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s of Design Research
[ Article ]
Archives of Design Research - Vol. 32, No. 4, pp.97-111
ISSN: 1226-8046 (Print) 2288-298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Nov 2019
Received 02 Aug 2019 Revised 19 Aug 2019 Accepted 18 Sep 2019
DOI: https://doi.org/10.15187/adr.2019.11.32.4.97

1인 가구 주거 공간의 디자인 문화: 어플리케이션 <오늘의집>의 ‘집들이’ 게시물 중심으로

Hyejin Chae채혜진Changsup Oh오창섭
Department of Design, Student, Konkuk University, Seoul, Korea 건국대학교 디자인학과, 학생, 서울, 대한민국 Department of Design, Professor, Konkuk University, Seoul, Korea 건국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 서울, 대한민국
Design Culture of Single-person Households Residential Space: ‘Housewarming’ posts in <The House of Today>

초록

연구배경 본 연구는 SNS에 공유된 사진과 글을 통해 1인 가구 주거 공간의 양태와 공간소비 경험을 분석함으로써, 1인 주거 공간 디자인 문화의 구체적인 모습과 특징을 밝히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연구방법 인테리어 사이트(어플리케이션) <오늘의집>의 ‘집들이’ 메뉴에 올라온 게시물의 사진과 글을 연구대상으로 설정하여, 공간 작업방식, 공간 내 사물의 종류와 특징(색상계열, 소재, 브랜드, 가격 등)으로 공간의 외적 양태를 분석했으며, 그 내용을 바탕으로 1인 가구의 공간 소비 방식의 특징을 분석하였다.

연구결과 1인 가구 주거 공간 소비의 특징은 세 가지로 정리되었다. 공간을 구성하는 실천 속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확인하는 것,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모방되며 확대 재생산 되는 것, 일상적인 삶의 맥락이 감추어진 공간으로 연출하는 것이다.

결론 본 연구에서는 1인 가구 주거 공간의 외적 양태와 공간 소비 경험을 SNS에 공유된 게시물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1인 가구 주거 공간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디자인 문화의 특징이 무엇인지 분석하였다. 다양한 가족 형태의 주거 공간과 그 공간들을 비교 분석하는 후속 연구를 통해 새로운 매체와 함께 확산되고 변화하는 주거 문화를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Abstract

Background This study aims to elucidate a design culture that appears in the residential spaces of single-person households. The ways of using a residential space were analyzed based on the analysis results for the external aspects of a residential space.

Methods This study sets the pictures and writings of notices posted on the menu in 'housewarming' of the interior site named ‘The House of Today’ as the study targets and analyzes the external spatial patterns using the spatial working patterns, the objects existed within a space and their characteristics such as colors, type of materials, brands or price. Based on the results, this study analyzed the characteristics of a space-occupying pattern of a single-person household.

Results The characteristics of using the residential space of single-person households are as follows. The first characteristic was to discover and verify the self. The second characteristic was that the residential space was consistently imitated by others via social media and was expansively propagated. The third characteristic was that the residential space was represented as a completely directed space by screening the common patterns of daily life.

Conclusions The external spatial patterns and space-occupying experience of the single-person household were analyzed through the notices shared within a space in SNS, thereby elucidating the characteristics of a design culture that mainly appeared in the residential space of single-person households. Through a follow-up study that comparatively analyzes the residential space and its spatial elements of various household types, it is anticipated that the residential culture, which is expanded and varied together with an advent of new media, can be examined in a detailed manner.

Keywords:

Design Culture, Single-person Households, Social Network Service, Space Design, Millenials, 디자인문화, 1인주거공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공간디자인, 밀레니얼세대

1. 서론

1. 1. 연구 배경 및 목적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의 정서와 가치관, 사회 환경적 상황이 변하며 문화와 사는 방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혈연, 제도적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는 전통적 가족 가치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결혼을 선택하지 않고 혼자 살거나 새로운 가족 형태를 추구하는 실천들이 등장하고 있다. 혼밥, 혼술, 혼영 등 대개 혼자서 잘 하지 않던 행위들을 혼자 하는 문화는 이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혼자 살며 의식주를 해결하고, 혼자서 문화를 향유하는 일이 더 이상 결핍이 아닌, 삶의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된 것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 대비 1인 가구의 비중이 28.7%이다. 전 연령의 범위에서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 특별히 미혼 1인가구도 2000년 956,308명에서 2015년 2,284,364명으로 15년 사이 2배가 넘게 늘어났다.

