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s of Design Research
[ Article ]
Archives of Design Research - Vol. 33, No. 1, pp.219-233
ISSN: 1226-8046 (Print) 2288-298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29 Feb 2020
Received 13 Jan 2020 Revised 05 Feb 2020 Accepted 05 Feb 2020
DOI: https://doi.org/10.15187/adr.2020.02.33.1.219

애니메이션에서 추상성의 개념과 조건의 재고찰

Jooa Chung정주아Yoomi Choi최유미
Design Devision, Ewha Womans University, Seoul, Korea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서울, 대한민국 Design Devision, Professor, Ewha Womans University, Seoul, Korea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서울, 대한민국
Reconsideration on Concepts and Conditions of Abstraction and Figurativeness of Animation

Correspondence to: Yoomi Choi yoomi@ewha.ac.kr

초록

연구배경 기존의 많은 애니메이션 연구들은 추상성 표현 영역을 ‘형태가 추상적인 경우’로 제한, 구상 형태를 사용한 추상 표현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애니메이션의 추상성 개념의 범위와 정의에 대해 아직까지 회화의 추상성 개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는 이미지와 동작, 서사구조가 결합한 복합적인 매체인 애니메이션에서 표현 가능한 더 넓은 영역의 추상성 표현에 대한 연구와 인식의 확장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방법 본 연구에서는 애니메이션의 추상성 개념과 범위의 탐구를 위해 크게 두 가지의 방법을 사용하였다. 먼저 애니메이션 작품이 최종적으로 추상성 혹은 구상성을 띄게 되는 조건을 도출함으로써 애니메이션의 추상성 개념과 표현 방법에 대한 고찰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1920년대 다다이스트들에 의해 만들어진 초기 추상애니메이션 작품과 함께 20세기 중반부터 현재까지 실험 애니메이션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다양한 시대와 분야의 추상 애니메이션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다른 예술 매체와 구분되는 애니메이션에서 표현할 수 있는 추상성이란 무엇이며 그 특징과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명료하게 다가갈 수 있는 유용한 논의의 기초를 마련하고자 했다. 둘째, 애니메이션 추상성의 핵심 요소를 도출하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이루는 세 가지 필수 구성 요소인 형태, 움직임, 전개가 각각 추상적 혹은 구상적 성질을 가지고 다른 요소들과 결합할 모든 가능한 경우를 나열하고, 각각의 형태에 속한 애니메이션들의 결과적 추상성과 구상성을 검토함으로써 애니메이션 작품이 추상성을 띠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애니메이션에서의 추상성 표현 범위와 조건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연구결과 애니메이션의 필수 구성요소인 이미지, 동작, 서사구조의 결합 방식에 따라 분류한 총 6가지의 애니메이션 형식 중 추상성을 띠는 애니메이션의 형식은 첫째, 추상형태와 추상동작 그리고 비서사가 결합하는 경우, 둘째, 추상형태와 구상동작 그리고 비서사가 결합하는 경우, 셋째, 구상형태와 추상동작, 비서사가 결합하는 경우, 넷째, 구상형태와 구상동작, 비서사가 결합하는 경우였다. 그리고 일관된 구상성을 띠는 애니메이션의 2가지의 형식은 첫째, 구상형태와 구상동작, 서사가 결합하는 경우였으며 둘째, 추상형태와 구상동작 그리고 서사가 결합하는 경우였다.

결론 본 연구에서의 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추상성을 띠는 애니메이션 형식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전개의 ‘비서사성’이며, 비서사성은 추상애니메이션의 필요충분 조건임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작품 전체가 구상성을 띠는 애니메이션 형식의 경우 전개의 ‘서사성’이 필요조건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애니메이션 작품이 추상성을 띠기 위한 결정적인 요소는 전개의 ‘비서사성’이며, 애니메이션 작품의 추상성 여부는 형태 중심의 프레임 단위가 아닌, 장면(scene) 단위로 판단되어야 하다는 함의를 도출하였다.

Abstract

Background Many existing studies about animation limit the area of abstract animation to “animation featuring abstract forms.” These studies did not consider the possibility that an animation expresses abstraction using figurative forms. This lack of consideration shows the concept of abstraction in animation still relies on that of abstraction in paintings. Also, it shows that the studies and recognition of abstraction in animation have not been actively expanded into a broader area, expressed by a complex medium combining images, motions, and narrative structures.

Methods This study uses two methods to explore the concept and scope of abstraction in animation. First, it intends to identify conditions under which an animated work ultimately becomes abstract or figurative, laying a foundation for consideration of the concept and methods of expressing abstraction in animation. To this end, the author analyzes early abstract animated works created by the Dadaists in the 1920s as well as the works of abstract animation artists from diverse periods and areas who have kept experimental animation alive since the mid-twentieth century. Through this analysis, this study tries to establish a basis for useful discussions to more clearly understand the concept of abstraction that animation can express differently from other art media, as well as its characteristics and significance. Second, to eliminate critical elements of abstraction in animation, this study introduces all possible permutations through which forms, motion, and narrative structures - three essential elements of animation – combine with abstract or figurative attributes. Also, it examines the abstract or figurative quality of the results of each case, in order to analyze the essential elements determining the abstract quality of an animated work and to identify the scope and conditions where abstraction is expressed in animation.

Results This study categorizes animation into six styles based on a combination of images, motions, and narrative structures, which are essential elements of animation. Among them, four abstract styles include the combination of abstract forms, abstract motions, and non-narrative structures; the combination of abstract forms, figurative motions, and non-narrative structures; the combination of figurative forms, abstract motions, and non-narrative structures; the combination of figurative forms, figurative motions, and non-narrative structures. The remaining two styles exhibiting consistent figurativeness include the combination of figurative forms, figurative motions, and narrative structures and that of abstract forms, figurative motions, and narrative structures.

Conclusions The only characteristic shared by the abstract animation styles was “non-narrativity.” In this regard, we identify non-narrativity as a necessary and sufficient condition for abstract animation. On the other hand, we may deem “narrativity” a necessary condition for an animation style where an entire work is regarded as figurative. Therefore, this study withdraws the implication that non-narrativity is a critical element for an animated work to become abstract, and that the abstraction of an animated work should be determined based on the scene rather than the frame, which focuses on forms.

Keywords:

Animation, Abstraction, Figurativeness, 애니메이션, 추상성, 구상성

1. 서론

1.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애니메이션은 내용과 형태, 움직임 모두에서 전적인 창작이 가능하므로 다른 어떤 예술 매체보다 넓은 표현의 가능성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은 1900년대 초반,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상업 작품에 치중되어 발전해오면서 관객에게 익숙한 즐거움과 편안함을 제공하는 서사적, 재현적 특징이 본래의 특징인 것처럼 여겨졌다. 반면 새로움과 예술성의 표현을 추구하는 실험 애니메이션에 대한 제작과 연구는 크게 위축되었다.

