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s of Design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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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s of Design Research - Vol. 33, No. 4, pp.125-135
ISSN: 1226-8046 (Print) 2288-298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Nov 2020
Received 23 Jun 2020 Revised 29 Oct 2020 Accepted 29 Oct 2020
DOI: https://doi.org/10.15187/adr.2020.11.33.4.125

디자인 협력과 디자인 교육을 위한 맥락적인 시스템 디자인 프로세스

Joo Hyun Yoon윤주현
Visual Communication Design, Professor, Graduate School of Hongik University, Seoul, Korea 홍익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부 시각디자인, 교수, 서울, 대한민국
Contextual System Design Process for Design Collaboration and Education

초록

연구배경 복합적인 맥락을 포함하는 디자인 문제를 위해서는 많은 협력자들이 효과적으로 소통하도록 디자인 프로세스를 구조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디자인 학습의 측면에서도, 디자인 프로세스를 통해 여러 맥락을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하는 구조적 디자인 프로세스가 절실하다. 그러나 기존 디자인 프로세스들은 디자인의 맥락적 속성을 다루도록 구조적으로 제시되지는 못하였다. 본 연구는 디자인의 맥락적 특성을 구조화하는 디자인 프로세스를 제안하고자 한다.

연구방법 본 연구는 디자인 프로세스와 시스템 이론을 접목한 해석적 연구이다. 첫째, 복합적인 디자인 문제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맥락’의 특성을 검토하였다. 둘째, 디자인 프로세스들 중 맥락적 속성에 대해 시사점을 주는 과학적, 유기체적 관점의 디자인 프로세스들을 검토하였다. 셋째, 디자인의 맥락적 특성을 구조화하기 위해 시스템 이론을 도입하였다. 넷째, 이를 실제적 디자인 과정으로 재해석하여 각 단계들을 제안하였다.

연구결과 구조화된 시스템 디자인 프로세스 모델은 가시적, 비가시적 영역으로 나뉘며, 맥락에 대해 판단하는 ‘하향적 과정’과, 맥락을 구성해 나가 형태 및 경험을 창조하는 ‘상향적 과정’으로 나뉜다. 특히 상향적 과정은 ‘생각디자인’, ‘구조디자인’, ‘방향디자인’, ‘경험디자인’으로 구성된다. 이 구조화된 디자인 프로세스에서는 실제적으로 논리와 직관을 활용하여 상, 하, 좌, 우로 이동, 도약하며 유연하게 생각을 전개할 수 있다.

결론 제안된 디자인 프로세스는 복잡한 맥락을 다루는 디자인 협업과 디자인 사고에 대한 이해를 하나의 모델 안에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구조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맥락적 디자인과 브랜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나아가 직관과 논리를 활용한 디자인 교육이 체계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

Abstract

Background For design issues with complex contexts, it is necessary to structure the design process so that many collaborators communicate effectively. Also, for design learning, a structural design process is imperative to deal with multiple contexts together. However, design processes have not been structurally presented to address the context of design. This study proposes a design process to structure the contextual characteristics of the design.

Methods This is an analytical study that combines design process and system theory. First, the characteristics of 'context' were reviewed. Second, the design processes from a scientific and biological system perspective that suggest contextual attributes, were reviewed. Third, system theory was introduced to structure the contextual characteristics of design. Fourth, each step was proposed by reinterpreting it as a practical design process.

Results The structured system design process model is divided into visible and invisible areas, consisting of a 'downward process' to judge context and an 'upward process' to create form. In particular, the upward process consists of spirit design, structure design, direction design and experience design. In the structured design process, logic and intuition can actually be used to move and jump up, down, left, and right to develop ideas flexibly.

Conclusions The proposed design process is a structure that enables design collaboration that addresses complex contexts and understanding of design thinking within a single model. This allows companies to systematically manage contextual design and branding. Furthermore, design education using intuition and logic can be systematically strengthened.