혼자 사는 문화의 확산은 사회 경제적 상황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IMF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로 이행되면서 양극화, 불평등과 같은 사회 문제들이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에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바로 밀레니얼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는 경제 상황의 변화로 취업 문턱 넘기, 내 집 마련하기 등의 삶의 기반을 마련하는 일조차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린 세대로, 기존 세대에 비해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대다. 이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다른 어떤 것보다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행복에 집중하는 개인주의적인 모습으로 이어졌다. 특히 결혼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지출이나 자기희생의 삶을 지양함으로써 결혼을 선택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1세기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연령별 1인 가구 비중의 변화 추이를 살펴봤을 때,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까지의 연령층에서 1인 가구의 수가 확연히 증가한 통계를 보면 그 변화가 확실하게 드러난다.(김지훈, 2018) 따라서 밀레니얼 세대는 오늘날 싱글 1인 가구의 상당 부분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흐름과 함께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원룸도 늘어나고, 1인 가구를 위한 생활용품과 가전제품, 가구 등이 출시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과 대형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쉽고 빠르게 구매가 가능하게 된 중저가 생활용품, 가구, 인테리어 브랜드는 1인 가구 주거 디자인 문화를 확산시키는 주거생활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적은 비용을 들여 자신이 직접 인테리어를 하는 ‘셀프 인테리어’ 방식도 1인 가구에게 적극 활용되고 있다. 빠르게 확산되어 넓은 범위로 정착하고 있는 1인 주거 공간의 새로운 디자인 문화에 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남일, 손세관, 양세화, 홍형옥(2008)은, “주거는 한 문화의 총체적 모습을 담아내는 물리적 용기인 동시에 인간의 삶을 만들어내는 문화적 산물이다... 우리는 한 지역의 주거가 가진 역사를 통해서 그 속에 사는 사람들만의 독특한 삶의 변화 과정을 파악해낼 수 있으며, 또한 그 문화의 내면까지도 읽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주거 공간에 관한 연구는 특정한 시대와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서 만들어진 구체적인 문화를 읽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라고도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는 디지털 언어와 장비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세대로, 특히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일상처럼 이용한다. 이들은 SNS를 통해 개인의 생각과 생활 모습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데, 그럼으로써 주거 공간이라는 개인의 내밀한 사적 공간이 (본인의 선택에 의해) 제한 없이 다수에게 전시, 공유되고 있다. 연구의 관점으로 SNS 공간을 본다면, 그곳은 일상 주거 문화의 발생과 변화 추이를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는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공간인 것이다.

Figure 1

Private Residential Space Shared on SNS (Instagram)

본 연구는 SNS에 공유된 사진과 글을 통해 1인 주거 공간의 양태와 공간소비 경험을 분석함으로써, 1인 주거 공간 디자인 문화의 구체적인 모습과 특징을 밝히는 데 그 목적이 있다.

1. 2. 연구 범위 및 방법

본 연구는 인테리어 사이트(어플리케이션) <오늘의집>을 연구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오늘의집>은 개인이 거주하는 공간의 인테리어 사진을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중심이 된 사이트로, 관련 제품의 정보를 공개, 판매(혹은 판매 사이트 연동)하기도 하며 인테리어 전문가의 포트폴리오를 소개하고 시공 견적을 내보거나, 실제 시공까지 연계하는 시스템도 제공하고 있다. <오늘의집>은 오늘날 주거 공간의 디자인 문화를 파악하는 데 일정부분 유효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의집>의 ‘집들이’라는 메뉴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을 촬영한 사진과 설명을 온라인 게시판에 직접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올린 게시물은 필터 기능을 통해 원하는 공간 특성 키워드로 선택해서 볼 수 있다. 1인 가구의 디자인 문화를 분석하는 본 연구에서 연구 대상을 설정하기 위한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주거 형태는 ‘원룸&오피스텔’, 평수는 ‘1-9평’, 가족형태는 ‘싱글라이프’이며, ‘역대 인기순’의 글 중 인기가 높은 게시물 5개를 선택하여 분석하였다. 5개는 사이트에 올라온 10평 이하의 1인 주거 공간과 관련된 글들 중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게시물로써, 그만큼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성자가 올린 사진과 설명 글이 기본적인 분석 대상인데, 사진에 등장하는 사물 중에 작성자가 정보를 연동시켜 볼 수 있도록 태그(tag)한 대상을 중심으로 분석 하였다. 태그하지 않은 사물들 중에도 사진으로 확인 가능한 대상은 분석에 포함하였다. 그리고 연구 대상으로 설정한 집 이외에 필요에 따라 다른 게시물과, 사이트 내에서 확인 가능한 연구에 유의미한 글이나 수치 등도 연구 자료로 활용하였다.

본 연구는 주거 공간의 외적 양태를 분석하는 것과 공간경험을 분석하는 것, 이렇게 두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물의 종류나 특징 등 외적으로 파악 가능한 모습에 대한 분석이 일차적으로 이루어지고, 그와 함께 주거 공간과 관련된 사람들의 행동과 실천을 연구하는 경험적 차원의 분석을 진행한다. 단, 일상생활의 모든 행동이 아닌 공간소비 방식과 그 특징에 대한 분석인데, 여기서 공간소비란 공간을 구상하고 꾸미고 살아가며, 또 공간을 기반으로 외부와 소통하는 행위 전체를 의미한다.

주거 공간의 외적 양태를 분석하는 연구의 내용은 공간소비 경험을 분석하는 연구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이는 양태 분석을 위해 측정한 정량적 데이터가 공간 소비 경험을 분석하는 연구의 근거 자료로서 활용되기 때문이다.