실험애니메이션에 대한 이러한 소극적인 연구와 관심은 특히 추상애니메이션 분야에 대한 깊은 오해와 혼란을 낳았는데, 이러한 오해는 일반적인 인식에서뿐 아니라 학계의 전문적인 연구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기존의 많은 연구들에서 애니메이션의 추상성 표현 영역을 ‘형태가 추상적인 경우’로 제한, ‘움직이는 추상회화’로 표현함으로써 애니메이션에서 구상 형태를 사용한 추상 표현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데서 잘 드러난다. 추상 애니메이션의 범위가 움직이는 추상회화로 한정되어 왔던 것은 애니메이션의 추상성 개념이 회화의 추상성 개념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역사의 초기 발달은 추상회화 작가들의 작품 실험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던 만큼 추상성 개념의 전용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경향이 고착됨으로써 애니메이션에서 표현 가능한 더 넓은 영역의 추상성 표현에 대한 연구와 인식의 확장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헤겔이 주장한 바와 같이 추상성은 외면뿐 아니라 내면에 대한 것으로 예술에서의 추상성은 각 예술 매체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과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러므로 독립된 예술 매체인 애니메이션 역시 그가 가진 본질적인 특성과 조건을 고려하여 고유한 추상성 표현 양상과 범위의 탐구,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현대 예술의 역사에서 많은 예술 매체들이 그 역사의 한 시점에 추상성의 추구와 탐구를 통해 매체 스스로의 본성과 기능을 묻고 변화, 확장하며 성숙해 왔듯이, 애니메이션 분야 역시 독자적인 추상성을 탐구하고, 관련된 작품을 분석하는 한편 새로운 추상 표현의 구체적인 방법과 효과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다양성과 독창성, 현대성을 찾아가는 애니메이션 매체 발달 역사에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독자적 추상성은 체계적인 연구나 이론화가 부족했으나, 독립 애니메이션 작가들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중요한 매체로 사용하는 현대미술 작가들을 통해 새로운 형식의 추상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적지만 꾸준히 제작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작품들을 단순히 작가 개인의 주관적 감각, 개성의 산물로 여겨 우연히 나타난 일회적인 실험으로 바라봄으로써 애니메이션 역사의 흐름 안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적극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낯설고 미약하지만, 견고한 관습을 뚫는 시도라는 점에서 애니메이션 영역에서의 중요한 변화를 의미하며 더 넓고 다양한 매체 발달 가능성에 대한 암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애니메이션 학계에서 이러한 작품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적극적으로 애니메이션 추상성의 의미를 탐색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작된 본 논문은 추상애니메이션에 대한 정의를 넓히고 애니메이션에서 구상성과 추상성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분석틀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가진다. 이를 위해서는 추상애니메이션을 둘러싼 기존 연구와 인식들을 검토함으로써 모순된 부분과 누락된 부분을 보완하고 새로운 접근의 추상애니메이션 분석틀을 제시하고자 한다.

1. 2. 연구의 방법

본 논문에서는 위와 같은 목적을 위해 크게 두 가지의 방법을 사용하였다. 먼저 애니메이션 작품이 최종적으로 추상성 혹은 구상성을 띄게 되는 조건을 도출함으로써 애니메이션의 추상성 개념과 표현 방법에 대한 고찰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1920년대 다다이스트들에 의해 만들어진 초기 추상애니메이션 작품과 함께 20세기 중반부터 현재까지 실험 애니메이션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조지 슈비츠게벨(Schwizgebel), 얀 슈반크마이에르(Svankmajer), 퀘이 형제(Quay) 등의 작품들, 그리고 오늘날 현대미술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데이비드 슈리글리(Shrigley), 프란시스 알리스(Alÿs) 등 다양한 시대와 분야의 추상 애니메이션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하였다. 애니메이션의 추상성에 대한 기존의 이론과 틀은 구상적 형태를 사용한 애니메이션을 추상 애니메이션의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는 한계가 있으므로, 본 연구에서는 결과적 추상성을 띄는 애니메이션 작품들의 다양한 예를 종합적으로 제시한 후 그 결정적인 요소와 조건들을 분석, 구분함으로써 애니메이션에서의 추상성 조건과 요소를 도출해 나간다. 이를 통해 본 연구가 다른 예술 매체와 구분되는 애니메이션에서 표현할 수 있는 추상성이란 무엇이며 그 특징과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명료하게 다가갈 수 있는 유용한 논의의 기초를 마련하고자 했다.

둘째, 애니메이션 추상성의 핵심 요소를 도출하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이루는 세 가지 필수 구성 요소인 형태, 움직임, 전개가 각각 추상적 혹은 구상적 성질을 가지고 다른 요소들과 결합할 모든 가능한 경우를 나열하고, 각각의 형태에 속한 애니메이션들의 결과적 추상성과 구상성을 검토함으로써 애니메이션 작품이 추상성을 띠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애니메이션에서의 추상성 표현 범위와 효과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2. 추상애니메이션의 역사

추상애니메이션은 칸딘스키 이론에서 동경한 회화에서의 음악적 표현을 애니메이션 기법을 통해 시각화시키는데 역점을 두었던 실험적 애니메이션을 지칭하는 용어로 출발했다. 김준양에 따르면 추상애니메이션은 1914년 추상화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이론화한 최초의 예술가인 레오폴드 쉬르바주(Survage)에 의해 처음으로 제작이 시도되었으며, 1922년 최초의 순수한 추상영화라고 알려진 바이킹 에겔링(Eggeling)의 <사선의 교향곡(Symphonie diagonale)>이 베를린에서 제작, 상영(Moszynska, 1989)되며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칸딘스키의 추상화 그리고 다다이즘,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받은 많은 아방가르드 아티스트들이 추상애니메이션을 활발하게 실험했는데, 1920년대에는 한스 리히터(Richter)와 발터 루트만(Ruttmann), 바이킹 에겔링 그리고 오스카 피싱어(Fischinger)가 점, 선, 면의 추상 형태를 이용한 초기 추상 애니메이션 제작에 두각을 나타냈으며 1930년대에는 렌 라이(Lye), 1940년대에는 해리 스미스(Smith), 조단 벨슨(Belson)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후 미국 디즈니 중심의 상업 애니메이션이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하며 애니메이션은 서사적, 재현적 애니메이션에 치중하여 발전하였으며, 추상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실험 애니메이션의 제작은 크게 위축된다. 이로 인해 추상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은 추상회화의 영향에서 출발해 1900년대 전반에 제작되었던 순수 추상애니메이션의 아우라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이에 대한 정의 역시 회화의 추상적 표현 개념에 의지하여 아직까지도 ‘움직이는 추상회화’, 즉 추상적인 형태가 움직임을 가지는 영상물을 가리키는 데 쓰이고 있다. 그러나 추상성은 외면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내면에 대한 것이며 또한 과정에 대한 것이 아니고 결과에 대한 것으로(출처), 외형적이거나 단편적으로 판단될 수 없으며, 애니메이션이 포함하는 다양한 요소들- 형태와 움직임, 음향과 대사, 시간적 전개, 설치나 상영의 방식 등–이 종합적이고 결과적으로 작품 전체를 통해 만들어내는 표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추상애니메이션 여부를 외적인 표현으로 판단하는 것에서 벗어날 때 추상성이 만들어지는 조건과 필수적인 요소에 대한 설명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추상형태를 통해서만 애니메이션에서의 추상성이 표현된다는 설명들이 수정되어야 하는 것은 구상적인 형태, 즉 재현적인 형태가 등장하면서도 애니메이션 작품 전체는 추상성을 띠는 일련의 작품들을 추상애니메이션의 범위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형태가 추상적이지 않아도 애니메이션 작품 전체는 추상성을 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들은 애니메이션의 역사에서 독립적인 분야로서 다루어지지는 못했으나 애니메이션 역사의 초기부터 꾸준히 제작되어 왔다(<표 1> 참조).