Keywords:

Design Process, Context, System Design, Collaboration, Design Education, 디자인 프로세스, 맥락, 시스템 디자인, 협력, 디자인 교육

1. 서론

1.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오늘날 기업 또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는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협력하며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산출물이 복합적인 큰 규모의 브랜딩 프로젝트나 디자인 경영의 관점에서 여러 분야의 디자인을 연계하여 수행하는 경우, 긴밀하고 유연한 협업(collaboration)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협력의 바탕에는 전체 디자인 프로세스(design process)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협력은 디자인 대학 등 여러 유형의 디자인 교육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 해결 과정으로서의 디자인 교육은 사회 및 기업의 문제에 대한 창의적 해결을 이끌어 낼 뿐 아니라, 전인교육 목표를 위해서도 다방면에서 수행되고 있다. 특히 상황적 문제를 중심으로 학습자가 스스로 질문하며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구성주의적 학습(constructivist learning)은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타인과의 협력과 상호작용을 통해 더욱 효과적인 학습이 일어날 수 있다(Choe & Koh, 2013). 따라서 이러한 학습의 장에서도 자유롭게 사고하며 교육적 협력과 소통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공통적인 큰 맥락을 볼 수 있는 디자인 프로세스로 구조 파악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

디자인 프로세스는 디자인의 유형, 범주, 문제에 따라 다양하다. 그러나 대부분 상황, 대상, 기업, 사용자 등을 관찰하고 분석함으로써 기저에 흐르는 ‘맥락’을 파악하고, 인식을 새롭게 전환하며, 끊임없는 검토와 수정의 순환을 통해 발견한 타당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사용자 삶의 ‘맥락’에 적용시키는 과정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디자인 프로세스들은 ‘맥락’들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구조화되지 못하였다. 구조화는 다른 사람이 문제를 검사하고 수정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기에(Dubberly, 2004) 중요한 생각의 단계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기업의 브랜딩이나 디자인 경영과 같은 다차원적 협력 과정에서, 그리고 논리와 직관이 자유롭게 오가야 하는 과정 중심의 디자인 교육에서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구조화된 디자인 프로세스를 제시하고자 한다.

1. 2. 연구방법 및 도출 내용

본 연구는 개념과 구조화된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해석적 이론 연구로 진행되었다. 첫째로, 디자인 프로세스 안에서 맥락 파악의 중요성과 맥락의 특성을 고찰하였다. 둘째로, 더벌리(Dubberly, 2004), 존스(Jones, 2014), 랑그리시(Langrish, 2016), 박해천(Park, 2006) 등 국내외 선행연구들을 바탕으로 역사적 디자인 프로세스 진화의 큰 흐름을 개괄적으로 파악하며, 디자인 프로세스 구조화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대표적으로 맥락적 속성의 구조화를 주장하기 위해, 1960년대 과학적 시스템에 기반한 디자인 방법론을 주장하였던 크리스토퍼 알렉산더(Alexander, 1964)의 이론 안에서 그의 의미 있는 업적이었던 구조화된 논리를 고찰하였다. 그리고 2010년대 오늘날 유기체적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존스(Jones, 2014)의 새로운 프로세스를 검토하였다. 셋째, 프로세스의 맥락적 속성을 구조화하기 위해, 시스템의 개념과 구조를 도입하였다. 이를 통해 제시되는 디자인 프로세스 구조의 각 단계를 설명하며, 최종적으로 맥락적 시스템 디자인 프로세스(contextual system design process)를 제안하였다.

Figure 1

Research Structure


2. 디자인 프로세스 내 맥락 파악

디자인은 대상과 사용자, 제공자, 환경과 어떤 관계에 놓이는지 수많은 맥락을 파악한 가운데 창조되어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먼저, 맥락의 속성을 파악함으로써, 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탐구하고자 한다.