Figure 2

Research method on the Design Culture of Single-person Households residential space


2. 1인 가구 주거 공간의 이해

‘역대 인기순’, ‘원룸&오피스텔’, ‘1-9평’, ‘싱글라이프’의 키워드를 통해 연구 대상으로 선택한 집 5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사진을 통해 5개의 집의 전반적인 모습을 이해하고, 그 외 공간 거주인의 성별, 인기도(조회수), 건물의 종류, 평수, 작업 방식을 파악하였다. 5개 집 중 4개의 집이 여성이 거주했고 한 집만 남성이 거주하는 공간이었다. 주택의 원룸에 거주하는 사람이 2명,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사람은 3명이었으며, 5명 모두가 셀프/DIY 방식으로 공간을 작업하였다. (Table 1. 참조)

‘House-warming’ posts selected for study

사진과 함께 작성자가 쓴 설명을 통해 대략적인 상황과 특징, 주거 공간에 대한 생각 등을 읽을 수 있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집 1의 게시글 제목은 ‘집순이에 의한, 집순이를 위한 원룸!’으로, 작성자는 자취 생활을 마감하고 부모님 댁으로 들어가기 전 2년 동안 손수 가꾼 공간을 기념하고 기억하기 위해 글을 올렸다. 제목에 나타난 것처럼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작성자는 본인의 생활 방식을 ‘와식’이라는 단어로 표현하였는데, 거의 침대 공간에서 뒹굴 거리는 것이 주거 생활의 중심이 되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

집 2의 게시글 제목은 ‘싱글남의 7평 오피스텔 꾸미기’인데, 작성자는 대학생으로 6년 동안 서울 생활을 했고, (게시물 작성 당시)졸업을 앞두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집은 영화나 tv를 보거나 책을 읽고 리포트를 쓰거나 맥주를 마시는 등의 여가와 학업 모두의 활동을 아우르는 공간으로 사용이 되고 있다. “오롯이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졌으면 하는 공간”으로 본인의 주거 공간을 설명하고 있다.

집 3의 게시글 제목은 ‘점점 애착이 가는 나의 6.5평 원룸’이다. 공간디자인을 전공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작성자는 어렸을 때부터 공간을 구상하는 취미가 있었다고 한다. 집 전체 중 일부의 공간이라도, “완벽한 자기만의 공간”을 마련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창문 너머로 보이는 불꽃놀이를 감상하며 ‘혼맥타임’을 즐기던 시간을 최고로 꼽고 있다.

집 4의 게시글 제목은 ‘5년차 프로자취러의 빈티지 6평’이며, 자취 5년차, 다섯 번째 살고 있는 집을 소개하고 있다. 가구와 소품의 배치를 지속적으로 변경하는 일을 선호하는데, 이로써 더 좋은 배치를 찾아갈 수 있을 뿐 아니라 기분 전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작성자는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경험 없이 살아왔으나, 혼자만의 집에서 혼자 살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집 5의 게시글 제목은 ‘따뜻함과 포근함을 가득 담은 나의 8평 오피스텔’이다. 20대 직장인인 작성자는 회사 생활과 함께 자취를 시작했으며, 소개하고 있는 집은 두 번째 자취집이다. 퇴근 후에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기에, 제목처럼 ‘따뜻하고 포근한’느낌의 분위기로 공간을 만들었다. 침대 곁에 향초나 식물과 같은 작은 소품들을 두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고 하며, 푹신한 침대 위에서 베드 테이블을 놓고 식사를 하는 일을 즐긴다. 본인의 ‘취향의 것’들로 자기만의 분위기를 내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3. 1인 가구 주거 공간의 외적 양태

3. 1. 공간 구성 방식

연구 대상으로 선택한 다섯 집 모두 전문가의 손길 없이, 공간과 공간에 들어가는 사물들을 스스로 구상하고 선택, 장식하였다. 이 방식은 ‘셀프 인테리어’라는 용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작성자들은 본인이 직접 구상하고 실행한 작업이라는 사실을 다음과 같은 표현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table 2. 참조)

Representation that indicates the space directly configured

다섯 집 모두 벽지나 장판을 교체하거나 페인트칠을 하거나, 섀시를 교체하거나 하는 등의 전문적인 공사는 하지 않았다. 대부분 가구와 그 배치, 커튼 설치, 소품의 진열, 조명 설치 등의 방식을 통해 공간을 꾸몄다. 또한 다섯 집 중 두 집이 도면을 활용하여 공간을 구상하기도 했다. (Figure 3) 직접 만들거나, 설치하거나 용도를 바꾸어 활용하거나 하는 등의 구체적인 작업은 다음과 같다.

Figure 3

Drawing for interior (house 3, 4)

집1은, 서랍장 두 개를 붙이고 그 위에 원목 상판을 재단하여 올린 후, 거울을 놓고 화장대를 만들어 쓰거나 ‘네트망 행거’를 설치하여 공간을 분리하는 가벽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집2의 경우는 무언가를 만들거나 설치하는 작업에 대한 설명은 없었으나 대부분의 가구가 조립식으로 판매되는 가구인 것으로 보아, 구입한 후 직접 조립하여 설치한 것으로 추측된다. 집3은, 기존에 옵션으로 있던 책상 위에 가지고 있던 거울을 올려서 화장대로 사용하였다. 집4는 소파를 놓고 공간을 분리한 후 소파 뒤에 커튼을 달고 행거를 설치하여 옷을 보관하는 작은 공간을 만들어 내거나, 직접 천정에 브래킷을 박아서 커튼을 설치하는 작업을 했다. 집5도 설치 작업에 관한 언급은 없었으나, 가구들을 직접 조립하거나 커튼 설치 등의 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3. 2. 사물의 종류

공간을 구성하고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삶을 영위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실질적으로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사물들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주거 공간에 자리하고 있는 가구, 제품, 소품 등의 종류와 그것들의 개수/ 소재/ 색상/ 브랜드/ 가격 등을 파악함으로써 다섯 집의 공간을 분석하였다.

먼저, 다섯 집의 공간에 자리한 사물의 종류는 다음 표와 같다. 제품의 정보 및 구입처가 표기되어 있지 않은 사물 중 사진으로 확인 가능한 대상은 ‘기타’ 분류로 구분하였다.

