 장들과 통합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들이 나의 지각 내용 속으로 차고 올라와 뒤섞여 있고, 반대로 나의 지각 작용은 그 장들 속으로 흘러들어가 액체로 뒤섞이듯 하나로 통합된다"(Cho, 2004)라고 언급하며, 감각의 영역이 의식의 영역보다 선험적임을 언급한 바 있다. 감각한다는 것은, 인간의 의식적 사고에 의해 조각되는 경험 이전의 아 프리오리(A priori)1) 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모든 감각기관의 표면들은 피부라 볼 수 있다. 사실상 사람이 임의로 분류한 오감은 모두 촉각으로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메를로-퐁티는 “감각들의 통일성은 감각들이 발원적 의식에로 포섭됨에 의해서가 아니라, 감각들이 단 하나의 인식하는 유기체로 끝없이 통합됨으로 이해될 수 있다”라고 보았을 뿐만 아니라, 공감각은 감각의 분화에 앞서 나의 눈에서 나의 시선의 진동으로서 감각한 전체적인 어떤 상황이며, “나의 신체 안으로 받아들여져서 나의 경험을 단 하나의 감각적 등록 장부에 제한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즉 그것은 자발적으로 여타의 모든 감각들을 향해 넘쳐흐른다”고 설명함으로써, 오감은 ‘분화’가 아닌 ‘통합’으로서의 감정임을 역설하였다.

2. 2. 무대 위로 떠오르는 촉각

인간이 외부 세계로부터 받아들이는 정보의 약 80%는 시각을 통해 얻는다고 알려져 있다(Gao et al., 2019; Qiu et al., 2020). 특히 디자인 분야에서는 전통적으로 시각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그러나 감성과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21세기의 디자인 분야에서 ‘접촉을 통한 느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시각과 청각 위주의 핸드폰이 햅틱(haptic)과 그립감을 중심으로 촉감이 중요한 감각으로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촉각은 인간의 무의식 속에서 작용하는 가장 원초적인 감각으로 손이나 피부를 통한 촉감은 심리적 감정, 지식, 경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피부는 우리 몸의 가장 바깥쪽에 자리하는 표면으로 외부의 자극과 촉각적 정보들을 수용한다. 감각을 지배하는 몸의 다른 어떤 기관보다 더 많은 면적과 부피를 차지한다. 피부의 역사를 연구한 클라우디아 벤티엔(Claudia Benthien)은 피부를 각자의 자아와 아이텐티티의 주체라고 말한다(Benthien, 2002). 이는 우리가 피부를 사용해 촉감을 통하여 다른 어떤 것을 만질 때에 그것의 아이덴티티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즉 벤티엔의 은유적인 표현에 따르면 시각에서 얻어진 얼굴(face)은 형태만을 감지하게 하지만 촉감은 신체(body)를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조지 버클리(George Berkerley)는 「An Essay Towards a New Theory of Vision」(1709)에서 사물을 지각할 때 시각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촉각으로까지 확대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눈은 색과 표면만을 감지할 뿐 공간과 부피, 성분 같은 입체적인 요소는 촉감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다고 말하며, 촉감은 눈이 볼 수 없는 이외의 것을 볼 수 있도록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조지 버클리의 주장은 만질 수 있는 대상에만 국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인간이 접촉할 수 있는 물리적 조형에 국한하여 그 범주 안에서 촉각을 다루고자 한다.

눈으로 봤을 때 겉모습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상의 질감이, 그것을 실제로 만졌을 때 느껴지는 질감과 다른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실례로는 나무 무늬의 시트지 혹은 대리석 문양의 레진 소재 테이블 탑이 있다. 나무를 최대한 적게 사용해 얇게 켠 나무를 합판에 붙이는 무늬목이라든지, 대리석과 가까운 질감을 위해 돌가루를 일부 사용해 아크릴과 섞어 만드는 코리안(corian)이라는 인조석재도 마찬가지다. 본래 소재의 질감을 모방하여 만들어지는 이런 재료가 겉모습만 모방한 인공 재료보다 더 값지다는 점과 소재의 물성을 가깝게 구현하려는 이러한 시도를 통해 촉감이라는 감각이 갖는 우월성을 확인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본다’는 것은 시각이 시야 범위 내의 대상을 인식할 때, 동공으로 빛이 들어오면 세포막이 흡수한 빛을 신호로 바꾸어 시신경을 통하여 뇌에 전달되는 과정을 통해 가능하다.