2. 1. 맥락의 특성

대상을 언제나 환경과의 통합적, 관계적 속성으로 파악하는 사고 체계를 맥락주의(contextualism)라 한다(Pepper, 1970). 맥락주의를 설명한 페퍼(Pepper, 1970)는 맥락은 늘 변화(change)하며, 고유한 특성(novelty)으로 형성되는 중층적 사건(historic event)으로, 사건의 개연성을 파악하는 것에 있다고 보았다. 즉, 어떤 사건은 독립적 활동이 아닌 여러 원인들과 관련된 개연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맥락은 질서에 내포된 구조 단위로(Glaser & Strauss, 1964) 생각의 흐름을 형성하지만, 명확하게 사이에 넣어 고려하지 않으면 문제해결에 지장을 주는 ‘맞춤형 필터’이다(Brézillon, 1999, 48-49). 그러나 이러한 특징 외에도 맥락의 속성에는 암묵성, 무한확장성, 자의성이 있다.

첫째로, 맥락은 암묵적이어서 대부분의 맥락은 소통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고, 언급되지 않는다. 이는 상식적 지식이나 이미 공유된 내용들로 소통의 기반이 되며, 새로운 상황에서도 전제(default)와 가정(assumption)으로 사용된다(Lee, 2011). 따라서 자연스럽게 이미 파악하고 있다고 추정되는 맥락적 정보들은 일부러 재확인하려 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맥락의 암묵성으로 인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맥락을 획득, 재현, 대응하는 것에는 많은 미묘함과 복잡성이 숨어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Lee, 2011).

둘째로, 맥락은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맥락을 파악하는 일은 완성할 수도, 포화시킬 수도 없는(not saturable) 과정이다. 결국, 무한대로 확장하는 맥락을 전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해석자가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의 분량까지, 또는 유용하다고 판단되는 맥락까지만 의미를 형성할 수 있을 뿐이다(Culler, 1998). 맥락은 이와 같이 해석자에 의해 사건의 진정한 의미를 형성한다.

셋째로, 맥락은 자의적이다. 맥락은 자칫 주어진 사실이며, 의미를 확정하는 힘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으나, 맥락은 ‘해석적 전략(interpretive strategies)’에 의해 자의적으로 선택된 결과이다(Culler, 1988; ix). 즉,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맥락에는 관점을 가진 해석자가 등장해야 한다. 이는 맥락 파악에 해석 의도, 즉 목적이 포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어떤 객관적 근거도 주관적 선별 과정이 전제된다. 정리하면,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수많은 가지로 뻗어나간 맥락들 중 필요한 맥락을 발견하고, 암묵적인 맥락을 드러내어 재확인하며, 목적과 경중을 판단하여 결과에 영향을 줄 맥락을 선별하는 것이다.

2. 2. 기업 디자인을 위한 맥락적 프로세스

기업의 디자인은 외부의 정치경제, 사회문화, 기술, 환경 등이 제품, 서비스, 브랜드와 맥락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디자인 개발 및 관리 프로세스에서는 수많은 외부적 맥락을 판단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는 많은 부서와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하게 되므로, 내부적으로는 개인의 인식 맥락이 파악되어야 소통할 수 있다. 각 부서의 협력자들은 다양한 전문성만큼이나 사고방식 및 암묵적 전제에 차이가 많을 수 있는데, 발신자와 수신자가 맥락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만 메시지의 진정한 의미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Jakobson, 1960).

이러한 기업 디자인의 맥락적 속성을 중요하게 파악한 사토시와 시게루(Satoshi & Shigeru, 2002; 29)는 기업의 대표적 디자인 중심 소통인 브랜드가 ‘맥락을 축적하는 그릇’이라고 표현하면서, 브랜딩을 통해 대상을 소통한다는 의미는 가장 ‘풍부하고 효과적인 맥락’이 무엇인지 알고 만들어 ‘가치를 높이고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맥락을 가시화하고 개선하며, 소비자와 맥락을 공유하고 체계화하는 것을 맥락 브랜딩(context branding)이라고 명명하였다.