Categories of objects in each house

침대나 서랍장과 같이 잠을 자거나 물건을 수납하는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사물과, 방에 난 창문을 가리는 커튼은 다섯 집 모두에서 확인되었다. 원룸이라는 공간 특성상 장롱 같은 커다란 가구를 들이기는 힘들기 때문에 옷 수납을 위한 행거가 모든 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전신 거울도 네 집에 있었다. 소파와 같은 거실에 주로 놓는 가구는 공간적 제약 탓인지 두 집에만 있었다.

특이하게도 스탠드 형태의 조명이 다섯 집 모두에 있었다. 집1에는 테이블 위에 놓는 단 스탠드, 집2와 집3에는 장 스탠드, 집4에는 단 스탠드, 집 5에는 단 스탠드와 장 스탠드가 모두 있었다. 스탠드 조명뿐만 아니라, 집게 형태의 조명이나 작은 전구가 줄로 연결된 장식 조명, 가습기에 무드등이 결합된 사물 등이 있었는데, 천정에 달려있는 기본 조명 외에 불을 밝히는 기능이 있는 기타 조명이 집마다 최하 1개부터 최대 4개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벽에 붙이거나 꽃병에 꽂은 말린꽃, 벽에 붙이거나 세워놓은 사진/그림엽서, 초록 식물을 심은 화분, 스틱을 꽂은 디퓨저가 대부분의 주거 공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3. 3. 사물의 소재, 색상, 가격, 브랜드

정보 및 구입처가 표기(tag)된 사물(집1은 17개, 집2는 13개, 집3은 14개, 집4는 19개, 집5는 19개)을 대상으로 소재/ 색상(계열)/ 가격/ 브랜드를 파악하였다.

사물의 소재를 먼저 분석해보자면, 다섯 집의 총합 82개의 사물 중, ‘나무’가 30개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패브릭’이 20개, ‘철제’가 18개, ‘플라스틱’이 7개 등으로 이어졌다. 나무 소재에는 원목이외에도 목재를 재료로 해서 만든 파티클 보드(PB), 섬유판(FB) 등이 모두 포함되었는데, 총 30개의 나무 소재 사물 중 원목으로 된 사물의 개수는 20개였다. (Table 4 참조)

The number of objects by material and its priority

색상계열은 ‘흰색’이 40개로 흰색 계열 색상의 사물이 80개의 사물 중(2개의 사물은 색상 계열을 확정하기 어려운 사물이라 제외. *커피드리퍼/영화포스터) 절반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다음으로는 ‘나무색’이 19개, ‘회색’이 5개, ‘베이지’가 4개 ‘흰색+나무색’ 3개로 이어졌다. 기타로는 검정색, 은색, 금색, 고동색, 흰색에 무늬가 들어간 색상 등이 있다. (Table 5 참조)

The number of objects by colors and its priority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사물의 가격에 대한 분석은 다음 표와 같다.

Maximum/Minimum/Total price of objects

사물의 최고 가격은 집2의 229,000원인데 이는 침대(매트리스 일체형)였다. 최저 가격은 집4의 2,900원으로 빈티지 영화 포스터를 구입한 비용이다. 사물의 총합 가격이 가장 높은 집은 집4로 1,157,280원이었으며, 가장 낮은 집은 집3으로 309,910원이었다. 전체적인 분석 결과를 본다면, 공간에 들어가는 사물은 20만 원대 이하로 구입을 했으며, 한 공간의 사물을 모두 합한 비용은 대략 120만 원 이하라고 정리할 수 있다.

브랜드의 경우에는 절반 이상의 사물이 서로 다른 브랜드의 제품이었다. 한두 개의 브랜드 쪽에 무게가 치우치지 않고 중소 브랜드의 제품이 골고루 구매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17개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브랜드가 있었는데, 그것은 스웨덴의 세계적 브랜드 ‘이케아’였다. 다음으로는 이케아의 제품을 병행 수입해서 판매 하다가 이케아의 국내 상륙 이후로 자체 디자인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브랜드인 ‘마켓비’가 8개, 일본의 ‘무인양품’이 3개였다. (Table 7 참조)

The number of objects by Brand and its priority


4. 1인 가구 주거 공간 소비의 특징

4. 1. 자기발견과 확인

1인 가구 주거 공간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특징은 인테리어 전문가에게 디자인과 시공을 의뢰하지 않고 공간을 선택하고 거주하는 본인이 직접 ‘셀프 인테리어’ 방식으로 공간을 구상하고 수리, 장식한다는 점이다. 셀프 인테리어 방식은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방식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인테리어가 가능하다. 공간을 꾸미는 데 필요한 재료를 본인이 선택, 구매할 뿐만 아니라 작업을 직접 하기 때문에 전문가에게서 발생하는 수수료나, 작업자에게 들어가는 인건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용 절감으로 이 현상을 다 설명할 수 없다. 공간을 직접 구상하고 꾸미는 것은 공간의 차원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는데, 오늘날 1인 가구의 공간은 장식할 수 있는 공간이기를 넘어서 자기 자신을 대체하는 대상물로 존재하고 있다. 박현옥, 이종숙(2018)은 서울 리빙페어에 나타난 생활공간 디자인 변화 경향을 분석하며 셀프 디자인의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생활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 전문가가 제시 하고 소비자가 선택하는 차원을 넘어 각자의 생활양식과 기호와 취미를 반영하여 공간을 스스로 표현하고 창조하는 자아실현의 단계로 이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공간은 단순히 거주하는 기능을 넘어서서 개인의 ‘기호’나 ‘취미’를 적용시켜 자기 자신을 발견, 표현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1인 가구는 대부분 친족 중심으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가구 형태에서 분리되어 나온 가구 형태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는 것 뿐 아니라, ‘가부장제’, ‘효 개념이 바탕이 된 위계질서’와 같은 전근대적 가치관이 거미줄을 치고 있는 가족가구 형태의 생활 속에서는 개인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일에 장애가 많다. 물론 ‘방’이라는 구조로 사생활이 구분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방을 출입하는 문으로는 부지불식간에 타인의 출입이 가능하며, 그 안의 생활은 언제든 누군가의 감시와 통제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가족가구의 주거 공간 속에서 살다가 분리되어 혼자만의 주거 공간을 마련한 개인은 ‘나만의 공간’에 대한 강한 욕망과 애착을 품을 수밖에 없다.