List of abstract animations using figurative forms (1950-1990)

이러한 실험적인 작품들은 60년대에 이르러서는 체코를 중심으로 한 동유럽 작가들에 의해 활발하게 제작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얀 슈반크마이에르, 이르지 바르타(Barta)가 구상형태의 오브제를 사용해 애니메이션에서의 초현실주의적이며 추상적인 작품 세계를 표현하였으며, 이에 이어 80년대 퀘이 형제는 구상 형태의 추상애니메이션 안에서 이질성의 미학이 드러난 언캐니한 초현실주의적 표현을 더욱 극대화시켜 표현했다. 또한 2000년대에는 40년 가까이 애니메이션을 통한 실험을 계속해오고 있는 스위스의 조지 슈비츠게벨(Schwizgebel), 이탈리아의 지안루이지 토카퐁도(Toccafondo), 프랑스의 보리스 라베(Boris Labbé)가 구상형태를 통한 추상애니메이션을 꾸준히 제작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실험 애니메이션 작업을 지속하는 애니메이션 감독들뿐만 아니라 현대미술 분야에서 새로운 표현 방식을 탐색하는 작가들을 통해 구상형태를 이용한 추상애니메이션 제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독립적이고 주관적인 세계를 표현하고자 하는 현대미술 작품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식의 추상애니메이션이 활용되고 있다. 김영기는 이와 같은 애니메이션들의 내용에 대해 서술구조 해체되어 해석하기 어려운 모호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며 시간과 공간이 재배열, 해체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표현적인 방법에서는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직관적이고 즉흥적이며 감성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선으로 이루어진 포스트모던적인 애니메이션이 더욱 활발하게 선보인다. 현대미술 작가들이 구상형태의 추상 애니메이션을 자신의 작품의 중요한 매체로 사용하는 현상은 국내에서도 역시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김은형, 박광수, 김세진, 심래정 등의 작가들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3. 추상애니메이션의 개념과 범위의 재고찰

이와 같은 애니메이션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추상애니메이션에 대한 제한적인 인식은 오늘날까지도 일반적 인식뿐 아니라 상당수의 전문 연구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은 추상애니메이션을 추상적 형태를 사용한 경우(김홍균, 2008) 혹은 형태와 동작 모두가 추상적인 것을 사용한 경우(박유신, 김재웅, 2008)로 제한하여 설명하거나, 혹은 정의 내리는 것 자체를 생략한 채 ‘추상 형태’의 사용이 애니메이션에서 추상성 표현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전제한 상태에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어 안타깝다. 그것은 추상애니메이션을 ‘추상적인 형태가 움직이는 영상물’로만 여기는 것으로서 추상애니메이션 본래의 개념을 왜곡하며,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범위를 축소하는 것으로, 대중과 제작자에게 추상애니메이션을 점점 더 모호하고 난해한 연구대상으로 여겨지게 했으며 추상애니메이션 대한 연구와 제작이 더욱 소극적이 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그러므로 추상애니메이션이 스스로의 의미와 가능성에 걸맞은 매체로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기존의 설명들 중 적합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객관적인 것과 주관적인 것, 혹은 현대성을 가지고 있는 것과 시대에 뒤떨어진 것을 가려내어 추상애니메이션의 본질적인 개념과 조건을 명확히 정의하며 이에 대한 분석의 틀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추상 애니메이션을 본격적인 연구 주제로 다룬 국내외 주요 연구자들의 논문을 바탕으로 추상애니메이션에 대해 가장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 즉 애니메이션이 추상성을 띠는 조건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애니메이션 작품이 어떠한 조건에서 독립적, 개별적, 허구적 대상의 시각예술매체로서, 즉 추상 예술 작품으로서 존재하는지에 대한 설명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

추상애니메이션에 대한 기존의 설명들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추상성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는 추상애니메이션은 추상적 형태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형태와 동작 모두가 추상적인 경우에 애니메이션은 추상성을 띤다는 것이며, 세 번째로는 내용의 전개가 비서사적인 경우에 애니메이션이 추상성을 띤다고 보는 것이다.

위와 같은 주장들은 각각 해당 주장들의 적합성을 증명하기 위한 설명이나 분석의 과정이 없이 동시적으로 쓰이고 있어, 이 주장들 중 어느 것이 더 적합하고 객관적인 것인지 가려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이들 각각에 대한 보다 면밀한 분석과 사례의 비교를 통해 오해와 적합한 정의를 구분함으로써 추상애니메이션에 대한 보다 명료한 설명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애니메이션의 필수 구성요소에 대해 살펴보고 각각의 요소들이 애니메이션 작품의 추상적 혹은 구상적 성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위 주장들의 적합성의 정도를 가려내고 보다 명료한 설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며 더불어 애니메이션의 본질적인 특성 또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3. 1. 애니메이션의 필수구성요소

애니메이션을 이루는 필수적인 구성 요소와 애니메이션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되며 갖게 되는 부수적인 구성요소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먼저 애니메이션과 여타의 예술 매체를 구분짓는 개념의 정의가 필요하다. 오늘날까지 제작된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포용하면서 애니메이션의 본질을 취하고 애니메이션이 아닌 것을 가려내는 데에 적합한 정의는 O’pray의 설명에서 찾을 수 있다.

“연속된 이미지들을 적절한 시간 간격으로 번갈아 노출시킴으로써 현실에 실재하지 않는 운동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눈속임 기법 전반, 혹은 그러한 기법으로 만든 결과물”

이와 같은 애니메이션의 정의를 토대로, 특정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서 표현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는 (1)형태 (2)움직임 (3)시간적 전개 (4)(연속된 이미지들을 적절한 시간 간격으로 노출하기 위한) 장비와 기술임을 알 수 있다. 이외에 애니메이션 작품에 개입될 수 있는 요소들은 그것들의 유무나 존재방식이 특정 작품의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정체성’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므로 필수 구성 요소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또한 위의 네 가지의 필수 요소 중 네 번째 요소, 즉 연속된 이미지들을 적절한 시간 간격으로 노출하기 위한 장비와 기술은 전적으로 외면적인 것으로서 특정 작품의 결과적이고 내면적인 구상성 혹은 추상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본 연구를 위한 분석에서는 제외하고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본 논문에서는 내용적, 결과적으로 작품의 추상적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 가지 필수 요소, 즉 형태와 움직임, 전개 각각의 성격과 조합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작품이 추상성을 띠게 되는 조건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3. 2. 필수 구성요소의 결합에 따른 애니메이션의 구분

애니메이션을 이루는 세 가지 필수 요소인 형태, 움직임, 전개가 각각 추상적 혹은 구상적 성질로 구분되어 다른 요소들과 결합하는 경우에 따라 애니메이션의 종류를 나누어 볼 수 있다. 여기서 형태와 동작이 결합했을 때, 전개의 최소 단위 즉, 하나의 사건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형태와 동작이 결합한 하나의 사건이 다음의 사건과 인과관계를 이루며 이어지면 작품은 서사성을 띠며, 하나의 사건이 다음의 사건과 인과관계를 가지고 이어지지 않을 경우, 전개는 비서사성을 띤다. 세 요소의 결합을 통해 총 8가지 종류의 애니메이션 형태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아래의 표에서 정리하였다.