맥락을 가시화하는 것은, 브랜드와 관련한 지식의 낱낱을 언어화된 개념으로 연결한 연상 네트워크에 대한 것으로, 소비자 내면에 있는 암묵적 의식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이는 켈러(Keller, 2008)의 브랜드 연상 네트워크(brand association networks) 개념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상 네트워크가 목적하는 대로 연결되지 않거나 끊겨있을 경우, 숨은 맥락을 발굴하고 연결하여 연상력을 강화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논의와 실행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디자인 경영 및 브랜딩과 같은 복합적인 디자인 협력 과정에서 디자인 프로세스는 전략적으로 맥락을 발견, 선별하며 사용자 경험을 기획, 관리할 수 있도록 올바른 맥락을 잡는 일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2. 3. 디자인 교육을 위한 맥락적 프로세스

오늘날 디자인 교육의 기조는 인간, 환경, 사회를 고려하는 디자인, 삶을 위한 디자인으로 나아가고 있다. 디자인은 문제해결 과정으로서, 자연과 인간, 사회의 관계적 맥락을 조화롭게 통합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Lee, 2015). 그러나, 그동안 일반적 디자인 교육에서는 교수자 또는 학습자는 디자인의 개념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평가방식과 같은 교육 지침에 따라 결과 중심적, 표현 중심적 디자인을 수행해 오기도 하였다(Chang, 2014). 이러한 학습을 반복하는 경우, 디자인에 대한 결과 중심적, 표현 중심적 관념이 형성될 수 있으며, 디자인 활동으로 양성될 수 있는 논리적, 창의적, 맥락적 문제해결 능력을 기대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한편, 디자인 교육에서 사람들은 디자인을 주어진 절차대로 진행하면 되는 것으로, 즉 논리적 사고와 합리적 지식에 따라 진행하면 목표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해 오기도 했다(Kim, 2018). 그러나, 디자인 교육에서 직관적인 사고와 창조성을 강조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Kim, 2018). 즉, 논리와 직관을 동시에 사용하여 추론하고 논박하며, 반증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브로드벤트(Broadbent)의 디자인 프로세스(Park, 2006)가 가능해야 한다.


3. 디자인 프로세스의 진화

디자인 방법론이 발전하기 시작한 195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디자인,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프로세스는 약 130종에 이르렀다(Dubberly, 2004). 디자인에 대한 패러다임은 그간 상당히 변해 왔다. 큰 흐름을 요약하면, 1950년대 디자인 방법론 운동(Design Methods Movement)의 선구자들이었던 알렉산더(Alexander), 존스(Jones, J. C.) 등은 과학적 접근(a scientific approach)식 디자인 방법론을 추구하였으나, 이는 복합적 문제(complexity)를 다룰 수 있는 생물학적 접근(a biological approach)으로 점차 변화하였다(Langrish, 2016).

3. 1. 1960년대 알렉산더(Alexander)의 디자인 프로세스

디자인 방법론 운동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이었던 알렉산더(Alexander, 1964)는 디자인 프로세스를 제안하면서 디자인 과정을 세분화하여 직관에 의존하던 과정에 논리를 더해 구조화하는 방식을 처음 제안하였다(Figure 2 참조). 그는 문제 해결을 요하는 환경이나 조건과 같은 ‘맥락’이 즉각 결과물인 ‘형태’로 전환되는 것을 무의식적 과정(unselfconscious process)에 의한 것이며, 그 안에서 나타나는 특정 패턴은 의식적 과정(selfconscious process)으로, 이들을 구조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Alexander, 1964; 76). 즉, 디자이너는 현실 세계의 상황(C1)에 대한 모호한 의식(C2)을 구조적으로 형식화(C3)한다. 이렇게 정리된 맥락은 직관을 통해 도식화의 형태로 전환(F3)되며, 이 전환 과정으로부터 이해 가능한 유형화 방식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F2) 최종 디자인(F1)에 이르게 된다.