나의 공간에 대한 욕망은, 제대로 발견하고 펼쳐 보이지 못했던 자기 자신에 대한 욕망으로 이어진다. 예컨대 집4의 작성자는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는지 또 관심사는 무엇인지를 집에서 발견하게 됐죠”라며, 자기 자신에 대해 ‘발견’하고 알게 된 것은 나만의 공간에서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라고 말한다. 또 다른 글의 작성자도 비슷하게 말하고 있다. “혼자 살다 보니 저도 몰랐던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서 참 좋아요.”(id: 베이지블랙).

뿐만 아니라, 집5의 작성자는 “제 취향의 것들로 저만의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라는 말로 자신의 주거 공간을 자기표현의 매체로 삼고 있음을 드러낸다. 또한 “집은 시각적으로 내 취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이잖아요. 게다가 내 생활습관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곳이죠.”(id: seungahne)와 같은 다른 작성자의 말에서도 공간이 자기 자신을 표현한다는 인식을 읽을 수 있다.

조윤설, 조택연(2019)의 “밀레니얼 세대의 공간 소비는 다양한 관계 형성의 수단과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즉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분석은 1인 가구의 주거 공간 소비를 설명하기에 적절하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1인 가구 주거 공간은 개인의 자기발견과 확인, 표출을 위한 주요한 매체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4. 2. 유사 공간의 확대 재생산

‘흰색 계열 컬러’와, ‘나무 소재’ 사물의 높은 비율은 1인 가구가 추구하는 인테리어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원색 계열의 사물을 지양하고, 무채색 계열, 원목 나무를 선택함으로써 자연스럽고 감성적인 느낌의 공간으로 연출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인테리어 스타일에 큰 영향을 미친, 소위 ‘북유럽 인테리어’라고 불리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과 무관하지 않다. 풍부한 천연 자원 기반으로 발전한 스칸디나비아의 디자인은 ‘꽃무늬 벽지’로 대변되던 과거의 한국 인테리어 스타일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적극 도입되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이와 같은 ‘스타일’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 모방 되는 현상이다. 본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 <오늘의집>과 같은 집 꾸미기 관련 어플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개인들은 자신의 주거 공간을 끊임없이 노출시킨다.

이것은 1인 주거 공간의 분위기 뿐 아니라 그 안을 구성하는 사물의 복제 현상을 낳는다. 실제로 연구 대상의 다섯 집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물들이 있다. ‘흰색 커튼’, ‘무채색 계열의 침구’, ‘침대 옆의 스탠드’, ‘벽에 붙이거나 작은 병에 꽃은 말린 꽃’, ‘벽에 붙이거나 세워놓은 작은 그림(사진)엽서’, ‘디퓨저’, ‘캔들’ 등이 그것이다. 동일하거나 비슷한 사물이 모든 집에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Figure 4,5 참조)

Figure 4

Similar design of walls and tables (house 2, 5)

Figure 5

Similar design of bedroom space (house 4, 6)

이 현상은 저렴한 소품이나 가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1인 가구의 경제적인 상황과 맞물려 더 증폭된다. 1인 가구의 평균 소득은 2017년도 기준 1,917만원(소득 5분위 평균)으로 전체 평균 5,020만원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때문에 1인 가구의 공간에 고가의 가구나 생활용품을 들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게다가 1인 가구는 내 집이 아닌 전월세의 주거 형태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기에, 불안정한 주거 상황 속에서 잦은 이사나 급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를 고려하여 중저가 브랜드를 구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섯 집 가운데 가장 많은 개수의 사물이 포함된 브랜드는 2014년 한국에 진출한 ‘이케아’이며, 이케아의 디자인과 비슷한 느낌의 브랜드인 ‘마켓비’가 두 번째다. 물론 두 브랜드에는 다양한 종류와 스타일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이케아와 마켓비에서 동시에 판매하고 있는 ‘철제 서랍장’ 같은 경우는 집1, 집3, 집5가 동일하게 소유하고 있는데, 사이트 내 다른 사람들이 올린 사진에 태그 된 개수가 1031개였다. ‘국민 서랍장’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집에 구비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집2의 장스탠드는 이케아 제품으로 <오늘의집>에 올라온 사진 중 2129개에 동일한 제품이 태그되어 있으며, 집5의 이케아의 단스탠드도 1299개의 사진에 태그 되어있다. 굉장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동일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Figure 6 참조) 가격이 저렴하고 무난한 디자인의, 소위 ‘가성비, 가심비’가 높은 물건들이 1인 가구 주거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다.