냄새는 냄새 분자가 코의 세포에 닿았을 때 맡을 수 있다. 영국 생물물리학자이자 향수 전문가인 루카 투린(Luca Turin)은 각각의 다른 분자들이 고유의 진동을 가지며 그 진동이 수만 가지의 다른 향이 된다고 하였다(Turin & Sanchez, 2011). 소리 또한 귀 안의 청각기관에 음파의 압력이 닿을 때 들을 수 있게 된다. 소리는 공기에 진동을 일으키고, 그 진동하는 공기가 청자의 고막을 울리게 만드는 것이다. 미각 또한 음식물이 혀에, 더 정확히는 혀의 돌기들에 닿았을 때 느껴진다. 또 혀의 어느 부분에 닿았는가에 따라 다른 맛의 미각을 느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본다는 것, 듣는다는 것, 맡는다는 것, 맛본다는 것은 임의로 분절된 감각들일 뿐, 궁극적으로는 모두 촉각의 과정을 통해 체화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촉감의 중재 효과 사례

3. 1. 문헌에 나타나는 촉각을 이용한 치유

촉감을 사용한 치유는, 아주 오래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어왔다. 특히 종교에서는 병자들을 치유하는 샤먼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종교 지도자의 신체적인 접촉을 통해 병자의 병이 치유되었다는 기록은 적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유대교의 탈무드에 따르면, 랍비는 적절한 이야기와 함께 직접 만져주는 행위로서 사람을 고쳤다(Solomon, 2021). 불경에는 석가모니를 치유자로 표현하며, 무하마드가 그를 만지자 치유되었다고 했다(Hadith, 3885). 그리스도교의 성경에서도 예수가 그의 손을 얹어서 몸의 병이 나았다는 병자들의 이야기들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꼽추 여성에게 예수가 손을 얹자 그녀의 등이 펴지는가 하면(루크 13:12~13), 맹인에게 진흙을 대어 눈을 만져주자 그의 눈이 떠졌다고 전하기도 한다(존 9:6~7).

의식의 언어가 아닌, 몸의 언어로서의 촉감을 화두로 두었을 때, 그것이 우리와 갖는 영향 관계를 간과할 수 없다. 단선적인 표현을 빌자면, 촉감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가능하게 해줄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촉감의 치유적 중재 효과는 학계에서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쥐들은 수염으로 리듬감 있게 물체를 건드리면서 감각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ay, Davis, Chen-Bee, & Frostig(2010)는 뇌졸중이 있는 실험용 쥐들의 수염을 두 시간 동안 만져서 지속적인 자극을 주었을 때 본래는 생명력을 상실했던 신경세포가 생명력이 되살아나 활동할 수 있게 된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물론 실험이 끝난 이후에도 쥐들에게는 어떠한 결함이나 마비도 일어나지 않았다. 촉감의 치유적인 측면에서의 활용을 효과적으로 보여준 예라 하겠다.

상대적으로 사람의 경우에는 그 효과를 수치화하려는 시도가 아직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이나, 마크 라파포트 연구 그룹(Mark Rapaport et al., 2021)은 나름의 성과를 보인 것으로 생각된다. 45분이라는 일정한 시간 동안 행해지는 신체에 대한 자극이 사람의 정신상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실험은 강한 자극의 마사지를 받은 실험군과 가벼운 마사지를 받은 실험군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해당 실험의 결과, 예상한 대로 마사지는 사람에게 상당한 스트레스 해소를 가져왔고, 놀랍게도 강한 자극의 마사지보다 가벼운 마사지가 더 높은 효과를 보였다(Rapaport et al, 2021). 촉감 중에서도 통각과 같은 불편함을 야기하는 감각이 있고, 기분을 좋게 하는 감각이 있다는 사실은 촉각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감각이 무궁무진함을 암시한다.