Figure 2

Unselfconscious and Selfconscious Process (Alexander, 1964; 76)

이후, 제시된 존스 크리스 존스(Jones, J. C)와 도블린(Doblin)의 프로세스들에서는 알렉산더의 맥락적 분석이 각각 자신들의 방식으로 구체화되어 있다(Dubberly, 2004). 특히 도블린은 실제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리서치 방법들을 담아 상세하게 필요한 맥락적 단계를 구성하였다(Figure 3 참조). 그러나, 존스와 도블린의 프로세스는 알렉산더가 제시하였던 맥락의 구조적 특성을 연계하지 못한 병렬적 형태로, Figure 2 모델의 장점을 발전시키지 못하였다. 이후 개발된 많은 디자인 프로세스들에서도 외부의 피드백을 통해 다시 디자인이 수정, 보완되는 순환들이 다양하게 추가되었을 뿐, 현실 세계의 복잡성을 위해 더 나은 구조로 설명되지는 못하였다.

Figure 3

Design Process by Jay Doblin, 1987 (Dubberly, 2004; 17)

Figure 3의 방법론적인 디자인 프로세스에 비해, 알렉산더의 모델(Figure 2)은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에 대한 생각 자체의 이론화로 큰 반향을 불러왔다(Kim, 2012). 이는 형태와 맥락 사이의 적합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독자적 특징 때문에 대단한 주목을 받았으나, 지극히 이론적이라 실용적으로 해석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참여자들이 문제에서 구조를 설명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해결하는 학습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자인 교육에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Kim, 2012).

3. 2. 2010년대 존스(Jones, P. H.)의 시스템 관점 디자인 프로세스

온타리오 예술·디자인 대학의 피터 존스(Jones, 2014)는 과거 1, 2, 3, 4세대에 걸친 디자인 방법론이 이성적, 실용적, 현상적, 발생적 방법론으로 변화하였으며, 그 기반에 시스템 관점에 대한 각기 다른 적용이 있었다는 점을 연구하면서, 오늘날 유기적 시스템 디자인 원칙을 반영하는 디자인 프로세스 모델을 제안하였다.

피터 존스는 한 디자인 과정이 탐색, 형상화, 평가라는 세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을 순환적으로 반복하며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 10가지의 시스템 디자인 원칙이 자리한다. 이는 이상에 대한 추구(Idealization), 복합성 인식(Appreciating complexity), 지속적인 목적성 탐색(Purpose finding), 문제에 대한 경계 프레이밍(Boundary framing), 필수적 다양성(Requisite variety), 피드백을 통한 조정(Feedback coordination), 시스템 내 요소들의 관계 및 질서(System ordering), 생성적 출현(Generative emergence), 연속적 적용(Continuous adaptation), 자생적 조직화(Self-organizing)이며, 이러한 원칙이 프로세스의 각 부분에 적용된다(Figure 4 참조). 존스가 파악한 시스템 관점의 10가지 디자인 원칙은 ‘사회시스템 이론’을 정립한 니클라스 루만(Luhmann)의 이론과 부합하며, 현실적 디자인 실무의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복합성을 다루도록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원칙을 반영하고 있는 프로세스는 다양한 순환을 통해 시스템 디자인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나타낼 뿐, 여전히 구조적이지 않아 효과적인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Figure 4

Design Principles Mapped to Design Process Model (Jones, 2014)


4. 맥락을 고려한 디자인 프로세스 구조화

연구자는 디자인의 맥락적 특성을 구조적으로 담아 프로세스를 제시하기 위해, 연구자는 시스템의 개념과 구조를 참고하였다.

4. 1. 시스템 구조, 아이스버그 모델

모나트와 가논(Monat & Gannon, 2015)이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를 설명하면서 제안한 아이스버그 모델은 Figure 4와 같이 눈에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가시적 사건(events)과 그 패턴들(patterns)의 기저에 비가시적 질서인 시스템의 구조(systemic structure)가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시스템 구조의 하부에는 문화, 가치, 패러다임과 같은 정신적 모델(mental models)이 놓여 있다. 반대로, 이러한 기반 위에 형성된 소통 또는 기능의 매커니즘은 가시적 사건들의 패턴을 만들어 내며, 특정 사건은 이러한 반복된 경향 중 하나의 결과로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특정 사건이나 연속적 패턴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하부에서 영향을 주고 있는 시스템 구조를 파악해야 하며, 더 깊이 있게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정신적 모델을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정리하면, ‘시스템을 디자인한다’는 의미는 보이는 것들을 규정짓는 보이지 않는 질서, 매커니즘의 작동 원리와 가치관을 파악하고 재정립한다는 의미이다.