Figure 6

The same drawer (house 1, 3, 5)

이와 같은 모습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확인하는 첫 번째 공간 소비의 특징과 모순되는 특징이다. 자신에 집중하는 일이란, 남들과는 다르고 독특하며 비교 불가한 자신을 찾고 보는 일이기에, 공간을 통해 그것을 표현한다면 전에 없이 독특한 결과물이 예상 가능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연구 대상인 다섯 집을 분석해보니, 많은 부분에 있어 비슷한 구성과 분위기로 파악된 것이다.

이미혜 작가의 <국민취향(Our Own Tastes)>은 이런 오늘날의 현상을 비평적으로 읽어내었다. SNS에 올라온 ‘온라인 집들이’ 사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고 자랑하는 물건들을 ‘국민 취향’이라는 이름으로 선별하여 얇은 보드 판에 인쇄 후 전시한 작품으로, “자본이 생성해내는 유행의 논리를 자신의 고유한 욕구라 여기”며 만들어지는 “평준화되고 획일화된 스타일과 취향”의 소비문화를, 금세 무너질 법한 지지대에 얼기설기 고정된, 금세 부서질 법한 얇은 보드 판에 인쇄된 사물 이미지로 재현하였다.

Figure 7

Lee Meehye solo exhibition <Our Own Tastes>

나만의 고유한 공간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결국 같은 것들을 추구하고, 소유하고, 누리며 살아가는 모습의 원인은, 소셜 미디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철학자 한병철은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된 오늘날의 세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면적인 디지털 네트워크와 소통은 타자와의 만남을 쉽게 해주지 않는다. 그것들은 오히려 낯선 자와 타자를 지나쳐 같은 자와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들을 발견하도록 하고, 우리의 경험 지평이 갈수록 좁아지게 만든다.”(한병철, 2017) 디지털 네트워크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소통은, 낯선 것 대신 같은 것들을 발견하고 그와 가까워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불편하고 어렵고 때로는 고통을 느끼게도 하는 낯선 것들이 아닌, 익숙하고 받아 들일만 하며 타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들을 지속적으로 발견하고 추구하는 일은 소셜 네트워크 세계의 지배적인 문법이고, 그 영향으로 만들어지는 구체적인 모습 중 하나가 본 연구를 통해 드러난 획일화된 주거 공간의 모습이다. “오늘날 네트는 모든 다름, 모든 낯섦이 제거된 특별한 공명 공간으로, 메아리의 방으로 변하고”(한병철, 2017)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세계 또한 네트의 연장선으로 존재한다. 말하자면, 1인 주거 공간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명’하고 모방되면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4. 3. 표현과 연출의 매개

‘온라인 집들이’는 최근에 나타난 문화 현상이다. 전통적인 집들이는 집을 새로 장만하거나 다른 집으로 이사했을 때, 주변 사람들을 집으로 직접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을 뜻한다. 그에 반해 온라인 집들이는 새롭게 이사하거나 꾸민 집의 사진을 촬영하여 블로그, 카페, SNS 등을 통해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집들이와 온라인 집들이의 차이를 발생시키는 주요한 매개체는 ‘사진’이다. 일반적인 집들이는 그 공간에 직접 들어가서 다차원적으로 공간을 경험한다. 시각, 후각, 촉각 등 여러 감각으로 공간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 공간의 물질적 조건들과 그곳에 있는 사람이 어우러지면서 만들어지는 분위기, 이야기 등을 주어진 시공간에서 한꺼번에 경험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온라인 집들이는 집주인에 의해 촬영되고, 선별되어 공유된 사진과 덧붙인 설명을 보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방식은 삶의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맥락이 끊어진 독특한 이미지를 생산한다. 말하자면 공간은 ‘연출’되고, 다시 사진을 통해 기록된 후 공유, 전달되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 대상의 집의 작성자들이 올린 사진을 보면 대부분 일상생활의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 깨끗하게 잘 정리되고, 마치 잡지의 한 페이지나 모델하우스에서 마주칠만한 장면의 사진이 대부분인 것을 알 수 있다. (Figure 8 참조) ‘막 벗어놓은 바지’나 ‘쌓여있는 설거지’와 같이 시각적인 조화를 깨뜨리는 요소가 제거된 풍경을 사진으로 포착하는 것이다.

Figure 8

Photos of Directed work (house 3, 4, 5)

과거의 공간과 사물은 공간의 역사적 가치나 사물의 전통적, 상징적 가치(대대로 내려오는 물건과 같은)가 중시되었다. 사람도 그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생활양식이나 가치관 등을 체득했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이런 전통 세계를 “영혼의 움직임과 사물의 존재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세계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그에 따르면 현대 사회의 사물과 공간은 “기원과 주어진 의미와 ‘본질’을 잊는 것”을 계획한다. 그래서 현대 “사물의 기능은 의례, 의식, 이데올로기 전체로부터 해방되었다.”고 말한다.(Jean Baudrillard, 2011)