  • ① (추상형태 + 추상동작) + 비서사
  • ② (추상형태 + 추상동작) + 서사
  • ③ (추상형태 + 구상동작) + 비서사
  • ④ (추상형태 + 구상동작) + 서사
  • ⑤ (구상형태 + 추상동작) + 비서사
  • ⑥ (구상형태 + 추상동작) + 서사
  • ⑦ (구상형태 + 구상동작) + 비서사
  • ⑧ (구상형태 + 구상동작) + 서사

List of animation types based on the combination of essential elements of animation

한편, 위와 같은 8가지의 경우 중, ‘(2) (추상형태 + 추상동작) + 서사’와 ‘(6) (구상형태 + 추상동작) + 서사’ 의 경우는 성립이 불가능한 결합의 경우로서 본 논의에서 제외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의 결합 모두가 형태와 동작의 결합만으로 이미 비서사성을 띠기 때문이다. (2)추상적인 형태가 추상적인 동작과 결합할 때의 경우는 초기의 추상애니메이션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형식으로 이때 작품은 자신 이외는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는 순수한 추상성을 띤다. 그러므로 이 경우 전적으로 비재현적인 시각적 대상은 어떤 사건의 원인이나 결과로서 기능할 수 없게 되므로 서사적인 전개구조를 갖는 것은 불가능해 진다. (6)구상적인 형태가 추상적인 동작과 결합할 때, 구상적인 형태는 외부에 존재하는 형태를 재현, 모방한 것으로 그에 기대되는 동작이 존재할 것이나, 추상적인 동작, 즉 비재현적이고 비해석적인 동작과 결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기대하는 바를 실망하게 하며 인과적으로 해석되지 않는 비서사적인 전개를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위 8가지 경우 중 (2)와 (6)은 성립될 수 없는 결합 형식으로서 (2)와 (6)의 두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 본고에서는 아래와 같은 6가지 경우만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 ① (추상형태 + 추상동작) + 비서사
  • ② (추상형태 + 구상동작) + 비서사
  • ③ (추상형태 + 구상동작) + 서사
  • ④ (구상형태 + 추상동작) + 비서사
  • ⑤ (구상형태 + 구상동작) + 비서사
  • ⑥ (구상형태 + 구상동작) + 서사

(1) (추상형태 + 추상동작) + 비서사

이 형태는 오스카 피싱어, 한스 리히터로 대표되는 초기 애니메이션에서 주로 나타났던 형식으로서, 형태와 동작이 모두 추상적이어서 흔히 ‘움직이는 추상회화’로 표현되기도 한다. 형태와 동작 어느 쪽도 외부대상을 재현하는 특징 즉, 구상성을 띠지 않으므로 사건 간의 원인과 결과의 관계 즉 서사성을 띠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형식의 작품 전체는 전적으로 비재현적이고 독립적이어서 자신 이외의 어떤 것도 지시하지 않는 특징 즉, 추상성을 띤다.

Figure 1

Hans Richter, Rhythmus 21, 1921

(2) (추상형태 + 구상동작) + 서사

시각적 대상이 전적으로 추상적이라고 하더라도 구상적인 동작, 즉 재현적인 동작과 결합한 경우 애니메이션 작품은 무언가를 지시하는 재현적인 작품이 되며, 추상성을 띠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구(circle)와 같이 순수하게 추상적인 형태만이 시각적인 형태로서 작품에 사용된다 하더라도, 구의 형태가 중력의 법칙에 따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고 바닥에 튕기는 공과 같은 움직임을 보일 때, 순수한 추상 형태인 구는 공의 형태를 재현한 것으로 관객에게 인식된다.

Figure 2

Bouncing Ball, Animator’s Survival Kit, 2001

또한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인 ‘Circle and Square - A geometric Romance’에서와 같이 순수하게 추상적인 사각형과 원의 형태만이 등장하지만 두 형태가 마치 개별의 생명체인 것처럼 서로 경계하다 가까워지고 멀어지며 다시 만나는 등의 인과관계를 가진 동작과 전개를 보인다면 이 직사각형의 형태는 생명이 있는 구상적인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인식될 것이다. 그러므로 ‘추상형태와 구상동작의 결합’은 추상형태를 사용했음에도 ‘구상형태와 구상동작의 결합’처럼 인식되며 구상성을 띤다. 이에 전개방식으로 인과관계를 갖춘 사건이 이어지는 서사적인 구조가 결합했을 때 작품은 전적인 구상성을 띠게 된다.

이때, 작품이 구상성을 강화함으로써 서사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사운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추상형태 + 구상동작) + 서사’의 결합은 외부 대상과 작품 속 대상 간의 재현관계가 형태가 아닌 동작만으로 이루어짐으로써 비교적 약한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때 재현하고자 한 동작에 걸맞는 재현적인 사운드가 함께 연결된다면 형태의 비재현성으로 느슨하게 연결되었던 인과관계가 사운드로 인해 보다 강하게 형성됨으로써 해당 추상형태가 무언가를 재현하고 지시하는 형태라는 것을 관객이 믿게 하는 데 훨씬 큰 설득력을 갖추게 된다.

반면 몇몇 연구에서 추상형태와 구상동작이 결합한 예로, Kirsten Lepore의 ‘Merp’와 같이 추상 형태에 눈, 코, 입의 이목구비나 팔 다리가 함께 있는 경우가 의인화된 구상적 동작과 결합하는 경우를 들며, 추상형태와 구상동작의 결합이 결과적으로 구상성을 띠게 된다고 설명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면이나 실루엣의 형태가 추상적이라고 하더라도 그와 함께 눈, 코, 입 혹은 팔과 다리의 형태가 함께 존재함으로써 얼굴이나 몸의 의인화된 형태를 나타내는 경우는 추상형태라 볼 수 없으며 생물체를 재현한 구상적 형태라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경우는 본 논문에서의 추상형태와 구상동작의 결합의 예로는 포함하지 않는다.

Figure 3

Texxo Rogical, Circle and Square-A geometric Romance, unknown date (left)

Figure 4

Kirsten Lepore, Merp, 2012

(3) (추상형태 + 구상동작) + 비서사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추상적인 형태가 사용되는 경우라도 재현적인 동작과 결합하는 경우, 즉 ‘추상형태와 구상동작이 결합’하는 경우에는 추상형태가 외부의 대상을 재현하는 것으로 인식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관객들은 이를 ‘구상형태와 구상동작의 결합’과 같이 받아들인다. 그러므로 구상형태와 구상동작이 결합해 만들어진 많은 전통적 애니메이션들과 같이 추상형태와 구상동작이 결합한 작품들 또한 대부분 서사적인 전개방식을 따른다.