기업에서는 기업의 종합적인 정체성과 여러 기능적, 감성적 디자인 경험을 일관성 있게 구성하기 위한 질서를 만드는 것이 시스템 구조라 볼 수 있다. 즉 여러 디자인 솔루션들이 복합적으로 연계된 디자인 경영과 브랜딩의 질서이다. 여기에서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코드(code)는 디자인의 핵심가치, 기업의 정체성과 같은 기준으로, 시스템은 어떤 디자인 솔루션이 그 기준에 부합하는지 아닌지를 스스로 관찰한다. 이러한 코드는 ‘맥락이 되는 틀’을 형성한다(Kneer & Nassehi, 2008). 바꾸어 말하면 한 시스템 내에서 코드는 소통의 전제이며, 내용의 맥락적 전개를 돕는다.

4. 2. 시스템 구조를 디자인 프로세스에 적용

시스템에 대한 아이스버그 모델(Figure 5)은 알렉산더의 1960년대 디자인 프로세스(Figure 2)의 구조적 장점과 유사하다. 즉, 알렉산더의 프로세스가 각광받았던 이유인 구조적 사고방식을 동일하게 대입할 수 있다. 또한, 아이스버그 모델은 2010년대 피터 존스의 시스템 원칙과 순환적 방식을 포괄할 수 있다. 아이스버그 모델(Figure 5)에서도 필요에 따라 맥락과 형태의 관계를 넘나들며 상향, 하향, 순차적, 도약적으로 오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는 두 모델의 장점을 통해 디자인 프로세스를 구조화하여, 진행하는 디자인의 위계를 파악할 수 있는 모델(Figure 6)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와 같이 제안하는 체계적 디자인 프로세스는 맥락(context)과 형태(form)의 하향적 과정과 상향적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Figure 5

The Iceberg Model (Monat & Gannon, 2015)

Figure 6

System Design Process Model

첫째, 하향적 과정은 논리적으로 맥락을 분석, 종합하는 사고 과정이다. 먼저, 현상에서 나타난 맥락을 분석하기 위해 여러 디자인 조사 방법을 동원하여 직·간접적 자료를 취합하며, 가시적인 경향성을 분석한다. 일반적인 거시환경 분석, 기업과 경쟁사 분석, 사용자 분석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이후, 이러한 가시적 경향성을 통해 내부적 전략과 쟁점을 파악하며, 브랜드의 고유성 또는 디자인의 전제를 발견하는 단계를 밟는다. 그러나 맥락 파악에는 해석자의 목적과 의도가 주요한 역할을 하므로, 이후 어떠한 방식의 소통을 추구하는지가 분석과 종합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

둘째, 상향적 과정은 가시적 형태 또는 실용적 경험을 위해 해결 방안을 구조화하고 창조하는 사고 과정이다. 연구자는 상향적 사고의 네 단계를 각각 ‘생각디자인’, ‘구조디자인’, ‘방향디자인’, ‘소통디자인’으로 명명하였다.

•생각디자인(Spirit Design): 모델의 기저에서 정체성의 핵심가치 또는 디자인의 전제를 재정의하며 언어화하는 단계이다. 생각에 대한 디자인은 모든 기업의 결과물들이 거대한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되도록 공식적으로 중심을 제시하는 ‘기조 디자인’이다.

•구조디자인(Structure Design): 생각디자인이 작동하는 구조, 틀의 질서를 전략적으로 구성하는 단계로, 기존에 파악하였던 기업의 소통 아키텍처, 유형 분류 등과 관련된 전략들이 새롭게 수정되는 단계이다. 마케팅 전략, 제품, 서비스, 미디어 구성 등 향후 연계될 영역의 디자인 및 소통 전략들이 구성되는 단계이다.