김은주(2003)는 영아들에 대한 촉각 자극 중재 효과에 관한 메타분석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 문헌 연구는 촉각자극중재 결과를 보여준 총 11편의 논문을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이다. 여기에서 분석된 논문들은 촉각 자극으로 마사지, 혹은 캥거루식 돌보기로서의 어머니의 접촉 등이 중재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이 연구 결과는 촉각 자극은 영아의 행동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종합 결과를 보고하였다.

타인과의 포옹 혹은 어깨에의 가벼운 토닥임이 심리적 안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은, 굳이 과학적인 수치를 빌리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실제로 촉감을 치유의 방안으로 사용한 일상적인 예시는 비근하게 찾아 볼 수 있다. Coan, Schaefer & Davidson(2006)의 연구에서는, 16쌍의 부부를 상대로 한 실험에서 아내들이 가벼운 전기감전을 일으킬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을 때에 위협을 느끼는 뇌의 부분의 활성화가 나타났으나, 이때 남편들의 손을 만지는 행동으로 증세가 바로 완화되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알지 못하는 타인의 손을 만지는 행동도 정도가 덜하지만 증세의 완화 효과를 보였다.

한편, 변인정(2011)은 미혼모를 대상으로 촉각을 활용한 스트레스 감소 효과 영향 연구에서 촉각을 중심으로 한 집단 치료에서 부분적 효과는 얻을 수 있었으나, 전체 스트레스를 감소시키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또한 Ayoobi et al.(2021)의 연구에서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를 대상으로 촉각 자극을 통하여 감각, 운동,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였다. 이들은 촉각 자극은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의 감각, 운동,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지 못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이처럼 촉각 자극은 뚜렷한 중재 효과를 보이기도 하지만, 그 대상에 따라서 촉각을 이용한 중재 효과가 유의하지 않은 경우의 연구들도 국내외에서 보고되고 있다.

3. 2. 시각예술과 촉감

이어서 시각 중심으로 흘러온 예술계에 다른 목소리를 낸 연구자와 예술가의 예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들의 연구와 작품은 시각예술에서 촉감을 통하여 관람객에게 위안을 줄 수 있을 것인가를 질문하였다.

“비주얼 아트”라는 명명에 부정이 쉽지 않았던 만큼, 미술은 시각을 가장 중요한 감각으로 여겨왔다. 그런 가운데 미술사가 버나드 베렌슨(Bernard Berenson)은 시각 예술에서의 촉각(the tactile)의 역할에 큰 관심을 가진 연구자로 거론된다(Brown, 2014). 물론 다른 감각들과 견주어 시각의 우월성을 언급하는 예의 입장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으나, 그가 제안한 촉각적 상상력(tactile imagination)은 "예술 형태로 그려지는 대상의 살아 있는 듯한 특질이 우리의 심상(imagery), 즉 촉각 지각(tactile perception)을 어떻게 자극하는가를 보여주었다. 그는 미술작품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그 미술작품이 실제 사물보다 강렬한 현실감을 제공하며 촉각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탈리아의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 작품들이 극사실적 형상들을 구사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직접 만지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했다.

입체주의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페인팅은 맹인의 직업이다. 그는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것, 스스로 봤다고 믿는 것을 그리는 것이다.”(Paek, 2017)라고 이야기했다. 당시에는 추상표현자들의 움직이는 손에 의해 캔버스에 남겨지는 움직임의 궤적이나 이들의 두꺼운 안료가 주는 촉각적 특질조차도 간과되었다. 시각예술 작품이 상기시키는 다른 감각들은 순수한 시각에 대한 선호에 의해서 등한시되었으나, 현대 순수미술에서에 이르러서는 촉각을 통한 지각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다양한 예술가들이 촉각을 표현의 한 방식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3. 3. 촉감의 치유적 효과

구성주의와 신조형주의 영향을 받아 기하학적 추상을 시작한 브라질 작가 리지아 클라크(Lygia Clark)는 살아있는 미술에 몰두하였으며, 촉각의 치유적 효과를 작품에 좀 더 직접적으로 사용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클라크는 여러 작품에서 관람자의 자극에 의해 반응하는 작품을 전시하여 관람자의 참여를 유도하였다. 클라크의 설치 작품 "집은 몸이다(The House Is the Body)"는 관객이 풍선이 담긴 어두운 나무 상자와 투명한 비닐 소재의 방을 차례로 통과하게 함으로써 출산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Lygia, 1968). 이 작품의 부제는 ‘생의 침투, 배란, 성장, 그리고 추방(penetration, ovulation, and germination and expulsion of life)’으로서 관객은 전시 작품의 움직임을 통해 사람이 자궁을 거쳐 탄생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Lygia, 1968).