반면, ‘구상형태와 구상동작과의 결합’과는 다르게, ‘추상형태와 구상동작의 결합’이 비서사적 전개를 따르는 경우는, 불가능하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형태와 동작의 결합이 서사적 전개 혹은 비서사적 전개를 선택함으로써 작품이 얻게 되는 각각의 효과를 미리 살펴봄으로써 알 수 있다.

형태와 동작의 결합이 따를 전개의 방식이 정해지는 과정에는 세 가지 경우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형태와 동작의 결합과 동시에 전개의 성격이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경우이다. 이는 ‘추상형태와 추상동작이 결합’하는 형태 그리고 ‘구상형태와 추상동작이 결합’하는 형태에서 나타나는데, 원인의 역할을 하는 ‘형태’에 기대되는 결과로서의 ‘동작’이 기대됐던 바를 충족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이어짐으로써, 형태와 동작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전개의 최소단위 사건이 이미 원인으로서의 기능, 뒤이어올 무언가의 사건을 기대하게 하는 기능을 상실함으로써 이미 인과관계의 가능성이 단절되고 전개의 성격이 비서사로 결정되는 경우들이다.

두 번째 경우는 형태와 동작의 결합에 가장 일관되고 자연스러운 전개의 성격이 ‘선택’되는 경우로서, ‘구상형태와 구상동작의 결합’에 서사적 전개가 이어지는 경우에서 나타난다. 구상형태와 구상동작이 결합하는 것, 즉 외부 대상을 모방한 재현적인 형태가 등장하며 그 형태에게 기대되는 동작 또한 재현된다는 것은 형태와 동작 각각과 외부 대상 간의, 그리고 형태와 동작 사이의, 이중의 강한 인과관계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그와 더불어 사건들의 결합 역시 인과적 관계를 가지고 이어지는 것, 즉 서사적인 전개가 선택되는 것은, 작품이 이미 가지고 있는 인과성을 더욱 강화하여 작품에 강한 일관성을 주고 이질감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 번째 경우는 인과성이 강한 ‘구상형태와 구상동작의 결합’에 비서사적인 전개가 결합하는 경우로서, 두 번째의 경우에서 유지되었던 작품의 인과성과 일관성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한편, 지양되었던 이질감을 선택하는 경우이다. 이와 같이 ‘일관성을 거부’하고 일반적인 ‘기대를 배반’하는 세 번째 경우는 실험적인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형식으로, 관객에게 낯설음과 놀라움을 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선택된다. 형태와 동작의 결합이 인과관계를 강하게 가지고 있을 때, 관객으로 하여금 이 인과성이 앞으로의 전개에서도 역시 이어질 것이라는 강한 기대감을 갖게 한 후, 비서사적인 전개가 이어지게 함으로써 기대를 배반, 낯설음과 놀라움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관객이 서사에 몰입하여 작품의 전개를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보다는 작품의 새로운 형식 혹은 매체 자체의 존재 방식에 주목하고 작품을 적극적으로 감상하기를 요구하며, 관객이 정형화된 기존의 형식이나 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과 의견을 가지기를 요구한다.

그러므로 ‘구상형태와 구상동작, 비서사’의 결합에서 핵심적인 중요성을 가진 ‘기대에의 배반’은 형태와 동작의 인과관계가 강하게 맺어짐으로써 전개의 인과관계에 대한 기대 역시 커질수록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될 것이다. 반면, ‘구상형태와 구상동작이 결합한 경우’처럼 인지되는 ‘추상형태와 구상동작이 결합’한 경우는, 추상적인 형태가 재현적인 동작과 결합함으로써 추상형태가 구상형태처럼 인지되게 할 수는 있지만, 이들 간의 인과관계는 사실상 관객의 상상과 관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관객이 느끼는 몰입과 기대의 정도는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이들이 사건으로서의 인과관계로 이어지지 못할 때의 실망 역시 극대화되지 않음으로써 ‘구상형태와 구상동작의 결합’에 비해 ‘기대에의 실망’의 비서사적 전개 표현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인과관계를 배반하여 낯설음과 놀라움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작가들은 보다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 ‘추상형태와 구상동작’의 결합 대신 ‘구상형태와 구상동작’의 결합을 선택하게 될 것이며, 이것은 ‘(추상형태 + 구상동작) + 비서사’ 구조의 표현이 불가능하지 않으나 실제 적용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일 것이다.

combination of figurative forms and figurative motions combined with narrative or non-narrative structures

(4) (구상형태 + 추상동작) + 비서사

구상형태에 추상동작이 결합했을 때, 형태와 동작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루어지지 않으며 전개의 최소단위로서 형태과 동작이 결합한 사건은 원인으로서 기능하지 못함으로써 뒤이어 오는 사건과의 인과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작품 전체는 비서사적 전개를 갖게 된다. 이 경우, 각각의 사건들은 개별적이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비재현적인 특성을 가짐으로써 작품 전체는 추상성을 띠게 된다.

구상형태가 추상동작과 결합하는 것은 비재현적, 비해석적인 추상 동작에 일찍이 관심을 가져온 현대 무용에서 그 다양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추상무용은 문학적인 서사를 표현하는 것에서 탈피, 다른 어떤 예술 매체에도 의존하지 않고 순수한 몸의 움직임을 표현하고자 하며, 오스카 슐레머(Schlemmer)의 <삼부작 발레(Triadisches Ballett)>와 <막대 춤(Slat Dance)>, <Bauhaus Dance>, 부토(Butoh) 댄서인 히치카타 다츠미(Hijikata)의 부토(Butoh) 댄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애니메이션은 동작의 연출에 있어서 전적인 창작이 가능하므로, 표현할 수 있는 동작의 제한이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구상형태를 통한 추상동작의 구현에서 역시 무용보다 더 넓은 표현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구상형태 즉 재현된 낯익은 형태와 상상된 낯선 동작인 추상동작이 결합하는 데서 오는 기묘한 감각이 극대화될 수 있는데 이는 퀘이 형제의 <악어의 거리(Street of Crocodile)>, 얀 슈반크마이에르의 <Jabberwocky>에서 잘 표현되어 있다.

(5) (구상형태 + 구상동작) + 서사

구상적인 형태와 구상적인 동작의 결합은 대중에게 가장 많이 노출된 전통적이고 대중적, 상업적인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따르는 형식으로서 TV 시리즈와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에서 쉽게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김희진에 따르면 익숙한 세계를 모방한 이러한 형식의 애니메이션은 관객의 ‘기대'를 이끌어 내고 인과관계를 통해 그것들을 ‘충족'시킴으로써 편안함과 재미를 제공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애니메이션들에 주로 선택된다. 이 결합은 관객에게 낯섦과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추상성 표현을 지양하며, 친숙함과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구상성을 추구한다.