따라서 “현대인은 자신의 사물을 ‘소비’하지 않는다... 그는 사물을 지배하고 통제하고 정돈한다. 그는 체계의 조작과 균형 있는 술책 속에서 자신을 발견.”(Jean Baudrillard, 2011) 하는데, 다시 말해 현대 사회의 사람들은, 공간과 사물이 품어왔던 내면적 가치를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고,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어 사물들을 외면적 체계에 맞게 정돈하고 통제하며, 그렇게 만들어지는 전체적인 이미지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보드리야르의 설명을 본 연구에 끌어와 적용시켜보자면, 오늘날은 숨겨진 의미나 이야기로 인해 공간을 선택하거나, 사물을 소유하고 수집하기 보다는 외적인 스타일, 그리고 전체 공간의 어우러짐과 하나의 인테리어 요소로서의 기능을 더 중시한다고 설명가능하다. 이와 같은 관점은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더욱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사진으로 전달되는 것은 오로지 시각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자신이 만든 공간의 전체적인 조화가 흐트러지지 않고 완벽한 분위기로 연출된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사실 공간을 연출하는 일과 그것을 사진으로 기록해서 공유하는 일의 근본적인 동력은 외부의 시선이다. 나를 보는 누군가의 시선을 스스로 용인하는 순간, 나의 시선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둔갑한다. 그렇게 될 때, 내 욕구대로의 삶의 모습이 아닌, 외부의 시선을 욕망하는 삶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것이 바로 ‘연출된 모습’인 것이다.

한 달 째 방치되어있는 침대 위 먹다 흘린 음식물의 흔적, 테이블 위 깔아놓은 패브릭과 아기자기한 소품 위에 점점 쌓여가는 먼지, 빨래 널 공간이 없어 방 한가운데 펼쳐놓은 빨래건조대… 등, 연출된 장면 뒤에 감추어진 삶의 맥락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장면은 외부의 시선 아래서 깨끗이 감추어진다.

온라인 공간에 본인의 내밀한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일은 다분히 타인의 시선과 함께 따라오는 감탄과 부러운 감정, 칭찬의 말을 욕망하는 일이다. 실제로 <오늘의집>의 집들이 메뉴는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를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있고, 댓글을 쓰는 창에는 “칭찬과 격려의 댓글은 작성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 )”라는 문장이 있다.

타인의 시선을 욕망하며, 내 삶의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모습을 제거하고 외면적으로 더 완벽하고 아름답게 연출하는 모습이 1인 주거 공간 소비의 세 번째 특징이다.


5. 결론

본 논문은 1인 가구 주거 공간의 외적 양태와 공간 소비의 방식을 분석함으로써, 1인 주거 공간의 디자인 문화의 구체적인 모습과 특징을 밝히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본 논문은 집꾸미기 어플 <오늘의집>의 ‘집들이’메뉴에 공유된 사진과 글을 연구 대상으로 삼고 분석하였다.

연구 대상으로 선정한 모든 집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공간을 구상하고 꾸미는 ‘셀프 인테리어’방식을 택하였다. 의식주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물을 구비하는 것 외에 무드조명이나 말린꽃, 엽서 등으로 공간을 꾸미는 모습이 대부분의 집에서 확인되었다. 나무 소재와 흰색 계열의 사물이 가장 많았으며, 저가 브랜드의 사물이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공간의 외적 양태를 바탕으로 분석한 1인 가구의 주거 공간 소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공간을 구상하고 꾸미는 과정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확인하고 있었다. 전통적인 가구 형태에서 분리되어 혼자만의 공간을 얻고 구상하는 일은, 가족가구를 이루어 살아오며 억눌리거나 숨겨졌던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공간이 본인의 기호나 취향을 재확인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표면적인 행위 이면에는 자아실현과 같은 욕구가 자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소셜 미디어라는 창구를 통해 실내 공간의 외적 양태가 다수에게 지속적으로 모방되며 확대 재생산 되고 있었다. 연구 대상 집 뿐 아니라, 다른 집도 다수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물을 구입/배치하며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는 ‘국민 취향’이라는 표현을 붙인 다양한 사물들이 등장하고 유통되고 있는 모습과도 이어진다. 모두 다 같은 것을 추구하면서 개인의 취향을 강조하는 모순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삶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대신 완벽하게 연출된 공간을 표현하고 있었다. ‘온라인 집들이’라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문화 현상은, 개인의 내밀한 공간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촬영하고 공유한다. 이때 촬영되는 사진은 순간의 포착이며, 그 순간은 일상의 맥락에서 잘려나간 연출된 순간이다. 자신을 관찰하는 시선과 반응을 욕망하며 시각적으로 완벽하고 아름답게 조화된 공간을 연출하는 것이다.

SNS의 사용이 본격화되며 개인의 생각이나 생활 모습을 다수에게 노출시키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특히 주거 공간이라는 사적 공간을 구하고 꾸민 후, 그 모습을 온라인에 공유하는 모습은 일정한 디자인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었는데, 그 구체적인 양태와 특징을 본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확인된 1인 주거 공간의 디자인 문화의 구체적인 모습은 결국 본 연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상인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SNS 매체를 통한 연구는 많은 양의 분석 자료 확보가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자료의 휘발성이 높고 변화 속도도 빠르다. 때문에 더욱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주거 공간의 디자인 문화에 대해 관찰하고 분석하는 일이 필요하다. 1인 주거 공간 외에, 다양한 가족 형태의 주거 공간과 그 공간들을 비교 분석하는 후속 연구를 통해 새로운 매체와 함께 확산되고 변화하는 주거 문화를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Notes

Citation: Chae, H., & Oh, C. (2019).Design Culture of Single-person Households Residential Space: ‘Housewarming’ posts in <The House of Today>. Archives of Design Research, 32(4), 97-111.