Figure 1

<집은 몸이다(The House Is the Body)>, 1968. Courtesy of the World of Lygia Clark Cultural Association.

1969년 클라크는 정신병 환자들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옷에서 영감을 받아 ‘Straight Jacket’을 만들었다. 그물의 양 끝에 들어있는 돌의 무게는 관객의 몸에 압력을 가하며 이를 통해 감금과 자유라는 양립되는 가치를 느끼게 된다. 곧 몸을 자유롭게 하는 과정에서 관객은 치유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Figure 2

<Straight Jacket, 1969>. Courtesy of the World of Lygia Clark Cultural Association.

파리의 소르본대학에서 '이미지와 몸'이란 주제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안, 클라크는 당시의 미술사를 지배하던 회화의 평면성을 거부하고 현실의 공간을 작업에 끌어들여 관람자가 직접 몸으로 참여하는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평론가 기 브렛(Guy Brett)(1987)은 클라크가 “시각적 감각을 몸에 대한 의식 속으로 녹여내는 많은 디바이스를 만들었다”라고 평한 바 있는데, 클라크는 관람자의 몸이 작품인 동시에 주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학생들이 자신의 몸을 감각의 대상으로서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1978년에서 1985년에 이르기까지, 클라크는 정신적인 치유 효과를 위하여 반(反)시각적 신체 소통 공간을 다양한 방법과 실험으로 재구성하고 더욱 발전시켰다. 이 당시 작업에 대해 그녀는 그녀가 주는 시리즈의 사물과의 경험을 한 후에는 신체를 더 감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자기표현을 더 잘할 수 있으며, 더 잘 먹을 수 있고 사랑도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Leon, 2011). 궁극적으로 그것은 신체의 촉각적 소통을 통해 사람은 더 자유롭게 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마이클 아나스타소데(Michael Anastassodes)를 비롯하여 세 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디자인 팀은 ‘불안할 때의 심약한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들(Designs for fragile Personalities in Anxious Times)’의 하나로서, <안을 수 있는 원자폭발(Huggable Atomic Mushroom), 2005>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Seigel, 2006). 원자 폭탄이 터질 때 생기는 버섯구름 같은 형상을 한 쿠션을 제작하여, 불안함을 느낄 때 쿠션을 안고 마치 원자폭탄이 터졌다는 생각이 들게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용도로 쓰인다. 이 쿠션의 형태는 실제 사건이 일어난 폭발 기록을 기반의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다.

Figure 3

<Huggable Atomic Mushroom>, 2005

지금까지 촉감을 치유의 방안으로서 사용한 다양한 분야의 예시들을 살펴보았고, 예술 작품의 경우 역시 촉감이 대입되었을 때 치유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촉감을 활용하여 만든 예술 작품이 관객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금 제시하고자 한다.

3. 4. 자폐증 환자를 위한 포옹 기계

동물 전문가로서 도축장을 직접 설계한 탬플 그랜딘(Grandin, 2022)은 자폐증 환자들의 감정 조절을 위하여 포옹 기계를 고안하였다. 스스로 자폐증 환자로서 사람과의 접촉을 두려워했던 그녀는, 우연히 소를 진정시키기 위해 고안된 포옹 기계 안에 들어감으로써 포근함을 느끼게 된다. 그랜딘은 그 일을 계기로 Fig. 4Fig. 5에서 나타낸 것과 같은 자폐 아동을 위한 포옹 기계를 새롭게 고안하였는데(Grandin, 1992), 이는 자폐증을 앓는 아동이 기계 안에 엎드려 있으면 브이자 형태로 몸통을 조이는 형태를 취하며, 실제로 몇 명의 자폐 아동들을 통한 임상 실험이 이루어졌다.(Edelson et al., 1999; Grandin, 1992). 이 기계는 현재까지도 Therafin Corporation에서 생산됨으로써 활동 과잉 혹은 자폐증을 가진 아동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Figure 4