(6) (구상형태 + 구상동작) + 비서사

반면, 구상적인 형태와 구상적인 움직임이 결합했다고 하더라도 작품의 전개가 서사성을 포기하는 경우, 즉 손국환과 박성대의 설명에 따르면 ‘시간적이고 공간적인 인과관계’를 가지지 않은 채 작품이 전개될 때 작품 전체는 낯설어진다. 익숙한 형태와 동작을 모방함으로써 인과관계에 대한 관객의 기대를 이끌어 내지만 그 기대는 충족되지 않고 작품은 비재현적이고 비해석적인 대상이 됨으로써 외부의 어떤 것도 지시하지 않는 추상적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기대-실망의 비서사는 모순적이고 이질적인 성질을 작품에 부여함으로써 순수 추상작품에서보다 강한 낯설음의 감정을 유발한다. 구상형태를 사용한 추상애니메이션 작품으로는 슈비츠게벨 감독의 작품들 ‘Play’, ‘Retouches’, ‘ The Ravishing of Frank N. Stein’ 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Abstractness or figurativeness of an animation work based on the combination of images, motions, and narrative structures

3. 3. 애니메이션의 추상성과 비서사

위와 같은 고찰을 통해, 기존 연구들에서 제시해 온 추상애니메이션의 정의에 오류가 존재하는지 여부와 그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연구들에서 가장 빈번하게 주장되어온 추상애니메이션에 대한 정의는 ‘추상적인 형태를 사용한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애니메이션 작품의 최종적인 추상성이 형태의 추상성을 통해 결정된다는 설명에는 오류가 있다. 왜냐하면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구상적인 형태가 사용된 경우에도 작품 전체는 추상성을 띠는 경우가 존재하며, 추상형태만을 사용한 애니메이션 작품이 구상성을 띠는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경우는 앞에서 살펴본 애니메이션의 종류 중 ‘(4) (구상형태+추상동작)+비서사’, ‘(6) (구상형태+구상동작)+비서사’의 형식을 가진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추상성을 띠는 것을 통해 알 수 있었으며 퀘이 형제와 슈비츠게벨의 작품 등이 이에 해당하는 것을 살펴보았다. 두 번째 경우는 ‘(2) (추상형태+구상동작)+서사’ 형식의 작품들이 구상성을 띠는 경우로서 Texxo Rogical의 작품 <Circle and Square - A Geometric Romance>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추상애니메이션의 정의로서 기존연구가 주장했던 다른 설명은 추상애니메이션은 반드시 ‘형태와 동작 모두가 추상적’이어야 한다는 것으로서, 위에서 분류한 여섯 가지의 애니메이션 형식 중 ‘(1) (추상형태+추상동작) + 비서사’ 형식의 애니메이션 작품만이 추상성을 띤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형태와 동작 중 하나 혹은 두 가지 요소 모두가 구상적인 경우에도 애니메이션 작품은 추상성을 띨 수 있으므로 애니메이션의 추상성을 설명하기 위해 불충분하다. 위의 형식 중 ‘(3) (추상형태 + 구상동작) + 비서사 ’, ‘(4) (구상형태 + 추상동작) + 비서사’ 형태나 동작 중 하나의 요소가 구상적인 경우에도 작품 전체는 추상성을 띨 수 있으며 ‘(6) (구상형태 + 구상동작) + 비서사’을 통해 형태와 동작 모두가 구상적인 경우에도 작품 전체는 추상성을 띨 수 있다는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추상애니메이션에 대한 기존 연구가 가장 빈번하게 주장했던 위의 두 정의에 오류가 있음을 알아봄으로써 추상애니메이션에 대한 기존의 인식과 설명들을 검토하고 애니메이션 작품이 추상성을 띠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과 조건, 그리고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새롭게 제시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애니메이션 작품이 추상성을 띠도록 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형태나 움직임, 혹은 형태와 움직임의 추상성이 아닌 전개의 ‘비서사성’이라는 주장은 타당하다. 먼저 위에서 분류한 여섯 가지의 형식 중 항상 추상성을 띠는 형식은 모두 4가지로

  • (1) (추상형태 + 추상동작) + 비서사
  • (3) (추상형태 + 구상동작) + 비서사
  • (4) (구상형태 + 추상동작) + 비서사
  • (6) (구상형태 + 구상동작) + 비서사

이며 아래의 나머지 두 형식

  • (2) (추상형태 + 구상동작) + 서사
  • (5) (구상형태 + 구상동작) + 서사

은 항상 구상성을 띤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항상 추상성을 띠는 네 가지의 다른 형식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이 전개의 ‘비서사성’이며, 반대로 항상 구상성을 띠는 두 형식의 공통된 특징은 전개의 ‘서사성’이라는 점이다. 이를 통해 애니메이션의 추상성을 결정하는 요소는 전개의 ‘비서사성’이라는 설명에 오류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몇몇 연구들에서는 추상형태 혹은 추상형태와 추상동작이 동시에 쓰인 순수 추상애니메이션 형식만이 애니메이션의 유일한 추상 표현 형식이 아니며, 구상적 형태를 사용한 작품에서도 추상성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언급해 왔다. 보드웰과 톰슨은 구체적인 형상을 통한 추상애니메이션 연출이 가능함을 언급했으며, 손국환 역시 애니메이션의 추상성 표현에 있어 비서사적 구조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또한 김희진은 추상적인 형태를 모티브로 사용하더라도 서사적인 구조 속에서 구체적인 스토리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경우 추상애니메이션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언급함으로써 애니메이션에서 추상성 표현을 위해 추상적 형태가 필수적인 요소가 아님을 설명하고 있다.

이와 같이 애니메이션의 추상성 표현에서 추상적 형태의 사용은 필수적인 것이 아니며 전개에서의 비서사성이 중요함을 주장한 이 연구들은 추상애니메이션 연구에 필요한 중요한 통찰력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에 대해 기존 인식의 틀이 가진 견고함을 보여주는 것이며 또한, 새로운 설명을 주장하는 연구들이 논리적 오류와 비현대성을 가진 기존의 정의들을 가려내고 입증하기 위한 근거로서 보다 적극적인 분석과 검증의 과정을 동반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추상형태와 구상형태, 추상동작과 구상동작, 서사성과 비서사성에 대한 명료한 정의와 각각의 경우에 해당하는 실례가 충분히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상애니메이션을 새롭게 정의하기 위해서는 관련 개념과 용어들에 대한 정의와 각 경우에 해당하는 예시 작품을 보다 명료하게 제시하는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지시한다.

한편 이처럼 추상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의 확장이 이루어지지 못함으로 인해 구상형태를 사용했으나 작품 전체는 추상성을 띠는 (4) (구상형태 + 추상동작) + 비서사, (6) (구상형태 + 구상동작) + 비서사의 두 형식들은 그들이 가진 독창성, 또한 추상애니메이션의 역사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중요한 의미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주목받지 못해왔다. 그러나 조지 슈비츠게벨의 <Play>, 보리스 라베의 <Kyrielle>과 같이 잘 알려진 예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예술성과 독창성을 갖춘 많은 작품들을 통해 이러한 형식은 이미 진지하게 실험되고 있다. 추상애니메이션의 확장과 변화의 방향, 더 나아가 애니메이션의 변화와 확장의 방향을 암시하는 중요한 담론으로서 기존 추상애니메이션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던 추상애니메이션 형식들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3. 4. 구상성과 추상성의 이중적 표현 : 구상형태를 사용한 추상애니메이션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애니메이션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들의 조합에 따라 추상성과 구상성의 이중적 표현이 가능한 형태는 아래의 두 가지이다.