•방향디자인(Direction Design): 새롭게 정립된 생각디자인과 개선된 구조디자인을 기반으로 각 브랜드, 제품, 서비스 환경, 소통 도구들에 대한 고유의 조형적 규칙을 구성하는 단계이다. 기존 방식들을 개선하면서 개연성 있는 특징들을 도입하여 사용자 경험의 방향을 제시하는 단계이다.

•경험디자인(Experience Design): 여러 터치포인트(touchpoints)를 통해 사용자가 기업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누리도록 하는 경험디자인 단계이다. 기업의 가치는 모든 제품, 서비스, 공간, 상징, 시각물 등 모든 매체를 타고 소비자에게 소통된다. 또한 일방적 소통을 넘어, 소비자에 의해 공유, 창조되므로, 소비자의 피드백은 하부의 방향디자인 또는 구조디자인을 수정해야 하는 자료가 되어 순환된다.

종합하면, 맥락을 고려한 시스템 디자인 프로세스는 눈에 보이는 물리적, 개별적 디자인 요소들이 유기적이고 짜임새 있게 적재적소에서 가치를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 오히려 구조, 언어, 개념에 전략적 질서를 부여하는 보이지 않는 디자인이 필요함을 설명한다. 또한, 이는 각 단계가 놓인 구조를 인식시켜, 변화하는 브랜드 및 디자인경영 시스템에서도 여러 사람이 방향성을 재논의하고 조정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실제로 디자인 과정을 진행하다보면 상, 하, 좌, 우로 단계를 건너뛰는 과정이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며 종횡무진 나타난다. 즉, 논리적 사고와 함께 직관적 사고가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추론과 논박의 반복을 거침없이 오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가추법으로 설명되는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의 과정이다. 즉, 디자이너는 직관을 활용하여 단계를 뛰어넘어 최종 결과물을 시각화 해보는 유연성을 발휘한다. 또한, 그러한 직관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뛰어넘었던 하부 구조를 맥락에 맞추어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이 모델은 ‘디자인 프로세스’와 ‘디자인 사고’ 개념을 하나의 구조 안에서 설명하며 협력과 이해를 돕는 토대가 된다.


5. 결론

연구자는 디자인 프로세스의 맥락적 특성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 관련성 있는 디자인 프로세스 모델과 시스템 모델의 장점을 연결하여 시스템 디자인 프로세스 모델을 제시하였다. 제시한 프로세스 모델의 실제적 효용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 및 사회가 당면한 많은 복합적 맥락의 디자인 문제를 효과적으로 설계하고 협력, 소통하며 점검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전문성과 이해도와 다른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드나드는 협력 안에서, 하나의 큰 디자인 정체성을 형성해 나갈 때, 복잡한 맥락을 서로 다르게 이해하여 생기는 운영상의 어려움을 감소시킬 수 있다. 둘째, 디자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구조와 가치의 중요성을 시각화한다. 이는 디자인이 표면적이고 개별적 결과물이라는 관점을 넘어, 통합적, 전략적, 맥락적인 개념임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셋째, 논리적, 직관적 생각의 흐름이 혼재되는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를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구조를 동시에 제공한다.

나아가 이 프로세스 모델은 디자인의 속성을 이해하고 과정을 경험하는 디자인 교육 환경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관련한 후속 연구로, 학습자의 이해에 맞추어 구조적 프로세스 모델이 변형, 활용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구조를 상황별로 유연하게 적용해 보고, 활용 사례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사용자의 이해를 높여야 할 것이다.

Notes

Citation: Yoon, J. H. (2020). Contextual System Design Process for Design Collaboration and Education. Archives of Design Research, 33(4), 125-135.

Copyright :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educational and non-commercial use,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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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Figure 1
Research Structure

Figure 2

Figure 2
Unselfconscious and Selfconscious Process (Alexander, 1964; 76)

Figure 3

Figure 3
Design Process by Jay Doblin, 1987 (Dubberly, 2004; 17)

Figure 4

Figure 4
Design Principles Mapped to Design Process Model (Jones, 2014)

Figure 5

Figure 5
The Iceberg Model (Monat & Gannon, 2015)

Figure 6

Figure 6
System Design Process Model