Schematic diagram of hug machine (Grandin, 1983)

Figure 5

Hug machine


4. 작품 분석

4. 1. 전시회 「Embodying the Senses - 이주현展」

연구자의 촉각 중심 작품들의 전시회인 「Embodying the Senses - 이주현展」(2013.7.11∼7.31)이 스페이스 캔(Space CAN Seoul,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46-26)에서 열렸다(Arthub, 2013).

이 전시회에서는 다음에 분석할 작품인 작품 1 <Voluntary Touch>, 작품 2 <Emotive Anchors II>, 작품 3 <Body Infill, 3m 10s> 등이 전시되었다.

관람객은 제2전시실을 들어서는 과정에서, Figure 6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연구자의 작품 <Greetings>를 통과해야 한다. 이 작품은 곡면으로 성형된 철재 골조에 밀착해 고정된 라텍스를 문에서 좁아지도록 한쌍으로 제작한 것으로, 관람객은 이 작품 사이를 통과하면서 몸의 양쪽으로 가해지는 압력을 통해 안기는 듯한 촉각적 체험을 하게 된다.

Figure 6

Greetings

Figure 7에서 본인의 작품 전시회 「Embodying the Senses - 이주현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전시회에서 연구자는 “감각의 교류와 경험의 공유,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체 간의 소통”을 추구하였으며, “연구자가 다루는 작품의 재료가 관람자에게 접촉되고 촉각적으로 감지되는 과정을 통해 감각을 공유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상호 공감과 교류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소통”(Ha, 2013)을 중요시하였다.

Figure 7a

「Embodying the Senses - 이주현展」

7b

An image from the performance on the opening night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모두 직접 착용하고 경험할 수 있게 착용 방법에 합당한 목재 집기를 직접 제작하여 전시하였는데, 특히 오프닝에서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였다. 모델이 작품을 착용하고 체온이 작품에 전달되어 체온과 일치한 시점에 관객의 손에 전달되어 온도를 느껴보도록 하였다.

Figure 8에 나타나는 작품 <Ear Infill 1'10">의 제목은 이 작품을 관객이 귀에 착용하였을 때, 이 작품이 귀 뒤쪽의 굴곡을 채우며 관객의 체온이 전달되어 일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분 10초(1'10")라는 의미를 가진다.

Figure 8.

Ear Infill 1'10"

Figure 9에 나타나는 작품 <Untitled 3'10">의 제목은 비스무스(Bismuth)로 만들어진 이 작품을 관객이 직접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을 때, 이 작품과 관객의 체온이 일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분 10초(3'10")라는 의미를 가진다.

Figure 9

Untitled 3'10"

이처럼 촉각을 주제로 한 전시회였으므로 전시회에 참가한 모든 관객이 작품을 직접 만지고 촉각을 경험하고, 또한 작품이 관객의 체온과 일치하는 시간을 측정하여 제목에 나타나는 숫자와 비교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4. 2. 작품 1 <Voluntary Touch>

포옹 기계는 애초에 가축을 대상으로 고안되어, 자폐증을 앓는 환자에게 약간의 수치심 혹은 두려움을 갖게 할 수도 있다. 또한 포옹 기계는 몸통 부분에만 압력을 줌으로써,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포근함이 아닌 불편함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포옹 기계는 상당히 크고 무겁다. Therafin Corporation에서 생산 판매되는 것은 크기가 81.3 x 152.4 x 152.4 cm이고 무게는 159kg에 이르고(Therafin, 2022), 덴마크의 IT기업이 제작한 포옹 기계 오르비스 박스(OrbisBox)는 사이즈가 85 x 223 x 163 cm이다(Zahneis, 2016).

그러므로 본 연구자는 부피가 작고, 가벼우며, 자폐증 환자가 불편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심리 안정에 도움을 주는, 그리고 일반인에게는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될 포옹 기계의 대안으로서의 Figure 6에 나타낸 작품 <Voluntary Touch>를 디자인하였다.