  • 구상형태 + 추상동작 + 비서사 : 추상적 작품
  • 구상형태 + 구상동작 + 비서사 : 추상적 작품

결합된 각각의 구성 요소들만을 보았을 때는

  • 추상형태 + 구상동작 + 서사 : 구상성 작품

의 형태 역시 추상형태와 구상동작이 결합하였으므로 구상성과 추상성이 이중적으로 결합하는 것으로 구분될 수 있으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추상형태는 구상동작과 결합할 때, 관객으로 하여금 단순화된 구상적 형태로 인식되게 하며 결과적으로

  • 구상형태 + 구상동작 + 서사 : 구상성 작품

의 형태와 같이 인식하도록 만든다. 즉 각각의 구성 요소와 결과적인 작품 전체의 성격이 모두 구상성을 띠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본 논문에서 추상성과 구상성의 이중적 표현이 가능한 방법으로 다룰 형태는, 구상형태를 사용한 추상애니메이션 형식인, 아래 두 가지이다.

  • (1) 구상형태 + 추상동작 + 비서사 : 추상적 작품
  • (2) 구상형태 + 구상동작 + 비서사 : 추상적 작품

위 두 가지의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작품에의 적용 방법은 이어질 ‘B. 구상성과 추상성의 이중적 표현을 통한 언캐니와 희극성의 발생’ 부분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더불어 앞선 연구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애니메이션 작품의 추상성을 판단할 수 있는 최소 단위는 프레임이 아니며 시간적 전개를 포함한 장면(scene)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애니메이션 작품의 추상성을 최종적으로 결정짓는 것은 형태의 추상적 혹은 구상적 성격이 아닌 전개의 비서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단일 프레임을 통해 판단할 수 있는 형태의 추상성 혹은 구상성 여부일 뿐 동작과 전개의 성격을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애니메이션의 추상성 여부는 시간의 흐름과 동작, 즉 단일 이미지의 변화 양상을 보여줄 수 있는 복수의 프레임으로 이루어진 장면(scene)의 단위를 통해서만 판단될 수 있다.


4. 결론

예술 매체에서 추상 작품은 단순히 심미적인 특징뿐만 아니라 해당 매체가 추상작품을 통해 겪어낸 자기 성찰과 변화에의 의지까지를 포함한다. 따라서 추상작품의 발전은 매체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각 예술 매체의 역사에서, 추상성의 추구가 강하게 나타나는 시기에 예술 작품은 사회적인 관습이나 다른 예술 매체의 형식에 의존하는 안전하고 익숙한 흐름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본질을 이해하며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가 가진 표현의 가능성과 역할을 확장해 나간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들을 통해 각 매체는 예술 매체로서의 독창성과 독립성을 잃지 않으며 사회의 현대성과 다양성을 대변할 수 있는 생명력을 얻는다. 그러므로 각 예술 매체에서 추상성 표현의 추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곧 해당 매체의 자기성찰과 쇄신의 시기를 연구하는 것으로 그 매체의 본질과 잠재력을 드러내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은 매체의 독자적 추상성에 대한 정의와 특성, 표현 범위에 대한 고찰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 서사적, 재현적 특징을 가진 상업 애니메이션 분야에 치중해 발전해 왔다. 이로 인해 애니메이션의 추상성 개념은 회화의 추상성 개념에 의지하여 ‘추상적 형태를 사용한 애니메이션’이라는 협소한 인식에 머물러 추상애니메이션을 둘러싼 오해과 혼란은 가중되어 왔다. 그러나 예술에서의 추상성은 각 예술 매체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과 방식으로 표현되므로 독립된 예술 매체인 애니메이션 역시 그가 가진 본질적인 특성과 조건을 고려하여 고유한 추상성 표현 양상과 범위의 탐구, 설명이 필요하다.

본 논문에서는 먼저 애니메이션의 추상성 개념과 표현 범위에 대해 재고찰함으로써 추상애니메이션에 대한 정의를 넓히고 애니메이션에서 표현된 추상성과 구상성을 구분하기 위한 분석틀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애니메이션의 필수 구성요소들인 형태, 움직임, 전개의 개념을 재정리하고, 이들이 각각 추상적 혹은 구상적 성질을 가지고 다른 요소들과 결합할 가능성을 가진 모든 형태를 나열하였다. 그 결과 실제 성립이 가능한 6가지의 애니메이션 형식 중 일관되게 결과적 추상성을 띠는 4가지의 형식과 일관되게 결과적 구상성을 띠는 2가지의 형식이 도출되었다. 일관된 추상성을 띠는 애니메이션의 형식은 첫째, 추상형태와 추상동작 그리고 비서사가 결합하는 경우, 둘째, 추상형태와 구상동작 그리고 비서사가 결합하는 경우, 셋째, 구상형태와 추상동작, 비서사가 결합하는 경우, 넷째, 구상형태와 구상동작, 비서사가 결합하는 경우였다. 일관된 구상성을 띠는 애니메이션의 2가지의 형식은 첫째, 구상형태와 구상동작, 서사가 결합하는 경우였으며 둘째, 추상형태와 구상동작 그리고 서사가 결합하는 경우였다. 그 결과, 작품 전체가 추상성을 띠는 애니메이션 형식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전개의 ‘비서사성’이며, 비서사성은 추상애니메이션의 필요충분 조건임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작품 전체가 구상성을 띠는 애니메이션 형식의 경우 전개의 ‘서사성’이 필요조건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 작품이 추상성을 띠기 위한 결정적인 요소는 전개의 ‘비서사성’이며, 애니메이션 작품의 추상성 여부는 형태 중심의 프레임 단위가 아닌, 장면(scene) 단위로 판단되어야 하다는 함의를 도출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본 연구는 추후 애니메이션 제작과 연구에 다음과 같은 기여를 기대한다. 첫째, 추상애니메이션을 둘러싼 기존의 모호하고 협소한 인식과 논리의 모순을 드러내고 보다 적합한 정의를 제시하는 한편 애니메이션에서의 추상성 표현을 위한 필수적인 구성요소를 밝힘으로써 추상애니메이션에 대한 혼란과 오해를 줄이며 개념과 특징을 보다 명료하게 드러내어 관련 후속 연구와 추상애니메이션 제작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다양한 형태를 가진 추상애니메이션 작품들에 대한 재평가에 기여할 수 있겠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작가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소규모 독자적인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는 실험적인 추상애니메이션들은 실제로 애니메이션이 활용되고 있는 여러 현대 예술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를 특정 작가, 혹은 특정 작품의 독특성, 돌발적이고 예외적인 현상으로 간주하여 애니메이션 역사의 흐름 안에서 종합적으로 이해하지 않는 현실의 상황은 안타깝다. 이들은 개별 작품으로서 가지는 예술성과 독창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통해 표현 가능한 추상성의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애니메이션의 본질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를 통해 해당 작품들이 품고 있는 매체에 대한 성찰과 탐구, 이해와 해석 그리고 이들 작품이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에 대해 암시하는 바 등의 중요한 의의를 충분히 평가하고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라며 해당 작가와 작품들의 역사적 의미와 가능성이 재조명되기를 바란다.