Copyright :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educational and non-commercial use,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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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m, J. (2018, October 17). 청년 1인가구의 주거 환경과 새로운 주거유형 [A Study on housing environment and new housing types of a single-person household for young people]. Retrieved from http://www.kbfg.com/kb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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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Figure 1
Private Residential Space Shared on SNS (Instagram)

Figure 2

Figure 2
Research method on the Design Culture of Single-person Households residential space

Figure 3

Figure 3
Drawing for interior (house 3, 4)

Figure 4

Figure 4
Similar design of walls and tables (house 2, 5)

Figure 5

Figure 5
Similar design of bedroom space (house 4, 6)

Figure 6

Figure 6
The same drawer (house 1, 3, 5)

Figure 7

Figure 7
Lee Meehye solo exhibition <Our Own Tastes>

Figure 8

Figure 8
Photos of Directed work (house 3, 4, 5)

Table 1

‘House-warming’ posts selected for study

게시글 제목 사진 성별 건물/평수 작업 조회수
* 조회수 2019.7.22. 기준
1 ‘집순이에 의한, 집순이를 위한 원룸’ 원룸 5-6평 셀프DIY 362,601
(1위)
2 싱글남의 7평 오피스텔 꾸미기’ 오피스텔 7평 셀프DIY 312,016
3 ‘점점 애착이 가는 나의 6.5평 원룸’ 오피스텔 6평 셀프DIY 166,176
4 ‘5년차 프로자취러의 빈티지 6평’ 원룸 6평 셀프DIY 147,614
5 ‘따뜻함과 포근함을 가득 담은 나의 8평 오피스텔’ 오피스텔 8평 셀프DIY 130,489

Table 2

Representation that indicates the space directly configured

작성자 표현
집1 “제 손길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소중한 공간”
집2 “나름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서도 나름의 감각을 열심히 살려 보았는데”
“천천히 조금 더 채워나갈 예정”
집3 “최근엔 집에 있는 시간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하고 있어요.”
“공간이 큰 집이 아니기 때문에 답답해 보이지 않기 위해 낮은 가구들을 선택했어요.”
집4 “이 공간을 제가 어떻게 채우고 가꾸었는지 보여드릴게요.”
“오롯이 나만의 취향대로 꾸며지고,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기”
집5 “셀프인테리어는 요즘 저의 취미이자 소소한 행복이에요. 앞으로도 제 취향의 것들로 저만의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Table 3

Categories of objects in each house

분류 종류
집1 가구 침대, 서랍장, 거울, 책상, 선반 장식장, 스툴, 파티션행거, 선반형 행거, 옷장
가전 에스프레소머신, 단 스탠드
소품 시계, 캔들워머, 3단서랍장
패브릭 침구, 커튼
기타 말린꽃, 사진엽서, 화분, 디퓨저, 집게 형 조명
집2 가구 침대, 책상, 서랍박스, 소파, 책장, 테이블, 거울, 의자, 행거, 선반 장식장
가전 장 스탠드
소품 2단 서랍장
패브릭 침구
기타 커튼, 말린꽃, 사진엽서, 그림, 디퓨저
집3 가구 매트리스, 수납장, 서랍장, 베드트레이, 행거, 테이블, 거울, 공간박스
가전 장 스탠드
소품 쿠션, 양초랜턴, 휴지통
패브릭 침구, 커튼, 러그
기타 말린꽃, 액자, 화분, 포스터, 단 스탠드, 디퓨저
집4 가구 침대, 소파, 테이블, 수납장, 거울, 스툴
가전 단 스탠드, 펜던트조명, 무드등가습기
소품 블루투스 스피커, 커피 드리퍼, 빈티지영화포스터, 드리프트우드
패브릭 커튼, 암막커튼, 망사커튼, 러그, 침구, 소파커버(이불)
기타 행거, 말린꽃, 그림엽서, 그림액자, 화분, 양초, 곰 인형, 포스터, 벽달력, 전자키보드(악기)
집5 가구 매트리스깔판(저상형), 베드트레이, 행거, 캐비닛수납장, 서랍장, 스툴, 협탁, 테이블, 의자, 선반장
가전 단 스탠드, 장 스탠드, LED시계, 무드등 아로마 가습기
소품 마크라메
패브릭 침구, 암막커튼, 러그, 베개커버
기타 말린꽃, 향초, 디퓨저, 조화, 화분, 그림엽서, 꼬마전구

Table 4

The number of objects by material and its priority

소재 집1 집2 집3 집4 집5
나무 6 5 4 6 9 30
패브릭 3 2 4 7 4 20
철제 5 3 6 1 3 18
플라스틱 1 3 0 1 2 7
기타 2 0 0 4 1 7

Table 5

The number of objects by colors and its priority

색상계열 집1 집2 집3 집4 집5
흰색 9 8 9 7 7 40
나무색 5 1 2 4 7 19
회색 0 2 0 1 2 5
베이지 1 0 2 1 0 4
흰색+나무색 1 0 0 0 2 3

Table 6

Maximum/Minimum/Total price of objects

순위 집1 집2 집3 집4 집5
최고 171,000 229,000 60,000 219,000 88,500
최저 7,900 3,000 6,100 2,900 9,900
통합 1,016,930 697,300 309,910 1,157,280 565,500

Table 7

The number of objects by Brand and its priority

순위 집1 집2 집3 집4 집5
이케아 0 7 1 6 4 17
마켓비 3 1 3 0 1 8
MUJI 0 0 1 0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