Figure 10

<Voluntary Touch>, Latex, Organic flour

이 작품의 모티브는 누군가 포옹을 해 주는 촉감 외에도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선험적인 촉감이라고 할 수 있는 태아였을 때 어머니의 뱃속에서 느꼈을 촉감을 가지게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는 자폐증 환자가 느낄 수 있는 불편함과 어색함을 벗어나 어머니의 자궁 안에 있을 때와 같은 원초적인 자세를 취하게 하는 구조로 포옹을 스스로 취할 수 있다. 앞에서 기술한 포옹 기계들은 대체로 최소 10kg에서 최고 30kg까지 5kg 단위로 압력을 조절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본인이 가장 편안하게 생각하는 압력의 미세 조정이 쉽지 않다. 그러나 본 작품의 경우 본인이 원하는 만큼으로 자유롭게 압력 조절이 가능한 점과 몸통 부분만이 아닌 몸 전체에 원하는 만큼의 압력을 주는 형태의 디자인을 고안한 것이 심리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에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본 작품의 실제 적용 예를 Figure 7에 나타내었다. 본 작품이 심리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에 미치는 중재 효과와 관련한 실증 연구는 다음 연구과제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작품은 라텍스와 유기농 밀가루로 구성되어 있다. 길이 3미터, 무게 500g 가량에 지나지 않는 이는 포옹 기계와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포옹 기계와 비교하여 획기적으로 크기와 무게를 줄인 작품이다.

유기농 밀가루는 그 적용을 남성, 여성, 어린이 등의 경우에 따라서 손의 크기를 고려하여 그 양을 적절하게 조절하여 디자인을 변경할 수 있다.

Figure 11

Application example of <Voluntary Touch>

4. 3. 작품 2 <Emotive Anchors II>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전국 시도별로 1,0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 국민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에 조사 결과와 비교하여 우울, 불안이 증가하였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 우울 위험군 비율은 각각 30.0%, 30.5%로, 60대(14.4%)에 비해 2배 이상 높아, 젊은 층이 코로나19로 인해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치료에는 걷기와 같은 운동 그리고 대면 인간관계를 가지면 좋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이러한 운동과 대면 인간관계 역시 제약하고 있다.

Figure 12a

<Emotive Anchors II>

12b

Application of <Emotive Anchors II>

작품 2 <Emotive Anchors II>(23 x 13 x 6cm)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우울감을 낮출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비눗돌(soapstone)로 제작하였다. 비눗돌은 열을 머금는 성질이 있어서 서양에서 겨울에 달구어 침대 속에 넣어 사용하기도 했고 요즘 들어 보편적으로 스톤테라피에 사용되는 소재이다.

작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감정을 자극하는 닻을 나타낸다.

접촉한 작품의 무게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온도변화를 통해 사용자는 긍정적인 감정에 접근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자폐증을 앓는 환자 혹은 감정조절장애 환자의 감정을 조절하게 해 준다. 또한 코로나 블루를 느끼는 일반인에게는 스트레스 완화와 우울증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4. 4. 작품 3 <Body Infill, 3m 10s>

<Body Infill> 시리즈 작품의 부제는 시간인데, 이는 작품과 몸의 온도가 동일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가리킨다. 작품 3 <Body Infill, 3m 10s>(23 x 13 x 6cm)은 이누이트(Innuit)들이 우주가 돌 안에 갇혔다고 믿었던 소재인 라브라도라이트(labradorite)을 재료로 사용했으며, 무게감, 촉감, 열전도성을 고려해 카빙하여 제작하였다.