셋째, 본 연구는 애니메이션 매체에 기존의 관습적이고 제한적인 활용 영역 너머 보다 넓은 형식적, 미학적 표현 가능성이 있음을 드러냄으로써 추상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본질적 특성에 접근한 다양한 형식에 대한 실험과 관심을 촉구하고 이를 통해 애니메이션의 균형 있는 확장과 성숙에 기여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실험적, 예술적인 작가주의 작품들에 대한 관심과 제작의 양적, 질적 증가는 결과적으로 상업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애니메이션 및 현대 미술 분야의 자양분으로 작용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정주아의 박사학위 논문의 일부를 수정, 요약하여 작성되었음.

This work is done by modifying and summerizing one part of Jooa Chung’s doctoral dissertation

Notes

Citation: Chung, J., & Choi, Y. (2020). Reconsideration on Concepts and Conditions of Abstraction and Figurativeness of Animation. Archives of Design Research, 33(1), 219-233.

Copyright :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educational and non-commercial use,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ferences

  • Gunning,T. (1989). An aesthetic of astonishment: Early film and the (in) credulous spectator. Art and text, 34(1), 31-45.
  • Kim,Y.(2009). David Shrigley 애니메이션에 나타난 선과 낙서표현에 관한 연구[A Study on Line and Graffiti Arts in David Shrigley's Animation]. (Honik University Master's thesis), available from http://dl.nanet.go.kr/.
  • Kim,H. (2003). 작품 'a TRIP''제작을 통해 표출된 추상 애니메이션의 특성에 관한 연구['A Trip', a study about characteristics of abstract animation]. (Seoul University Master's thesis), available from http://www.riss.kr/link?id=T8868612.
  • Kim,H. (2007). 초기 추상애니메이션의 양식적 특성에 관한 연구[A Study on the Stylistic Features of the Early Abstract Animated Film -Focusing on the Abstract Animated Film in 1920∼1940's], Journal of moving image technology, 9, 5-23.
  • Lee,Y. (2007). 애니메이션의 시각적 매혹성에 대한 연구[Study on Visual Fascination on Animation]. Joonang University Doctoral Dissertation, available from www.riss.kr.
  • Moritz,W. (1988). Some observations on non-objective and non-linear animation. Storytelling in Animation: The Art of the Animated Image, 2, 21-32.
  • O'pray,M. (2003). Avant-garde film: forms, themes and passions (Vol. 17). Wallflower Press.
  • Park,M. (2007). 미국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 오브 더 아츠 대학의 실험 애니메이션학과 교육 시스템 연구를 통한 애니메이션 교육 모델 제안[A Research of An Educational Model for Animation through Analyzing Program of Experimental Animation at 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in the US]. Korea Society of Basic Design and Art, 8(1), 225-233.
  • Park,Y. (2012). 애니메이션 창작교육에서 내러티브의 교육적 가치[Educational Value of Narratives in Collaborative Working of Animation]. Joonang University Doctoral dissertation. available from https://viewer.nanet.go.kr/.
  • Rimmon-Kennan,S. (1983). Narrative fiction: Contemporary Poetics. London :Methuen. [https://doi.org/10.4324/9780203130650]
  • Son,K., Park,S. (2012). 추상 애니메이션의 예술적 성과와 현대적 의의[Artistic Achievement of Abstract Animation and Contemporary Significance]. Journal of Korean Contents, 12(6), 132-141. [https://doi.org/10.5392/JKCA.2012.12.06.132]
  • Um,J. (2005). 현대사회와 애니메이션 : 철학적 성찰[Animation and the Contemporary Society: It's Philosophical Perspective]. Journal of the New Korean Philosophical Association, 40, 205-226.

Figure 1

Figure 1
Hans Richter, Rhythmus 21, 1921

Figure 2

Figure 2
Bouncing Ball, Animator’s Survival Kit, 2001

Figure 3

Figure 3
Texxo Rogical, Circle and Square-A geometric Romance, unknown date (left)

Figure 4

Figure 4
Kirsten Lepore, Merp, 2012

Table 1

List of abstract animations using figurative forms (1950-1990)

작가 작품 제목 제작 연도
Len Lye <Rainbow Dance> 1936
Norman Mclaren <Blinkity Blank> 1955
Harry Smith <film No.11: Mirror Animations> 1957
George Dunning <The Flying Man>, <Damon the Mower> 1962, 1972
Larry Jordan <Our Lady of the Sphere> 1972
Lillian Schwartz <Olympiad> 1971
Jan Svankmajer <Jabberwocky> 1971
Peter Foldes <Hunger> 1974
Adam Backette <Flesh Flows> 1974
Ed Emshwillwer <Sunstone> 1979
Quay Brothers <Street of Crocodile> 1986
Jirí Barta Club of the Discarded 1989
Paul Glabicki <Object Conversation>, <Under the sea> 1985. 1989
Robert Breer <Bang> 1989
George Schwizgebel <The Ravishing of Frank N. Stein>, <78 RPM> 1982, 1985
Gianluigi Toccafondo <La Coda> 1989

Table 2

List of animation types based on the combination of essential elements of animation

Table 3

combination of figurative forms and figurative motions combined with narrative or non-narrative structures

Table 4

Abstractness or figurativeness of an animation work based on the combination of images, motions, and narrative structures

결합 형식 특성 실례
(1) (추상형태 + 추상동작) + 비서사 추상성 Hans Richter, ‘Rhythmus 21’, 1921/ Oskar Fischinger의 ‘Optical Poem’, 1983 등 1920-50년대의 순수 추상애니메이션
(2) (추상형태 + 구상동작) + 서사 구상성 Texxo Rogical의 ’Circle and Square-A Geometric Romance’, 연도미상/ Chuck Jones, The Dot and the Line: A Romance in Lower Mathematics, 1965 등
(3) (추상형태 + 구상동작) + 비서사 추상성 실례를 찾아보기 어려움
(4) (구상형태 + 추상동작) + 비서사 추상성 Brother Quay 의 ‘Street of Crocodiles’, 1986/
Jan Svankmajer, ‘Jabberwocky’, 1971
(5) (구상형태 + 구상동작) + 서사 구상성 디즈니, 픽사, 지브리 등 대형 스튜디오 작품을 비롯한 대부분의 대중적 애니메이션
(6) (구상형태 + 구상동작) + 비서사 추상성 George Schwizgebel, ‘The Ravishing of Frank N. Stein’, 1982/ ‘Play’, 2009 등/ Boris Labbé, Kyrielle,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