Figure 13a

<Body Infill, 3m 10s>

13b

Application example of <Body Infill, 3m 10s>

아프리카 부두족 사회에서는 주술사가 다루는 도구를 아무나 함부로 만들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그들은 주술사가 사용하는 도구를 단순한 오브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과 기가 담겨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Ha, 2011). 그러므로 이러한 도구를 만드는 일 자체도 신성시하여 제작자를 철저하게 제한하고 있다. <Body Infill>의 제작 과정도 치유의 희망과 완성된 작품을 통해 인체와 교감하는 상호작용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 등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서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적당한 무게와 손과 몸의 굴곡에 맞춘 형태가 중요한데, 이를 갖추도록 조금씩 소재를 덜어내고 연마하며 완벽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에 작업을 멈춘다. 이 작품은 앞의 작품1과 작품2와 마찬가지로 신체와 결합할 때 비로소 작품이 완성 된다. 곧, 신체가 느끼는 경험 자체가 작업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관람객이 작품을 몸에 얹고 그 부위에 오감을 집중하면서 그 무게를 느끼면서 작품의 온도와 체온이 일치해 가는 경험 자체가 작품이다.


5. 결론 및 제언

변화가 빠르고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항상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게다가 2019년 12월 중국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코로나19 방역 등의 이유로 일상생활의 변화를 겪으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 등의 정서적 문제를 겪고 있다. 자폐증 환자, ‘코로나 블루’를 겪는 일반인에게 촉각을 활용하여 정서적 감정적 문제를 완화해 줄 수 있도록 고안된 예술 작품이자, 나아가 중재 효과를 담은 제품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

이 작품들은 크기가 작고 사용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작품이 될 수 있다. 작품들은 친환경적이며, 일체의 기계적 전기적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작품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감각 중에서 촉감을 중시하고 있다. 둘째, 촉감이 오감을 통합적으로 감각하게 하는 큰 범주라는 점을 활용하고 있다. 셋째, 촉감이 신체와 정서에 안정을 주는 것은 물론 감정조절 중재 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고려하여 제작하였다.

또한, 미술작품 가운데 촉감이 정서적 중재 효과, 구체적으로는 마음의 안정을 줄 수 있는 요소로 등장하는 여러 작품을 고찰하였다. 이들은 대체로 시각적 측면을 중시해온 미술계 에서 촉감이 함께 중시될 때 또 다른 가치 있는 작업을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시도들이다. 연구자의 작품 전시회 기간에 많은 사람이 작품을 체험하면서 마음의 안정과 스트레스가 완화되는 것을 경험하였다. 그러나 본인의 작품을 포함한 이러한 작품 활동의 결과는 정성적인 결과만 보여주었다는 한계가 있어, 정량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비록 예술이 수치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은 아니지만, 촉각을 통한 작품의 감정 및 정서 조절 중재 효과를 정량적으로 나타내지 못한 것은 본 연구의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제시된 촉각 자극을 통한 감정 조절 중재 효과를 가지는 촉각 자극 조형예술 작품을 이용하여 실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증 실험 연구를 후속 연구로 진행할 예정이다.

Glossary

1) 아 프리오리(A priori)는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1781)에 의해 대중화된 철학적 예술 용어로 순수 이성으로부터의 연역과 같이 경험으로부터 독립적인 지식이나 정당화이다.

Notes

Citation: Lee, J. (2022). Artwork with Intervention Effect on Emotion Regulation through Tactile Stimulation. Archives of Design Research, 35(3), 95-111.

Copyright :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educational and non-commercial use,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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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Figure 1
<집은 몸이다(The House Is the Body)>, 1968. Courtesy of the World of Lygia Clark Cultural Association.

Figure 2

Figure 2
<Straight Jacket, 1969>. Courtesy of the World of Lygia Clark Cultural Association.

Figure 3

Figure 3
<Huggable Atomic Mushroom>, 2005

Figure 4

Figure 4
Schematic diagram of hug machine (Grandin, 1983)

Figure 5

Figure 5
Hug machine

Figure 6

Figure 6
Greetings

Figure 7a

Figure 7a
「Embodying the Senses - 이주현展」

7b

7b
An image from the performance on the opening night

Figure 8.

Figure 8.
Ear Infill 1'10"

Figure 9

Figure 9
Untitled 3'10"

Figure 10

Figure 10
<Voluntary Touch>, Latex, Organic flour

Figure 11

Figure 11
Application example of <Voluntary Touch>

Figure 12a

Figure 12a
<Emotive Anchors II>

12b

12b
Application of <Emotive Anchors II>

Figure 13a

Figure 13a
<Body Infill, 3m 10s>

13b

13b
Application example of <Body Infill, 3m 10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